“너도 우리랑 같이 가자. 나랑 은아 심심풀이 상대나 해줘.”“???”“싫어?”성도윤은 순식간에 얼굴에 먹구름이 낀 듯한 차설아의 표정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지었다.“싫다면 굳이 강요하진 않을게. 하지만 너도 알 텐데, 난 보통 중요한 얘기는 다 식탁 앞에서만 하잖아.”“싫다니요, 당연히 좋죠. 두 분이랑 함께 식사하게 되다니, 영광이네요.”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 지은 차설아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자신의 오빠와 송지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일념만 없었다면 차설아는... 지금 당장이라도 눈앞의 성도윤을 때려눕혔을지도 모른다. 그는 차설아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봤던 사람 중 가장 얄미운 사람이었다.“굳이 그럴 필요는 없죠!”서은아가 끼어들어 차설아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설아 씨도 아시다시피 저랑 도윤이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거라 단둘이서 나눌 얘기가 참 많아요. 그런데 그 자리에 설아 씨가 끼면, 너무 어색하지 않겠어요?”“하하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 친구 사이인데 어색할 게 뭐가 있다고요!”차설아는 가식적인 말을 내뱉으며 속으로 힘껏 외쳤다.‘나도 당연히 어색하지, 그런데 나더러 뭘 어떡하라고. 넌 무슨 내가 정말 너희랑 같이 밥 먹고 싶은 줄 아니?!’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아무리 어색한 자리일 것 같다고 해도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차설아는 차라리 아예 뻔뻔하게 행동하는 것을 택했다. 어차피 그녀만 당당하다면 민망하고 어색한 것은 두 사람일 테니까.”“설아 씨!”서은아는 뻔뻔하게 나오는 차설아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난감해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성도윤이 내린 결정이었으니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요, 그래요. 그렇게 눈치 없게 끼고 싶다고 하니, 저야 어쩔 수 없네요. 젓가락 하나 더 올려놓으면 될 일이니까 딱히 상관없어요.”서은아는 일부러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그렇
주위를 둘러보던 차설아는 자신의 의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옆에 있던 직원에게 말했다.“저기요, 여기 의자 하나만 더 갖다 주실 수 있을까요?”“아, 그게요...”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뭐가 문제예요? 손님이 앉을 자리가 없으니까 의자 하나 더 놔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직원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손님, 의자를 가져다드리는 건 아무 문제 없지만, 2인석에 의자를 하나 더 추가하는 건 조금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저희 매장 분위기에도 안 좋고 다른 손님들 식사하시는 데도 방해될 수 있어서요.”“따지는 게 왜 이렇게 까다로워요?”답답해진 차설아의 말투가 날카로워졌다.“당연히 까다로워야죠...”서은아는 마치 왕실의 왕비라도 된듯한 기세로 성도윤의 맞은편에 앉아 냅킨을 펴며 비꼬았다.“2인석이면 2인석이지, 의자를 추가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저였다면 제 자리가 없다고 했을 때 눈치껏 다른 곳으로 꺼져줬을 것 같네요. 이런 식으로 직원한테 억지를 부리는 건 경우가 아니죠.”이미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차설아의 분노는 서은아의 말에 그만 폭발해버리고 말았다.“그래요, 맞아요. 2인석에 의자 하나 추가되면 당연히 보기 거슬리겠지. 그러니까 너도 눈치껏 일어나지 그래!”차설아는 무례한 말투로 서은아에게 쏘아붙였다.“너, 너 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 이 자리는 내 자리야! 그런데 내가 왜 일어나야 해?”서은아는 자신을 밀어내려는 차설아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누가 이 자리가 네 자리라고 했는데? 여기 뭐 네 이름이라도 적혀 있대? 부르면 주인님이라고 대답이라고 해준다니?”“도윤이가 앉으라고 한 거야. 그리고 난 성도윤 약혼녀고, 그럼 당연히 이 자리는 내 자리여야지!”“허, 성도윤이 앉으라고 했다고? 이 자리가 뭐 도윤 씨 아들이라도 된대? 도윤 씨가 부르면 여기서 대답 해주나?”“그, 그건...”차설아의 말에 서은아도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테이블 옆에 서 있던 서은아는 티격태격 중인 성도윤과 차설아를 지켜보았다. 겉으로는 싫은 척하면서도 사실은 애정이 뚝뚝 흘러넘치는 것 같은 둘의 모습에 서은아가 주먹을 꽉 쥐었다.“둘이 분위기 좋아 보이네, 도윤아. 오히려 내가 여기 끼어있는 게 어색할 정도야. 둘이 식사 천천히 해. 난 먼저 호텔로 돌아갈 테니까.”말을 마친 서은아가 황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차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손목을 탁 잡고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어색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은아 씨가 여기 남아있어야 우리한테 스테이크도 썰어주고, 와인도 따라주고, 반찬도 이것저것 다 집어줄 거 아니야. 은아 씨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데요.”“차설아 씨,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요? 이런 일은 원래 차설아 씨가 나한테 해줘야 하는 것들이잖아!”“누가 그래요? 혹시 제가 해드려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놨어요?”“도윤이가 그랬어요!”“성도윤이 대체 뭔데 내가 그 사람 말을 다 들어줘야 해요?”“설아 씨!”두 사람의 싸움에 다시 불이 붙을 기미가 보이자 성도윤이 직접 나서서 서은아에게 말했다.“은아야, 여기 내 옆에 와서 앉아.”그 말에 금세 표정이 밝아진 서은아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도윤이야, 이럴 줄 알았어. 네가 날 저런 곳에 가만히 세워둘 리가 없지.”서은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성도윤의 옆에 앉아 그에게 몸을 기댔다. 가까이 꼭 붙어 앉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정말 곧 결혼만 남겨둔 천생연분 같아 보였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차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씁쓸해진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주문한 요리들을 하나씩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이번 양식은 거미 튀김 같은 이상한 음식과는 달리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플레이팅 된 고급 요리였는데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고 식욕이 돋았다.하지만 차설아는 배가 고팠음에도 그런 고급 요리들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왜인지 모르게 입맛이 떨어져 음식을 씹어도 양초
“왜 또 내일 아침으로 미루는 건데요?”차설아는 속으로 수많은 욕설을 삼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이쯤 되니 그녀는 성도윤에게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는 처음부터 자신에게 진실을 얘기해줄 마음이 없었고 그저 이 일을 빌미로 자신을 갖고 논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내일 아침이면 얘기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고.”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성도윤이 무표정으로 말했다.“그래봤자 나한테는 네 오빠랑 다른 사람 사이의 원한을 대신 풀어줄 의무가 없거든.”“도윤 씨...”성도윤의 답변에 차설아의 말문이 막혀버렸다.이 남자는 정말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사람이었다. 말 바뀌는 속도가 책장 넘기는 것보다 빨랐다.하지만 그럼에도 차설아는 뒷일을 위해 꾹 참기로 했다.“그래요, 그럼. 내일 얘기해줘도 돼요. 그럼 저도 피곤하니까 이제 푹 쉴 수 있겠네요.”그렇게 호텔로 돌아온 차설아는 바로 침대 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최근 들어 걱정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던 탓에 차설아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지금 그녀의 상태는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들 수 있는 상태였다.그리고 성도윤과 서은아의 쪽은 문제가 조금 복잡했다.두 사람은 한 스위트룸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한 사람은 거실에서 신문이나 뒤적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섹시한 빨간 잠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서은아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몸에 향수를 여러 번 뿌리고 있었다.향수 이름은 ‘크레이지 인 러브’로, 서은아가 꽤 특별한 경로를 통해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한 것이었다.이 향수를 뿌린 여자는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해 이성을 완전히 유혹할 수 있게 되고 두 사람이 함께 뿌리면 둘은 마치 실과 바늘처럼 서로 끌리게 된다고 한다.이런 방법까지 쓰는 게 조금은 치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서은아도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성도윤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고 성도윤 역시 서은아를 깊게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둘 사
“네가 보고 싶었다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야. 차설아 일은... 그냥 말하는 게 웃겨서 심심풀이로 몇 마디 조금 나눴을 뿐이고.”성도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도 믿을 정도의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차설아를 대하는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분명 그녀는 자신의 원수가 맞았고 그녀와의 기억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상하게도 자꾸만 차설아에게 끌렸고, 자꾸 차설아와 가깝게 진고 싶어졌다. 마치 유전자나 몸의 세포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라도 하듯 그녀의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끌렸다.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서은아와 비교했을 때 한없이 약한 것이었다.성도윤은 자신이 서은아를 사랑한다는 것을 이미 의식하고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준 그녀에 대한 감사함을 품고 평생 그녀를 떠받들며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지어는 서은아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지만... 서은아와 함께 있는 시간은 별로 즐겁지 않았다.“정말? 정말 차설아 씨는 그냥 심심풀이 땅콩 같은 대상인 거지? 정말 아무 감정도 없는 거 맞지?”서은아는 성도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서은아도 안목 있는 사람이었다. 차설아를 대하는 성도윤의 태도가 어떤지 그녀에게도 너무 뻔히 보였다.“넌 내가 차설아한테 무슨 감정을 품었으면 하는 거야?”성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은아를 바라보며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당연히 아니지. 네 눈에는 나만 보였으면 좋겠어. 다른 여자가 있어서는 절대 안 돼.”“그럼 됐네. 내 눈에는 정말 너밖에 없거든. 다른 여자는 들어올 틈도 없어.”“말은 이렇게 해도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보면 그렇게 생각하기 힘들던데…”“파파라치가 무슨 사진을 찍었는데?”“네가 직접 확인해봐...”서은아는 휴대폰을 꺼내 파파라치가 찍어 보내준 사진을 성도윤에게 보여주었다. 사진 속의 성도윤은 차설아와 함께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나...”성도윤은 자신이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린 듯한
성도윤은 최대한 서은아에게 반응하려 노력해봤지만 마음속 깊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거부감 때문에 더 이상 그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그만하자. 오늘은 조금 피곤하네.”성도윤은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던 서은아를 떼어내더니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너도 피곤할 텐데, 이만 쉬어.”“도윤아, 또 날 거부하는 거야? 대체 왜 그래? 우리 만난 지도 이렇게 오래됐고, 곧 있으면 결혼까지 할 텐데 평생 이렇게 ‘순수한 친구’로만 지낼 생각이야?”그 말을 하는 서은아의 눈가가 점점 빨개지더니 엄청난 좌절감이 얼굴에 여실히 드러났다.어떤 여자든 남자에게 거절을 당한다면 마음에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항상 스스로를 ‘상여자’라 지칭하며 다니던 서은아도 알고 보면 섬세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여인이었다.“미안해. 다 내 탓이야.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됐나 봐.”성도윤은 두 손가락을 교차시켜 손깍지를 끼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성도윤은 가끔 스스로도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해 보았다. 왜 사랑하는 서은아를 앞에 두고도 아무 반응을 못 하는 걸까?성도윤은 서은아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에게도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하지만 차설아에게만큼은... 마치 사춘기 소년이라도 된 듯 몇 번씩이나 자제력을 잃고 선을 넘고 싶었다.“아니야, 우연이야. 분명 우연일 거야.”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접으려 했다.사람이라면 성욕이 있기 마련이고, 보통 그런 성욕은 시기와 분위기가 잡힐 때 제대로 생기는 법이다.성도윤은 자신이 차설아에게 그렇게 반응했던 이유도 아마 그날의 애매한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날의 몸 상태가 더 좋아서였을 수도 있었고, 더운 날씨 때문에 더 쉽게 성욕이 일었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전부 다 우연이었을 뿐이었고 다른 건 없었다.“도윤아, 네가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네가 준비가 안 됐다면 우리 같이 천천히 준비해보자.”감정을 추
남자는 산책이라도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복잡한 머리를 비우기로 했다.둘이 머무는 호텔은 환경이 꽤 좋은 곳이었다. 전형적인 동남아 스타일로 정원에는 다양한 열대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예를 들면 야자수나 큰 선인장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 가운데를 걷다 보면 마치 원시림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정원을 거닐던 성도윤은 낯익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차설아였다.“설아...”그녀를 부르려던 성도윤은 문득 차설아에게 몽유병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설마 또 몽유병이 도진 건가?그렇게 성도윤은 몰래 차설아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차설아는 커다란 선인장 앞으로 다가가 거침없이 웅크려 앉더니 선인장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고슴도치야, 무서워하지 마. 난 널 정말 좋아하니까. 널 해칠 생각은 없는데, 가시 하나만 뽑아가도 돼?”“고슴도치야, 넌 정말 귀엽다. 근데 몸에 가시가 너무 많아서 속상해. 내가 다 뽑아줄까?”“하나, 둘, 셋...”차설아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선인장의 가시를 뽑기 시작했다.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성도윤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여자는 정말 어디가 아픈 걸까, 아니면 아픈 척 연기하는 걸까? 선인장을 고슴도치로 착각한 것도 모자라 사기를 다 뽑아주겠다는 말을 하다니,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멍하고 흐린 눈빛으로 보아 지금 차설아는 몽유병이 도진 게 분명했다.성도윤은 차설아의 안전을 위해 그녀를 직접 깨우지 않고 숨죽인 채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넷, 다섯, 여섯...”계속해서 낮은 소리로 숫자를 세며 많은 가시를 모은 차설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드디어 고슴도치의 가시를 손에 넣었다. 난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야!”“푸하하!”결국, 성도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뒤돌아 그를 발견한 차설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나쁜 놈. 내 가시 훔치려고 온 거지? 찔러버릴 거야!”“뭐, 뭐라고?”“찔
“젠장, 방금 뿌렸던 그 향수가 효과를 발휘한 게 분명해!”방문 옆에 기댄 성도윤은 이마에서 흐르는 뜨거운 땀방울을 닦으며 가까스로 호흡을 조절했다.그는 문 앞에 서서 나가야 할지 들어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나가자니 제정신도 아닌 차설아가 선인장 가시로 자해라도 하면 어떡하지?그렇다고 또 들어가자니 지금 자신이 상태가 가장 위험해 보였다.앞서 걷던 차설아는 “쿵” 소리와 함께 기둥에 부딪히더니 잠에서 깼다.“???”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선인장 가시를 보더니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혼란 속에서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난 누구지?”“여긴 어디지?”“난 뭘 하고 있었던 거지?”“차설아, 너... 꺤 거야?”성도윤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 차설아는 표정도 잔뜩 일그러진 채 고통을 호소 중인 성도윤을 보자마자 재빨리 달려가 그를 붙잡고 물었다.“도윤 씨, 무슨 일이에요? 몸이 왜 이렇게 뜨거운 거예요? 얼굴도 새빨갛고, 열 나는 거예요?”“나 건드리지 마!”차설아를 밀어낸 성도윤은 자신의 목 아래로 땀방울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그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성도윤은 더 이상 점잖은 신사가 아니라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짐승으로 변해 있었다.만약 여기서 차설아를 밀어내지 않는다면 이 토끼 같은 여자는 산채로 성도윤에게 잡아먹힐지도 몰랐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무슨 일인지 얘기해줘야 제가 돕죠...”성도윤이 고열로 인해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한 차설아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어 계속해서 부축하며 말했다.“일단 제 방으로 들어가요. 방 안에 해열제가 있거든요.”“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분명 너도 같이 위험해질 거야...”“어차피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지금 열이 이렇게 펑펑 끓고 있는데, 내버려 뒀다가 뇌척수막염이라도 걸려서 바보 되면 어쩌려고요? 그걸 두고만 볼 수가 없죠.”성도윤을 끝까지 자리 방으로 끌고 들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