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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4화

남자는 산책이라도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복잡한 머리를 비우기로 했다.

둘이 머무는 호텔은 환경이 꽤 좋은 곳이었다. 전형적인 동남아 스타일로 정원에는 다양한 열대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예를 들면 야자수나 큰 선인장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 가운데를 걷다 보면 마치 원시림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원을 거닐던 성도윤은 낯익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차설아였다.

“설아...”

그녀를 부르려던 성도윤은 문득 차설아에게 몽유병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설마 또 몽유병이 도진 건가?

그렇게 성도윤은 몰래 차설아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차설아는 커다란 선인장 앞으로 다가가 거침없이 웅크려 앉더니 선인장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고슴도치야, 무서워하지 마. 난 널 정말 좋아하니까. 널 해칠 생각은 없는데, 가시 하나만 뽑아가도 돼?”

“고슴도치야, 넌 정말 귀엽다. 근데 몸에 가시가 너무 많아서 속상해. 내가 다 뽑아줄까?”

“하나, 둘, 셋...”

차설아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선인장의 가시를 뽑기 시작했다.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성도윤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여자는 정말 어디가 아픈 걸까, 아니면 아픈 척 연기하는 걸까? 선인장을 고슴도치로 착각한 것도 모자라 사기를 다 뽑아주겠다는 말을 하다니,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멍하고 흐린 눈빛으로 보아 지금 차설아는 몽유병이 도진 게 분명했다.

성도윤은 차설아의 안전을 위해 그녀를 직접 깨우지 않고 숨죽인 채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넷, 다섯, 여섯...”

계속해서 낮은 소리로 숫자를 세며 많은 가시를 모은 차설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드디어 고슴도치의 가시를 손에 넣었다. 난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야!”

“푸하하!”

결국, 성도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뒤돌아 그를 발견한 차설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나쁜 놈. 내 가시 훔치려고 온 거지? 찔러버릴 거야!”

“뭐, 뭐라고?”

“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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