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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1221 - 챕터 1230

1331 챕터

제1221화

“왜 또 내일 아침으로 미루는 건데요?”차설아는 속으로 수많은 욕설을 삼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이쯤 되니 그녀는 성도윤에게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는 처음부터 자신에게 진실을 얘기해줄 마음이 없었고 그저 이 일을 빌미로 자신을 갖고 논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내일 아침이면 얘기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고.”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성도윤이 무표정으로 말했다.“그래봤자 나한테는 네 오빠랑 다른 사람 사이의 원한을 대신 풀어줄 의무가 없거든.”“도윤 씨...”성도윤의 답변에 차설아의 말문이 막혀버렸다.이 남자는 정말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사람이었다. 말 바뀌는 속도가 책장 넘기는 것보다 빨랐다.하지만 그럼에도 차설아는 뒷일을 위해 꾹 참기로 했다.“그래요, 그럼. 내일 얘기해줘도 돼요. 그럼 저도 피곤하니까 이제 푹 쉴 수 있겠네요.”그렇게 호텔로 돌아온 차설아는 바로 침대 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최근 들어 걱정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던 탓에 차설아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지금 그녀의 상태는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들 수 있는 상태였다.그리고 성도윤과 서은아의 쪽은 문제가 조금 복잡했다.두 사람은 한 스위트룸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한 사람은 거실에서 신문이나 뒤적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섹시한 빨간 잠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서은아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몸에 향수를 여러 번 뿌리고 있었다.향수 이름은 ‘크레이지 인 러브’로, 서은아가 꽤 특별한 경로를 통해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한 것이었다.이 향수를 뿌린 여자는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해 이성을 완전히 유혹할 수 있게 되고 두 사람이 함께 뿌리면 둘은 마치 실과 바늘처럼 서로 끌리게 된다고 한다.이런 방법까지 쓰는 게 조금은 치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서은아도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성도윤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고 성도윤 역시 서은아를 깊게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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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2화

“네가 보고 싶었다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야. 차설아 일은... 그냥 말하는 게 웃겨서 심심풀이로 몇 마디 조금 나눴을 뿐이고.”성도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도 믿을 정도의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차설아를 대하는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분명 그녀는 자신의 원수가 맞았고 그녀와의 기억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상하게도 자꾸만 차설아에게 끌렸고, 자꾸 차설아와 가깝게 진고 싶어졌다. 마치 유전자나 몸의 세포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라도 하듯 그녀의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끌렸다.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서은아와 비교했을 때 한없이 약한 것이었다.성도윤은 자신이 서은아를 사랑한다는 것을 이미 의식하고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준 그녀에 대한 감사함을 품고 평생 그녀를 떠받들며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지어는 서은아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지만... 서은아와 함께 있는 시간은 별로 즐겁지 않았다.“정말? 정말 차설아 씨는 그냥 심심풀이 땅콩 같은 대상인 거지? 정말 아무 감정도 없는 거 맞지?”서은아는 성도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서은아도 안목 있는 사람이었다. 차설아를 대하는 성도윤의 태도가 어떤지 그녀에게도 너무 뻔히 보였다.“넌 내가 차설아한테 무슨 감정을 품었으면 하는 거야?”성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은아를 바라보며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당연히 아니지. 네 눈에는 나만 보였으면 좋겠어. 다른 여자가 있어서는 절대 안 돼.”“그럼 됐네. 내 눈에는 정말 너밖에 없거든. 다른 여자는 들어올 틈도 없어.”“말은 이렇게 해도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보면 그렇게 생각하기 힘들던데…”“파파라치가 무슨 사진을 찍었는데?”“네가 직접 확인해봐...”서은아는 휴대폰을 꺼내 파파라치가 찍어 보내준 사진을 성도윤에게 보여주었다. 사진 속의 성도윤은 차설아와 함께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나...”성도윤은 자신이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린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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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3화

성도윤은 최대한 서은아에게 반응하려 노력해봤지만 마음속 깊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거부감 때문에 더 이상 그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그만하자. 오늘은 조금 피곤하네.”성도윤은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던 서은아를 떼어내더니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너도 피곤할 텐데, 이만 쉬어.”“도윤아, 또 날 거부하는 거야? 대체 왜 그래? 우리 만난 지도 이렇게 오래됐고, 곧 있으면 결혼까지 할 텐데 평생 이렇게 ‘순수한 친구’로만 지낼 생각이야?”그 말을 하는 서은아의 눈가가 점점 빨개지더니 엄청난 좌절감이 얼굴에 여실히 드러났다.어떤 여자든 남자에게 거절을 당한다면 마음에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항상 스스로를 ‘상여자’라 지칭하며 다니던 서은아도 알고 보면 섬세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여인이었다.“미안해. 다 내 탓이야.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됐나 봐.”성도윤은 두 손가락을 교차시켜 손깍지를 끼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성도윤은 가끔 스스로도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해 보았다. 왜 사랑하는 서은아를 앞에 두고도 아무 반응을 못 하는 걸까?성도윤은 서은아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에게도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하지만 차설아에게만큼은... 마치 사춘기 소년이라도 된 듯 몇 번씩이나 자제력을 잃고 선을 넘고 싶었다.“아니야, 우연이야. 분명 우연일 거야.”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접으려 했다.사람이라면 성욕이 있기 마련이고, 보통 그런 성욕은 시기와 분위기가 잡힐 때 제대로 생기는 법이다.성도윤은 자신이 차설아에게 그렇게 반응했던 이유도 아마 그날의 애매한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날의 몸 상태가 더 좋아서였을 수도 있었고, 더운 날씨 때문에 더 쉽게 성욕이 일었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전부 다 우연이었을 뿐이었고 다른 건 없었다.“도윤아, 네가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네가 준비가 안 됐다면 우리 같이 천천히 준비해보자.”감정을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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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4화

남자는 산책이라도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복잡한 머리를 비우기로 했다.둘이 머무는 호텔은 환경이 꽤 좋은 곳이었다. 전형적인 동남아 스타일로 정원에는 다양한 열대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예를 들면 야자수나 큰 선인장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 가운데를 걷다 보면 마치 원시림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정원을 거닐던 성도윤은 낯익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차설아였다.“설아...”그녀를 부르려던 성도윤은 문득 차설아에게 몽유병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설마 또 몽유병이 도진 건가?그렇게 성도윤은 몰래 차설아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차설아는 커다란 선인장 앞으로 다가가 거침없이 웅크려 앉더니 선인장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고슴도치야, 무서워하지 마. 난 널 정말 좋아하니까. 널 해칠 생각은 없는데, 가시 하나만 뽑아가도 돼?”“고슴도치야, 넌 정말 귀엽다. 근데 몸에 가시가 너무 많아서 속상해. 내가 다 뽑아줄까?”“하나, 둘, 셋...”차설아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선인장의 가시를 뽑기 시작했다.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성도윤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여자는 정말 어디가 아픈 걸까, 아니면 아픈 척 연기하는 걸까? 선인장을 고슴도치로 착각한 것도 모자라 사기를 다 뽑아주겠다는 말을 하다니,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멍하고 흐린 눈빛으로 보아 지금 차설아는 몽유병이 도진 게 분명했다.성도윤은 차설아의 안전을 위해 그녀를 직접 깨우지 않고 숨죽인 채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넷, 다섯, 여섯...”계속해서 낮은 소리로 숫자를 세며 많은 가시를 모은 차설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드디어 고슴도치의 가시를 손에 넣었다. 난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야!”“푸하하!”결국, 성도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뒤돌아 그를 발견한 차설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나쁜 놈. 내 가시 훔치려고 온 거지? 찔러버릴 거야!”“뭐, 뭐라고?”“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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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5화

“젠장, 방금 뿌렸던 그 향수가 효과를 발휘한 게 분명해!”방문 옆에 기댄 성도윤은 이마에서 흐르는 뜨거운 땀방울을 닦으며 가까스로 호흡을 조절했다.그는 문 앞에 서서 나가야 할지 들어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나가자니 제정신도 아닌 차설아가 선인장 가시로 자해라도 하면 어떡하지?그렇다고 또 들어가자니 지금 자신이 상태가 가장 위험해 보였다.앞서 걷던 차설아는 “쿵” 소리와 함께 기둥에 부딪히더니 잠에서 깼다.“???”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선인장 가시를 보더니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혼란 속에서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난 누구지?”“여긴 어디지?”“난 뭘 하고 있었던 거지?”“차설아, 너... 꺤 거야?”성도윤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 차설아는 표정도 잔뜩 일그러진 채 고통을 호소 중인 성도윤을 보자마자 재빨리 달려가 그를 붙잡고 물었다.“도윤 씨, 무슨 일이에요? 몸이 왜 이렇게 뜨거운 거예요? 얼굴도 새빨갛고, 열 나는 거예요?”“나 건드리지 마!”차설아를 밀어낸 성도윤은 자신의 목 아래로 땀방울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그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성도윤은 더 이상 점잖은 신사가 아니라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짐승으로 변해 있었다.만약 여기서 차설아를 밀어내지 않는다면 이 토끼 같은 여자는 산채로 성도윤에게 잡아먹힐지도 몰랐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무슨 일인지 얘기해줘야 제가 돕죠...”성도윤이 고열로 인해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한 차설아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어 계속해서 부축하며 말했다.“일단 제 방으로 들어가요. 방 안에 해열제가 있거든요.”“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분명 너도 같이 위험해질 거야...”“어차피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지금 열이 이렇게 펑펑 끓고 있는데, 내버려 뒀다가 뇌척수막염이라도 걸려서 바보 되면 어쩌려고요? 그걸 두고만 볼 수가 없죠.”성도윤을 끝까지 자리 방으로 끌고 들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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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6화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자 차설아는 침대에서 일어났다.이불을 걷어보니 자신은 잠옷 차림이었고 방에서는 성도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이상하네, 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설마... 또 몽유병이 발작했던 건가?”어렴풋한 기억들이 머릿속에 스며들었는데 그 기억 중 대부분은 자신이 성도윤과 뜨겁게 얽히는 장면이었다.지나치게 뜨거웠던 나머지 차설아는 그 장면들이 어젯밤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상상이었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몽유병이 한 번 도지면 그 상태가 꽤 심각했던 차설아는 몽유병 증상이 도진 날이면 항상 현실과 꿈의 모호한 경계를 구분하지 못했다.“에이, 모르겠다. 잤으면 잔 거지, 뭐. 어차피 한두 번도 아닌데.”한참을 생각해도 속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자 차설아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저 화려한 꿈을 꿨다고 여기기로 했다.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차설아는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호텔 뷔페로 내려가 조식을 먹었다.아침을 다 먹은 차설아는 얼굴에 철판을 깐 채 성도윤과 서은아가 있는 방으로 뻔뻔하게 찾아가 마구 초인종을 눌러댔다.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만약 성도윤이 계속 자신의 오빠와 송지아의 일에 관해 얘기해주지 않는다면 완전히 끝장을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만약 차설아가 완전히 끝장을 보기 위해 달려든다면 상황 자체가 보기 흉해질 것이다.하지만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보아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이상하네, 10시면 이미 일어날 시간인데. 설마 어젯밤에 너무 격렬하게 해서...”차설아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혹시 어젯밤에 너무 격렬하게 한 나머지 둘 다 완전히 기절해버린 건 아닐까?!그런 게 아니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데,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이 소리가 안 들릴 리 없지 않나?“아줌마, 안녕하세요. 혹시 이 방 청소하러 오셨어요?”차설아는 청소부를 발견하자 예의를 갖춰 질문했다.“네, 손님분들이 아침 일찍 퇴실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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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7화

“성도윤, 당장 나와!”차설아는 불같이 화를 내며 성대 그룹 본사로 직접 쳐들어갔다. 그녀의 소란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하지만 대표의 전 부인이었던 차설아에게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보안 요원이나 직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결국, 성도윤의 비서인 진무열이 차설아의 길을 막아섰다.“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죄송하지만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누가 당신 사모님이에요?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이미 분노가 극에 달한 차설아는 진무열의 체면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소매를 걷어붙였다.“셋 셀 동안 도윤 씨 안 나오면, 저 진짜 성대 그룹 다 엎어버립니다. 셋, 둘...”“이, 이건 좀...”사람들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알... 알겠습니다, 사모님. 제가 지금 바로 대표님께 말씀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차설아의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 진무열은 여러 번 고민한 끝에 결국 위험을 감수하고 성도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성도윤도 똑같이 성가신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차설아의 성격에 비하면 “조금 더 부드러운” 편에 속했으니 둘 중 덜 나쁜 선택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지금 성도윤은 마침 공격당한 성심 전당포의 화물선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분명 그가 시킨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비난의 화살은 다 성도윤에게로 쏟아졌고 언론에서도 무차별적으로 그를 비판하고 있는 데다가 회사 주주들까지 그를 비꼬며 개인이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무시한 대표라는 오명까지 씌웠다.“대표님,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진무열은 무수한 거물들의 살벌한 시선을 견뎌내며 회의실의 문을 열고 잠시 중단을 요청하는 사인을 보내고는 몸을 낮게 숙여 성도윤의 옆으로 다가가 속삭였다.“사모님께서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은데 셋 셀 때까지 안 나가보시면 그때는 성대 그룹 아예 엎어버릴 거랍니다.”성도윤은 놀라운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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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8화

“‘성심 전당포’ 같은 삼류 조직도 이제 우리 성대 그룹의 머리 위에서 똥을 싸지르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목적은 우릴 무너뜨리고 천신 그룹이 우리 자리를 차지하게 하려는 거겠죠. 이렇게 미적거리다가는 성대 그룹에 더 큰 손실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성 대표님, 대표님께서는 현명하고 결단력 있는 사람 아니었습니까. 왜 갑자기 이렇게 관대해진 거죠? 설마 ‘자정의 살인마’에게 약점을 잡힌 건 아니겠죠?”주주들은 양쪽에서 성도윤을 몰아붙이며 거의 책상이라도 엎어버릴 기세로 그를 공격했지만 성도윤은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았다.그러던 중, 유일한 주주가 나서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설마 대표님께서 차설아 양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일부러 희생양이 되려는 건가요? 모든 책임을 다 떠안게 됐는데도 왜 반항 한 번 안 하십니까?”성도윤은 그 말에 살인이라도 저지를 듯 살벌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닥쳐. 내 결정에 언제부터 당신들이 함부로 간섭했지? 당신들이 내 대표 자릴 대신하려고 드는 건가?”“...”성도윤이 정색하고 화를 내자 주주들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진무열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회의실을 나와 차설아에게 손을 내저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정말 너무 바쁘셔서요. 어디 마음에 안 드시는 게 있으면 마음껏 부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사모님 기분 풀리실 때까지요.”“???”그 말에 차설아의 분노는 더 커졌다. 성도윤 이 자식, 지금 자신을 도발하고 있는 듯했다. 이것은 명백한 도발이었다.“정말 내가 못 부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좋아요, 오늘 내가 차설아 진짜 성격 한 번 제대로 보여줄게요.”그렇게 말한 차설아는 성도윤의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사무실부터 부술 거예요. 도윤 씨 나올 때까지 안 멈출 거라고.”그녀의 뒤를 따라가던 진무열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천천히 하세요, 손 다치니까 조심하시고요. 필요한 도구 있으면 말씀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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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9화

차설아는 사무실 내부를 샅샅이 뒤졌고 예전에 성도윤한테 선물해 준 물건을 전부 박살 냈다. ‘내가 사준 거니까 박살 내도 상관없겠지?’“아, 망했어요! 정말 어쩌려고 이러시는 거예요? 사모님이 박살 낸 물건은 전부 대표님이 아끼는 것들이라고요. 대표님이 보면 엄청나게 화낼 텐데, 지금이라도 도망치세요. 대표님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화낸다고요?”차설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건을 내팽개치고는 말했다.“그러라고 하세요. 저를 건드렸으니 저도 그 사람 심기를 건드리려고요.”예전에 차설아가 배은망덕한 성도윤한테 비싼 선물을 하루가 멀다 하게 주는 바람에 물건을 박살 내는 것도 힘들었다. 바닥에 내팽개치고 부숴도 끝이 없었다.차설아가 한숨을 돌리면서 성도윤에게 선물한 커피 머신을 어떻게 박살 낼지 고민하다가 집어 들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성도윤이 나타나서 차설아의 손목을 잡고는 차갑게 물었다.“언제까지 미친 척할 건데?”“어머, 도윤 씨가 왔으니 이쯤까지 하죠.”차설아는 커피 머신을 내려놓았다. 바닥에 흩어진 조각을 본 성도윤은 화가 솟구쳐 올랐고 진무열을 노려보며 말했다.“넌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사람 하나 말리지 못해?”진무열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이며 말했다.“대표님이 차설아 씨가 물건을 박살 내든 말든 내버려두라고 하셨잖아요. 차설아 씨가 그것으로 화를 풀 수만 있다면 괜찮다면서요!”“그건 맞지만 내가 참을 수 있는 범위까지 허용하는 거야. 이 여자가 박살 낸 것들은 전부 은아가 선물해 준 거라 내가 아끼는 건데... 넌 옆에서 보고만 있었어?”“저... 저는...”진무열은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차설아를 힐끗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성도윤이 뇌수술한 뒤부터 차설아에 관한 기억을 서은아로 착각했지만 아무도 잘못된 기억이라고 알려주지 못했다.뇌수술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기억해 내려고 할수록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더 심각한 건 완전히 기억을 잃어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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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0화

성도윤이 고개를 돌리더니 차가운 눈빛을 하고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뭘 잘못 기억했고 선물을 준 사람이 누구라고? 이 여자가 어떻게 나한테 선물을 준다는 거야?”“사실 이 물건들은 전부 차설아 씨가...”“큼!”차설아는 진무열이 사실을 알려주기 전에 말렸다. 사실을 알게 되면 성도윤의 뇌에 무리가 갈 수 있기에 일부러 헛기침했고 성도윤을 쳐다보며 말했다.“도윤 씨는 정말 똑똑해요. 저처럼 물질적인 여자가 어떻게 원수한테 선물할 수가 있겠어요? 다른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죠.”“하,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다니... 완전히 미친 건 아닌가 봐?” 성도윤은 차설아한테서 손을 떼면서 차갑게 말했다.“망가뜨린 물건들을 똑같은 것으로 전부 사와. 그럼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해줄게.”성도윤은 어젯밤에 그 냄새 때문에 차설아한테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기에 오늘 일을 눈감아 주기로 했다. 아니라면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그럴게요. 이깟 물건들은 얼마 하지도 않으니까요.”차설아가 통쾌하게 대답했다. 이 물건들을 사준 장본인이 차설아이기에 큰 문제가 아니었다.“도윤 씨, 저는 화가 아직 덜 풀렸는데 뭐라도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성도윤은 턱을 쳐들고는 오만하게 말했다.“당신이 나랑 조건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래도 날 기쁘게 해주었으니 특별히 기회를 주지. 뭘 해줬으면 하는데?”“송지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만 알려주세요. 저한테 무척 중요한 사람이기도 하고 도윤 씨가 저한테 송지아 씨와 저의 오빠에 관한 일에 대해 전부 알려준다고 했잖아요. 이번에는 꼭 듣고야 말겠어요.”“송지아는 지금 성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 알다시피 그 병원은 세계 제1 의료진과 환경을 갖추었기에 치료받으면 곧 회복할 거야. 그리고 당신 오빠와 송지아의 일은...”성도윤이 진무열을 쳐다보며 말했다.“먼저 나가봐.”“네, 대표님.”진무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고 사무실은 온전히 차설아와 성도윤 두 사람만의 공간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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