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1213 챕터

제1161화

장재혁은 잔뜩 긴장한 채 팔굽으로 상대를 가격하며 소리를 질렀다.“누구야!”“쉿, 조용히 해. 재혁 씨, 나라고!”차설아는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거두더니 팔굽에 맞은 곳을 매만졌다.“장난 좀 쳐봤는데, 재혁 씨 순발력이 대단하네.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어.”“아가씨인 줄 모르고 실수했어요. 죄송해요!”하늘색 셔츠를 입은 장재혁은 안절부절못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무릎을 꿇으려 했다.“나한테는 안 그래도 된다고 했잖아. 난 오빠랑 다른 거 알면서 왜 그래!”차설아는 굳게 닫힌 차성철의 방문을 힐끔 쳐다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는 자?”“네, 금방 잠 들었어요.”“재혁 씨, 나랑 야식 먹으러 가자.”“아가씨, 제가 어찌 감히 아가씨와 함께...”“난 오빠랑 다르다니까 그러네? 가자!”장재혁은 차설아한테 끌려가다시피 걷다가 집 근처에 있는 치킨집으로 들어갔다.“사장님, 후라이드치킨이랑 양념치킨 1인분씩 주세요. 아, 맥주는 두 병 주시고요.”차설아는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했고 치킨집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네, 얼른 튀겨드릴게요.”이곳은 해안시에서 가장 번화하고 복잡한 곳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곧 12시가 되는 시간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잔을 부딪치는 소리로 들끓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단정한 차림을 한 장재혁은 쭈뼛거리다가 차설아와 맥주를 마시고 치킨을 먹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아가씨, 솔직히 말해서 치킨을 먹고 싶은 걸 오랫동안 참아왔어요. 지금까지 성심 전당포 지배인으로서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아가씨 덕분에 치킨을 먹네요.”“재혁 씨, 치킨 좀 먹는다고 해서 살 안 찌니까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오빠가 뭐라 하면 내가 대신 욕해줄게!”“아가씨는 참 좋은 분이세요. 보스랑 쌍둥이인데 성격은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보스는 혼자서 너무 많은 걸 짊어져서 안쓰러워요.”장재혁은 고통스러운 지난날들이 떠올랐는지 술을 연거푸 마셨다. 차설아는 장재혁이 천천히 취해가는 모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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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성심 전당포가 잘 된 건 전부 보스 덕분이거든요. 상품 하나 때문에 원수의 차 뒤에 매달려 몇십 미터나 끌리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어요. 저는 잡일이나 했지만 보스는 성심 전당포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이에요.”“맞아. 우리 오빠는 야망이 넘치는 사람이지만 난 먹고 놀기밖에 안 하는 쓰레기지.”“그런 말씀 마세요. 아가씨는 보스랑 다르게 아주 귀하게 자란 분이시잖아요. 아가씨는 어릴 적부터 아무 걱정 없이 지냈겠지만 보스의 양부모님이 욕하고 때리면서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어요. 유일하게 잘해주는 사람이 여동생이었는데 그분마저...”장재혁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더니 말을 아꼈다.“보스가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고 해서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요. 그렇게 안 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나도 오빠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지. 운명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오빠랑 다시 만나게 되었고 나는 오빠의 동생으로서 그저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재혁 씨도 보다시피 오빠는 원한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성도윤을 찾아가 싸우려고 하잖아. 난 이러다가 오빠가 어떻게 될까 봐 너무 무서워.”차설아는 울적한 표정을 지은 채 술을 한 모금 마셨다.“이번에는 성도윤이 오빠를 놓아주었지만 다음에도 순순히 넘어간다는 보장은 없어. 그래서 두 사람이 원한을 풀고 적이 아닌 친구가 되게끔 이어줄까 해서 그래.”“지금 장난해요?”장재혁은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보스랑 성도윤 그놈은 원한이 깊어서 당장 죽이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요. 그런데 원한을 풀고 친구가 되라고요? 이 세상에 두 사람만 남는다 해도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예요.”“나는 오빠랑 성도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오빠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지 모르겠어. 상업 경쟁뿐만 아니라 내가 모르는 일이 있는 거지? 그렇지?”차설아는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촌 출신인 장재혁과 차성철이 지금까지 함께 하면서 분명 차설아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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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장재혁은 머뭇거리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씨한테만 알려줄게요. 이 세상에서 보스를 관심해 주고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는 사람은 아가씨밖에 없으니까요. 보스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다면 저를 죽인다 해도 기쁠 거예요.”장재혁이 맥주를 들이키고는 차성철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아가씨도 아시다시피 보스는 어릴 적에 버림받았고 떠돌다가 어촌의 가난한 부부가 입양했어요. 그 부부는 아들 하나, 딸 하나 있었기에 보스를 입양할 조건이 안 되었어요. 어쩔 수 없이 아들로 삼고 키웠지만 보스를 때리고 욕하면서 분풀이하더니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힘쓰는 일만 시켰어요.”장재혁도 어촌 출신이라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독자라 먹고 살기에는 충분했다.“보스는 어릴 적부터 재벌 2세처럼 고귀한 외모로 마을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았어요. 저도 보스랑 놀려고 찾아갔는데 함께 놀다 보니 형제처럼 지냈고 보스를 위해 집에 있는 반찬을 몰래 가져가서 주었어요.”“재혁 씨는 우리 오빠의 불행한 동년에 비친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을 거야. 어쩐지 두 사람 사이가 각별하다 했어. 정말 고마워...”차설아는 장재혁이 차성철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생각했다.“제가 아니라 송지아 씨가 보스한테는 빛 같은 존재였을 거예요. 하지만 구원의 빛이라고 여겼던 그분은 결국 보스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어요.”장재혁은 송지아의 이름을 말하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송지아?”차설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성철이 어촌에서 있었던 일들과 병적으로 집착하던 양아버지, 욕만 해대던 양어머니 그리고 매일 피가 터질 때까지 때리던 형을 얘기한 적은 있었지만 송지아에 관한 말은 한 적이 없었다.“송지아 씨는 보스 양부모님의 딸이자 그 시절 유일하게 보스를 가족처럼 여긴 분이에요.”장재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송지아 씨는 아담하고 예쁘게 생겨서 웃을 때마다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보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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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송지아 씨가 아주 착하고 티 없이 맑은 사람이라 보스는 살아갈 힘이 생겼어요. 어촌을 나갈 수 있었지만 송지아 씨를 위해서 자신의 재능을 감춘 채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며 연명했어요.”“나중에는 어떻게 되었기에 오빠가 송지아 씨에 관한 말을 안 하는 거야?”장재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그... 보스의 형이 송지아 씨를 때려서 화가 난 보스가 형한테 반격했고 송지아 씨를 데리고 어촌을 빠져나왔어요. 저도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는 성격은 아니라 보스를 따라갔고 우리 세 사람은 아무런 돈도 권력도 없는 채로 길바닥에서 노숙해야 할 신세였어요. 그래서 영흥 부둣가의 잡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성심 전당포를 창립했죠.”“오빠도 대단하지만 송지아 씨와 재혁 씨도 정말 멋져.”세 나라가 교합하는 무법 지대에서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버텨왔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갖은 고난을 이겨낸 뒤의 성취감은 오로지 세 사람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제일 멋진 분은 보스예요. 잘생겼고 분위기 또한 남달라서 가진 것이 없는 와중에도 보스가 나서면 상황이 달라지거든요. 여고객들은 보스의 미모에 빠져서 가게에 들를 때마다 구매했고 그 덕분에 성심 전당포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어요. 보스는 ‘새벽에 나타나는 킬러’라고 불렸는데 아주 유명했거든요.”장재혁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말했다.“송지아 씨는 공주처럼 험악한 것과는 일체 단절된 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나쁜 놈은 단순한 송지아 씨를 타깃으로 삼았죠.”“나쁜 놈이 누군데?”차설아는 육감적으로 누구인지 알 것 같았지만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물었다.“아가씨는 똑똑하시니까 누구인지 아실 거예요.”장재혁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성심 전당포의 규모가 커지면서 성씨 가문의 산업과 충돌이 생긴 부분이 있었는데 마침 성도윤이 가문의 산업을 이어받은 직후였어요. 성도윤은 실적을 내기 위해 성심 전당포를 타깃으로 삼고 무너뜨리려고 작정했고요. 그때부터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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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장재혁은 콧방귀를 뀌더니 입을 열었다.“흥! 그걸 이제야 아신 거예요? 그놈은 겉과 속이 달라서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방법 수단을 가리지 않고 순진한 여인을 속이기까지 하는 파렴치한 놈이에요! 지금 자선사업이니 뭐니 하면서 이미지 관리해 봤자 그 사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요.”장재혁은 성도윤과 송지아를 증오하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남아있었다. 장재혁은 성도윤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기에 비열한 인간이 달라 보이는 순간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구원의 빛이 오빠를 찌르는 칼이 되어 돌아온 거네. 송지아 씨의 배신은 오빠한테 큰 상처가 되었으니 성도윤을 그렇게 미워하는 거구나.”차설아는 장재혁이 알려준 이야기를 듣고는 차성철이 왜 차갑고 극단적인 사람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신념이 깨진 순간, 차성철은 괴물이 되었고 이 모든 것이 송지아와 성도윤과 연관되어 있었다. 차설아는 만약 자신이 금이야 옥이야 하며 보살펴준 사람이 자신의 목을 무는 독뱀으로 변한다면 차성철보다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라고 생각했다.“송지아 씨가 오빠 마음의 응어리로 남았다면 그 사람을 찾아 원한을 풀면 오빠도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럼 성도윤과의 싸움도 끝내지 않을까?”“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장재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저라고 그런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라고요. 하지만 아무도 송지아 씨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보스를 따라 바다에 뛰어들었다는지, 성도윤이 죽였다는지, 비밀리에 팔려 가서 기형적인 공연을 한다는지... 여러 사람을 통해 알아보았지만 떠도는 소문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어요.”“괜찮아, 나한테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차설아는 차성철이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기에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오늘 밤은 어쩐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한편, 배경윤을 부축하며 바에서 나온 사도현은 힘에 부쳐 숨을 고르고 있었다.“이거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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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화난 것이 있으면 날 때리고 욕해도 좋으니까 위험하게 길에서 뛰어다니지 마!”사도현은 여인이 인행도로를 향해 달려가 건너려고 하자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이때 길 맞은편에서 순찰하던 순경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순경님, 저 변태가 저를 만지려고 했어요!”배경윤은 재빨리 순경 곁으로 걸어가 달려오는 사도현을 가리키며 말했다.“배경윤, 장난치지 말고 빨리 와!”사도현은 화가 솟구쳐 올랐고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내밀었다.“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그만하고 이리 오라니까?”“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죠?”순경이 배경윤 앞을 막아서며 목청을 높였다.“순경님, 개인적인 일이라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비켜주세요.”사도현은 화를 억누르며 천천히 말했다.“개인적인 일이라고요?”순경은 덜덜 떨고 있는 배경윤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제가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대답해 주세요. 두 분 아는 사이예요?”“아니요, 처음 본 사람인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저를 납치하려고 했어요! 순경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잡혀갔을 거예요.”배경윤이 울먹이며 말했다.“이분은 그쪽을 모른다고 하는데요? 저와 함께 경찰서로 가시죠.”순경이 사도현의 손목을 붙잡으려고 하자 사도현의 낯빛이 삽시에 어두워졌고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왜 이렇게 유치해? 말로 하면 될 문제를 왜 크게 만드냐고!”“순경님, 저를 협박하는 저놈을 얼른 붙잡으세요!”배경윤은 사도현을 괴롭히려고 마음먹었기에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순경은 사도현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수갑을 채운 뒤 경고했다.“일이 더 커지기 전에 조용히 따라오세요.”“순경님, 경윤이가 취해서 막말하는 거예요. 저랑 만나는 사이인데 모순이 생겨서 술을 마시다가 혼자 위험하게 달리는 바람에 제가 걱정되어서 따라온 거고요.”사도현은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커플이라고요? 여자 친구라고 하기에는 그쪽을 많이 무서워하던걸요.”“제 말을 믿어주세요! 질투 나는 상대가 있다면서 저를 괴롭히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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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사도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당연히 증명할 수 있죠!”“어떻게 할 건데요?”순경은 혹시나 오해일까 봐 사도현한테 증명할 기회를 주었다.“저의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안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세요. 그러면 숨겨진 갤러리가 나오는데 보면 아실 거예요.”사도현은 누명을 벗기 위해 알려주었다.“숨겨진 갤러리?”순경뿐만 아니라 배경윤도 궁금했기에 사도현의 휴대폰을 꺼내 안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고는 물었다.“숨겨진 갤러리 이름이 뭔데?”“그... ‘하루의 끝에 맛보는 디저트’라는 갤러리가 있는데, 넌 보지 말고 순경님한테 보여드려!”사도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말했다. 배경윤은 사도현의 말대로 ‘하루의 끝에 맛보는 디저트’를 찾아 클릭했고 사진을 보자마자 얼굴이 붉어지면서 정신이 들었다.“이 사진들 다 뭐야?”배경윤은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제가 확인해 볼게요.”궁금해진 순경이 배경윤한테서 휴대폰을 건네받고는 갤러리 속 사진들을 보더니 입이 귀에 걸렸다.“잘생겨서 여인의 속을 태운 줄 알았는데 한 여인만 바라보는 순애보였군요. 이런 남자 찾기 쉽지 않거든요. 특급 칭찬이라도 해줘야겠는데요?”사도현은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순경님, 감사하지만 저를 먼저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오해해서 죄송해요. 수갑을 풀어드릴게요.”순경은 사도현 팔목에 걸친 수갑을 풀더니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여인은 수학보다 더 어려운 존재라 인내심이 필요해요.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아껴주며 애정 표현을 많이 해주세요.”순경은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배경윤을 향해 말했다.“저도 같은 남자라서 아는데, 아가씨는 좋은 남자 친구를 만났네요. 아가씨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배경윤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사도현은 팔목을 매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살면서 창피한 일이 종종 있었지만 오늘보다 더 창피한 적은 없었던 것이다.“그럼 두 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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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이제야 정신이 좀 들어?”사도현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더니 헛기침하며 물었다.“그런 것 같아.”배경윤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늦었으니 집까지 바래다줄게.”“고... 고마워!”배경윤은 평소에 다르게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배경윤은 사도현이 여태껏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고 품에 안고 싶은 생각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휴대폰 속 사진을 본 뒤, 사도현이 배경윤에 대한 욕망을 깨닫게 되었다. 배경윤을 향한 사랑이 묻어나는 ‘하루의 끝에 맛보는 디저트’를 보고 난 후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사도현이 택시를 불렀고 두 사람은 배씨 저택으로 향했다. 배경윤은 스스로 마련한 집이 따로 있었지만 대부분 시간을 배씨 저택에서 보냈다.배성준은 딸을 연거푸 다섯 명이나 낳은 뒤에 쌍둥이를 갖게 되어서 얼마나 예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성인이 된 쌍둥이 오빠 배경수는 여행을 가면 몇 년 후에야 돌아왔기에 배성준 부부는 함께 지내는 배경윤이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전화를 몇십 통씩 쳐댔다.오늘 밤도 전화가 몇백 통 들어왔기에 배경윤은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뒷좌석에 앉은 배경윤은 사도현의 어깨에 기댔다.“속 괜찮아?”사도현은 빨갛게 달아오른 배경윤의 볼을 만지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괜찮아. 좀 덥기도 하고 머리가 어지러워.”배경윤은 사도현 곁에 더 가까이 붙었고 몸에 달라붙는 하얀 티 아래로 완벽한 몸매가 드러났다.“그러게 왜 그 술을 다 마셨어?”사도현은 투덜거리면서 배경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졸리면 좀 자.”“고마워.”배경윤은 미소를 지으며 사도현의 팔을 감싸안았다. 가까이 붙어서인지 사도현은 자신의 몸에 닿은 배경윤이 신경 쓰였고 힐끔 쳐다보았다.사도현은 갈증이 나서 마른침을 삼켰고 안절부절못했다.“평소에는 털털하다가 갑자기 얌전하게 있으니까 이상하네.”배경윤은 눈을 감고는 사도현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몰래 찍지 말고 예쁘게 잘 찍어줘.”사도현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일부러 목청을 높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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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어...”사도현은 아까까지만 해도 수줍어하던 여자가 갑자기 이렇게 열정적일 줄 몰랐다.사지가 즉시 굳어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배경윤은 남자의 목을 껴안고 자신의 취기를 빌려 눈을 질끈 감은 채 열정적이면서도 서툰 모습으로 애정을 표현했다.예전에는 사도현의 마음을 잘 몰랐는데, 오늘 사진들을 보니 그녀는 드디어 확신이 생겼다.“인정해, 날 좋아한다고, 나한테 감정이 있다고, 왜 시치미를 떼는 건데!” 그녀는 손바닥으로 남자의 뒤통수를 감싸 쥐며 패기 넘치게 말했다. “얼른 대답해!”사도현이 비록 많은 여자를 만나왔고, 품에 안긴 여인도 수없이 많았지만, 배경윤처럼 이렇게 용감하고 진실한 여자는 처음이었다.그는 정말이지,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딱따구리야? 키스하는 법을 어디서 배운 거야, 형편없어.”사도현은 이렇게 말하며 몸을 살짝 숙이고, 두 손으로 여자의 앙증맞은 얼굴을 움켜쥐고는 긴 속눈썹을 가늘게 떨며 말했다.“잘 봐, 이것이야말로 키스야.”사도현이라는 고수의 리드로 배경윤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녀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키스는 단지 이빨과 이빨이 닿는 것이 아닌 입술과 입술이 닿는 것이고, 이는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마치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두 사람이 애틋한 키스를 나누는데 “콜록콜록” 하는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누가 한밤중에 기침하는 거야? 키스하는 거 안 보여?”배경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섭섭한 듯 사도현을 놓아주고 나무 그늘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향해 다가갔다.그녀는 누구인지 확인을 하자마자 눈이 번쩍 떠져서 달려갔다.“이 양심도 없는 놈, 드디어 돌아왔구나!”그녀는 눈을 붉히며 남자를 덥석 껴안고 남자의 넓은 등을 미친 듯이 두들겼다.“왜 돌아왔어? 그냥 확 죽어버릴 거지. 내가 보고 싶어 할 줄 몰랐어? 내가 걱정할 생각 안 해 봤어? 양심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날 생각할 겨를도 있었어? 난 왜 모르겠지? 아까까지만 해도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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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공공장소에서 마주치면 반드시 시비가 붙어서 말싸움을 하는 그런 사이였다.배경수는 캐주얼한 차림으로 피부가 까맣게 그을린 채 브라운 컬러의 와이드 데님 모자를 착용해 마치 자유로운 바람처럼 느껴져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를 뿜어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도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심각한 표정으로 배경윤을 바라보았다. “이 계집애야, 너는 안과에 가봐야 해, 어떻게 안목이 이토록 나빠? 이놈은 해안에서 소문난 바람둥이야, 농락한 여자가 부지기수라고. 비록 네가 시집갈 수는 없어도 배고프다고 아무 남자나 만나는 건 아니지 않아?”“무슨 소리야!”배경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화가 나서 반박했다.“바람둥이는 단지 그의 표면일 뿐이고, 실제로는 완전 순애보라고. 전에는 우리가 차설아 때문에 편견을 갖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마.”“쯧쯧, 역시 여자는 크면 종잡을 수 없어, 너희 둘 얼마나 됐다고 너는 벌써 남의 편을 들어주는 거야. 좀 있으면 둘이서 도망이라도 가겠네.”“어이구, 넌 몰라, 나랑 도현이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어쨌든 이 사람 난처하게 해서는 안 돼!”배경윤은 교활한 오라버니가 자신의 낭군을 다치게 할까 봐 사도현 앞을 가로막았다.“진정한 사랑?”배경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의 시선은 배경윤의 머리 꼭대기를 넘어 사도현을 향했다.“처음부터 끝까지 이 계집애가 앞에 나서는데, 사내대장부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사도현은 고개를 돌렸다.“난 할 말 없어. 네 말대로, 나는 해안의 유명한 바람둥이야. 나랑 진정한 사랑을 한다니, 재밌네.”“뭐라고?”배경수의 눈빛은 위험천만한 신호를 보냈다.그는 항상 배경윤을 괴롭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여동생을 매우 아끼고, 동생이조금이라도 억울함을 당하게 한 적이 없다. 누가 감히 배경윤을 괴롭히면 그의 손에 죽을 것이다.배경윤의 연애에 대해서는 더욱 철통같았다. 어떤 남자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그녀더러 20년 넘게 모태솔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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