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491 - 챕터 500

1660 챕터

제491화

오승준은 회의 중 몰래 찍은 강서연의 사진을 강명원에게 보냈다.선명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강명원은 사진 속의 사람이 강서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지금의 강서연은 못난 오리가 백조로 거듭난 것처럼 고귀하고 예쁜 모습으로 자랐다.강명원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고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꺼버렸다.“형님 딸 맞죠?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봐서요.”“맞아요.”강명원은 말투가 덤덤했다.“왜 물어보는 거예요?”“별일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흥.”강명원은 이 궁금함 안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고 있다.“서연이는 이미 시집갔어요.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어요.”“네?”오승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시집을 갔다고요? 어느 집안에 시집갔어요?”강명원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범죄자예요!”오승준은 그 말을 듣고 더욱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전화가 끊어질 때까지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승준은 몇 년 동안 강명원과 왕래하는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강명원이 술에 취해 하소연했던 적이 기억난다. 어르신들끼리 혼약을 맺었는데 지금은 그 집안이 산산이 흩어져 버렸고 분발하지 않은 아들 하나만 남아 싸움질을 하다가 걸핏하면 감옥에 들어가곤 한다...오승준은 갑자기 마음속으로 기뻐했다.그는 진작부터 강명원이 이 혼외자식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싫어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자기 딸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걸 보고만 있다니!그렇다면 그 여자는 틀림없이 범죄자 남편 곁에서 탈출하기 위해 오성으로 도망쳐온 것이다.자신의 우월한 조건과 재능으로 어진 엔터테인먼트에 채용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강서연은 배경이 없고 심지어 친정집조차도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오승준이 강서연을 어떻게 해도 그녀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어쩌면 돈 때문에 굴욕을 참고 그를 따라갈지도 모른다.오승준은 강서연에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고 주름이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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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오승준은 갑자기 등 뒤가 으스스한 것을 느꼈다.뒤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었고 녹화 현장에는 질서가 정연했다.오승준은 심호흡을 하고 방금 최연준의 눈빛에 놀랐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멀리 있는 방에서는...“이 쓰레기야?”육경섭은 다리를 꼬고 양가죽 소파에 기대앉아 있다. 손에는 위스키를 반쯤 마신 술잔을 들고 있었고 입가에는 경멸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최연준이 물었다.“이 사람 아세요?”“오승준이죠?”육경섭이 웃으며 말했다.“전에 강주에 있을 때 아는 형제에게서 들은 적이 있어요.”최연준이 궁금해서 물었다.“어떤 사람이에요?”“그런 영화를 찍는 사람이 무슨 좋은 사람이겠어요!”육경섭은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말했다.“이 사람이 종종 감독의 신분으로 여대생들을 속였다고 들었어요. 많은 예술 학원 학생들이 오승준의 말에 넘어가서 돈도 뜯기고 노출도 당했대요. 그 일을 당한 여학생들은 사회의 여론에 못 이겨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고 흐지부지됐대요.”“뭐라고요?”배경원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이렇게 역겨운 사람이 있다니! 경섭 형님은 왜 그런 사람을 그냥 놔뒀어요?”육경섭은 가볍게 웃으며 위스키를 가득 채웠다.“그 사람 영화 제작비 누가 대줬는지 알아요?”배경원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육경섭은 최연준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강명원이에요!”최연준은 눈빛이 어두워지고 순간 컵을 쥐고 있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육경섭이 이 사람 이름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최연준은 거의 그 존재를 잊어버렸을 것이다.“설마... 강명원이 서연이에게 또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최연준은 경각심을 가지고 말했다.“강명원이 오승준을 보낸 것일까?”“형은 걱정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유찬혁이 최연준을 보며 웃었다.“강명원이 최근에 경제적인 소송을 몇 개 치렀고 그 회사도 망해가서 곧 은행에 넘길 지경이라고 강주 쪽 로펌 사람들에게서 들었어요.”그제야 최연준의 긴장된 얼굴이 겨우 풀렸다.다른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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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강서연은 방금 샤워를 마치고 머리가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여서 향기를 머금고 욕실에서 나왔다.강서연이 남자를 향해 한 번 웃자 최연준의 세상은 순식간에 현란하고 다채로워졌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강서연은 사랑스럽게 최연준 옆에 다가가 두 팔을 그의 허리에 감쌌다.“내가 가서 야식을 만들어 줄게요!”“괜찮아. 지금 배고프지 않아.”최연준의 눈빛은 그윽했고 목소리는 낮고 매혹적이었다.홈웨어의 질감은 부드럽게 강서연의 몸에 밀착되어 있고 불빛 아래에서는 약간의 솜털 같은 질감도 있었다.최연준은 미동도 하지 않았는데 몸 안에 짐승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왜 그래요?”강서연이 물었다.최연준은 말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머리카락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자 욕실로 들어가 헤어드라이어를 꺼내 강서연을 편안하게 소파에 앉히고 자신은 뒤에 서서 머리카락을 말려줬다.최연준의 두 손은 평소에는 강인하고 힘이 세지만 그녀를 대할 때는 항상 부드러웠다.강서연은 따뜻한 바람에 약간 졸음이 몰려왔다.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고 헤어드라이어가 멈추자 최연준의 손이 어깨 위에 얹힌 것을 느꼈다.강서연은 웃으며 최연준의 손을 잡으러 갔고 서로 호흡이 맞게 깍지 손을 꼈다.최연준은 강서연을 끌어올려 품에 안았다.“졸려?”최연준은 총애한 눈빛으로 웃으며 그녀를 안고 침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동작은 부드럽게 큰 침대 위에 놓아 줬다.그다음엔 최연준은 그녀의 위로...강서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최연준을 꼬드겼다.그러나 막 입맞춤을 하려던 찰나 강서연이 무언가를 떠올려 급히 최연준을 밀어냈다.최연준이 반응도 하기 전에 품에 안고 있던 사람이 달아났다.“서연아... ”“보여줄 게 있어요!”강서연의 정신은 다른 데에 팔려있는 게 분명했다.최연준은 한숨을 내쉬며 주먹으로 침대를 한 번 치고는 강서연이 돌아올 때 간신히 미소를 지었다.“뭘 보여 준다고?”“이거예요!”강서연은 서류 한 장을 건네며 뿌듯하게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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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오승준이 이번에 또 이상한 장면을 찍어서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칠까 봐 조사해 봤어요!”강서연은 똘망똘망하게 최연준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우리가 이 영화에 투자한 돈이 얼만데요! 저런 사람 때문에 어진 엔터테인먼트의 이름에 먹칠하면 안 돼요! 그래서 뒷조사를 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뭔가를 찾을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역시나 정직하지 않고 상까지도 속아서 받은 거예요!”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유찬혁도 핸드폰으로 자료를 보내왔다.대충 훑어보니 강서연이 알아본 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상황이었다. 그 뒤에는 몇 가지가 더 있었는데 바로 그 젊은 감독들의 실명 제보가 통하지 않았던 이유가 적혀있다.당시 오승준은 이미 상을 받았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소란을 피우지 않으려고 너도나도 암암리에 이 뉴스를 덮어버렸다.양심이 있는 극소수의 언론만 이 사실을 폭로했다.하지만 그 매체들은 소형 기업들이라 힘이 없어서 더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사실 최연준에게 있어서 이 사람의 표절 여부는 부차적이다.주요하게는 강서연을 바라보는 눈빛이 최연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그는 속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답안이 나왔다.최연준은 고개를 돌려 여자를 보더니 손으로 끌어와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여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당신 참 대단해!”강서연은 먼저 멈칫하고는 바로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사업상의 성공은 그녀로 하여금 상당히 성취감을 느끼게 했다.그러나 최연준의 시시각각 쏟아지는 칭찬만이 그녀로 하여금 마음속 깊이 행복하게 만들었다.“당신 언제 이렇게 말을 잘하게 됐어요?”강서연은 두 손을 내밀어 최연준의 얼굴을 잡고 좌우를 보았다.남자는 변함없이 조각상같이 잘생겼고 미간에는 범상치 않은 포스가 풍겼다.이 입은 예전에 비해 많이 달아져서 매일 꿀을 바르고 말하는 것 같았다.“당신은 예전에 말수가 적었어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그래?”“맞아요. 당신은 온종일 뾰로통하게 있었고 신혼 첫날부터 아침밥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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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엄마.”최연준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화를 받고 이미 속으로는 김자옥을 만 번이나 원망하였다.친엄마가 그럴 수 있는가!“엄마, 무슨 일이에요?”“다 처리했어?”최연준은 어안이 벙벙했다.“무슨 소리하는 거예요?”“오승준 말이야!”김자옥은 기관총처럼 핸드폰 너머로부터 발사했다.“최연준, 너 정말 잘하는 짓이다! 이번에 투자한 영화의 액수가 그렇게 큰데, 비록 여러 쪽에서 합작해서 찍는다고 하더라도 감독부터 배우까지 모두 흑역사가 없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이 우리 업무잖아! 그 오승준이 뜬금없이 국제적인 상을 받았는데 너는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어? 조사도 안 해봤어?”“저...”최연준은 조사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김자옥이 또 말을 했다.“확인 안 할 줄 알았어!”“엄마!”최연준은 두통이 올라왔다.“어휴, 내가 너에게 명령하지 않으면 너는 일을 안 하지?”“...”“최연준, 어진 엔터테인먼트에도 너의 지분이 있어! 대주주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뭐 했어? 서연이보다도 못해!”“네?”“서연이는 오승준이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부터 배경 조사를 시켰어!”최연준은 심호흡을 하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미간을 마사지해 줬다.그런데 핸드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자옥아, 그만해! 너 영국에서 막 돌아왔는데 일단 좀 쉬어! 내가 보기에는 최 서방은 충분히 훌륭하니까 자꾸 꾸짖지 마!”최연준은 속으로 몹시 감동했다.역시 장모님은 자기 편이다!“어디가 훌륭하다고...”김자옥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역시 서연이가 똑똑해! 일에서도 한수 앞을 내다볼 줄 알고 내 맘에 쏙 들게 일한다니까! 어쨌든 아들은 딸만큼 다정하지 않아! 최연준! 내가 너를 남겨두면 무슨 소용이 있겠니?”“그러지 말고 남겨둬야지!”윤문희가 웃었다.“그래도 손자를 만들어 줄 수 있잖아!”어찌 결정적인 순간에 장모님까지 배신을 때리지?강서연은 계속 옆에 붙어서 듣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웃음이 절로 나왔다.자기 엄마가 이렇게 못되게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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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화장실과 녹화 현장의 거리가 꽤 멀었다. 강서연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이힐을 밟으며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런데 자꾸만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강서연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발걸음을 늦추었다. 그 시각 그녀는 텅 빈 복도에 서 있었는데 불빛도 어두웠고 공기마저 싸늘하게 느껴졌다.그녀가 고개를 홱 돌렸지만 어두운 복도가 쭉 길게 늘어진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강서연은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심호흡했다. 아무래도 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이곳은 방송국이라 들어오려면 여러 차례 검문을 거쳐야 하기에 나쁜 사람이 들어올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그녀는 잠깐 생각하다가 휴대 전화를 꺼내 최연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연준 씨, 나 메이크업 수정하러 화장실 가요.」별다른 말 없이 문자 한 줄과 현재 위치를 보내줬다.이건 그녀와 최연준만이 알 수 있는 대화다. 그녀는 최연준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달려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설령 못 오더라도 다른 사람을 보내 그녀를 지켜줄 것이다.강서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그녀가 괜한 의심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미리 대비하지 못해 진짜 사고가 나기보단 나았다.화장실로 들어간 그녀는 화장품 가방에서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꺼냈다. 수정을 마친 그녀는 거울을 비춰보았다. 원래도 예뻤던 작은 얼굴에 요염한 분위기가 더해졌다.강서연은 거울을 보며 씩 웃었다. 그런데 그때 세면대 옆에서 누군가가 그녀에게 점점 다가갔다. 그녀가 휴지를 뽑고 손을 닦은 다음 나가려는데 누군가 그녀의 팔을 확 잡았다.“으악!”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든 순간 오승준의 느끼한 얼굴과 딱 마주쳤다.“서연 씨.”오승준은 잇몸까지 드러내고 음흉하게 웃었다.강서연은 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주 녹화 때부터 계속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강서연은 불편하기만 했다.나중에 강서연이 오승준의 뒷조사를 하다가 비열하고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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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강서연이 싸늘하게 웃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까 최연준에게 현 위치를 보낸 게 너무도 다행이었다. 거의 도착할 시간도 다 되었으니 이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을 붙잡아두고 있기만 하면 되었다.“허, 오 감독님의 뜻은 잘 알겠어요.”강서연이 냉랭하게 말했다.“하지만 이런 더러운 짓을 하기 전에 잘 생각해야 해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간 나중에 뼈도 못 추리는 수가 있어요.”“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오승준이 간사하게 웃었다.“예쁘장하게 생겨서 입은 거치네? 하하... 자, 이리 와. 뼈를 못 추스르더라도 네 몸에서 죽고 싶어.”“저리 꺼져!”강서연은 오승준을 힘껏 밖으로 밀쳤지만 오승준은 마치 두꺼운 벽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승준은 점점 그녀에게 입술을 갖다 댔다. 강서연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만 맡아도 온몸이 감전된 것처럼 찌릿하고 흥분되었다.“서연 씨가 양아치 같은 놈과 결혼했다는 거 알아.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지? 하지만 괜찮아. 내가 만족시켜 줄게.”“꺼져!”오승준이 그녀에게 키스하려던 그때 강서연은 그의 가장 약한 부위를 걷어찼다.오승준은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몸을 움츠린 채 연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강서연의 힘이 약한 데다가 긴장한 탓에 그리 세게 걷어차진 못했다.정신을 차린 오승준은 흉악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덮치려 했다.강서연은 황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승준이 그녀를 거의 잡을 무렵 쿵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오승준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최연준은 강서연의 문자를 받자마자 바로 녹화 현장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에게 강서연을 지키라고 분부를 내렸다. 그리고 그는 하던 업무를 모두 내려놓고 녹화 현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강서연에게 아무 일도 없으면 다행이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일찌감치 그녀와 이런 약속을 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있지 않을 때면 언제든지 지켜줄 수 있도록 그에게 위치를 보내기로 했다.최연준은 눈 깜짝할 사이에 녹화 현장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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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최연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경호원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후 슬그머니 가까이 다가가 구경했다.아니나 다를까 강서연이 진짜로 하이힐을 벗고 오승준의 머리를 내리치고 있었다.가뜩이나 머리카락이 몇 가닥 없는 오승준은 머리를 맞고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렀다.강서연은 그제야 화가 좀 풀렸는지 다시 하이힐을 신고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서 있었다. 머리가 헝클어지긴 했지만 마치 여장부처럼 위풍당당했다.오승준은 얼굴이 퉁퉁 부은 채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실컷 두들겨 맞았는데도 입은 살아있었다.“이... 이 년들이, 내가 누군지 몰라?”“당신이 누구면 뭐? 누구든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내 작품이 국제상도 받았어...”“내 남편이 최연준이야!”강서연은 또박또박 한마디 내뱉고는 다시 그를 힘껏 걷어찼다.오승준은 넋이 나간 얼굴로 그녀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밖에 있던 최연준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실룩거렸고 어깨가 쓱 올라갔다.“됐어요, 강 비서님. 녹화가 곧 시작이에요. 저런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이랑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네.”강서연은 고마움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오승준이 그녀에게 몹쓸 짓을 하려 할 때 곽보미도 마침 화장실에 있었다.평소 곽보미와는 일로만 만난 터라 곽보미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능력도 있고 감각도 뛰어난 여자 감독이 이토록 카리스마가 넘칠 줄은 몰랐다.조금 전 오승준이 강서연을 잡으려고 할 때 곽보미가 뒤에서 기습한 바람에 오승준이 바닥에 넘어졌다. 하여 인간쓰레기만도 못한 오승준을 쥐어팰 기회가 생겼다.강서연과 곽보미의 호흡이 어찌나 척척 맞는지 오승준은 반격할 틈조차 없었다.“곽 감독님, 이 사람은 어떡하죠?”강서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어쨌거나 오승준은 심사위원이었으니 말이다.“신경 쓸 필요 없어요.”곽보미는 개의치 않아 하며 손을 저었다.“주최 측에서 물어보면 못 봤다고 해요. 어차피 한 사람 때문에 녹화를 중단하진 않을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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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곽 감독님, 녹화 곧 시작해요.”최연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감독님은 지각해서는 안 되죠.”곽보미는 여기서 방해하지 말라고 빙빙 돌려서 얘기하는 최연준의 뜻을 단번에 알아채고 냉큼 자리를 피했다.최연준은 웃으며 강서연의 손을 잡고 녹화 현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경호원은 오승준을 천천히 끌고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옆으로 지나갈 때 오승준은 퉁퉁 부어오른 두 눈을 힘겹게 떴다. 강서연과 최연준이 깍지를 끼고 알콩달콩 행복해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 오승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뼈도 못 추릴 거라는 얘기는 그나마 봐준 것이었다. 최연준의 성격이라면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도 남는다....녹화 현장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최연준은 가운데 자리에 앉지 않았다.“최 대표님, 이쪽으로 앉으세요...”사회자가 최연준을 가운데 자리로 안내했다.“괜찮아요.”최연준이 덤덤하게 말했다.“이 예능의 대본을 봤는데 남녀 주인공을 뽑는 거 맞죠? 남녀 주인공도 중요하지만 감독이 더 중요하죠. 감독님이 가운데 앉아야 무대 위의 배우들을 더 잘 살펴보고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가 누구인지 알 수 있죠. 안 그래요? 오 감독님?”최연준은 싸늘하게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오승준의 얼굴이 퉁퉁 부은 데다가 이까지 빠져 뭐라 중얼거리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사회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최연준이 직접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상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하여 사회자는 오승준을 가운데 자리로 안내했다.카메라가 마침 오승준의 얼굴 정면에 있었다. 전 세계가 시퍼렇게 멍들고 퉁퉁 부은 그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최연준은 여유롭게 펜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가끔 오승준을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내 손에 죽으려고!’육경섭의 열 가지 고문의 맛을 본 후에는 자신이 대체 누굴 건드렸는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녹화가 절반 정도 진행됐을 무렵 남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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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무대 위의 두 사회자도 웬만한 돌발 상황은 다 겪어본 베테랑들이었다.비록 지금 이 상황이 예상 밖이긴 했지만 그래도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웃으며 최연준이 건네는 편지를 받았다.그건 실명으로 고발한 편지였는데 고발인은 바로 방금 영상 속에 나왔던 몇몇 젊은 감독들이었다.남자 사회자는 차분한 말투로 고발 편지를 읽었다. 녹화 현장 전체가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화들짝 놀란 오승준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시퍼렇게 멍이 든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십여 초 후 침묵이 사라지고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오 감독이 상을 저렇게 받은 거였어?”“허,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아주 딱 맞았네. 오 감독의 실력이 아주 형편없는데 어떻게 저런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있었겠어?”“그러니까 말이야. 저런 사람이 어떻게 국제상을 받았나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다 표절한 거였구나!”“저런 사람이 감독이라니, 감독이라는 직업에 먹칠한 거나 다름없어.”“다시는 작품 활동 못 하게 금지령을 내려야 해.”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 시각 오승준은 수천 마리의 벌들이 귀에서 윙윙거리는 것 같았다. 당황한 나머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심장이 터져 나올 듯이 쿵쾅거렸고 호흡마저 가빠졌다.“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그는 여전히 발뺌하고 싶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욕설에 묻히고 말았다. 게다가 아까 호되게 두들겨 맞아 온몸의 뼈가 다 아팠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강서연은 옆에 앉아서 그를 싸늘하게 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젠장. 예전부터 파렴치한 인간인 줄은 알았는데 작품마저 다 표절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는 놈이야!”곽보미가 책상을 ‘탁’치며 성을 냈다.“저런 놈을 내가 촬영 기술이 좋다고 공개적으로 칭찬까지 했으니, 내가 정말 눈이 멀었네, 멀었어.”오승준은 지금 뭇사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에게 비난을 받다 못해 고개도 들 수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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