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501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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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유찬혁이 히죽 웃었다.“연준 형, 장인어른 걱정을 점점 더하는 것 같은데요?”유찬혁을 노려보는 최연준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유찬혁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최연준은 늘 말은 거칠게 해도 마음만은 따뜻했다.인제 보니 최연준과 윤정재가 비슷한 면이 조금 있는 것 같다. 가족은 서로 닮아간다는 게 바로 이런 건가 보다.“아 참, 형, 장인어른만 신경 써서는 안 돼요. 형네 전 장인어른 회사에 일이 터졌어요.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그의 말에 최연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뭔 소리야 저게?’유찬혁이 웃으며 말했다.“강명원이 형의 전 장인어른이잖아요.”그가 웃으며 고개를 든 순간 최연준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콜록콜록.”유찬혁은 황급히 설명했다.“강명원의 회사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요. 지금 부도 위기에 처한 것 같아요.”“그래?”최연준이 싸늘하게 웃었다.그가 강주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강명원의 회사는 나름 잘 나갔었다.‘그때 그 능구렁이 같은 강명원이 서연에게 주식도 주려고 했었잖아? 왜 고작 2년 사이에 부도 위기에 처한 거야?’“뭔가 다른 원인이 있겠지.”최연준의 눈빛은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본 듯 그윽했다.“가장 주요한 원인은 경영할 줄 모르기 때문이죠.”유찬혁이 덤덤하게 말했다.“항상 오만하고 시건방을 떨어서 회사 사람들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적이 많아지면 당연히 무너지게 되죠. 그런데 제가 장부를 봤는데...”최연준의 두 눈이 반짝였다.“뭔가 알아냈어?”“공적인 장부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강명원의 개인 계좌에 매달 엄청난 금액의 돈이 입금되고 있더라고요.”“어디서 입금된 건데?”“남양요.”‘남양?’최연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잠시 후, 그는 반신반의하며 유찬혁에게 물었다.“설마... 윤정재 회장님이 서연이 어머니에게 주는 돈이야?”유찬혁은 순간 멈칫했다. 최연준의 눈치가 이리도 빠를 줄은 생각지 못했다. 다행히 공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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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강명원은 지금 급전이 필요했다. 윤문희를 보살핀다는 명분이 있어야만 남양에서 입금할 것이다.강명원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까지 해온 이 행각이 위험한 건 사실이다.남양의 윤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가? 하나같이 용맹스럽고 사나운 가문이다. 그들은 그깟 돈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자신이 속았다는 건 절대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만약 강명원이 그들을 이십 년 넘게 속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결과가 어떨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대충 알 수 있었다.강명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집안에서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얼마 전에 감옥에 있는 오승준의 면회를 하러 갔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오승준은 마치 미라처럼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고 심지어 걸을 때도 교도관의 부축을 받아야만 걸을 수 있었다.그리고 정신 상태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실성한 것처럼 딴소리했고 앞니도 두 개나 빠져 있었다.그런 그의 모습이 역겨워 강명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오승준이 갑자기 얼버무리며 말했다.“형님... 서연이 이젠 예전의 서연이가 아니에요...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에요. 걔 뒤에... 어둠의 세력이 있고... 남양도 있고 최연준도 있어요.”강명원은 넋이 나간 얼굴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오승준은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었는데 그 웃음이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형님도 너무 잘난 척하지 마십시오. 허허... 형님네 사위 감옥에 다녀온 사람이 아니라 바로 최연준이에요. 최연준이 언젠가는 와서 복수할 테니까 기다려요...”교도관은 오승준을 다시 데려갔다.그 생각을 하던 강명원은 다른 꿍꿍이가 떠올랐다. 그에게 있어서 강서연이 최연준과 함께한 건 오히려 더 잘된 일이었다.‘최연준이 서연이를 엄청 신경 쓰나 본데? 서연이 약점만 내 손에 넣는다면 최연준도 어쩔 수 없이 나설 거야. 최연준의 말 한마디면 강진 그룹은 기사회생할 수 있어.’강명원은 잇몸까지 드러내고 교활하면서도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그나저나 어디 가서 약점을 찾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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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널 아끼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건 딱히 나쁠 거 없어.”그런데 임우정의 이 한마디가 최연준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밖에 서 있던 그는 질투심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강서연이 하도 빛나는 사람이어서 집에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다는 걸 최연준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연적이 여자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최연준은 어두운 얼굴로 아래층으로 성큼성큼 내려가 베란다에서 휴대 전화를 꺼냈다.비록 그도 곽보미의 성적 취향에 문제가 있다는 걸 믿지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나중에 진짜로 일이 터졌을 때 해결책이 없으면 더욱 골치가 아플 것이다.방한서의 휴대 전화가 한참 동안 울렸다. 그 시각 그는 한창 배경원과 함께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지난 몇 차례 교훈을 통하여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연준의 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멀리 피하면 피할수록 더 좋다는 걸 깨우치고 나서는 배경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얼마 놀지도 못했는데 최연준의 전화에 소스라치게 놀랐다.“너 어디야?”최연준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치자 방한서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도련님이 방해하지 말라면서요...’최연준은 휴대 전화를 들고 씩씩거렸다.‘방한서 이 자식 요즘 왜 이래?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오지 말아야 할 때는 나타나서 방해만 하더니, 필요할 때는 또 코빼기도 안 보이네?’그의 성난 목소리를 들은 배경원은 테이블에 엎드려 배꼽 잡고 웃었다.방한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나름 자연스러운 미소를 쥐어짰지만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도... 도련님, 무슨 일 있어요?”최연준은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응!”“하실 분부가 무엇입니까?”최연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곽보미에 대해서 좀 알아봐. 대체 정체가 뭔지 알아야겠어.”방한서는 또 어안이 벙벙했다.‘곽보미 씨가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나? 그냥 요즘 서연 씨와 가깝게 지낼 뿐이잖아.’방한서는 순간 뚱냥이가 왜 보내졌는지 알게 된 것 같았다.역시 사랑에 빠진 남자는 지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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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그때 학업이 긴장하여 그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학생들은 모두 있는 집 자식들이었다. 학생들은 이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힘든 학업을 이어가던 중에 어느 날 큰일이 터졌고 학생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는 화젯거리로 떠올랐다.그 일은 바로 남학생 탈의실의 유찬혁 옷장에 익명의 연애편지가 나타난 것이었다. 결국 졸업할 때까지 그 편지는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게 되었다.배경원이 다 지난 일을 꺼내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최연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아무튼 졸업 후에 곽보미는 영화 찍기 시작했어요.”배경원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하지만 지금까지도 찬혁이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요.”최연준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다시 말해 그때 그 연애편지는 곽보미가 쓴 것이었다.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진짜로 곽보미가 쓴 거라면 성적 취향에 문제가 없다는 건데... 하지만...’최연준은 잠깐 멈칫하다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찬혁이 학교 다닐 때 짝사랑하던 애가 있었잖아.”배경원이 히죽 웃었다.그때 그가 짝사랑하던 상대는 곽보미가 아니라 학교의 유명한 퀸카였다. 피부도 하얗고 얼굴도 예쁘장한 데다가 다리도 쭉 뻗어 바비 인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최연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리가 없었다.그는 심지어 퀸카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연준 형과는 참으로 말이 안 통해.’최연준의 의심을 지워주는 게 아니었더라면 절대 그와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형이 까먹었나 본데 곽보미가 학교 다닐 때는 정상이었어. 너무 빼어난 미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청순했었어. 그러니까... 전형적인 우등생, 엄친딸 이런 이미지였어.”“그런데 지금은 왜 저래?”최연준은 어이가 없었다.“아주 서연이 수호천사가 다 됐어.”이건 배경원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그들은 곽보미가 아직 유찬혁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 혼자 몰래 짝사랑하다가 유찬혁이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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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강서연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를 툭 쳤다.“경원이랑 통화했어.”최연준은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걔 요즘 수정 씨랑 잘 지내는 것 같더라고. 두 사람 맨날 인터넷에서 핫한 가게를 찾아다녀. 이번에 또 한 집 찾았다면서... 우리도 함께 가자고 하던데?”강서연이 두 눈을 깜빡였다.“수정 씨에 대한 마음이 진짜 진심이에요? 설마 그저 한때일 뿐이다가 새로움이 사라지면 버리는 거 아니겠죠?”최연준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경원이 평소에는 건성 건성하고 진지하지 않을 때도 많지만... 이 세상에서 극히 드문 좋은 남자라는 건 내가 확신해.”“경원 씨에 대한 평가가 아주 높네요?”강서연의 두 눈이 반짝였다.“설마 당신 친구들도 다 좋은 남자니까 당신은 더 좋은 남자라고 얘기하려던 거 아니죠?”“아무튼 주위 환경이 중요하잖아.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지도 중요하고.”최연준이 진지하게 말했다.“난 절대 그런 걸로 거짓말 안 해. 내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다 괜찮은 사람이야.”“알았어요. 그럼 내가 땡잡은 거네요?”“땡잡은 건 나지.”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눈빛에 사랑이 어찌나 가득한지 꽁꽁 얼어붙은 얼음마저 녹여버릴 것만 같았다.그는 강서연의 귓가에 대고 또박또박 말했다.“내 아내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야.”강서연은 쑥스러운 나머지 고개를 숙이고 히죽 웃었다.최연준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하는 얘기도 듣기 좋았다. 게다가 최근 자주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곤 했다.이건 그녀의 마음을 녹여버리겠다는 건가?지난주 친정에 갔을 때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윤문희는 그녀에게 예뻐졌다고 했다.그녀의 칭찬에 강서연은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윤문희의 미의 기준이 얼마나 높은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역시 여자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화장품은 사랑이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진심으로 행복하고 독특한 매력을 뽐내면서 생기가 가득해진다.“왜 그렇게 웃어?”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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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구현수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담배꽁초를 바닥에 휙 던지자 양털 카펫에 순식간에 시커먼 구멍이 뚫렸다.양연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망해가는 이 집안에서 양털 카펫은 얼마 남지 않은 비싼 물건이었다.“구현수 이 나쁜 새X!”양연이 주먹을 불끈 쥐고 그에게 달려들려 하자 강명원이 말렸다.“날 왜 막아요?”“이리 와.”강명원이 두 눈을 부릅떴다. 지금까지 양연은 계속 강명원에게 잡혀 살았고 강명원이 두 눈만 부릅뜨면 양연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물러섰다.강명원은 힘들게 바닥에서 일어났고 허리가 죽을 것처럼 아팠다.“구현수.”강명원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네 말이 맞아. 우린 대대로 친분을 이어왔으니 널 보살피는 건 당연한 거야.”구현수는 그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여기서 공짜로 먹고살아도 돼.”강명원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해야 해.”“허!”구현수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그의 목을 덥석 조였다. 화들짝 놀란 강명원은 미처 손쓸 새가 없었고 하마터면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너... 이거 놔...”“빌어먹을 영감탱이 같으니라고.”구현수는 이를 꽉 깨물었다.“이런 낡아빠진 집에 내가 사는 건 당신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야.”강명원의 두 눈에 핏발이 섰고 얼굴도 검붉게 변했으며 죽음의 공포가 점점 덮쳐오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이 하얘지고 정신을 거의 잃으려던 그때 구현수가 갑자기 손을 놓았다.강명원은 쿵 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옆에 있던 양연은 사색이 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오늘 너무 피곤해요.”구현수는 손을 툭툭 털며 차갑게 웃었다.“어머님, 가서 밥 좀 해주시겠어요? 너무 풍성할 필요는 없어요. 닭고기와 생선 요리만 있으면 돼요.”“구현수 너...”강명원은 심하게 기침하다가 구현수가 나가기 전에 소리를 질렀다.“강서연과 결혼하기 싫어?”구현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뚫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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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양연의 울부짖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구현수는 손을 툭툭 털고 강명원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 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집에서 밥을 주지 않으니, 밖에 나가서 먹어야지.구현수가 나간 후 양연은 한참 동안 바닥에 멍하니 앉아있었고 두 눈에 절망이 가득했다.강명원은 앓는 소리를 내며 겨우 일어나 절뚝거리면서 서재로 들어갔다. 그는 주머니를 만져보았다. 다행히 구현수는 돈만 밝혔고 휴대 전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지갑 안에 사실 돈이 얼마 없었고 휴대 전화 안에 저장된 것이야말로 최후의 적금이나 다름없었다.그 시각, 양연은 거실에서 처량하게 울었다.강명원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는 누군가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통화연결음이 한참이나 울렸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가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 누군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회장님?”“허, 회장님이라고 부르지도 마.”강명원은 그의 말투에 담긴 조롱을 단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따져 물을 시간이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얘기했다.“지석아, 언제 구현수를 데려갈 거야?”“그게... 아직 도련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어요.”“최지한이 이 일을 진작 잊은 건 아니겠지?”“조급해하지 마세요, 회장님.”인지석은 그를 비꼬았다.“아무튼 회장님의 딸이 지금 도련님의 곁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너...”강명원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인지석, 저 재수탱이를 당장 데려가. 계속 이대로 뒀다간 내가 버티지 못해!”인지석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짧디짧은 침묵이었지만 강명원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심지어 인지석의 숨소리에서 냉기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회장님, 회장님은 그저 강진 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울 자금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인지석이 천천히 말했다.“회장님의 딸 강서연 말고는 회장님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그렇긴 하지만...”“하지만 우리가 다 함께 힘을 합쳐야죠.”인지석이 싸늘하게 웃었다.“며칠만 더 버티세요. 얼마 후에 구현수에게 강주로 돌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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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강서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사실 남자 셋이 술집 룸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건 딱히 이상할 게 없었다.“우정 언니, 정확히... 들은 거 맞아요?”강서연은 그녀의 성격이 급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첫사랑이 연준 씨 첫사랑인 건 어떻게 확신해요?”“내가 직접 들었어.”“하지만 술집이 복잡하잖아요. 잘못 들은 거 아니에요?”“그럼... 내가 들은 걸 곧이곧대로 얘기해줄게.”임우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때의 실제 상황은 이러했다.그날 남자 몇이 룸으로 들어가 로열 살루트를 마시던 그때 배경원이 큰소리로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찬혁의 첫사랑이 돌아왔대요. 다들 알고 있어요?”하지만 임우정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첫사랑이 돌아왔대요. 다들 알고 있어요?”“왜 하필 이때 돌아왔대요? 그래서 연준 형이랑 상의해 보려고요. 찬혁이와 곽보미를 어떻게 붙여놓으면 놓을지.”방안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렸다.“왜 하필 이때 돌아왔대요? 연준 형이랑... 붙여...”“이 일 그 누구에게도 얘기해서는 안 돼요. 알겠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잘 계획해 봐요.”이 말 또한 임우정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누구에게도 얘기해서는 안 돼요... 앞으로 잘 계획해봐요...”임우정은 제대로 듣지도 못한 얘기를 강서연에게 전부 얘기했다.강서연은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이 움찔했다. 어머니의 말씀이 갑자기 귓가에 맴돌았다.“최 서방 잘 잡고 있어야 해. 나중에 갑자기 첫사랑이라도 나타나면 어떡해?”‘설마 진짜 첫사랑이 돌아온 거야?’강서연은 또 문득 강주에 있을 때가 떠올랐다. 윤찬이 16살이 됐다는 소리를 듣고 최연준은 우쭐했었다.“내가 16살일 때는...”그러더니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때 강서연은 그가 16살에 벌써 첫사랑을 만난 건 아닌지, 심지어 연애도 한 건 아닌지 의심했었다.그 의심이 현실이 되었단 말인가?“서연아, 서연아.”강서연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임우정은 조급해지지 시작했다.“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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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그날 최연준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강서연은 한창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최연준은 회사 일이 하도 바빠 점심도 대충 때우고 다시 중요한 업무를 처리했다. 그렇게 오후가 돼서야 모든 일이 끝났고 속이 빈 나머지 위가 째질 듯이 아팠다.예전에 그가 위병에 걸린 건 강서연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그대로 되었다.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자 최연준은 갑자기 허기가 졌다. 그는 바쁘게 움직이면서 요리를 하는 강서연을 보며 뿌듯하게 웃었다.이런 밥 냄새가 집안에 가득 퍼졌던 강주에서의 나날들이 너무도 그리웠다.최연준이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겉옷을 벗은 후 주방으로 가려던 그때 강서연이 생선찜을 들고나왔다.“왔어요?”강서연은 햇빛처럼 찬란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그런데 최연준은 되레 움찔했다. 남자의 쓸데없는 육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웃음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경실 아주머니에게 오늘 쉬라고 했어요.”강서연은 다른 요리들도 하나씩 내왔다. 국이며 반찬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까지 아주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두 눈에 웃음이 담겨 있었다.“오늘 저녁 요리는 전부 내가 했어요. 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이에요.”최연준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강서연은 밥과 국을 떠서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참마국이었는데 예전에는 아주 싫어했었지만 강서연을 만난 후로 참마를 좋아하게 되었다.그리고 새우 마늘찜과 생선찜도 만들었다. 색과 향, 그리고 맛이 모두 완벽하여 딱 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이런 행복한 나날이 정말로 오랜만인 것 같다.최연준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자연스럽게 밥그릇을 들고 쭉 내밀었다. 그녀가 생선 눈알을 집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강서연은 생선 눈알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줘야 한다고 했었다.하지만 강서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최연준이 고개를 든 순간 그녀의 웃을 듯 말 듯 하는 눈빛과 딱 마주쳤다.마음이 움찔한 최연준은 조용히 밥그릇을 내려놓았다.“얼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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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첫사랑?’그는 또다시 멍해졌다.‘가만히 있다가 이걸 왜 묻는 거지? 난 첫사랑도 없는데. 하지만 오늘 이 저녁은 뭔가 준비를 단단히 한 게 분명해...’최연준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절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질문을 할 그녀가 아니다. 누군가 그녀 앞에서 쓸데없는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었다.하여 지금 급선무는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티를 내서는 안 되고 자연스럽게 발을 빼야 했다. 최연준은 이런 시험 정도는 쉽게 견딜 수 있다는 걸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그다음 강서연에게 쓸데없는 얘기를 한 사람을 잡아내서 육경섭에게 맡길 생각이다. 그가 고문하든 뭘 하든 그건 육경섭의 일이다.“뭐 해요?”강서연은 작은 손을 흔들었다.“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요? 이젠 나와 말도 섞기 싫어요?”“그런 거 아니야.”최연준이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화들짝 놀란 강서연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그를 빤히 보았다. 최연준은 다급하게 그녀의 손을 잡고 충심을 표했다.“서연아, 이 질문은 생각할 필요도 없어.”“네?”“무조건 이수 씨 남자친구 잘못이야.”최연준이 또박또박 말했다.“이수 씨와 결혼까지 하기로 했으면 당연히 이수 씨에게 숨기는 게 있으면 안 되지.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게 믿음이야. 믿음이 있어야 평생 함께하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첫사랑을 마음에 품을 자격이나 있어? 와이프로도 부족하대? 왜 첫사랑과 연락하는 건데? 정말 너무했어. 이건 파렴치한 짓이야!”강서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당하고 진지한 그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졌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강서연은 그저 떠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연준 씨, 나...”“여보.”최연준이 계속하여 말했다.“그런 남자는 살아있을 자격도 없어.”그러더니 젓가락으로 생선 눈알을 집어 밥 위에 휙 던졌다.그 모습에 강서연은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가까스로 참았다. 어깨가 으쓱거렸고 마음도 따뜻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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