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사실 남자 셋이 술집 룸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건 딱히 이상할 게 없었다.“우정 언니, 정확히... 들은 거 맞아요?”강서연은 그녀의 성격이 급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첫사랑이 연준 씨 첫사랑인 건 어떻게 확신해요?”“내가 직접 들었어.”“하지만 술집이 복잡하잖아요. 잘못 들은 거 아니에요?”“그럼... 내가 들은 걸 곧이곧대로 얘기해줄게.”임우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때의 실제 상황은 이러했다.그날 남자 몇이 룸으로 들어가 로열 살루트를 마시던 그때 배경원이 큰소리로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찬혁의 첫사랑이 돌아왔대요. 다들 알고 있어요?”하지만 임우정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첫사랑이 돌아왔대요. 다들 알고 있어요?”“왜 하필 이때 돌아왔대요? 그래서 연준 형이랑 상의해 보려고요. 찬혁이와 곽보미를 어떻게 붙여놓으면 놓을지.”방안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렸다.“왜 하필 이때 돌아왔대요? 연준 형이랑... 붙여...”“이 일 그 누구에게도 얘기해서는 안 돼요. 알겠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잘 계획해 봐요.”이 말 또한 임우정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누구에게도 얘기해서는 안 돼요... 앞으로 잘 계획해봐요...”임우정은 제대로 듣지도 못한 얘기를 강서연에게 전부 얘기했다.강서연은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이 움찔했다. 어머니의 말씀이 갑자기 귓가에 맴돌았다.“최 서방 잘 잡고 있어야 해. 나중에 갑자기 첫사랑이라도 나타나면 어떡해?”‘설마 진짜 첫사랑이 돌아온 거야?’강서연은 또 문득 강주에 있을 때가 떠올랐다. 윤찬이 16살이 됐다는 소리를 듣고 최연준은 우쭐했었다.“내가 16살일 때는...”그러더니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때 강서연은 그가 16살에 벌써 첫사랑을 만난 건 아닌지, 심지어 연애도 한 건 아닌지 의심했었다.그 의심이 현실이 되었단 말인가?“서연아, 서연아.”강서연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임우정은 조급해지지 시작했다.“서
그날 최연준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강서연은 한창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최연준은 회사 일이 하도 바빠 점심도 대충 때우고 다시 중요한 업무를 처리했다. 그렇게 오후가 돼서야 모든 일이 끝났고 속이 빈 나머지 위가 째질 듯이 아팠다.예전에 그가 위병에 걸린 건 강서연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그대로 되었다.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자 최연준은 갑자기 허기가 졌다. 그는 바쁘게 움직이면서 요리를 하는 강서연을 보며 뿌듯하게 웃었다.이런 밥 냄새가 집안에 가득 퍼졌던 강주에서의 나날들이 너무도 그리웠다.최연준이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겉옷을 벗은 후 주방으로 가려던 그때 강서연이 생선찜을 들고나왔다.“왔어요?”강서연은 햇빛처럼 찬란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그런데 최연준은 되레 움찔했다. 남자의 쓸데없는 육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웃음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경실 아주머니에게 오늘 쉬라고 했어요.”강서연은 다른 요리들도 하나씩 내왔다. 국이며 반찬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까지 아주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두 눈에 웃음이 담겨 있었다.“오늘 저녁 요리는 전부 내가 했어요. 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이에요.”최연준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강서연은 밥과 국을 떠서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참마국이었는데 예전에는 아주 싫어했었지만 강서연을 만난 후로 참마를 좋아하게 되었다.그리고 새우 마늘찜과 생선찜도 만들었다. 색과 향, 그리고 맛이 모두 완벽하여 딱 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이런 행복한 나날이 정말로 오랜만인 것 같다.최연준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자연스럽게 밥그릇을 들고 쭉 내밀었다. 그녀가 생선 눈알을 집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강서연은 생선 눈알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줘야 한다고 했었다.하지만 강서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최연준이 고개를 든 순간 그녀의 웃을 듯 말 듯 하는 눈빛과 딱 마주쳤다.마음이 움찔한 최연준은 조용히 밥그릇을 내려놓았다.“얼른
‘첫사랑?’그는 또다시 멍해졌다.‘가만히 있다가 이걸 왜 묻는 거지? 난 첫사랑도 없는데. 하지만 오늘 이 저녁은 뭔가 준비를 단단히 한 게 분명해...’최연준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절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질문을 할 그녀가 아니다. 누군가 그녀 앞에서 쓸데없는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었다.하여 지금 급선무는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티를 내서는 안 되고 자연스럽게 발을 빼야 했다. 최연준은 이런 시험 정도는 쉽게 견딜 수 있다는 걸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그다음 강서연에게 쓸데없는 얘기를 한 사람을 잡아내서 육경섭에게 맡길 생각이다. 그가 고문하든 뭘 하든 그건 육경섭의 일이다.“뭐 해요?”강서연은 작은 손을 흔들었다.“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요? 이젠 나와 말도 섞기 싫어요?”“그런 거 아니야.”최연준이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화들짝 놀란 강서연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그를 빤히 보았다. 최연준은 다급하게 그녀의 손을 잡고 충심을 표했다.“서연아, 이 질문은 생각할 필요도 없어.”“네?”“무조건 이수 씨 남자친구 잘못이야.”최연준이 또박또박 말했다.“이수 씨와 결혼까지 하기로 했으면 당연히 이수 씨에게 숨기는 게 있으면 안 되지.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게 믿음이야. 믿음이 있어야 평생 함께하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첫사랑을 마음에 품을 자격이나 있어? 와이프로도 부족하대? 왜 첫사랑과 연락하는 건데? 정말 너무했어. 이건 파렴치한 짓이야!”강서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당하고 진지한 그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졌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강서연은 그저 떠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연준 씨, 나...”“여보.”최연준이 계속하여 말했다.“그런 남자는 살아있을 자격도 없어.”그러더니 젓가락으로 생선 눈알을 집어 밥 위에 휙 던졌다.그 모습에 강서연은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가까스로 참았다. 어깨가 으쓱거렸고 마음도 따뜻
“하 매니저님,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죄송합니다.”하 매니저가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가끔 색소폰이 흘러나오는 조용한 술집이었는데 전화를 받으면 옆 사람도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곁에 있던 방한서는 의아한 듯 그를 올려다보았고 위스키를 막 마시려던 찰나 다시 묵묵히 손을 내렸다.하 매니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서연 씨께서 늦은 시간에 무슨 일입니까?”“한 사람에 대해 조사해주세요.”강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에 대해서 하나도 빠트림 없이 알아봐 주세요! 제가 원하는 건 인터넷에 있는 공식 자료가 아니에요... 하 매니저님께서는 제 뜻을 이해하죠?”“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서연 씨께서 조사하려고 하는 대상이 누구예요?”“정섭 엔터테인먼트 성설연입니다.”하 매니저는 잠시 멈칫하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방한서를 바라보았다.그는 평소에도 머리가 빨리 돌아가고 강서연의 사람됨을 잘 알기 때문에 그녀가 아무 이유 없이 남을 조사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성설연이라는 이름은 하 매니저도 들어본 적이 있다. 엄친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 정섭 엔터테인먼트로 계약되었다.그렇다면 강서연이 성설연을 조사하고 싶은 것은 임우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인가?방한서는 순간 안색이 변했다. 그는 속사정을 알고 있었으나 도련님께서 절대로 밖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셨기 때문에 방한서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강서연이 오해할 수 있다!방한서는 최연준을 지키려는 마음이 굴뚝같아 양손으로 쉬지 않고 하 매니저에게 손짓을 해서 강서연에게 성설연과 최연준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게 했다.하 매니저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가 왜 손으로 날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잠시 침묵하는 사이에 강서연은 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하 매니저님 주변에 다른 사람도 있어요?”“서연 씨, 그게...”하 매니저는 착실한 사람이어서 그녀에게 숨기지 않았다.“오랜만에 다들 잔업이 없어서 한서 씨랑 술
신작 영화 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랐고 곧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곽보미는 이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아 몇 번의 회의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강서연이 커피를 마시자고 불러내자 그녀는 커피를 두 모금 마시고는 내려놓고 생각에 잠긴 채 창밖을 바라봤다.강서연은 그런 모습이 마치 영화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실연을 닮았다는 느낌을 받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만약 곽보미가 정말로 실연을 당했다면 영화의 진도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곽 감독처럼 재능으로 먹고사는 사람에게는 기분과 영감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강서연은 알고 있었다.강서연은 곽보미를 일깨워 주고 싶었지만 이런 일은 당사자가 주동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그녀도 묻기 어렵다.강서연은 심심해서 핸드폰을 꺼내 웹 서핑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화면에는 남다른 미모를 가진 여자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음색이 매력 있어 팬들이 끊임없이 ‘좋아요’ 를 눌러 줬고 실시간 시청하는 사람 수가 벌써 10만 명을 돌파하였다.“후.”강서연은 담담하게 웃었다. “성설연의 호소력이 장난 아니네요. 경섭 씨가 이번에 엄청 많은 돈을 벌어들이겠어요.”“네?”성설연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곽보미는 감전된 듯 벌떡 일어나 강서연의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리고 화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이게... 뭐예요!”곽보미는 화면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노래도 별로네요.”강서연이 곽보미를 바라보았다.여태껏 남자답기만 했던 곽 감독의 얼굴에는 어린 소녀가 질투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질투심이 가득한 그런 것은 아니었고 소심한 질투 뒤에는 은은한 상실감이 있었다.곽보미는 테이블 위의 휴지를 집어 한 줄 한 줄 찢었다.강서연은 이상해했다.“내가 호소력이 있다고 딱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반응이 크세요?”성설연은 최연준의 첫사랑이어서 반응이 커야 할 사람은 강서연이었어야 했다.“그게...”곽보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반쯤 뜸을 들였다가
강서연이 잠시 멈칫했다.“유 변호사님?”곽보미가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유 변호사가 최 대표와 절친이잖아요. 그래서 나는 최 대표가 있는 곳에 유 변호사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은근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곽보미는 강서연의 예리함으로 눈치챘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서 속내를 감추려 했다.“사실... 일이 있어서 유 변호사를 찾고 싶은 거예요. 영화 판권에 관한 법률 조문과 또...”“영화 판권?”강서연은 또 의아했다.“그 부분에 대해서 왜 걱정하는 거예요? 어진 엔터테인먼트의 법무팀은 전문성이 엄청 강해요. 이미 계약서를 작성했을걸요!”“...”곽보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이 열이 나는 것처럼 후끈 달아올랐다.강서연은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평소의 곽보미라면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더군다나 그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오늘의 곽보미를 보고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면을 발견했다.“유 변호사님은 갈 것 같아요.”강서연이 말했다.“그때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곽보미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식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성설연는 분장실에 앉아 매니저가 그녀에게 짜준 각종 스케줄을 집중적으로 듣고 있었다.귀국한 후부터 성설연은 쉴 새 없이 바쁘게 일하기 시작해서 계약도 하고 음반도 냈다. 다행히도 바쁘게 살아온 삶이 마침내 조금이나마 보답을 얻은 것 같다.그녀는 음악계에 뛰어든 다크호스가 되어 짧은 시간에 수십만 명의 팬을 얻었다.게다가 마케팅을 잘해서 회사에서는 성설연에게 유학파 창작형 재녀라는 타이틀을 달아줬다. 평소 카메라 앞에서도 조용하고 겸손한 웃음을 지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그러나 인지도가 많아지면서 성설연은 다소 자만해지고 일반적인 스케줄은 이미 성에 안 찼다.매니저 낸시가 다섯 번째를 읽을 때 성설연은 짜증이 나서 립스틱을 내려놓고 뒤로
“내가 벌써 알아봤어요! 최연준은 아직 결혼 안 했어요.”“그러면... 유 변호사님은?”성설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학창 시절부터 유찬혁이 자신을 향한 마음을 알고 있었고 오랜 세월 동안 유찬혁이 줄곧 자기를 그리워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성설연은 유찬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유씨 가문은 학자 집안에 불과하여 최씨 가문, 배씨 가문과 같은 대가족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공부할 때부터 성설연은 학교의 퀸카여서 그녀의 결혼 상대도 뛰어난 사람이어야 한다!“설연아.”낸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정말 최연준을 만나고 싶은 거야? 하지만 나는 유 변호사님도 괜찮다고 생각해. 적어도 너에게는 진심이니까... 그리고 최연준 같은 사람은 변덕스러워서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거야.”“무슨 소리예요!”성설연이 그녀를 노려보았다.낸시는 입술을 깨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성설연이 재능이 있고 야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지금까지 운이 안 따라와서 오랜 세월 동안 잠적해 있을 뿐이다.진짜 최연준과 엮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낸시는 한숨을 내쉬며 성설연의 어깨에 손을 얹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 길은 걷기가 쉽지 않을 거야.”그녀는 성설연을 바라보았다.“네가 굳이 간다면 나도 너를 지지할 수밖에 없어.”“고마워요, 언니!”성설연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리 어려워도 나는 걸어갈 거예요! 그리고 나랑 최연준은 동창이잖아요!”...주말의 임씨 가문은 떠들썩하기 그지없다. 몇 채의 별장은 전부 다시 공사를 했는데 권민지는 별장 사이에 같은 양식의 화단을 가꾸고 조약돌이 깔린 작은 길로 연결해 특별한 설계를 하였다.몇 채의 별장은 유럽의 거리를 모두 옮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축하연에 권민지는 임수정을 데리고 참석했다. 임수정은 휠체어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보다 안색이 많이 좋아졌고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소를 담고 있었다. 겉으로는 창백하고 연약하지만 생명력이 더해져 색다른 아
유찬혁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권민지에게 술 한 잔을 청했다.그의 오늘 차림은 권민지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권민지가 기억하는 평소의 유찬혁은 비교적 경직되어 있었다. 아마도 직업상의 관계 때문인지 늘 엄숙했고 블랙 슈트 차림으로 재판 중이거나 재판장에 가는 길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블랙 슈트를 옅은 카키색으로 바꿔 입었다. 이런 칼라는 사람과 몸매를 가리지만 유찬혁이 입으니 마치 화보에서 걸어 나온 남자 모델 같다.권민지가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유 변호사님께서 오늘 참 잘생겼네요! 젊은 사람은 이렇게 밝게 입어야 활력이 넘쳐 보여요!”유찬혁은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하고 눈 밑에는 남모를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는 이 축하연에서 줄곧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런데 유찬혁은 멀리서 계속 그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은 일부러 유찬혁과 같은 색상의 슈트로 골라 입었다.그 사람은 계속 슈트의 단추를 만지작거렸고 눈빛은 유찬혁의 그림자를 따라다니며 감정 기복이 심했다....최연준이 도착했을 때는 연회가 막 시작된 참이었다.그는 어른들과 몇몇 중요한 파트너들과 인사를 나누고 또 직접 축하 선물을 전달하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소파에 앉아 심심하게 손에 든 술잔을 흔들었다.강서연이 최연준과 함께 오지 않아 그는 외로워 죽을 지경이었다.“도련님, 조급해하지 마세요.”방한서가 옆에서 설명했다.“서연 씨께서 일이 끝나면 바로 오겠다고...”“무슨 일이 그렇게 중요한데!”최연준은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 나중에는 또 약간 받아들이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엄마도 참, 자기는 일벌레라고 해도 이젠 서연이까지 잘못 가르쳐 주고 있단 말이야!”방한서는 입가가 두 번 씰룩거렸다.‘할 수 있으면 황태후 앞에 가서 직접 말하던가!’“도련님, 화내지 마세요... 김 대표님께서는 단지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칠 뿐이에요. 서연 씨도 책임감이 강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서 오늘 야근하는 것도 회사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