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벌써 알아봤어요! 최연준은 아직 결혼 안 했어요.”“그러면... 유 변호사님은?”성설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학창 시절부터 유찬혁이 자신을 향한 마음을 알고 있었고 오랜 세월 동안 유찬혁이 줄곧 자기를 그리워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성설연은 유찬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유씨 가문은 학자 집안에 불과하여 최씨 가문, 배씨 가문과 같은 대가족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공부할 때부터 성설연은 학교의 퀸카여서 그녀의 결혼 상대도 뛰어난 사람이어야 한다!“설연아.”낸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정말 최연준을 만나고 싶은 거야? 하지만 나는 유 변호사님도 괜찮다고 생각해. 적어도 너에게는 진심이니까... 그리고 최연준 같은 사람은 변덕스러워서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거야.”“무슨 소리예요!”성설연이 그녀를 노려보았다.낸시는 입술을 깨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성설연이 재능이 있고 야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지금까지 운이 안 따라와서 오랜 세월 동안 잠적해 있을 뿐이다.진짜 최연준과 엮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낸시는 한숨을 내쉬며 성설연의 어깨에 손을 얹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 길은 걷기가 쉽지 않을 거야.”그녀는 성설연을 바라보았다.“네가 굳이 간다면 나도 너를 지지할 수밖에 없어.”“고마워요, 언니!”성설연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리 어려워도 나는 걸어갈 거예요! 그리고 나랑 최연준은 동창이잖아요!”...주말의 임씨 가문은 떠들썩하기 그지없다. 몇 채의 별장은 전부 다시 공사를 했는데 권민지는 별장 사이에 같은 양식의 화단을 가꾸고 조약돌이 깔린 작은 길로 연결해 특별한 설계를 하였다.몇 채의 별장은 유럽의 거리를 모두 옮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축하연에 권민지는 임수정을 데리고 참석했다. 임수정은 휠체어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보다 안색이 많이 좋아졌고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소를 담고 있었다. 겉으로는 창백하고 연약하지만 생명력이 더해져 색다른 아
유찬혁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권민지에게 술 한 잔을 청했다.그의 오늘 차림은 권민지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권민지가 기억하는 평소의 유찬혁은 비교적 경직되어 있었다. 아마도 직업상의 관계 때문인지 늘 엄숙했고 블랙 슈트 차림으로 재판 중이거나 재판장에 가는 길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블랙 슈트를 옅은 카키색으로 바꿔 입었다. 이런 칼라는 사람과 몸매를 가리지만 유찬혁이 입으니 마치 화보에서 걸어 나온 남자 모델 같다.권민지가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유 변호사님께서 오늘 참 잘생겼네요! 젊은 사람은 이렇게 밝게 입어야 활력이 넘쳐 보여요!”유찬혁은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하고 눈 밑에는 남모를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는 이 축하연에서 줄곧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런데 유찬혁은 멀리서 계속 그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은 일부러 유찬혁과 같은 색상의 슈트로 골라 입었다.그 사람은 계속 슈트의 단추를 만지작거렸고 눈빛은 유찬혁의 그림자를 따라다니며 감정 기복이 심했다....최연준이 도착했을 때는 연회가 막 시작된 참이었다.그는 어른들과 몇몇 중요한 파트너들과 인사를 나누고 또 직접 축하 선물을 전달하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소파에 앉아 심심하게 손에 든 술잔을 흔들었다.강서연이 최연준과 함께 오지 않아 그는 외로워 죽을 지경이었다.“도련님, 조급해하지 마세요.”방한서가 옆에서 설명했다.“서연 씨께서 일이 끝나면 바로 오겠다고...”“무슨 일이 그렇게 중요한데!”최연준은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 나중에는 또 약간 받아들이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엄마도 참, 자기는 일벌레라고 해도 이젠 서연이까지 잘못 가르쳐 주고 있단 말이야!”방한서는 입가가 두 번 씰룩거렸다.‘할 수 있으면 황태후 앞에 가서 직접 말하던가!’“도련님, 화내지 마세요... 김 대표님께서는 단지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칠 뿐이에요. 서연 씨도 책임감이 강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서 오늘 야근하는 것도 회사를 위해서
성설연은 머리가 백지가 되어 멍하니 이 남자 앞에 서 있었고 감히 크게 숨을 쉬지도 못했다.학창 시절부터 최연준이 냉혹하고 무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졸업한 지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최씨 가문의 유혹이 너무 커서 성설연은 결코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어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써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에 동창을 만났는데 이렇게 내쫓는다고요?”최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참으로 이상한 여자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배경원이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옛 동창이라는 것도 기억 못하고 있을 것이다.게다가 강서연에게서 한 통의 문자도 오지 않아 그의 마음은 더욱 착잡해서 아예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성설연은 깜짝 놀라 최연준이 떠나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따라갔지만 두 걸음도 가기 전에 맞은편에 또 한 여자가 나타났다.이 여자의 외모는 여배우에 비해 못 미쳤지만 온몸에는 여배우가 따라올 수 없는 귀티가 배어 있어 아마도 어느 가문의 따님일 것이다.최연준은 눈살을 찌푸렸고 각진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리고 다시 한번 이런 연회를 꺼리는 마음이 극치로 도달했다.성설연은 웃으며 앞으로 다가와 또 그를 도와 여자를 막았다.그 여자가 멀리 가버리자 성설연은 자신을 바라보는 최연준의 눈빛이 아까처럼 차갑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맙습니다.”남자는 차갑고 딱딱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성설연은 머리를 숙이고 미소를 지었다.“저는 다른 여자가 가까이하는 것을 싫어해요.”최연준은 이 말을 남기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연회장의 인파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성설연은 제자리에서 잠시 멈칫했다.최연준이 방금 한 말이 아직도 그녀의 귓가에 맴돈다.다른 여자가 가까이하는 것을 싫어한다...하지만 연회에서 그녀만이 최연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성설연은 속으로 미칠 듯이 기뻤고 황홀했다.혹시 최연준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다른 여자가 가까이하는 것을 싫어하지
강서연이 급하게 일을 마치고 임씨 빌라로 가던 중에야 최연준에게 문자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오래 기다렸어요? 금방 갈게요!」그때 최연준은 휴게실에 앉아 심심해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개인 핸드폰이어서 그 안에는 강서연의 번호만 저장되어 있었다.드디어 그를 생각났나 보지?최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 줄의 문자를 여러 번 되짚어 보았고 눈 밑에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웃음기가 나타났다.그는 빨리 답장을 보내지 않고 적어도 15분 후에 보내서 똑같은 외로움을 맛보게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하지만 문자를 받은 지 10초 만에 최연준의 손가락은 솔직하게 화면에서 빠르게 타자했다.「괜찮아, 일이 중요하지!」문자를 보내고 최연준은 화면을 응시하며 웃고 있다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이렇게 답장하면 자기가 너무 말이 잘 통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그래서 황급히 문자를 취소하고 다시 타자를 하기 시작했다.「서연아, 너무 오래 기다려서 지금 기분이 많이 안 좋아! 와서 어떻게 위로할지 생각해 봐.」보내고 또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다시 취소했다.그렇게 몇 번이고 문자를 취소했고 강서연의 핸드폰도 쉬지 않고 진동했다. 다시 핸드폰을 열어볼 때 화면에 십수 개의 똑같은 문자가 와있었다.「우주 슈퍼 무적 훈남 남편이 한 통의 메시지를 취소했습니다.」‘뭐 하는 거지?’강서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연락처 이름은 애초에 최연준이 바꾼 것인데 바꾼 후에는 심각한 얼굴로 핸드폰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강서연은 이름을 최 세 살이라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남자가 자기 앞에서 하는 짓은 세 살짜리 아이와 다름없다.기사는 임씨 별장 앞으로 데려다줬고 강서연이 외투를 벗으니 안에는 세련되고 우아한 발목 길이의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망사 소재가 그녀의 볼륨 몸매를 돋보이게 받쳐주었다.강서연은 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최연준이 계단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웃으며 다가가서 포옹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
“성설연 씨.”강서연이 담담하게 웃었다.“저는 오늘 밤 최연준 씨의 파트너 강서연입니다.”성설연은 냉소하며 눈을 굴렸다.‘파트너? 그렇게 뻔뻔하게 말하다니!’“죄송합니다. 강서연 씨, 최연준의 파트너는 저예요!”그녀는 거만하게 강서연을 봤다.강서연은 가슴이 무언가에 뜯긴 듯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갔다.‘최연준, 최연준!’방금 취소한 그 십여 개의 문자는 아마도 그녀에게 오늘 밤에 첫사랑이 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강서연은 심호흡을 했고 관자놀이가 욱신욱신 아팠다.성설연의 자료를 손에 넣었을 때 강서연은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만나는 장면을 예행연습한 적이 있었고 심지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과 동작으로 해야 할지까지 생각했다.그런데 정말 만났을 때는 전혀 생각해 둔 대로 행동하지 못했다.강서연은 입을 꼭 다물고 지금은 화내면 안 된다고 끊임없이 자기를 상기시켰다. 우선 이 첫사랑부터 해결하고 집에 돌아가서 다시 최 세 살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성설연 씨,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강서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최연준 씨가 그쪽을 오늘 밤의 파트너로 선택했나요?”“네, 맞아요!”“맞습니다. 저희가 들었어요!”옆에서 강 건너 불구경만 하던 여자 연예인 몇 명이 이번 기회에 자기 주제도 모르는 이 여자 가수를 놀리려고 작정했다.“강서연 씨는 아직 설연 씨를 모르죠? 얼마 전에 정섭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는데 올해 골든디스크 어워즈 베스트 아티스트 후보예요!”“맞아요, 최연준 씨께서도 태도가 남다르다니깐요!”“강서연 씨께서 눈치가 없네요.”강서연은 놀라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다 그녀가 데리고 있는 연예인이어서 평소에는 모두가 화목한 분위기였다. 절대로 연합해서 강서연을 맞서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 조금 전 그녀들의 그 괴상한 말투와 못된 웃음은...강서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았다.연예계에서 상대를 자만에 빠지게 해 장래를 망치게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겉으로 칭찬하고 속으로 비웃고
“왔는데 왜 전화 안 했어? 내가 데리러 갈 수도 있는데.”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강서연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질투심을 매섭게 끌어냈다.“연준 씨, 나는 당신에게 전화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강서연이 말했다.“당신 여자가 나를 막고 있어요!”최연준의 얼굴빛은 순간 어두워졌고 눈에는 한기가 서렸다.성설연은 어리둥절했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 파악이 안 됐다.조금 전에 최연준이 분명히 다른 여자가 가까이 오는 게 싫다고 했는데 지금 소중하게 품에 안겨 있는 여자는 누구지? 성설연은 마음속으로 조마조마하며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최연준 씨, 이건...”“설연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도련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요!”여자 연예인들이 또 시작했다.“저기...”“설연 씨, 어떻게 강서연 씨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못 들어가게 막는다니요! 설마 다음 단계는 강서연 씨를 대신해서 최씨 사모님이 되려는 거 아니에요?”강서연은 입꼬리를 누르며 차오르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역시 자기가 손수 키운 보람이 있다...이렇게 능숙하게 연기를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전에 비싼 값으로 연기 학원을 지원한 것이 헛되이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최연준은 인상을 찌푸렸고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강서연은 그와 깍지 손을 살며시 하고 부드럽게 최후의 한 방을 날렸다.“괜찮아요. 성설연 씨도 무심이겠죠. 나는 당신들의 과거를 이해할 수 있어요. 그것도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잖아요.”“무슨 소리 하는 거야?”최연준은 눈을 부릅떴다.“내말은...”강서연이 떠봤다.“성설연 씨는 당신이 열여섯 살 때 만났던 그 사람이 아니에요?”“아니야!”최연준은 생각도 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답을 주었다.강서연은 의아했다.“그럼 왜 내가 접근 못 하게 막았어요?”“나도 몰라.”최연준이 묵직하게 대답했다.“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16살 때 이미 경영대학원에 등록했어. 지금까지 당신 말고는 내 마음속에 다른 여자는 없었어. 앞
배경원과 임수정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임수정이 손짓을 하자 연회장의 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하객들이 놀란 듯 낮은 소리를 내자 순간 스포트라이트가 최연준과 강서연 두 사람에게 쏟아졌다.온 세상의 초점이 그들이었고 최연준의 눈에는 강서연뿐이었다.연회장 중앙의 천장에는 거대한 꽃 구슬이 천천히 열리고 장미 꽃잎이 흩날리며 부드러운 불빛과 감미로운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알록달록한 비눗방울과 함께 모든 것이 꿈처럼 눈앞에 아름답게 펼쳐졌다.강서연은 눈앞의 이 광경에 넋이 나가 말을 잇지 못했다.최연준은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것은 원래 그가 강서연을 위해 정성 들여 준비한 것이고 일찍이 임씨 가문과도 잘 소통한 것인데 성설연 때문에 앞당겨질 줄은 몰랐다.최연준은 미소를 지으며 강서연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냈다. 무려 10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가 완벽하게 커팅되어 불빛 아래서 광채가 돋보였다. “최씨 집 도련님께서 여기서 청혼하는 건가요?”“이런 귀한 장면을 찍어야지!”“맞아요.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조회수가 장난 아닐 거예요.”손님들은 속삭였고 모두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대의 눈빛이 담겨있었다.그들의 기억 속의 최연준은 넘사벽이어서 마치 인간 세상에 속하지 않는 존재인 것 같고 욕망과 감정도 없어 보였다.하지만 오늘, 바로 이 순간, 그들은 전혀 다른 최연준을 만났다.“서연아.”강서연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우주를 담은 것 같고 마성의 목소리로 그 말을 정중하게 했다.“나랑 결혼해 줘.”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후에 분위기는 즉시 들끓기 시작했다.이 사람이 그들이 알던 최연준이 맞나?그 무자비한 사업가? 최연준?지금 그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넘쳐흐르고 있었고 입술 언저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곡선은 매혹적이었다.심지어 강서연에게 무릎 꿇고 프러포즈까지 하다니!“세상에!”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마치 놀라움을 제외하고는 이미 그들이 이 순간 부러워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
이때 육경섭이 사람을 뚫고 나와 손뼉을 치며 축하해줬다.“경섭 씨도 오셨군요.”강서연이 인사했다.“우정 언니는요?”“우정이도 일벌레여서 지금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어요!”육경섭은 고개를 저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연준 씨, 지금 세상이 변했나 봐요. 여자들은 다 유능한데 앞으로 우리 남자들은 정말 여자가 먹여 살려야 하는 건가요?”“그게 어때서요.”최연준은 입꼬리를 올리고 교활하게 웃었다.그는 강서연의 손을 들어 올렸고 다이아몬드 반지는 눈부시게 반짝거렸다.“보세요. 나는 계약금을 냈어요.”최연준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우리 집 서연이가 앞으로 나를 먹여 살릴 거예요.”육경섭이 경멸했다.“정말 속물이 다름없네요.”“그럼 진짜로 속물이 무엇인지 보여 줄까요?”최연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고 눈 밑에는 누구도 꿰뚫어 볼 수 없는 깊고 복잡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그는 다시 그 냉혹하고 기품 있는 남자로 회복했고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욱 싸늘해져서 연회장 전체가 저기압에 휩싸인 것 같았다.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낸시가 성설연을 데리고 떠나려는데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설연 씨, 우리 사이에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아요?”성설연의 몸은 굳었고 어색하게 몸을 돌렸는데 최연준의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최연준은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누군가가 내 아내를 막아서서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자신이 최씨 집안 미래의 안주인이 될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어요?”“아니에요!”낸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도련님께서 오해하신 것 같은데. 설연이는...”“나는 당신에게 묻지 않았고 성설연 씨에게 물었어요!”낸시는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묵묵히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성설연은 이미 여러 가지 감정에 휩쓸려 질투, 분노, 두려움, 당혹감... 이것들이 그녀를 가득 채워 지금 이성을 찾지 못하고 생각할 능력도 없었다.“경섭 씨.”최연준이 급히 서두르지도 않고 너무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