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1660 챕터

제521화

이때 육경섭이 사람을 뚫고 나와 손뼉을 치며 축하해줬다.“경섭 씨도 오셨군요.”강서연이 인사했다.“우정 언니는요?”“우정이도 일벌레여서 지금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어요!”육경섭은 고개를 저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연준 씨, 지금 세상이 변했나 봐요. 여자들은 다 유능한데 앞으로 우리 남자들은 정말 여자가 먹여 살려야 하는 건가요?”“그게 어때서요.”최연준은 입꼬리를 올리고 교활하게 웃었다.그는 강서연의 손을 들어 올렸고 다이아몬드 반지는 눈부시게 반짝거렸다.“보세요. 나는 계약금을 냈어요.”최연준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우리 집 서연이가 앞으로 나를 먹여 살릴 거예요.”육경섭이 경멸했다.“정말 속물이 다름없네요.”“그럼 진짜로 속물이 무엇인지 보여 줄까요?”최연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고 눈 밑에는 누구도 꿰뚫어 볼 수 없는 깊고 복잡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그는 다시 그 냉혹하고 기품 있는 남자로 회복했고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욱 싸늘해져서 연회장 전체가 저기압에 휩싸인 것 같았다.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낸시가 성설연을 데리고 떠나려는데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설연 씨, 우리 사이에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아요?”성설연의 몸은 굳었고 어색하게 몸을 돌렸는데 최연준의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최연준은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누군가가 내 아내를 막아서서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자신이 최씨 집안 미래의 안주인이 될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어요?”“아니에요!”낸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도련님께서 오해하신 것 같은데. 설연이는...”“나는 당신에게 묻지 않았고 성설연 씨에게 물었어요!”낸시는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묵묵히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성설연은 이미 여러 가지 감정에 휩쓸려 질투, 분노, 두려움, 당혹감... 이것들이 그녀를 가득 채워 지금 이성을 찾지 못하고 생각할 능력도 없었다.“경섭 씨.”최연준이 급히 서두르지도 않고 너무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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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성설연은 이런 연회에는 반드시 그 사람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학자 집안에 불과하지만 그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오성의 교육과 사법 제도에 종사하여 법관, 검사, 교수, 대학 총장이 있다.4대 가문 중 어느 가문이든 그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성설연이 입술을 깨물었고 갑자기 조롱하는 소리 중에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준 형, 이러지 마세요!”사람들은 조용해졌고 목소리를 따라 카키색 슈트를 입은 훤칠한 남자를 훑어보았다.얼굴도 잘생겼고 품위도 사람들 틈에서 빼어났다.그런데... 이 사람이 최연준과 대적하다니?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즐거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구경하고 있었다.최연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어이, 찬혁아. 뭐 하는 거야!”배경원이 작은 목소리로 일깨워 주었다.“지금 와서 영웅이 미인을 구하는 짓을 한다는 거야?”유찬혁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최연준을 바라보고 있었다.“연준 형...”“유찬혁.”최연준은 목소리가 냉랭하고 날카로웠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연준 형, 저는 설연이를 대신해 용서를 빌고 싶을 뿐이에요.”유찬혁의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눈빛은 견고했다.“설연이가 방금은 무심코 실수한 것이니 이번만큼은 이런 식으로 설연이를 벌하지 말고 한 번 넘어가 주세요.”최연준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배경원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필사적으로 눈치를 주며 유찬혁이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찬혁아, 이리 와!”배경원은 땀범벅이 되었다.“그만 좀 해. 너 정말... 평소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오늘따라 왜 나보다 더 멍청하니!”“연준 형.”유찬혁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없이 고단했다.“설연이가 막 외국에서 돌아와 이곳 사정을 몰라서 본의 아니게 서연 씨에게 폐를 끼쳤어요... 내가 대신 서연 씨에게 사과를 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강서연에게 사과를 표했다.그녀는 급히 유찬혁을 일으켜 세우고 또 살그머니 최연준의 안색을 살폈다.“연준 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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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강서연은 손을 빼 오고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는데 귀엽기만 했다.최연준이 놀란 표정을 하자 그제야 강서연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렸다.그녀는 손에 있는 큰 다이아몬드를 어루만지며 머리를 최연준의 어깨에 기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나는 이 반지보다 여전히 그 에메랄드가 좋아요.”“응?”최연준이 웃으며 말했다.“다 돼. 어차피 다 당신 거여서 알아서 하면 돼.”둘이 처음 만났을 때 최연준은 이미 전 재산을 그녀에게 맡겼다.“그런데 서연아. 그건 고동이잖아.”“고동이어서 가치가 있는 것이에요!”강서연이 한 번 웃으며 말했다.“당신 조상 중에서 귀비가 될 때 썼던 것이라고 했잖아요.”최연준이 그녀의 코를 한 번 꼬집었다.“너는 귀비가 아니야.”강서연은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았다.남자는 그녀의 허리에 두 손을 두르고 단단하고 힘센 팔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 낮고 자성적인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서 속삭였다.“당신은 귀비가 아니라... 나의 중전이야!”강서연은 감동하여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최연준은 마침내 구름을 걷어내 햇볕을 마주했고 그녀의 작은 손이 그의 목에 걸려 있을 때 그는 무한한 만족감을 느꼈다.“성설연이 당신의 첫사랑 아니었어요?”강서연의 목소리는 새끼 고양이처럼 조심스러웠다.최연준은 잠깐 멈칫했다.밤새 화난 얼굴로 있었던 게 결국 이것 때문인가?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떻게 성설연이 자기의 첫사랑이라고 단정할 수 있지!“서연아.”최연준이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어디서 들은 거야?”강서연은 입술을 달싹이고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았다.이번에 그녀가 알았다. 틀림없이 임우정이 말을 잘못 들었을 것이다!“서연아, 원래 내가 너한테 이런 얘기를 안 하려고 했는데 오늘 밤 이렇게 큰 오해를 했으니 꼭 제대로 설명해야겠어.”아직 이른 시간이라 강서연은 편안한 자세로 그의 품에 몸을 기대고 조용히 이야기를 들었다.“성설연은 유찬혁이 중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사람이야.”최연준은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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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강서연은 그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최연준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그를 좋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강서연은 그날 밤 그 차갑고 도도한 남자, 그녀가 샤워할 때 스스로 자리를 피한 남자, 그녀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강요하지 않았던 남자를 영원히 기억한다. 그 복근은 작은 벽돌 같고 힘이 센 남자, 잊을 수 없는 첫 경험을 선사한 남자...강서연의 두 볼이 발그스름해지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최연준을 바라보았고 작은 손으로 각진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마 골과 윤곽이 뚜렷한 입술을 어루만졌다.그녀는 갑자기 강명원에게 매우 고마워했다. 만약 그 사람이 중간에서 방해하여 그녀가 대신 시집가지 않았더라면 지금 최연준과 함께 있는 사람은 강유빈이 되지 않았을까?최연준은 그녀의 눈 밑의 간절함을 느꼈고 자신의 어딘가에서 또다시 말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꼈다....그는 조금 힘을 주어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뭐 하는 거예요?”강서연이 경각심을 가졌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최연준의 품에 안겨 옴짝달싹 못 하게 되었다.“장난하지 마세요.”강서연은 웃으면서 최연준을 밀었지만 움직이지 못해 화가 나서 그를 한 번 때렸다.“당신 이 두 팔이 쇠로 만든 거예요?”“당연히 아니지.”최연준은 못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아래로 향했다.“여기가...”강서연이 무심코 부딪치자 놀란 소리를 내며 얼굴이 빨개졌다.“아직도 부끄러워하는 거야?”남자의 숨소리는 불안정해졌다.강서연은 눈을 밑으로 향했고 쑥스러운 표정은 최연준더러 더욱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동의했지?”최연준이 물었다.“뭘요?”“내 중전이 되는 거 말이야.”강서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깊은 키스가 들어왔다.초겨울 밤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방 안은 온통 열기로 가득했고 겨울밤을 뜨겁게 달궜다....최근 윤정재는 이미 최씨 빌라의 단골손님이 되었다.그는 최재원에게 경락을 뚫어 주고 은침을 거두고 손을 닦았다.“영감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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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알겠어요. 쉬고 있으세요.”윤정재는 좋은 태도를 보이지 않고 곧장 일어서서 작별 인사를 했다.그러나 방에서 나오기도 전에 최재원에게 붙잡혔다.“윤 회장님, 잠시만요!”윤정재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또 무슨 일이 있어요?”최재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짓만 하며 그를 불렀다. 윤정재는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지만 또 아버지뻘 되는 노인과 따지는 것은 차마 하지 못했다.그는 굳은 얼굴로 최재원의 침대 옆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최재원은 그를 보며 입가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미소를 지었다.“무슨 일이 있어요?”윤정재는 시계를 보니 곧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그는 서둘러서 어진 엔터테인먼트 빌딩 아래로 가서 소중한 딸을 봐야 한다.“윤 회장님.”최재원이 웃음을 거두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뭔가 알아내셨습니까?”윤정재는 안색이 굳어지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최재원은 이 표정을 보자마자 이해했다.“괜찮아요, 말해주세요.”최재원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칠팔십 년을 살았는데 무슨 큰 풍파를 못 봤겠어요? 이런 사소한 일로 저를 놀라게 할 수는 없어요.”윤정재는 생각에 잠겼고 영감님이 놀라지 않게 말조심해야 한다. 이것은 그가 다년간 의사 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습관인데, 사실을 말하되 너무 직설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윤정재가 고민할 때 최재원이 직접 물었다.“제가 마시던 그 약 속에 이상한 것이 있어요?”윤정재는 몸을 곧추세우고 최재원의 눈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약 찌꺼기를 검사했는데 다 좋은 재료이긴 하지만 문제는 배합이 잘못되었어요. 그런 비율은 입맛을 돋우는데 특히 기름과 소금이 많은 음식을 좋아할 거예요. 영감님 연세에 기름지고 소금기 많은 음식을 드시는 것은 건강에 백해무익합니다.”최재원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그리고...”윤정재가 계속해서 말했다.“이 약에 중독성이 있는 성분이 섞여 있는데 제가 판단하기에는 남양 쪽 식물의 일종이라고 봅니다.”“양귀비요?”“그렇지 않아요.”윤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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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최재원은 의아한 얼굴로 윤정재를 쳐다보았고 윤정재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최재원을 노려보았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윤정재가 먼저 고요함을 깨뜨렸다.“영감님, 영감님의 손주에게 이미 약혼녀가 있다고 들었는데요?”“약혼녀요?”최재원은 순간 멈칫했다.‘강서연은 여자친구 아니었어? 언제 약혼녀가 됐지? 그리고 프러포즈도 이틀 전에 했잖아. 아프니까 밖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겠어.’최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윤정재는 최재원의 생각이 바뀐 줄 모르고 여전히 강서연을 탐탁지 않아 한다고 생각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최재원이 손을 내저었다.“약혼녀는 무슨. 우리 연준이 혼사는 이틀 전에 정해졌어요. 그 여자애가 괜찮긴 하더라고요. 어휴, 이게 다 제 탓이에요.”최재원이 한숨을 내쉬었다.“경수가 내가 나이가 들어서 사람 볼 줄 모른대요. 허... 진짜 그런가 봐요. 좋은 손주며느리를 앞에 두고 놓칠 뻔했으니... 그 여자애가 우리 집에 시집오려 하겠는지도 모르겠어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단 예물을 거하게 줘야죠. 필요하다면 그 여자애의 집에 직접 가서 혼담을 꺼낼 생각이에요...”아픔은 늘 사람에게 변화를 가져다준다. 자부심이 강하여 지려고 하지 않던 최재원은 아픈 동안에 많은 생각을 했다.사실 최연준이 마음에 드는 여자와 결혼하게 내버려두면 되는 것을 왜 굳이 임씨 가문과 사돈을 맺으려 했을까?최씨 가문은 이미 4대 가문의 톱이기에 굳이 다른 가문과 혼약을 맺는 것으로 손을 잡지 않아도 충분히 더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아끼는 손자를 이런 식으로 억압할 필요가 있을까?사실... 강서연도 훌륭했다. 몇 번 만나본 결과 그가 바라던 손주며느리의 이미지에 완전히 부합되었다.최재원이 덤덤하게 웃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 속에 보기 드문 부드러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윤정재를 쳐다보았다. 윤정재가 그와 함께 이 기쁨을 누릴 줄 알았지만 윤정재의 표정을 본 순간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윤정재의 표정이 말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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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윤정재는 씩씩거리며 차에 올라탔다. 진용수는 백미러로 그를 힐끔거렸는데 그야말로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회장님, 왜 이렇게 화가 많이 나셨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빌어먹을 자식...”윤정재가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최연준이 다른 여자와 결혼한대.”“뭐라고요?”진용수도 화들짝 놀랐다.“회장님께서 잘못 들으신 건 아닌가요?”“최재원 그 영감이 직접 얘기했어.”“이게 대체...”진용수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우리 서연 씨는 어떡해요?”“허.”윤정재가 싸늘하게 웃었다.“말끝마다 내 딸을 사랑한다고 하고선 할아버지가 압력을 가하니까 바로 겁먹었어. 이런 남자에게 평생 서연이를 맡길 수 없어. 차라리 잘 헤어졌어.”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윤정재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헤어지더라도 강서연이 먼저 이별 통보를 해야지, 최연준에게 차이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윤정재는 한참 생각하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우리 딸에게 힘 있는 배경이 없어서 그러는 거잖아. 괜찮아, 지금 당장 서연이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면 돼. 서연이 뒤에 우리 윤씨 가문이 있다는 걸 최씨 가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어.”그의 말에 진용수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동안 진용수와 윤정재는 사실을 밝힐 계획을 세웠다. 디테일 하나하나 꼼꼼하게 신경 쓰면서 시뮬레이션도 여러 번 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짠 계획을 하나도 쓰질 못한 판이다.“회장님, 진정하세요.”진용수가 그를 달랬다.“이 일 천천히 하시겠다면서요? 이렇게 갑자기 서연 씨를 찾아간다면 서연 씨가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어요.”“그럼 문희를 만나러 갈 거야.”화들짝 놀란 진용수는 급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윤정재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빛도 확고했다.“어찌 됐든 우리는 서연이의 아빠 엄마야... 지금 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부모인 우리가 나서서 화풀이라도 해야지 않겠어?”진용수는 할 말을 잃었다.윤정재가 강서연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는 것도 충분히 급작스러운데 그보다 더 급작스러운 게 있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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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김자옥은 입술을 적시더니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커피잔으로 얼굴을 가려야만 그녀의 어색한 연기를 감출 수 있었다.그때 샴고양이 한 마리가 폴짝폴짝 뛰어와 야옹 하며 윤문희의 다리에 비벼댔다.윤문희는 깜짝 놀랐다가 웃으며 샴고양이를 안더니 자리에 올려놓고 살살 쓰다듬었다.김자옥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틀 전에 윤정재가 부리나케 달려와 윤문희와 만나야 한다면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다.그때 갑작스러운 상황에 넋이 나간 김자옥은 윤정재가 침을 잘못 맞은 건지, 아니면 약을 잘못 먹은 건지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윤정재가 나에게 부탁을?’평생 오만방자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김자옥은 윤정재가 아직 윤문희를 잊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한참 동안 싸늘하게 쳐다보다가 말했다.“그래도 양심은 있네.”“그렇다면 날 돕겠다는 말이지?”“그래.”김자옥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모레 오후에 문희와 커피 한잔하기로 했어. 가게 위치 보내줄 테니까 당신도 시간 맞춰서 와.”“알았어.”윤정재가 고개를 끄덕였다.김자옥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에 관한 생각이 바뀌던 찰나 윤정재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는 한마디를 했다.“일단 두 모녀에게 사실을 밝히고 내 딸부터 지킨 다음에 그 자식에게 따져 물을 거야.”“당신...”김자옥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분이 언짢아지니 도와주려는 마음도 순식간에 싹 사라졌다. 하여 윤정재의 부탁을 모른 척하려 했지만 마치 운명의 장난인 듯 바로 그날에 윤문희에게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윤문희가 혼자 집에서 전구를 갈다가 실수로 그만 넘어졌는데 의자에서 떨어지면서 발목을 삐끗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그 일로 인하여 김자옥은 누군가 옆에서 윤문희를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두 사람은 이젠 나이가 있어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젊은이들보다는 한참 뒤떨어졌다.윤문희가 다친 그 날 다행히 혼자 기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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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그 시각 같은 거리에 있는 또 다른 커피숍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쩌다가 완전체로 모인 자리라 그들도 커피숍을 전체 대관했다.배경원은 임수정과 함께 창가 자리에 앉아 서로 머리를 맞댔다. 임수정은 괴테의 시집을 아주 열중하여 읽고 있었고 배경원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헤벌쭉 웃었다.육경섭은 또 몰래 나가 담배를 피우려다가 임우정에게 딱 걸려 귀를 잡힌 채 끌려들어 왔다.최연희는 카드를 꺼내 신석훈과 함께 놀자고 했다. 그런데 신석훈이 씩 웃더니 수능 문제집을 꺼냈다... 그녀는 순간 넋을 잃었고 절망에 빠진 듯했다. 신석훈은 진지하고 의미심장하게 최연희를 타일렀다.“너 휴학한 지 오래됐잖아. 올해 수능은 이미 지났으니 내년에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야 해. 자, 먼저 이 문제집부터 풀어봐. 모르는 게 있으면 내가 가르쳐줄게.”최연준과 강서연은 마주 향해 웃고는 최연희에게 화이팅 제스처를 보냈다.최연준은 강서연을 안고 창가 쪽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었다.유찬혁과 곽보미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두 사람은 거리를 두고 앉았다.방한서는 시무룩한 얼굴로 문 앞을 지켰고 커피숍에 가득한 여러 쌍의 커플들을 보고 있자니 솔로의 외로움이 더욱 짙어졌다.겨울 햇볕이 창문으로 비춰 들어와 커피숍을 더욱 따스하게 만들었고 고요함이 흘렀다.오늘 그들은 최연준과 강서연의 결혼에 관해 의논하려고 한 자리에 모였다.“서연 씨, 혼인 신고한 다음에 결혼식을 올려요?”“그것도 좋은 것 같아요. 혼인 신고한 다음에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거죠. 오성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요.”“오빠, 두 사람이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에 아이가 생기는 거 아니야?”“넌 문제나 풀어.”“하하...”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의논하던 그때 배경원이 갑자기 한마디 툭 던졌다.“연준 형, 이 일은 경실 아주머니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그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전부 배경원에게 쏠렸다.“왜?”“경실 아주머니가 점 볼 줄 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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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곽보미는 피식 웃으며 다시 남자처럼 털털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리 여성스러운 체크 원피스를 입었다.“너와 나 사이에 무슨 못 할 말이 있다고 그래?”곽보미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이렇게 난감해하는 모습은 정말 드문데 말이야.”유찬혁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한참 후에 나지막이 말했다.“보미야, 넌 줄곧 날 친구로 생각한 거 맞지?”곽보미는 잠깐 멈칫하다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린... 형제 같은 친구야?”“허허...”곽보미는 어색하게 웃다가 결국 인정했다.“그럼, 당연하지. 줄곧 형제 같은 친구였어.”“그럼 친구로서 너에게 부탁 하나 하자.”곽보미는 그를 쳐다보며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여 들었다.“말해 봐.”“지금 새 영화 준비 중이지?”“응.”“혹시...”유찬혁이 입술을 적시며 망설였다.“네 영화에서 작은 배역이라도 좋으니까 성설연에게 연기할 기회를 줄 수 있을까?”곽보미의 얼굴에 나타났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천천히 놓았다. 그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까지 그녀는 유찬혁에게 거절이란 걸 한 적이 없었다.곽보미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지었다.“보미야.”유찬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힘들면 부탁 들어주지 않아도 돼. 내가 다른 방법 생각해 볼게.”“나...”“괜찮아.”유찬혁도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무리한 부탁이라는 거 알아. 사실 아까 얘기하기 전부터 그리 기대하지도 않았어. 그리고 이런 거액을 투자한 영화에서 어떤 배우를 쓰든 너 혼자 결정할 수 없고 투자자의 의견도 물어봐야 한다는 것도 알아.”곽보미는 뭐라 얘기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막힌 것처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널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유찬혁이 나지막이 말했다.“다른 방법 더 생각해 볼게. 그나저나 여기서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그러고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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