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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김자옥은 입술을 적시더니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커피잔으로 얼굴을 가려야만 그녀의 어색한 연기를 감출 수 있었다.

그때 샴고양이 한 마리가 폴짝폴짝 뛰어와 야옹 하며 윤문희의 다리에 비벼댔다.

윤문희는 깜짝 놀랐다가 웃으며 샴고양이를 안더니 자리에 올려놓고 살살 쓰다듬었다.

김자옥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틀 전에 윤정재가 부리나케 달려와 윤문희와 만나야 한다면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갑작스러운 상황에 넋이 나간 김자옥은 윤정재가 침을 잘못 맞은 건지, 아니면 약을 잘못 먹은 건지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윤정재가 나에게 부탁을?’

평생 오만방자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김자옥은 윤정재가 아직 윤문희를 잊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한참 동안 싸늘하게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

“그렇다면 날 돕겠다는 말이지?”

“그래.”

김자옥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모레 오후에 문희와 커피 한잔하기로 했어. 가게 위치 보내줄 테니까 당신도 시간 맞춰서 와.”

“알았어.”

윤정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자옥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에 관한 생각이 바뀌던 찰나 윤정재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는 한마디를 했다.

“일단 두 모녀에게 사실을 밝히고 내 딸부터 지킨 다음에 그 자식에게 따져 물을 거야.”

“당신...”

김자옥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분이 언짢아지니 도와주려는 마음도 순식간에 싹 사라졌다. 하여 윤정재의 부탁을 모른 척하려 했지만 마치 운명의 장난인 듯 바로 그날에 윤문희에게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윤문희가 혼자 집에서 전구를 갈다가 실수로 그만 넘어졌는데 의자에서 떨어지면서 발목을 삐끗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그 일로 인하여 김자옥은 누군가 옆에서 윤문희를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두 사람은 이젠 나이가 있어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젊은이들보다는 한참 뒤떨어졌다.

윤문희가 다친 그 날 다행히 혼자 기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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