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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잠시 후, 박경수가 손에 노트북을 들고 왔다.

강서연이 식사를 마친 후 박경수는 도우미에게 그녀 앞에 놓인 식기를 전부 치우라고 한 다음 그 자리에 노트북을 내려놓았다.

최연준도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다가가 보았다. 노트북 화면에 숫자가 빼곡하게 적힌 표가 나타났다.

“그건 장부야. 회사 건 아니고 최상 빌라 거야.”

최재원의 말투는 매우 담담했다.

“서연아, 이상한 부분이 있는지 꼼꼼하게 봐줘.”

“할아버지, 이건...”

최연준이 뭐라 하려던 그때 강서연이 몰래 그의 손등을 꽉 눌렀다. 강서연은 최연준에게 눈치를 주며 고개를 내저었다.

최재원은 지금 그녀를 시험하고 있었다.

지난번 서교 땅 프로젝트의 불법 매매가 최진혁과 연관이 있다는 걸 강서연이 알아낸 후로 최재원은 그녀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하여 요즘 최재원은 최연준과 강서연을 집으로 자주 불렀고 가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리고 머리가 영리한 그녀는 최재원의 질문에 항상 완벽하게 답했다.

지난번에 국제 정치 형세에 관한 생각을 물었었는데 이번에는... 경제 장부?

강서연은 심호흡 한번 하고 노트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장부가 복잡하고 숫자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어 눈만 피곤한 게 아니라 머리도 지끈거릴 정도였다. 반드시 좋은 기억력을 지녀야만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여 최재원이 말한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강서연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점차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30분이 지나갔고 최상 빌라의 장부에 대한 윤곽도 대충 잡혔다.

그녀는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적절한 곳을 과감하게 집어냈다.

최재원은 강서연이 찾아낸 부분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이 돈은 애들 생활비야.”

“알아요. 그래서 소부분만 삭제했어요. 기본적인 의식주는 보장해야 하니까요.”

그러자 최재원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게 소부분이라고? 네가 삭제한 것들이 적은 액수는 아닌데?”

“액수가 적었다면 골라내지도 않았죠.”

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전 최씨 가문의 자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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