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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감독님.”

누군가 말끝을 길게 늘어뜨리며 곽보미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녀를 비난하듯이 쳐다보고는 옆에 빈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죠?”

곽보미는 피곤한지 미간을 어루만졌다.

다가온 여자의 이름은 주아였는데 다년간 곽보미와 함께 작품을 한 간판급 여배우였다.

지난번 임씨 가문의 연회에서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힘을 합쳐 성설연을 몰아붙일 때 주아도 한몫했었다.

비록 가끔 생트집을 잡고 남에게 빌붙으려 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연기력 하나만큼은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났다. 주아가 여러 작품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친 덕에 곽보미도 상을 탈 수 있었다.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없었더라면 오늘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감독님, 서브 여주 좀 바꿔주면 안 돼요?”

주아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이 속도로 촬영했다가 언제 다 촬영해요? 아직 나석진 씨와의 신도 남아있단 말이에요.”

“주아 씨와 석진 씨의 연기가 문제없어서 한 번에 오케이 할 수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곽보미의 목소리가 축 처졌다.

곽보미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주아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남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남자는 무엇인가? 주아에게 있어서 남자는 그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는 디딤돌에 불과했다. 그녀는 항상 남자는 끊이지 않지만 트로피는 흔치 않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니 연애란 무엇이겠는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즐기면 된다. 어쨌거나 일보다 더 좋은 건 없으니까.

“보미 씨.”

주아는 곽보미의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쳐다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로 때리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저년 얼굴을 아주 만신창이로 만들어서 복수해... 읍!”

주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곽보미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 곽보미는 그녀를 째려보았고 주아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다가 놀란 얼굴로 거울을 비춰보았다.

“보미 씨, 이렇게 꽉 누르면 어떡해요. 턱을 한 지 얼마 안 됐단 말이에요.”

곽보미는 잠깐 멈칫하다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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