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재의 가슴은 뜯기듯 아팠다.“나도 내가 늦었다는 걸 알아. 네가 서연이 낳았을 때 너희 모녀를 강주에서 데려왔어야 했는데!”그러나 당시 윤씨 가문은 내우외환이 있었다. 가문의 일부 사람들은 그가 권좌를 찬탈하였다고 업신여겼고 그에게 적개심이 커서 외부 세력과 결탁하여 그를 쫓아내려 하였다.윤정재는 이런 골치 아픈 일들을 처리하면서도 레시피를 연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 시점에 윤문희가 돌아오면 안 됐다. 그녀가 돌아오면 그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가벼우면 이용당하고 심하면 그녀와 딸을 인질로 삼아 윤정재를 협박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지금 윤정재는 후회하고 있다.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데려왔어야지 윤문희를 계속 강주에 버려두고 또 강명원 그 쓰레기를 만나게 한다니!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줘야지 강서연이 어린 나이에 눈치를 보게 하고 윤찬의 학업 생활이 순탄하지 않은 것도 다 그의 탓이다.가족은 함께 있어야 하고 아무리 힘든 날을 보내더라도 함께 있으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문희야...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윤정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윤문희는 마음이 칼에 베인 것 같았다.그녀는 그동안 윤정재가 윤제 그룹을 위해 한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전의 레시피를 다시 사용하지 않고 밤낮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연구하였다.윤정재의 출세 수단은 비열했지만 적어도 그녀의 가족을 부당하게 대우한 적은 없다.윤문희의 형제자매들은 모두 윤제 그룹 계열사에서 관리직을 맡고 있고 윤정재는 한 번도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님조차도 윤정재가 보살피다가 돌아가셨다.더구나 원한을 따져보면 원래 윤씨 가문이 잘못한 것이다.윤문희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눈물을 닦았다.“정재 씨, 제발 나 좀 보내줘요. 나는 이제 당신을 미워하지 않으니 당신도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요. 나는 정말 평안하게 남은 생을 살고 싶어요...”“내가 곁에 있어 줄게.”윤정재가 불쑥 말을 꺼냈다.“나는 조용히 있을게. 네가 말하지 못하게 할 때는 절대 말
“엄마...”한참 후 강서연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괜찮으세요?”“응, 괜찮아!”윤문희는 말하면서 조금 전 다 깎지 못한 사과를 가져와 칼을 단번에 사과에 꽂았는데 포스가 남달랐다.강서연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 기억 속의 엄마는 항상 부드럽고 섬세한 여자였는데 병이 난 그동안을 제외하고는 말이다.하지만 그때는 정신이 불안정해서 화를 내는 것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윤문희의 정신이 회복된 후에는 이렇게 엄한 적이 없었다.윤정재를 다시 보니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순간 얌전해져서 머리를 움츠리고 조용히 침대 옆에 앉아 두 손을 비비고 또 비비고 있었다. 침대가 높아서 두 발이 땅에 닿지도 않았는데 다리도 같이 어슬렁거렸다.그 모습이 꼭 옛날 집에서 최연준에게 호통을 맞던 뚱냥이 같았다.강서연은 입을 막고 몰래 웃었는데 마치 드라마 속 시골 할아버지 느낌이 났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는데 이때 따뜻한 큰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줬다. 최연준이 웃으며 강서연을 보고 윤정재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윤 회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의 뜻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면 최상 그룹을 서연이에게 맡겨도 되는 명분이 생긴다고 하셨어요. 결혼식은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것도 성대하게 치러질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이미 준비 중이고 확인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고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강서연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최연준을 바라보았다.그의 말투와 태도는... 평소 그가 윤정재에게 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이렇게 인내심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하지만 최연준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아마도 윤문희의 위풍을 보고 자신의 앞날이 보였고... 그리고 현재 최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그를 아끼지 않고 어머니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바람에 갑자기 윤정재를 공감했다.갑자기 동병상련 같은 느낌이 들어 그의 말투는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인생도 쉽지 않은데 남자가
최연준은 어쩔 수 없이 돌아와서 입을 삐죽거리며 소파에 앉았다.윤정재는 여전히 할 말이 있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너랑 서연이 결혼하는 거...”“도대체 몇 번이나 더 물어볼 거예요?”최연준이 쌀쌀하게 또박또박 말했다.“정말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이미 동의하셨어요!”“알고 있어.”윤정재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딸이 시집가는 것을 보고도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걸어가 신랑에게 직접 건네줄 자격이 없다.“윤 회장님.”최연준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처음에는 서연이의 신분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회장님께서 서연이를 수양딸로 삼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어제 이미 두 분 관계를 다 말씀드렸거든요.”윤정재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할아버지께서 회장님의 딸인 걸 알고 매우 기뻐하셨어요. 윤 회장님, 이참에 서연이와도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으세요?”“나는...”윤정재는 목이 메었다. 그는 아직 윤문희에게서 용서도 구하지 못했다.“윤 회장님.”최연준이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회장님께서 과거에 실수를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용감하게 마주하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윤정재는 안색이 좋지 않았고 한참 후 중얼거렸다.“서연이는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용서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마음은 후련하잖아요.”“나는 내 딸이 나를 미워하게 하고 싶지 않아!”윤정재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냥 지금처럼 아저씨로서 서연이를 아끼고 사랑해 줘도 상관없어!”“하지만 일은 질질 끌수록 더 복잡해지는 법이에요!”최연준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저는 겪어봐서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신분 문제에 대해서 최연준은 비참한 경험이 있다.강주에 있을 때 그가 질질 끌어 강서연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았다. 그녀를 잃을까 봐 말하지 않을수록 마지막에 그녀가 받은 상처는 더 커졌다.다행히 모든 것이 잘 극복되었다.
최연준의 기억력은 문제가 없다.기억은 했는데 이 약이 도대체 무엇인지 윤정재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윤 회장님, 이게 무슨 약입니까?”윤정재는 그를 바라보며 여우 같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걱정하지 마, 너에게 유익하기만 하고 아무런 해가 없어!”“그래도 이 약이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아요?”윤정재는 입꼬리가 올라가며 또박또박 네 글자를 말했다.“보신익정!”풉!최연준은 하마터면 손에 쥐고 있던 약병을 다시 던져주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뻔했다.‘보신? 이 늙은이가! 나보다 당신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강서연과 최연준은 혼인신고를 하는 시간을 일부러 오후 13시 14분으로 잡았다.친한 친구들이 모두 참석하여 구청에서 그들 두 사람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함께 목격하였다.두 사람은 강당에서 사진을 찍고 선서를 마친 뒤 진정한 부부가 된 순간 최연준의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뻔했다.강서연 역시 감동해서 웃기만 할 뿐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강력한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며 그녀에게 무한한 안정감을 선사했다.최연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육경섭이 축하해줬다.“축하해요! 두 분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임우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강서연을 꼭 끌어안은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육경섭이 둘을 떼어놓았다.“여보, 서연 씨 남편도 옆에 있는데 주의 좀 해.”“어때서!”임우정이 웃음을 터트렸다.배경원이 준비한 미니 예포를 당기자 펑 하고 예쁜 꽃가루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배경원은 열심히 분위기를 띄워주며 필사적으로 박수를 쳤다.육경섭은 눈살을 찌푸리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경원 씨, 역시 분위기 메이커답게 잘하네요!”“당연하죠!”배경원은 의기양양했다.“나는 두 사람의 결혼식을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어요!”“뭘 보여 주려는 거예요?”육경섭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당연히 축가 한 곡 해야죠!”사람들이 줄줄이 도망가는 것처럼 연기하자
“연준 형!”배경원이 소리쳤다.“혼인신고도 했으니 우리 어디 가서 크게 축하할까요?”최연준은 마음을 가다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해야지.”“그럼 제가 호텔을 예약할게요!”배경원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강서연을 바라봤다.“형수님은 무엇을 드시고 싶어요?”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토론의 열기가 하늘을 찔렀다.최연준은 담담하게 조용히 문 쪽을 바라보았다.그 사람은 이미 없어진 것 같다.“뭘 보고 있어요?”강서연이 그의 팔짱을 끼자 최연준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속삭였다.“먼저 차에서 기다려. 내가 전화 한 통만 하고 할게.”강서연은 잠시 멈칫했고 오늘 한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이것은 그들 형제 사이의 일이니 갈등이 있더라도 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최연준에게 다정한 눈빛을 보내고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주차장으로 향했다.그들이 멀리 떠난 후 최연준은 홀로 강당에 앉아 있었고 한참 있다가 밖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연준 형.”최연준이 그를 올려다보았다.유찬혁은 부끄러운 기색을 띠고 어색하게 웃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강서연 씨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그는 선물을 최연준 앞에 두었다.“이것은 나의 작은 마음이니 받아주세요.”최연준은 반쯤 침묵했다.유찬혁은 한쪽에 서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는 최연준의 희로애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의 안색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그러나 최연준이 노하면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그도 알고 있었다.유찬혁은 심호흡을 하고 살며시 그를 관찰했다. 한참 후 최연준이 마침내 그를 올려다봤고 먹빛 눈동자 속의 한기가 조금씩 사그라지는 듯했다.“연준 형, 그날 미안했어요.”유찬혁이 정중하게 사과했다.최연준은 일어나 입꼬리가 올라가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유찬혁은 자존감이 강해서 그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됐어, 나도 마음
“찬혁아. 우리는 네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나중에 네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본 후에 결정하자.”“형, 설연이는...”“됐어, 그 이름 듣기 싫어!”유찬혁은 입술을 깨물고 최연준의 차가운 눈을 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이 있는데...”유찬혁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이실직고했다.“며칠 전에 최지한이 다쳤는데 알고 있어요?”최연준은 술집 주차장에서 싸움이 붙었다고 한 것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그날이 딱 마침 그와 유찬혁이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날이다.최연준은 생각에 잠겼다가 바로 이해가 갔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유찬혁을 바라보았다.“그날 밤 내가 먼저 간 후에 네가 또 그 사람이랑 잠깐 얘기를 했나 봐?”최연준은 웃는 것 같기도, 웃지 않는 것 같기도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유찬혁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연준 형, 나는...”최연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힐끗 보았다.유찬혁은 목이 굳었지만 계속해서 설명했다.“그 사건은... 내가 처리했어요. 경수 아저씨께서 나를 찾아와서 최지한이 시비를 걸어 경찰에 잡혀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응.”최연준과 유찬혁은 어려서부터 쭉 알고 지낸 사이로서 최지한이 말 몇 마디로 이간질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괜찮아.”최연준은 유찬혁을 보며 말했다.“변호사로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아. 최지한이 아무리 인성이 더럽고 무능하다 해도 결국은 최씨 가문 사람이야. 최지한에게 일이 생기면 최씨 가문에 먹칠할 수 있어 할아버지께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 그래서 아저씨가 너를 찾아간 것도 아마 할아버지의 뜻일 거야.”유찬혁은 한참을 멈췄다가 긴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지었다.“형이 이해해 주면 돼요.”“다 해결됐어?”“네.”이런 작은 사건은 유찬혁에게 식은 죽 먹기다.“그쪽 상대가 합법적인
밤이 되자 최연준과 강서연은 에덴으로 돌아왔다.차는 마당에 주차되어 있었고 두 사람은 차 안에서 키스를 하고 있었는데 밀폐된 공간에는 약간의 야릇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강서연은 점점 호흡이 불안정했지만 최연준의 들이닥치는 손을 잡고 집에 가서 하자고 손짓했다.그와 그렇게 오래 같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그녀는 아직도 보수적이다. 이런 일은 너무 사적이어서 당연히 사적인 곳에서만 할 수 있다.“여보...”최연준은 목이 메었다.“나는 참을 수가 없어!”“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해요!”강서연은 고양이처럼 그의 가슴에 기댔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이번 달 용돈을 취소하게 하지 마요!”최연준은 괴로워 죽겠다는 듯이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강서연이 ‘사적인 공간’ 에서 커튼을 치고 이불을 덮으면 그녀는 더 이상 키스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그녀가 대담할 때를 생각하면 최연준의 혼을 다 빨아들일 것만 같았는데 그야말로 정말...최연준은 곧바로 그녀를 품에 안고 차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현관에서 포옹을 하고 최연준이 아직 키스도 못했는데 거실 불이 갑자기 켜져 강서연이 놀라서 소리를 냈다.방한서가 뚱냥이를 끌어안고 거실에 서 있었고 박경실도 활짝 웃고 있었다. 거실은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대리석 바닥에는 장미 꽃잎이 가득 깔려 있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서프라이즈!”방한서는 뚱냥이의 발을 움켜쥐고 그들을 향해 흔들었다.“도련님, 사모님 어떠세요? 제가 특별히 준비한 거예요!”강서연은 볼이 발그레해지고 눈가에는 웃음꽃이 피었다.최연준은 십여 초 동안이나 멍하니 있다가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왜 맨날 쟤야? 맨날 쟤야!’이번에는 더욱 심하다. 이런 날에 박경실과 뚱냥이까지 함께 데리고 오다니!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분명히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으면 가라고 특별히 당부하지 않았던가.“방한서!”이 포효소리는 거의 지붕을 뚫을
안마사는 직업적인 미소를 띠고 말했다.“이 정도 힘이면 될까요?”성설연은 온몸이 한순간에 가벼워졌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정성껏 모시겠습니다!”성설연은 웃으며 마음이 많이 상쾌해졌다.여기에 오기 전에 그녀는 이미 밤낮없이 이틀 동안 촬영을 했기 때문에 힘들어 죽을 뻔했다. 하필이면 곽보미가 진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고 전부 주아와 맞붙는 장면이었다.주아는 어떤 사람인가? 지난번 따귀를 맞은 후 그녀는 다시는 성설연을 순순히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러자 성설연은 배역을 바꾸고 싶어 했고 주아와 함께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하자 또 전 출연진의 비웃음을 샀다.곽보미는 그저 담담하게 그녀를 보았을 뿐이었고 말 한마디만 남겼다.“당신은 이 역할밖에 없어요. 촬영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계약을 해지해도 늦지 않아요! 저 곽보미는 이 정도의 돈은 있어요.”이로써 성설연은 모두가 연합하여 그녀를 괴롭힌다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그녀는 유찬혁에게 전화를 걸어 불쌍하게 울면서 자신이 당한 일을 하소연했는데 유찬혁은 오히려 전화 속에서 그녀를 타일렀다.“설연아, 너는 이제 막 데뷔했으니 겸손하게 행동하고 스텝들과 잘 지내야 해... 보미는 재능 있는 감독이어서 네가 노력하면 그 사람은 너를 띄워 줄 거야.”성설연은 핸드폰을 내던지고 페이스북에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호소한 글을 올렸고 다행히 낸시가 제때 이를 발견하고는 경고했다.“성설연,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싶으면 일찌감치 말해. 내 밥줄까지 망치지 말고! 이런 것도 올리다니 이제는 사람들을 안 보고 살 거야? 빨리 삭제해!”성설연은 마지못해 글을 삭제했지만 게시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봤다.이 중에는 사고뭉치 최지한도 포함되어 있다.“성설연... 혹시 최연준에게 매장당할 뻔한 그 가수 맞아?”“네, 도련님. 유 변호사님이 짝사랑하는 사람이에요!”“유찬혁, 이 개자식아. 네가 화를 자초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