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형...”유찬혁은 목이 조여 왔고 평소 언변이 좋았던 그는 지금 최연준 앞에서 식은땀만 흘렸다.게다가 그는 이렇게 엄숙한 최연준을 본 적이 없다.“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잘못이 없지만 너는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아야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판단할 수가 있어.”“연준 형...”유찬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형은 서연 씨를 알고 나서야 사랑하기로 한 거예요? 아니잖아요! 분명 형은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을 거예요!”최연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유찬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한 잔을 더 따랐다.“서연이는 그 여자와 달라!”최연준은 싸늘하게 말했다.“너는 그 둘을 비교하면 안 돼!”“왜요?”유찬혁은 술기운을 빌려 냉랭하게 웃었다.“형의 여자는 손안에 들고 있는 보물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 가치도 없어요?”“너...”‘이 멍청한 놈!’성설연이 유찬혁을 신경 썼더라면 벌써 그와 함께 있었을 텐데 이렇게 오랫동안 어장관리를 하지는 않았을 거다!이 여자가 그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유찬혁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그 사람은 나를 좋아할 거예요...”유찬혁은 술병을 들고 마셨다.그는 변호사이기 때문에 항상 냉정하고 정신을 차려야 하므로 이렇게 마신 적이 없는데 오늘 그는 추태를 부렸다.최연준은 그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관여하지 않고 방에서 나왔다.유찬혁은 마지막으로 술집에서 나왔고 이때 이미 늦은 밤이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셔서 걸을 때 몸이 약간 흔들렸다.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렇게 제멋대로 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유씨 가문은 오성에서 으뜸가는 학자 집안으로 어려서부터 유찬혁에 대한 훈육도 매우 엄격하여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일을 하고 나서 일부 접대가 불가피하므로 상징적으로 한 모금 마시는 것뿐이었다.감정적으로는 더더욱 텅 비어 있었다.
최지한은 위아래로 유찬혁을 훑어보다가 그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자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서 물었다. “유 변호사님, 생각해 보지 않겠어요?”“제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유찬혁이 싸늘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저는 도련님께서 자기 일에 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니 몸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은데요?”“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적당히 절제하는 것도 자신에게 이로워요!”유찬혁은 복잡한 웃음을 지으며 최지한의 어깨를 토닥였다.“젊은 나이에 신장이 허하여 머리숱이 없어서야 되겠어요? 최씨 가문의 체면은 정말 당신 하나 때문에 구겨지겠어요!”“당신...”최지한의 손이 올라가자마자 유찬혁은 바로 그의 손목을 잡고 그를 옆으로 세차게 내동댕이쳤다. 술에 취했지만 여전히 힘은 셌다.유찬혁은 웃으며 주차장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최지한은 최연준 옆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실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작은 변호사 주제에 감히 그에게 대들 줄은 생각도 못 했다.강서연이 모든 경호원을 철수시킨 바람에 이제 최지한은 자신의 세력을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다!최지한은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성을 냈고 옆에 있던 차가 그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 그는 세게 발길질했다.자동차는 바로 경적을 울렸다.최지한이 떠나고 싶어도 이미 늦었다. 술집에서는 몇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걸어 나왔는데 하나둘씩 만취한 모습이고 찐빵 같은 얼굴로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누가 내 차를 찼어?”최지한이 잠시 멈칫하자 반응도 못 한 채 선두에 선 사람이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뭐 하는 거야? 눈멀었어? 날 몰라?”청년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동안 자세히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어디서 나온 개미 한 마리야?”“너희들...”“이 개자식아, 감히 내 차를 걷어차다니. 가만 안 놔둘 거야!”“나는 최상가 장손 최지한이야!”청년들이 실소했다.“그럼 나는 최연준이다. 하하하...”“야, 당장 와서 내 차에 사과해!”주차장은
“연기하지 마세요!”윤문희는 어이없어했다.“윤정재 씨, 당신만 의사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사람을 속이고 싶어도 넘어갈 수 있는 호구를 찾으세요.”그녀는 그의 팔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혼자 보세요. 당신이 찌른 위치는 내가 방금 찌른 것과 전혀 다른 혈 자리잖아요!”“문희야...”윤정재는 소심하게 그녀를 한 번 불렀고 또 바보와 같이 웃기 시작했다.‘왜 아직도 어릴 때랑 똑같지?’예전에 윤문희는 화가 났을 때 자주 바늘로 그를 찔렀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 다른 여자와 몇 마디 말을 더 했더니 몸에 이상하게 여러 개의 침 구멍이 생기고 몸의 절반이 마비됐던 적이 있다.윤정재는 열몇 살 되는 소녀가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찌를 수 있는지 의문점이 들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녀는 진짜 윤제 그룹의 공주였고 조상 대대로 황실 어의여서 의학에도 타고난 재질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윤정재는 그녀와 달리 전부 다 각고의 노력으로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것이지 지름길이 없고 버티기만 할 뿐이다.그해의 그 복수처럼 윤문희가 그와 결별한 순간 윤정재의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죽을힘을 다해 버텨냈다.지금까지 버텼지만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문희야, 내가 몇 마디만 할 수 있게...”“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윤문희는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당신이 완전히 회복되고 퇴원하면 다시 모르는 사이로 됩시다.”“문희야!”“윤정재 씨.”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그때 한 약속을 잊지 마세요.”윤정재가 잠시 멈칫했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돌아가서 그 약속을 한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무슨 약속을 함부로 했을까? 그것도 다시는 귀찮게 안 하겠다고 영원히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진짜 그때 머리가 어떻게 된 거는 아닌지 후회막심했다.윤정재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윤문희가 등을 돌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뒷모습은 더 이상 소싯적처럼 가녀리고 여리지 않았고 세월의 흔적이 남았다.
윤정재의 가슴은 뜯기듯 아팠다.“나도 내가 늦었다는 걸 알아. 네가 서연이 낳았을 때 너희 모녀를 강주에서 데려왔어야 했는데!”그러나 당시 윤씨 가문은 내우외환이 있었다. 가문의 일부 사람들은 그가 권좌를 찬탈하였다고 업신여겼고 그에게 적개심이 커서 외부 세력과 결탁하여 그를 쫓아내려 하였다.윤정재는 이런 골치 아픈 일들을 처리하면서도 레시피를 연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 시점에 윤문희가 돌아오면 안 됐다. 그녀가 돌아오면 그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가벼우면 이용당하고 심하면 그녀와 딸을 인질로 삼아 윤정재를 협박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지금 윤정재는 후회하고 있다.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데려왔어야지 윤문희를 계속 강주에 버려두고 또 강명원 그 쓰레기를 만나게 한다니!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줘야지 강서연이 어린 나이에 눈치를 보게 하고 윤찬의 학업 생활이 순탄하지 않은 것도 다 그의 탓이다.가족은 함께 있어야 하고 아무리 힘든 날을 보내더라도 함께 있으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문희야...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윤정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윤문희는 마음이 칼에 베인 것 같았다.그녀는 그동안 윤정재가 윤제 그룹을 위해 한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전의 레시피를 다시 사용하지 않고 밤낮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연구하였다.윤정재의 출세 수단은 비열했지만 적어도 그녀의 가족을 부당하게 대우한 적은 없다.윤문희의 형제자매들은 모두 윤제 그룹 계열사에서 관리직을 맡고 있고 윤정재는 한 번도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님조차도 윤정재가 보살피다가 돌아가셨다.더구나 원한을 따져보면 원래 윤씨 가문이 잘못한 것이다.윤문희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눈물을 닦았다.“정재 씨, 제발 나 좀 보내줘요. 나는 이제 당신을 미워하지 않으니 당신도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요. 나는 정말 평안하게 남은 생을 살고 싶어요...”“내가 곁에 있어 줄게.”윤정재가 불쑥 말을 꺼냈다.“나는 조용히 있을게. 네가 말하지 못하게 할 때는 절대 말
“엄마...”한참 후 강서연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괜찮으세요?”“응, 괜찮아!”윤문희는 말하면서 조금 전 다 깎지 못한 사과를 가져와 칼을 단번에 사과에 꽂았는데 포스가 남달랐다.강서연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 기억 속의 엄마는 항상 부드럽고 섬세한 여자였는데 병이 난 그동안을 제외하고는 말이다.하지만 그때는 정신이 불안정해서 화를 내는 것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윤문희의 정신이 회복된 후에는 이렇게 엄한 적이 없었다.윤정재를 다시 보니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순간 얌전해져서 머리를 움츠리고 조용히 침대 옆에 앉아 두 손을 비비고 또 비비고 있었다. 침대가 높아서 두 발이 땅에 닿지도 않았는데 다리도 같이 어슬렁거렸다.그 모습이 꼭 옛날 집에서 최연준에게 호통을 맞던 뚱냥이 같았다.강서연은 입을 막고 몰래 웃었는데 마치 드라마 속 시골 할아버지 느낌이 났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는데 이때 따뜻한 큰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줬다. 최연준이 웃으며 강서연을 보고 윤정재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윤 회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의 뜻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면 최상 그룹을 서연이에게 맡겨도 되는 명분이 생긴다고 하셨어요. 결혼식은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것도 성대하게 치러질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이미 준비 중이고 확인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고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강서연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최연준을 바라보았다.그의 말투와 태도는... 평소 그가 윤정재에게 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이렇게 인내심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하지만 최연준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아마도 윤문희의 위풍을 보고 자신의 앞날이 보였고... 그리고 현재 최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그를 아끼지 않고 어머니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바람에 갑자기 윤정재를 공감했다.갑자기 동병상련 같은 느낌이 들어 그의 말투는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인생도 쉽지 않은데 남자가
최연준은 어쩔 수 없이 돌아와서 입을 삐죽거리며 소파에 앉았다.윤정재는 여전히 할 말이 있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너랑 서연이 결혼하는 거...”“도대체 몇 번이나 더 물어볼 거예요?”최연준이 쌀쌀하게 또박또박 말했다.“정말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이미 동의하셨어요!”“알고 있어.”윤정재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딸이 시집가는 것을 보고도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걸어가 신랑에게 직접 건네줄 자격이 없다.“윤 회장님.”최연준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처음에는 서연이의 신분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회장님께서 서연이를 수양딸로 삼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어제 이미 두 분 관계를 다 말씀드렸거든요.”윤정재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할아버지께서 회장님의 딸인 걸 알고 매우 기뻐하셨어요. 윤 회장님, 이참에 서연이와도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으세요?”“나는...”윤정재는 목이 메었다. 그는 아직 윤문희에게서 용서도 구하지 못했다.“윤 회장님.”최연준이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회장님께서 과거에 실수를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용감하게 마주하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윤정재는 안색이 좋지 않았고 한참 후 중얼거렸다.“서연이는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용서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마음은 후련하잖아요.”“나는 내 딸이 나를 미워하게 하고 싶지 않아!”윤정재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냥 지금처럼 아저씨로서 서연이를 아끼고 사랑해 줘도 상관없어!”“하지만 일은 질질 끌수록 더 복잡해지는 법이에요!”최연준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저는 겪어봐서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신분 문제에 대해서 최연준은 비참한 경험이 있다.강주에 있을 때 그가 질질 끌어 강서연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았다. 그녀를 잃을까 봐 말하지 않을수록 마지막에 그녀가 받은 상처는 더 커졌다.다행히 모든 것이 잘 극복되었다.
최연준의 기억력은 문제가 없다.기억은 했는데 이 약이 도대체 무엇인지 윤정재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윤 회장님, 이게 무슨 약입니까?”윤정재는 그를 바라보며 여우 같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걱정하지 마, 너에게 유익하기만 하고 아무런 해가 없어!”“그래도 이 약이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아요?”윤정재는 입꼬리가 올라가며 또박또박 네 글자를 말했다.“보신익정!”풉!최연준은 하마터면 손에 쥐고 있던 약병을 다시 던져주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뻔했다.‘보신? 이 늙은이가! 나보다 당신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강서연과 최연준은 혼인신고를 하는 시간을 일부러 오후 13시 14분으로 잡았다.친한 친구들이 모두 참석하여 구청에서 그들 두 사람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함께 목격하였다.두 사람은 강당에서 사진을 찍고 선서를 마친 뒤 진정한 부부가 된 순간 최연준의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뻔했다.강서연 역시 감동해서 웃기만 할 뿐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강력한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며 그녀에게 무한한 안정감을 선사했다.최연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육경섭이 축하해줬다.“축하해요! 두 분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임우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강서연을 꼭 끌어안은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육경섭이 둘을 떼어놓았다.“여보, 서연 씨 남편도 옆에 있는데 주의 좀 해.”“어때서!”임우정이 웃음을 터트렸다.배경원이 준비한 미니 예포를 당기자 펑 하고 예쁜 꽃가루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배경원은 열심히 분위기를 띄워주며 필사적으로 박수를 쳤다.육경섭은 눈살을 찌푸리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경원 씨, 역시 분위기 메이커답게 잘하네요!”“당연하죠!”배경원은 의기양양했다.“나는 두 사람의 결혼식을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어요!”“뭘 보여 주려는 거예요?”육경섭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당연히 축가 한 곡 해야죠!”사람들이 줄줄이 도망가는 것처럼 연기하자
“연준 형!”배경원이 소리쳤다.“혼인신고도 했으니 우리 어디 가서 크게 축하할까요?”최연준은 마음을 가다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해야지.”“그럼 제가 호텔을 예약할게요!”배경원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강서연을 바라봤다.“형수님은 무엇을 드시고 싶어요?”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토론의 열기가 하늘을 찔렀다.최연준은 담담하게 조용히 문 쪽을 바라보았다.그 사람은 이미 없어진 것 같다.“뭘 보고 있어요?”강서연이 그의 팔짱을 끼자 최연준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속삭였다.“먼저 차에서 기다려. 내가 전화 한 통만 하고 할게.”강서연은 잠시 멈칫했고 오늘 한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이것은 그들 형제 사이의 일이니 갈등이 있더라도 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최연준에게 다정한 눈빛을 보내고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주차장으로 향했다.그들이 멀리 떠난 후 최연준은 홀로 강당에 앉아 있었고 한참 있다가 밖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연준 형.”최연준이 그를 올려다보았다.유찬혁은 부끄러운 기색을 띠고 어색하게 웃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강서연 씨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그는 선물을 최연준 앞에 두었다.“이것은 나의 작은 마음이니 받아주세요.”최연준은 반쯤 침묵했다.유찬혁은 한쪽에 서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는 최연준의 희로애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의 안색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그러나 최연준이 노하면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그도 알고 있었다.유찬혁은 심호흡을 하고 살며시 그를 관찰했다. 한참 후 최연준이 마침내 그를 올려다봤고 먹빛 눈동자 속의 한기가 조금씩 사그라지는 듯했다.“연준 형, 그날 미안했어요.”유찬혁이 정중하게 사과했다.최연준은 일어나 입꼬리가 올라가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유찬혁은 자존감이 강해서 그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됐어, 나도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