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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곽 감독님, 녹화 곧 시작해요.”

최연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독님은 지각해서는 안 되죠.”

곽보미는 여기서 방해하지 말라고 빙빙 돌려서 얘기하는 최연준의 뜻을 단번에 알아채고 냉큼 자리를 피했다.

최연준은 웃으며 강서연의 손을 잡고 녹화 현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경호원은 오승준을 천천히 끌고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옆으로 지나갈 때 오승준은 퉁퉁 부어오른 두 눈을 힘겹게 떴다. 강서연과 최연준이 깍지를 끼고 알콩달콩 행복해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오승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뼈도 못 추릴 거라는 얘기는 그나마 봐준 것이었다. 최연준의 성격이라면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도 남는다.

...

녹화 현장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최연준은 가운데 자리에 앉지 않았다.

“최 대표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사회자가 최연준을 가운데 자리로 안내했다.

“괜찮아요.”

최연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 예능의 대본을 봤는데 남녀 주인공을 뽑는 거 맞죠? 남녀 주인공도 중요하지만 감독이 더 중요하죠. 감독님이 가운데 앉아야 무대 위의 배우들을 더 잘 살펴보고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가 누구인지 알 수 있죠. 안 그래요? 오 감독님?”

최연준은 싸늘하게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오승준의 얼굴이 퉁퉁 부은 데다가 이까지 빠져 뭐라 중얼거리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사회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최연준이 직접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상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사회자는 오승준을 가운데 자리로 안내했다.

카메라가 마침 오승준의 얼굴 정면에 있었다. 전 세계가 시퍼렇게 멍들고 퉁퉁 부은 그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최연준은 여유롭게 펜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가끔 오승준을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내 손에 죽으려고!’

육경섭의 열 가지 고문의 맛을 본 후에는 자신이 대체 누굴 건드렸는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

녹화가 절반 정도 진행됐을 무렵 남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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