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재는 검사지를 들고 진료실을 나섰다.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그 앞에 서 있는 소정애를 마주쳤다.“여보, 당신... 당신 여긴 어떻게 왔어? 다 정상이래. 당신...”강우재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소정애는 눈시울이 붉어져 떨리는 목소리로 의사에게 물었다.“여보, 나 속일 필요 없어. 선생님, 저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유방암은 암 중에서도 복잡한 편입니다. 암세포가 전이된 것도 확인됐고요. 수술하시고 꾸준히 항암 하시면 5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 겁니다.”“5년이요?”소정애가 그 자리에 굳어졌다. 강우재가 급히 그녀를 끌어당겼다.“여보, 괜찮아... 그냥 작은 수술일 뿐이야. 몸에 암세포가 있으면 그걸 없애버리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돈은 얼마나 필요해요?”“그런 걸 왜 물어봐! 얼마나 들든 꼭...”“나 의사 선생님께 물은 거야!”소정애가 크게 소리쳤다. 강우재는 깜짝 놀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소정애 씨, 자세한 건 정밀검사를 한 뒤에 말씀드리죠. 금액에 관한 것도 그때 설명해 드릴 겁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들긴 할 겁니다. 금액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네, 네! 선생님, 고쳐만 주세요! 고쳐만 주신다면 돈은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여보, 이만 돌아가자.”소정애가 평온하게 말했다. 강우재가 비틀거리며 소정애의 뒤를 따랐다. 반평생을 함께 살았지만 이렇게 강인한 모습은 처음이었다.“여보...”“치료 안 해.”병실에 돌아온 소정애가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 평소 같았으면 소정애가 삐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소정애는 아무 말도 없이 덤덤하게 물건들을 정리하며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환자복을 갈아입고 짐까지 깔끔하게 쌌다. 그 모든 게 끝나고 나서야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강우재의 앞에 가 섰다.“나 치료 안 해. 저축해둔 돈이랑 집, 가게는 전에 얘기한 대로 나눠. 지금 집과 가게는 소아에게 주고, 새집과 저축은 당신과
Last Updated : 2024-07-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