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111 - Chapter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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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1화

최군형이 두어 번 기침하고는 똑똑하게 말했다.“그러지 좀 마!”“형, 소유가 이걸 알고 힘들어할까 봐 그러는 거야? 그 가족들도 소유한테 잘해준다며.”“응, 그게 걱정되긴 해.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소아가 육씨 집안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경섭 삼촌과 우정 아줌마가 힘들어할까 봐.”“응, 그것도 그렇네. 이 일은 천천히 하는 게 좋겠어.”......육명진은 별장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창문가의 장식품이 마음에 들지 않자 그는 냉큼 그 장식품을 집어 벽에 힘껏 던졌다.“미친X!”고용인들은 모두 자리에 가만히 선 채 다가가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미친X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육명진이 숨을 몰아쉬었다.이 일은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었다. 자신이 딸을 얕잡아본 탓이었다. 육연우도 제 엄마처럼 순진무구한 얼굴 뒤에 무시무시한 칼을 감추고 있을지 몰랐다. 지금 그녀는 최 씨 형제를 도와 육소유의 행방을 찾고, 하수영의 신분까지 알아냈다. 이제 자신의 차례였다.육명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그는 핸드폰을 잡고 그 번호에 전화를 걸고는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방법을 생각해 내... 육소유의 신분이 오성에 알려져서는 안 돼!”하수영이 잠깐 침묵하다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최씨 가문 도련님 두 분이 모두 강주에 있어요. 육소유도 육연우도 제가 접근하기엔 어려워요.”“난 몰라! 이 일은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알아서 해결해!”육명진이 핸드폰을 부숴버릴 기세로 말했다. 하수영이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육명진이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하수영 씨, 돈 때문에 날 도와주는 거잖아. 돈을 받고 일을 안 해서야 되겠어? 그러니까... 당신이 처리하든지, 내가 당신을 처리하든지 둘 중 하나겠지.”“육명진 씨!”“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해! 어떤 방법을 쓰든 난 신경 안 써. 당신이 최군형을 유혹해서 그 두 사람을 갈라놔도 돼! 어쨌든, 강소아가 오성에 나타나서는 절대 안 돼!”하수영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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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강소아가 멍해졌다. 이는 하수영의 차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따지려 했으나 그 차는 붕 하고 꼬리를 뺐다.소리를 들은 최군형이 금세 달려 나왔다. 그는 물에 젖은 강소아를 보고는 마음 아픈 듯 말했다.“병원에 데리러 갈 걸 그랬어요!”“괜찮아요. 대낮에 그런 차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차 번호는 똑똑히 봤어요?”“하수영 차에요.”강소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최군형이 흠칫했다. 기분이 이상했다.강소아와 한번 해보자는 건가?하지만 물을 끼얹는 것 같이 유치한 일을 누가 하겠는가?다른 원인이 있을 게 뻔했다.“군형 씨, 난 정말 모르겠어요... 나한테 왜 그러는 걸까요?”이제 슬프지는 않았지만 그 일은 아직도 강소아에게 상처였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대한 친구의 배신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너무 깊이 생각 마요. 들어가서 샤워하고 옷도 갈아입어요. 그리고...”최군형이 말을 멈췄다. 강소아가 팔을 들자 그녀의 허리가 드러났다.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피부였다.최군형은 멍하니 강소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소아가 고개를 돌렸다.“군형 씨? 거기서 뭐 해요?”최군형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하수영이 강소아를 흠뻑 젖게 한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군형 씨?”“아, 왜요?”그는 정신을 차리고 강소아의 손을 잡고는 웃으며 말했다.“빨리 들어가요. 옷 갈아입고 한숨 자요. 아줌마한테는 제가 가볼게요.”강소아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집에 들어섰다. 며칠 동안 너무 힘들었기에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눕자마자 금세 잠들어버렸다.최군형은 조용히 문을 잠그고 골목에 나갔다. 붉은 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차 가까이 다가갔다. 이때 하수영이 갑자기 벽에서 튀어나왔다.“도련님.”하수영이 선글라스를 벗고 환하게 웃었다. 최군형은 그녀를 슬쩍 보고는 냉랭하게 물었다.“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요?”“알려줄 게 있어서 왔어요. 연우 씨가 당신과 손잡았다는 거 알아요. 이번에 강주에 온 것도 날 조사하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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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최군성은 육연우와 함께 오성으로 돌아가서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육씨 가문의 대문에 도착해서야 최군형은 아쉬워하며 그녀와 헤어졌다. 더 있고 싶었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식사 자리에 참석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가기 전 최군형이 육연우에게 말했다.“연우야, 소유에 대한 일은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비밀로 해. 우리 형이 그러는데 이 일은 천천히 해야 한대.”“네, 알겠어요.”육연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육명진이 자신을 아빠라고 소개할 때 그녀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친아빠 한 명이 나타났는데도 이 정도인데, 20년간 살았던 집이 진짜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육소유도 견디기 힘들어할 것이다.“됐어, 빨리 가!”최군형이 아쉬운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육연우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천천히 문 안으로 들어왔다.정원을 지날 때, 갑자기 커다란 손 하나가 그녀의 입을 단단히 틀어막았다!육연우는 깜짝 놀랐다.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별장 뒤의 벽면으로 질질 끌려갔다!몸부림치던 그녀가 상대방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당신...”“연우야, 이렇게 멋대로 굴면 아빠 기분이 나빠!”육연우는 온몸에 힘이 풀렸다. 차디찬 벽에 닿은 등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육명진은 서늘한 눈빛으로 사악하게 웃었다. 사람을 물기 직전의 짐승 같은 모습이었다.“강주에서 잘 놀았어?”육연우는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다른 사람과 손잡고 날 공격하려 들다니, 뒷감당은 자신 있고? 무섭지도 않아?”육연우가 한참을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아... 안 무서워요. 나쁜 짓은 할 대로 했으니,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삼촌이 용서해 주실 지도 몰라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하면...”“닥쳐!”육명진이 손을 치켜들었다. 육소유는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얼굴을 감쌌다.하지만 육명진의 손은 그녀의 얼굴에 내리쳐지지 않았다.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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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육명진은 그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육연우가 애원했다.“아빠! 아빠...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요. 그러니 제발 이러지 마요.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정말 내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할 거야?”“네...”“그럼 내가 필요한 걸 구해다 줘!”육명진은 그 말만을 내뱉고는 그녀를 뿌리치고 저 멀리 걸어 나갔다. 육연우는 쓰라린 무릎을 붙잡고 간신히 일어났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진정한 뒤 조금씩 거실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우정은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놓았다.“소유야!”그 말을 들은 육연우가 움찔하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임우정이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육연우는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피했다.임우정은 육연우에게 뻗으려던 팔을 멈춘 채 찬물을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실망이 비쳤다.“소유야...”“아줌마, 제가 강주에서 아줌마에게 드릴 선물을 가져왔어요.”임우정이 흠칫했다.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 들어왔다.기쁜 것은, 절대로 그녀를 부르지 않던 소유가 오늘 드디어 그녀를 불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슬픈 것은 기다리던 “엄마” 소리가 아닌 “아줌마”소리를 들은 것이다.하지만 이도 이미 크나큰 발전이었다. 임우정은 억지로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식탁 앞으로 왔다.“다 네가 좋아하는 거야... 강주에 있는 동안 집 생각이 나진 않았어?”육연우는 입술을 깨물고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임우정은 육연우의 머리를 넘겨주고는 그녀를 보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연우야, 아빠랑 상의해 봤는데, 아무래도... 네게 주식 지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전...”“먼저 거절하려 하지 말고! 우리한테 자식이라고는 너 하나뿐이야. 부모로서 20년 동안이나 널 보살피지 못했으니, 어떻게 보상하면 좋을지 몰라서...”“아뇨, 정말 괜찮아요...”“소유야, 그러지 말고 받아. 이 계약서에 사인해! 어차피 나중엔 그룹 전체가 네 것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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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임우정이 웃으며 말했다.“응. 딸한테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소유가...”“소유야, 그러면 안 되지! 엄마 아빠가 주신 물건은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 게 예의야!”육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펴고는 천천히 계약서를 받았다. 임우정의 눈빛이 환해졌다. 그녀의 얼굴에 다행이라는 미소가 떠올랐다.육연우가 작게 말했다.“사인... 할게요. 자세히 읽어봐도 돼요?”“당연하지! 밥 먹고 방에 가서 자세히 읽어봐. 오래 걸려도 상관없어. 변호사가 필요하다면 엄마한테 얘기해. 적당한 사람이 있어!”“형수님, 저도 괜찮은 변호사 몇 명을 아는데...”“괜찮아요!”육연우가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육명진은 놀란 눈치였다. 비록 육연우의 얼굴은 아직도 겁에 질려 있었지만 육명진은 그녀의 눈빛에서 전에 없던 강인함을 보았다.그는 조금 놀라서 가만히 육연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육연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임우정을 보며 말했다.“삼촌이 애쓰실 필요 없어요. 그냥... 저희 회사 변호사를 써요. 회사 사람이니까 업무에도 더 익숙할 거예요.”“소유야, 네 엄마 아빠 회사의 변호사는 다들 바쁜 사람들이야! 이까짓 일은 그들이 나서지 않아도 돼!”“이건...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언젠가 그룹 전체가 제 것이 되겠는데, 당연히 지금부터 업무와 직원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게 좋겠죠. 그 시작이 변호사가 되어도 좋고요.”“너...”육명진이 정색했다.‘날로 먹고 튀려는 건가?’하지만 그도 감히 임우정의 앞에서 육연우에게 뭐라 하지는 못했다. 육명진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 소유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그럼... 계약서 천천히 잘 읽어봐!”......며칠 후, 가게에 있던 최군형은 파일 하나를 받았다. 임우정이 육소유에게 준 바로 그 계약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던 그는 문제 하나를 발견했다.이때 최군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 형!“이 파일은 뭐야? 무슨 일이야?”“우정 아줌마가 한사코 연우에게 사인하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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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최군성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육소유가 강소아라고 확신해?”“응.”최군성은 형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최군형은 어릴 적부터 완전히 확실한 일이 아니라면 말하지 않았다.“전에 소아가 남양에 있을 때 한 검진 결과가 삼촌한테 있어.”“뭐?”“그런데 마침 경섭 아저씨도 과로가 심해서 연합 병원에서 검진했었어. 그래서 몰래 사람을 시켜 검진 결과를 하나 남겨두라 했어. 그리고...”“그랬더니, 두 사람이 혈연관계가 있대?”“99.99%. 확실한 거지. 이 확률을 뚫는 게 더 어려울걸?”최군성이 멍해졌다. 정신을 차린 그는 운명과 인연의 신기함에 감탄했다.최군형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먼저 강소아에게 말하는 게 나을지, 강우재와 소정애에게 말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었다.이때 축 처진 강소아가 가게로 들어왔다.“왜 그래요?”최군형이 급히 다가가 냉장고에서 가장 비싼 음료수를 꺼냈다. 강소아는 그를 흘깃 보고는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음료수를 받았다.“이거 제일 비싼 거잖아요! 이렇게 장사할 바엔 그냥 문 닫아요!”“그것도 괜찮은 것 같네요. 문을 닫으면 우리 둘밖에 없을 테고,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최군형!”강소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최군형이 진지한 얼굴로 사사로운 말을 던지는 게 제일 무서웠다.최군형은 웃으며 강소아의 어깨를 끌어안고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좀 걱정돼서요. 엄마 퇴원하기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오늘 그 결과가 나오는 날이에요.”“아... 그럼 뭘 걱정하는 거예요?”“엄마도 이제 나이가 있으신데, 혹시나 병이라도...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소아는 확실히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적은 별로 없었다.심장이 가느다란 실에 매달린 느낌이었다. 언제든 끊어질 것 같지만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강소아는 최군형의 가슴에 기대 그를 꼭 안고는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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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강우재는 검사지를 들고 진료실을 나섰다.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그 앞에 서 있는 소정애를 마주쳤다.“여보, 당신... 당신 여긴 어떻게 왔어? 다 정상이래. 당신...”강우재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소정애는 눈시울이 붉어져 떨리는 목소리로 의사에게 물었다.“여보, 나 속일 필요 없어. 선생님, 저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유방암은 암 중에서도 복잡한 편입니다. 암세포가 전이된 것도 확인됐고요. 수술하시고 꾸준히 항암 하시면 5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 겁니다.”“5년이요?”소정애가 그 자리에 굳어졌다. 강우재가 급히 그녀를 끌어당겼다.“여보, 괜찮아... 그냥 작은 수술일 뿐이야. 몸에 암세포가 있으면 그걸 없애버리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돈은 얼마나 필요해요?”“그런 걸 왜 물어봐! 얼마나 들든 꼭...”“나 의사 선생님께 물은 거야!”소정애가 크게 소리쳤다. 강우재는 깜짝 놀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소정애 씨, 자세한 건 정밀검사를 한 뒤에 말씀드리죠. 금액에 관한 것도 그때 설명해 드릴 겁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들긴 할 겁니다. 금액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네, 네! 선생님, 고쳐만 주세요! 고쳐만 주신다면 돈은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여보, 이만 돌아가자.”소정애가 평온하게 말했다. 강우재가 비틀거리며 소정애의 뒤를 따랐다. 반평생을 함께 살았지만 이렇게 강인한 모습은 처음이었다.“여보...”“치료 안 해.”병실에 돌아온 소정애가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 평소 같았으면 소정애가 삐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소정애는 아무 말도 없이 덤덤하게 물건들을 정리하며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환자복을 갈아입고 짐까지 깔끔하게 쌌다. 그 모든 게 끝나고 나서야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강우재의 앞에 가 섰다.“나 치료 안 해. 저축해둔 돈이랑 집, 가게는 전에 얘기한 대로 나눠. 지금 집과 가게는 소아에게 주고, 새집과 저축은 당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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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이...”“어쩄든, 군형이한테는 절대 알려주지 마! 군형이가 소아와 결혼할 때까지만이라도!”강우재는 언제나 아내의 말을 들었다. 이 일도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말하지 말라면 말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아내가 치료받지 않겠다 말을 한 이상 그녀의 마음을 돌릴 방법은 없을 것이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선을 다해 소정애에게 잘해주는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마지막 남은 시간에 함께하는 것, 마지막 가는 길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는 것.강우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최군형과 강소아가 도착했다. 강소아는 들어서자마자 애교 있는 목소리로 소정애를 불렀다.“엄마!”소정애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안 와도 된다고 했잖아! 짐도 다 정리했는데.”“군형 씨가 오자고 했어요. 어때요, 엄마 사위 괜찮죠?”“그럼! 너흰 다 좋은 아이들이야. 이 사위는 내가 네게 골라준 거잖아!”강소아는 쑥스럽게 웃었다. 소정애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소아의 모습을 뇌리에 새기기라도 하겠다는 듯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눈을 감으면 강소아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처음 뛸 줄 알게 된 날, 처음 바다에 갔던 날, 처음 스스로 밥을 먹었던 날, 유치원 입학식, 초등학교 입학식...처음 상을 받고 자랑찬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녀는 평생을 이렇게 안락하게 살 줄 알았다.시간은 무심히도 흘러 어느새 이 세상을 떠날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소정애는 코끝이 찡해졌다. 그녀는 강소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빠랑 같이 담배 사러 가! 담배 피우지 못해서 지금 죽으려고 해!”“네.”강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최군형의 표정이 돌변했다. 소정애가 모든 사람을 내보내고 자신 한 사람만 남겨둔 것은 분명 뭔가 할 말이 있어서일 것이다.병실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소정애가 말을 꺼내기 전에 최군형이 선수를 쳤다.“아줌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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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사흘 뒤.강우재와 소정애는 고성능 차의 안내를 받으며 공항에 도착하고, 승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반짝이는 전용기에 올라탔다. 그들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이 최상 별장에 들어섰을 때, 그들이 본 건 더욱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었다. 정장을 차려입은 집사가 공손하게 그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의 뒤를 쫓으며 주위의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여보...”“여보?”“빨리, 나 좀 꼬집어 봐!”“이미 꼬집고 있어...”“그런데 왜 안 아프지?”강우재가 어리둥절해졌다. 이어 손등이 따끔해졌다. 고개를 숙여보니 그는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손을 꼬집고 있었다.그들의 뒤를 따른 강소준고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엄마, 아빠! 누나 재벌 집에 시집가는 거야? 형부는 남양의 귀족이래! 엄마, 아빠. 누나가 이렇게 좋은 곳에 시집가는데, 그러면 나도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야?”“조용히 해! 그 입 당장 다물어!”“나도 그냥 농담이었어...”강소준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머쓱하게 웃었다. 누나는 특권이 있었지만 그는 없었다. 누나는 형부의 전용기를 타고 올 수 있었지만 그는 부모님과 함께 다른 비행기로 와야 했다.하지만 그런 대우조차도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것들이었다.강소준이 씩 웃었다. 이곳의 모든 건 그에게 너무도 새로웠다.한편, 최군형은 강소아를 데리고 자신의 구역에 도착했다.전에 최연준은 여주 별장에 살았다. 최군형이 크자 최연준은 여주 별장 옆의 공터를 그에게 줘 최군형 자신의 구역인 군원으로 만들어 주었다.오늘 군원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주인을 맞이했다.강소아는 옷을 갈아입고 천천히 탈의실에서 나왔다. 옆의 스타일리스트는 계속해서 강소아의 미모를 칭찬하고 있었다. 최군형도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강소아는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치맛자락을 잡다가 손에 땀이 난 게 걱정됐는지 바로 손을 풀었다. 최군형은 그녀의 불안을 바로 알아내고는 그녀를 가볍게 포옹했다.“괜찮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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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강소아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그러니까, 당신을 딸처럼 대해주는 부모님이 한 분씩 더 계셔도 괜찮다는 거죠?”“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신 부모님이 좋으신 분들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딸처럼 대해달라는 말은 한 적 없어요!”“소아 씨, 그게 아니라...”“난 다 알아요! 걱정 마요. 어쨌든 난 당신 부모님을 내 친부모님처럼 존경하고 효도해 드릴 거예요.”최군형이 머리를 긁적였다. 강소아는 자기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는 사이 집사가 걸어와 공손하게 그들을 안내했다.저녁 식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강우재와 소정애는 처음에는 어디에 앉아야 할 지도 몰라 허둥대고, 젓가락도 제대로 잡지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서연, 최연준과 완전히 어울리며 스스럼없이 웃고 떠들었다.다만 그 웃음에는 약간의 아부가 들어있었다.특히 소정애는 아픈 몸임에도 계속해서 그들이 주는 술을 받았다. 평소에 포도주를 잘 하지 않는 그녀는 포도주 석 잔만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강우재는 마음이 급해졌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막을 수도 없었다. 소정애의 행동은 강소아가 최씨 가문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 어떤 엄마도 딸이 시집살이하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어떤 엄마도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여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취한 듯 보이는 소정애를 보고는 하인더러 그녀를 부축해 손님방에 데려다주라 했다.소정애는 나가면서도 계속 웃으면서 “나 안 취했어, 안 취했어.”하는 말을 반복했다.강소아는 조금 난처해서 급히 따라 나갔다. 그녀가 소정애를 부축할 때, 소정애는 무어라 웅얼거리고 있었다.“아마... 아마 그 아이에게 친척이 있을 거야... 도와줘, 그 아이 가족을 찾아줘... 그럼, 죽어도 여한이 없어...”“엄마? 뭐라고요?”이때 강우재가 소정애의 팔을 잡아끌고는 강소아를 떠밀었다.“아무 말도 아니야! 소아야, 여긴 내가 있으니 넌 어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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