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091 - Chapter 1100
1102 Chapters
제1091화
최군형이 입을 열려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아무런 저장명도 없이 전화번호 한 줄이 떠 있었다.강소아가 흠칫했다. 하지만 최군형은 옅게 웃고 있었다.“제 동생이에요. 전화번호를 외워버려서 저장 안 했어요.”최군형이 전화를 끊으려는데 강소아가 그를 말렸다.“중요한 일 있는 거 아니에요?”“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고...”“빨리 받아요! 마침 옷을 씻었는데, 빨래 너는 사이에 전화 받으면 딱 맞네요!”최군형은 복잡한 표정으로 강소아를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방문을 나서 전화를 받았다. 최군형이 말하기도 전에 최군성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형, 지금 뭐 하고 있었든 상관없어. 내 말 좀 들어봐...”“무슨 일인데?”“어... 이 시간에, 그렇고 그런 일을 하지는 않겠지?”“최군성, 한마디만 더 하면 지금 당장 널 죽이러 갈 거야!”최군성이 크게 웃고는 두어 번 헛기침하고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오늘은 진짜 중요한 일이 있어. 육소유를 찾았어!”“뭐?”“연우가 알려줬어. 근데 형, 이건 꼭 비밀로 해야 해.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꼭...”“아까부터 그게 무슨 말이야? 연우가 누군데?”최군성이 조금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연우는 바로 지금의 육소유야. 육명진의 사생아래. 연우가 그러는데... 진짜 육소유는 강주에 있을 가능성이 크대. 하수영이라고!”“하수영?”최군형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어 최군성은 며칠간 일어난 일들을 최군형에게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최군형은 아직 충격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럴 리 없어!”최군형이 절망적으로 외쳤다. 하수영과 육경섭 부부는 닮은 구석이 하나고 없었다. 아무리 어린 시절부터 떨어져 지냈다고 해도 핏줄은 속일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육경섭 부부는 착한 사람이었다. 육소유가 아무리 험하게 자랐다 해도 남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었다.최군성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응, 연우 생각도 그렇대. 아무튼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야. 형, 내가 알려준 건 꼭 비
Read more
제1092화
“무슨 일 있어요? 왜 밖에서 전화를 받아요?”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강소아가 머리를 쏙 내밀고 물었다. 최군형은 애써 아무 일 없는 듯 자연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방으로 들어갔다.“소아 씨, 할 얘기가 있어요.”강소아가 어리둥절해서 최군형의 눈을 보고 있었다. 둘은 손을 잡고 있었기에 그녀는 최군형 손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깊은 눈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최군형은 입술을 축이고 낮은 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소아 씨가 남양에 온 뒤로 일어난 일들은 모두 저와 관련 있는 일들이에요. 소아 씨, 난 언제나 내 방식대로 당신을 보호했어요.”최군형의 손이 강소아의 얼굴을 쓰다듬고 쇄골로 내려가더니 별 장식 목걸이에 가 닿았다.“이건 내가 준 별이죠. 사실 당신이 소원을 빌 수 있는 별은 바로 저예요. 어떤 소원이든 다 이뤄줄게요. 하지만 지금 사정이 생겼어요. 난 계속 내 신분을 감추고 싶지 않아요. 당당하게 당신의 손을 잡고 우리 집에 인사드리러 가고 싶어요. 최상 그룹 도련님인 나 최군형의 아내는 바로 강소아라고 세상에 외치고 싶어요.”강소아가 멍하니 최군형을 바라보았다. 벼락 맞은 기분이었다. 엉망이던 머리가 순식간에 하얘졌다.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영혼이 육체를 이탈한 것 같았다.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몽롱하고, 뭐가 뭐인지 알 수가 없었다.최군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소아 씨? 소아 씨!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그가 강소아를 품에 안으려 할 때, 강소아는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최군형을 뿌리치고는 소파에서 뛰어내려 한 발씩 뒤로 물러났다.“소아...”“잠시만, 다가오지 마요! 진정 좀 하고요...”“미안해요, 더 빨리 알려줬어야 했는데, 이런 반응일까 봐 그동안 얘기를 못 했어요.”“그럼... 지금은 왜 얘기한 거예요?”“당신이 상처받을까 봐요.”최군형이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강소아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어
Read more
제1093화
“거짓말 같겠지만 아니에요.”최군형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소아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녀가 놀랄까 봐 거리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다.“못 믿을 거 알아요. 소아 씨가 만났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요.”강소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최군형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겉옷을 들고 따라갔다.호텔 입구에는 택시들이 줄을 섰는데, 그중 한 대가 그들의 앞에 세워져 있었다. 최군형은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강소아는 뒷자리에서 최군형을 쳐다보았다. 백미러로 선 굵은 그의 얼굴과 깊은 두 눈, 넓은 등이 보였다. 최군형은 틀림없이 평소처럼 팔짱을 끼고 앉아 있을 것이다.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 같았지만, 모든 게 변해버렸다. 기분이 이상했다.갑자기 하수영의 말이 떠올랐다. 하수영은 이 학교에서 재벌 2세와 연애 끝에 결혼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소아가 이유를 묻자 하수영이 계산을 끝낸 듯 답했었다.“인생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난 재벌 2세와 결혼해서 궁전 같은 집에서 살 거야! 소리치면 메아리가 들리는 그런 집 말이야.”“그 남자가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떡해?”“소아야, 그게 뭐 어때서? 뭐든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잖아. 돈과 사랑 중에 선택하라면 난 무조건 돈을 선택하겠어!”하수영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강소아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난 그래도 사랑을 선택할 거야.”그런데 지금은...어쩌다 보니 둘 다 갖게 되었다.강소아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최군형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소아는 깜짝 놀라 최군형의 손을 뿌리치고는 문 쪽으로 다가가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차는 이미 병원 대문 앞에 도착했다. 최군형이 내리자 강소아도 그의 뒤를 따랐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 병원, 그 아저씨 병원 아닌가?“최...”최군형을 부르려던 그녀가 멈칫했다. 이제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차마 예전과
Read more
제1094화
강소아는 손으로 옷깃을 꼭 잡고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최군형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강소아는 몸을 살짝 떨면서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소아 씨...”최군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강소아의 손을 잡았다.“늦었는데 이만 돌아갈까요?”강소아가 흠칫했다. 그는 명령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강소아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최군형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강소아에게 한 번도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차갑던 얼굴도 강소아 앞에서만 환한 웃음을 드러냈다.그는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강소아를 대하고 있었다. 구자영과 하수영에게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양으로 달려온 게 그 대표적인 예이다.사랑 외에는 달리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군형 씨, 아주 힘들었죠?”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사실 많이 놀랐어요. 내게 적응할 시간을 줘요.”최군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이내 크나큰 기쁨이 그의 몸을 감쌌다. 강소아가 낮지만 똑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전엔 군형 씨가 제게 맞춰줬잖아요, 제 가족과 살아온 환경까지. 전 군형 씨한테 맞춰준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내가 맞춰줄게요.”“소아 씨...”“반딧불도 별이 내려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요. 높이 날지는 못하더라도 별이 있는 하늘에 조금은 가까워져야죠.”최군형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입꼬리가 씰룩댔다. 웃고 싶었지만 대놓고 웃을 수도 없었다. 최군형이 강소아를 꼭 안았다.“군형 씨, 좀만 살살... 나 숨 막혀요!”강소아가 붉어진 눈으로 웃으며 최군형의 등을 때렸다. 최군형이 연신 사과했다.“아,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너무 흥분한 탓이었다. 강소아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용서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그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두 사람은 웃으며 손을 잡고 길
Read more
제1095화
조금만 잘해줘도 금세 헤실거리는 꼴이라니,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급해진 최군형은 맹수처럼 강소아의 허리를 휘어잡고는 뜨겁게 그녀에게 키스했다. 강소아는 최군형에게 몸을 맡긴 채 그에게 안겨있었다.최군형은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팔의 힘을 풀고는 헝클어진 강소아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강소아의 눈에는 약간의 놀라움과 달콤함이 들어있었다.최군형은 강소아가 힘이 풀린 것을 눈치채고는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들어 올린 뒤 계속해서 걸었다.“군형 씨.”“네?”“하나만 물어봐도 돼요?”“네, 얼마든지요.”“왜 갑자기 당신 신분을 알려준 거예요?”최군형이 멈칫했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오래도록 입을 떼지 못했다.그들은 인적 드문 공원으로 들어가 벤치에 앉았다. 그제야 최군형이 입을 열었다.“우리 부모님 얘기 해줄까요?”강소아가 웃으며 최군형의 어깨에 기대 그의 말을 들었다.“우리 아빠도 전에 이렇게 했었어요. 아빠가 다른 사람으로 속인 채로 엄마와 사귀기 시작했거든요. 원래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점점 더 빠져들었대요. 하지만 이런저런 걱정에 진짜 신분을 밝히지 않았는데, 어느날... 엄마가 살해당할 뻔했어요.”강소아가 깜짝 놀란 듯 숨을 들이쉬며 눈을 크게 떴다.“그 일이 엄마에게 상처가 됐던 모양이에요. 다행히 화해하긴 했지만요. 지금도 우리 아빠는 엄마라면 꼼짝도 못 해요. 지금 신분을 밝힌 이유는... 아빠처럼 하고 싶지 않아서예요.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 솔직해야 하잖아요. 난 소아 씨가 상처받는 모습 보기 싫어요.”“군형 씨...”“어떻게든 당신을 지킬게요.”최군형이 강소아의 눈을 보고 말했다. 강소아가 배시시 웃었다.“나도요, 나도 당신을 지킬게요.”“바보.”“진짜예요! 꼭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이 있어요?”“음... 그럼 그렇게 하죠. 정말 날 지킬 거라면, 어머님이 날 혼낼 때 내 편을 들어줘야 해요!”강소아가 피식 웃었다.두 사람은 힘껏 껴안았다. 그들 주위를
Read more
제1096화
“군형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최군형이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생각을 멈추고 강소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아무것도 아니에요.”“제 말 들었어요?”최군형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누가 봐도 안 들은듯한 모습이었다. 강소아가 웃으며 말을 반복했다.“당신 신분 말이에요, 제 동기들에게도 비밀로 하면 안 돼요?”“아...”“당신한테 필요 없는 일들이 생길까봐요...”강소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돌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필요 없는 일?여자 동기들이 최군형의 신분을 알게 되면 앞다투어 그에게 몰려들 게 뻔했다. 최군형을 눈여겨보지 않는 여자는 없을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지금처럼 가난한 모습을 유지하는 게 나았다.“걱정 마요, 그런 일은 없어요.”“뭐래...”“나도 당신 말을 따를게요.”최군형이 강소아에게 머리를 맞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음 날, 메시지 한 통이 와있었다. 본교 교직원 한리가 뇌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해고 처리됐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선물을 주며 그녀를 아니꼽게 봤던 학생들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인솔자가 없어졌기에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강주로 돌아가자 소정애가 활짝 웃으며 급히 마중 나왔다. 그녀는 최군형을 이끌고 가게로 들어가며 말했다.“군형이 왔구나! 너 없는 새에 진열대가 엉망이 됐어! 그리고 상품이 왔는데 소준이는 학교에 있어서 아저씨가 그걸 옮기려 하다가 또 허리를 삐끗했어... 전에 보니까 네가 잘 고치던데, 한 번만 더 고쳐줘! 가게 일 정리되면 얼른 집에 와, 족발 만드는 거 알려줄게! 아 맞다, 진열대 정리하고 겸사겸사 청소도 좀 해놔, 먼지가 잔뜩 쌓였어. 또...”“엄마, 그만해요! 금방 왔는데 좀만 쉬게 해주면 안 돼요?”강소아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쉬긴 뭘 쉬어? 이렇게 훤칠한 청년인데 이깟 일이 힘들겠어?”“엄마!”최군형의 신분을 몰랐을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그가 최상 그룹 도련님인 걸 알았으니 이렇게
Read more
제1097화
최군성은 강소아를 만난 뒤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그뿐만 아니라 가까이 가서 자세히 관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 큰 손이 최군성의 목덜미를 잡았다. 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뭐 하고 싶은 거야?”“아니... 형, 이 손 놔!”최군형이 애써 웃으며 자리에 앉아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강소아도 웃으며 어색한 기류를 깨트렸다.최군형은 동생을 흘깃 쳐다보고는 강소아의 의자를 끌어와 자신에게 바짝 붙였다.최군성은 형이 이렇게 소유욕 넘치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는 헤헤 웃으며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최군성이라고 합니다, 형이 제일 사랑하는 동생이죠!”“지금은 아니야.”“형, 좀 봐줘!”최군형이 그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참지 못하고 웃었다. 최군성은 육연우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소개했다.“이쪽은 육연우에요. 연우야, 이 분이 내가 말했던 형수님, 강소아 씨야!”두 여자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가볍게 웃으며 목례했다.최군형이 입을 열었다.“형수님, 방금은 죄송했어요! 평소에는 안 이러는데, 그냥...”“네?”“너무 선해 보이고 아름다우세요! 하지만 우리 형은 달라요, 할머니와 아빠를 닮아서 성질이 몹시 나쁜데 형수님 같은 분을 만나다니, 정말 놀랍... 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군형이 최군성을 찰싹 내리쳤다. 육연우는 웃으며 테이블 밑으로 최군성을 잡아당기며 말하지 말라는 사인을 해 보였다.강소아도 활짝 웃었다. 최군형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차가운 시선은 강소아에게만 따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모두 강주에서 유명한 음식들이었다. 그들은 베스트 레벨 호텔의 최고층에 앉아 강주의 번화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멀리 바다가 보였다. 햇볕이 내리 쬔 해수면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네 사람은 웃으며 담소를 나눴다. 아름다운 시간은 마치 청춘의 빛으로 장식된 한 폭의 그림 같았다.식사를 마친 그들은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두 여자는 팔짱을 낀 채 앞서 걸으며 귀여
Read more
제1098화
최군형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이 두 사람이 ‘자매 같은’게 아니라, 어쩌면...“형, 왜 그래? 멍하니 뭐 해? 빨리 와, 아이스크림 사러 갔어!”“아, 근데 아이스크림이 왜? 소아는 아이스크림 좋아해.”“연우는 지금 먹으면 안 돼!”“안 돼...?”최군성이 흠칫하고는 얼굴이 빨개진 채 형을 이끌고 여자들의 뒤를 따라갔다.......즐거웠던 하루가 끝났다. 최군형과 강소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밥상에는 소정애가 차린 진수성찬이 놓여있었다.“군형아, 소아야! 빨리 와서 밥 먹어!”소정애가 웃으며 밥을 뜨러 갔다. 아이가 배불리 못 먹을까 항상 걱정하는 게 부모 된 마음일 것이다. 최군형의 그릇은 강소아의 얼굴보다도 컸다.최군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배를 만지작댔다. 오랜 운동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복근이 말랑한 아기배로 변할까 봐 걱정이었다.그는 밥을 떠먹으며 밥상에 둘러앉은 네 식구를 쳐다보았다. 이 집에 온 뒤로 이렇게 그들을 자세히 관찰하기는 처음이었다. 보면 볼 수록 우미자의 말에 믿음이 갔다. 강소아와 그들 식구는 정말 닮은 구석이 없었다.최군형은 복잡한 심경으로 천천히 그릇을 내려놓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올 때 봤는데, 우미자 아줌마가 공원에 계시더라고요.”“우미자? 그 사람 딸이 돌아오면서 뭐 좋은 걸 사 왔나 보지.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 난 거 아니야?”“그런 거 같아요. 옆에 여자 한 명이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얼굴은 잘 못 봤어요. 아, 전에 진찰해달라고 한 번 왔었는데, 미자 아줌마랑 똑같이 생겼던데요.”“그러니까! 얼굴형이 똑같아요. 수호신 형, 유전의 힘이 세긴 세나 봐요. 나랑 아빠랑 나가면 사람들이 나보고 미니 강우재라고...”“밥이나 먹어!”소정애가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젓가락으로 강소준의 머리를 쳤다. 뭘 말하든 상관없었지만 생김새 얘기는 꺼내면 안 됐다. 찔리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집에서 말하지만 않으면 이
Read more
제1099화
“군형아, 너... 너 안 믿는다면 내가 증명해 줄게!”강우재가 소정애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앉으라고 손짓했지만 소정애는 이를 신경 쓰지 않고는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손에 뭔가를 들고나와 최군형에게 그 물건을 넘겨줬다.“봐, 소아의 출생증명서야! 부, 강우재. 모, 소정애! 이제 믿겠어? 이건 병원에서 떼온 거야!”“아줌마, 진정해요. 전 못 믿겠다고 한 적 없어요...”최군형이 급히 일어섰다.“이제 우미자 그 미친X 소리는 그만 들어!”소정애가 몸을 부들거리며 소리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식사가 끝난 후, 최군형은 밖에서 최군성과 통화하고 있었다.“군성아, 물어볼 게 있어. 너한테 아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다 그 아이가 네 친아들이 아니라고 해. 그럼 어떻게 할 거야?”“형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바람맞았으면 좋겠어?““아니, 진지하게!”최군성이 조금 생각하더니 작게 웃으며 말했다.“처음엔 화도 내고, 설명도 하려 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아. 난 떳떳하니까. 그리고 내 친아들이 맞다며.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인데 뭐 어때?”“그 아이가 너랑 안 닮았다면?”“형, 계속 이럴 거야?”“그러니까 만약에! 만약에 그러면 어쩔 거냐는 소리잖아.”최군형이 입을 삐죽였다.‘이런 걸 왜 물어보지?’“그럴 리가 없잖아. 친자식이면 어딘가는 닮은 구석이 있겠지! 난 아빠랑은 닮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닮았잖아!”“할아버지처럼... 언제나 화가 나 있다고?”“할아버지도 젊었을 땐 엄청나게 잘생겼거든? 그러니까 내 뜻은, 아이가 꼭 부모를 닮는다는 법도 없어. 어떤 특징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닮기도 한대.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그렇지, 이게 정상인의 사고방식일 것이었다. 처음에야 화가 날 것이지만 명백한 사실이라면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었다.하지만 소정애의 반응은 어딘가 찔리는 곳이 있는 사람 같았다.찔린다고...?최군형이 눈을 가
Read more
제1100화
이런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아이를 훔치겠는가?최군형은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그녀의 행복한 웃음은 가짜라고 보기엔 어려웠다.‘이 광경을 파괴한다면, 다시 이런 웃음을 볼 수 있을까?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는데 혹시나 오해라면...’최군형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가슴에 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했다.밤이 깊었다. 강우재와 소정애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미약한 빛이 창문에 비쳤다.강우재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내를 보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이제... 소아 출생증명서는 꺼내지 마.”소정애는 강소아의 어릴 적 사진을 펼쳐보고 있었다. 사진 한 장을 본 그녀의 손이 우뚝 멈췄다.그들 부부가 강소아를 안고 부둣가에서 찍은 사진이었다.강우재가 눈을 돌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거 가짜잖아. 절대 군형이한테 그걸 보여주면 안 돼! 위조 전문가라는 거 잊었어? 이게 가짜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걸!”소정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이 사실을 잊을 수가 있지?“아냐, 그럴 일 없어... 잠깐 꺼낸 거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거야!”“그러니까 우미자랑 좀 그만 싸워. 그 여자가 뭐라 하든 그냥 내버려둬! 우리가 찔려서 이러는 거로 생각하면 어쩌려고...”소정애가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찔린 게 맞았다.최근 그녀는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의 그 배로 돌아가는 악몽을 종종 꾸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작디작은 강소아가 홀로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달려가 강소아를 안아서 들려 하자 하자 강소아는 이미 성인의 모습을 한 채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왜 날 못 돌아가게 해요? 대체 왜!”소정애는 눈물을 뚝뚝 떨궜지만 한 마디도 얘기하지 못했다.“집에 못 가게 하고, 우리 엄마 아빠랑 헤어지게 했잖아! 미워! 미워!”소정애가 깜짝 놀라 꿈에서 깼다. 베개가 흠뻑 젖어있었다.지금 그 꿈을 생각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숨이 가빠왔다. 하필이면 이때 강우재가
Read more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