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94화

작가: 빛나라
강소아는 손으로 옷깃을 꼭 잡고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최군형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강소아는 몸을 살짝 떨면서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소아 씨...”

최군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강소아의 손을 잡았다.

“늦었는데 이만 돌아갈까요?”

강소아가 흠칫했다. 그는 명령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강소아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최군형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강소아에게 한 번도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차갑던 얼굴도 강소아 앞에서만 환한 웃음을 드러냈다.

그는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강소아를 대하고 있었다. 구자영과 하수영에게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양으로 달려온 게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사랑 외에는 달리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

“군형 씨, 아주 힘들었죠?”

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실 많이 놀랐어요. 내게 적응할 시간을 줘요.”

최군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이내 크나큰 기쁨이 그의 몸을 감쌌다. 강소아가 낮지만 똑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엔 군형 씨가 제게 맞춰줬잖아요, 제 가족과 살아온 환경까지. 전 군형 씨한테 맞춰준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내가 맞춰줄게요.”

“소아 씨...”

“반딧불도 별이 내려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요. 높이 날지는 못하더라도 별이 있는 하늘에 조금은 가까워져야죠.”

최군형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입꼬리가 씰룩댔다. 웃고 싶었지만 대놓고 웃을 수도 없었다. 최군형이 강소아를 꼭 안았다.

“군형 씨, 좀만 살살... 나 숨 막혀요!”

강소아가 붉어진 눈으로 웃으며 최군형의 등을 때렸다. 최군형이 연신 사과했다.

“아,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

너무 흥분한 탓이었다. 강소아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용서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그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웃으며 손을 잡고 길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095화

    조금만 잘해줘도 금세 헤실거리는 꼴이라니,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급해진 최군형은 맹수처럼 강소아의 허리를 휘어잡고는 뜨겁게 그녀에게 키스했다. 강소아는 최군형에게 몸을 맡긴 채 그에게 안겨있었다.최군형은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팔의 힘을 풀고는 헝클어진 강소아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강소아의 눈에는 약간의 놀라움과 달콤함이 들어있었다.최군형은 강소아가 힘이 풀린 것을 눈치채고는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들어 올린 뒤 계속해서 걸었다.“군형 씨.”“네?”“하나만 물어봐도 돼요?”“네, 얼마든지요.”“왜 갑자기 당신 신분을 알려준 거예요?”최군형이 멈칫했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오래도록 입을 떼지 못했다.그들은 인적 드문 공원으로 들어가 벤치에 앉았다. 그제야 최군형이 입을 열었다.“우리 부모님 얘기 해줄까요?”강소아가 웃으며 최군형의 어깨에 기대 그의 말을 들었다.“우리 아빠도 전에 이렇게 했었어요. 아빠가 다른 사람으로 속인 채로 엄마와 사귀기 시작했거든요. 원래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점점 더 빠져들었대요. 하지만 이런저런 걱정에 진짜 신분을 밝히지 않았는데, 어느날... 엄마가 살해당할 뻔했어요.”강소아가 깜짝 놀란 듯 숨을 들이쉬며 눈을 크게 떴다.“그 일이 엄마에게 상처가 됐던 모양이에요. 다행히 화해하긴 했지만요. 지금도 우리 아빠는 엄마라면 꼼짝도 못 해요. 지금 신분을 밝힌 이유는... 아빠처럼 하고 싶지 않아서예요.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 솔직해야 하잖아요. 난 소아 씨가 상처받는 모습 보기 싫어요.”“군형 씨...”“어떻게든 당신을 지킬게요.”최군형이 강소아의 눈을 보고 말했다. 강소아가 배시시 웃었다.“나도요, 나도 당신을 지킬게요.”“바보.”“진짜예요! 꼭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이 있어요?”“음... 그럼 그렇게 하죠. 정말 날 지킬 거라면, 어머님이 날 혼낼 때 내 편을 들어줘야 해요!”강소아가 피식 웃었다.두 사람은 힘껏 껴안았다. 그들 주위를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096화

    “군형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최군형이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생각을 멈추고 강소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아무것도 아니에요.”“제 말 들었어요?”최군형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누가 봐도 안 들은듯한 모습이었다. 강소아가 웃으며 말을 반복했다.“당신 신분 말이에요, 제 동기들에게도 비밀로 하면 안 돼요?”“아...”“당신한테 필요 없는 일들이 생길까봐요...”강소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돌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필요 없는 일?여자 동기들이 최군형의 신분을 알게 되면 앞다투어 그에게 몰려들 게 뻔했다. 최군형을 눈여겨보지 않는 여자는 없을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지금처럼 가난한 모습을 유지하는 게 나았다.“걱정 마요, 그런 일은 없어요.”“뭐래...”“나도 당신 말을 따를게요.”최군형이 강소아에게 머리를 맞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음 날, 메시지 한 통이 와있었다. 본교 교직원 한리가 뇌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해고 처리됐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선물을 주며 그녀를 아니꼽게 봤던 학생들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인솔자가 없어졌기에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강주로 돌아가자 소정애가 활짝 웃으며 급히 마중 나왔다. 그녀는 최군형을 이끌고 가게로 들어가며 말했다.“군형이 왔구나! 너 없는 새에 진열대가 엉망이 됐어! 그리고 상품이 왔는데 소준이는 학교에 있어서 아저씨가 그걸 옮기려 하다가 또 허리를 삐끗했어... 전에 보니까 네가 잘 고치던데, 한 번만 더 고쳐줘! 가게 일 정리되면 얼른 집에 와, 족발 만드는 거 알려줄게! 아 맞다, 진열대 정리하고 겸사겸사 청소도 좀 해놔, 먼지가 잔뜩 쌓였어. 또...”“엄마, 그만해요! 금방 왔는데 좀만 쉬게 해주면 안 돼요?”강소아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쉬긴 뭘 쉬어? 이렇게 훤칠한 청년인데 이깟 일이 힘들겠어?”“엄마!”최군형의 신분을 몰랐을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그가 최상 그룹 도련님인 걸 알았으니 이렇게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097화

    최군성은 강소아를 만난 뒤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그뿐만 아니라 가까이 가서 자세히 관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 큰 손이 최군성의 목덜미를 잡았다. 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뭐 하고 싶은 거야?”“아니... 형, 이 손 놔!”최군형이 애써 웃으며 자리에 앉아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강소아도 웃으며 어색한 기류를 깨트렸다.최군형은 동생을 흘깃 쳐다보고는 강소아의 의자를 끌어와 자신에게 바짝 붙였다.최군성은 형이 이렇게 소유욕 넘치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는 헤헤 웃으며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최군성이라고 합니다, 형이 제일 사랑하는 동생이죠!”“지금은 아니야.”“형, 좀 봐줘!”최군형이 그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참지 못하고 웃었다. 최군성은 육연우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소개했다.“이쪽은 육연우에요. 연우야, 이 분이 내가 말했던 형수님, 강소아 씨야!”두 여자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가볍게 웃으며 목례했다.최군형이 입을 열었다.“형수님, 방금은 죄송했어요! 평소에는 안 이러는데, 그냥...”“네?”“너무 선해 보이고 아름다우세요! 하지만 우리 형은 달라요, 할머니와 아빠를 닮아서 성질이 몹시 나쁜데 형수님 같은 분을 만나다니, 정말 놀랍... 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군형이 최군성을 찰싹 내리쳤다. 육연우는 웃으며 테이블 밑으로 최군성을 잡아당기며 말하지 말라는 사인을 해 보였다.강소아도 활짝 웃었다. 최군형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차가운 시선은 강소아에게만 따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모두 강주에서 유명한 음식들이었다. 그들은 베스트 레벨 호텔의 최고층에 앉아 강주의 번화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멀리 바다가 보였다. 햇볕이 내리 쬔 해수면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네 사람은 웃으며 담소를 나눴다. 아름다운 시간은 마치 청춘의 빛으로 장식된 한 폭의 그림 같았다.식사를 마친 그들은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두 여자는 팔짱을 낀 채 앞서 걸으며 귀여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098화

    최군형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이 두 사람이 ‘자매 같은’게 아니라, 어쩌면...“형, 왜 그래? 멍하니 뭐 해? 빨리 와, 아이스크림 사러 갔어!”“아, 근데 아이스크림이 왜? 소아는 아이스크림 좋아해.”“연우는 지금 먹으면 안 돼!”“안 돼...?”최군성이 흠칫하고는 얼굴이 빨개진 채 형을 이끌고 여자들의 뒤를 따라갔다.......즐거웠던 하루가 끝났다. 최군형과 강소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밥상에는 소정애가 차린 진수성찬이 놓여있었다.“군형아, 소아야! 빨리 와서 밥 먹어!”소정애가 웃으며 밥을 뜨러 갔다. 아이가 배불리 못 먹을까 항상 걱정하는 게 부모 된 마음일 것이다. 최군형의 그릇은 강소아의 얼굴보다도 컸다.최군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배를 만지작댔다. 오랜 운동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복근이 말랑한 아기배로 변할까 봐 걱정이었다.그는 밥을 떠먹으며 밥상에 둘러앉은 네 식구를 쳐다보았다. 이 집에 온 뒤로 이렇게 그들을 자세히 관찰하기는 처음이었다. 보면 볼 수록 우미자의 말에 믿음이 갔다. 강소아와 그들 식구는 정말 닮은 구석이 없었다.최군형은 복잡한 심경으로 천천히 그릇을 내려놓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올 때 봤는데, 우미자 아줌마가 공원에 계시더라고요.”“우미자? 그 사람 딸이 돌아오면서 뭐 좋은 걸 사 왔나 보지.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 난 거 아니야?”“그런 거 같아요. 옆에 여자 한 명이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얼굴은 잘 못 봤어요. 아, 전에 진찰해달라고 한 번 왔었는데, 미자 아줌마랑 똑같이 생겼던데요.”“그러니까! 얼굴형이 똑같아요. 수호신 형, 유전의 힘이 세긴 세나 봐요. 나랑 아빠랑 나가면 사람들이 나보고 미니 강우재라고...”“밥이나 먹어!”소정애가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젓가락으로 강소준의 머리를 쳤다. 뭘 말하든 상관없었지만 생김새 얘기는 꺼내면 안 됐다. 찔리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집에서 말하지만 않으면 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099화

    “군형아, 너... 너 안 믿는다면 내가 증명해 줄게!”강우재가 소정애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앉으라고 손짓했지만 소정애는 이를 신경 쓰지 않고는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손에 뭔가를 들고나와 최군형에게 그 물건을 넘겨줬다.“봐, 소아의 출생증명서야! 부, 강우재. 모, 소정애! 이제 믿겠어? 이건 병원에서 떼온 거야!”“아줌마, 진정해요. 전 못 믿겠다고 한 적 없어요...”최군형이 급히 일어섰다.“이제 우미자 그 미친X 소리는 그만 들어!”소정애가 몸을 부들거리며 소리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식사가 끝난 후, 최군형은 밖에서 최군성과 통화하고 있었다.“군성아, 물어볼 게 있어. 너한테 아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다 그 아이가 네 친아들이 아니라고 해. 그럼 어떻게 할 거야?”“형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바람맞았으면 좋겠어?““아니, 진지하게!”최군성이 조금 생각하더니 작게 웃으며 말했다.“처음엔 화도 내고, 설명도 하려 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아. 난 떳떳하니까. 그리고 내 친아들이 맞다며.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인데 뭐 어때?”“그 아이가 너랑 안 닮았다면?”“형, 계속 이럴 거야?”“그러니까 만약에! 만약에 그러면 어쩔 거냐는 소리잖아.”최군형이 입을 삐죽였다.‘이런 걸 왜 물어보지?’“그럴 리가 없잖아. 친자식이면 어딘가는 닮은 구석이 있겠지! 난 아빠랑은 닮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닮았잖아!”“할아버지처럼... 언제나 화가 나 있다고?”“할아버지도 젊었을 땐 엄청나게 잘생겼거든? 그러니까 내 뜻은, 아이가 꼭 부모를 닮는다는 법도 없어. 어떤 특징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닮기도 한대.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그렇지, 이게 정상인의 사고방식일 것이었다. 처음에야 화가 날 것이지만 명백한 사실이라면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었다.하지만 소정애의 반응은 어딘가 찔리는 곳이 있는 사람 같았다.찔린다고...?최군형이 눈을 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100화

    이런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아이를 훔치겠는가?최군형은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그녀의 행복한 웃음은 가짜라고 보기엔 어려웠다.‘이 광경을 파괴한다면, 다시 이런 웃음을 볼 수 있을까?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는데 혹시나 오해라면...’최군형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가슴에 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했다.밤이 깊었다. 강우재와 소정애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미약한 빛이 창문에 비쳤다.강우재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내를 보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이제... 소아 출생증명서는 꺼내지 마.”소정애는 강소아의 어릴 적 사진을 펼쳐보고 있었다. 사진 한 장을 본 그녀의 손이 우뚝 멈췄다.그들 부부가 강소아를 안고 부둣가에서 찍은 사진이었다.강우재가 눈을 돌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거 가짜잖아. 절대 군형이한테 그걸 보여주면 안 돼! 위조 전문가라는 거 잊었어? 이게 가짜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걸!”소정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이 사실을 잊을 수가 있지?“아냐, 그럴 일 없어... 잠깐 꺼낸 거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거야!”“그러니까 우미자랑 좀 그만 싸워. 그 여자가 뭐라 하든 그냥 내버려둬! 우리가 찔려서 이러는 거로 생각하면 어쩌려고...”소정애가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찔린 게 맞았다.최근 그녀는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의 그 배로 돌아가는 악몽을 종종 꾸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작디작은 강소아가 홀로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달려가 강소아를 안아서 들려 하자 하자 강소아는 이미 성인의 모습을 한 채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왜 날 못 돌아가게 해요? 대체 왜!”소정애는 눈물을 뚝뚝 떨궜지만 한 마디도 얘기하지 못했다.“집에 못 가게 하고, 우리 엄마 아빠랑 헤어지게 했잖아! 미워! 미워!”소정애가 깜짝 놀라 꿈에서 깼다. 베개가 흠뻑 젖어있었다.지금 그 꿈을 생각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숨이 가빠왔다. 하필이면 이때 강우재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101화

    소정애가 잠깐 생각하더니 작게 웃었다.“간단하지, 군형이를 잘 대해주면 될 거 아니야.”“어떻게 하는데?”소정애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 부부는 열심히 가게를 경영해 왔다. 엄청난 돈은 없었지만, 이곳에서 남부러운 것 없이 살 수는 있었다. 이 집 말고도 시내에 새 집 한 채가 더 있었다.소정애는 가게와 낡은 집을 모두 강소아에게 주고 자신들은 강소준과 함께 새집에서 생활하려고 했다. 돈도 조금만 남기면 됐다.가게를 강소아에게 주면 수입이 보장될 것이고, 지금 사는 집을 강소아에게 주면 거처가 해결될 것이었다. 이 집은 학교와 가까우니 강소아와 최군형의 자식이 학교에 다니기도 편할 것이다.소정애가 빙그레 웃었다.“소아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거야. 이 정도면 군형이를 여기 남겨놓을 수 있겠지.”강우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정애를 칭찬했다. 강우재에게도 강소아는 소중한 존재였다. 최군형이 강소아를 잘 보살필 수 있다면 그도 마음이 놓일 것이다.......다음 날, 최군형이 상품을 정리하는데 구봉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도련님!”최군형이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무슨 일입니까?”“도련님이 분부하신 거 아닙니까? 그동안 하수영의 행적을 쫓았습니다.”“어때요? 뭐 발견한 거 있어요?”“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아요. 하수영의 통화 내역 중에 종종 등장하는 번호가 하나 있는데, 추적해 보니 남양 번호였어요. 자세히 조사해 보니, 글쎄...”“뭔데요?”“육명진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육 씨 집안의 육경섭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최군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핸드폰을 쥔 그의 손끝이 하얘졌다.“도련님, 조사해 보니 육명진이 나이가 많은데도 그를 따르는 여자들이 꽤 있는 모양이에요. 전엔 여자 연예인과 좋지 않은 소문까지 났었고요! 하수영이 설마 돈 때문에...”최군형이 인상을 쓰고 입술을 깨물었다. 틀림없이 육소유와 관련 있었다.“다른 건 없나요?”“일단은 여기까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102화

    육연우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그들 형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부러움이 들어있었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형수님 참 좋으시겠어요.”최군형이 동생에게 눈치를 줬다. 최군성은 곧바로 육연우의 손을 잡고 웃었다.“네가 같은 일을 당했다면 나도 그렇게 할 거야.”“군성 오빠...”그녀는 말하려다 말고 입술을 깨물며 손을 빼냈다. 그녀는 최군성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녀는 육명진의 딸이었다. 육명진은 육씨 가문을 해한 악의 축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어떻게 최군성과 사귈 수 있겠는가?최군성이 괜찮다 해도 그 부모님들은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감정이란 참 이상해서 절제하려 할수록 걷잡을 수 없었다.육연우는 최군성을 살짝 보고는 급히 눈을 돌렸다. 그녀의 두 손이 옷자락을 만지작대고 있었다.최군형이 입을 열었다.“연우더러 하수영에게 접근하려 한댔지? 모든 걸 다 준비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시간표도 최대한 비슷하게 짜줄게.”정신을 차린 육연우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요, 잘할 수 있어요. 정말 육소유가 맞다면 돌아가자마자 사실대로 얘기할래요!”최군형은 눈앞의 이 아이에게 동정심마저 들었다. 그녀는 분명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육씨 가문의 모든 걸 가질 수 있었다. 힘들게 살고 있는 그녀에게 육씨 가문은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이 모든 걸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주기를 고집하고 있었다.그러니 육명진이 어떻게 그녀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겠는가?최군성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연우야, 하수영 정말 독하대. 접근할 때 조심해!”“독하다고요? 누가 그래요?”“우리 형이!”최군형이 힘껏 헛기침했다. 그 말을 들은 육연우가 살짝 웃었다.“군형 오빠, 하수영 씨가 형수님을 괴롭혀서 그러는 거예요?”“어... 당연히 아니지! 난 그렇게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아.”최군형은 비아냥대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육연우와 함께

최신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9화

    배현진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몸을 떠나 허공을 떠도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그는 허공에 떠 있는 듯 응급실의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의사들이 급히 자신을 응급처치하는 모습과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로 누워 있는 자기 육체를 바라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에서 해방된 듯한 감각이 그를 감쌌다.의식은 또렷했지만,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없었다.그날, 배현진은 오강호와 싸웠다.송윤희와 이혼 후 더 나락으로 떨어진 오강호는 그날 술집에서 술에 취해 있던 배현진과 우연히 마주쳤다.말다툼은 곧 몸싸움으로 번졌고 오강호는 배현진이 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자, 송윤지를 언급하며 조롱을 쏟아냈다.배현진은 격분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먼저 손을 댄 쪽이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오강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배현진은 오강호에게 몇 대 얻어맞고는 응급실로 실려 가고 말았다.지금도 배현진의 귀에는 오강호의 말이 메아리처럼 맴돌고 있었다.“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더니 별수 없군. 여자를 제대로 붙잡지도 못하고 결국 임지강에게 뺏겼다지? 하하하...”“배 도련님, 혹시 속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임지강이 송윤지에게 접근한 건 처음부터 다 계획된 거였을 거야!”“너 같은 쓰레기가 무슨 남자야. 약혼녀도 남에게 빼앗기고 말이야.”배현진의 가슴 한구석이 세게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강한 힘이 그의 영혼을 다시 육체로 끌어당겼다.옆에서 심전도가 삐 울리더니 직선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의사들은 제세동기를 정리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환자가 심장박동을 회복했습니다. 약물을 투여하세요.”배현진의 꼭 감겼던 두 눈이 살짝 떨렸다.그를 때린 사람이 임지강과 송윤지의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걸까?혹시, 그 둘 사이에 정말로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그는 알아내야 했다.죽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자신이 겪은 모든 수모를 반드시 임지강에게 똑같이 되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8화

    임지강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제가 누나랑 형부께 누를 끼쳤네요.”“그렇게 생각하지 마.”임우정은 부드럽게 말했다.“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은 결국 운명 같은 거야. 따지고 보면 이 일의 원인은 나야. 내가 처음에 송윤지를 현진이에게 소개하지 말아야 했어.”“저 때문에 누나가 곤란해진 거예요.”임지강은 진지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제가 조금 비겁한 방법을 썼어요.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배씨 가문을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배현진이 은행에 진 빚은...”임지강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임우정이 임지강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경원이와 수정이는 모두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빚진 돈은 은행에 분할해서 납부할 거야.”“그럼 이자는 받지 않을게요.”임우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안도와 약간의 무력감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배현진에 대해서는.”임지강은 계속해서 말했다.“저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윤지를 괴롭힐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예상했어야죠. 지금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심지어 정말로 정신이 나갔다 해도 그건 자업자득이에요.”“됐어, 봐줄 줄도 알아야지. 너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잖아...”임지강은 고개를 들어 임우정을 바라봤고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친 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무슨 냄새예요?”갑자기 집 안에서 송윤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지강은 놀라며 황급히 돌아섰다.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송윤지가 급히 주방으로 달려 들어왔다.임지강도 곧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아이고, 이거 다 태웠네요!”송윤지는 놀라 외치며 불을 껐다. 그런 다음 행주로 냄비 뚜껑을 열었다.“이건 뭐예요?”“제가 만든 당근 소고기 스튜예요...”임지강은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송윤지에서 한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 이 모양이었다.“물 안 넣었어요?”송윤지는 코를 찡그리며 물었다.“당근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7화

    임지강은 송윤지의 세계에 다시 한번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임지강은 이제 송윤지의 아파트에서 종종 머물렀다. 겉으로는 송윤지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라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은 간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송윤지는 몇 번 거절하려 했지만, 임지강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그냥 놔두기로 했다.임지강은 비록 소파에서 자야 했지만, 그것조차도 행복했다.임지강은 언젠가는 송윤지의 곁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임지강은 대부분의 시간을 송윤지와 함께 보내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세 끼를 직접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송윤지가 과거에 자신을 위해 했던 일들이 얼마나 힘들고 정성이 담긴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과거 송윤지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었다.가끔 송윤지는 집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임지강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꿈이 자꾸 송윤지를 괴롭혔지만, 송윤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조강이 곁에 있으면 훨씬 마음이 놓인다는 것을.임지강은 배현진과는 완전히 달랐다.배현진은 늘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앞으로’ 같은 말로 막연한 미래를 약속하곤 했다.반면, 임지강은 ‘내가 있잖아’, ‘나한테 맡겨’, ‘두려워하지 마’ 같은 말로 송윤지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임지강의 말 속에는 사랑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서 송윤지를 얼마나 아끼는지 충분히 느껴졌다.그날은 송윤지가 쉬는 날이었다. 임지강은 주방에서 당근과 소고기를 넣은 스튜를 끓이고 있었다.이 요리는 임지강이 새로 배운 것이었다. 임지강은 요리의 모든 과정을 조심스럽게 진행했고 조미료를 넣는 것도 마치 화학 실험을 하듯 정밀하게 측정했다.잠시 후, 요리의 향기가 퍼져 나갔고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냄비 뚜껑을 덮고 불을 약하게 조절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그가 문을 열자, 임우정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임우정은 복잡한 표정으로 임지강을 바라보았다.“누나?”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6화

    배현진은 바닥에 주저앉아 임지강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소중히 여겨야 할 때 외면했으니,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임지강은 손가락으로 배현진의 코앞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다시 내 여자를 건드리면, 소피아와 함께 감옥에서 만나게 될 거야.”임지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송윤지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갔다.방 안에는 이제 배현진과 배윤아 두 남매만 남아 있었다.배현진은 멍하니 바닥에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후회와 절망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배현진의 모습을 보며 배윤아는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오빠...”배윤아는 조심스럽게 배현진을 부축하며 말했다.“사실, 오빠는 소피아가 어떤 사람인지 진작에 알아봐야 했어. 소피아가 없었다면, 우리 집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배현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는 벽에 기대어 머리를 부딪치며 자신을책망했다.“오빠.”배윤아는 애써 배현진의 마음을 다독이며 말했다.“내 생각엔 임지강 씨는 오빠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진심으로 오빠를 망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닐 거야. 이미 송윤지의 복수를 한 거나 다름없으니, 더는 오빠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게다가 다행히도 오빠가 진 빚은 임지강 씨의 은행에서 대출받은 거니까, 그에게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부탁하면 좀 봐주지 않을까?”“봐준다고?”백약곡의 쓴웃음은 공허하고 힘이 없었다.“지금 나는 아무것도 없어. 완전히 끝났어...”“오빠에겐 아직 나랑 부모님이 있잖아!”배윤아는 울먹이며 말했다.“우리는 여전히 가족이야! 오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잘못했다고 해. 오빠가 진 빚은 부모님이 분명 해결하려고 하실 거야.”“내가 은행에 진 빚은 수천억이라고.”배현진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게다가 이 모든 걸 뒤에서 조종한 사람은 임지강이야. 그 사람은 절대 날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오빠...”배윤아가 더 말을 이어가려 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5화

    “현진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소피아는 두려움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한 건... 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은 모든 걸 여동생에게 넘겼잖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랑 제임스는? 당신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여기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면, 제임스를 어떻게 키우겠어?”“그만해!”배현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소피아는 오직 자신과 제임스의 미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다.소피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배현진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대하려 했던 건 소피아를 사랑해서지, 빚진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현진 씨...”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정말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고 우리가 순조롭게 결혼하길 원했을 뿐이야. 그래서 내가...”“네가 원하는 건, 배씨 가문을 차지하는 거잖아?”“당신...”“윤아는 내 친동생이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내 등 뒤에서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어?”배현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소피아는 배현진의 외침에 놀라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소리쳤다.“배현진! 앞으로 네 여동생이랑 살 거야? 아니면 나랑 살 거야?”그 말에 배현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소피아의 뺨을 세게 때리며 속에 쌓여 있던 모든 후회와 분노를 폭발시켰다.소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배현진의 얼굴을 긁으려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며 뒤엉켰고 배현진의 얼굴에는 소피아에게 긁힌 상처가 선명하게 남았다.그때, 경찰이 방으로 들이닥쳐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놓았다. 차가운 수갑이 소피아의 손목에 채워졌다.배현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소피아가 경찰에게 끌려 나가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의 존재는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온몸이 퍼즐 조각처럼 부서져 다시는 하나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4화

    임지강은 대출 증명서를 꺼내 들었다. 서류에 선명한 배현진의 서명과 붉게 찍힌 도장은 마치 피로 얼룩진 조롱처럼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했다.“제 생각엔,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조 회장이 말했다.“지강아, 빨리 돈을 배 도련님 계좌로 송금하고 그 두 광산을 사들여라. 그리고 배 도련님,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임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대해주고 있는데, 도련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죠. 흥! 약속을 어기는 일은 배씨 가문의 품격에도 맞지 않잖아요, 안 그래요?”배현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후회와 절망이 그의 마음을 홍수처럼 휩쓸고 있었다.“배씨 가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제가 데려온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배 도련님도 보고 싶었을 겁니다.”임지강이 손뼉을 두 번 치자 룸의 문이 열리며 배윤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배현진은 배윤아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놀라움은 곧 걱정과 초조함으로 변했다. 배현진은 재빨리 배윤아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윤아야, 괜찮아?”“나 괜찮아.”배윤아는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고작 사흘뿐이었지만, 그 시간은 마치 몇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러나 배윤아의 시선이 소피아를 향하는 순간, 증오가 담긴 눈빛이 소피아를 사로잡았다. 배윤아는 이를 악물며 소피아를 가리켰다.“오빠, 바로 저 여자가 사람을 시켜 날 해친 거야!”“뭐라고?”배현진은 몸을 떨며 경악했다.소피아는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발악하듯 배현진 곁으로 뛰어들며 변명했다.“아니야! 내가 아니야! 윤아야,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네가 사라진 동안, 난 네 소식을 찾으려고 정말 애를 썼어. 난 정말로...”“거짓말하지 마세요!”배윤아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소피아 씨가 사람을 시켜 날 폭행하고 내 물건을 훔쳐 간 건 분명해요! 그리고 소피아 씨가 가장 원했던 게 배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3화

    “조 회장님,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요!”소피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우리가 그 광산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아시잖아요. 대박을 기대했는데, 지금 헐값에 팔면 원금도 못 건질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요. 게다가 그 돈은 전부 은행 대출입니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조 회장은 다 피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이건 아가씨가 주도한 일 아닌가요? 제 기억으로는 배 도련님이 처음엔 그 두 광산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걸로 압니다만.”“조 회장님...”“배 도련님.”조 회장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고 오히려 추악한 수단으로 올라선 여자의 말을 믿었으니, 그 손해는 당연히 본인이 책임져야죠.”“지금 말 다했어요?”소피아는 벌떡 일어나며 격분해 외쳤다.조 회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짓누르듯 바라보았다. 그때 주변에 있던 부하들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고 소피아의 기세는 단숨에 꺾였다.“배 도련님, 매입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배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회장은 부하에게 매입자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본 배현진은 그만 충격에 말을 잃고 말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임지강과 송윤지였다.배현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다 테이블을 건드렸고 접시와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임지강은 송윤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송윤지를 위해 의자를 빼주고 임지강도 옆에 나란히 앉았다.“배 도련님, 아는 분이시죠?”조 회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제가 따로 소개해 드려야 할까요?”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배 도련님.”임지강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듣기론 도련님이 투자하신 두 광산이 이제 3200억밖에 안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3400억에 사들이겠습니다. 도련님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2화

    화면에 띄워진 데이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두 사람은 멍하니 눈을 크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친 듯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배현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소피아 역시 어찌 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피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우리가 1조를 들여 산 두 광산이라고! 무려 1조라고!”배현진이 소리쳤다.“가격이 분명 오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3200억으로 폭락한 거냐고!”“나도... 나도 모르겠어...”소피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광산의 시장 가격을 철저히 조사했었단 말이야. 그 두 광산은 운산시에 있는데, 지금 운산시 광산 가격이 상승세잖아. 분명 손해 볼 투자가 아니었어.”“하지만 지금 상황 좀 봐.”배현진은 입술을 떨며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소피아, 그 1조는 전부 은행 대출금이야. 지금 난 은행에 수천억 빚을 졌고 이자도 엄청나다고.”“현진 씨, 진정해.”소피아는 급히 배현진을 달래며 말했다.“이 일은 조 회장이 중간에서 소개한 거래잖아. 조 회장에게 물어보면 모든 게 밝혀질 거야. 내가 직접 물어볼게.”...배현진과 소피아는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호텔 룸에서 조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진은 오늘의 만남을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최고의 음식을 준비하도록 특별히 부탁했다. 테이블 위에는 호텔의 대표 메뉴들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조 회장이 방에 들어서자, 배현진은 그가 풍기는 차가운 기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조 회장의 눈빛은 마치 코너에 몰린 쥐를 노리는 고양이 같았고 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쥐가 된 듯한 압박감에 사로잡혔다.“두 분이 너무 과하게 준비하셨네요.”조 회장은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 위의 술잔을 힐끗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었어요. 나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1화

    이른 아침, 소피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옆에 누운 남자의 맨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배현진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했다.배현진은 그녀의 키스에 미소로 답하며 부드럽게 눈을 떴다.하룻밤의 열정에 지친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희미한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제임스는 아직 안 깨어났어?”“이 시간엔 절대 안 일어나요.”소피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위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었다.“그럼... 우리 한 번 더?”“아니.”배현진은 소피아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댄 뒤 가볍게 입맞춤하며 말했다.그는 정말로 피곤했다. 소피아는 도대체 어떻게 매일 밤 이렇게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걸까?소피아는 송윤지와 완전히 달랐다. 송윤지는 늘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가 바라볼 때만 순수한 미소를 띠곤 했다.배현진은 문득 송윤지를 떠올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다.“자기야, 무슨 일이야?”“아, 별거 아니야.”배현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맞다, 나 현진 씨랑 상의할 게 있어.”소피아는 배현진의 얼굴을 자신을 향해 돌리며 말했다.“제임스도 점점 크고 있어. 가정교사를 불러서 집에서만 공부시키는 건 이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또래 아이들과 학교에서 어울리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 어쨌든 앞으로는 제임스가 배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사람이 될 테니까, 그렇지?”“음...”배현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장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부모님이 이미 가업을 전부 윤아에게 넘겼잖아.”소피아는 미소를 띠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흡족해했다.배윤아 같은 풋내기는 소피아와 겨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배윤아를 기절시켜 조 회장의 카지노 앞에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조 회장이 배윤아를 데려갔으니, 모두가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한 범인이 조 회장과 임지강이라고 믿을 것이다.혹시 조 회장이 색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