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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거짓말 같겠지만 아니에요.”

최군형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소아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녀가 놀랄까 봐 거리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못 믿을 거 알아요. 소아 씨가 만났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요.”

강소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최군형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겉옷을 들고 따라갔다.

호텔 입구에는 택시들이 줄을 섰는데, 그중 한 대가 그들의 앞에 세워져 있었다. 최군형은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

강소아는 뒷자리에서 최군형을 쳐다보았다. 백미러로 선 굵은 그의 얼굴과 깊은 두 눈, 넓은 등이 보였다. 최군형은 틀림없이 평소처럼 팔짱을 끼고 앉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 같았지만, 모든 게 변해버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갑자기 하수영의 말이 떠올랐다. 하수영은 이 학교에서 재벌 2세와 연애 끝에 결혼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소아가 이유를 묻자 하수영이 계산을 끝낸 듯 답했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난 재벌 2세와 결혼해서 궁전 같은 집에서 살 거야! 소리치면 메아리가 들리는 그런 집 말이야.”

“그 남자가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떡해?”

“소아야, 그게 뭐 어때서? 뭐든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잖아. 돈과 사랑 중에 선택하라면 난 무조건 돈을 선택하겠어!”

하수영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강소아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난 그래도 사랑을 선택할 거야.”

그런데 지금은...

어쩌다 보니 둘 다 갖게 되었다.

강소아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최군형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소아는 깜짝 놀라 최군형의 손을 뿌리치고는 문 쪽으로 다가가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차는 이미 병원 대문 앞에 도착했다. 최군형이 내리자 강소아도 그의 뒤를 따랐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 병원, 그 아저씨 병원 아닌가?

“최...”

최군형을 부르려던 그녀가 멈칫했다. 이제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차마 예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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