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정이 웃으며 말했다.“응. 딸한테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소유가...”“소유야, 그러면 안 되지! 엄마 아빠가 주신 물건은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 게 예의야!”육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펴고는 천천히 계약서를 받았다. 임우정의 눈빛이 환해졌다. 그녀의 얼굴에 다행이라는 미소가 떠올랐다.육연우가 작게 말했다.“사인... 할게요. 자세히 읽어봐도 돼요?”“당연하지! 밥 먹고 방에 가서 자세히 읽어봐. 오래 걸려도 상관없어. 변호사가 필요하다면 엄마한테 얘기해. 적당한 사람이 있어!”“형수님, 저도 괜찮은 변호사 몇 명을 아는데...”“괜찮아요!”육연우가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육명진은 놀란 눈치였다. 비록 육연우의 얼굴은 아직도 겁에 질려 있었지만 육명진은 그녀의 눈빛에서 전에 없던 강인함을 보았다.그는 조금 놀라서 가만히 육연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육연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임우정을 보며 말했다.“삼촌이 애쓰실 필요 없어요. 그냥... 저희 회사 변호사를 써요. 회사 사람이니까 업무에도 더 익숙할 거예요.”“소유야, 네 엄마 아빠 회사의 변호사는 다들 바쁜 사람들이야! 이까짓 일은 그들이 나서지 않아도 돼!”“이건...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언젠가 그룹 전체가 제 것이 되겠는데, 당연히 지금부터 업무와 직원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게 좋겠죠. 그 시작이 변호사가 되어도 좋고요.”“너...”육명진이 정색했다.‘날로 먹고 튀려는 건가?’하지만 그도 감히 임우정의 앞에서 육연우에게 뭐라 하지는 못했다. 육명진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 소유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그럼... 계약서 천천히 잘 읽어봐!”......며칠 후, 가게에 있던 최군형은 파일 하나를 받았다. 임우정이 육소유에게 준 바로 그 계약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던 그는 문제 하나를 발견했다.이때 최군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 형!“이 파일은 뭐야? 무슨 일이야?”“우정 아줌마가 한사코 연우에게 사인하라고 해
최군성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육소유가 강소아라고 확신해?”“응.”최군성은 형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최군형은 어릴 적부터 완전히 확실한 일이 아니라면 말하지 않았다.“전에 소아가 남양에 있을 때 한 검진 결과가 삼촌한테 있어.”“뭐?”“그런데 마침 경섭 아저씨도 과로가 심해서 연합 병원에서 검진했었어. 그래서 몰래 사람을 시켜 검진 결과를 하나 남겨두라 했어. 그리고...”“그랬더니, 두 사람이 혈연관계가 있대?”“99.99%. 확실한 거지. 이 확률을 뚫는 게 더 어려울걸?”최군성이 멍해졌다. 정신을 차린 그는 운명과 인연의 신기함에 감탄했다.최군형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먼저 강소아에게 말하는 게 나을지, 강우재와 소정애에게 말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었다.이때 축 처진 강소아가 가게로 들어왔다.“왜 그래요?”최군형이 급히 다가가 냉장고에서 가장 비싼 음료수를 꺼냈다. 강소아는 그를 흘깃 보고는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음료수를 받았다.“이거 제일 비싼 거잖아요! 이렇게 장사할 바엔 그냥 문 닫아요!”“그것도 괜찮은 것 같네요. 문을 닫으면 우리 둘밖에 없을 테고,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최군형!”강소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최군형이 진지한 얼굴로 사사로운 말을 던지는 게 제일 무서웠다.최군형은 웃으며 강소아의 어깨를 끌어안고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좀 걱정돼서요. 엄마 퇴원하기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오늘 그 결과가 나오는 날이에요.”“아... 그럼 뭘 걱정하는 거예요?”“엄마도 이제 나이가 있으신데, 혹시나 병이라도...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소아는 확실히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적은 별로 없었다.심장이 가느다란 실에 매달린 느낌이었다. 언제든 끊어질 것 같지만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강소아는 최군형의 가슴에 기대 그를 꼭 안고는 조용
강우재는 검사지를 들고 진료실을 나섰다.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그 앞에 서 있는 소정애를 마주쳤다.“여보, 당신... 당신 여긴 어떻게 왔어? 다 정상이래. 당신...”강우재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소정애는 눈시울이 붉어져 떨리는 목소리로 의사에게 물었다.“여보, 나 속일 필요 없어. 선생님, 저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유방암은 암 중에서도 복잡한 편입니다. 암세포가 전이된 것도 확인됐고요. 수술하시고 꾸준히 항암 하시면 5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 겁니다.”“5년이요?”소정애가 그 자리에 굳어졌다. 강우재가 급히 그녀를 끌어당겼다.“여보, 괜찮아... 그냥 작은 수술일 뿐이야. 몸에 암세포가 있으면 그걸 없애버리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돈은 얼마나 필요해요?”“그런 걸 왜 물어봐! 얼마나 들든 꼭...”“나 의사 선생님께 물은 거야!”소정애가 크게 소리쳤다. 강우재는 깜짝 놀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소정애 씨, 자세한 건 정밀검사를 한 뒤에 말씀드리죠. 금액에 관한 것도 그때 설명해 드릴 겁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들긴 할 겁니다. 금액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네, 네! 선생님, 고쳐만 주세요! 고쳐만 주신다면 돈은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여보, 이만 돌아가자.”소정애가 평온하게 말했다. 강우재가 비틀거리며 소정애의 뒤를 따랐다. 반평생을 함께 살았지만 이렇게 강인한 모습은 처음이었다.“여보...”“치료 안 해.”병실에 돌아온 소정애가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 평소 같았으면 소정애가 삐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소정애는 아무 말도 없이 덤덤하게 물건들을 정리하며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환자복을 갈아입고 짐까지 깔끔하게 쌌다. 그 모든 게 끝나고 나서야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강우재의 앞에 가 섰다.“나 치료 안 해. 저축해둔 돈이랑 집, 가게는 전에 얘기한 대로 나눠. 지금 집과 가게는 소아에게 주고, 새집과 저축은 당신과
“이...”“어쩄든, 군형이한테는 절대 알려주지 마! 군형이가 소아와 결혼할 때까지만이라도!”강우재는 언제나 아내의 말을 들었다. 이 일도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말하지 말라면 말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아내가 치료받지 않겠다 말을 한 이상 그녀의 마음을 돌릴 방법은 없을 것이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선을 다해 소정애에게 잘해주는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마지막 남은 시간에 함께하는 것, 마지막 가는 길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는 것.강우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최군형과 강소아가 도착했다. 강소아는 들어서자마자 애교 있는 목소리로 소정애를 불렀다.“엄마!”소정애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안 와도 된다고 했잖아! 짐도 다 정리했는데.”“군형 씨가 오자고 했어요. 어때요, 엄마 사위 괜찮죠?”“그럼! 너흰 다 좋은 아이들이야. 이 사위는 내가 네게 골라준 거잖아!”강소아는 쑥스럽게 웃었다. 소정애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소아의 모습을 뇌리에 새기기라도 하겠다는 듯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눈을 감으면 강소아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처음 뛸 줄 알게 된 날, 처음 바다에 갔던 날, 처음 스스로 밥을 먹었던 날, 유치원 입학식, 초등학교 입학식...처음 상을 받고 자랑찬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녀는 평생을 이렇게 안락하게 살 줄 알았다.시간은 무심히도 흘러 어느새 이 세상을 떠날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소정애는 코끝이 찡해졌다. 그녀는 강소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빠랑 같이 담배 사러 가! 담배 피우지 못해서 지금 죽으려고 해!”“네.”강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최군형의 표정이 돌변했다. 소정애가 모든 사람을 내보내고 자신 한 사람만 남겨둔 것은 분명 뭔가 할 말이 있어서일 것이다.병실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소정애가 말을 꺼내기 전에 최군형이 선수를 쳤다.“아줌마, 저
사흘 뒤.강우재와 소정애는 고성능 차의 안내를 받으며 공항에 도착하고, 승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반짝이는 전용기에 올라탔다. 그들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이 최상 별장에 들어섰을 때, 그들이 본 건 더욱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었다. 정장을 차려입은 집사가 공손하게 그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의 뒤를 쫓으며 주위의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여보...”“여보?”“빨리, 나 좀 꼬집어 봐!”“이미 꼬집고 있어...”“그런데 왜 안 아프지?”강우재가 어리둥절해졌다. 이어 손등이 따끔해졌다. 고개를 숙여보니 그는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손을 꼬집고 있었다.그들의 뒤를 따른 강소준고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엄마, 아빠! 누나 재벌 집에 시집가는 거야? 형부는 남양의 귀족이래! 엄마, 아빠. 누나가 이렇게 좋은 곳에 시집가는데, 그러면 나도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야?”“조용히 해! 그 입 당장 다물어!”“나도 그냥 농담이었어...”강소준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머쓱하게 웃었다. 누나는 특권이 있었지만 그는 없었다. 누나는 형부의 전용기를 타고 올 수 있었지만 그는 부모님과 함께 다른 비행기로 와야 했다.하지만 그런 대우조차도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것들이었다.강소준이 씩 웃었다. 이곳의 모든 건 그에게 너무도 새로웠다.한편, 최군형은 강소아를 데리고 자신의 구역에 도착했다.전에 최연준은 여주 별장에 살았다. 최군형이 크자 최연준은 여주 별장 옆의 공터를 그에게 줘 최군형 자신의 구역인 군원으로 만들어 주었다.오늘 군원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주인을 맞이했다.강소아는 옷을 갈아입고 천천히 탈의실에서 나왔다. 옆의 스타일리스트는 계속해서 강소아의 미모를 칭찬하고 있었다. 최군형도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강소아는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치맛자락을 잡다가 손에 땀이 난 게 걱정됐는지 바로 손을 풀었다. 최군형은 그녀의 불안을 바로 알아내고는 그녀를 가볍게 포옹했다.“괜찮아요, 우리
강소아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그러니까, 당신을 딸처럼 대해주는 부모님이 한 분씩 더 계셔도 괜찮다는 거죠?”“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신 부모님이 좋으신 분들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딸처럼 대해달라는 말은 한 적 없어요!”“소아 씨, 그게 아니라...”“난 다 알아요! 걱정 마요. 어쨌든 난 당신 부모님을 내 친부모님처럼 존경하고 효도해 드릴 거예요.”최군형이 머리를 긁적였다. 강소아는 자기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는 사이 집사가 걸어와 공손하게 그들을 안내했다.저녁 식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강우재와 소정애는 처음에는 어디에 앉아야 할 지도 몰라 허둥대고, 젓가락도 제대로 잡지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서연, 최연준과 완전히 어울리며 스스럼없이 웃고 떠들었다.다만 그 웃음에는 약간의 아부가 들어있었다.특히 소정애는 아픈 몸임에도 계속해서 그들이 주는 술을 받았다. 평소에 포도주를 잘 하지 않는 그녀는 포도주 석 잔만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강우재는 마음이 급해졌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막을 수도 없었다. 소정애의 행동은 강소아가 최씨 가문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 어떤 엄마도 딸이 시집살이하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어떤 엄마도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여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취한 듯 보이는 소정애를 보고는 하인더러 그녀를 부축해 손님방에 데려다주라 했다.소정애는 나가면서도 계속 웃으면서 “나 안 취했어, 안 취했어.”하는 말을 반복했다.강소아는 조금 난처해서 급히 따라 나갔다. 그녀가 소정애를 부축할 때, 소정애는 무어라 웅얼거리고 있었다.“아마... 아마 그 아이에게 친척이 있을 거야... 도와줘, 그 아이 가족을 찾아줘... 그럼, 죽어도 여한이 없어...”“엄마? 뭐라고요?”이때 강우재가 소정애의 팔을 잡아끌고는 강소아를 떠밀었다.“아무 말도 아니야! 소아야, 여긴 내가 있으니 넌 어서 들어
“소아는 우리가 몰래 데려온 거야! 그때 조난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소아의 가족을 찾아줬어야 했는데...”강우재가 한숨을 쉬며 소정애의 어깨를 톡톡 쳤다. 소정애가 울먹이며 말했다.“얼마 전에 계속 악몽을 꿨어. 소아가 꿈에 나와서 내가 밉다고 했어. 내가 그 아이를 가족들과 갈라놨다고...”“멍청한 소리 하지 마! 꿈은 반대야!”“그 꿈을 꾸고 나서 계속 그런 생각이 들어. 이 20년 동안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아픈 건가? 이것도 내 벌인가...”“당신...”강우재는 위로하는 법을 잘 몰랐다. 섣불리 위로했다가 그녀의 마음을 더욱 다치게 할까 봐 겁이 났다.그는 미칠 지경이었다. 반평생을 함께한 아내는 불치병에 걸렸고, 아이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는 매일 웃으며 연기해야 했다.강소아의 가족이 정말 나타난다면 그는 딸을 잃는 고통을 맛봐야 할 것이었다.강우재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소정애를 끌어안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래... 당신이 좋다면, 당신 마음이 편하다면 뭐든 들어줄게!”소정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우재의 손을 꼭 잡았다.“이제 돌아가자. 소아 어릴 적 사진을 사돈에게 줘야겠어.”“응, 그래.”“어, 강우재? 우리 방금 어느 길로 왔더라?”강우재가 멈칫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이 영감탱이! 방금 집사가 안내해 준다는 건 왜 말린 거야?”“당신이 둘만 있고 싶다고 했잖아!”“아직도 고집부려?”“당신, 당신 그 집사 전화번호 기억해?”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찾았다.“다른 사람 집에서 길을 잃다니, 너무 창피하잖아!”“당신이 안내한 거 아니야?”“소정애, 당신은 늘 이런 식이야. 뭐든 다 내 탓이라 이거야?”......최연준은 최군형을 화원으로 불러냈다. 최군형이 도착했을 때 강서연은 장미꽃 한 송이를 손질하고 있었다. 붉은 장미는 열정적이
최군형이 진실을 말하려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집사가 강우재와 소정애를 데리고 들어와 웃는 얼굴로 말했다.“두 분이 정원에서 길을 잃으셔서 모셔다드렸는데, 쉬지도 않으시고 두 분을 만나겠다 하십니다.”강서연과 최연준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최군형더러 나가라고 손짓했다.강서연은 두 사람에게 꽃차를 따라주었다. 긴장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무슨 일이든 말씀하세요. 이제 가족이 될 텐데 너무 격 차리지 말고요.”“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소정애는 사진을 꺼내 들었다. 그들이 한 살인 강소아를 껴안고 배 위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배가 금방 부둣가에 들어섰을 때 그들은 강소아와 함께 음식을 사러 갔었다. 바로 이 행동이 그들을 일생일대의 재난에서 구한 것이다.강서연의 눈빛이 변했다.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을 보자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소유가 실종된 후 임우정은 매일을 눈물로 보내며 종종 육소유의 사진을 들고 거리에 나가 수소문하곤 했다. 한 살배기 육소유의 모습은 사진 속 강우재 부부가 안고 있는 아이와 똑같았다!“저기, 오성에 오래 사셨는데, 20년 전 그 침몰 사고도 알고 계시겠죠?”강서연은 흠칫하며 최연준을 쳐다보았다. 최연준의 미간이 점점 더 찌푸려지고 있었다.“영원호라고... 그 배에서 우리 소아를 만났어요. 한 남자가 안고 있었는데, 남자가 아이 볼 줄을 전혀 몰라서 우리가 보고 있었어요. 이 아이 덕분에 저희는 사고를 면했고, 그때 소아를 집에 데려왔어요.”강서연은 귀를 의심했다.영원호, 침몰, 아이를 데린 남자.모든 게 들어맞았다. 모든 단서가 하나뿐인 바로 그 답을 가리키고 있었다.강서연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조용히 말했다.“그러니까 소아가, 혹시...”“소아는 우리 친딸이 아니에요.”그 말을 하는 소정애의 모습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몇 년 동안 가장 무서워했고 가장 증오했던 말이 그녀의 입에서 담담히 흘러나왔다.강서연은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을 손으로 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