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철은 음침한 얼굴로 강우연을 노려보며 물었다.“강 부장님,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남편분께서 하신 말은 강 부장님 개인의 뜻입니까, 아니면 회사의 뜻인가요?”“그러니까요! 일개 백수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중대한 결정에 참여한다는 겁니까!”“강 부장님, 빨리 사인하세요! 그래야 자재가 오늘 안에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요!”몇몇 담당자들은 슬슬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돌아가서 단가를 대조한다면 수많은 문제가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그들은 강우연을 압박해서 사실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인을 받아낼 계획이었다.그래야 일이 발생해도 강우연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작업자들은 소매를 걷어올리고 음산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신 누구야? 여기 당신 끼어들 자리가 어디 있다고 주제넘게 나서고 그래?”“죽고 싶어? 그 입 조심해서 놀려! 안 그러면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어디서 굴러온 백수 자식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말이야!”작업자들이 달려들 기세로 몰려오자 강우연은 다급히 한지훈의 앞을 가로막고 미안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서 사장님. 이 서류는 돌아가서 대조해 보고 사인하도록 할게요.”강우연까지 이런 말을 하자 서해철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작업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신호를 보낸 뒤,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 부장님, 조심성이 많은 건 좋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일을 방해하기 마련이죠. 지금 이 서해철의 인품을 의심하시는 거 아닙니까! 전 이런 취급 당하며 일 못해요. 강 이사님께 말씀드리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강문복에게 전화를 걸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강 이사님, 자재가 들어와야 하는데 강 부장님이 사인을 안 해주십니다. 서류 들고 돌아가서 대조하고 사인해 주신답니다. 그러면 우리는 하루를 쉬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던 강문복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호통쳤다.“뭐?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