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이대로 박 대사님을 못 만나고 돌아가야 해?”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이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배경을 가진 각 기업의 자제들이나 기업 대표들이었다.그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오군 본부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심지어 일부는 시장 사무실에까지 민원을 넣었다.소식을 접한 소지성은 신속히 한민학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군단장, 군대가 공항에서 구경 나온 오군의 재벌 인사들을 내쫓았다는데 사실인가요?”한민학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벌써 그 소식이 소 시장님에게까지 전달되었나요?”소지성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어떻게 된 겁니까? 그 사람들 고집이 만만치 않다는 건 군단장도 잘 알잖아요. 그 사람들 잘못 건드려서 우리한테 좋을 거 없어요. 나도 이런 전화를 받으면 난감하다고요.”한민학은 맞은편에 앉은 한지훈을 힐끗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말씀하시면 전 억울합니다. 제가 내린 지시가 아니니까요.”“그럼 누가 그런 지시를 내렸습니까? 아니, 오군에서 한 군단장께 지시를 내릴 인물이 누가 더 있습니까?”소지성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말을 마친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소지성은 긴장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혹시 북양의 총사령관께서 거기 계십니까?”“그렇습니다.”한민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지성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 군단장, 저 대신 한 선생께 안부나 전해주세요. 요즘 공무가 바빠서 한 선생을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시장님.”말을 마친 한민학은 전화를 끊었다.소지성은 한숨을 내쉬며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오군 본부의 뜻을 반드시 따르라고 사람들에게 전해. 그리고 공항 쪽 일로 연락이 오면 그냥 무시해.”“시장님, 벌써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다들 오군에서 한 영향력 하는 사람들인데 저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비서가 난감한
“세상에나! 북양 총사령관이래! 용국의 수호신이 오군에 방문했다니….”강희연 역시 흥분을 금치 못하며 사람들 틈에서 조금이라도 보겠다고 고개를 빼들었다.북양의 왕, 용국의 최연소 총사령관!북양의 30만 대군을 이끌고 8개 국과 전쟁을 펼쳐 이뤄낸 혁혁한 전공!용국의 위세를 해외까지 떨친 영웅.동화 속에 나오는 백마 왕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하지만 자신은 그런 남자를 만날 급이 아니라는 건 강희연 본인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북양 총사령관과 같은 공항에 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들뜨게 했다.강희연 뿐이 아니라 여러 재벌가 여자들도 흥분을 금치 못했다.전화 한 통에 대기업 회장, 오군의 고위 관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전부 공항으로 달려왔다.오군 공항으로 가는 길은 인파로 꽉 막혔고 자동차 경적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상황을 모르는 행인들과 일반 시민들도 그 기세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오군 공항으로 향하는 모든 도로는 각양각색의 외제차들로 꽉 들어찼다.포르쉐, 벤틀리, 마이바흐, 롤스로이스….자동차 전시회를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세상에나! 오군에 대체 누가 왔길래 재벌가 사람들이 하나 같이 길바닥에 나와 있대요?”“몰라요. TV에 나오는 스타들보다 더 각광 받고 있네요.”“공항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우리도 따라가 볼까요?”시민들도 모여서 이 희한한 광경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그 시각, 공항 대기실.소식을 접한 한민학은 난감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사령관님께서 공항에 계신다는 소문이 퍼져서 지금 수많은 인파가 공항 쪽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다들 사령관님 얼굴 한번 보려고 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한지훈은 인상을 확 찌푸리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내 행적이 외부에 알려졌다는 말씀입니까?”한민학이 식은땀을 훔치며 말했다.“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져서 이런 희한한 상황이 발생한 것 같네요. 박 대사가 오군을 방문한 것도 사령관님을 만나기 위해서인데 이미 박 대사
오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검은색 코트를 입은 중년 남성이 공항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VIP 통로를 통해 대기실로 들어갔다.“박 대사님이야! 진짜 오셨어!”“저기 봐! 박 대사님이 나오셨어!”“대박!”공항 안팎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박영성은 그쪽을 힐끗 바라보고는 급하게 VIP 대기실로 걸어갔다.그 모습을 주의한 누군가가 소리쳤다.“VIP 대기실이야! 박 대사가 VIP 대기실로 가셨어! 북양 사령관도 분명 거기 있을 거야. VIP 대기실로 가보자!”순식간에 공항 안팎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우루루 VIP 대기실 방향으로 몰려갔다.하지만 대기실 밖에서 지키고 있던 군인들에 의해 대기실 근처는 가지도 못했다.흥분한 유명 인사들은 멀리서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누군가가 망원경을 꺼내들었다.“나 봤어!”“한민학 군단장이랑 이한승 회장도 있어! 박 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총사령관인가 봐! 사복 차림인데 멋지다! 얼굴이 가려져서 안 보이는 게 아쉽네!”사람들은 VIP 대기실 내부 상황을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누군가가 다가와서 커튼을 쳤다.결국 그들은 북양 총사령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다행히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박영성과 젊은 남자가 악수하는 장면을 찍어서 SNS에 게시했다.화면이 많이 흔들리고 화질도 형편없었지만 남자에게서 풍기는 비범한 분위기는 뭇 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딱 봐도 그가 북양 총사령관이었다.그 사진은 신속히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하지만 불과 몇분도 되지 않아 군부에서 기사와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강희연과 오관우 일행도 사람들 틈에 끼여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저 사람이 북양 총사령관인가 봐. 옆모습만 보는데도 너무 멋진데? 내가 상상하던 왕자님이야!”강희연은 오관우가 옆에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푹 빠진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대상이 다른 남자였다면 화를 냈겠지만 오관우는 화를 내거나 질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북양 총사령관을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과찬이십니다.”두 사람은 잠깐 대기실에서 대화를 나눈 뒤, 박영성은 한민학의 경호를 받으며 군부 전용차에 올라 미리 예약해 둔 호텔로 향했다.한지훈은 일부러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대기실을 떠났다.주차장으로 들어가자 마침 잔뜩 흥분한 얼굴로 걸어오는 강희연과 오관우를 만났다.그들도 한지훈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지훈, 네가 여기 왜 있어?”강희연이 앙칼진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누구 마중 좀 나왔어.”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큰 건수를 하나 잡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공항에 마중을 나와? 너 같이 무능한 백수가 공항에 마중 나올 일이 뭐가 있어? 거짓말하지 마!”“설마 너도 박 대사님 마중을 나왔다고 할 거 아니지?”강희연의 얼굴에 비웃음이 진해졌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맞다면 어떻게 할 건데?”그 말을 들은 강희연과 오관우는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젠장! 한지훈 너는 내가 봤던 중에 가장 뻔뻔한 인간일 거야!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뻔뻔할 수 있지? 너 영업 사원하면 잘 어울리겠다!”오관우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허세 빼고는 시체인 자식!’“한지훈, 박영성 대사가 누군지는 알고 그런 망언을 하는 거야?”강희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넌 모르겠구나? 박 대사뿐이 아니고 오늘 북양 총사령관도 오군 공항에 방문하셨어! 북양 총사령관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아? 만인의 존경을 받는 우리 용국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존재야! 너 같은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잘생겼더라고!”말을 마친 강희연은 감상에 젖어 눈이 촉촉하게 빛났다.한지훈은 갑자기 역겨움이 몰려와서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다.“내가 북양 사령관이라면 네 얼굴 보고 역겨워서 토가 나왔을 거야.”“너!”분노한 강희연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싸늘하게 말했다.“한지훈 네가 무슨 자
오관우가 싸늘하게 냉소 지으며 말했다.“괜한 걱정이야. 박 대사가 저런 일반인들에게 드레스를 만들어 줄 리가 없잖아? 한지훈 저놈은 박 대사를 만나지도 못해. 자존심 상하니까 헛소리 지껄인 거겠지.”강희연이 발을 쾅쾅 구르며 말했다.“한지훈 저 자식 너무 얄미워! 자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 대사 만나게 해줘. 난 박 대사 드레스를 무조건 입고 결혼해야겠어!”오관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박 대사 같은 인물은 아무리 나라도 만나기 어려워.”“그럼 어떡해? 박 대사 드레스 아니면 나 드레스 안 입어! 결혼 안 할래!”강희연은 괜한 억지를 부렸다.오관우는 머리가 지끈거려서 결국 마지못해 승낙했다.“알았어. 노력은 해볼게.”그 시각, 북양 총사령관과 박 대사가 한날 한시에 S시에 도착했다는 소식은 소문이 퍼지고 퍼져 전 시민들이 다 알게 되었다.강운 그룹.직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세상에! 박 대사님이 오셨대! 그분 드레스 한번 입어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는데!”“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소식이라고. 여기 봐. 북양 총사령관이 오군 공항 전체를 폐쇠하고 박 대사와 비밀 만남을 가졌다는 뉴스가 있어.”“설마 북양 총사령관이 결혼하는 거야? 그런 소식은 없었는데….”“대체 어떤 여자면 이런 복을 차지했을까? 북양 총사령관이 남편에, 박 대사의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다니! 꿈만 같아!”회사 여직원들이 떠들썩하게 감상을 이야기하는 사이, 정부에는 나서서 루머를 정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북양 총사령관과 박 대사는 원래 친분이 있는 사이이며 우연한 만남일 뿐이니 근거 없는 루머는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한동안 도시 전체를 뜨겁게 달구던 열기가 드디어 조금 잦아들었다.그 뒤로 아주 대단한 인물이 박 대사를 특별히 초대하여 아내를 위한 드레스 제작을 의뢰했다는 소식이 퍼져 나왔다.사람들은 누구나 그 대단한 인물이 과연 누구일지 궁금해했다.북양 총사령관도 아니라면 대체 누구일까?박 대사에게 드레스 제작을 의뢰할 정도라면 아
그 말에 강희연은 싸늘한 비웃음을 지었다.“박 대사도 몰라? 아, 모를 수도 있지. 넌 가문에서 쫓겨나서 지내는 사이 상류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았으니까.”“내가 말해주지. 박 대사는 세계 최고의 웨딩 디자이너야. 28일 결혼식에 나는 박 대사가 직접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고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입장할 거라고. 강우연, 안타깝지만 아무도 너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그러게 왜 굳이 나랑 같은 날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객기를 부려? 한지훈 그 자식 일부러 네 자존심 깎아내리려고 그런 거 아니야? 나 같으면 차라리 결혼식 취소하겠어!”강희연의 얼굴에는 우월감과 거만함이 한데 뒤섞여 가관을 이루었다.강우연은 그런 말을 듣고 있자니 자존심 상하고 서글펐다.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언니, 나랑 지훈 씨 결혼식이 언니처럼 화려하지는 못해도 우린 원래 뭔가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단지…”“됐어! 변명하면 너만 초라해질 뿐이야. 어쨌든 그날 두고보자고!”강희연은 강우연을 싸늘하게 흘겨보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무실을 나갔다.문이 닫히자 강우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여자로서 남들보다 우월하지는 못해도 모두의 축복을 받는 결혼식을 치르고 싶은 건 당연했다.그녀는 비교할 필요 없다고, 한지훈만 있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그날 저녁, 박 대사가 신비의 인물의 초대를 받고 S시에 드레스를 제작하러 왔다는 소문이 곳곳에 퍼졌다.가장 흥분한 사람들은 당연히 강운그룹 일가였다. 그들은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오관우를 초대하고 이 일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강희연이 회사에서 결혼식에 박 대사 드레스를 입는다고 이미 공지했기 때문이었다.허영심 충만한 강문복 일가가 이런 자랑거리를 놓칠 리 없었다.강운의 모든 사람들은 그 신비의 인물이 오찬그룹 후계자 오관우라고 확신했다.“우리 예비 사위는 정말 대단해! 박 대사를 특별히 우리 시까지 초대해서 우리 딸을 위한 드레스를 만들게 하다니!”강문복은 흥분을 금치
연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한지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무례한 녀석! 여기 네가 낄 자리가 어디 있다고 그런 미친 소리를 지껄여?”“강학주, 사위 교육 똑바로 안 해? 어디서 저런 무능한 녀석을 데려와서는!”사람들은 입을 모아 한지훈을 비난했다.“강우연, 남편 단속 잘해! 아무 말이나 내뱉게 하지 말라고! 우리 자기가 박 대사를 초대한 게 아니면 한지훈 저 자식이 초대했다는 소리야? 황새가 뱁새 따라가면 다리 찢어진다고 했어. 너도 참 저런 인간을 만나서 불쌍하다!”강희연이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비아냥거렸다.다른 사람들도 옆에서 거들었다.“우연아, 앞으로 저 인간은 가족 연회에 데리고 오지 마. 내가 다 창피하다!”“맞아! 앞으로 가족 모임에는 저 녀석 데리고 나오지 마! 우리 강운그룹도 S시에서는 알아주는 기업인데 저런 인간이랑 같이 밥 먹자니 창피해!”“강학주, 사위 교육 똑바로 안 해? 주제도 모르고 오 대표를 모함하다니!”강문복이 눈을 부릅뜨며 강학주에게 시비를 걸었다.“형님, 나는….”강학주는 한숨을 내쉬고는 분노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한지훈, 그 입 다물어! 계속 헛소리할 거면 당장 나가!”강우연도 굳은 표정으로 한지훈의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그만 얘기하고 조용히 밥 좀 먹어요.”한지훈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강우연을 위해서 이번 한번은 넘어가기로 했다.오관우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에게 시비를 걸어왔다.“박 대사를 네가 초대했다면 28일 결혼식에서 우연이가 박 대사 드레스를 입겠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한지훈을 비웃었다.한지훈은 묵묵히 물만 들이켤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오관우는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는지 계속해서 시비를 걸었다.“왜 말이 없어? 기죽었어? 멍청한 녀석!”“저런 인간 때문에 분위기 망칠 필요 없어. 이제 그만해.”말을 마친 강문복은 강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우리도
연회장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흐르고, 강가의 친척들은 의심에 찬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쾅!강문복은 테이블을 힘껏 두드리며 소리쳤다.“한지훈, 그런 말 할 거면 당장 꺼져! 우리 집에 네 자리는 없어!”“재수가 없으려니까 어디서 저딴 녀석이 우리 집에 굴러들어온 거야?”설해연도 옆에서 한술 더 떴다.“웃겨 죽겠네! 한지훈, 그만 나대. 네가 그런다고 사람들이 널 알아줄 것 같아? 분위기 어지럽히지 말고 꺼져!”“강학주, 너도 참 불쌍하다. 저런 사위를 둬서!”강가 친척들의 분노는 모두 한지훈을 향했다.강학주은 음침한 얼굴로 벌떡 일어서서 대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강우연, 저 자식 데리고 당장 꺼져!”강우연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한지훈의 팔을 잡아당겼다.“지훈 씨, 우리 그만 가요.”한지훈은 사람들의 비웃음에 못 말린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 밥은 어디서든 먹을 수 있으니까. 여러분께 사기꾼한테 속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말을 마친 그는 강우연의 손을 잡고 본가를 나섰다.한지훈이 떠나자 강가의 친인척들은 아부 섞인 미소를 지으며 오관우에게 사과했다.“오 대표, 신경 쓰지 마. 쟤는 원래 저런 인간이야!”“맞아, 오 대표. 저런 무능한 녀석이랑은 상종을 말아야 해.”“자, 오 대표. 우리끼리 한잔하자고.”한편, 저택을 나온 강우연은 조용히 걷고 있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작은 소리로 흐느꼈다.한지훈은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그녀에게 물었다.“왜 그래?”그녀는 고개를 들고 서글픈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 앞으로 말을 좀 아끼면 안 돼요? 난 그래도 당신이 나와 고운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줄 알았는데… 당신 너무 유치해요. 왜 사람이 성실하지 못해요?”한지훈은 뭐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강우연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변명 듣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한지훈의 손을 놓고 앞장서서 집
“좋아, 아주 좋아! 한지훈, 네가 감히 이토록 오만하게 구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너희 용국의 연안을 피바다로 만들어 주겠다!”안드레는 장창을 단단히 움켜쥐고 용국의 방향을 가리켰다. 순간, 장창 끝에서 눈부신 백색 광채가 점점 강렬해졌고, 그 빛은 마치 실체화된 살기처럼 퍼져 나갔다. 게다가 진법의 증폭을 받은 살기는 지나가는 곳마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소멸시킬 기세였다.“한... 한 씨 형님,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시오!”진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누구든 안드레는 결코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가 이 창을 휘두르는 순간,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화를 당할 것이었다.“안드레, 네 따위가 감히 우리 용국 백성을 해치겠다고?”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한쪽 팔을 뻗어 갑판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진왕검!”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가 갑자기 열리더니 넉 자 세 치 길이의 진왕검이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상자에서 튀어나와 한지훈을 향해 날아왔다.진왕검이 손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진동음이 울려 퍼졌고, 곧이어 은빛 광채가 하늘을 뒤덮으며 반쪽 하늘 전체를 가득 채웠다.진왕검은 고대로부터 왕들이 차고 다니던 검이었으며,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러진 적이 없는 검이었다. 진왕검이 가진 특성은 단순한 명검의 재질이 아니라, 어떤 보검도 가질 수 없는 제왕의 기운이 함께 깃들어 있다는 점이었다.그 은빛 광채 속에서는 마치 용의 포효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했고, 게다가 검신 위에 새겨진 거대한 청룡 문양이 하늘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치솟았다. 이 순간, 사방 수백 리 내의 공간이 진왕검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찰나에 살기로 가득 차올랐으며, 마치 이 한 자루 검이 하늘을 가르고 대지를 단숨에 두 동강 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절대적인 압도적 기세가 하늘과 땅을 휩싸며 퍼져 나갔고, 이내 넓디넓은 바다가 폭풍처럼 요동쳤으며, 하늘의 구름마저 급변했다. 그곳에 있던
한지훈에게 손을 쓰는 순간 박살 날 텐데!“짝!”한지훈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손바닥을 번쩍 들더니,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이번에는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았고, 안드레가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치지는 않았다.하지만 이 손바닥 한 방은 그야말로 안드레에게 엄청난 모욕이었다!게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카일 가문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기도 했다!“네… 네 이놈! 반드시 널 죽이고 말겠다! 용국 동남 연안 전체가 무너지고, 제재소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해도 반드시 네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안드레의 얼굴은 이미 부어올라 일그러져 있었고, 두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했다.그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살갗을 깊숙이 파고들어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장창!”안드레가 손을 뻗자, 배 위에 놓여 있던 장창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장창을 손에 쥔 순간, 안드레의 몸에서 폭발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기세는 하늘마저 어둡게 만들었고, 뜨거운 태양조차 창백하게 변해 버렸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살육밖에 없었고, 한지훈이 가져온 이 치욕을 수많은 피로 씻어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는 과거, 무려 십 년 넘게 이름을 날린 전신 강자와 싸웠을 때조차 이런 치욕을 겪은 적이 없었다!그가 장창을 쥐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고, 길게 늘어진 백발이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위에서 스스로 일렁이며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안 돼!”진우가 놀라 소리쳤다.안드레의 목표는 한지훈이 아니었다!그는 창끝을 용국 동남 연안의 해안가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그가 이 창을 내리꽂는 순간, 용국 동남 해안은 그 여파에 휩쓸릴 것이다!게다가, 분노에 찬 천신계 강자의 일격이라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한지훈,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마!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라! 그렇지 않으면 용국의 해안 도시들이 피바다가 될 것이다!”안드레는 장창을
모든 이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한지훈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안드레마저 매우 놀랐고, 그가 허둥지둥 한지훈의 흔적을 찾는 순간 한지훈이 어느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한지훈은 주먹을 높이 치켜들어 그대로 안드레를 향해 내리꽂았다!안드레는 깜짝 놀라 급히 주먹을 휘둘러 반격했고, 천신계 강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폭발하며 사방 수 리 내의 바다 위가 거센 파도로 출렁였다!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안드레와 한지훈의 주먹이 격돌했다!쿵!안드레가 자부하던, 모든 것을 단숨에 초토화할 것 같던 그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닿는 순간 그 힘이 한없이 무력해졌다.심지어 안드레의 팔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콰득!”안드레는 한 손으로 팔을 부여잡고 물러서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응시했다. “이, 이럴 리가 없어!”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마, 자신이 한지훈에게 밀린단 말인가?“말했지, 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른다고!”한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치켜들었다!그 순간, 한지훈은 완전히 본래의 기운을 드러냈다!천신계 강자의 강대한 위압이 해저에 사는 수생 생물들조차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다!이제 안드레는 반격할 기회조차 없었다.아니, 한지훈의 주먹을 감히 정면으로 받아칠 용기조차 사라졌다.한지훈의 주먹이 연달아 안드레의 몸을 강타했고, 안드레는 피를 뿜으며 공중으로 날아갔다!“어린놈의 자식이! 너무 날뛰는군!”안드레의 말이 끝나자, 한지훈은 손바닥을 들어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찰싹!”안드레의 몸이 다시 한번 옆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이 바다에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다시 한번 손을 들어 거침없이 뺨을 후려쳤다! 안드레의 몸이 또다시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고, 연속된 광경을 바라보던 배 위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저자가 정말 오륙에서 유일한 천신계 강자라는 안드레인가?정말로 오륙의 평화 사절단이라고 불리는
따라서 한 수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천신계 강자의 기본이었다! “하아... 역시 너무 젊군.”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안드레의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부딪히려 할 찰나, 한지훈이 갑자기 주먹을 펼쳐 손바닥으로 변환하며 안드레의 주먹을 아래로 눌렀다.“음?”안드레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소한 변화 속에 과연 어떤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인가?!“파악!”“쿵!”주먹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뒤를 따라 천둥 같은 굉음이 폭발했다.거대한 폭발음이 마치 바다 위에서 핵폭탄이 터진 듯한 위력을 뿜어냈다.순식간에 바다가 끓어오르며 사방으로 물보라가 솟구쳤고, 수많은 물고기가 끓는 바닷물 속에서 익어 떠오르기 시작했다!눈부신 한 줄기 강한 빛이 터져 나오자 사람들은 황급히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렇게 30분이 지나고서야 빛이 점차 사라졌고, 사람들은 서서히 눈을 뜨며 한지훈과 안드레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카일 가문의 무리들은 눈을 뜨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안드레 경의 이 강력한 일격에서 살아남을 자가 있겠는가?!아마도 한지훈의 육신조차 산산이 부서졌을 터!하지만 그 순간,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동시에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이... 이럴 수가!”백발의 노인은 선박 난간을 붙잡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고, 주변 사람들 또한 모두 얼굴이 창백해졌다!바다 위에서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의 시선은 몇백 미터 떨어진 바다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곳에는 안드레가 흐트러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안드레의 가슴팍에는 깊은 상처가 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머리카락과 눈썹에도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안드레조차도 이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방금 전, 한지훈의 손바닥과 맞닿았을 때 분명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한지훈의 손바닥
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한지훈과 안드레는 거의 동시에 한 걸음씩 물러섰다.거대한 충격이 몇 초가 지나도록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바닷물은 광풍에 휩쓸려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았다!안드레는 주먹을 살짝 쥐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분명한 통증을 느꼈다!천신계에 오른 이후, 안드레는 마지막으로 통증을 느낀 때가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한지훈의 일격이 그에게 통증을 안겨준 것이다!분명 서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을 발휘하긴 했지만, 한지훈은 막 천신계에 오른 젊은이일 뿐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강할 수 있단 말인가?!안드레는 놀란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때의 한지훈 역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고, 방금 받은 일격은 그가 살아오면서 맞은 가장 무거운 한 방이었다!만약 그의 몸이 뇌해의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결코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곤륜 뇌해에서 단련된 그의 육체는 사실 안드레보다도 몇 배는 더 강력했다!다만 이제 막 돌파한 터라, 아직 완전히 몸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젊은이, 정말 대단하군. 감히 우리 카일 가문에 도전할 만하겠어!”안드레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두 번째 주먹이 그림자처럼 날아들었다!그 일격이 뻗어나가자, 바다의 수면이 수십 미터나 움푹 내려앉으며 거대한 원형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심지어 해저의 암초조차도 무너지며 부서졌고, 수백 미터 내의 바다 생물들이 동시에 죽고 말았다. 핏빛 안개가 해저에서 떠올라,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이 광경을 보며 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안드레의 이 한 방은, 마치 용국 무학 중 격산타우와도 같은 기법이었다!겉보기엔 직선적인 공격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변수가 숨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천신계 강자의 신력인가……?”진우는 경탄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고, 주변의 무리들도 연신 놀라움을 터뜨렸다.이 한 방이라면, 사람은 물론이고 전차나 전함조차도 견뎌낼 수 없을 것이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