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찢어버릴 것 같은 고함에 강문복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아버지, 전 하지 않았어요.”그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짝!강준상은 그대로 손을 번쩍 들어 아들의 귀뺨을 치고는 고함쳤다.“넌 이 아비가 벌써 치매로 보여? 오랫동안 네가 단가 가지고 장난질 치는 거 알면서 모르는 척해줬다. 넌 내 아들이고 회사를 물려받을 후계자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라는 게 있어야지! 우연이한테 들켜버리기까지 하고! 너 회사 망하게 할 작정이야?”“아버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당황한 강문복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강준상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거친 숨을 토해내며 힘겹게 말했다.“네 사무실 금고에 따로 빼둔 돈을 전부 회사 계좌로 돌려놔!”“네, 지금 처리할게요.”강문복이 다급히 말했다.강준상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반성하라는 말을 남기고 거실을 나가 버렸다.강 회장이 자리를 비우자 강문복의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강우연, 한지훈! 절대 용서 못해!”그 시각, 본가를 나온 뒤 강우연의 표정은 줄곧 좋지 못했다.“지훈 씨, 할아버지는 왜 나를 안 믿어주실까요?”한지훈은 긴 한숨을 내쉬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강문복은 당신 할아버지의 장남이라서 그래. 당신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강운을 강문복한테 물려주실 생각이었어. 가장 믿는 자식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장남의 치부를 까발렸을 때 당신 할아버지도 수치심을 느끼셨을 거야. 그분은 원래 공정한 분이 아니셨고 당신도 가문에서 예쁨 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강문복을 감싸는 건 당연한 결과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의 얼굴에 서글픔이 가득했다.“그럼 큰아버지가 하는 대로 계속 내버려둬야 하나요?”한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당신 할아버지가 치매가 걸리지 않은 이상 그러지는 않을 거야. 아마 지금쯤 할아버지는 강문복을 혼내고 돈을 돌
서방의 거대 암살 조직 킬러넷은 오늘 자체 게시판의 일면에 이 소식을 실었다.데스노트로 불리던 암살 조직은 해산을 선언했다.킬러넷의 고위 임원들은 급급히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조직 내 멤버들은 팔목을 자르는 영상을 킬러넷에 기재하고 용국 불가침이라는 글귀를 남겼다.유럽 조폭계 서열 3위로 불리던 킬러넷의 이번 움직임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비록 3년 전에 피바람이 불면서 공중분해 되었지만 근간은 그대로 있었기에 몇 년을 거쳐 이미 서방 순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조직이 되었다.그런 킬러넷 조직의 고위 인사들이 단체로 얼굴을 가린 채,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휘하의 암살자들은 스스로 팔을 절단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용국 불가침이라는 글귀를 남겼다.순식간에 킬러넷에 관한 소문이 전 유럽에 퍼졌다.결국 암살자의 고위 임원이 나서서 동방의 용왕이 다시 나타났다고 실토하면서 서방의 조폭계는 비상을 맞게 되었다.동방의 용왕, 서방 조폭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존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사람들은 용왕이 대체 누구인지 수군거렸고 신분이 어찌됐건 용왕은 킬러넷을 증오한다는 결론이 나왔다.소란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방 조폭계의 일인자읜 십이성전도 이 사건을 주목하기 시작했다.서방 조폭계의 최대 중립 조직이자 모든 지하세력의 존경을 받는 거대 조직 이사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은 용왕과 그의 여덟 전사를 전신으로 인정하고 서방 십이성전과 동일시한다는 내용이었다.물론 주인공인 한지훈은 서방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알았다고 하더라도 피식 웃고 지나갔을 것이다.그는 현재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있었다.오늘 세계 일류 웨딩 디자이너 박영성 디자이너가 S시에 도착한다는 용일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한지훈은 직접 공항으로 나가 박 대사를 맞이하기로 했다.용국의 북양 총사령관이 직접 마중을 나갈 정도로 박 대사의 명성은 대단했다.그 시각, 박영성 대사가 S시를 방문한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도시 전체에 퍼졌다.
오군 공항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오군의 명문가 여식들과 각 업계 성공인사들이 공항에 모여 긴장한 얼굴로 탑승객 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현장에는 방 대사를 환영하는 플랜카드와 그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의 화보가 잔뜩 걸려 있었다.여느 탑스타를 맞이하는 열기 못지 않은 광경이었다.한지훈은 용일과 함께 VIP 대기실에 도착했다.이어서 한민학과 이한승도 대기실에 도착했다.그 뒤를 이어 백 명이 넘는 군대가 공항 주변을 호위했다.군인들이 줄을 지어 공항을 들어오자 대기하고 있던 오군의 재벌들은 저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와! 역시 박 대사님이야. 오군 본부까지 출동하다니!”“당연하지. 설마 박 대사님이 오군에 방문한 이유가 한민학 군단장님 때문은 아니겠지?”“군단장님 딸이 결혼해? 그런 소식은 없었는데….”군대의 칼각 행진에 놀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 시각, 강희연과 오관우도 부랴부랴 공항에 도착했다.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건 공항을 꽉 채운 인파였다.대부분이 오군의 재벌 여식들이었고 사회 각 계층의 유명인사들과 기업 회장님들도 있었다.그 광경을 목격한 강희연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자기, 인파 좀 봐! 역시 방 대사님 인기는 대단해. 만약 이런 분이 내가 입을 드레스를 디자인해 주신다면 우리 결혼식은 모두가 주목 받는 성대한 파티가 될 거야. 모두가 우릴 스타로 떠받들겠지!”강희연의 머릿속에는 벌써 휘황찬란한 형광등 아래에서 오군의 유명 인사들이 다 모인 현장에 박 대사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뿐사뿐 식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그러졌다.상상만 했는데도 행복해지는 광경이었다.오관우 역시 인파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기스타 박 대사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를 받으면 앞으로 오찬그룹과 그의 가문은 오군의 명문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고 순식간에 신분상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그럼, 그럼!”오관우도 잔뜩 흥분한 얼굴로 인파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그 시각, 한지훈은 VI
“어떡하지? 이대로 박 대사님을 못 만나고 돌아가야 해?”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이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배경을 가진 각 기업의 자제들이나 기업 대표들이었다.그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오군 본부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심지어 일부는 시장 사무실에까지 민원을 넣었다.소식을 접한 소지성은 신속히 한민학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군단장, 군대가 공항에서 구경 나온 오군의 재벌 인사들을 내쫓았다는데 사실인가요?”한민학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벌써 그 소식이 소 시장님에게까지 전달되었나요?”소지성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어떻게 된 겁니까? 그 사람들 고집이 만만치 않다는 건 군단장도 잘 알잖아요. 그 사람들 잘못 건드려서 우리한테 좋을 거 없어요. 나도 이런 전화를 받으면 난감하다고요.”한민학은 맞은편에 앉은 한지훈을 힐끗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말씀하시면 전 억울합니다. 제가 내린 지시가 아니니까요.”“그럼 누가 그런 지시를 내렸습니까? 아니, 오군에서 한 군단장께 지시를 내릴 인물이 누가 더 있습니까?”소지성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말을 마친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소지성은 긴장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혹시 북양의 총사령관께서 거기 계십니까?”“그렇습니다.”한민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지성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 군단장, 저 대신 한 선생께 안부나 전해주세요. 요즘 공무가 바빠서 한 선생을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시장님.”말을 마친 한민학은 전화를 끊었다.소지성은 한숨을 내쉬며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오군 본부의 뜻을 반드시 따르라고 사람들에게 전해. 그리고 공항 쪽 일로 연락이 오면 그냥 무시해.”“시장님, 벌써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다들 오군에서 한 영향력 하는 사람들인데 저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비서가 난감한
“세상에나! 북양 총사령관이래! 용국의 수호신이 오군에 방문했다니….”강희연 역시 흥분을 금치 못하며 사람들 틈에서 조금이라도 보겠다고 고개를 빼들었다.북양의 왕, 용국의 최연소 총사령관!북양의 30만 대군을 이끌고 8개 국과 전쟁을 펼쳐 이뤄낸 혁혁한 전공!용국의 위세를 해외까지 떨친 영웅.동화 속에 나오는 백마 왕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하지만 자신은 그런 남자를 만날 급이 아니라는 건 강희연 본인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북양 총사령관과 같은 공항에 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들뜨게 했다.강희연 뿐이 아니라 여러 재벌가 여자들도 흥분을 금치 못했다.전화 한 통에 대기업 회장, 오군의 고위 관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전부 공항으로 달려왔다.오군 공항으로 가는 길은 인파로 꽉 막혔고 자동차 경적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상황을 모르는 행인들과 일반 시민들도 그 기세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오군 공항으로 향하는 모든 도로는 각양각색의 외제차들로 꽉 들어찼다.포르쉐, 벤틀리, 마이바흐, 롤스로이스….자동차 전시회를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세상에나! 오군에 대체 누가 왔길래 재벌가 사람들이 하나 같이 길바닥에 나와 있대요?”“몰라요. TV에 나오는 스타들보다 더 각광 받고 있네요.”“공항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우리도 따라가 볼까요?”시민들도 모여서 이 희한한 광경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그 시각, 공항 대기실.소식을 접한 한민학은 난감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사령관님께서 공항에 계신다는 소문이 퍼져서 지금 수많은 인파가 공항 쪽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다들 사령관님 얼굴 한번 보려고 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한지훈은 인상을 확 찌푸리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내 행적이 외부에 알려졌다는 말씀입니까?”한민학이 식은땀을 훔치며 말했다.“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져서 이런 희한한 상황이 발생한 것 같네요. 박 대사가 오군을 방문한 것도 사령관님을 만나기 위해서인데 이미 박 대사
오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검은색 코트를 입은 중년 남성이 공항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VIP 통로를 통해 대기실로 들어갔다.“박 대사님이야! 진짜 오셨어!”“저기 봐! 박 대사님이 나오셨어!”“대박!”공항 안팎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박영성은 그쪽을 힐끗 바라보고는 급하게 VIP 대기실로 걸어갔다.그 모습을 주의한 누군가가 소리쳤다.“VIP 대기실이야! 박 대사가 VIP 대기실로 가셨어! 북양 사령관도 분명 거기 있을 거야. VIP 대기실로 가보자!”순식간에 공항 안팎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우루루 VIP 대기실 방향으로 몰려갔다.하지만 대기실 밖에서 지키고 있던 군인들에 의해 대기실 근처는 가지도 못했다.흥분한 유명 인사들은 멀리서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누군가가 망원경을 꺼내들었다.“나 봤어!”“한민학 군단장이랑 이한승 회장도 있어! 박 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총사령관인가 봐! 사복 차림인데 멋지다! 얼굴이 가려져서 안 보이는 게 아쉽네!”사람들은 VIP 대기실 내부 상황을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누군가가 다가와서 커튼을 쳤다.결국 그들은 북양 총사령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다행히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박영성과 젊은 남자가 악수하는 장면을 찍어서 SNS에 게시했다.화면이 많이 흔들리고 화질도 형편없었지만 남자에게서 풍기는 비범한 분위기는 뭇 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딱 봐도 그가 북양 총사령관이었다.그 사진은 신속히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하지만 불과 몇분도 되지 않아 군부에서 기사와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강희연과 오관우 일행도 사람들 틈에 끼여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저 사람이 북양 총사령관인가 봐. 옆모습만 보는데도 너무 멋진데? 내가 상상하던 왕자님이야!”강희연은 오관우가 옆에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푹 빠진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대상이 다른 남자였다면 화를 냈겠지만 오관우는 화를 내거나 질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북양 총사령관을
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과찬이십니다.”두 사람은 잠깐 대기실에서 대화를 나눈 뒤, 박영성은 한민학의 경호를 받으며 군부 전용차에 올라 미리 예약해 둔 호텔로 향했다.한지훈은 일부러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대기실을 떠났다.주차장으로 들어가자 마침 잔뜩 흥분한 얼굴로 걸어오는 강희연과 오관우를 만났다.그들도 한지훈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지훈, 네가 여기 왜 있어?”강희연이 앙칼진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누구 마중 좀 나왔어.”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큰 건수를 하나 잡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공항에 마중을 나와? 너 같이 무능한 백수가 공항에 마중 나올 일이 뭐가 있어? 거짓말하지 마!”“설마 너도 박 대사님 마중을 나왔다고 할 거 아니지?”강희연의 얼굴에 비웃음이 진해졌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맞다면 어떻게 할 건데?”그 말을 들은 강희연과 오관우는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젠장! 한지훈 너는 내가 봤던 중에 가장 뻔뻔한 인간일 거야!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뻔뻔할 수 있지? 너 영업 사원하면 잘 어울리겠다!”오관우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허세 빼고는 시체인 자식!’“한지훈, 박영성 대사가 누군지는 알고 그런 망언을 하는 거야?”강희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넌 모르겠구나? 박 대사뿐이 아니고 오늘 북양 총사령관도 오군 공항에 방문하셨어! 북양 총사령관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아? 만인의 존경을 받는 우리 용국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존재야! 너 같은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잘생겼더라고!”말을 마친 강희연은 감상에 젖어 눈이 촉촉하게 빛났다.한지훈은 갑자기 역겨움이 몰려와서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다.“내가 북양 사령관이라면 네 얼굴 보고 역겨워서 토가 나왔을 거야.”“너!”분노한 강희연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싸늘하게 말했다.“한지훈 네가 무슨 자
오관우가 싸늘하게 냉소 지으며 말했다.“괜한 걱정이야. 박 대사가 저런 일반인들에게 드레스를 만들어 줄 리가 없잖아? 한지훈 저놈은 박 대사를 만나지도 못해. 자존심 상하니까 헛소리 지껄인 거겠지.”강희연이 발을 쾅쾅 구르며 말했다.“한지훈 저 자식 너무 얄미워! 자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 대사 만나게 해줘. 난 박 대사 드레스를 무조건 입고 결혼해야겠어!”오관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박 대사 같은 인물은 아무리 나라도 만나기 어려워.”“그럼 어떡해? 박 대사 드레스 아니면 나 드레스 안 입어! 결혼 안 할래!”강희연은 괜한 억지를 부렸다.오관우는 머리가 지끈거려서 결국 마지못해 승낙했다.“알았어. 노력은 해볼게.”그 시각, 북양 총사령관과 박 대사가 한날 한시에 S시에 도착했다는 소식은 소문이 퍼지고 퍼져 전 시민들이 다 알게 되었다.강운 그룹.직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세상에! 박 대사님이 오셨대! 그분 드레스 한번 입어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는데!”“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소식이라고. 여기 봐. 북양 총사령관이 오군 공항 전체를 폐쇠하고 박 대사와 비밀 만남을 가졌다는 뉴스가 있어.”“설마 북양 총사령관이 결혼하는 거야? 그런 소식은 없었는데….”“대체 어떤 여자면 이런 복을 차지했을까? 북양 총사령관이 남편에, 박 대사의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다니! 꿈만 같아!”회사 여직원들이 떠들썩하게 감상을 이야기하는 사이, 정부에는 나서서 루머를 정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북양 총사령관과 박 대사는 원래 친분이 있는 사이이며 우연한 만남일 뿐이니 근거 없는 루머는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한동안 도시 전체를 뜨겁게 달구던 열기가 드디어 조금 잦아들었다.그 뒤로 아주 대단한 인물이 박 대사를 특별히 초대하여 아내를 위한 드레스 제작을 의뢰했다는 소식이 퍼져 나왔다.사람들은 누구나 그 대단한 인물이 과연 누구일지 궁금해했다.북양 총사령관도 아니라면 대체 누구일까?박 대사에게 드레스 제작을 의뢰할 정도라면 아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