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있던 강운 일가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강우연! 헛소리하지 마! 어떻게 큰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모함할 수 있어!”설해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강우연을 향해 소리쳤다.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강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강희연도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분노한 얼굴로 강우연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강우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화난 게 있으면 나한테 풀면 되지 왜 아빠까지 끌어들여? 증거는 무슨! 이거 네가 조작한 거잖아!”“할아버지, 이건 강우연이 아빠를 모함하는 거예요!”강희연은 강 회장에게 다가가서 애교를 부렸다.강준상은 굳은 표정으로 강우연을 노려보며 말했다.“강우연,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조금 전 네가 했던 말에 한치 거짓이라도 있다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강학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우연에게 다가가며 눈짓으로 그만하라고 눈치를 주었다.“우연아, 고집 그만 피우고 할아버지랑 큰어머니한테 사과해. 그러는 거 아니야.”“강우연, 미칠 거면 너 혼자 미쳐! 가족들에게까지 피해주지 말고!”서경희도 급급히 강우연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나섰다.“너 큰아버지랑 큰어머니한테 당장 사과드려! 우리까지 너 때문에 피해를 보게 생겼잖아!”“그러니까 누나! 나까지 끌어들이지 마. 큰아버지네 가족이 마음에 안 들면 누나 혼자 싸워.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짜 증거를 조작해서 들이밀면 안 되지!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우리 가족들까지 피해를 본단 말이야!”강신도 조바심이 났다.만약 강우연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들 가족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될 상황이었다.강우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준상을 바라보며 말했다.“할아버지, 저한테 증거가 있어요.”“가져와!”강준상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솔직히 그는 아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회사인데 뒷주머니를 챙길 필요가 뭐가 있을까?강준상이 어느 날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더라도 회사는 강준
“회장님,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회사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에요. 저희들의 피땀으로 개인이 이득을 취한 것 아닙니까!”“그래요, 회장님! 강 이사 불러서 대질 심문해야 합니다!”뭇 사람들의 분노에 강준상의 얼굴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는 손에 든 서류를 꽉 움켜쥐고 싸늘한 눈빛으로 설해연과 강희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강 이사 이러고 다니는 거 둘은 알고 있었어?”당황한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다급히 말했다.“할아버지, 믿으시면 안 돼요. 이건 강우연이 조작한 거예요!”“조작이라고 했니?”강준상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맞아요! 조작된 거예요! 저는 이런 일 한 적 없어요!”갑자기 문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땀범벅이 된 강문복이 뛰어들어오더니 분노한 눈빛으로 강우연과 한지훈을 노려보고는 강준상에게 다가갔다.“아버지, 저를 믿어주세요. 제가 회사에 피해를 줄 일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이건 강우연 저년이 일부러 증거를 조작한 겁니다. 저는 결백해요. 못 믿겠으면 제 명의로 된 모든 계좌와 부동산을 조사해 보세요. 전 그런 짓 한 적 없어요.”강준상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강문복의 표정을 보니 많이 억울해 보였다.강준상 회장의 두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강문복은 고개를 돌려 강우연의 귀뺨을 치며 소리쳤다.“강우연! 네가 기용하고 싶어하는 업체를 건너뛰고 다른 업체와 계약했다고 이러는 거야? 나 네 큰아버지야! 어떻게 가족끼리 이럴 수 있어!”하지만 그의 손은 허공에서 빗나갔다.앞으로 나선 한지훈은 그의 손목을 단단히 잡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으니까 폭력을 쓰시는 겁니까!”강문복이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한지훈, 이건 우리 집안 일이고 넌 간섭할 자격 없어! 당장 저리 꺼져!”한지훈은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든든하게 강우연의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나도 당신들 집안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내 아내한테 주먹을 휘두르는 건 당연히 막아야지!”한지
거실을 찢어버릴 것 같은 고함에 강문복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아버지, 전 하지 않았어요.”그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짝!강준상은 그대로 손을 번쩍 들어 아들의 귀뺨을 치고는 고함쳤다.“넌 이 아비가 벌써 치매로 보여? 오랫동안 네가 단가 가지고 장난질 치는 거 알면서 모르는 척해줬다. 넌 내 아들이고 회사를 물려받을 후계자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라는 게 있어야지! 우연이한테 들켜버리기까지 하고! 너 회사 망하게 할 작정이야?”“아버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당황한 강문복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강준상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거친 숨을 토해내며 힘겹게 말했다.“네 사무실 금고에 따로 빼둔 돈을 전부 회사 계좌로 돌려놔!”“네, 지금 처리할게요.”강문복이 다급히 말했다.강준상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반성하라는 말을 남기고 거실을 나가 버렸다.강 회장이 자리를 비우자 강문복의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강우연, 한지훈! 절대 용서 못해!”그 시각, 본가를 나온 뒤 강우연의 표정은 줄곧 좋지 못했다.“지훈 씨, 할아버지는 왜 나를 안 믿어주실까요?”한지훈은 긴 한숨을 내쉬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강문복은 당신 할아버지의 장남이라서 그래. 당신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강운을 강문복한테 물려주실 생각이었어. 가장 믿는 자식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장남의 치부를 까발렸을 때 당신 할아버지도 수치심을 느끼셨을 거야. 그분은 원래 공정한 분이 아니셨고 당신도 가문에서 예쁨 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강문복을 감싸는 건 당연한 결과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의 얼굴에 서글픔이 가득했다.“그럼 큰아버지가 하는 대로 계속 내버려둬야 하나요?”한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당신 할아버지가 치매가 걸리지 않은 이상 그러지는 않을 거야. 아마 지금쯤 할아버지는 강문복을 혼내고 돈을 돌
서방의 거대 암살 조직 킬러넷은 오늘 자체 게시판의 일면에 이 소식을 실었다.데스노트로 불리던 암살 조직은 해산을 선언했다.킬러넷의 고위 임원들은 급급히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조직 내 멤버들은 팔목을 자르는 영상을 킬러넷에 기재하고 용국 불가침이라는 글귀를 남겼다.유럽 조폭계 서열 3위로 불리던 킬러넷의 이번 움직임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비록 3년 전에 피바람이 불면서 공중분해 되었지만 근간은 그대로 있었기에 몇 년을 거쳐 이미 서방 순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조직이 되었다.그런 킬러넷 조직의 고위 인사들이 단체로 얼굴을 가린 채,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휘하의 암살자들은 스스로 팔을 절단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용국 불가침이라는 글귀를 남겼다.순식간에 킬러넷에 관한 소문이 전 유럽에 퍼졌다.결국 암살자의 고위 임원이 나서서 동방의 용왕이 다시 나타났다고 실토하면서 서방의 조폭계는 비상을 맞게 되었다.동방의 용왕, 서방 조폭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존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사람들은 용왕이 대체 누구인지 수군거렸고 신분이 어찌됐건 용왕은 킬러넷을 증오한다는 결론이 나왔다.소란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방 조폭계의 일인자읜 십이성전도 이 사건을 주목하기 시작했다.서방 조폭계의 최대 중립 조직이자 모든 지하세력의 존경을 받는 거대 조직 이사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은 용왕과 그의 여덟 전사를 전신으로 인정하고 서방 십이성전과 동일시한다는 내용이었다.물론 주인공인 한지훈은 서방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알았다고 하더라도 피식 웃고 지나갔을 것이다.그는 현재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있었다.오늘 세계 일류 웨딩 디자이너 박영성 디자이너가 S시에 도착한다는 용일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한지훈은 직접 공항으로 나가 박 대사를 맞이하기로 했다.용국의 북양 총사령관이 직접 마중을 나갈 정도로 박 대사의 명성은 대단했다.그 시각, 박영성 대사가 S시를 방문한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도시 전체에 퍼졌다.
오군 공항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오군의 명문가 여식들과 각 업계 성공인사들이 공항에 모여 긴장한 얼굴로 탑승객 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현장에는 방 대사를 환영하는 플랜카드와 그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의 화보가 잔뜩 걸려 있었다.여느 탑스타를 맞이하는 열기 못지 않은 광경이었다.한지훈은 용일과 함께 VIP 대기실에 도착했다.이어서 한민학과 이한승도 대기실에 도착했다.그 뒤를 이어 백 명이 넘는 군대가 공항 주변을 호위했다.군인들이 줄을 지어 공항을 들어오자 대기하고 있던 오군의 재벌들은 저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와! 역시 박 대사님이야. 오군 본부까지 출동하다니!”“당연하지. 설마 박 대사님이 오군에 방문한 이유가 한민학 군단장님 때문은 아니겠지?”“군단장님 딸이 결혼해? 그런 소식은 없었는데….”군대의 칼각 행진에 놀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 시각, 강희연과 오관우도 부랴부랴 공항에 도착했다.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건 공항을 꽉 채운 인파였다.대부분이 오군의 재벌 여식들이었고 사회 각 계층의 유명인사들과 기업 회장님들도 있었다.그 광경을 목격한 강희연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자기, 인파 좀 봐! 역시 방 대사님 인기는 대단해. 만약 이런 분이 내가 입을 드레스를 디자인해 주신다면 우리 결혼식은 모두가 주목 받는 성대한 파티가 될 거야. 모두가 우릴 스타로 떠받들겠지!”강희연의 머릿속에는 벌써 휘황찬란한 형광등 아래에서 오군의 유명 인사들이 다 모인 현장에 박 대사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뿐사뿐 식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그러졌다.상상만 했는데도 행복해지는 광경이었다.오관우 역시 인파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기스타 박 대사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를 받으면 앞으로 오찬그룹과 그의 가문은 오군의 명문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고 순식간에 신분상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그럼, 그럼!”오관우도 잔뜩 흥분한 얼굴로 인파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그 시각, 한지훈은 VI
“어떡하지? 이대로 박 대사님을 못 만나고 돌아가야 해?”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이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배경을 가진 각 기업의 자제들이나 기업 대표들이었다.그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오군 본부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심지어 일부는 시장 사무실에까지 민원을 넣었다.소식을 접한 소지성은 신속히 한민학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군단장, 군대가 공항에서 구경 나온 오군의 재벌 인사들을 내쫓았다는데 사실인가요?”한민학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벌써 그 소식이 소 시장님에게까지 전달되었나요?”소지성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어떻게 된 겁니까? 그 사람들 고집이 만만치 않다는 건 군단장도 잘 알잖아요. 그 사람들 잘못 건드려서 우리한테 좋을 거 없어요. 나도 이런 전화를 받으면 난감하다고요.”한민학은 맞은편에 앉은 한지훈을 힐끗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말씀하시면 전 억울합니다. 제가 내린 지시가 아니니까요.”“그럼 누가 그런 지시를 내렸습니까? 아니, 오군에서 한 군단장께 지시를 내릴 인물이 누가 더 있습니까?”소지성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말을 마친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소지성은 긴장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혹시 북양의 총사령관께서 거기 계십니까?”“그렇습니다.”한민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지성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 군단장, 저 대신 한 선생께 안부나 전해주세요. 요즘 공무가 바빠서 한 선생을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시장님.”말을 마친 한민학은 전화를 끊었다.소지성은 한숨을 내쉬며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오군 본부의 뜻을 반드시 따르라고 사람들에게 전해. 그리고 공항 쪽 일로 연락이 오면 그냥 무시해.”“시장님, 벌써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다들 오군에서 한 영향력 하는 사람들인데 저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비서가 난감한
“세상에나! 북양 총사령관이래! 용국의 수호신이 오군에 방문했다니….”강희연 역시 흥분을 금치 못하며 사람들 틈에서 조금이라도 보겠다고 고개를 빼들었다.북양의 왕, 용국의 최연소 총사령관!북양의 30만 대군을 이끌고 8개 국과 전쟁을 펼쳐 이뤄낸 혁혁한 전공!용국의 위세를 해외까지 떨친 영웅.동화 속에 나오는 백마 왕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하지만 자신은 그런 남자를 만날 급이 아니라는 건 강희연 본인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북양 총사령관과 같은 공항에 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들뜨게 했다.강희연 뿐이 아니라 여러 재벌가 여자들도 흥분을 금치 못했다.전화 한 통에 대기업 회장, 오군의 고위 관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전부 공항으로 달려왔다.오군 공항으로 가는 길은 인파로 꽉 막혔고 자동차 경적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상황을 모르는 행인들과 일반 시민들도 그 기세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오군 공항으로 향하는 모든 도로는 각양각색의 외제차들로 꽉 들어찼다.포르쉐, 벤틀리, 마이바흐, 롤스로이스….자동차 전시회를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세상에나! 오군에 대체 누가 왔길래 재벌가 사람들이 하나 같이 길바닥에 나와 있대요?”“몰라요. TV에 나오는 스타들보다 더 각광 받고 있네요.”“공항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우리도 따라가 볼까요?”시민들도 모여서 이 희한한 광경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그 시각, 공항 대기실.소식을 접한 한민학은 난감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사령관님께서 공항에 계신다는 소문이 퍼져서 지금 수많은 인파가 공항 쪽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다들 사령관님 얼굴 한번 보려고 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한지훈은 인상을 확 찌푸리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내 행적이 외부에 알려졌다는 말씀입니까?”한민학이 식은땀을 훔치며 말했다.“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져서 이런 희한한 상황이 발생한 것 같네요. 박 대사가 오군을 방문한 것도 사령관님을 만나기 위해서인데 이미 박 대사
오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검은색 코트를 입은 중년 남성이 공항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VIP 통로를 통해 대기실로 들어갔다.“박 대사님이야! 진짜 오셨어!”“저기 봐! 박 대사님이 나오셨어!”“대박!”공항 안팎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박영성은 그쪽을 힐끗 바라보고는 급하게 VIP 대기실로 걸어갔다.그 모습을 주의한 누군가가 소리쳤다.“VIP 대기실이야! 박 대사가 VIP 대기실로 가셨어! 북양 사령관도 분명 거기 있을 거야. VIP 대기실로 가보자!”순식간에 공항 안팎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우루루 VIP 대기실 방향으로 몰려갔다.하지만 대기실 밖에서 지키고 있던 군인들에 의해 대기실 근처는 가지도 못했다.흥분한 유명 인사들은 멀리서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누군가가 망원경을 꺼내들었다.“나 봤어!”“한민학 군단장이랑 이한승 회장도 있어! 박 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총사령관인가 봐! 사복 차림인데 멋지다! 얼굴이 가려져서 안 보이는 게 아쉽네!”사람들은 VIP 대기실 내부 상황을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누군가가 다가와서 커튼을 쳤다.결국 그들은 북양 총사령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다행히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박영성과 젊은 남자가 악수하는 장면을 찍어서 SNS에 게시했다.화면이 많이 흔들리고 화질도 형편없었지만 남자에게서 풍기는 비범한 분위기는 뭇 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딱 봐도 그가 북양 총사령관이었다.그 사진은 신속히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하지만 불과 몇분도 되지 않아 군부에서 기사와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강희연과 오관우 일행도 사람들 틈에 끼여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저 사람이 북양 총사령관인가 봐. 옆모습만 보는데도 너무 멋진데? 내가 상상하던 왕자님이야!”강희연은 오관우가 옆에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푹 빠진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대상이 다른 남자였다면 화를 냈겠지만 오관우는 화를 내거나 질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북양 총사령관을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
심지어 그의 손을 거쳐 멀쩡히 살아남는 적수도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한지훈은 이제 몇 살인데? 고작 20대의 나이에도 이렇게나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 장도령 또한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너도 만만치 않은 놈이네. 동방 오우였으면 진작에 죽었을 텐데!”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태연하게 웃었다. 그러나 진우는, 한지훈이 뒤로 감춘 팔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점점 한지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일전에서, 한지훈은 분명 손실을 입긴 했다. 그러나 장도령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적이었다. “하하하!”이내 장도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 매우 예리하네! 사실 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정말 만만치는 않아. 만약 앞으로 무사히 실력을 닦게 된다면, 정확히 10년 후 넌 반드시 뛰어난 용봉이 될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아무리 네가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 장 씨 집안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지!”“지금 국운이 시작된 이상 다들 알고 시피 국운이 한창 높아지고 있을 무렵, 모든 용인들은 모두 적지 않은 이익을 보게 될 거야. 아마도 2년 후가 되면, 그때는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도 적지 않은 기력을 쏟아야 되겠지!”“그렇기에 난 결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과거 너 같은 인재들 수십 명이 이미 내 손에서 죽게 됐어. 게다가 네가 나더러 직접 손을 써라고 권한 이상 너한테 펼쳐질 엔딩은 단 하나뿐이야!”이 말을 들은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일전은 그저 맛보기 었단 말인가? 장도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아연실색하였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그저 몸풀기 일뿐이었다니? “진짜 그냥 몸풀기였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신선 같은 수법이야!”“아니야. 장 선배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싸
“한지훈, 네가 감히 날 상대로 반격해? 네가 이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단지 너한테 보여준 맛보기일 뿐이야!”화가 난 장도령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곧이어 검 자루는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순식간에 풍운은 변색되었고, 하늘의 구름 덩어리조차도 모양이 휘어버린 채 나뒹굴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인 이 기세는, 확실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여 년 동안 은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도령의 위세는 여전히 용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어쩐지 그가 막 산을 내려왔을 무렵, 무종의 많은 문주와 일부 최정상 상업계 거물들은 뭇별같이 달려와 그를 맞이하였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이 그동안 줄곧 이렇게 무종을 업신여겼더라니, 장도령은 세상을 아주 쉽게 보고 있었어!”도청 전인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그는 이 검의 위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훈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저 가능성만 있을 뿐이었다. 도청 전인은 한지훈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장도령의 실력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확실히 너무나도 강한 실력이니까. 심지어 천신 경지에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유럽의 대부분 강자들도 장도령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모두 간담이 서늘하다고들 한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법과 검법을 이렇게나 정묘하게 결합할 수 있다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장도령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적지 않은 종문 종주들도 모두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느새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한지훈은 이내 손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이내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체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호를 그어 장도령의 칠성상문검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우르릉!” 곧이어 오릉군 가시와 칠성 상문검이 다시 충돌하였고,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법과 진법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놀라운 광경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오우 또한 화산의 제자라고 하긴 하지만 장도령과는 전혀 비교할 차원이 안 됐다. 수법이든 진법이든 장도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행동이 이어져 갔다. 지금 이 순간, 강중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위 구름을 뚫은 흰빛을 보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어떤 신위인 거지? 대체 어떤 수법을 쓴 거야! 구세대 사람들은 여태 장도령의 이야기를 마치 호랑이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장도령의 이야기를 전설처럼만 듣고 자랐지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전설 속 장도령은 현실에 비해 매우 약해 보였다. “대단하네!” 한지훈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장도령은 이미 진법을 능통하게 운용하였지만, 유독 하나 부족한 건 바로 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다르게 말해서, 틀린 방법은 백 번 더 써도 결국 틀린 것이 된다. 그렇게 정확한 길을 가기까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역시나 용국 백여 년 역사의 최고 강자답습니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의 지위가 줄곧 높더라니, 형님과 같은 엄청난 강자와 비교했을 때 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네요!”노 씨 어르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하였다. “어쩐지 당시 한 사람의 힘만으로 8명의 최고 천왕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더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만해!”잇달아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도 분분히 의논했다. “한지훈, 이제 알겠지? 난 단지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너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라!”장도령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뛰어올라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며 일어서자, 그의 주변은 온통 은백색의 빛으로 덮이게 됐다.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필적할 수 없는 천위를 느끼게 됐다. 눈부신 은빛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서 교차하는 천둥과 번개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