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사위의 모든 챕터: 챕터 501 - 챕터 510

2046 챕터

제501화

가면을 쓴 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준상을 비롯한 강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는 잠시 뜸을 들인 후, 강준상과 악수하며 당당히 말했다.“강 회장님, 협력 제안을 하러 찾아왔습니다만.”뭐라고?백 선생이 강운그룹에 사업 제안을 하러 친히 왔다고?그 말을 들은 강준상은 흥분하여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신비주의로 무장한 백 선생이 고작 사업 제안을 하러 회사까지 직접 찾아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하늘이 강운을 돕는 것일까?강준상은 공손한 태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백 선생, 들어가서 얘기 나누시죠.”강문복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강준상의 뒤를 따랐다.강희연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지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어떻게 저렇게 분위기가 멋있는 남자가 다 있지?’비록 가면을 썼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우아한 분위기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어쩌면 이안그룹 회장 이한승보다 더 대단한 인물일지도 모른다.사람들이 백 선생을 이한승의 배후 투자자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도 일리가 있었다.그렇다면 백 선생이야말로 숨겨진 최고 재력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강운의 임원들은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강준상 일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온 서경희는 멍하니 서 있는 강우연의 팔목을 잡으며 재촉했다.“봤지? 얼마나 위풍당당해? 이게 진짜 남자가 가져야 할 품위야! 넌 왜 그렇게 고집불통이니?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조금 전 회의실에서는 그녀를 위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서경희였다.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흥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강우연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지난번에 없던 일로 하자고 했잖아요!”“너는 정말… 아이고! 됐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가만히 있어! 백 선생이야말로 너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야. 한지훈 그 백수 녀석은 그냥 버려!”서경희는 손으로 강우연의 어깨를 툭 밀치고는 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강학주는 다가와서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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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안으로 들어간 한지훈은 자연스럽게 상석으로 가서 앉았다.평소의 한지훈이었다면 여기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했을 것이다.강준상과 다른 가족들에게 그는 여전히 무능한 백수에 지나지 않았다.하지만 백 선생의 신분으로 방문하니 모두가 우러러보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평소에 그만 보면 시비를 걸지 못해 안달이던 강희연이 직접 차를 따라 대접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백 선생님, 새로 들여온 우롱차인데 한번 마셔보세요.”강희연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실수인 척, 한지훈의 손을 쓰다듬었다.그러더니 매력적인 눈을 깜빡이며 한지훈에게 유혹의 신호를 보냈다.가면 속 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손길을 뿌리쳤다. 그러자 뜨거운 찻잔이 기울며 강희연의 명품 외투에 찻물이 그대로 쏟아졌다.“악!”강희연은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한지훈은 짐짓 당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죄송해요. 찻잔이 너무 뜨거워서… 강 실장님, 괜찮으시죠?”강희연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5백만 원이나 주고 산 명품 코트가 엉망이 되어버렸다.하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죄송해요. 제가 물 온도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네요. 백 선생님은 괜찮으시죠?”이게 신분과 지위의 좋은 점이었다.한지훈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분명히 그가 일부러 쳐냈다는 걸 알았을 텐데 오히려 강희연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만약 이 가면을 벗으면 강희연은 언제 그랬냐 싶게 온갖 욕설을 다 퍼부을 것이다.그를 죽이려고 달려들지도 모르는 일이다.한지훈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전 괜찮습니다.”강희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섰다.강문복이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희연아, 가서 따뜻한 물이라도 새로 가져와.”강희연은 물 심부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그녀는 백 선생의 외모가 무척이나 궁금했다.분명 잘생겼겠지?저 신분과 재력으로 가면을 쓰고 다닌다는 건 여자들이 꼬여 귀찮은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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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현장에 있던 모두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400억?400억이라니!강준상은 떨리는 눈빛으로 서류를 확인하고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정말 이 400억짜리 사업을 우리 강운에 밀어주시겠다는 겁니까?”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좋아요! 지금 당장 도영그룹과의 계약을 해지하겠습니다.”강준상은 바로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렸다.도영그룹이 뭐?백 선생이 첫 만남에 400억짜리 사업을 제안했다는 건 그 실력이 절대 도영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의미였다.이한승의 배후에 백 선생이 있다는 소문도 괜한 헛소문이 아니었다.강준상의 입이 찢어질 것 같은 순간에 한지훈은 정색하며 계속해서 말했다.“두 번째 조건은 이번 사업은 귀사의 강우연 씨에게 전권을 맡기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은 이 사업에 간섭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우연에게 고개를 돌렸다.당황한 건 강우연도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에 하얘지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자신에게 전권을 맡긴다고?서경희와 강학주 부부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서경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강우연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뭘 멍하니 있어? 백 선생께 감사부터 하지 않고! 백 선생이 널 마음에 둔 게 틀림없어. 너 곧 회장 사모님이 되는 거야?”서경희의 격앙된 목소리는 회의실에 있던 모두의 귀에 전해졌다.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백 선생은 왜 꼭 집어 강우연을 지목했을까?지난번 백마 산장에서 강우연이 도호헌과 마찰이 생겼을 때도 백 선생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어젯밤 도호헌의 마수로부터 강우연을 구한 사람도 백 선생이었다.오늘은 400억이나 되는 방대한 사업을 오로지 강우연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했다.강우연에게 호감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강희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분노와 시기에 찬 눈으로 강우연을 노려보았다.‘왜? 왜 매번 강우연에게만 행운이 돌아가는 거지?’그녀는 악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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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감사합니다, 백 선생님. 하지만 제가 능력이 부족하여 그렇게 큰 사업을 혼자 담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강우연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제야 강준상의 굳은 표정이 조금 풀렸다.강문복은 이때다 싶어 끼어들었다.“그래요, 백 선생님. 우연이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큰 사업 혼자 못 진행합니다. 게다가 우연이는 민학그룹과의 사업도 담당하고 있어서 시간이 많이 빠듯할 거예요.”옆에 있던 강희연도 씩씩거리며 말했다.“백 선생님, 우연이 쟤 예쁘기만 했지 아무런 능력이 없어요. 저 순진한 외모에 속으시면 안 돼요. 쟤 저래 봬도 속은 시커멓거든요. 저 순진한 외모로 남자 꼬시는 게 특기예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강희연에게 되물었다.“그래요? 그럼 강희연 씨는 강우연 씨보다 능력이 있다는 말씀입니까?”강희연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저 강운그룹에서 일한 지 꽤 오래됐어요. 여러 큰 프로젝트도 맡아서 진행했고요. 쟤보다는 제가 낫죠. 게다가….”말끝을 흐리던 강희연은 자세를 숙이고 한지훈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게다가 저 다른 일도 잘해요.”한지훈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강희연을 한참 노려보다가 말했다.“강 실장, 자중하세요. 난 그쪽같이 수치심도 모르는 여자한테는 관심 없어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임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강희연의 눈치를 살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당사자에게 대놓고 수치심을 모른다고 비난하다니!강준상을 포함한 고위 임원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창피하고 부끄러웠다.강희연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백 선생이 사람들도 다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자신을 망신 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자를 싫어하나?아니면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었나?강희연은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강문복이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희연이는 나가 있어.”강희연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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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떠나는 차 안에서 한지훈이 넥타이를 풀고 한숨 돌리는데 강우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왜? 누가 왔는데? 설마 그 백 선생?”강우연이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그냥 그럴 것 같았어.”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강우연은 새침하게 농담을 걸었다.“나한테 감시카메라 붙였어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그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그에게 계속해서 말했다.“지훈 씨, 백 선생이 글쎄 회사로 찾아와서 400억짜리 사업을 제안했지 뭐예요? 게다가 특별히 담당자로 나를 지목했어요.”“잘된 일 아니야? 그러면 당신도 강운에서 입지가 단단해질 거고 나랑 고운이는 당신 덕분에 입에 기름칠 좀 하겠네.”한지훈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강우연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정색해서 말했다.“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그 백 선생이란 사람 어딘가 당신이랑 많이 닮았어요. 눈이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지훈 씨는 지금 어디예요?”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한지훈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나? 회사지. 오늘 이사님이 외부 일정이 있으시다고 해서 같이 가는 중이야. 그건 왜?”강우연은 그 말을 듣자 실망을 감추지 못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역시 지훈 씨는 아니었군요.”“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백 선생이랑 약속 잡았어요. 그날 나랑 같이 나갈래요?”“응?”한지훈은 크게 당황하며 물었다.“꼭 내가 가야 해?”강우연이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당연하죠. 남편으로서 아내가 다른 남자랑 밥 먹겠다는데 걱정도 안 돼요? 게다가 백 선생은 그렇게 큰 사업을 나한테 맡겼어요. 정말 아무 느낌 없어요?”“걱정할 게 뭐가 있어? 백 선생도 당신 능력을 알아보고 확신이 있으니까 큰 사업을 맡겼겠지.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한지훈은 애써 덤덤하게 대답했다.강우연은 토라진 말투로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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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강희연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조금 전에 입구에서 둘이 눈을 마주치는 걸 봤을 때, 달려가서 죽여버리고 싶었다.강우연은 얼굴을 감싸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언니. 오해야. 나도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또 변명이야? 여우 같은 년! 네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겉으로는 순진한 척, 불쌍한 척 다하면서 남들 모르게 남자를 얼마나 만나고 다닌 거야?”분노에 이성을 잃은 강희연은 대놓고 비난의 말을 늘어놓았다.강우연의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를 설득하려 했다.“아니야. 나 그런 사람 아니야….”소리를 들은 직원들이 몰려왔다. 일부는 강희연을 뜯어말리고 일부는 강우연을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하지만 강희연은 말릴수록 더 적반하장인 성격이었다.소란을 들은 강문복이 달려오며 호통쳤다.“그만해. 희연이 넌 자리로 돌아가!”“아빠! 저 요망한 년이 백 선생에게 꼬리 친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백 선생이 쟤만 편애할 리 없잖아! 난 억울해!”강희연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강문복은 사람을 불러 딸을 끌어내고 옆에서 울고 있는 강우연에게 말했다.“우연아, 큰아버지가 희연이 대신 사과할게. 이번 일은 조용히 넘어가자.”“다 돌아가서 일해.”말을 마친 강문복은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강우연도 눈물을 닦고 자신의 사무실로 와서 책상에 엎드렸다.자리로 돌아온 강문복은 여전히 씩씩거리는 딸을 나무랐다.“너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백 선생이 걔를 직접 지목한 거 몰라서 그래?”강희연이 울먹이며 말했다.“화가 나는 걸 어떡해. 왜 행운은 강우연 그년에게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어. 민학그룹과의 사업도 그렇고 백 선생도 그렇고. 강우연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녔길래 남자들이 걔만 보면 쩔쩔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강문복은 한숨을 쉬며 딸을 달랬다.“의심한다고 뭐가 달라져? 백 선생이 강우연을 지목했고 할아버지가 제안을 받아들였어. 이 시점에서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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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전화를 끊은 한지훈은 한숨 돌리고 바로 도영그룹으로 향했다.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지훈은 회사와 좀 떨어진 곳에서 차를 세웠다.그런데 회사 입구에서 마침 차에서 내리는 도설현과 마주쳤다.도설현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 같았다.그녀는 입구에 서 있는 한지훈을 보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침 일찍 경찰서에 다녀오는 길이었다.도호헌은 한쪽 다리와 한쪽 팔이 골절상을 입었고 다른 한쪽 팔은 이미 절단된 상태였다.비록 제때 병원에 실려가서 수술을 받아 다시 이어주기는 했지만 몰골은 완전히 처참했다.그녀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오빠의 비참한 몰골을 보자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게다가 도호헌이 잡혀간 소식이 본가에도 전해졌다.아버지는 이 일 때문에 S시로 내려오시는 길에 있었다.한지훈이 무덤덤하게 회사 앞에 나타나자 도설현은 한숨만 나왔다.반면 한지훈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태연하게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이사님, 안색이 별로 안 좋네요. 다크서클도 심하고 얼굴도 좀 부은 것 같은데 잠을 설쳤나요?”도설현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도호헌 다친 거 지훈 씨가 그렇게 만들었어요?”한지훈은 부인하지 않고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그럴만한 짓을 했으니까요.”도호헌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나도 오빠를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심했어요. 아버지가 곧 S시에 도착해요. 우리 집에서는 지훈 씨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지금 도망가요. 그리고 진우철도 본가로 고자질하러 내려갔어요. 진 가주는 그 일대에서 유명한 유 선생을 S시에 파견했다고 해요.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복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유 선생이요? 진양에서 복수하러 사람을 보냈다고요?”한지훈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이 자식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도설현은 한지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유 선생 만만하게 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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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도설현은 자신 때문에 한지훈이 진우철을 건드려서 일이 이렇게 된 것 같아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한지훈은 의외라는 듯이 도설현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도망치는 건 내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요? 난 모르겠으니까 이제 알아서 해요!”도설현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리고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도설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알겠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다시 돌아온 도설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아빠가 곧 도착하신대요. 이제 어떡할 거예요? 지훈 씨가 오빠 저렇게 만든 걸 알면 아빠는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한지훈은 조급해하는 그녀를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둘이 남매 아니었어요? 왜 이제 와서 날 걱정해 줘요?”도설현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고개를 흔들었다.“진짜 남매는 아니죠. 아빠가 공식적으로는 남매라고 했지만. 사실 도호헌은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기 전에 잠깐 만난 술집 여자랑 낳은 자식이에요. 나중에 그 여자가 도호헌을 데리고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결국 가문의 체면 때문에 아빠는 도호헌을 아들로 받아들이고 내 오빠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거죠.”말을 마친 도설현의 표정에는 미움이 가득했다.한지훈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재벌가의 복잡한 사연은 막장 드라마보다도 더 심했다.도설현의 반응을 보니 아마 도호헌에게 자라면서 괴롭힘을 많이 당한 것 같았다.“내 가정사는 신경 끄고 지훈 씨 본인 걱정이나 해요.”도설현이 싸늘하게 말했다.“우리 아빠는 난폭한 사람이에요. 도호헌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지훈 씨라는 걸 알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고민해요.”한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막무가내인 분인가요? 잘못은 도호헌이 먼저 했고 놈을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건데요? 이사님 아니었으면 놈은 내 손에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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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형사의 말에 중년 여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형사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야? 우리 아들이 보석이 안 돼? 너 직급이 뭐야? 하찮은 말단 형사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내 아들이 어떻게 강간미수범이야? 분명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모함한 거라고! 말해, 얼마면 되겠어?”말을 마친 조해란은 명품백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뭉치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소리 질렀다.“이 정도면 되겠어? 형사 1년 연봉보다 많을걸? 부족하면 계좌번호 불러. 요구하는 만큼 줄 테니까! 당장 내 아들 풀어줘!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해외 명문대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회사를 이끌어갈 귀한 몸이라고! 그런 애가 뭐가 아쉬워서 강간을 저질러? 분명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모함한 거야!”형사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책상에 놓인 현금을 노려보더니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 하세요! 여기가 어딘지 알고 그런 망언을 하시는 겁니까? 돈으로 형사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법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증거도 확실하고 아무도 아주머니 아들을 모함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돈 도로 집어넣고 나한테 사과하세요! 안 그러면 공무집행 방해죄로 신고하겠습니다!”하지만 형사의 진지한 말에도 조해란의 화는 줄어들지 않았다.감히 시골구석 형사 주제에 나한테 훈계를 해?이 형사는 내 남편이 H시 도영그룹 회장인 걸 모르는 건가?H시에서는 경찰청장마저도 도중기만 보면 공손히 인사하고 지나갔다.그런데 시골구석 형사가 뭐가 잘나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허세를 부리지?짝!분노에 이성을 잃은 조해란은 손을 들어 형사의 귀뺨을 때리며 호통쳤다.“무례한 녀석! 지금 네가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알기나 해? 내 옆에 이 사람 도영그룹 회장님이야! 도영그룹이 이 나라에서 어떤 존재인지 인터넷에 검색부터 해봐! H시 경찰청 황 청장도 우리 남편만 보면 공손히 인사한다고! 그런데 말단 형사 주제에 감히 나한테 뭐가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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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자 가만히 있던 도중기가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허지용에게 말했다.“이런. 죄송해요, 허 팀장. 우리 마누라가 아들 걱정에 많이 급했나 봐요. 집사람 대신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우린 아들 보석 석방 신청하러 왔어요.”도중기는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서 형사를 대했다.시민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가는 회사 매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허지용도 근엄한 포스를 풍기는 도중기 앞에서는 정중한 태도를 취했다.“도 회장님, 아드님은 지금 강간미수로 잡혔고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도중기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묵을 지키다가 한마디 했다.“그럼 황 청장에게 연락 한번 해보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허 팀장과 팀원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다른 시의 청장까지 동원하게 되면 그들도 귀찮아질 것이 분명했다.최악의 상황이 오면 서장이나 송호문 청장에게도 피해가 갈지 모른다.하지만 도호헌을 절대 석방하지 말라는 상급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했다.“도 회장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도 절대 석방하지 말라는 상급의 지시가 있기에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허지용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도중기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상당했다.그 말을 들은 도호헌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리 아들이 여기서 큰 인물이라도 건드렸단 말씀인가요?”허지용은 말을 아꼈다.도호헌은 그대로 핸드폰을 꺼내 황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이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연락을 다 주셨어요?”도중기는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했다.“황 청장님, 제가 지금 아들 일로 S시에 와 있는데 좀 난감한 일이 생겨서요. 아들 녀석이 강간미수로 경찰서에 잡혀 있는데 경찰에서 보석 석방을 거부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이참에 경찰서에 처박아 두려고 음모를 꾸민 것 같은데 황 청장님께서 형사님들과 얘기 좀 해주실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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