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설현은 자신 때문에 한지훈이 진우철을 건드려서 일이 이렇게 된 것 같아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한지훈은 의외라는 듯이 도설현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도망치는 건 내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요? 난 모르겠으니까 이제 알아서 해요!”도설현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리고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도설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알겠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다시 돌아온 도설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아빠가 곧 도착하신대요. 이제 어떡할 거예요? 지훈 씨가 오빠 저렇게 만든 걸 알면 아빠는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한지훈은 조급해하는 그녀를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둘이 남매 아니었어요? 왜 이제 와서 날 걱정해 줘요?”도설현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고개를 흔들었다.“진짜 남매는 아니죠. 아빠가 공식적으로는 남매라고 했지만. 사실 도호헌은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기 전에 잠깐 만난 술집 여자랑 낳은 자식이에요. 나중에 그 여자가 도호헌을 데리고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결국 가문의 체면 때문에 아빠는 도호헌을 아들로 받아들이고 내 오빠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거죠.”말을 마친 도설현의 표정에는 미움이 가득했다.한지훈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재벌가의 복잡한 사연은 막장 드라마보다도 더 심했다.도설현의 반응을 보니 아마 도호헌에게 자라면서 괴롭힘을 많이 당한 것 같았다.“내 가정사는 신경 끄고 지훈 씨 본인 걱정이나 해요.”도설현이 싸늘하게 말했다.“우리 아빠는 난폭한 사람이에요. 도호헌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지훈 씨라는 걸 알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고민해요.”한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막무가내인 분인가요? 잘못은 도호헌이 먼저 했고 놈을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건데요? 이사님 아니었으면 놈은 내 손에 죽었어요.
형사의 말에 중년 여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형사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야? 우리 아들이 보석이 안 돼? 너 직급이 뭐야? 하찮은 말단 형사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내 아들이 어떻게 강간미수범이야? 분명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모함한 거라고! 말해, 얼마면 되겠어?”말을 마친 조해란은 명품백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뭉치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소리 질렀다.“이 정도면 되겠어? 형사 1년 연봉보다 많을걸? 부족하면 계좌번호 불러. 요구하는 만큼 줄 테니까! 당장 내 아들 풀어줘!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해외 명문대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회사를 이끌어갈 귀한 몸이라고! 그런 애가 뭐가 아쉬워서 강간을 저질러? 분명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모함한 거야!”형사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책상에 놓인 현금을 노려보더니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 하세요! 여기가 어딘지 알고 그런 망언을 하시는 겁니까? 돈으로 형사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법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증거도 확실하고 아무도 아주머니 아들을 모함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돈 도로 집어넣고 나한테 사과하세요! 안 그러면 공무집행 방해죄로 신고하겠습니다!”하지만 형사의 진지한 말에도 조해란의 화는 줄어들지 않았다.감히 시골구석 형사 주제에 나한테 훈계를 해?이 형사는 내 남편이 H시 도영그룹 회장인 걸 모르는 건가?H시에서는 경찰청장마저도 도중기만 보면 공손히 인사하고 지나갔다.그런데 시골구석 형사가 뭐가 잘나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허세를 부리지?짝!분노에 이성을 잃은 조해란은 손을 들어 형사의 귀뺨을 때리며 호통쳤다.“무례한 녀석! 지금 네가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알기나 해? 내 옆에 이 사람 도영그룹 회장님이야! 도영그룹이 이 나라에서 어떤 존재인지 인터넷에 검색부터 해봐! H시 경찰청 황 청장도 우리 남편만 보면 공손히 인사한다고! 그런데 말단 형사 주제에 감히 나한테 뭐가 어째?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자 가만히 있던 도중기가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허지용에게 말했다.“이런. 죄송해요, 허 팀장. 우리 마누라가 아들 걱정에 많이 급했나 봐요. 집사람 대신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우린 아들 보석 석방 신청하러 왔어요.”도중기는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서 형사를 대했다.시민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가는 회사 매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허지용도 근엄한 포스를 풍기는 도중기 앞에서는 정중한 태도를 취했다.“도 회장님, 아드님은 지금 강간미수로 잡혔고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도중기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묵을 지키다가 한마디 했다.“그럼 황 청장에게 연락 한번 해보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허 팀장과 팀원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다른 시의 청장까지 동원하게 되면 그들도 귀찮아질 것이 분명했다.최악의 상황이 오면 서장이나 송호문 청장에게도 피해가 갈지 모른다.하지만 도호헌을 절대 석방하지 말라는 상급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했다.“도 회장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도 절대 석방하지 말라는 상급의 지시가 있기에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허지용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도중기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상당했다.그 말을 들은 도호헌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리 아들이 여기서 큰 인물이라도 건드렸단 말씀인가요?”허지용은 말을 아꼈다.도호헌은 그대로 핸드폰을 꺼내 황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이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연락을 다 주셨어요?”도중기는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했다.“황 청장님, 제가 지금 아들 일로 S시에 와 있는데 좀 난감한 일이 생겨서요. 아들 녀석이 강간미수로 경찰서에 잡혀 있는데 경찰에서 보석 석방을 거부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이참에 경찰서에 처박아 두려고 음모를 꾸민 것 같은데 황 청장님께서 형사님들과 얘기 좀 해주실 수 있
모두의 시선이 한지훈과 도설현에게 쏠렸다.도중기와 조해란도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당신 누구야?”도죽기의 비서가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한지훈. 도호헌은 내가 잡아넣으라고 했어.”그 말을 들은 조해란이 다가오더니 한지훈의 차림새를 아래위로 훑었다. 그녀는 평범한 옷차림을 한 한지훈을 보자 바로 욕설부터 퍼부었다.“네 놈이 내 아들 모함해서 경찰서 보냈어? 우리가 누군지는 알기나 해? 감히 내 아들을! 너 죽고 싶어?”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조해란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이 도호헌 엄마?”“왜? 나도 잡아넣으려고? 나 일반인 아니야. 내 아들 곱게 풀어주지 않으면 네 놈부터 죽여버릴 거야!”조해란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협박의 어투로 말했다.딱 봐도 일반인 같은데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건방을 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조해란은 자신이 이 남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역시 도호헌이 저질스러운 건 이유가 있었어. 엄마를 똑 닮았네. 쥐 새끼 같은 자식.”“너 지금 누굴 욕했어? 누구한테 쥐 새끼라고 한 거야!”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조해란이 고함을 질렀다.“예전에 술집에서 술이나 따르던 도우미였다지? 그런 주제에 왜 이렇게 잘난 척하는지 몰라.”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조해란은 존중해 줄 가치가 없는 인간이었다.분노한 조해란이 발을 쾅쾅 굴렀다.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과거 직업을 들먹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 감히 날 무시해? 내가 누군지 알면 내 남편이 도영그룹 회장이라는 것도 알 거 아니야! 내 남편은 H시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존재라고! 그런데 일반인 주제에 날 무시하고 내 아들을 모함해?”분노에 이성을 잃은 조해란은 미친 듯이 한지훈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아니요.”“못 봤는데요.”“스스로 때린 거 아니었어요?”주변 사람들은 비웃음을 머금고 너도나도 모르쇠를 놓았다.분노한 조해란은 그들을 손가락질하며 바락바락 고함을 질렀다.“너희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여보! 이 쓰레기 같은 것들이 날 비웃잖아! 이건 우리 도영에 대한 무시라고!”도중기 역시 굳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다가 안경을 벗어 닦고는 다시 착용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우리 도영을 적으로 돌린 결과가 어떤 건지 알고 이러는 건가?”싸늘한 협박이 담긴 한마디였다.사람을 무시하거나 욕설이 담기지 않았지만 그의 말투에서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도중기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도설현이 다급히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아빠, 나한테 오지 않고 왜 바로 여기로 왔어?”그제야 도설현을 발견한 도중기가 싸늘한 목소리로 딸에게 물었다.“둘이 아는 사이야?”도설현은 잠시 머뭇거리며 한지훈의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새로 고용한 경호원이야.”“뭐? 경호원? 네가 저런 놈을 회사에 불러들였다고?”그 말을 들은 조해란은 앙칼진 목소리로 따지고 들었다.“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것도 다 네가 한 짓이지? 너 예전부터 우리 호헌이 질투했잖아!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도설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조해란을 바라보며 말했다.“좀 닥치고 있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사적인 일까지 간섭해?”짝!옆에 있던 도중기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쳤다.“너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도설현은 뻘겋게 부은 볼을 감싸며 분노에 찬 눈으로 도중기를 바라보았다.“이 여자 때문에 이제는 딸까지 때려? 아빠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엄마 당신 때문에 울다가 우울증으로 돌아가셨어! 난 당신들이 미워! 평생 저주할 거야!”도중기는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한지훈에게 시선을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너 아까 내 아들 풀어줄 수 없다고 얘기했지? 고작 우리 딸이 고용한 경호인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그
한지훈의 말에 경찰서 안에 있던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도영그룹 회장을 상대로 저런 말을 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도설현마저 경악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뭘 믿고 이렇게 당당하지?“지훈 씨, 그만 해요. 여기 오기 전에 내가 했던 말 다 잊었어요?”도설현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눈치를 주었다.이 상태로 아버지와 설전을 벌인다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도중기는 당한 건 무조건 되갚아 주는 포악한 성격이었다.그가 성격이 온화한 사람이었으면 절대 도영그룹을 지금처럼 성장시킬 수 없었다.아버지의 성격과 일 처리 방식에 대해 잘 아는 도설현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이대로 아버지와 계속 충돌을 빚는다면 도중기가 어떤 짓을 저지를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해결할 수 있어요.”그 말을 들은 도설현은 입을 다물었다.도중기가 굳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렇다면 우리 내기를 하지. 내가 내 아들을 여기서 데리고 나간다면 넌 내 아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난 네 사지를 찢어놓을 거야. 만약 내가 아들을 여기서 데리고 못 나간다면 내가 아들 대신 사과하고 이 일에서 손을 떼지. 어때?”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말투였다.사람들도 이건 한지훈이 절대 이길 수 없는 내기라고 생각했다.상대는 도영그룹 회장이었다.게다가 조금 전 H시 황 청장이 도호헌을 풀어주라고 하면서 내리고 그를 모함한 범인을 찾아내라고 지시까지 내렸다.이런 막대한 재력과 인맥 앞에 한지훈의 승산은 없었다.구경하던 시민들과 형사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지훈을 말렸다.“젊은 친구, 그만해. 상대는 재벌이잖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그래, 억울한 건 알겠지만 지금은 참아야지.”“돈 많은 놈들은 이래서 싫어. 재력만 믿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 우리 아들도 싸움에 휘말려서 들어왔는데 벌써 며칠째 조사받고 있어.”사람들의 권
도중기가 싸늘한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간단했다.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었다.황 청장이 뒤를 봐주기로 했는데 실패할 리 없었다.“그전에 미리 얘기할 게 있어. 네가 오기 전에 H시 경찰청 황 청장이 이미 호헌이를 풀어주라고 지시를 내렸거든.”도중기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조혜란 역시 거만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멍청한 녀석, 넌 이제 죽었어!”그런데 한지훈의 대답은 예상밖이었다.“그래? 그런데 내가 왔으니 그 지시는 이제 소용없어.”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꺼내 송호문에게 전화를 걸었다.“저 지금 송도 경찰서입니다. H시 황 청장이라는 사람 청장님도 아는 사람인가요?”경찰청에서 회의를 마치고 이동 중이던 송호문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네, 당연히 알죠.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조금 전에 그 사람이 송도 경찰서에 연락해서 도호헌을 풀어주라고 했습니다. 송 청장님도 이 사실 알고 계셨나요?”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송호문은 움찔하며 이마에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도호헌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그도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한지훈의 아내를 추행하려 시도한 죄!이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중범죄였다.한지훈이 이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도호헌이 아니라 도영그룹 할아버지가 와도 이 사건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그런데 황 청장이 도영을 돕는답시고 주제넘게 나섰으니 어이가 없었다.“한 선생님, 저는 조금 전까지 회의하느라고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긴 S시예요. 옆 도시 황철수 청장이 와도 변하는 건 없어요.”송호무는 진지하게 입장을 표명했다.비록 같은 경찰청장이지만 S시는 소도시에 속하고 H시는 대도시라서 인맥의 폭이 넓은 건 황 청장이 우세였다.그래서 매번 대형 회의에 참석할 때면 송호문도 황철수에게 깍듯하게 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는 황철수가 명백히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일단 알겠어
송일국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어? 북양의… 총사령관? 확실해?”송호문이 말했다.“제가 형님에게 거짓말을 왜 해요? 북양 총사령관이 지금 S시에 있어요. 신분을 계속 감추고 계셨는데 황철수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다가 걸려버린 거죠. 글쎄 죄를 짓고 경찰서에 있는 도호헌을 풀어주라고 명령하지 뭐예요? 도호헌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알아요?”송일국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급히 물었다.“도호헌? 도영그룹 장남? 그 사람은 또 왜?”송호문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상황을 간략해서 설명했다.“도호헌 그 자식이 사업 제안을 빌미로 북양 총사령관의 사모님을 호텔로 유인해서 음료수에 약을 타고 추행을 시도했어요.”그 말에 송일국은 귀에 이명이 들리는 듯했다.도영그룹의 장남이 북양 총사령관의 사모님을 건드렸다니!자칫 잘못하면 그룹 전체에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큰 사고였다.도호헌 한 명 보내는 것으로 그분의 분노를 풀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그러니까 도영그룹이 인맥을 이용해서 황철수 청장을 내세워 사람을 강제로 석방하려고 한다는 거지?”말을 마친 송일국은 이마에 난 식은땀을 닦았다.‘큰일이야! 이러다가 H시 전체에 피바람이 불겠어! 황철수는 하필이면 이런 일에 엮여서!’잘못하면 경찰청 고위관료 전체가 옷을 벗을 수도 있었다.“형님,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지금 사람을 보내 황철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세요. 저는 지금 송도 경찰서로 가는 길입니다. 10분 안에 황철수 자리에서 끌어내리세요!”말을 마친 송호문은 전화를 끊었다.마침 차도 송도 경찰서 앞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송호문은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비서와 함께 다급히 안으로 들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화려한 차림의 중년 여자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송호문은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경찰서 안에서 이게 무슨 소란이야!”그는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치며 주변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그의 어깨에서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