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중기가 싸늘한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간단했다.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었다.황 청장이 뒤를 봐주기로 했는데 실패할 리 없었다.“그전에 미리 얘기할 게 있어. 네가 오기 전에 H시 경찰청 황 청장이 이미 호헌이를 풀어주라고 지시를 내렸거든.”도중기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조혜란 역시 거만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멍청한 녀석, 넌 이제 죽었어!”그런데 한지훈의 대답은 예상밖이었다.“그래? 그런데 내가 왔으니 그 지시는 이제 소용없어.”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꺼내 송호문에게 전화를 걸었다.“저 지금 송도 경찰서입니다. H시 황 청장이라는 사람 청장님도 아는 사람인가요?”경찰청에서 회의를 마치고 이동 중이던 송호문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네, 당연히 알죠.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조금 전에 그 사람이 송도 경찰서에 연락해서 도호헌을 풀어주라고 했습니다. 송 청장님도 이 사실 알고 계셨나요?”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송호문은 움찔하며 이마에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도호헌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그도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한지훈의 아내를 추행하려 시도한 죄!이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중범죄였다.한지훈이 이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도호헌이 아니라 도영그룹 할아버지가 와도 이 사건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그런데 황 청장이 도영을 돕는답시고 주제넘게 나섰으니 어이가 없었다.“한 선생님, 저는 조금 전까지 회의하느라고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긴 S시예요. 옆 도시 황철수 청장이 와도 변하는 건 없어요.”송호무는 진지하게 입장을 표명했다.비록 같은 경찰청장이지만 S시는 소도시에 속하고 H시는 대도시라서 인맥의 폭이 넓은 건 황 청장이 우세였다.그래서 매번 대형 회의에 참석할 때면 송호문도 황철수에게 깍듯하게 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는 황철수가 명백히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일단 알겠어
송일국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어? 북양의… 총사령관? 확실해?”송호문이 말했다.“제가 형님에게 거짓말을 왜 해요? 북양 총사령관이 지금 S시에 있어요. 신분을 계속 감추고 계셨는데 황철수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다가 걸려버린 거죠. 글쎄 죄를 짓고 경찰서에 있는 도호헌을 풀어주라고 명령하지 뭐예요? 도호헌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알아요?”송일국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급히 물었다.“도호헌? 도영그룹 장남? 그 사람은 또 왜?”송호문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상황을 간략해서 설명했다.“도호헌 그 자식이 사업 제안을 빌미로 북양 총사령관의 사모님을 호텔로 유인해서 음료수에 약을 타고 추행을 시도했어요.”그 말에 송일국은 귀에 이명이 들리는 듯했다.도영그룹의 장남이 북양 총사령관의 사모님을 건드렸다니!자칫 잘못하면 그룹 전체에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큰 사고였다.도호헌 한 명 보내는 것으로 그분의 분노를 풀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그러니까 도영그룹이 인맥을 이용해서 황철수 청장을 내세워 사람을 강제로 석방하려고 한다는 거지?”말을 마친 송일국은 이마에 난 식은땀을 닦았다.‘큰일이야! 이러다가 H시 전체에 피바람이 불겠어! 황철수는 하필이면 이런 일에 엮여서!’잘못하면 경찰청 고위관료 전체가 옷을 벗을 수도 있었다.“형님,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지금 사람을 보내 황철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세요. 저는 지금 송도 경찰서로 가는 길입니다. 10분 안에 황철수 자리에서 끌어내리세요!”말을 마친 송호문은 전화를 끊었다.마침 차도 송도 경찰서 앞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송호문은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비서와 함께 다급히 안으로 들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화려한 차림의 중년 여자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송호문은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경찰서 안에서 이게 무슨 소란이야!”그는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치며 주변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그의 어깨에서
도중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호문을 노려보다가 말했다.“송 청장, 나는 저놈이 일부러 우리 아들을 모함했다고 생각해요. 이미 H시 황철수 청장에게 연락했으니 곧 송 청정께도 연락이 갈 겁니다.”명백한 협박이 담긴 말투였다.송호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H시 대기업에서 나온 분은 역시 남다르군요.”송호문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무덤덤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하지만 회장님, 제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여긴 H시가 아니라 S시예요. 모든 사건은 S시 현직 경찰관들이 판단하고 해결하죠. 회장님이 황 청장과 각별한 사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이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요.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서도 안 되지만 나쁜 짓을 저지른 용의자를 그냥 풀어줄 수도 없어요.”“맞습니다!”“강간범을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여긴 S시예요. 아무리 대도시 재벌이라고 해도 우리가 하는 일에 간섭할 자격이 없어요!”“돈 좀 있다고 경찰서까지 와서 갑질하는 게 말이 됩니까?”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격앙된 말투로 송호문을 두둔하고 나섰다.사람들의 비난에 도중기의 표정이 점점 더 차갑게 식었다. 이곳이 경찰서가 아니었다면 당장 경호원을 풀어 저 인간들의 얼굴에 주먹을 꽂고 싶었다.반면 대기업 갑질에 신물이 난 일반 시민들은 권력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 송호문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송 청장,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 황 청장 지시를 무시하겠다는 겁니까?”도중기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송호문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핸드폰을 꺼내며 그에게 말했다.“황 청장이 이 사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지금 전화해 보세요.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을 겁니다.”도중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다시 황철수에게 전화를 걸며 송호문에게 말했다.“좋아요, 송 청장. 꼭 나랑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거군요!”한편, 10분 전.H시 경찰청장 사무실. 황철수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황철수는 송일국이 직접 부하들을 데리고 나타난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부 섞인 웃음을 지었다.“송 부회장,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나 황철수는 항상 청렴하게 살아왔어요. 이거 그냥 장난이지요?”말을 마친 그는 송일국에게 담배를 건넸다.송일국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황철수가 건넨 담배를 밀치며 담담히 말했다.“황 청장, 아니, 황철수 씨, 난 장난이나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에요. 지금부터 당신은 조직 내 규정 위반으로 조사를 받게 될 겁니다. 이상한 짓 하지 마시고 저희를 따라오시죠.”그 말을 들은 황철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송 부회장, 진심입니까? 내가 규정을 위반했다는 증거 있어요?”송일국은 그렇게 말할 걸 알았다는 듯이 그에게 조사 보고서를 내밀며 싸늘하게 말했다.“황철수 씨! 이걸 보고도 계속 발뺌하실 겁니까? 당신의 비리 증거를 수집하는 데 2년이 걸렸어요! 어디서 누구한테 얼마나 받았는지 자료에 다 있다고요!”두터운 서류를 확인한 황철수는 움찔하며 식은땀을 훔쳤다. “거짓말! 나 H시 경찰청장 황철수야! 난 규정을 위반한 적 없어! 이 서류는 다 조작된 거야! 누가 일부러 날 모함하고 있는 거라고! 송일국,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말은 그렇게 했지만 황철수의 눈빛은 선명하게 떨리고 있었다.송일국은 피식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모함인지 아닌지는 조사받으면 나오겠죠. 조사에 협주해 주시죠. 끌고 가!”지시가 떨어지자 송일구의 부하들이 다가와서 황철수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황철수가 발버둥쳤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일국은 황철수를 끌고 차에 태웠다.순식간에 경찰청 전체가 혼란스러워졌다.이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서 어느새 H시 전체로 퍼져나갔다.황철수와 엮여 있던 각 기업 대표와 정계 인사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와 선을 그었다. 갑작스러운 피바람은 H시 전체를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그 시각, 도중기는 황철수의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다급히 말했다.“황
말을 마친 그는 도설현을 돌아보며 말했다.“S시에 있는 지사는 너에게 맡기도록 하지. 하지만 호헌이가 네 오빠라는 건 절대 잊지 마!”말을 마친 그는 조해란과 함께 경찰서를 나섰다.그들이 떠난 뒤, 경찰서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환호를 질렀다.H시에서 온 악덕 재벌가를 이렇게 쉽게 물리치다니!도설현은 한지훈과 송호문을 번갈아 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지훈 씨, 송 청장님이랑 아는 사이였어요?”한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요. 제가 이렇게 높으신 분을 어떻게 알아요?”“그런데 청장님이 왜 갑자기 여기까지 온 거죠?”도설현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송 청장님은 원래 정직하고 시민을 지키기 위해 뭐든 하는 좋은 경찰입니다.”도설현은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가 간단한 인사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아직 도중기에게 해명할 일이 남았다.한편, 송호문은 한지훈과 함께 경찰서를 나서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라탔다.차에 오른 송호문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황철수는 기율 검사 위원회에 끌려갔습니다.”한지훈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잘하셨어요. 형님께서 기율 위원회 부회장이라고 하셨죠?”송호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아요. 지민이 아버지가 바로 그 형님이에요. 지민이는 원래 H시에 있었는데 재벌가 자제분을 잘못 건드렸다가 형님이 사회 경험 좀 쌓으라면서 여기로 보냈죠.”그 말을 들은 한지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송지민 씨요? 청장님의 조카라고 했던 그 사람?”송호문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맞아요. 지난번에 한 선생님 신분을 몰라보고 실례를 범했는데 너무 마음에 두지는 마세요. 애가 사람은 좋은데 성격이 좀 문제거든요. 한번 뭔가에 꽂히면 포기를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라….”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여기저기 적을 많이 만들겠지만 심성은 착한 것 같았어요. 기회가 되면 형님을 한번 뵙고 싶네요.”그 말을 들은 송호문은 환한
한지훈은 싸늘한 한기를 내뿜으며 차갑게 대답했다.“그래, 내가 한지훈이야.”한복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피식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내 소개를 하지. 난 H시에서 온 유국봉, 유 선생이라고 하네.”H시 유 선생?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도설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진양에서 사람을 보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도착할 줄은 몰랐다.한지훈을 발견한 고운이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빠, 이 아저씨가 고운이한테 맛있는 간식이랑 장난감을 잔뜩 사줬어!”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서 고운이를 품에 안고 아이의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는 의자에 앉은 강우연에게 다가가서 아이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당신은 밖에 좀 나가 있어. 난 유 선생이랑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아.”강우연은 아이를 품에 안자 드디어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혼자 괜찮겠어요?”한지훈은 고개를 흔들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일단 고운이 데리고 나가 있어.”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아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을 지키던 남자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유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을 해서야 그들은 길을 비켰다.강우연은 고운이를 안고 밖으로 나가다가 문 앞에서 송호문과 마주쳤다.“우연 씨랑 아이는 무사한 거죠?”송호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강우연은 의심의 눈초리로 제복을 입은 송호문을 바라보았다. 차림새를 보아 일반 형사 같지는 않았다.그녀는 한지훈이 무슨 사고를 친 줄 알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오셨어요?”“이런, 소개가 늦었네요. 송호문이라고 합니다. S시 경찰청 청장직을 맡고 있어요.”송호문이 자기소개를 했다.강우연은 당황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안녕하세요, 송 청장님.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제 남편이 무슨 사고라도 쳤나요?”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유국봉이 화들짝 놀라며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는 한지훈의 몸에서 방출된 강렬한 기운에 압도당했다.무시무시한 살기였다.지옥사자를 닮은 그 살기 때문에 유국봉은 상대를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주변에 있던 제자들이 달려들려고 했지만 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에 뒤로 밀려나 입에서 피를 뿜었다.그 모습을 본 유국봉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기운 하나로 사람을 피를 토하게 만들다니!이게 사람인가?“너는… 누구냐? 어떻게 그렇게 강렬한 기운을 가지고 있지?”당황한 유국봉은 애써 그 강렬한 기운을 무시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꿇어!”한지훈은 분노를 담아 싸늘하게 호통쳤다.짧은 한마디였지만 강한 살상력을 가진 그의 기세에 유국봉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유국봉 자신조차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1성 준군왕급 실력을 가진 자신이 이런 젊은 애송이의 기에 눌려 무릎을 꿇다니!유국봉은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영혼을 잠식할 것 같은 공포가 닥쳐왔다.“너… 도대체 누구야? 왜 이런 실력을 감추고 이런 누추한 곳에서 범부처럼 생활하지?”유국봉은 이마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한지훈은 뒷짐을 지고 유국봉의 앞에 다가가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넌 내 신분을 알 자격이 없어. 목숨은 거두지 않을 테니 돌아가서 너희 가주한테 전해. 다시 내 가족 건드리면 그때는 H시로 올라가서 진양가의 모두를 이 지구에서 소멸시켜 버릴 거라고!”싸늘하고 살기가 가득 담긴 그 말에 유국봉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의 기세에 완전히 눌린 상태였다.유 선생으로 불리며 수많은 기업가들의 신뢰와 존중을 받았던 그가 보잘것없는 저택 앞마당에서 새파랗게 젊은 녀석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당장 꺼져!”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축객령을 내렸다.유국봉은 다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에 이미 힘이 풀
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그만 생각하고 어서 들어가.”강우연은 살짝 웃고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정원으로 들어갔다.한지훈은 송호문에게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러자 송호문은 정원을 떠났다.떠나는 송호문을 보고 한지훈도 강우연 따라 정원으로 들어갔다.한편, 도중기는 이미 S시 5성급 호텔에서 체크인을 마쳤다.호텔 스위트룸에서 조해란은 소파에 앉아 울먹이고 있다.“여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호헌이 정말로 감옥에 가는 거야? 이제 겨우 20살 넘었는데, 그 좋은 나이에 감옥에 가면 어떡해! 앞으로 명성도 망가지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 절대 그런 일이 없게 얼른 대책이라도 좀 생각해 봐! 그 황처장은? 그 사람이랑 아는 사이 아니야?”도중기는 창문 앞에 서서 두 손을 등에 지고 있다.후회로 가득 찬 두 눈으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됐어! 그만 좀 울어! 황청장은 기율 검사 위원회에서 데리고 갔어. 나도 지금 생각하고 있어! 근데 여긴 H 시가 아니라 S 시잖아. 내가 동원할 만한 인맥도 세력도 많지 않아”조해란은 이 말을 듣고 엉엉거리며 거의 대성통곡을 했다.그리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채로 물었다.“왜? 왜 갑자기 조사받는 건데? 우리까지 연루되는 건 아니겠지?”도중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은 단정 지어 말하기 힘들어.”말을 마치고 도중기는 핸드폰을 꺼내 H시에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한겨울의 칼바람과 같은 소리로 차갑게 물었다.“알아냈어? 황청장은 왜 조사받고 있는 거야? 지금 H시 상황은 어때? 여러 가문과 기업 사이의 반응은 어때?”도중기는 다급한 모습이 가득했다.도중기는 자그마치 H시 도영 그룹의 회장이다.위풍당당한 한 그룹의 회장이 이처럼 평정심을 잃고 급해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하지만 도영 그룹은 황청장과 이익 왕래가 많은 편이고 그다지 깨끗하지 못한 부수입도 많았다.만약 이번 일에 도영 그룹도 연루된다면 그룹 전체의 주가에 큰 영향을 안겨 줄 것이
천생서문 전체 문장 중 총 6곳에서 이 네 글자가 나타났고, 한지훈은 줄곧 이 단어가 후손들을 격려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삼절진의 묘사와 결부하여 다시 읊어보게 된 한지훈은 이 단어 속에, 반드시 숨겨진 뜻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른바 인성승천이란, 인체 속에 포괄된 만상이 우주와 통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말은 즉, 인력은 사실 우주와도 연관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체의 잠재력만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천지를 뒤흔들 수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른바 자연계를 이루게 된다.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두 손을 뒤로 젖힌 채 서재를 서성거렸다. 바로 그때, 도청 전인이 주전자 하나를 들고는 나타나 한지훈의 옆 책상에 올려놓았다. “주상, 차 한 잔 하시죠!”“그래!”“와이프는 잠들었고?”한지훈이 담담하게 물었다.“요 며칠 간병인이 항상 사모님을 저녁 8시 전에 잠들게끔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마 이쯤이면...”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흘깃 보았다. “이미 잠들었겠네요.”그제야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자신이 써 내린 그 종이를 도청 전인에게 건네주었다. “도청, 이것 한번 좀 봐봐. 자네는 몇십 년 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니 이런 것에 대한 이해는 나보다 강할 거라 생각해.” 두 손으로 공손히 종이를 받은 도청 전인은 내용을 자세히 읽고는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주상, 자세한 내용은 너... 너무 복잡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안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두 글자가 있습니다!”“그 두 글자가 뭔데?”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도청 전인을 바라보았다. “보세요, 여러 곳에서 자기장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보기에는 이 '인'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장이야 어디든 다 있죠. 자연계든 인체든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혈액은 정상적으로 흐를 수도 없고, 숨도 쉴 수 없게 됩니다!”“그럼 과연 인체 안의 자기장을 끌어들일 것인가, 아니면 인체 밖의 자기장을 끌어들일
궁인은 황급히 재빠른 걸음으로 천자각을 뛰쳐나왔고, 국왕은 다시 고개를 돌려 양성우를 흘깃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이만 물러가!”“네!”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양성우는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물러났다. 약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진우는 재빨리 천자각에 들어섰다. “폐하!”진우는 도착하자마자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이것 봐 봐! 한지훈 이놈, 이번에 제대로 큰일을 저질렀더구나!”국왕은 비보를 진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진우는 비보를 확인하자마자 두 손을 덜덜 떨며 비보를 땅에 떨어뜨렸다. “어... 어떡하면 좋죠! 장 씨 집안은 동방 가문과는 차원이 다른데요!”진우도 몹시 당황해 보였다. 자고로 용국 사람들은 누구 하나 천산 장 씨 집안의 특권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설사 한지훈이 북양 왕이라는 신분이 있다 하더라도, 장 씨 집안사람을 죽이게 된 이상 장 씨 집안이 찾아와 복수라도 하게 된다면 용국은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됐다. 수천 년 동안 탄탄한 바탕으로 계승해 온 장 씨 집안을, 한지훈 한 사람이 어찌 당해낼 수가 있겠는가? “폐하, 이번 일은 어떻게 하실...”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국왕뿐만 아니라 진우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일에 대해 우리가 정면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거야. 하지만 여전히 미리 준비는 좀 해야 해. 일단 한지훈한테 전해, 요즘 조심하라고. 그리고...” 국왕은 왔다 갔다 서성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가능하면 사람을 보내서 한지훈을 지키고 있어!”그 말에 진우는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지키라고? 무신종이든 천산 장 씨 집안이든 한지훈을 죽이고 복수하려 마음먹고 사람을 보낸다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을 파견할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흑병대에서는 웬만한 강자들은 다 막아낼 수 있는 고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예!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러나 어찌 됐든 국왕의 명령이었기에 진우는 무조
한지훈은 눈앞의 노인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내가 대체 무슨 사고를 저질렀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장월동 이놈이 날 사칭하고 그동안 돌아다니면서 악행을 저질렀기에 내가 혼내준 것뿐이야!”“비록 난 거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라를 지키는 북양 왕으로서 감히 우리 용국을 모독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응당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 장월동 한 사람만 죽인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말을 마치자마자 한지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점점 멀어져 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노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장월동조차도 한지훈의 적수가 될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이 괜히 나섰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일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유 씨 어르신, 이젠 어떡하죠? 만약 천산 장 씨 집안이 장 씨 도련님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알게 되면 반드시 추궁할 텐데요!”이내 유 씨 어르신 뒤에 서 있던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우리 무극문은 결코 한지훈을 대신해서 이 책임을 짊어질 수는 없지. 당장 가서 차 한 대 준비하고, 장월동의 시체를 그대로 천산에 돌려보내. 반드시 장 씨 집안에...”말을 이어가던 노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흔들었다. “됐어, 내가 직접 갈 거야!”이번 일은 꽤나 중요한 일이었기에 유 씨 어르신 감히 부하들에게 맡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 마디라도 잘못 말했다가는 무극문이 멸망의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 차에서 내린 젊은 남자 몇 명은 들것을 들고 와서, 장월동의 시체를 올려놓고는 차에 올라탔다. 곧이어 검은색 승용차들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마치 방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같은 날, 강릉은 발칵 뒤집히게 됐다. 십여 명의 대 가문의 가주들, 그리고 상속자들이 모두 죽게 되었다. 심지어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죽음을 당하게 됐다. 최고 부자의 아들인 낙소종마저 호텔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강릉 상류
그리하여 장월동은 결국 삼절진의 비법을 흔쾌히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삼절진이야말로 한지훈을 망설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한지훈은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어디 있는데?”그러자 장월동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속옷 안에 있어! 내가 속옷 위에 꿰매어 놨거든.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어!”장월동은 직접 건네고 싶었지만, 두 어깨가 이미 부서진 상황이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뻗어 장월동의 옷을 찢고 그의 속옷까지 찢었다. 그의 말대로 속옷 안에는 흰 비단 한 장이 꿰매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오래된 문자로 삼절진에 대한 설명이 빽빽이 쓰여 있었다. 한지훈은 잠시 훑어보고는 그 내용들을 곧바로 마음속에 아로새겼다. “한지훈! 이제 날 풀어줄 수 있지?”장월동은 고개를 들어 긴장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한지훈의 표정은 조금도 미동이 없었다. “그래도 너를 이렇게 풀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미안하지만 넌 그냥 죽어줘야겠어!”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뭐라고?”그 말을 들은 장월동은 벌컥 화를 냈다. 원하는 걸 내주면 날 풀어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건데? “한지훈, 너 이렇게 뻔뻔하게 말을 바꿀 수가 있어!”장월동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뭐라고? 난 너랑 뭔 약속 같은 건 안 한 것 같은데?”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장월동을 바라보았다. 젠장! 잔뜩 격분한 장월동은 하마터면 이를 깨뜨릴 뻔했다. 방금 마음이 너무나도 급했던 그는 한지훈이 약속을 하기도 전에 삼절진을 넘긴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하더라도 이미 늦었다. “한...”장월동이 입을 떼기도 전에, 오릉군 가시가 차가운 빛을 반짝이며 장월동을 향해 찔렀다. “푸!”그렇게 오릉군 가시는 아예 그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장월동의 미간을 뚫어 아예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푸!”이내 장월동의 몸은 힘없이 쓰러졌고,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사실 장월동 그조차도, 천산 장 씨 집안을 떠난 후 현재의 절진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큰 위력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과거 그가 천산에 있을 당시, 역시나 천절진을 사용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위력은 매우 약했었다. 그러나 눈부신 전광과 굉음과 함께 한지훈을 덮치기 시작하는 토네이도의 모습에, 장월동은 이미 한지훈의 죽음을 확신했다. “쏴!”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하늘의 별들이 빛을 번쩍이더니 한지훈이 오릉군 가시를 던지자 한줄기 유광이 토네이도의 중심으로 날려갔다. “찢어!”이내 한지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한 줄기 유광이 오릉군 가시로 몰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오릉군 가시는 순식간에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쾅!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토네이도 속에서는 잇달아 비명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토네이도는 육안으로 보아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약화되었다. 장월동은 눈앞의 이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고, 그가 멍하고 있는 틈을 타 오릉군 가시는 날카롭게 곧장 그를 향해 날려갔다. 쿵! 이번만큼은 장월동의 몸 앞을 가로막고 있던 푸른 광막은 쉽게 뚫리게 됐고, 오릉군 가시는 바로 그의 왼쪽 어깨를 뚫었다. “푸!”이내 한 줄기 핏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장월동의 몸은 다시 한번 거꾸로 날아갔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장월동은 땅에 힘없이 떨어지게 됐고,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그는 거의 질식할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온 그는 한 번도 이렇게 큰 부상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왼쪽 어깨 전체가 거의 부서진 상황이었다. 장월동이 땅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으로 그의 또 다른 어깨를 꽉 잡았다. “철컥!” 무서운 소리와 함께, 장월동의 또 다른 한쪽 어깨도 깨져버렸다. “아악!”너무 아픈 나머지 장월동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쇼크 할 뻔하여, 몸을 끊임없이 벌벌 떨기도 했다. “한... 한지훈, 살려줘! 나... 나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한지훈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암만 봐도 장 씨 집안은 확실히 탄탄한 바탕이 있는 것 같았다. 한편 장월동은, 고층 건물 18층의 높이에서 지면으로 떨어지게 됐다. 그 광경을 목격한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한바탕 비명을 질렀다. “아악! 누군가 위층에서 떨어졌어!”“다들 비켜요!”“얼른 앰뷸런스 불러요!”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때, 장월동은 힘껏 허리를 비틀어 겨우 발을 땅에 착지하였다. 하마터면 뒷걸음질 쳐 넘어질 뻔했으나 다행히 그의 뒤에 있던 검은색 승용차를 한 손으로 짚고 나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바로 그때, 한지훈도 몸을 훌쩍 날려 18층 고층 건물 위에서 뛰어내렸다. 필경 장월동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설령 10여 층의 고층 건물에 아무런 반항 없이 떨어지게 되더라도 그에게 타격을 입힐 수는 없었다. 그 누구든지 일단 천왕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육체는 금강석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단단해지니까. 넘어지기는커녕, 포격으로 공격한다고 해도 쉽게 다칠 일은 없게 된다. 그리하여 한지훈이 끝까지 쫓아온 것이었다. 장월동은 다시 또 다가오는 한지훈의 모습에,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한지훈! 설마 너 정말 나랑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거야!”그제야 장월동은 단단히 화가 폭발했다. 한지훈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반격을 당하게 됐으니, 장 씨 집안은 이미 체면을 구기게 됐다. 게다가 지금의 한지훈은 더 이상 용서하지도 않고 기어코 그를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니 장월동의 내심 두려웠다. 지금으로선 한지훈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남은 천절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직 펼쳐보지 못한 남은 천절진의 진법을 시전 하게 되면, 어쩌면 예상치 못한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네 두 손은 이미 피로 가득 물들었잖아. 그러니 넌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이내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그는 부자 상인들을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그
보라색 번개가 거침없이 창문으로 돌진하는 모습에, 한지훈은 두 눈을 살짝 감고는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안정시키기로 했다. 사실 한지훈은 동방 오우와 맞붙을 때도 비슷한 진법을 쓰긴 했지만, 장월동이 펼친 이러한 진법은 한지훈도 아직 파악해내진 못한 상황이었다. 오직 감각에 의해서만 발휘해 내는 진법은, 물론 동방 오우와 장월동에게 있어 안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지훈에게 남겨진 시간은 점점 짧아지기만 했다. 일단 보라색 번개를 맞게 되면, 설령 5성 용급 천왕계인 한지훈이라 할지라도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필경 천위는 인간이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뒤이어 보라색 번개가 룸을 덮치는 순간, 앞쪽에서 무릎 꿇고 있던 10여 명의 재계 거물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 장면만으로도 보라색 번개의 위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무자비하게 천지를 파괴하는 위력에 한지훈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다시금 공명감이 엄습하게 되자, 한지훈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내 한줄기 금빛이 한지훈의 가슴에서 솟아올랐다. 만연한 금빛에 한지훈은 갑자기 홀가분함을 느끼게 됐다. 곧이어 한지훈의 몸에서는 한 줄기 광막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동방 오우가 펼쳐 보였던 진법이었다. 비록 한지훈은 그중 일부만 배워냈을 뿐이었지만, 장월동의 진법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쾅!”바로 그때, 흰색의 기랑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지훈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던 담효운만이 금빛 광막 속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됐다. 그에 반면 무릎 꿇고 있던 나머지 부자 상인들은 거의 모두 피투성이가 되었다. “우르르!”“쾅쾅!” 연이은 번개가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몰려들었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번개는 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게 됐다. “아니...”방금까지만 해도 득의양양하던 장월동은, 뜻밖의 모습에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천절진의 위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 위력은 천산 산기슭에 있는 수십
안타깝게도 천생 서문에는 삼절진에 관한 내용은 수록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록은 매우 상세히 돼 있었다. 삼절진은 조룡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왔지만, 조룡 이후로는 더 이상 삼절진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자고로 삼절이란 바로 하늘, 땅 그리고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천절전이 가장 포악했고, 지절전이 가장 오묘했으며, 인절진이 가장 잔인했다. 장월동은 삼절진 중에서도 오직 천절진만을 수련해 왔었고, 그가 선보인 이 남색의 광막이 바로 천절진의 기운이었다. 이 기운은 심지어 천둥과 번개와도 같은 엄청난 위력과 효과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 기운에 타격을 입게 되면, 그 어떤 만물이든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외에도 천절진은, 당시 금용왕이 펼친 진법과도 비슷한 점이 꽤나 많았다. “훗! 그래, 네가 영리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애석하게도, 넌 젊은 나이에 일찍 죽게 됐네!”장월동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하늘에서는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렸다. 자고로 인간 세상에서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천위였다. 그 어느 속박에도 얽매이지 않은 천위는 얼마든지 하늘과 땅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불길한 생각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고, 먼 허공에는 어두운 구름만 은은하게 모였다. 검은 먹구름들은 하늘과 해를 가렸고, 구름층 속에는 짙은 남색의 전광이 누비며 노닐고 있었다. “어?”“아니... 도련님, 저희 모두 결백합니다!”“도련님,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모두 도련님을 맞이하러 이곳까지 온 겁니다!”어느새 수십 명의 부자 상인들은 그의 기운에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깜짝 놀란 낙소종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먹구름이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게 된 이상, 룸에 있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살아나갈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한 선생님!”이내 담효운도 고개를 들어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이미 온몸이
장월동은 자신의 진법이 정말 효과를 거두고, 게다가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까지 쉽게 튕겨낸 걸 보고는 갑자기 신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동안 집안의 어른들이 줄곧 이 진법을 열심히 연습해라고 충고를 한 이유를 그제야 깨닫게 됐다. 사실 장 씨 집안이 세속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존경을 받게 된 것은 단지 수천 년간 줄곧 조룡 묘지를 수호해 온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 씨 집안은, 조룡부터 시작하여 모든 오묘한 진법들을 수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룡이 남긴 진법은 그 위력을 가히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5대 명산도 쉽게 등한시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그제야 장월동은 득의양양하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 5성 룡급 천왕계와의 맞대결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쉬울 줄은 몰랐다. 그동안 자신이 한지훈을 정말 과대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다시 한지훈의 손아귀로 돌아온 오릉군 가시는, 알 수 없는 강한 위력과 함께 다시 돌아오게 됐다. 예상치 못한 기운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고 나서야 비로소 몸을 굳힐 수 있었다. “한지훈, 지금 기분이 어때?”장월동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의 당황함은 전혀 없고, 오히려 여유롭게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한 선생님, 괜찮으세요?”겨우 한 라운드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나게 된 한지훈의 모습에, 담효운은 다소 걱정되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현재로선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대결이 시작되었기에 아직 승패를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천산 장 씨 집안, 역시 내 예상 밖 실력이었어!”한지훈도 결코 이 강한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장월동 또한 동방 오우만큼 5성 용급 천왕계 경지까지 도달했다면, 오늘 정녕 누가 죽게 될지는 정말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장월동의 실력은 동방 오우에 비해 하늘땅만큼의 차이가 났다. 어쩐지 천생 서문의 기록에 따르면, 천산 장 씨 집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