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연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조금 전에 입구에서 둘이 눈을 마주치는 걸 봤을 때, 달려가서 죽여버리고 싶었다.강우연은 얼굴을 감싸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언니. 오해야. 나도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또 변명이야? 여우 같은 년! 네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겉으로는 순진한 척, 불쌍한 척 다하면서 남들 모르게 남자를 얼마나 만나고 다닌 거야?”분노에 이성을 잃은 강희연은 대놓고 비난의 말을 늘어놓았다.강우연의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를 설득하려 했다.“아니야. 나 그런 사람 아니야….”소리를 들은 직원들이 몰려왔다. 일부는 강희연을 뜯어말리고 일부는 강우연을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하지만 강희연은 말릴수록 더 적반하장인 성격이었다.소란을 들은 강문복이 달려오며 호통쳤다.“그만해. 희연이 넌 자리로 돌아가!”“아빠! 저 요망한 년이 백 선생에게 꼬리 친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백 선생이 쟤만 편애할 리 없잖아! 난 억울해!”강희연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강문복은 사람을 불러 딸을 끌어내고 옆에서 울고 있는 강우연에게 말했다.“우연아, 큰아버지가 희연이 대신 사과할게. 이번 일은 조용히 넘어가자.”“다 돌아가서 일해.”말을 마친 강문복은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강우연도 눈물을 닦고 자신의 사무실로 와서 책상에 엎드렸다.자리로 돌아온 강문복은 여전히 씩씩거리는 딸을 나무랐다.“너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백 선생이 걔를 직접 지목한 거 몰라서 그래?”강희연이 울먹이며 말했다.“화가 나는 걸 어떡해. 왜 행운은 강우연 그년에게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어. 민학그룹과의 사업도 그렇고 백 선생도 그렇고. 강우연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녔길래 남자들이 걔만 보면 쩔쩔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강문복은 한숨을 쉬며 딸을 달랬다.“의심한다고 뭐가 달라져? 백 선생이 강우연을 지목했고 할아버지가 제안을 받아들였어. 이 시점에서 네가
전화를 끊은 한지훈은 한숨 돌리고 바로 도영그룹으로 향했다.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지훈은 회사와 좀 떨어진 곳에서 차를 세웠다.그런데 회사 입구에서 마침 차에서 내리는 도설현과 마주쳤다.도설현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 같았다.그녀는 입구에 서 있는 한지훈을 보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침 일찍 경찰서에 다녀오는 길이었다.도호헌은 한쪽 다리와 한쪽 팔이 골절상을 입었고 다른 한쪽 팔은 이미 절단된 상태였다.비록 제때 병원에 실려가서 수술을 받아 다시 이어주기는 했지만 몰골은 완전히 처참했다.그녀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오빠의 비참한 몰골을 보자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게다가 도호헌이 잡혀간 소식이 본가에도 전해졌다.아버지는 이 일 때문에 S시로 내려오시는 길에 있었다.한지훈이 무덤덤하게 회사 앞에 나타나자 도설현은 한숨만 나왔다.반면 한지훈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태연하게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이사님, 안색이 별로 안 좋네요. 다크서클도 심하고 얼굴도 좀 부은 것 같은데 잠을 설쳤나요?”도설현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도호헌 다친 거 지훈 씨가 그렇게 만들었어요?”한지훈은 부인하지 않고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그럴만한 짓을 했으니까요.”도호헌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나도 오빠를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심했어요. 아버지가 곧 S시에 도착해요. 우리 집에서는 지훈 씨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지금 도망가요. 그리고 진우철도 본가로 고자질하러 내려갔어요. 진 가주는 그 일대에서 유명한 유 선생을 S시에 파견했다고 해요.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복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유 선생이요? 진양에서 복수하러 사람을 보냈다고요?”한지훈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이 자식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도설현은 한지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유 선생 만만하게 보면 안 돼
도설현은 자신 때문에 한지훈이 진우철을 건드려서 일이 이렇게 된 것 같아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한지훈은 의외라는 듯이 도설현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도망치는 건 내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요? 난 모르겠으니까 이제 알아서 해요!”도설현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리고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도설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알겠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다시 돌아온 도설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아빠가 곧 도착하신대요. 이제 어떡할 거예요? 지훈 씨가 오빠 저렇게 만든 걸 알면 아빠는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한지훈은 조급해하는 그녀를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둘이 남매 아니었어요? 왜 이제 와서 날 걱정해 줘요?”도설현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고개를 흔들었다.“진짜 남매는 아니죠. 아빠가 공식적으로는 남매라고 했지만. 사실 도호헌은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기 전에 잠깐 만난 술집 여자랑 낳은 자식이에요. 나중에 그 여자가 도호헌을 데리고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결국 가문의 체면 때문에 아빠는 도호헌을 아들로 받아들이고 내 오빠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거죠.”말을 마친 도설현의 표정에는 미움이 가득했다.한지훈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재벌가의 복잡한 사연은 막장 드라마보다도 더 심했다.도설현의 반응을 보니 아마 도호헌에게 자라면서 괴롭힘을 많이 당한 것 같았다.“내 가정사는 신경 끄고 지훈 씨 본인 걱정이나 해요.”도설현이 싸늘하게 말했다.“우리 아빠는 난폭한 사람이에요. 도호헌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지훈 씨라는 걸 알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고민해요.”한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막무가내인 분인가요? 잘못은 도호헌이 먼저 했고 놈을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건데요? 이사님 아니었으면 놈은 내 손에 죽었어요.
형사의 말에 중년 여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형사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야? 우리 아들이 보석이 안 돼? 너 직급이 뭐야? 하찮은 말단 형사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내 아들이 어떻게 강간미수범이야? 분명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모함한 거라고! 말해, 얼마면 되겠어?”말을 마친 조해란은 명품백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뭉치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소리 질렀다.“이 정도면 되겠어? 형사 1년 연봉보다 많을걸? 부족하면 계좌번호 불러. 요구하는 만큼 줄 테니까! 당장 내 아들 풀어줘!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해외 명문대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회사를 이끌어갈 귀한 몸이라고! 그런 애가 뭐가 아쉬워서 강간을 저질러? 분명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모함한 거야!”형사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책상에 놓인 현금을 노려보더니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 하세요! 여기가 어딘지 알고 그런 망언을 하시는 겁니까? 돈으로 형사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법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증거도 확실하고 아무도 아주머니 아들을 모함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돈 도로 집어넣고 나한테 사과하세요! 안 그러면 공무집행 방해죄로 신고하겠습니다!”하지만 형사의 진지한 말에도 조해란의 화는 줄어들지 않았다.감히 시골구석 형사 주제에 나한테 훈계를 해?이 형사는 내 남편이 H시 도영그룹 회장인 걸 모르는 건가?H시에서는 경찰청장마저도 도중기만 보면 공손히 인사하고 지나갔다.그런데 시골구석 형사가 뭐가 잘나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허세를 부리지?짝!분노에 이성을 잃은 조해란은 손을 들어 형사의 귀뺨을 때리며 호통쳤다.“무례한 녀석! 지금 네가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알기나 해? 내 옆에 이 사람 도영그룹 회장님이야! 도영그룹이 이 나라에서 어떤 존재인지 인터넷에 검색부터 해봐! H시 경찰청 황 청장도 우리 남편만 보면 공손히 인사한다고! 그런데 말단 형사 주제에 감히 나한테 뭐가 어째?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자 가만히 있던 도중기가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허지용에게 말했다.“이런. 죄송해요, 허 팀장. 우리 마누라가 아들 걱정에 많이 급했나 봐요. 집사람 대신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우린 아들 보석 석방 신청하러 왔어요.”도중기는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서 형사를 대했다.시민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가는 회사 매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허지용도 근엄한 포스를 풍기는 도중기 앞에서는 정중한 태도를 취했다.“도 회장님, 아드님은 지금 강간미수로 잡혔고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도중기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묵을 지키다가 한마디 했다.“그럼 황 청장에게 연락 한번 해보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허 팀장과 팀원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다른 시의 청장까지 동원하게 되면 그들도 귀찮아질 것이 분명했다.최악의 상황이 오면 서장이나 송호문 청장에게도 피해가 갈지 모른다.하지만 도호헌을 절대 석방하지 말라는 상급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했다.“도 회장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도 절대 석방하지 말라는 상급의 지시가 있기에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허지용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도중기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상당했다.그 말을 들은 도호헌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리 아들이 여기서 큰 인물이라도 건드렸단 말씀인가요?”허지용은 말을 아꼈다.도호헌은 그대로 핸드폰을 꺼내 황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이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연락을 다 주셨어요?”도중기는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했다.“황 청장님, 제가 지금 아들 일로 S시에 와 있는데 좀 난감한 일이 생겨서요. 아들 녀석이 강간미수로 경찰서에 잡혀 있는데 경찰에서 보석 석방을 거부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이참에 경찰서에 처박아 두려고 음모를 꾸민 것 같은데 황 청장님께서 형사님들과 얘기 좀 해주실 수 있
모두의 시선이 한지훈과 도설현에게 쏠렸다.도중기와 조해란도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당신 누구야?”도죽기의 비서가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한지훈. 도호헌은 내가 잡아넣으라고 했어.”그 말을 들은 조해란이 다가오더니 한지훈의 차림새를 아래위로 훑었다. 그녀는 평범한 옷차림을 한 한지훈을 보자 바로 욕설부터 퍼부었다.“네 놈이 내 아들 모함해서 경찰서 보냈어? 우리가 누군지는 알기나 해? 감히 내 아들을! 너 죽고 싶어?”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조해란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이 도호헌 엄마?”“왜? 나도 잡아넣으려고? 나 일반인 아니야. 내 아들 곱게 풀어주지 않으면 네 놈부터 죽여버릴 거야!”조해란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협박의 어투로 말했다.딱 봐도 일반인 같은데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건방을 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조해란은 자신이 이 남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역시 도호헌이 저질스러운 건 이유가 있었어. 엄마를 똑 닮았네. 쥐 새끼 같은 자식.”“너 지금 누굴 욕했어? 누구한테 쥐 새끼라고 한 거야!”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조해란이 고함을 질렀다.“예전에 술집에서 술이나 따르던 도우미였다지? 그런 주제에 왜 이렇게 잘난 척하는지 몰라.”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조해란은 존중해 줄 가치가 없는 인간이었다.분노한 조해란이 발을 쾅쾅 굴렀다.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과거 직업을 들먹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 감히 날 무시해? 내가 누군지 알면 내 남편이 도영그룹 회장이라는 것도 알 거 아니야! 내 남편은 H시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존재라고! 그런데 일반인 주제에 날 무시하고 내 아들을 모함해?”분노에 이성을 잃은 조해란은 미친 듯이 한지훈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아니요.”“못 봤는데요.”“스스로 때린 거 아니었어요?”주변 사람들은 비웃음을 머금고 너도나도 모르쇠를 놓았다.분노한 조해란은 그들을 손가락질하며 바락바락 고함을 질렀다.“너희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여보! 이 쓰레기 같은 것들이 날 비웃잖아! 이건 우리 도영에 대한 무시라고!”도중기 역시 굳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다가 안경을 벗어 닦고는 다시 착용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우리 도영을 적으로 돌린 결과가 어떤 건지 알고 이러는 건가?”싸늘한 협박이 담긴 한마디였다.사람을 무시하거나 욕설이 담기지 않았지만 그의 말투에서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도중기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도설현이 다급히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아빠, 나한테 오지 않고 왜 바로 여기로 왔어?”그제야 도설현을 발견한 도중기가 싸늘한 목소리로 딸에게 물었다.“둘이 아는 사이야?”도설현은 잠시 머뭇거리며 한지훈의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새로 고용한 경호원이야.”“뭐? 경호원? 네가 저런 놈을 회사에 불러들였다고?”그 말을 들은 조해란은 앙칼진 목소리로 따지고 들었다.“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것도 다 네가 한 짓이지? 너 예전부터 우리 호헌이 질투했잖아!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도설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조해란을 바라보며 말했다.“좀 닥치고 있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사적인 일까지 간섭해?”짝!옆에 있던 도중기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쳤다.“너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도설현은 뻘겋게 부은 볼을 감싸며 분노에 찬 눈으로 도중기를 바라보았다.“이 여자 때문에 이제는 딸까지 때려? 아빠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엄마 당신 때문에 울다가 우울증으로 돌아가셨어! 난 당신들이 미워! 평생 저주할 거야!”도중기는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한지훈에게 시선을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너 아까 내 아들 풀어줄 수 없다고 얘기했지? 고작 우리 딸이 고용한 경호인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그
한지훈의 말에 경찰서 안에 있던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도영그룹 회장을 상대로 저런 말을 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도설현마저 경악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뭘 믿고 이렇게 당당하지?“지훈 씨, 그만 해요. 여기 오기 전에 내가 했던 말 다 잊었어요?”도설현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눈치를 주었다.이 상태로 아버지와 설전을 벌인다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도중기는 당한 건 무조건 되갚아 주는 포악한 성격이었다.그가 성격이 온화한 사람이었으면 절대 도영그룹을 지금처럼 성장시킬 수 없었다.아버지의 성격과 일 처리 방식에 대해 잘 아는 도설현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이대로 아버지와 계속 충돌을 빚는다면 도중기가 어떤 짓을 저지를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해결할 수 있어요.”그 말을 들은 도설현은 입을 다물었다.도중기가 굳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렇다면 우리 내기를 하지. 내가 내 아들을 여기서 데리고 나간다면 넌 내 아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난 네 사지를 찢어놓을 거야. 만약 내가 아들을 여기서 데리고 못 나간다면 내가 아들 대신 사과하고 이 일에서 손을 떼지. 어때?”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말투였다.사람들도 이건 한지훈이 절대 이길 수 없는 내기라고 생각했다.상대는 도영그룹 회장이었다.게다가 조금 전 H시 황 청장이 도호헌을 풀어주라고 하면서 내리고 그를 모함한 범인을 찾아내라고 지시까지 내렸다.이런 막대한 재력과 인맥 앞에 한지훈의 승산은 없었다.구경하던 시민들과 형사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지훈을 말렸다.“젊은 친구, 그만해. 상대는 재벌이잖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그래, 억울한 건 알겠지만 지금은 참아야지.”“돈 많은 놈들은 이래서 싫어. 재력만 믿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 우리 아들도 싸움에 휘말려서 들어왔는데 벌써 며칠째 조사받고 있어.”사람들의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