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백 선생님. 하지만 제가 능력이 부족하여 그렇게 큰 사업을 혼자 담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강우연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제야 강준상의 굳은 표정이 조금 풀렸다.강문복은 이때다 싶어 끼어들었다.“그래요, 백 선생님. 우연이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큰 사업 혼자 못 진행합니다. 게다가 우연이는 민학그룹과의 사업도 담당하고 있어서 시간이 많이 빠듯할 거예요.”옆에 있던 강희연도 씩씩거리며 말했다.“백 선생님, 우연이 쟤 예쁘기만 했지 아무런 능력이 없어요. 저 순진한 외모에 속으시면 안 돼요. 쟤 저래 봬도 속은 시커멓거든요. 저 순진한 외모로 남자 꼬시는 게 특기예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강희연에게 되물었다.“그래요? 그럼 강희연 씨는 강우연 씨보다 능력이 있다는 말씀입니까?”강희연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저 강운그룹에서 일한 지 꽤 오래됐어요. 여러 큰 프로젝트도 맡아서 진행했고요. 쟤보다는 제가 낫죠. 게다가….”말끝을 흐리던 강희연은 자세를 숙이고 한지훈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게다가 저 다른 일도 잘해요.”한지훈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강희연을 한참 노려보다가 말했다.“강 실장, 자중하세요. 난 그쪽같이 수치심도 모르는 여자한테는 관심 없어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임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강희연의 눈치를 살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당사자에게 대놓고 수치심을 모른다고 비난하다니!강준상을 포함한 고위 임원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창피하고 부끄러웠다.강희연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백 선생이 사람들도 다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자신을 망신 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자를 싫어하나?아니면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었나?강희연은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강문복이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희연이는 나가 있어.”강희연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바닥
떠나는 차 안에서 한지훈이 넥타이를 풀고 한숨 돌리는데 강우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왜? 누가 왔는데? 설마 그 백 선생?”강우연이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그냥 그럴 것 같았어.”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강우연은 새침하게 농담을 걸었다.“나한테 감시카메라 붙였어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그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그에게 계속해서 말했다.“지훈 씨, 백 선생이 글쎄 회사로 찾아와서 400억짜리 사업을 제안했지 뭐예요? 게다가 특별히 담당자로 나를 지목했어요.”“잘된 일 아니야? 그러면 당신도 강운에서 입지가 단단해질 거고 나랑 고운이는 당신 덕분에 입에 기름칠 좀 하겠네.”한지훈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강우연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정색해서 말했다.“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그 백 선생이란 사람 어딘가 당신이랑 많이 닮았어요. 눈이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지훈 씨는 지금 어디예요?”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한지훈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나? 회사지. 오늘 이사님이 외부 일정이 있으시다고 해서 같이 가는 중이야. 그건 왜?”강우연은 그 말을 듣자 실망을 감추지 못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역시 지훈 씨는 아니었군요.”“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백 선생이랑 약속 잡았어요. 그날 나랑 같이 나갈래요?”“응?”한지훈은 크게 당황하며 물었다.“꼭 내가 가야 해?”강우연이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당연하죠. 남편으로서 아내가 다른 남자랑 밥 먹겠다는데 걱정도 안 돼요? 게다가 백 선생은 그렇게 큰 사업을 나한테 맡겼어요. 정말 아무 느낌 없어요?”“걱정할 게 뭐가 있어? 백 선생도 당신 능력을 알아보고 확신이 있으니까 큰 사업을 맡겼겠지.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한지훈은 애써 덤덤하게 대답했다.강우연은 토라진 말투로 불만을 토로했다.
강희연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조금 전에 입구에서 둘이 눈을 마주치는 걸 봤을 때, 달려가서 죽여버리고 싶었다.강우연은 얼굴을 감싸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언니. 오해야. 나도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또 변명이야? 여우 같은 년! 네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겉으로는 순진한 척, 불쌍한 척 다하면서 남들 모르게 남자를 얼마나 만나고 다닌 거야?”분노에 이성을 잃은 강희연은 대놓고 비난의 말을 늘어놓았다.강우연의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를 설득하려 했다.“아니야. 나 그런 사람 아니야….”소리를 들은 직원들이 몰려왔다. 일부는 강희연을 뜯어말리고 일부는 강우연을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하지만 강희연은 말릴수록 더 적반하장인 성격이었다.소란을 들은 강문복이 달려오며 호통쳤다.“그만해. 희연이 넌 자리로 돌아가!”“아빠! 저 요망한 년이 백 선생에게 꼬리 친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백 선생이 쟤만 편애할 리 없잖아! 난 억울해!”강희연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강문복은 사람을 불러 딸을 끌어내고 옆에서 울고 있는 강우연에게 말했다.“우연아, 큰아버지가 희연이 대신 사과할게. 이번 일은 조용히 넘어가자.”“다 돌아가서 일해.”말을 마친 강문복은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강우연도 눈물을 닦고 자신의 사무실로 와서 책상에 엎드렸다.자리로 돌아온 강문복은 여전히 씩씩거리는 딸을 나무랐다.“너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백 선생이 걔를 직접 지목한 거 몰라서 그래?”강희연이 울먹이며 말했다.“화가 나는 걸 어떡해. 왜 행운은 강우연 그년에게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어. 민학그룹과의 사업도 그렇고 백 선생도 그렇고. 강우연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녔길래 남자들이 걔만 보면 쩔쩔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강문복은 한숨을 쉬며 딸을 달랬다.“의심한다고 뭐가 달라져? 백 선생이 강우연을 지목했고 할아버지가 제안을 받아들였어. 이 시점에서 네가
전화를 끊은 한지훈은 한숨 돌리고 바로 도영그룹으로 향했다.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지훈은 회사와 좀 떨어진 곳에서 차를 세웠다.그런데 회사 입구에서 마침 차에서 내리는 도설현과 마주쳤다.도설현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 같았다.그녀는 입구에 서 있는 한지훈을 보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아침 일찍 경찰서에 다녀오는 길이었다.도호헌은 한쪽 다리와 한쪽 팔이 골절상을 입었고 다른 한쪽 팔은 이미 절단된 상태였다.비록 제때 병원에 실려가서 수술을 받아 다시 이어주기는 했지만 몰골은 완전히 처참했다.그녀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오빠의 비참한 몰골을 보자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게다가 도호헌이 잡혀간 소식이 본가에도 전해졌다.아버지는 이 일 때문에 S시로 내려오시는 길에 있었다.한지훈이 무덤덤하게 회사 앞에 나타나자 도설현은 한숨만 나왔다.반면 한지훈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태연하게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이사님, 안색이 별로 안 좋네요. 다크서클도 심하고 얼굴도 좀 부은 것 같은데 잠을 설쳤나요?”도설현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도호헌 다친 거 지훈 씨가 그렇게 만들었어요?”한지훈은 부인하지 않고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그럴만한 짓을 했으니까요.”도호헌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나도 오빠를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심했어요. 아버지가 곧 S시에 도착해요. 우리 집에서는 지훈 씨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지금 도망가요. 그리고 진우철도 본가로 고자질하러 내려갔어요. 진 가주는 그 일대에서 유명한 유 선생을 S시에 파견했다고 해요.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복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유 선생이요? 진양에서 복수하러 사람을 보냈다고요?”한지훈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이 자식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도설현은 한지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유 선생 만만하게 보면 안 돼
도설현은 자신 때문에 한지훈이 진우철을 건드려서 일이 이렇게 된 것 같아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한지훈은 의외라는 듯이 도설현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도망치는 건 내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요? 난 모르겠으니까 이제 알아서 해요!”도설현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리고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도설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알겠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다시 돌아온 도설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아빠가 곧 도착하신대요. 이제 어떡할 거예요? 지훈 씨가 오빠 저렇게 만든 걸 알면 아빠는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한지훈은 조급해하는 그녀를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둘이 남매 아니었어요? 왜 이제 와서 날 걱정해 줘요?”도설현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고개를 흔들었다.“진짜 남매는 아니죠. 아빠가 공식적으로는 남매라고 했지만. 사실 도호헌은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기 전에 잠깐 만난 술집 여자랑 낳은 자식이에요. 나중에 그 여자가 도호헌을 데리고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결국 가문의 체면 때문에 아빠는 도호헌을 아들로 받아들이고 내 오빠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거죠.”말을 마친 도설현의 표정에는 미움이 가득했다.한지훈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재벌가의 복잡한 사연은 막장 드라마보다도 더 심했다.도설현의 반응을 보니 아마 도호헌에게 자라면서 괴롭힘을 많이 당한 것 같았다.“내 가정사는 신경 끄고 지훈 씨 본인 걱정이나 해요.”도설현이 싸늘하게 말했다.“우리 아빠는 난폭한 사람이에요. 도호헌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지훈 씨라는 걸 알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고민해요.”한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막무가내인 분인가요? 잘못은 도호헌이 먼저 했고 놈을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건데요? 이사님 아니었으면 놈은 내 손에 죽었어요.
형사의 말에 중년 여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형사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야? 우리 아들이 보석이 안 돼? 너 직급이 뭐야? 하찮은 말단 형사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내 아들이 어떻게 강간미수범이야? 분명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모함한 거라고! 말해, 얼마면 되겠어?”말을 마친 조해란은 명품백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뭉치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소리 질렀다.“이 정도면 되겠어? 형사 1년 연봉보다 많을걸? 부족하면 계좌번호 불러. 요구하는 만큼 줄 테니까! 당장 내 아들 풀어줘!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해외 명문대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회사를 이끌어갈 귀한 몸이라고! 그런 애가 뭐가 아쉬워서 강간을 저질러? 분명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모함한 거야!”형사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책상에 놓인 현금을 노려보더니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 하세요! 여기가 어딘지 알고 그런 망언을 하시는 겁니까? 돈으로 형사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법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증거도 확실하고 아무도 아주머니 아들을 모함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돈 도로 집어넣고 나한테 사과하세요! 안 그러면 공무집행 방해죄로 신고하겠습니다!”하지만 형사의 진지한 말에도 조해란의 화는 줄어들지 않았다.감히 시골구석 형사 주제에 나한테 훈계를 해?이 형사는 내 남편이 H시 도영그룹 회장인 걸 모르는 건가?H시에서는 경찰청장마저도 도중기만 보면 공손히 인사하고 지나갔다.그런데 시골구석 형사가 뭐가 잘나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허세를 부리지?짝!분노에 이성을 잃은 조해란은 손을 들어 형사의 귀뺨을 때리며 호통쳤다.“무례한 녀석! 지금 네가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알기나 해? 내 옆에 이 사람 도영그룹 회장님이야! 도영그룹이 이 나라에서 어떤 존재인지 인터넷에 검색부터 해봐! H시 경찰청 황 청장도 우리 남편만 보면 공손히 인사한다고! 그런데 말단 형사 주제에 감히 나한테 뭐가 어째?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자 가만히 있던 도중기가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허지용에게 말했다.“이런. 죄송해요, 허 팀장. 우리 마누라가 아들 걱정에 많이 급했나 봐요. 집사람 대신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우린 아들 보석 석방 신청하러 왔어요.”도중기는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서 형사를 대했다.시민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가는 회사 매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허지용도 근엄한 포스를 풍기는 도중기 앞에서는 정중한 태도를 취했다.“도 회장님, 아드님은 지금 강간미수로 잡혔고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도중기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묵을 지키다가 한마디 했다.“그럼 황 청장에게 연락 한번 해보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허 팀장과 팀원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다른 시의 청장까지 동원하게 되면 그들도 귀찮아질 것이 분명했다.최악의 상황이 오면 서장이나 송호문 청장에게도 피해가 갈지 모른다.하지만 도호헌을 절대 석방하지 말라는 상급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했다.“도 회장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도 절대 석방하지 말라는 상급의 지시가 있기에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허지용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도중기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상당했다.그 말을 들은 도호헌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리 아들이 여기서 큰 인물이라도 건드렸단 말씀인가요?”허지용은 말을 아꼈다.도호헌은 그대로 핸드폰을 꺼내 황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이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연락을 다 주셨어요?”도중기는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했다.“황 청장님, 제가 지금 아들 일로 S시에 와 있는데 좀 난감한 일이 생겨서요. 아들 녀석이 강간미수로 경찰서에 잡혀 있는데 경찰에서 보석 석방을 거부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이참에 경찰서에 처박아 두려고 음모를 꾸민 것 같은데 황 청장님께서 형사님들과 얘기 좀 해주실 수 있
모두의 시선이 한지훈과 도설현에게 쏠렸다.도중기와 조해란도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당신 누구야?”도죽기의 비서가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한지훈. 도호헌은 내가 잡아넣으라고 했어.”그 말을 들은 조해란이 다가오더니 한지훈의 차림새를 아래위로 훑었다. 그녀는 평범한 옷차림을 한 한지훈을 보자 바로 욕설부터 퍼부었다.“네 놈이 내 아들 모함해서 경찰서 보냈어? 우리가 누군지는 알기나 해? 감히 내 아들을! 너 죽고 싶어?”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조해란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이 도호헌 엄마?”“왜? 나도 잡아넣으려고? 나 일반인 아니야. 내 아들 곱게 풀어주지 않으면 네 놈부터 죽여버릴 거야!”조해란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협박의 어투로 말했다.딱 봐도 일반인 같은데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건방을 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조해란은 자신이 이 남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역시 도호헌이 저질스러운 건 이유가 있었어. 엄마를 똑 닮았네. 쥐 새끼 같은 자식.”“너 지금 누굴 욕했어? 누구한테 쥐 새끼라고 한 거야!”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조해란이 고함을 질렀다.“예전에 술집에서 술이나 따르던 도우미였다지? 그런 주제에 왜 이렇게 잘난 척하는지 몰라.”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조해란은 존중해 줄 가치가 없는 인간이었다.분노한 조해란이 발을 쾅쾅 굴렀다.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과거 직업을 들먹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 감히 날 무시해? 내가 누군지 알면 내 남편이 도영그룹 회장이라는 것도 알 거 아니야! 내 남편은 H시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존재라고! 그런데 일반인 주제에 날 무시하고 내 아들을 모함해?”분노에 이성을 잃은 조해란은 미친 듯이 한지훈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황금 1000톤? 기가 막힌 요구에 필칸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 결국 고개를 들어 반박하려는 순간, 안드레로부터 따귀를 맞게 됐다. “팍!”거세게 내리친 따귀는, 필칸트의 얼굴을 찌그러뜨릴 지경이었다. 한지훈이 제기한 요구에 대해서, 안드레는 감히 한 마디도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는 결코 한지훈을 건드리고 싶지 않고, 유럽에서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면 필칸트는? 뭣도 모르고 감히 남을 비웃으려 하다니? 한지훈의 말에 반박하려 하다니? 필칸트가 다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안드레는 다시 한번 힘차게 따귀를 내려쳤다. “쾅!”결국 필칸트의 몸은 7~8미터 밖까지 날아가 돌기둥에 세게 부딪혀 아예 갈라 뜨렸다. 그렇게 그는 힘없이 땅에 쓰러지게 됐다. 연속하여 따귀를 맞게 된 필칸트는, 어느새 머리가 윙윙 울리는 듯했다. 눈앞은 별빛이 번쩍이기만 할 뿐, 더 이상 일어나지도 못했다. “네가 뭔데? 칸트 가문의 미래 샛별? 유럽의 어린 천재?” “사실이든 아니든, 난 반드시 너를 죽일 거야!”안드레는 눈을 부릅뜬 채 필칸트를 노려보았다. 한지훈의 뒤에 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진개국은, 숙연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대체 진우가 보낸 이 특파원, 정체가 뭐지? 어떤 사람이길래 안드레마저 도와서 나서냐고? 게다가 칸트 가문으로부터 미움을 살 위험을 무릅쓰고 필칸트를 반쯤 죽여놨어. 안드레는 누구나 알다시피, 명실상부한 천신계 강자잖아. 무려 세계 대전을 평정한 인물. 그런데 그런 그가, 한지훈 앞에서는 종과 같은 존재가 됐다니.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하는 사람은 유장군이었다. 분명 그는 한지훈을 따라 이곳에 오긴 했지만, 중도에 칸트 가문 쪽으로 이미 넘어가있었다. 심지어 칸트 가문의 편을 들기 위해 한지훈에게 무례하게 굴기까지 했다. 근데 지금은? 자신이 비위를 맞춰줬던 필칸트는 안드레에게 두드려 맞아 일어나지
유럽의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도,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왔다니? 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일제히 공손히 선 채 안드레에게 몸을 굽혀 절을 했다. 필칸트 또한 몸을 곧게 펴고는 안드레에게 곁눈질도 하지 않고 바로 목례를 했다. 유장군은 안드레를 보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십여 년 동안 유럽에서 지내면서, 안드레의 뒷모습을 멀리서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뜻밖에 순간에 안드레를 직접 만나게 되자, 유장군은 흥분되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했다. “한군림! 너 이젠 죽게 됐어. 설령 진우가 직접 와서 말리게 되더라도 넌 오늘 이곳에서 죽게 될 운명이야! 안드레 님을 보고도 인사를 안 해?”유장군의 한 마디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지훈에게 쏠렸다. 그러나 한지훈은 뒷짐을 짊어진 채 머리를 쳐들고 오만한 표정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는 노예를 보는 듯한 일종의 경멸하는 눈빛이었다. 설마 진짜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사람들은 내심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편 안드레의 안색은 한껏 어두워졌다. 사실 그는 용국에서 유럽으로 향한 후, 노먼에 머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칸트 가문 족장인 윌칸트가 그를 거듭 초대한 것이다. 그렇게 안드레는 칸트의 체면을 봐서라도, 겸사겸사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참가한 것이다. 그런데 방금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게 됐다. 방금 그가 한창 커피를 마시고 있을 무렵 귓바퀴에서는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 소리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심지어 그가 2층 방을 뛰쳐나와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에도, 하마터면 두 다리가 나른해져 무릎을 꿇을 뻔했다. 젠장! 지금으로서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한지훈이었다. 그에게 있어 한지훈은 악몽 같은 존재이다. 그나저나 칸트 가문 사람들,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미움을 사더라도 하필 이런 거물을 건드리게 된 거야! “지금 이게 웃겨?”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필칸트를 바라
그 말에 필칸트는 멍해졌다. 눈앞의 한지훈은, 얼핏 봐도 자신의 또래로 보일 뿐인데 과연 용국에서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기나 할까? 필칸트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이내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나한테 장난해? 용국이 고작 네 말만 믿고 1천 톤의 황금씩이나 꺼내 들어 사람 한명과 바꾸려 할 거라고?” 한지훈은 덤덤한 표정으로 필칸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오해한 것 같네. 내 말은 칸트 가문이 용국의 반역자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받아들였으니 국제관례에 따라 우리 용국에 발생한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는 거야!”“이 천 톤의 황금이 바로, 당신들 칸트 가문이 프랑스를 대표하여 용국에 배상해야 할 손해 비용이야! 그리고 칸트 가문은 직접 용국에 사죄하고 앞으로 영원히 이런 비슷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게끔 할 거라고 보장해야 해!”그 말에 유장군의 안색은 파랗게 질렸고, 진개국조차도 깜짝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칸트 가문 사람들더러 용국에 황금 1천 톤을 배상하게끔 요구하고, 게다가 용국을 상대로 보증서까지 써야 한다고? 홀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멍한 표정으로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꼴깍!”유장군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군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한군림은 한지훈이 유럽에 도착하기 전에 자신에게 직접 지어준 가명이다. 그동안 한지훈은 모든 증명 서류에 이 가명을 사용하였다. “무슨 말이긴, 똑같이 사람이 한 말이잖아. 필칸트, 설마 내 말 못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콜록… 바로 이때, 홀에서는 한바탕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필칸트가 너무나도 화가 난 나머지 그가 이를 꽈악 물다 못해 울린 소리였다. 노먼의 수많은 상류층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날 모욕해? 역시 못되기 그지없는 용인들이야. 내가 방금 그 일성 준천신계 용인을 죽인 것도 똑똑히 봤겠는데? 그 순간, 필칸트의 온몸에서는 4
이 충격적인 장면에 깜짝 놀란 유장군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준 천왕계 강자를 상대로, 필칸트가 이렇게 손쉽게 죽일 수 있다고?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상대는 엄연히 무도 학원의 선생이라는 것이다. 이는 평범한 일성 준 천왕계 강자를 죽이는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내 유장군은 빠른 걸음으로 필칸트에게 다가가 더없이 열정적으로 인사를 했다. “필칸트 씨, 혹시 저를 기억하시나요?” 허리 굽히고 고개를 숙인 유장군의 모습에 진개국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유장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선생님, 이게 대체...”그러자 한지훈은 진개국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일단 따라가죠!”이내 한지훈은 홀 중앙으로 발걸음을 내디뎠고 진개국도 급히 따라갔다. 유장군은 한지훈과 진개국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허리를 굽힌 채 필칸트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갑작스레 손을 내밀자 필칸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나?” 필칸트의 표정에서는 하찮은 기색을 보아낼 수 있었다. 그는 엄연히 칸트 가문의 떠오르는 샛별이자, 유럽에서는 줄곧 어린 천재라는 존칭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만큼 그에게 아부하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유장군 같은 사람은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전 용국에서 프랑스에 파견한 특사 유장군이라고 합니다!”유장군은 이를 악문 채 웃음을 보였다. 필칸트의 무시와 경멸을 마주하고도, 그는 조금도 난감해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무슨 일인데?” 필칸트는 뒷짐을 진 채, 유장군이 내민 악수를 받지도 않았다. 유장군은 손을 비비며 머쓱한 웃음을 드러냈다. “아무 일도 아니고요, 사실 제가 데려온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니, 동포라고 할 수 있죠. 멀지 않은 용국에서 온 사람인데...”“용건이 뭔데?” 필칸트는 유장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필칸트 선생님, 사실 그분은 명령을 받고 칸트 가문과 협상하여 마영리를 되찾기 위해 이곳을
그러자 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요! 물론이죠!”이내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한편 많은 사람들은 로비의 한 구석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중 한 백인 젊은 남자는 상체를 벗고 있었다. 건장한 근육에, 어깨에 드리운 긴 머리와 함께 잘생긴 얼굴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 젊은이가 바로 칸트 가문의 어린 천재 필칸트였다. 그의 맞은편에는 똑같이 상체를 벗고 있는, 약간 야윈 몸매의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 있었고, 뒷모습과 피부색만 놓고 보면 아시아계 남자일 거라 확신했다. 게다가 1 성 준 천왕계의 강자로 느껴졌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그 아시아계 남자의 몸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얼핏 보아도 그의 실력은, 그의 맞은편에 있는 백인 남자와는 차이가 너무 컸다. “유성룡, 너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게. 네가 무릎을 꿇고 나한테 용서를 빌면 난 너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필칸트의 얼굴에는 은은한 웃음이 떠올랐다. 알고 보니 유성룡이라는 사람이 필칸트에게 한마디만 대들었을 뿐인데, 도리여 한바탕 폭행을 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성 천왕계 고수인 유성룡은 그 말을 듣고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손에 든 단검을 꽉 쥔 채 차갑게 말했다. “필칸트! 나... 난 엄연히 용국에서 무도 학원으로 파견한 선생이야!”“함부로 선생을 때렸다가는 어떤 결과가 일어나게 되는지 잘 알잖아!”하지만 필칸트는 개의치 않는 듯 이마 앞 머리카락을 다듬고는 손가락을 여유롭게 흔들며 말했다. “널 폭행하는 건 더욱 말할 것도 없고, 설령 너를 죽여도 무도 학원에서는 결코 추궁하지도 않을 거야!”“건방진 놈!”바로 그때, 유성룡은 단검을 냅다 흔들어 필칸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일성 천왕계 강자의 실력인 그가 이 검을 휘두르게 되면, 장갑차 한 대도 두 동강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필칸트는 단검이 자신에게로 날려와도 조금도 피
한지훈의 말에, 유장군은 한껏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한지훈에 대한 인상이 그런대로 괜찮았었는데, 한지훈이 뜻밖의 말을 꺼내자 유장군은 그를 달리 보게 되었다. 필칸트는 4성 천급 천왕계인데, 너 같은 사령관 강자가 찾아가서 괜히 남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 될 텐데? 일단 충돌이 발생하게 되면, 마영리를 되찾을 생각은 영원히 기대하지도 마! 그러나 한지훈은 필경 흑병대 사람이기에 유장군은 불만을 품고 있어도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용국에서의 흑병대 권력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컸으니까. 만일 잘못 보였다가 한지훈이 용국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고발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왕 네가 기어코 죽으려고 그 길을 떠나려 한다면, 네가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똑똑히 지켜볼게! 이내 진개국은 천천히 차를 길가에 세우고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선생님,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오늘 저녁, 정말 필칸트를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저희 용인을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저희한테 매우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고요!”그러자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요? 저희 용인들에게 매우 불친절하다고요? 그럼 더더욱 그 사람을 알아가고 싶네요! 마침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그 말을 들은 유장군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그에 반면 진개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흑병대 본부가 한지훈을 파견한 이상 그는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 거라 믿었다. 이내 잠시 생각에 잠긴 진개국은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그럼 저희는 한 선생님이 뜻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선물을 준비하고, 저희는 저녁에 칸트 가문의 생일 파티에 참가하는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선물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1원짜리 봉투 두 개만
그 말에 진개국은 난색한 표정을 띤 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 선생님, 전 사실 그렇게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뿐만 아니라 유럽 전 지역에서도 서열 6위를 차지하는 대가문입니다. 반면 저는 단지 소상인일 뿐이라 그만큼의 대가문을 만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이내 진개국은 한지훈과 유 장군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사실 칸트 가문은 용국이나 미륙에서는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칸트 가문은 프랑스 북성의 공작 가문으로서, 지위는 말할 것도 없고 근 십여 년 동안 가문에서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용국과 달리 프랑스는 전투력으로 귀족 간의 서열을 구분하고 있었다. 근 몇 년간 칸트 가문은 젊은 세대 강자만 해도 네 명의 천왕급 인물을 배양시켰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까지 달성했다. 그는 유럽의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안드레, 그리고 수제자 오마르와 함께 유럽의 어린 천재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차에 오른 후, 유장 군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진 선생이 전혀 힘을 쓰려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의 말대로 칸트 가문은 지금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은 감히 마영리를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겁니다!”“그러니 한 선생께서는 부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내어 칸트 가문 사람들을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해 볼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이곳에 처음 온 것이니 남에게 강요하기도 불편했다. 이때 한창 운전하고 있던 진개국이 한마디 했다. “한 선생님, 만약 정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뵙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 “네? 무슨 방법이죠. 말해보세요!”진개국은 허허 웃
제이슨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난 한지훈은 그제야 대략적인 감이 잡혔다. 뒤이어 이틀 동안 한지훈은 줄곧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필경 이번 유럽 방문기는,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제이슨 또한 마찬가지로 이틀 동안 용국 특산물까지 가득 사들고는 집안 어른들의 비위를 맞추어주기도 했다. 사실 그의 미래는, 이 집안에서 미움을 받게 되냐 아니냐에 달려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대가를 따지지 않고 더욱더 위로 올라가 가문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여야 했다. 그리고 이틀 후, 한지훈은 제이슨과 함께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으로 향하는 중, 한지훈은 제이슨으로부터 이번에 유럽 무도 학원에 모집된 용국인 학생은 6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6명의 실력은 대부분 사령관 경지에 머물러 있었고, 유럽의 학생들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 그 사실에 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창밖을 응시하였다. “그 말은 즉, 용국에는 천왕계 실력의 수강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거네!”“주인님, 비록 천왕계 수강생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용국에서는 두 명의 교사를 파견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제이슨은 한지훈에게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학생 모집은 바로, 무도 학원이 고의로 용국을 소외시켜 다른 수단을 통해 용국을 배척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의 야비한 속셈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드러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행기는 프랑스의 수도에 착륙하였고, 제이슨은 한지훈을 데리고 가장 먼저 무도 학원으로 향하여 등록하였다. 이내 한지훈을 도와 학원에 이틀간의 휴가를 내고는, 한지훈을 데리고 무도 학원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제이슨은 비로소 식은땀을 닦아냈다. “주인님, 방금 엄청 위험했어요. 아까 그 교관이 바로 러셀로란 가문 사람이었어요!”“방금 주인님께서 계속 아래
한지훈은 반드시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유럽 여행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게 된다. “한 선생님, 사실... 그 출입국 기록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진 선생님과 함께 출국하셨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한 군림의 정체가 바로 한 선생님이라는 걸 설명하는 겁니다!”나계홍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곧바로 진우에게 문자를 보내, 즉시 그와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소각하라고 했다. 이내 한지훈은 나계홍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했어!”그러자 나계홍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한 선생님, 일단 제 차에 타십시오. 제가 선생님을 한 씨 공관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한 씨 공관?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강중을 떠난 지 이제 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또 한 씨 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어두워진 한지훈의 표정에 나계홍은 급히 해명했다. “한 선생님, 사실 변한 건 크게 없습니다. 다만 인테리어를 조금 개선했을 뿐입니다. 이것 또한 도청 선배님의 뜻이라 전 단지 명령받은 대로 진행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새로 이름까지 지었습니다. 필경 사모님도 이젠 국부인의 신분이 되셨으니 공관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나계홍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차는 한 씨 별장으로 향했다. 지금의 한 씨 별장은, 며칠 전 한지훈이 지냈을 때의 모습보다 훨씬 웅장했다. 담장만 해도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 있었고, 담장 정중앙에 있는 별장은 앞문과 뒷문으로 향하는 길에 모두 1리 정도 되는 광활한 땅을 두고 있었다. 이는 도청 전인이 강우연의 안전을 위해 내린 조치였다. 또한 주위에 안배한 천검종 제자 초소들 중, 가장 실력이 약한 초소라 하더라도 최소 4성 전신계 강자였다. 일반 무종이라면 감히 한 씨 공관에 한 발짝도 들어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