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271 - 챕터 280

1598 챕터

제271화

의원 문 앞.“진우 씨, 잠깐만!”이청아는 종종걸음으로 유진우를 쫓아가 덥석 잡았다.“왜 그렇게 빨리 가? 하마터면 못 쫓아올 뻔했잖아!”“미안. 당신네 저 두 친척분 수발을 난 못 드니까 다른 사람 알아봐.”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저런 진상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진우 씨더러 꼭 치료하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예민할 필요 있어?”이청아가 두 눈을 부릅떴다.“난 또...”“또 뭐? 당신한테 웃으라고 강요하면서 억지 부릴 줄 알았어?”이청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콜록콜록. 그건 아니지만.”유진우가 멋쩍게 웃었다. 사리에 밝은 그녀의 모습이 오히려 더 어색했다.“됐어. 이 일은 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거 알아. 앞으로는 최대한 멀리 피하는 게 좋을 거야.”이청아가 선의의 충고를 했다.“저들은 강북 사람들이야. 게다가 재벌이라서 가진 권력이 어마어마해. 진짜 저 사람들이랑 등을 돌리면 조선미 씨도 당신을 지켜주지 못할 수 있어.”“그래? 듣기엔 엄청 대단한 것 같은데?”유진우는 그저 덤덤하게 웃기만 할 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대단하기만 한 줄 알아? 강북의 3대 재벌 모두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가문들이야. 인맥과 세력이 군부대, 정계, 상업계에 전부 분포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거물 중의 거물이지!”이청아가 귀밑머리를 뒤로 넘겼다.“원래는 당신이랑 같이 저 사람들한테 빌붙을 생각이었는데 이미 얼굴을 붉혔으니 어쩌겠어. 당신이 출세할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찬 거지, 뭐.”“아주 고맙네, 그래. 그런 기회라면 됐어.”유진우가 어깨를 들먹였다.“흥! 남의 호의를 개떡으로 알아서야 원.”이청아가 그를 째려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뭔가 평소랑 다른 것 같았다.“야, 유진우! 거기 서!”그때 이서우가 갑자기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뛰어왔다.“우리 엄마가 방금 피를 토했어. 지금 당장 가서 치료해! 이건 명령이야!”유진우를 쫓아오려고 그녀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아까는 죽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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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우리 엄마 병이 다 치료되면 그때 다시 결판을 내겠다!”이서우가 날카롭게 쏘아붙였고 눈빛도 매우 사나웠다.“마음대로 해.”유진우는 어깨를 들먹이며 한껏 여유를 부렸다.“너...”말문이 막힌 이서우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분통이 터졌지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두 사람이 한창 대치 중이던 그때 의원 문 앞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고개를 돌려보니 중무장한 차들이 위풍당당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전부 군부대의 차량이었는데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했다. 차에 탄 호위병들 모두 총에 실탄을 장착한 채로 살기를 내뿜었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저도 모르게 뿔뿔이 흩어졌다.“이상하네? 왜 군대까지 출동했지? 수배범을 잡으려고 그러나?”이청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이서우도 어안이 벙벙했다.“당장 포위해!”그때 맨 앞에 있는 장교가 명을 내리자 호위병들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유진우 등 세 사람을 포위했다.수많은 검은 총구가 그들을 겨누었다.“뭐야?”이청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원래는 별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그냥 구경이나 하려던 참이었는데 호위병들이 그들을 포위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놀라지 마, 당신이랑 상관없어. 저들의 목표는 나야.”주변을 쭉 둘러보던 유진우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진우 씨를 잡으러 온 거라고? 왜?”이청아가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유진우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군부대까지 직접 나섰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별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별일이 아니라고?”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군부대까지 출동했는데 별일이 아니라고?’“유진우! 많은 사람 앞에서 사람을 해친 극악무도한 짓을 벌인 너를 명을 받고 잡으러 왔다! 거역했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장교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의 살기에 이청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장교님, 뭔가 오해하신 거 아니에요?”그녀가 떠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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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필요 없어.”유진우가 단칼에 거절했다.“필요 없다고?”그의 말에 이서우는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도 그가 거절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죽는 게 두렵지도 않단 말인가?“진우 씨! 너무 감정적으로 그러지 마!”이청아가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다급하게 설득했다.“당신이 무슨 죄를 지었든 일단 사는 게 중요해. 이씨 가문이 군부대에 인맥이 넓어. 지금 당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서우 언니밖에 없어.”“저 여자도 날 구하지 못해. 그리고 날 구할 필요도 없고.”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차량 번호와 깃발을 보니 강남의 군부대에서 온 자들이라 강북 쪽에서는 아예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리고 강천호가 관계까지 동원하여 일을 크게 벌였는데 유진우를 쉽게 놓아줄 리가 없었다.“흥! 죽을 때가 됐는데도 입만 살아서는!”이서우는 턱을 들고 하찮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너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구나. 우리 이씨 가문의 도움 없이는 너 평생 못 나와!”“진우 씨,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서우 언니가 하라는 대로 해.”이청아는 애가 타서 안절부절못했다.민간인은 고위급 간부와 싸워서 절대 이기지 못한다. 군부대의 고위급 간부가 일반인을 상대하기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이다. 어쩌면 단 한마디 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그를 없앨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 그냥 가서 차나 한잔 마시다가 금방 나올 거야. 먼저 돌아가 있어.”유진우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군부대까지 출동했으니 체면 정도는 봐줘야 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데려가!”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장교가 명을 내리자 부하가 유진우에게 수갑을 채우고 차에 태웠다. 그들은 다시 위풍당당하게 떠났다.전체 과정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머뭇거림이라곤 없었다.이청아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어 애가 타기만 했다. 그녀의 인맥으로는 군부대의 고위급 간부를 만날 수도 없었기에 유진우를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문득 뭔가 떠오른 이청아는 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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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무슨 일이야?”조선미가 살짝 멈칫했다.“방금 전해들은 소식인데 유진우 씨가 군부대 사람한테 잡혀갔대.”조아영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조선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군부대까지 동원한 걸 보면 배후 세력이 절대 만만한 사람은 아니야.”“언니, 혹시 강씨 가문의 짓이 아닐까?”조아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어제 진우 씨가 강씨 가문에서 사람을 마구 죽이고 강천호의 아들까지 불구로 만들었으니 강씨 가문에서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이 일 강씨 가문이랑 연관 있는 건 확실해. 하지만 강천호의 인맥으로 군부대까지 동원한다는 건 말이 안 돼. 아무래도 선우 가문에서 힘을 보탠 것 같아.”조선미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강준혁의 약혼녀가 선우현정이기에 선우 가문에서 절대 모르는 척하지 않을 것이다. 3대 가문의 일인자인 선우 가문은 강남의 군부대를 휘어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여 아무 배경도 없는 자를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조선미는 유진우에게 언젠가는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언니, 우리 인제 어떡해?”조아영이 떠보듯이 물었다.“일단 진우 씨가 어디 갇혔는지 알아봐. 그다음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말을 마친 조선미는 곧장 의원을 나섰다.전쟁의 서막이 이미 열렸다. 이번에는 강씨 가문과 무조건 끝장을 보겠다고 다짐했다....그 시각, 천호 리조트.강준혁이 두 팔에 두꺼운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맥없이 축 늘어진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그의 옆에 비범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 영감이 앉아있었는데 침술 치료에 몰두한 나머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강천호와 강향란은 혹시라도 방해될까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문 앞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눈앞의 이분이 바로 명성이 자자한 명의 강보현이었다!한참 후, 강보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천호가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명의님, 우리 아들 상황이 어떤가요?”“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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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그 시각, 어느 한 군사 기지의 연병장.유진우는 포승줄로 기둥에 묶여있었고 몸에는 팔뚝만한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전부 철로 만든 것이라 무척이나 단단했다.오늘따라 뙤약볕이 쏟아졌고 그의 주변에는 총을 지닌 무장 병사들이 물샐틈없이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하지만 유진우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전혀 기죽지 않은 그의 여유로운 모습에 병사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인이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다면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게 정상인데 유진우는 예외였다.“네가 유진우야?”그때 장군 제복을 입은 둥글둥글한 얼굴의 남자가 부하들과 함께 걸어왔다.“날 잡아 오기까지 했으면서 내가 누군지도 몰라?”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장군님께서 묻는 물음에만 대답해!”한 장교가 호통 쳤다.“그래. 내가 유진우다.”“그래...”둥근 얼굴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말했다.“제대로 잡아 왔으니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일단 채찍으로 50대 후려쳐.”그의 명령에 장교들은 저도 모르게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군의 채찍은 일반 채찍과 확연히 달랐다.일반인은 서너 대만 맞아도 쓰러지고 열 대 만에 정신을 잃게 된다. 스무 대를 맞으면 죽지는 않더라도 남은 인생은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 그리고 50대는 지금까지 버틴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기세를 보아하니 오늘 유진우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인 것 같다.“잠깐.”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봐, 장군.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채찍부터 날리는 건 규정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이곳에선 내 말이 곧 규정이야!”둥근 얼굴의 남자가 우쭐거리며 싸늘하게 말했다.“너 같은 천민은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지금 권세를 등에 업고 사람을 괴롭히겠다는 거야?”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괴롭히면 뭐? 여기 총이 수백 대나 있는데 너 하나 못 해결하겠어?”둥근 얼굴의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총이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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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덩치 큰 사내가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귀청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아주 먼 곳에서도 선명하게 들렸다.“하하... 아주 잘하고 있어!”어제 유진우가 기고만장한 만큼 오늘 그대로 전부 갚아줄 생각이었다.“현정아, 이 자식이 만만치 않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봤을 땐 별거 아닌데?”둥근 얼굴의 남자가 흉악스럽게 웃었다.“결국에는 내 손에 잡혀서 얻어맞고 있잖아.”“오빠, 이 자식 무사인데 실력이 어마어마해. 어젯밤 강씨 가문의 그 많은 사람들도 저 자식을 막지 못했다니까.”선우현정이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하하... 아무리 강해봤자 무사인데 내 천군만마를 당해낼 수 있겠어?”둥근 얼굴의 남자가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요 몇 년간 군에서 민간의 고수를 얼마나 많이 잡아들였는지 몰라. 하나같이 위풍당당하던 존재들이 결국에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잖아.”“그건 그래.”선우현정이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민간인과 고위급 간부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민간에 고수가 많긴 하지만 권력 앞에서는 결국에는 고개를 숙이게 돼 있었다.두 사람이 한창 얘기를 나누던 그때 덩치 큰 사내는 쇠 채찍으로 유진우의 등을 세게 후려갈겼다.“퍽!”귀청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멀쩡한 유진우와 달리 오히려 쇠 채찍이 산산이 조각났다.“뭐?”끝부분만 남은 쇠 채찍을 본 덩치 큰 사내는 순간 넋을 잃었다.‘이 채찍은 특수 제작한 것이라 칼로 끊을 수도 없고 불에 타지도 않는데 사람 몸에 맞고 나서 부러졌다고? 저 자식은 쇠로 만들어졌어?’고개를 든 덩치 큰 사내의 표정에 의혹이 가득했다.조금 전 적어도 십여 대를 때렸는데 일반인이었더라면 진작 피범벅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유진우는 옷이 찢긴 것 외에는 몸에 상처 하나 나질 않았고 아주 멀쩡했다.“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덩치 큰 사내는 당황함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쇠 채찍을 후려갈긴 지 수년이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왜? 왜 안 때려?”한창 싱글벙글 얘기를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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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응?”한껏 여유로운 모습의 유진우를 본 둥근 얼굴의 남자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쇠 채찍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단단한 사람도 열대를 버티지 못하는데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채찍을 세 개나 부러뜨렸다. 실로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이 자식아! 너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둥근 얼굴의 남자가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때리고 싶으면 때릴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유진우는 하품까지 했다. 상대를 업신여기는 그의 모습에 둥근 얼굴의 남자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젠장! 오늘 널 죽이고 말 것이야!”둥근 얼굴의 남자는 두말없이 부장교의 칼을 뽑아 들고 유진우를 찌르려 했다.“쨍그랑!”하지만 유진우의 몸에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고 오히려 둥근 얼굴의 남자가 들고 있던 칼이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강신술?”선우현정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누구보다 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쇠 채찍으로 때리고 칼로 찔러도 상처 하나 나지 않은 건 몸을 지키는 기공을 수련한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 무술은 내공을 많이 쓰기에 일반 무사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오빠, 일반적인 무기로는 상처 하나 내지 못할 거야. 아무래도 다른 고수를 불러야겠어.”선우현정이 귀띔했다.“저 자식 만만한 놈이 아닌 건 확실해. 그러니까 너희들이 처리하지 못했지. 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이상 걱정할 필요 없어.”둥근 얼굴의 남자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오빠, 다른 방법이 있어?”선우현정이 떠보듯이 물었다.“우리 군부대는 전쟁에 나가 적을 죽이는 것에만 능숙하지, 이런 고문에는 익숙지 않아. 하지만 괜찮아, 형부에 어마어마한 사람을 알아. 그분을 모셔오면 저 자식도 손이야 발이야 하고 빌게 돼 있어!”둥근 얼굴의 남자가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그래? 어떤 사람이기에 그렇게 대단해?”선우현정의 두 눈이 반짝였다.“형부에 도살자가 두 명 있는데 그중 한 명인 혈마라고 불리는 자야.”둥근 얼굴의 남자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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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오빠, 저 쇠사슬 단단해? 저 자식 실력이 만만치 않아. 혹시라도 풀어버리면 어떡해?”선우현정이 물었다.“걱정하지 마, 우리 쇠사슬은 전부 철로 만들어져서 검으로 부러뜨리지 못할 정도로 단단해. 인간은 물론이고 코끼리도 꼼짝 못 하게 묶을 수가 있거든. 이 쇠사슬을 잠근 이상 키가 없으면 평생 열지 못해!”둥근 얼굴의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전에도 무도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지만 이 쇠사슬을 푼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럼 다행이고.”선우현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쨍그랑하고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유진우가 팔뚝만한 굵기의 쇠사슬을 아주 손쉽게 부러뜨리고는 여유롭게 기지개까지 켜는 것이었다.“X발!”둥근 얼굴의 남자는 너무도 놀라 들고 있던 디저트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옆에 있던 선우현정도 넋을 놓긴 마찬가지였다.‘철로 만든 거라서 아주 단단하다며? 그런데 저렇게 손쉽게 부러뜨렸다고?’“당장 저놈을 포위해!”둥근 얼굴의 남자가 명을 내리자 연병장에 있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유진우를 물샐틈없이 포위했다.“너무 긴장해 하지는 마. 그냥 밥만 먹으려는 것뿐이니까.”유진우는 바닥에 털썩 앉아 유유자적하게 고기를 먹으며 술을 마셨다. 둥근 얼굴의 남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 저 많은 총구 앞에서도 저렇게 여유를 부릴 수가 있지? 대단한 실력을 감춘 자일까, 아니면 일부러 침착한 척하는 걸까?’유진우가 배불리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다시 한 번 그를 묶어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굵은 쇠사슬이었고 거의 온몸을 칭칭 감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둥근 얼굴의 남자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경비대에게 계속 지켜보라고 했다. 유진우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바로 폭탄을 날리라고 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군용 지프차 한 대가 갑자기 군사 기지로 들어와 연병장 안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면서 몸이 삐쩍 마른 한 중년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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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뭐야?”갑자기 무릎을 꿇은 혈마를 보며 주 장군과 선우현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갑자기 왜 무릎을 꿇고 난리야? 고문하기 전에 절이라도 하려는 건가?’의아해하는 주변 사람들과 달리 삐쩍 마른 남자는 겁에 질린 채 식은땀까지 뻘뻘 흘렸다.인간 도살자 홍복홍의 제자인 그가 어찌 기린도의 진짜 의미를 모르겠는가?이런 독특한 검은 기린도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었고 권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분이 바로 10년 전에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유씨 가문의 천재구나! 망했어, 망했어...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건데! 안 돼! 아직 일이 크게 번지기 전에 얼른 도망가야 해.’“혈마님, 대체 왜 그러십니까? 어디 불편하세요?”혈마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자 주 장군이 황급히 달려와 그를 부축하려 했다.“X발, 다 당신 때문이야!”분노가 치밀어 오른 혈마는 다짜고짜 손을 들어 주 장군의 따귀를 힘껏 후려갈겼다. 그 바람에 주 장군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혈마님, 갑...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후끈거리는 볼을 움켜잡은 주 장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왜 이러냐고? 널 죽이지 않은 걸 고맙게 생각해. 내가 뭘 어쨌다고 나한테 이러는 건데?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혈마는 주 장군을 발로 확 차버린 뒤 가방을 들고 냅다 줄행랑을 쳤다. 고문 도구가 떨어져도 줍지도 못하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황급히 도망쳤다.“뭐야?”주 장군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던 혈마가 부리나케 도망갔을까?“대체 어떻게 된 거야?”선우현정도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혈마를 모셔오면 그동안의 복수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지만 고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냅다 도망치고 말았다.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이놈아! 대체 뭘 했기에 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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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주 장군이 가슴을 쫙 펴며 우쭐거렸다.“난 조 사령관님 밑에 있는 백호군의 부장군이야. 저 자식이 누구든 쉽게 해결할 수 있어. 기다려봐!”그때 휴대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여보세요? 주 장군님, 전 안씨 가문의 안병서입니다. 당신이 잡아서는 안 되는 사람을 잡았어요. 당장 풀어줘요. 지금이라도 풀어주면 화는 면할 수 있을 거예요.”“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감히 나한테 명령해? 꺼져!”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오빠, 또 누가 유진우를 풀어달라고 사정하는 거야?”선우현정이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물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있을 거라고 진작 예상했다.“흥! 내 손에 잡힌 사람은 절대 못 풀어줘!”주 장군이 하찮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선우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 남성 전체에 그가 두려워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따르릉...”곧이어 두 번째 전화가 걸려왔다.“주 장군님, 저는 조씨 가문 사람입니다. 장군님 부하가 제 친구를 잡아갔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넓은 아량으로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안 돼! 유진우는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어. 이미 형부에 넘겼으니까 누가 와서 사정해도 소용없어!”주 장군은 할 얘기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그 뒤로도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두 번째 전화 뒤에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전화가 연거푸 걸려왔다.“여보세요? 주 장군님, 저 손기태입니다...”“주 장군님, 저는 강북의 이씨 가문을 대표하여...”“주 장군, 부탁할 일이 하나 있는데...”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처음에 주 장군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다가 나중에는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이젠 같은 급의 장군마저 유진우를 대신해 사정했다. 두려운 건 아니지만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결국 그는 참다못해 휴대 전화를 꺼버렸다.“너 인맥이 꽤 넓구나. 내가 널 과소평가했어.”주 장군이 고개를 천천히 들며 싸늘하게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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