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사내가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귀청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아주 먼 곳에서도 선명하게 들렸다.“하하... 아주 잘하고 있어!”어제 유진우가 기고만장한 만큼 오늘 그대로 전부 갚아줄 생각이었다.“현정아, 이 자식이 만만치 않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봤을 땐 별거 아닌데?”둥근 얼굴의 남자가 흉악스럽게 웃었다.“결국에는 내 손에 잡혀서 얻어맞고 있잖아.”“오빠, 이 자식 무사인데 실력이 어마어마해. 어젯밤 강씨 가문의 그 많은 사람들도 저 자식을 막지 못했다니까.”선우현정이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하하... 아무리 강해봤자 무사인데 내 천군만마를 당해낼 수 있겠어?”둥근 얼굴의 남자가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요 몇 년간 군에서 민간의 고수를 얼마나 많이 잡아들였는지 몰라. 하나같이 위풍당당하던 존재들이 결국에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잖아.”“그건 그래.”선우현정이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민간인과 고위급 간부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민간에 고수가 많긴 하지만 권력 앞에서는 결국에는 고개를 숙이게 돼 있었다.두 사람이 한창 얘기를 나누던 그때 덩치 큰 사내는 쇠 채찍으로 유진우의 등을 세게 후려갈겼다.“퍽!”귀청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멀쩡한 유진우와 달리 오히려 쇠 채찍이 산산이 조각났다.“뭐?”끝부분만 남은 쇠 채찍을 본 덩치 큰 사내는 순간 넋을 잃었다.‘이 채찍은 특수 제작한 것이라 칼로 끊을 수도 없고 불에 타지도 않는데 사람 몸에 맞고 나서 부러졌다고? 저 자식은 쇠로 만들어졌어?’고개를 든 덩치 큰 사내의 표정에 의혹이 가득했다.조금 전 적어도 십여 대를 때렸는데 일반인이었더라면 진작 피범벅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유진우는 옷이 찢긴 것 외에는 몸에 상처 하나 나질 않았고 아주 멀쩡했다.“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덩치 큰 사내는 당황함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쇠 채찍을 후려갈긴 지 수년이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왜? 왜 안 때려?”한창 싱글벙글 얘기를 나누
“응?”한껏 여유로운 모습의 유진우를 본 둥근 얼굴의 남자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쇠 채찍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단단한 사람도 열대를 버티지 못하는데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채찍을 세 개나 부러뜨렸다. 실로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이 자식아! 너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둥근 얼굴의 남자가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때리고 싶으면 때릴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유진우는 하품까지 했다. 상대를 업신여기는 그의 모습에 둥근 얼굴의 남자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젠장! 오늘 널 죽이고 말 것이야!”둥근 얼굴의 남자는 두말없이 부장교의 칼을 뽑아 들고 유진우를 찌르려 했다.“쨍그랑!”하지만 유진우의 몸에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고 오히려 둥근 얼굴의 남자가 들고 있던 칼이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강신술?”선우현정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누구보다 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쇠 채찍으로 때리고 칼로 찔러도 상처 하나 나지 않은 건 몸을 지키는 기공을 수련한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 무술은 내공을 많이 쓰기에 일반 무사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오빠, 일반적인 무기로는 상처 하나 내지 못할 거야. 아무래도 다른 고수를 불러야겠어.”선우현정이 귀띔했다.“저 자식 만만한 놈이 아닌 건 확실해. 그러니까 너희들이 처리하지 못했지. 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이상 걱정할 필요 없어.”둥근 얼굴의 남자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오빠, 다른 방법이 있어?”선우현정이 떠보듯이 물었다.“우리 군부대는 전쟁에 나가 적을 죽이는 것에만 능숙하지, 이런 고문에는 익숙지 않아. 하지만 괜찮아, 형부에 어마어마한 사람을 알아. 그분을 모셔오면 저 자식도 손이야 발이야 하고 빌게 돼 있어!”둥근 얼굴의 남자가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그래? 어떤 사람이기에 그렇게 대단해?”선우현정의 두 눈이 반짝였다.“형부에 도살자가 두 명 있는데 그중 한 명인 혈마라고 불리는 자야.”둥근 얼굴의 남자가 대답했다.
“오빠, 저 쇠사슬 단단해? 저 자식 실력이 만만치 않아. 혹시라도 풀어버리면 어떡해?”선우현정이 물었다.“걱정하지 마, 우리 쇠사슬은 전부 철로 만들어져서 검으로 부러뜨리지 못할 정도로 단단해. 인간은 물론이고 코끼리도 꼼짝 못 하게 묶을 수가 있거든. 이 쇠사슬을 잠근 이상 키가 없으면 평생 열지 못해!”둥근 얼굴의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전에도 무도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지만 이 쇠사슬을 푼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럼 다행이고.”선우현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쨍그랑하고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유진우가 팔뚝만한 굵기의 쇠사슬을 아주 손쉽게 부러뜨리고는 여유롭게 기지개까지 켜는 것이었다.“X발!”둥근 얼굴의 남자는 너무도 놀라 들고 있던 디저트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옆에 있던 선우현정도 넋을 놓긴 마찬가지였다.‘철로 만든 거라서 아주 단단하다며? 그런데 저렇게 손쉽게 부러뜨렸다고?’“당장 저놈을 포위해!”둥근 얼굴의 남자가 명을 내리자 연병장에 있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유진우를 물샐틈없이 포위했다.“너무 긴장해 하지는 마. 그냥 밥만 먹으려는 것뿐이니까.”유진우는 바닥에 털썩 앉아 유유자적하게 고기를 먹으며 술을 마셨다. 둥근 얼굴의 남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 저 많은 총구 앞에서도 저렇게 여유를 부릴 수가 있지? 대단한 실력을 감춘 자일까, 아니면 일부러 침착한 척하는 걸까?’유진우가 배불리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다시 한 번 그를 묶어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굵은 쇠사슬이었고 거의 온몸을 칭칭 감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둥근 얼굴의 남자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경비대에게 계속 지켜보라고 했다. 유진우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바로 폭탄을 날리라고 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군용 지프차 한 대가 갑자기 군사 기지로 들어와 연병장 안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면서 몸이 삐쩍 마른 한 중년 남자가
“뭐야?”갑자기 무릎을 꿇은 혈마를 보며 주 장군과 선우현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갑자기 왜 무릎을 꿇고 난리야? 고문하기 전에 절이라도 하려는 건가?’의아해하는 주변 사람들과 달리 삐쩍 마른 남자는 겁에 질린 채 식은땀까지 뻘뻘 흘렸다.인간 도살자 홍복홍의 제자인 그가 어찌 기린도의 진짜 의미를 모르겠는가?이런 독특한 검은 기린도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었고 권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분이 바로 10년 전에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유씨 가문의 천재구나! 망했어, 망했어...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건데! 안 돼! 아직 일이 크게 번지기 전에 얼른 도망가야 해.’“혈마님, 대체 왜 그러십니까? 어디 불편하세요?”혈마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자 주 장군이 황급히 달려와 그를 부축하려 했다.“X발, 다 당신 때문이야!”분노가 치밀어 오른 혈마는 다짜고짜 손을 들어 주 장군의 따귀를 힘껏 후려갈겼다. 그 바람에 주 장군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혈마님, 갑...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후끈거리는 볼을 움켜잡은 주 장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왜 이러냐고? 널 죽이지 않은 걸 고맙게 생각해. 내가 뭘 어쨌다고 나한테 이러는 건데?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혈마는 주 장군을 발로 확 차버린 뒤 가방을 들고 냅다 줄행랑을 쳤다. 고문 도구가 떨어져도 줍지도 못하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황급히 도망쳤다.“뭐야?”주 장군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던 혈마가 부리나케 도망갔을까?“대체 어떻게 된 거야?”선우현정도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혈마를 모셔오면 그동안의 복수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지만 고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냅다 도망치고 말았다.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이놈아! 대체 뭘 했기에 혈
주 장군이 가슴을 쫙 펴며 우쭐거렸다.“난 조 사령관님 밑에 있는 백호군의 부장군이야. 저 자식이 누구든 쉽게 해결할 수 있어. 기다려봐!”그때 휴대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여보세요? 주 장군님, 전 안씨 가문의 안병서입니다. 당신이 잡아서는 안 되는 사람을 잡았어요. 당장 풀어줘요. 지금이라도 풀어주면 화는 면할 수 있을 거예요.”“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감히 나한테 명령해? 꺼져!”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오빠, 또 누가 유진우를 풀어달라고 사정하는 거야?”선우현정이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물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있을 거라고 진작 예상했다.“흥! 내 손에 잡힌 사람은 절대 못 풀어줘!”주 장군이 하찮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선우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 남성 전체에 그가 두려워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따르릉...”곧이어 두 번째 전화가 걸려왔다.“주 장군님, 저는 조씨 가문 사람입니다. 장군님 부하가 제 친구를 잡아갔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넓은 아량으로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안 돼! 유진우는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어. 이미 형부에 넘겼으니까 누가 와서 사정해도 소용없어!”주 장군은 할 얘기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그 뒤로도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두 번째 전화 뒤에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전화가 연거푸 걸려왔다.“여보세요? 주 장군님, 저 손기태입니다...”“주 장군님, 저는 강북의 이씨 가문을 대표하여...”“주 장군, 부탁할 일이 하나 있는데...”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처음에 주 장군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다가 나중에는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이젠 같은 급의 장군마저 유진우를 대신해 사정했다. 두려운 건 아니지만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결국 그는 참다못해 휴대 전화를 꺼버렸다.“너 인맥이 꽤 넓구나. 내가 널 과소평가했어.”주 장군이 고개를 천천히 들며 싸늘하게 웃
“짝!”장 부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귀싸대기부터 날렸다.얻어맞은 주 장군은 어안이 벙벙했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했다.‘내가 웃는 얼굴로 맞아줬더니 X발 나한테 귀싸대기를 날려? 정말 너무하네!’“장 부관님! 왜 이러시는 거죠?”주 장군의 얼굴색은 어두워졌고 불만을 드러냈다.아무리 상대가 남궁을용의 부관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멋대로 수모를 안겨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남궁을용보다 관직이 더 높은 조 사령관이 받쳐주고 있었으니 말이다.“주 장군, 이 한 방은 당신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야.”장 부관이 차갑게 말했다.“진우 도련님에게 손을 댄 것부터 문제야. 지금 당장 풀어줘, 아니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예요?”주 장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장씨, 겨우 장군님의 말 잘 듣는 개인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명령하는 거야?”“내게 그럴 자격이 없는 건 맞지만, 장군님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시지. 혼쭐나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사람을 풀어줘.”장 부관이 무표정으로 말했다.“흥, 장군님으로 날 겁주려는 거야?”주 장군은 약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는 극악무도한 사람밖에 잡지 않아. 게다가 확실한 증거도 있는데 당신이 풀어주라고 하면 내가 풀어줘야 하는 거야?”만약 상대가 처음에 좋은 말로 설득했다면 그는 남궁을용의 체면을 봐서라도 유진우를 풀어줬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귀싸대기를 맞고 나니 더는 참지 못하고 벌컥 화를 냈다.“주 장군, 내가 경고를 안 한 건 아니야. 아직도 고집을 부린다면 나중에 아무도 당신을 못 구할 거야!”장 부관이 경고했다.“내가 그까짓 말로 겁을 먹을 줄 알아?”주 장군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솔직히 말할게. 나 조 사령관님 밑의 사람이야. 나를 건드리면 조 사령관님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다고!”“그러니까 당신 말은 사람을 절대 풀어줄 수 없다는 거지?”장 부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오늘 옥황상제가 와도 나는 절대
병사들은 남궁 가문의 병사와 서로 대치하기 시작했는데 살벌한 분위기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들어가서 진우 도련님 구해!”장 부관은 망설이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누가 감히 움직이는지 한 번 보겠어!”주 장군은 앞을 가로막더니 허리춤에 달았던 총을 꺼내 들고는 말했다.“누가 감히 앞으로 한 발짝만 내디뎌도 총으로 바로 쏴버릴 것이야!”“어디 한 번 해봐!”장 부관은 전혀 겁먹지 않은 듯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나랑 해보자는 거야?”주 장군은 이를 악물면서 표독스러운 얼굴을 보였다.“쌩쌩...”쌍방이 막 전쟁을 펼치려던 그때, 하늘 위에 갑자기 무장헬기 몇 대가 나타났다.헬기는 소리를 내며 사람들의 바로 머리 위에 멈췄다.이 광경을 본 주 장군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다.“하하... 저거 조 사령관님 전용 헬기야! 장씨, 오늘 참패를 당할 거라고. 조 사령관님께서 직접 오셨으니 무슨 수로 뒤집는지 한 번 지켜보겠어!”주 장군이 거침없이 웃으며 말했다.조 사령관은 자기 사람을 감싸기로 유명했다. 상대가 자기 진영으로 쳐들어왔으니 그는 절대 상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주 장군은 벌써 장 부관이 얻어맞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었다.“쌩쌩...”인파가 흩어지면서 헬기는 천천히 착륙하고 지면에 안착했다.이때, 헬기 문이 열렸다.잘생기고 훈훈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젊은 남자가 여자 부하 몇 명을 데리고 헬기에서 내렸다.“조 사령관님! 마침 잘 오셨어요!”젊은 남자를 보자 주 장군은 아첨을 떨며 그를 반겼다.“이놈들이 기지에서 죄수를 강탈하려 합니다. 사령관님께서 제대로 혼내주십시오!”“유진우라는 사람을 잡았다며?”조무진은 그의 말에 대답하기는커녕 오히려 차갑게 물었다.“맞습니다! 그자가 워낙 극악무도하여 지금 고문하려던 참이었어요.”주 장군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고문하려 했다고?”조무진이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눈가에는 살기가 어렸다.“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바로 저기에 묶어뒀습니다!”주 장군이 한곳을 가리
“진... 진우 형?”아부를 떠는 조무진의 모습을 보자 주 장군은 어안이 벙벙했고 머리가 새하얘졌다.눈앞의 조무진은 명성이 자자한 전쟁의 신이 아니던가! 게다가 용국의 가장 젊은 사령관으로서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그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유진우를 형이라고 부르다니?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저 녀석이 어떻게 조 사령관님을 알고 있을 수가 있어?”선우현정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큰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그녀의 조사에 의하면 유진우는 뒷배도 없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는데 왜 명성이 자자한 전쟁의 신과 알고 지낸 사이인 것이지?“그러게, 정말 오랜만이네.”유진우가 조무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 이 녀석,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데? 앞으로 잘 부탁해.”“농담은 그만해!”조무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런 누추한 곳이 성에나 찰까?”“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내가 한 턱 살게. 뭐 마실래?”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여봐라. 얼른 진우 형을 풀지 못할까!”조무진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괜찮아,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유진우가 기지개를 켜더니 ‘툭툭’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그를 묶었던 팔뚝 굵기의 쇠사슬은 그 자리에서 끊어지게 되었다.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저마다 놀라서 입을 떡 벌었다.주석으로 만들어진 쇠사슬은 튼튼하기로 소문났다. 그런데 유진우가 기지개 한 번에 그 쇠사슬을 모두 끊어버렸다니?엄청 대단한걸?“참, 이 두 사람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유진우가 갑자기 주 장군과 선우현정을 보며 말했다.“당연히 법대로 해야지. 사람을 납치하고 허가도 없이 고문했으니 감옥에서 적어도 수십 년은 보내야 하지 않을까?”조무진이 덤덤하게 말했다.“수십 년이요?”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사람 수명이 고작 몇십 년 밖에 안 되는데 수십 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면 감옥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