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1596 챕터

제121화

“네가 왜 여기에 있어?”유진우를 본 이청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옆에 서 있는 아리따운 조아영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리면서 얼굴을 찌푸렸다.‘조선미 씨 하나로도 부족해서 밖에서 또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거야? 역시 남자는 싫증을 잘 내고 한결같지 않아.”“유진우 씨, 두 사람 아는 사이예요?”조아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알죠. 이분이 바로 청성 그룹의 대표 이청아예요.”유진우는 부정하지 않았다.“아, 이 대표님이시군요!”조아영의 두 눈에 적대감이 스쳐 지나갔다.눈앞의 이 여자가 바로 언니의 연적이기에 잘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재결합하는 일 따위는 절대 없어야 했다.“흥! 왜 어딜 가나 네가 있는 거야? 재수 없게!”장경화가 눈살을 찌푸렸다.“유진우, 너 아주 대단하구나! 그새 또 다른 여자를 만나? 역시 기생오라비는 다르다니까!”이현이 하찮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지만 사실 속으로는 무척이나 질투했다.‘젠장! 나처럼 괜찮은 남자는 여자친구도 없는데 쟤는 뭐가 잘났길래 자꾸 여자를 바꾸는 거야?’처음에는 상업 퀸인 조선미였다가 이번에는 청순하고 예쁘장한 여자였다.하늘도 참 무심하시지!“어이! 아까 소리친 게 너희 둘이야?”단소홍이 짜증 섞인 얼굴로 아래위로 훑어보았다.“그래, 나야.”조아영이 두 걸음 앞으로 나서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장님, 이 백 년 영지는 제가 가질게요. 얼마예요?”“흥! 네가 가지겠다고? 네가 뭔데?”단소홍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솔직하게 얘기할게. 이 영지 아까 내가 10억에 샀어!”“이봐, 우리가 영지를 급하게 쓸데가 있어서 그러는데 양보해주면 안 될까?”조아영이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네까짓 게 뭔데 내가 양보해줘야 해? 썩 꺼져!”단소홍이 가차 없이 거절했다.“뭐?”조아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하게 말했다.“사장님, 이 여자가 방금 10억에 샀다고 했죠? 그럼 난 16억에 살게요!”“16억?”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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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의기양양한 얼굴로 시건방을 떠는 단소홍을 보며 조아영은 이를 꽉 깨물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 참았다.“이봐, 나 정말 영지가 필요해서 그래. 나한테 다시 팔면 안 될까? 내가 40억 줄게!”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돈이 있으면 다야? 내 영지를 가지려고? 꿈 깨!”단소홍이 나무 상자를 꽉 안고 우쭐거렸다.“너...”조아영은 너무도 화가 나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결국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유진우 씨, 나도 더는 모르겠어요. 당신이 알아서 해요!”유진우도 체면 가리지 않고 단소홍에게 물었다.“소홍아, 너 이 백 년 영지를 어디에 쓰려고 그래?”“어디에 쓰든 네가 알 게 뭐야!”단소홍이 두 눈을 부릅떴다.“오늘 당신들이 입이 닳도록 말해도 절대 안 팔아!”“이렇게나 큰 영지를 약으로 쓴다면 다 쓰지도 못해...”유진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소홍이 가차 없이 잘라버렸다.“닥쳐! 다 못 쓰면 또 어때? 내가 낭비하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들한테는 죽어도 못 팔아.”그녀의 말에 유진우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이토록 막무가내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사장님, 카드로 할게요!”단소홍이 장경화가 들고 있던 카드를 확 낚아채고는 뚱보 사장에게 건넸다.부처는 향불을 받아야 하고 사람은 기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돈보다 체면을 더 중요시하는 그녀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영지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소홍아, 30억은... 너무 비싼 거 아니야?”장경화는 두 다리마저 후들거렸다. 이 돈은 그녀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이모, 고작 30억 갖고 왜 그래요? 나중에 제가 돈 벌면 배로 갚아줄게요.”단소홍은 기개만큼은 하늘을 찔렀다.그녀의 말에 장경화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네가 돈 벌기를 기다렸다간 내가 다 늙어 죽겠다.’거래를 마친 후 기분이 좋아진 단소홍이 일부러 은은하게 비꼬듯 말했다.“두 사람 아직 이런 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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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이보세요, 두 분. 이 바닥에서는 거래가 끝나면 완전히 끝이에요. 게다가 물건도 당신이 사겠다고 했지, 내가 억지로 판 것도 아니잖아요.”뚱보 사장이 싸늘하게 말했다.“헛소리 집어치워! 영지를 돌려줄 테니까 당장 환불해!”단소홍이 뚱보 사장의 멱살을 잡으며 매섭게 밀어붙였다.“왜? 여기서 난동이라도 부리려고?”뚱보 사장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그러자 우람한 체격의 남자들이 방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하나같이 흉악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단소홍 일행은 겁에 질린 나머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너희들 죽으려고 환장했어? 감히 주 사장님 가게에서 난동을 부려?”“딱 봐도 이곳의 룰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네.”“그러니까 말이야! 물건을 사면서 물건을 확인도 하지 않고 값만 부르다니. 정말 바보 멍청이야.”구경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왜? 사람이 많으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장경화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강한 척 밀어붙였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뚱보 X끼야, 내가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환불해주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사기죄로 고소할 거야!”“고소해, 그럼. 마음대로 고소해.”뚱보 사장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내가 판 게 백 년 영지가 확실해. 어딜 가서 물어보든 다 같은 결과야. 그리고 가격은 네가 스스로 부른 거지,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러니까 소송을 해도 소용없을 거야.”“너...”장경화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상대 쪽에 사람이 많아 감히 덤비지도 못했다.“빌어먹을 자식! 영지가 문제 있다고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어?”단소홍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가 돈을 내기 전에 영지는 이미 네 손에 있었어. 네가 확인하지 않은 게 내 탓이야?”뚱보 사장이 당당하게 말했다.그 말에 단소홍은 분노가 치밀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비록 그녀의 돈은 아니지만 사기당한 기분이 너무도 억울하고 답답했다.“하하하... 3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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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제가 살게요. 10억!”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뭇사람들은 저마다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바보가 아닌 이상 이 백 년 영지는 쓰레기나 마찬가지라는 걸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걸 사겠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유진우 씨, 미쳤어요? 10억에 이런 쓰레기를 사게?”조아영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고 유진우의 행동이 참으로 무모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했다.“진... 진짜 살 거야?”장경화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왜요? 안 팔 거예요?”유진우가 되물었다.“팔아, 팔아. 당연히 팔지.”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장경화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비록 10억에 팔면 많이 밑지긴 하지만 그래도 일전 한 푼도 못 건지는 것보단 나았다.“진우 씨, 아무 쓸모 없는 영지를 정말 살 생각이야?”이청아가 무뚝뚝한 말투로 물었다.“이 녀석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 영지가 얼마나 귀한 건데.”장경화가 화들짝 놀랐다. 겨우 사겠다는 사람이 생겼는데 이렇게 초를 쳐서야 원.만약 안 사겠다고 하면 어쩌려고?“당연히 사야지.”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적어도 난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거든.”“그래그래! 이건 보기 드문 백 년 영지야. 10억이면 손해 볼 건 없지.”장경화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열심히 맞장구쳤다. 마치 귀한 손님이라도 대하는 것처럼 태도가 친절하고 열정적이었다.“유진우! 10억이면 적지 않은 돈인데 너한테 그만한 돈이 있어?”이현이 의심에 찬 눈초리로 쳐다보았다.“난 없지만 아영 씨한테는 있어.”유진우가 옆에 있는 조아영을 가리켰다.“나요?”조아영이 멈칫하더니 그를 째려보았다.“난 호구가 될 생각이 없어요.”“내가 빌린 거로 하면 안 돼요? 이 물건이 나한테 엄청 중요해서 그래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알았어요! 내가 못 살아 정말. 10억으로 교훈이나 산다고 생각하죠, 뭐.”조아영은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10억은 그녀에게 있어서 별로 큰돈도 아니었다.결국 양측은 순조롭게 거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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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정말 구제 불능이야.”이현이 바보를 쳐다보듯 유진우를 쳐다보았다.“쟤 도대체 지금 뭐 하는 거야?”이청아도 눈살을 찌푸렸다. 유진우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유진우는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을 구부린 채 영지 가루 속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곧이어 손바닥만 한 붉은 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작고 앙증맞은 영지는 핏빛 선홍색을 띠었고 이상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었는데 딱 봐도 평범한 물건 같지는 않았다.“이상하네. 저 큰 영지 속에 왜 저런 작은 영지가 있지?”조아영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영지도 새끼치기하나?그때 뚱보 사장이 뭔가 알아챈 듯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설... 설마... 저게 바로 전설 속의 혈영지란 말이야?”그의 말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뭐라고요? 혈영지? 사장님,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맞아요, 맞아요. 제가 책에서 봤는데 저게 바로 혈영지예요.”“세상에나. 여기서 혈영지를 다 보다니! 정말 대박이에요!”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질투가 섞여 있었다.“잠깐만요! 혈영지가 뭐예요?”이리저리 살피던 조아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혈영지도 영지의 일종이긴 한데 일반 영지보다 훨씬 희귀하고 영지 중의 최상급이라고 불리는 진정한 보물이죠.”뚱보 사장이 침을 꿀꺽 삼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진정한 보물요? 그럼 값이 얼마죠?”조아영이 계속 캐물었다.“혈영지는 가격이 엄청 비싸요. 경매에 내놓으면 적어도 2천억은 넘을걸요.”뚱보 사장이 엄청난 금액을 말했다.“네? 2천억이요?”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평생 힘들게 벌어도 그만한 돈을 벌기 어려웠다.“말... 말도 안 돼. 저렇게나 작은 물건이 2천억이나 한다고?”장경화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2천억도 적게 부른 거예요. 만약 경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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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저 자식은 정말 운도 좋아! 혈영지를 다 얻다니!”“그러니까 말이야. 저것만 있으면 평생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저 영지를 사는 건데!”혈영지가 나타나서부터 구경꾼들은 한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떠들어댔다.유진우를 쳐다보는 눈빛에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 섞여 있었다.“젠장! 저 자식은 대체 무슨 행운이래?”이현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질투 어린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이상하네. 저 안에 저런 보물이 들어있는 줄 어떻게 알았지?”이청아는 놀라움과 동시에 의혹도 생겨났다. 약재 사장을 포함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알아채지 못했는데 하필 유진우만 보아냈다.운이 좋은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진우 씨, 우리 이번에 대박 났어요! 그런데 이 안에 혈영지가 숨어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조아영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던졌다.“사실 나도 확신이 없었어요. 그냥 추측일 뿐이었어요.”유진우가 겸손하게 말했다.“추측요?”조아영이 순간 멈칫했다.“그 말은 이 안에 혈영지가 있는 것도 몰랐으면서 10억을 걸었단 뜻이에요?”“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죠.”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우 씨를 바보라고 해야 할지,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조아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박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걸었잖아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었다.“멀쩡한 백 년 영지가 아무런 이유 없이 말라죽은 걸 보고 꼭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예전에 고서에서 비슷한 기록을 본 적이 있어요.”“정말 대단해요! 오늘 제대로 좋은 구경을 했어요!”조아영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오늘부로 그에 대한 존경심이 조금 더 깊어졌다.“잠깐! 이 혈영지는 내 것이야!”그때 상황 파악을 마친 장경화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어 혈영지를 빼앗으려 하자 조아영이 막아섰다.“어이! 지금 뭐 하는 거야?!”“안 팔아, 안 팔아! 1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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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밤사이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이튿날 새벽, 천향원.조선미는 커피를 마시며 여러 자료를 훑어보았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그녀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조금 드리웠다.“조선미!”그때 조준서가 흰 눈썹 영감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무슨 일인데?”조선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 자료를 훑었다.“쾅!”조준서가 다짜고짜 한 나무 상자를 책상 위에 내려놓더니 뚜껑을 열었다. 흰 알약 하나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조선미, 이게 뭔지 봐봐.”조준서가 알약을 가리켰다.“이게 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알려줘야지.”조선미는 여유롭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흥! 우리 가문의 백령환도 몰라?”조준서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이게 바로 백령환이구나... 그런데 왜?”조선미가 덤덤하게 물었다.“왜? 왜냐고?”조준서의 말투가 싸늘해졌다.“내가 이 백령환을 어디서 사 왔는지 알아? 강씨 가문에서 사 왔어! 강씨 가문에서 연구에 성공했다고!”“그래? 그런데 뭐? 진작 예상한 일 아니었어?”조선미의 표정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너 지금 무슨 태도야? 아직도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겠어?”조준서가 한스러워하며 말했다.“강씨 가문에서 제조한 백령환의 약효가 아주 뛰어나서 많은 재벌들이 벌써 예약하기 시작한대. 지금 백령환 한 알 값이 1억까지 뛰었어!”“그래서?”조선미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물건은 흔치 않을수록 귀한 법이라고 시중에 아직 백령환만큼 좋은 약이 없어. 계속 이대로 나갔다가 강씨 가문에서 시장이라도 개척한다면 우린 정말 끝이야!”조준서가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대체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조선미가 되물었다.“너한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하루빨리 백령환을 만들어내거나 강천호랑 손을 잡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해!”조준서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 백령환의 연구 성과를 도둑질해간 바람에 인제 와서 다시 시작한다는 건 너무 늦었어. 강천호랑 손을 잡는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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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그날 오후, 이씨 가문 별장.“누나, 이따가 강향란 씨 생일 파티에 가지?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테이블 위에 놓인 초대장을 본 이현이 신바람 난 얼굴로 물었다.어쨌거나 강향란은 최고 재벌 강천호의 딸이기에 그런 거물과 친분을 맺는다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다.“생일 파티에 가는 건 맞는데 둘 밖에 못 가. 소홍이가 먼저 가겠다고 했어.”이청아는 기대 부푼 그에게 찬물을 확 끼얹었다.“쟤랑 간다고?”이현은 소파에 앉아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단소홍을 돌아보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누나, 누나 친동생은 나야. 쟤를 데려가면서 날 안 데려가려고?”그의 말에 단소홍이 하찮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오빠가 가서 뭘 어쩔 건데? 오늘 파티에 참석하는 분들은 전부 고위 관직이나 상류층에 있는 분들이야. 오빠처럼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애가 가기엔 창피하지 않아?”“야!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넌 뭐 잘난 줄 알아?”이현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그래도 오빠보단 잘났지.”단소홍은 그의 체면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너...”이현이 화를 내려 하자 장경화가 말렸다.“됐어, 그만들 해. 소홍이 금방 졸업했으니까 이번에 청아랑 같이 생일 파티에 가서 인맥 넓힐 기회를 줘. 오빠인 네가 양보해.”“들었어? 내가 강향란 씨랑 친구가 된다면 벼락출세할 수 있고 앞날이 창창해져. 그때가 되면 오빠도 내 덕을 보게 될 거야.”단소홍이 고개를 들며 으쓱거렸다.“흥! 네 덕을 본다고? 차라리 나 자신을 믿고 말지.”이현이 소파에 앉으며 씩씩거렸다. 그는 단소홍이 오고 나서부터 사랑을 빼앗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 참, 청아야,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그때 장경화가 뭔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가방에서 정교한 액세서리 케이스를 꺼냈다.“이건 며칠 전에 호준이가 너한테 주려고 산 선물이야. 오늘 생일 파티에 갈 때 이거 하고 가면 되겠네. 열어봐봐.”케이스를 열자 루비 귀걸이 한 쌍이 담겨있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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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언니 먼저 올라가 있어요. 난 여기서 친구 좀 기다릴게요.”호텔 로비로 들어온 후 단소홍은 핑계를 대고 이청아를 먼저 보냈다. 왜냐하면 걸림돌이 있는 한 그녀는 묻혀버릴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계속 이대로 함께 있었다간 어찌 친분을 맺고 재벌 남자를 꾈 수 있겠는가?“알았어. 연회장에서 기다릴게.”이청아는 별다른 생각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그녀가 옆에 없자 단소홍은 바로 현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녀는 일부러 로비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추파를 던지면서 이목을 끌었다. 그러고는 또 다가와 작업을 거는 남자들을 전부 거절했다. 지금 이 상황을 즐기면서 제대로 밀당할 생각이었다.“저기요. 귀걸이 너무 예쁜데 어디서 샀어요?”“어디서 샀어요? 이렇게 반짝이고 예쁜 귀걸이는 처음 봐요.”“이 정도 큰 루비면 엄청 비싸겠죠?”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그녀를 둘러싸고 이것저것 물었다. 주얼리 앞에서는 그 어떤 저항력도 없는 게 여자이니까.“이건 판도라의 루비 귀걸이예요. 남자친구가 맞춤 제작해서 선물해준 거라 하나밖에 없어요. 가격은 뭐 그리 비싸진 않아요. 그냥 이삼억 정도 할걸요.”단소홍은 일부러 덤덤한 척 웃었다. 말투는 겸손했지만 얼굴의 오만함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이삼억이 안 비싸요? 역시 남다르네요.”“정말 너무 행복하겠어요. 남자친구가 이런 귀한 귀걸이까지 다 선물하고.”“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죠. 맞춤 제작해서 하나밖에 없는 귀걸이를 선물했다는 게 얼마나 뜻 깊어요. 정말 너무 부러워요.”여자들이 재잘거리며 그녀를 추어올렸다. 득의양양해진 단소홍은 콧대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그녀는 주목을 받는 걸 좋아했고 남들의 아부도 즐겼다.그때 롤스로이스 한 대가 갑자기 문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뚜렷한 이목구비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자가 주목을 받으며 걸어왔다.“강향란 씨?”그녀가 나타나자마자 로비 안팎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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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연회장 안.숨을 헐떡이는 단소홍을 본 이청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소홍아, 친구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어? 친구는?”“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온대요.”단소홍이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 참, 언니, 거울 좀 빌려줘요. 메이크업 좀 수정하게.”“너도 거울 챙겨왔잖아.”이청아가 말했다.“언니 거울이 더 좋아서 그래요.”단소홍은 대충 둘러대고는 이청아의 가방을 가져와 뒤지기 시작했다.이청아는 그녀의 막무가내 행동이 참으로 불쾌했다. 어릴 적부터 오냐오냐하며 자란 탓에 예의라고는 없었다.“고마워요, 언니.”거울을 찾아낸 후 단소홍은 가방을 휙 던지더니 구실을 찾아 화장실로 갔다.그때 연회장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강향란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주목을 받으며 걸어오더니 중앙에 딱 멈춰 섰다.“다들 조용해 주세요. 여러분들한테 알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강향란이 손을 흔들며 사람들을 진정시키자 연회장 전체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오늘은 당연히 무척이나 기뻐해야 할 생일 파티지만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겼어요.”강향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 제가 생일 선물로 받은 귀한 귀걸이를 훔쳐 갔어요. 판도라에서 맞춤 제작한 하나밖에 없는 귀걸이라서 저한테는 엄청 소중한 거거든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장 전체가 떠들썩해졌다.“뭐? 감히 강향란 씨의 귀걸이를 훔쳐? 대체 누가 겁도 없이!”“반드시 범인을 찾아내야지! 이런 일은 절대 내버려 둬선 안 돼!”“젠장! 누가 훔쳐 갔는지 알아낸다면 절대 가만 안 둬!”뭇사람들이 저마다 흥분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귀걸이를 훔친 도둑을 경멸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강향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여러분 진정하세요. 사실 도둑은 이미 찾았어요.”강향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누구예요? 누가 훔쳤어요?”사람들이 궁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강향란이 싸늘하게 웃더니 곧장 이청아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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