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구제 불능이야.”이현이 바보를 쳐다보듯 유진우를 쳐다보았다.“쟤 도대체 지금 뭐 하는 거야?”이청아도 눈살을 찌푸렸다. 유진우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유진우는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을 구부린 채 영지 가루 속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곧이어 손바닥만 한 붉은 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작고 앙증맞은 영지는 핏빛 선홍색을 띠었고 이상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었는데 딱 봐도 평범한 물건 같지는 않았다.“이상하네. 저 큰 영지 속에 왜 저런 작은 영지가 있지?”조아영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영지도 새끼치기하나?그때 뚱보 사장이 뭔가 알아챈 듯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설... 설마... 저게 바로 전설 속의 혈영지란 말이야?”그의 말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뭐라고요? 혈영지? 사장님,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맞아요, 맞아요. 제가 책에서 봤는데 저게 바로 혈영지예요.”“세상에나. 여기서 혈영지를 다 보다니! 정말 대박이에요!”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질투가 섞여 있었다.“잠깐만요! 혈영지가 뭐예요?”이리저리 살피던 조아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혈영지도 영지의 일종이긴 한데 일반 영지보다 훨씬 희귀하고 영지 중의 최상급이라고 불리는 진정한 보물이죠.”뚱보 사장이 침을 꿀꺽 삼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진정한 보물요? 그럼 값이 얼마죠?”조아영이 계속 캐물었다.“혈영지는 가격이 엄청 비싸요. 경매에 내놓으면 적어도 2천억은 넘을걸요.”뚱보 사장이 엄청난 금액을 말했다.“네? 2천억이요?”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평생 힘들게 벌어도 그만한 돈을 벌기 어려웠다.“말... 말도 안 돼. 저렇게나 작은 물건이 2천억이나 한다고?”장경화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2천억도 적게 부른 거예요. 만약 경매에
“저 자식은 정말 운도 좋아! 혈영지를 다 얻다니!”“그러니까 말이야. 저것만 있으면 평생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저 영지를 사는 건데!”혈영지가 나타나서부터 구경꾼들은 한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떠들어댔다.유진우를 쳐다보는 눈빛에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 섞여 있었다.“젠장! 저 자식은 대체 무슨 행운이래?”이현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질투 어린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이상하네. 저 안에 저런 보물이 들어있는 줄 어떻게 알았지?”이청아는 놀라움과 동시에 의혹도 생겨났다. 약재 사장을 포함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알아채지 못했는데 하필 유진우만 보아냈다.운이 좋은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진우 씨, 우리 이번에 대박 났어요! 그런데 이 안에 혈영지가 숨어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조아영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던졌다.“사실 나도 확신이 없었어요. 그냥 추측일 뿐이었어요.”유진우가 겸손하게 말했다.“추측요?”조아영이 순간 멈칫했다.“그 말은 이 안에 혈영지가 있는 것도 몰랐으면서 10억을 걸었단 뜻이에요?”“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죠.”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우 씨를 바보라고 해야 할지,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조아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박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걸었잖아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었다.“멀쩡한 백 년 영지가 아무런 이유 없이 말라죽은 걸 보고 꼭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예전에 고서에서 비슷한 기록을 본 적이 있어요.”“정말 대단해요! 오늘 제대로 좋은 구경을 했어요!”조아영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오늘부로 그에 대한 존경심이 조금 더 깊어졌다.“잠깐! 이 혈영지는 내 것이야!”그때 상황 파악을 마친 장경화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어 혈영지를 빼앗으려 하자 조아영이 막아섰다.“어이! 지금 뭐 하는 거야?!”“안 팔아, 안 팔아! 10억
밤사이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이튿날 새벽, 천향원.조선미는 커피를 마시며 여러 자료를 훑어보았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그녀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조금 드리웠다.“조선미!”그때 조준서가 흰 눈썹 영감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무슨 일인데?”조선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 자료를 훑었다.“쾅!”조준서가 다짜고짜 한 나무 상자를 책상 위에 내려놓더니 뚜껑을 열었다. 흰 알약 하나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조선미, 이게 뭔지 봐봐.”조준서가 알약을 가리켰다.“이게 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알려줘야지.”조선미는 여유롭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흥! 우리 가문의 백령환도 몰라?”조준서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이게 바로 백령환이구나... 그런데 왜?”조선미가 덤덤하게 물었다.“왜? 왜냐고?”조준서의 말투가 싸늘해졌다.“내가 이 백령환을 어디서 사 왔는지 알아? 강씨 가문에서 사 왔어! 강씨 가문에서 연구에 성공했다고!”“그래? 그런데 뭐? 진작 예상한 일 아니었어?”조선미의 표정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너 지금 무슨 태도야? 아직도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겠어?”조준서가 한스러워하며 말했다.“강씨 가문에서 제조한 백령환의 약효가 아주 뛰어나서 많은 재벌들이 벌써 예약하기 시작한대. 지금 백령환 한 알 값이 1억까지 뛰었어!”“그래서?”조선미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물건은 흔치 않을수록 귀한 법이라고 시중에 아직 백령환만큼 좋은 약이 없어. 계속 이대로 나갔다가 강씨 가문에서 시장이라도 개척한다면 우린 정말 끝이야!”조준서가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대체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조선미가 되물었다.“너한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하루빨리 백령환을 만들어내거나 강천호랑 손을 잡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해!”조준서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 백령환의 연구 성과를 도둑질해간 바람에 인제 와서 다시 시작한다는 건 너무 늦었어. 강천호랑 손을 잡는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
그날 오후, 이씨 가문 별장.“누나, 이따가 강향란 씨 생일 파티에 가지?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테이블 위에 놓인 초대장을 본 이현이 신바람 난 얼굴로 물었다.어쨌거나 강향란은 최고 재벌 강천호의 딸이기에 그런 거물과 친분을 맺는다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다.“생일 파티에 가는 건 맞는데 둘 밖에 못 가. 소홍이가 먼저 가겠다고 했어.”이청아는 기대 부푼 그에게 찬물을 확 끼얹었다.“쟤랑 간다고?”이현은 소파에 앉아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단소홍을 돌아보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누나, 누나 친동생은 나야. 쟤를 데려가면서 날 안 데려가려고?”그의 말에 단소홍이 하찮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오빠가 가서 뭘 어쩔 건데? 오늘 파티에 참석하는 분들은 전부 고위 관직이나 상류층에 있는 분들이야. 오빠처럼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애가 가기엔 창피하지 않아?”“야!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넌 뭐 잘난 줄 알아?”이현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그래도 오빠보단 잘났지.”단소홍은 그의 체면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너...”이현이 화를 내려 하자 장경화가 말렸다.“됐어, 그만들 해. 소홍이 금방 졸업했으니까 이번에 청아랑 같이 생일 파티에 가서 인맥 넓힐 기회를 줘. 오빠인 네가 양보해.”“들었어? 내가 강향란 씨랑 친구가 된다면 벼락출세할 수 있고 앞날이 창창해져. 그때가 되면 오빠도 내 덕을 보게 될 거야.”단소홍이 고개를 들며 으쓱거렸다.“흥! 네 덕을 본다고? 차라리 나 자신을 믿고 말지.”이현이 소파에 앉으며 씩씩거렸다. 그는 단소홍이 오고 나서부터 사랑을 빼앗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 참, 청아야,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그때 장경화가 뭔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가방에서 정교한 액세서리 케이스를 꺼냈다.“이건 며칠 전에 호준이가 너한테 주려고 산 선물이야. 오늘 생일 파티에 갈 때 이거 하고 가면 되겠네. 열어봐봐.”케이스를 열자 루비 귀걸이 한 쌍이 담겨있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로 섬
“언니 먼저 올라가 있어요. 난 여기서 친구 좀 기다릴게요.”호텔 로비로 들어온 후 단소홍은 핑계를 대고 이청아를 먼저 보냈다. 왜냐하면 걸림돌이 있는 한 그녀는 묻혀버릴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계속 이대로 함께 있었다간 어찌 친분을 맺고 재벌 남자를 꾈 수 있겠는가?“알았어. 연회장에서 기다릴게.”이청아는 별다른 생각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그녀가 옆에 없자 단소홍은 바로 현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녀는 일부러 로비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추파를 던지면서 이목을 끌었다. 그러고는 또 다가와 작업을 거는 남자들을 전부 거절했다. 지금 이 상황을 즐기면서 제대로 밀당할 생각이었다.“저기요. 귀걸이 너무 예쁜데 어디서 샀어요?”“어디서 샀어요? 이렇게 반짝이고 예쁜 귀걸이는 처음 봐요.”“이 정도 큰 루비면 엄청 비싸겠죠?”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그녀를 둘러싸고 이것저것 물었다. 주얼리 앞에서는 그 어떤 저항력도 없는 게 여자이니까.“이건 판도라의 루비 귀걸이예요. 남자친구가 맞춤 제작해서 선물해준 거라 하나밖에 없어요. 가격은 뭐 그리 비싸진 않아요. 그냥 이삼억 정도 할걸요.”단소홍은 일부러 덤덤한 척 웃었다. 말투는 겸손했지만 얼굴의 오만함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이삼억이 안 비싸요? 역시 남다르네요.”“정말 너무 행복하겠어요. 남자친구가 이런 귀한 귀걸이까지 다 선물하고.”“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죠. 맞춤 제작해서 하나밖에 없는 귀걸이를 선물했다는 게 얼마나 뜻 깊어요. 정말 너무 부러워요.”여자들이 재잘거리며 그녀를 추어올렸다. 득의양양해진 단소홍은 콧대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그녀는 주목을 받는 걸 좋아했고 남들의 아부도 즐겼다.그때 롤스로이스 한 대가 갑자기 문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뚜렷한 이목구비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자가 주목을 받으며 걸어왔다.“강향란 씨?”그녀가 나타나자마자 로비 안팎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연회장 안.숨을 헐떡이는 단소홍을 본 이청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소홍아, 친구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어? 친구는?”“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온대요.”단소홍이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 참, 언니, 거울 좀 빌려줘요. 메이크업 좀 수정하게.”“너도 거울 챙겨왔잖아.”이청아가 말했다.“언니 거울이 더 좋아서 그래요.”단소홍은 대충 둘러대고는 이청아의 가방을 가져와 뒤지기 시작했다.이청아는 그녀의 막무가내 행동이 참으로 불쾌했다. 어릴 적부터 오냐오냐하며 자란 탓에 예의라고는 없었다.“고마워요, 언니.”거울을 찾아낸 후 단소홍은 가방을 휙 던지더니 구실을 찾아 화장실로 갔다.그때 연회장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강향란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주목을 받으며 걸어오더니 중앙에 딱 멈춰 섰다.“다들 조용해 주세요. 여러분들한테 알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강향란이 손을 흔들며 사람들을 진정시키자 연회장 전체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오늘은 당연히 무척이나 기뻐해야 할 생일 파티지만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겼어요.”강향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 제가 생일 선물로 받은 귀한 귀걸이를 훔쳐 갔어요. 판도라에서 맞춤 제작한 하나밖에 없는 귀걸이라서 저한테는 엄청 소중한 거거든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장 전체가 떠들썩해졌다.“뭐? 감히 강향란 씨의 귀걸이를 훔쳐? 대체 누가 겁도 없이!”“반드시 범인을 찾아내야지! 이런 일은 절대 내버려 둬선 안 돼!”“젠장! 누가 훔쳐 갔는지 알아낸다면 절대 가만 안 둬!”뭇사람들이 저마다 흥분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귀걸이를 훔친 도둑을 경멸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강향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여러분 진정하세요. 사실 도둑은 이미 찾았어요.”강향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누구예요? 누가 훔쳤어요?”사람들이 궁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강향란이 싸늘하게 웃더니 곧장 이청아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가리켰다.“
“이 X년이! 감히 내 남자를 꼬셔? 너 오늘 내 손에 죽었어!”강향란이 쉴 새 없이 술을 들이부으며 모든 사람 앞에서 이청아를 능멸했다.그녀는 인정사정없이 거칠게 나왔다.술을 한 병 들이부으니 이청아는 녹초가 되어 초라한 꼴이 말이 아니었다.다만 강향란은 전혀 멈출 기미가 없었다. 그녀는 이청아의 머리채를 확 잡고 마구 비틀었다.이어서 거침없이 싸대기를 날렸다.“천한 년! 더러운 년! 감히 내 남자까지 건드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어?!”강향란은 욕설을 퍼부으며 미친 듯이 이청아의 뺨을 후려쳤다.한바탕 얻어맞은 이청아는 얼굴이 퉁퉁 붓고 입가에 피가 고였다.“왜? 대체 왜?”이청아는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왜긴 뭐가 왜야? 무슨 낯짝으로 그걸 물어? 비겁한 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속이 빤하잖아!”강향란은 이청아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모질게 바닥에 내리쳤다.순간 피가 사방에 튀겼다.선홍빛 핏물과 술이 한데 섞여 그녀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는 이청아를 보면서도 강향란은 마음 약해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더 기승을 부렸다.그녀는 발을 들어 이청아의 손가락을 꽉 짓밟았다.“으악!”드디어 이청아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살이 찢기는 고통이 솟구쳐 올랐다.“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이 천한 년아! 임자 있는 남자를 뺏는 게 네 취미지? 그래, 뺏어봐, 실컷 뺏어봐!”강향란이 사악한 미소를 날리며 하이힐로 이청아의 손을 모질게 짓밟았다.점점 더 세게, 점점 더 모질게 짓밟았다.곧이어 이청아의 두 손이 찢겨 너덜너덜해졌다. 이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으악!”이청아는 고통스러워 사색이 된 얼굴로 몸을 벌벌 떨었다.열 손가락을 이렇게 짓밟히니 여자가 아니라 사내대장부라고 해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이 모습을 본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도 미간을 찌푸렸다.아무리 훔쳤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심하게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극악무도의 끝판왕이었다!“언니, 내 탓 하지 말
언제부터인지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그 시각, 킹덤 호텔의 연회장 안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좀전의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연회의 진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강향란은 고고한 공주처럼 사람들에게 떠받들려 갖은 아부와 칭찬을 받고 있었다.다만 그녀는 대부분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았다.그저 몇몇 귀빈만이 그녀와 담소를 나눌 자격이 됐다.“아가씨, 진경준 씨랑 유강모 씨가 오셨어요.”이때 집사 한 명이 다가와 나지막이 보고했다.강향란이 고개를 돌리자 늠름한 자태의 두 남자가 연회장 입구에 덤덤하게 서 있었다.그중 한 명은 바로 현무문의 진경준이고 다른 한 명은 진경준의 동문 선배 유강모였다!그들 뒤엔 여자 호위 두 명이 따라왔다.“경준 씨, 강모 씨, 다들 오랜만이에요.”강향란이 얼른 다가가 활짝 미소 지으며 그들을 반겼다.“생일 축하해요, 향란 씨.”진경준과 유강모는 각자 선물을 그녀에게 건넸다.“자리에 참석해주신 것만으로도 저에겐 영광인데 뭘 또 선물까지 준비해왔어요?”강향란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드려야죠. 준혁 씨가 저희를 챙겨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소한 선물이니 달갑게 받아주세요.”진경준이 웃으며 대답했다.만약 흔한 재벌 집 딸이면 두 사람도 당연히 안중에 두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강향란의 오빠 강준혁은 현무문의 당주에게 직접 전수 받은 제자이기에 계급을 따져도 그들의 선배이다.하여 반드시 강향란에게 체면을 줘야 한다.“아 참, 우리 오빠는 왜 오늘 안 왔어요?”강향란이 되물었다.“선배님은 지금 폐관 중이라 잠시 자리를 떠날 수 없어요. 그래서 저희를 보내 안부 인사를 전한 거예요.”진경준이 설명했다.“그렇군요...”강향란이 머리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자리를 안내했다.“두 분 얼른 앉으세요.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네, 고마워요, 향란 씨.”진경준이 머리를 살짝 끄덕이고는 유강모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강향란의 열정적인 태도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두 명의 고수가 유진우의 검 한 방에 베이며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었다.그들의 떨어진 머리를 보며 도미숙은 눈꺼풀이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그녀는 줄곧 유진우가 강한 척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고 방금 전의 강한 말들도 단순한 허풍일 뿐이라 여겼다.그러나 지금에서야 그녀는 유진우의 강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오로지 한 검에 두 명의 반보 종사급 고수를 목 베어 죽이는 것은 분명히 십향연골산에 중독된 것이 아니다.‘설마, 저 자식이 정말 백독불침의 체질이란 말인가?’“제기랄! 만약 아까 내가 나섰으면 죽을 뻔했군!”양강인은 침을 꿀꺽 삼키며 유진우를 바라보며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스물 남짓한 나이에 이토록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닌 자라니.서남 무림 제일인이라는 강도현조차 혼자서는 유진우에게서 손톱만큼의 이득도 보지 못할 것이다.“네... 네가 어떻게...”도미숙은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고 몸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유진우가 방금 휘두른 두 검은 너무나도 무서웠다.첫 번째 검은 금도문 오너인 양강인을 중상으로 만들었고두 번째 검은 반보 종사급 고수 두 명을 단숨에 베어버렸다.단 두 번의 검만으로 전세 역전하고 그녀를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지금,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영리하구나. 정작 본인은 나서지 않고, 두 명의 부하들만 죽게 만들었으니, 정말 훌륭한 오너야.”유진우는 한 손에 검을 들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죽어라!”도미숙은 대적을 만난 듯 소매를 휘두르며 먼저 선공을 날렸다.“슈우우우...”수많은 암기가 폭풍우처럼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이 암기들 속에는 한빙신침 한 개가 섞여 있었다.한빙신침은 원앙문의 조상이 남긴 보물, 그 파괴력이 굉장할 뿐만 아니라 명중하면 즉시 얼음처럼 몸을 마비시키는 특성이 있었다.아무리 무림 종사라 할지라도 한빙신침에 맞으면 즉시 경맥이 얼어붙고 몸이 굳어버린다.다만 한빙신침의 수량이 너
“내가 못 할거라고 생각해?”도미숙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양 오너! 저 자식은 지금 허세를 부리는 거야.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나를 도와주기만 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어!”“...”양강인은 눈가를 떨며, 하마터면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이미 크게 다치고 피를 토했는데 나보고 또 앞장서라니. 정말 날 멍청이로 보나?게다가 저 자식은 여전히 힘이 넘쳐 보이는데 어떻게 기진맥진해 보인다고?만약 또다시 저 엄청난 검을 휘두른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양 오너! 당신은 금도문의 오너로 천하에 이름을 떨쳤는데, 설마 저 자식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겠지?”양강인이 반응이 없자 도미숙은 일부러 자극 주는 말을 던졌다.누군가 대신해 나서서 싸워준다면, 자신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도 오너, 저는 이미 중상을 입어 더 이상 싸울 수 없으니, 옆에서 당신을 도울 수밖에 없습니다.”양강인은 몇 번 기침을 하고 약한 척하며 말했다.“당신은 저 자식이 이미 기력이 다했다고 확신한다면, 당신들 원앙문의 실력으로 충분히 그를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더 이상 나서지 않겠습니다.”‘젠장! 싸우려면 네가 싸워! 나를 대신 죽이려 하지 마라!’“양 오너, 혹시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도미숙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믿지 않는 게 아니라,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양강인은 가슴을 움켜쥐고 또다시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그는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다.“좋아! 양 오너가 나서지 않겠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겠습니다!”도미숙은 불만이 있었지만, 겉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곁에 있는 두 명의 원앙문 고수에게 명령을 내렸다.“너희 둘이 함께 정면으로 공격해라! 나는 뒤에서 기회를 노리겠다!”“네?”그 말을 들은 두 명의 원앙문 고수는 얼굴이 굳어지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금도문 오너인 양강인도 저 자식에게 중상을 입었는데, 하물며 그들이야?만약 유진우가 정말로 독에 중독되
“뭐야?!”양강인이 한 줄기 검광에 의해 날아가는 모습을 본 나머지 몇 명의 고수들은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리고 입이 떡 벌어졌다.양강인은 금도문의 오너이자 서남 지역의 다섯 대 마스터 중 한 명으로, 실력이 매우 강하다.그런 존재가 단 하나의 검광도 막아내지 못하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저 녀석의 실력은 대체 어느 정도인가?’“으악~!”땅에 내동댕이쳐진 양강인은 몸을 떨더니 또다시 한 움큼의 피를 토하고 얼굴은 황금빛 종이처럼 창백해져서는 한동안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어... 어떻게 된 거지? 너... 넌 분명 십향연골산에 중독됐을 텐데?!”양강인은 떨리는 손으로 유진우를 가리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분명히 유진우가 십향연골산으로 제조된 연기에 중독된 걸 봤었고, 지금쯤이면 약효가 완전히 퍼졌을 거라 생각했다.정상적으로라면 지금쯤의 유진우는 이미 강노지말의 상태라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어야 한다.그러나 방금 그가 휘두른 검은 약해진 기색도 없었을뿐더러 오히려 천지를 뒤흔들 만큼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었다.정말 말도 안 되는일이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어째서 유진우는 십향연골산에 중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가?“누가 너한테 내가 십향연골산에 중독됐다고 했지?”유진우는 한 손에 검을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본래 깊은 내공을 지니고 있는 그는 십향연골산 같은 독약 따위에는 쉽게 영향을 받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도 백독불침의 체질 덕분에 완전히 해독할 수 있었다.이 세상에서 십대기독 외에는 그 어떤 독도 그를 위협할 수 없었다.“네가... 네가 중독되지 않았다고?”양강인은 경악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도미숙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방금 도미숙이 실수라도 한 것인가?’“아... 아니야! 그럴 리 없어!”도미숙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나는 분명히 봤어! 십향연골산이 네 몸에 들어간 걸 똑똑히
상황이 달라졌다. 여태 시간을 끌었던 만큼 약효가 완전히 발휘되기에 충분했다.눈앞의 이 소년은 이제 그녀의 도마 위의 고기와 다를 바 없었다.“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직접 해보지 그래?”유진우는 천천히 검을 들고는 검 끝을 도미숙의 미간에 겨눴다.“흥! 헛소리하지 마! 네까짓 게 과연 무슨 큰일을 벌일 수 있겠어!”도미숙은 땅에 발을 강하게 짚으며 한순간에 잔상을 남기며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그녀가 두 손을 뒤집자, 두 자루의 곡선형 원앙도가 바로 튕겨 나가며 날카로운 암살 무기가 되어 유진우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아마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두 원앙도의 손잡이에는 특수 제작된 철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도 오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도미숙이 움직이자, 양강인도 지지 않겠다는 듯 이내 뛰어올라 칼을 높이 치켜들고,마치 산을 쪼개듯 강력한 일격으로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두 사람이 앞뒤로 공격하며 들어오는 모든 기술이 치명적이었고 그리고 공격 타이밍 또한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앞뒤를 모두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분수도 모르고 설치는군!”유진우가 손목을 가볍게 흔들자, 창궁검이 순간 가로질렀다.“슈욱!”반달 모양의 검은 검광이 순간적으로 반사되었다.검은 검광은 바람을 타고 거대해지며 순식간에 10미터 크기로 확산하였다.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사신의 죽음의 낫처럼 도미숙과 양강인을 동시에 덮쳤다.“쨍! 쨍!”도미숙의 원앙도가 가장 먼저 공격을 받았고 이윽고 검광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그것은 마치 칼로 두부를 자르듯 손쉽게 갈라졌다.“이게 뭐지?!”도미숙의 얼굴색이 급격히 변했고, 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극도의 위기감에 본능적으로 몸을 공중에서 비틀었다.그 순간, 공포스러운 검은 검광이 그녀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비록 직접 닿지는 않았지만, 검광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만으로도 그녀는 마치 얼음 굴에 빠진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확신했다.만약 방
도미숙이 십향연골산을 뿌린 순간 양강인의 금도십팔식은 이미 수련의 절정에 달해 있었다.그의 검은 날 하나하나가 맹렬했고 그 기세가 상당했다.그 순간 유진우의 몸을 보호하던 진기는 이미 깨져버렸고 오른팔은 검과 함께 얼어붙은 상태였다. 거기에 양강인의 미친 듯한 공격이 더해져 더는 도미숙의 기습을 피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숨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사라락!”십향연골산은 희뿌연 연기로 변해 유진우를 휘감았다.유진우는 숨을 참았지만 이 연기는 틈 하나 없이 스며들어 피부를 따라 몸속 깊이 파고들었다.“흠!”유진우는 땅을 강하게 박찼다. 그러자 땅이 세 치 깊이로 꺼져 들어갔다.그의 몸을 중심으로 강력한 에너지 파동이 번졌다.순식간에 거센 바람이 불고 먼지와 자갈이 하늘로 휘날렸다.십향연골산은 그 에너지에 증발해 사라졌고 양강인의 맹렬하던 공격 또한 와해되어 그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반면 도미숙은 기류에 휩쓸려 십여 미터나 날아가 땅에 떨어졌고 연달아 몇 걸음 뒤로 물러선 후에야 겨우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었다.가슴은 무거운 바위에 짓눌린 듯했고 온몸의 기운 또한 뒤엉켜 요동쳤다.진기의 폭발만으로도 이토록 강한 위력을 뿜어내다니, 도미숙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우의 실력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이 정도의 실력이라니, 우리가 널 과소평가했군.”도미숙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입꼬리를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어. 방금 너는 이미 십향연골산을 맞았으니 말이야. 숨을 참았다 해도 독은 이미 네 피부를 통해 몸 안으로 스며들었어. 지금쯤 온몸이 힘없이 풀리고 내공도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을 거야.”“하하하! 미숙 씨, 훌륭합니다!”양강인은 이 말을 듣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 자식, 심상치 않아요. 방금 폭발한 진기만 봐도 엄청났습니다. 다행히도 미숙 씨가 십향연골산을 써주셨기에 망정이지, 정면으로 붙었으면 결과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방금 그의 금도십팔식
도미숙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우더니 양강인 일행에게 눈짓을 보냈다.“지금이에요, 움직이세요!”“죽여라!”신호를 받은 양강인은 짧게 외치고는 양손에 쥔 금도를 번쩍 들어 올렸다. 온몸이 허공을 가르며 솟구쳤고 곧장 유진우의 머리 위를 향해 벼락처럼 검을 내리찍었다.양강인이 먼저 움직이자 도미숙도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좌우 양손에 들린 원앙도가 동시에 번뜩이며 유진우의 목덜미를 향해 겨눴다.두 명의 고수가 선공에 나서자 나머지 사람들도 각자의 실력을 펼쳐 일제히 유진우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그 순간, 유진우는 마치 과녁이 된 듯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 속에 갇히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 강한 진기를 일으키며 몸을 강하게 떨었다.“쾅!”굉음과 함께 눈부신 진기가 그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진기는 순식간에 투명한 보호막으로 변해 유진우의 몸을 감싸는 방패가 되었다.보호막은 바람을 타고 점점 커졌다. 눈 깜짝할 사이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반구형의 보호막이 형성되었고 마치 거대한 달걀껍데기처럼 그를 단단히 감쌌다.“타다닥!”수많은 공격이 그 보호막에 부딪치며 귀를 째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눈부신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양강인의 금도, 도미숙의 원앙도, 그리고 다른 이들의 맹렬한 공격 모두 유진우의 보호막에 한 점의 상처조차 내지 못한 채 멈춰 서고 말았다.“뭐라고?”양강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얼굴엔 놀라움이 스쳤다.방금 자신이 휘두른 공격은 보호막을 미세하게 흔들었을 뿐, 그 어떤 실질적인 타격도 주지 못했다.무기를 쓰지 않고 내공만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그 실력은 실로 경이롭고도 무시무시했다.“강인 씨! 저를 엄호해 주세요. 저놈의 진기를 뚫을 방법이 있습니다!”첫 공격이 통하지 않자 도미숙은 곧장 낮은 목소리로 말을 전했다.양강인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검을 뽑아 들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맹렬한 공격을
“뭐라고?!”두 명의 반보 마스터들이 유진우의 손바닥 하나에 날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본 순간 모두가 숨을 삼키며 경악했다.방금 쓰러진 두 사람은 비록 마스터 급에는 못 미쳤지만 깊은 내공과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보통의 무도 마스터와 충분히 겨뤄볼 만한 인물들이었다.그러나 방금 단 한 방에 두 사람을 생사의 경계까지 던져놓은 것을 보니 유진우의 실력은 그야말로 괴물이라 할 만했다.그러니 그가 비설파의 오너 공진혁을 꺾었다는 이야기도 허튼 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다 같이 덤비자!”도미숙과 양강인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몸을 날려 좌우에서 유진우를 공격했다.도미숙은 원앙단도를 사용했다. 그 움직임은 날렵하고 교묘했으며 칼끝은 매번 치명적인 급소를 정확히 겨냥해 들어왔다.그 검술은 마치 꽃 사이를 누비는 나비처럼 우아하면서도 숨겨진 날카로움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반면 양강인은 금빛의 보검을 들고 있었다. 그 금도는 쇠를 자를 수 있을 듯 무겁고 날카로웠으며 털끝을 스치면 모든 걸 두 동강 낼 정도였다.이 검은 금도문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검으로 세 대에 걸쳐 내려왔으며 오너의 손에서 단련과 수련을 거쳐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금도문만의 비전 검법과 함께 사용할 경우 그 위력은 두 배가 되어 모든 공격마다 하늘과 땅을 가를 듯한 기세를 뿜어내게 된다.그 위압감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고수라도 정면으로 맞서기 힘들 정도였다.도미숙과 양강인이 움직이자 다른 반보 마스터 고수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각자 몸을 날려 사방에서 유진우에게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그러나 그런 협공 앞에서 유진우는 불현듯 발을 굴렀다. 순간 그의 몸이 솟구쳐 오르더니 마치 포탄처럼 지붕을 뚫고 허공으로 튀어 올라 한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도망치는 거냐!”공격이 먹히지 않자 도미숙과 양강인은 즉시 지붕 위로 몸을 솟구쳐 추격에 나섰고 다른 이들도 잇따라 그 뒤를 따랐다.그러나 여관을 벗어난 순간 그들은 곧바로 알 수 있었
새벽녘, 검은 옷을 입은 무리들이 포위하듯 천천히 여관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그들의 움직임은 놀랄 만큼 조용했다. 어떠한 기척도 일으키지 않고 사냥감을 노리는 늑대 떼처럼 신중하고 치밀했다. 그 속에는 짙은 살기도 서려 있었다.이때 여관 정문 앞에는 두 명의 경호팀 팀원이 경계하며 서 있었다.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그들은 주변의 이상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후!”그 순간 산들바람이 불어와 옅은 연기와 함께 묘한 향기를 실어 날랐다.그러자 두 사람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현기증을 느꼈다. 상황을 알아차릴 틈도 없이 눈앞이 깜깜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보초를 서던 두 사람을 처리하자 야행복을 입은 금도문과 원앙문의 고수들이 재빨리 여관을 포위했다.그러나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바로 공격을 감행하지 않고 약을 써서 길을 트기로 했다.그들은 창문과 문틈 사이로 모든 방에 일제히 약을 뿌리기 시작했다.그 약은 원앙문에서 비밀리에 제조한 약으로서 극소량으로도 강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 약을 흡입하면 선천무사조차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강인 씨, 어때요? 다 처리됐습니까?”약을 뿌리고 난 후 두 세력은 복도 끝에서 마주쳐 서로 상황을 주고받았다.“잡졸들은 전부 쓰러졌습니다. 이제 남은 건 유씨 성을 가진 마스터 한 명뿐입니다.”양강인은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그자의 방은 2층 동쪽 끝이에요. 제가 먼저 십향연골산을 뿌릴 테니 틈을 봐서 단숨에 중상을 입히세요. 그러면 이 일은 끝입니다.”도미숙이 낮게 속삭였다.“알겠습니다.”양강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미숙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낸 후 몇몇 고수들과 함께 살금살금 계단을 올랐다.양강인 일행도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대부분의 무사들을 1층에 남겨 돌발 상황에 대비하게 했다.함께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무사는 모두 반보 마스터 급인 강자들뿐이었다.양강인과 도미숙은 손꼽히는 무도 마스터였고 그 외에도 여섯 명의 반보 마스터가 함께했기에 이 전력은
십향연골산이 없었다면 양강인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의 손에는 이 귀한 약이 있고 거기에 금도문과 원앙문의 고수들까지 있었으니 유진우 일행을 단숨에 제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일이 끝나고 얻는 전리품은 우리 두 파벌이 절반씩 나누는 게 어떤가요?”도미숙이 웃으며 물었다.“좋습니다!”양강인은 주저 없이 응했다.최소한의 위험으로 최대의 이익을 노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잠깐만요!”그때, 뒤편에 서 있던 서지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사부님, 유진우 씨와 이청성 씨는 한때 저희와 함께 협력했던 동료들입니다. 게다가 은혜도 입었는데 지금 우리가 이렇게 그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건 너무 비겁하지 않습니까?”서지석은 항상 은혜와 원한을 분명히 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죽음의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유진우와 이청성 덕분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수많은 보물까지 손에 넣었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이제 금방 돌아온 마당에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건 너무나도 비열한 짓이었다.“비겁할 게 뭐가 있느냐? 그들과 피가 섞인 것도 아니니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양강인은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말했다.“게다가 이곳은 본디 약육강식의 세계다. 그들이 그렇게 많은 보물을 독차지하고 있다 해도 지킬 능력은 부족해. 우리가 나서지 않더라도 분명 다른 세력들이 탐을 낼 것이고 어쩌면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그런데 우리는 단지 보물을 바랄 뿐 그들의 목숨은 원하지 않아. 오히려 그들에게는 자비로운 셈이지.”“하지만 사부님,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 가르치신 게 뭡니까? 사람은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야 하며 하늘과 땅, 그리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하는 짓을 보면 그 비열한 졸개들과 뭐가 다릅니까?”서지석은 굽히지 않고 맞섰다.“버릇없이 지금 어딜 감히!”양강인은 당황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