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양양한 얼굴로 시건방을 떠는 단소홍을 보며 조아영은 이를 꽉 깨물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 참았다.“이봐, 나 정말 영지가 필요해서 그래. 나한테 다시 팔면 안 될까? 내가 40억 줄게!”그녀는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돈이 있으면 다야? 내 영지를 가지려고? 꿈 깨!”단소홍이 나무 상자를 꽉 안고 우쭐거렸다.“너...”조아영은 너무도 화가 나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결국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유진우 씨, 나도 더는 모르겠어요. 당신이 알아서 해요!”유진우도 체면 가리지 않고 단소홍에게 물었다.“소홍아, 너 이 백 년 영지를 어디에 쓰려고 그래?”“어디에 쓰든 네가 알 게 뭐야!”단소홍이 두 눈을 부릅떴다.“오늘 당신들이 입이 닳도록 말해도 절대 안 팔아!”“이렇게나 큰 영지를 약으로 쓴다면 다 쓰지도 못해...”유진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소홍이 가차 없이 잘라버렸다.“닥쳐! 다 못 쓰면 또 어때? 내가 낭비하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들한테는 죽어도 못 팔아.”그녀의 말에 유진우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이토록 막무가내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사장님, 카드로 할게요!”단소홍이 장경화가 들고 있던 카드를 확 낚아채고는 뚱보 사장에게 건넸다.부처는 향불을 받아야 하고 사람은 기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돈보다 체면을 더 중요시하는 그녀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영지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소홍아, 30억은... 너무 비싼 거 아니야?”장경화는 두 다리마저 후들거렸다. 이 돈은 그녀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이모, 고작 30억 갖고 왜 그래요? 나중에 제가 돈 벌면 배로 갚아줄게요.”단소홍은 기개만큼은 하늘을 찔렀다.그녀의 말에 장경화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네가 돈 벌기를 기다렸다간 내가 다 늙어 죽겠다.’거래를 마친 후 기분이 좋아진 단소홍이 일부러 은은하게 비꼬듯 말했다.“두 사람 아직 이런 귀한
“이보세요, 두 분. 이 바닥에서는 거래가 끝나면 완전히 끝이에요. 게다가 물건도 당신이 사겠다고 했지, 내가 억지로 판 것도 아니잖아요.”뚱보 사장이 싸늘하게 말했다.“헛소리 집어치워! 영지를 돌려줄 테니까 당장 환불해!”단소홍이 뚱보 사장의 멱살을 잡으며 매섭게 밀어붙였다.“왜? 여기서 난동이라도 부리려고?”뚱보 사장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그러자 우람한 체격의 남자들이 방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하나같이 흉악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단소홍 일행은 겁에 질린 나머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너희들 죽으려고 환장했어? 감히 주 사장님 가게에서 난동을 부려?”“딱 봐도 이곳의 룰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네.”“그러니까 말이야! 물건을 사면서 물건을 확인도 하지 않고 값만 부르다니. 정말 바보 멍청이야.”구경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왜? 사람이 많으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장경화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강한 척 밀어붙였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뚱보 X끼야, 내가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환불해주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사기죄로 고소할 거야!”“고소해, 그럼. 마음대로 고소해.”뚱보 사장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내가 판 게 백 년 영지가 확실해. 어딜 가서 물어보든 다 같은 결과야. 그리고 가격은 네가 스스로 부른 거지,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러니까 소송을 해도 소용없을 거야.”“너...”장경화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상대 쪽에 사람이 많아 감히 덤비지도 못했다.“빌어먹을 자식! 영지가 문제 있다고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어?”단소홍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가 돈을 내기 전에 영지는 이미 네 손에 있었어. 네가 확인하지 않은 게 내 탓이야?”뚱보 사장이 당당하게 말했다.그 말에 단소홍은 분노가 치밀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비록 그녀의 돈은 아니지만 사기당한 기분이 너무도 억울하고 답답했다.“하하하... 30억
“제가 살게요. 10억!”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뭇사람들은 저마다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바보가 아닌 이상 이 백 년 영지는 쓰레기나 마찬가지라는 걸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걸 사겠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유진우 씨, 미쳤어요? 10억에 이런 쓰레기를 사게?”조아영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고 유진우의 행동이 참으로 무모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했다.“진... 진짜 살 거야?”장경화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왜요? 안 팔 거예요?”유진우가 되물었다.“팔아, 팔아. 당연히 팔지.”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장경화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비록 10억에 팔면 많이 밑지긴 하지만 그래도 일전 한 푼도 못 건지는 것보단 나았다.“진우 씨, 아무 쓸모 없는 영지를 정말 살 생각이야?”이청아가 무뚝뚝한 말투로 물었다.“이 녀석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 영지가 얼마나 귀한 건데.”장경화가 화들짝 놀랐다. 겨우 사겠다는 사람이 생겼는데 이렇게 초를 쳐서야 원.만약 안 사겠다고 하면 어쩌려고?“당연히 사야지.”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적어도 난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거든.”“그래그래! 이건 보기 드문 백 년 영지야. 10억이면 손해 볼 건 없지.”장경화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열심히 맞장구쳤다. 마치 귀한 손님이라도 대하는 것처럼 태도가 친절하고 열정적이었다.“유진우! 10억이면 적지 않은 돈인데 너한테 그만한 돈이 있어?”이현이 의심에 찬 눈초리로 쳐다보았다.“난 없지만 아영 씨한테는 있어.”유진우가 옆에 있는 조아영을 가리켰다.“나요?”조아영이 멈칫하더니 그를 째려보았다.“난 호구가 될 생각이 없어요.”“내가 빌린 거로 하면 안 돼요? 이 물건이 나한테 엄청 중요해서 그래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알았어요! 내가 못 살아 정말. 10억으로 교훈이나 산다고 생각하죠, 뭐.”조아영은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10억은 그녀에게 있어서 별로 큰돈도 아니었다.결국 양측은 순조롭게 거래를
“정말 구제 불능이야.”이현이 바보를 쳐다보듯 유진우를 쳐다보았다.“쟤 도대체 지금 뭐 하는 거야?”이청아도 눈살을 찌푸렸다. 유진우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유진우는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을 구부린 채 영지 가루 속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곧이어 손바닥만 한 붉은 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작고 앙증맞은 영지는 핏빛 선홍색을 띠었고 이상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었는데 딱 봐도 평범한 물건 같지는 않았다.“이상하네. 저 큰 영지 속에 왜 저런 작은 영지가 있지?”조아영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영지도 새끼치기하나?그때 뚱보 사장이 뭔가 알아챈 듯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설... 설마... 저게 바로 전설 속의 혈영지란 말이야?”그의 말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뭐라고요? 혈영지? 사장님,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맞아요, 맞아요. 제가 책에서 봤는데 저게 바로 혈영지예요.”“세상에나. 여기서 혈영지를 다 보다니! 정말 대박이에요!”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질투가 섞여 있었다.“잠깐만요! 혈영지가 뭐예요?”이리저리 살피던 조아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혈영지도 영지의 일종이긴 한데 일반 영지보다 훨씬 희귀하고 영지 중의 최상급이라고 불리는 진정한 보물이죠.”뚱보 사장이 침을 꿀꺽 삼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진정한 보물요? 그럼 값이 얼마죠?”조아영이 계속 캐물었다.“혈영지는 가격이 엄청 비싸요. 경매에 내놓으면 적어도 2천억은 넘을걸요.”뚱보 사장이 엄청난 금액을 말했다.“네? 2천억이요?”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평생 힘들게 벌어도 그만한 돈을 벌기 어려웠다.“말... 말도 안 돼. 저렇게나 작은 물건이 2천억이나 한다고?”장경화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2천억도 적게 부른 거예요. 만약 경매에
“저 자식은 정말 운도 좋아! 혈영지를 다 얻다니!”“그러니까 말이야. 저것만 있으면 평생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저 영지를 사는 건데!”혈영지가 나타나서부터 구경꾼들은 한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떠들어댔다.유진우를 쳐다보는 눈빛에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 섞여 있었다.“젠장! 저 자식은 대체 무슨 행운이래?”이현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질투 어린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이상하네. 저 안에 저런 보물이 들어있는 줄 어떻게 알았지?”이청아는 놀라움과 동시에 의혹도 생겨났다. 약재 사장을 포함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알아채지 못했는데 하필 유진우만 보아냈다.운이 좋은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진우 씨, 우리 이번에 대박 났어요! 그런데 이 안에 혈영지가 숨어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조아영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던졌다.“사실 나도 확신이 없었어요. 그냥 추측일 뿐이었어요.”유진우가 겸손하게 말했다.“추측요?”조아영이 순간 멈칫했다.“그 말은 이 안에 혈영지가 있는 것도 몰랐으면서 10억을 걸었단 뜻이에요?”“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죠.”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우 씨를 바보라고 해야 할지,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조아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박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걸었잖아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었다.“멀쩡한 백 년 영지가 아무런 이유 없이 말라죽은 걸 보고 꼭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예전에 고서에서 비슷한 기록을 본 적이 있어요.”“정말 대단해요! 오늘 제대로 좋은 구경을 했어요!”조아영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오늘부로 그에 대한 존경심이 조금 더 깊어졌다.“잠깐! 이 혈영지는 내 것이야!”그때 상황 파악을 마친 장경화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어 혈영지를 빼앗으려 하자 조아영이 막아섰다.“어이! 지금 뭐 하는 거야?!”“안 팔아, 안 팔아! 10억
밤사이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이튿날 새벽, 천향원.조선미는 커피를 마시며 여러 자료를 훑어보았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그녀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조금 드리웠다.“조선미!”그때 조준서가 흰 눈썹 영감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무슨 일인데?”조선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 자료를 훑었다.“쾅!”조준서가 다짜고짜 한 나무 상자를 책상 위에 내려놓더니 뚜껑을 열었다. 흰 알약 하나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조선미, 이게 뭔지 봐봐.”조준서가 알약을 가리켰다.“이게 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알려줘야지.”조선미는 여유롭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흥! 우리 가문의 백령환도 몰라?”조준서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이게 바로 백령환이구나... 그런데 왜?”조선미가 덤덤하게 물었다.“왜? 왜냐고?”조준서의 말투가 싸늘해졌다.“내가 이 백령환을 어디서 사 왔는지 알아? 강씨 가문에서 사 왔어! 강씨 가문에서 연구에 성공했다고!”“그래? 그런데 뭐? 진작 예상한 일 아니었어?”조선미의 표정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너 지금 무슨 태도야? 아직도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겠어?”조준서가 한스러워하며 말했다.“강씨 가문에서 제조한 백령환의 약효가 아주 뛰어나서 많은 재벌들이 벌써 예약하기 시작한대. 지금 백령환 한 알 값이 1억까지 뛰었어!”“그래서?”조선미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물건은 흔치 않을수록 귀한 법이라고 시중에 아직 백령환만큼 좋은 약이 없어. 계속 이대로 나갔다가 강씨 가문에서 시장이라도 개척한다면 우린 정말 끝이야!”조준서가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대체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조선미가 되물었다.“너한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하루빨리 백령환을 만들어내거나 강천호랑 손을 잡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해!”조준서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 백령환의 연구 성과를 도둑질해간 바람에 인제 와서 다시 시작한다는 건 너무 늦었어. 강천호랑 손을 잡는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
그날 오후, 이씨 가문 별장.“누나, 이따가 강향란 씨 생일 파티에 가지?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테이블 위에 놓인 초대장을 본 이현이 신바람 난 얼굴로 물었다.어쨌거나 강향란은 최고 재벌 강천호의 딸이기에 그런 거물과 친분을 맺는다면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다.“생일 파티에 가는 건 맞는데 둘 밖에 못 가. 소홍이가 먼저 가겠다고 했어.”이청아는 기대 부푼 그에게 찬물을 확 끼얹었다.“쟤랑 간다고?”이현은 소파에 앉아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단소홍을 돌아보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누나, 누나 친동생은 나야. 쟤를 데려가면서 날 안 데려가려고?”그의 말에 단소홍이 하찮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오빠가 가서 뭘 어쩔 건데? 오늘 파티에 참석하는 분들은 전부 고위 관직이나 상류층에 있는 분들이야. 오빠처럼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애가 가기엔 창피하지 않아?”“야!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넌 뭐 잘난 줄 알아?”이현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그래도 오빠보단 잘났지.”단소홍은 그의 체면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너...”이현이 화를 내려 하자 장경화가 말렸다.“됐어, 그만들 해. 소홍이 금방 졸업했으니까 이번에 청아랑 같이 생일 파티에 가서 인맥 넓힐 기회를 줘. 오빠인 네가 양보해.”“들었어? 내가 강향란 씨랑 친구가 된다면 벼락출세할 수 있고 앞날이 창창해져. 그때가 되면 오빠도 내 덕을 보게 될 거야.”단소홍이 고개를 들며 으쓱거렸다.“흥! 네 덕을 본다고? 차라리 나 자신을 믿고 말지.”이현이 소파에 앉으며 씩씩거렸다. 그는 단소홍이 오고 나서부터 사랑을 빼앗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 참, 청아야,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그때 장경화가 뭔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가방에서 정교한 액세서리 케이스를 꺼냈다.“이건 며칠 전에 호준이가 너한테 주려고 산 선물이야. 오늘 생일 파티에 갈 때 이거 하고 가면 되겠네. 열어봐봐.”케이스를 열자 루비 귀걸이 한 쌍이 담겨있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로 섬
“언니 먼저 올라가 있어요. 난 여기서 친구 좀 기다릴게요.”호텔 로비로 들어온 후 단소홍은 핑계를 대고 이청아를 먼저 보냈다. 왜냐하면 걸림돌이 있는 한 그녀는 묻혀버릴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계속 이대로 함께 있었다간 어찌 친분을 맺고 재벌 남자를 꾈 수 있겠는가?“알았어. 연회장에서 기다릴게.”이청아는 별다른 생각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그녀가 옆에 없자 단소홍은 바로 현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녀는 일부러 로비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추파를 던지면서 이목을 끌었다. 그러고는 또 다가와 작업을 거는 남자들을 전부 거절했다. 지금 이 상황을 즐기면서 제대로 밀당할 생각이었다.“저기요. 귀걸이 너무 예쁜데 어디서 샀어요?”“어디서 샀어요? 이렇게 반짝이고 예쁜 귀걸이는 처음 봐요.”“이 정도 큰 루비면 엄청 비싸겠죠?”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그녀를 둘러싸고 이것저것 물었다. 주얼리 앞에서는 그 어떤 저항력도 없는 게 여자이니까.“이건 판도라의 루비 귀걸이예요. 남자친구가 맞춤 제작해서 선물해준 거라 하나밖에 없어요. 가격은 뭐 그리 비싸진 않아요. 그냥 이삼억 정도 할걸요.”단소홍은 일부러 덤덤한 척 웃었다. 말투는 겸손했지만 얼굴의 오만함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이삼억이 안 비싸요? 역시 남다르네요.”“정말 너무 행복하겠어요. 남자친구가 이런 귀한 귀걸이까지 다 선물하고.”“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죠. 맞춤 제작해서 하나밖에 없는 귀걸이를 선물했다는 게 얼마나 뜻 깊어요. 정말 너무 부러워요.”여자들이 재잘거리며 그녀를 추어올렸다. 득의양양해진 단소홍은 콧대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그녀는 주목을 받는 걸 좋아했고 남들의 아부도 즐겼다.그때 롤스로이스 한 대가 갑자기 문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뚜렷한 이목구비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자가 주목을 받으며 걸어왔다.“강향란 씨?”그녀가 나타나자마자 로비 안팎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
문관옥의 맹렬한 기세에 유진우는 그저 검으로 막아내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저 문관옥이 마음껏 공격하게 내버려두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눈에는 문관옥이 계속 유진우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계속해서 공격한다면 문관옥이 곧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문 도련님께서 익힌 기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공격하면 할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이 싸움을 보니 유장혁이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할 것 같네요...”“천재라고 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하나 했는데... 결국 문 도련님 같은 천교를 당해낼 수 없잖아요!”“문 도련님 파이팅입니다! 유진우를 죽여버려요!”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이어 나가는 문관옥을 보며 그들은 놀라워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일부 사호문 제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죽여라! 죽여라!”문관옥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에 든 칼을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그러면서 기세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의 공격은 마치 바람에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유장혁, 아까는 그렇게 건방지더니...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막지만 말고 반격해 봐! 공격해 보라고!”“왜 방어만 하고 있어?”“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던 사람이었잖아. 지금은? 겨우 내 공격을 버티고 있는 주제에!”“그러면서도 천재라고? 웃기지도 않아!”“너한테 그럴 자격 따위 없어!”“어때? 내 실력이 느껴져? 많이 무섭지? 절망적이지?”“안타깝지만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문관옥은 공격하면서도 계속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댔고 유진우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꼼수에 유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사실 그는 문관옥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문관옥은 대단하지만 유진우보다는 약했다.다른 조직이 아닌 호룡각이었기에 유진우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들만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분명 다른 고수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
전에는 경원종이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경원종 고수가 쓰는 진법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원종이 명불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채 종주님, 경원종의 오행 진법을 보니까 정말 눈이 번쩍 트이네요. 우리가 도울 필요도 없어 보여요. 경원종 혼자서도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노윤하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와 채지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로를 빼앗을 수 있을꺼 생각했었는데 사호문 문주가 죽고 나니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유진우도 정말 대단하긴 해요. 오행 진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채지웅은 두 손을 짊어지고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물론입니다. 그래도 오행 진법에 의해서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만할 수 있어요. 그만큼 그자가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도금칼과 이화검 모두 유진우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오행 진법이 변화무쌍한 진법이어서 다행이었다. 하늘과 땅의 힘을 빌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채 종주님, 공로를 세우셨으니 돌아가시면 반드시 큰 상을 받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도 저희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노윤하가 요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노 교주님 걱정 마세요. 저희 경원종이 상을 받게 된다면 비연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채지웅은 들뜬 마음으로 직접 다짐했다.“채 종주님께 감사드립니다.”노윤하가 공손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돌멩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돌멩이들은 온 지면을 뒤덮으며 굉음을 냈다.순간, 산더미처럼 쌓인 돌덩어리가 폭발하는 것이었다.누군가가 돌멩이들 사이로 날아올라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었다.그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아니나 다를까 흙을 헤치고 나온 유진우였다.“뭐? 안 죽었다고?”조금도 다치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섯 자루의 검을 보면서도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위로 치켜올릴 뿐이었다.쾅!강력한 에너지가 손바닥에서 폭발하더니 빠른 속도로 그 이화검들을 삼켜버렸다.펑!다섯 발의 폭음과 함께 다섯 개의 이화검이 폭죽처럼 동시에 터지며 하늘의 불꽃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채지웅이 깜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서로 마주 보며 놀라워했다. 이화검의 순발력과 파괴력은 도금칼보다 훨씬 뛰어난 데다가 그들은 방금까지 전력을 다해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예상대로 유진우가 이 살인을 막아냈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이화검의 공격도 손쉽게 피했으니 말이다.그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계속해! 마법진 변경!”채지웅은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오행 진법은 변화무쌍하여 7가지 공격방법이 있었다. 이화검도 안 되면 또 다른 공격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곤지함!”채지웅은 손목을 바들바들 떨면서 황토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바닥으로 내리쳤다.나머지 고수들도 그를 따라서 부적을 바닥에 내던졌다.펑!황토색 부적 다섯 장이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가 서 있는 지면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 주위 10미터 반경의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더니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유진우는 반응할 틈도 없이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곤산붕!”그 순간, 채지웅은 즉시 진법을 바꿔버렸다.그는 방금 생긴 깊은 웅덩이를 빠른 속도로 메꿔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는 완전히 생매장당했다.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며 진법으로 큰 바위들을 옮겨와서 유진우가 생매장된 곳을 막아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는 산처럼 쌓여버렸다.생매장된 유
독성을 가지고 았는 다트는 마치 비 내리듯 끝없이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순식간에 유진우가 모두의 타깃으로 되었다.“마법진!”다트들이 떨어지려고 할 때 채지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그 후 경원종 고수들은 몇 명이 즉시 뿔뿔이 흩어져 유진우 곁에 원 모양으로 둘러섰다.그들 손에는 어느새 금색 부적 한 장이 들려 있었다.“도금칼!”채지웅은 명령과 함께 손에 든 금색 부적을 내던졌다.유진우를 에워싸고 있던 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즉시 부적을 내던졌다.다섯 장의 부적이 유진우를 향해갔다.곧이어 기괴한 장면이 발생했다.하늘하늘하던 부적에서 순간 빛이 크게 번지더니 다섯 자루의 거대한 금색 칼로 변해 유진우를 찌르려 하는 것이었다.그 칼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으며 파괴력이 강해 보였다.무도 마스터라도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칼이었다.그리고 이 마법진은 경원종의 오행 진법으로 변화무쌍한 데다가 위력이 무궁무진한 진법이었다.또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쳤기에 실력이 배로 늘어났을 것이었다.죽음에 가까워진 상황이 아니면 결코 쉽게 쓰지 않는 진법이었다.하지만 유진우를 죽이기 위해 경원종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질질 끌지 않고 한 방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고작 이것밖에 못 하나요?”다섯 자루의 금빛 검을 본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안색을 바꾸지 않고 발을 한 번 굴렀다.흰색 진기가 몸에서 터져 나와 타원형의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그 보호막은 유진우를 감싸고 있었다.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다섯 자루의 금빛 검이 유진우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검들이 순식간에 부서지더니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결국 유진우는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응”채지웅은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행 진법의 도금칼은 날카롭기로 유명한 무기였다.하지만 유진우의 보호막조차 뚫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마법진 변경!”채지웅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여 진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