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541 - 챕터 550

1372 챕터

제541화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

비교적 풀기 쉬운 문제들은 거의 1분 만에 답을 적었다.후반부에 가서 한 문제를 마주한 성연이 다소 고민을 했다.연이어 몇 번을 계산해도 답이 나오지 않고 이 문제에 막혀 한참을 시간을 끌었다.성연이 막 포기하려던 차에 옆에 앉아 있던 무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 문제는 방법을 한 번 바꿔 봐. 꼭 통상적인 방법으로만 풀 필요는 없어.”그런 뒤에 무진이 그 방법을 말했다.성연이 돌아보니 무진의 눈은 여전히 서류에 꽂혀 있었다.성연의 눈이 온통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무진 씨는 동시에 두 가지가 가능해요?”무진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 “꽤 간단한 문제니까.”그저 한 번 보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무진의 머릿속에 바로 정답이 떠올랐다.성연은 할 말이 없었다. 스스로 충분히 똑똑하다고 생각해왔었다.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공신은 무슨 공신이야. 진짜 공신은 바로 앞의 이 분구만.’두어 마디 대화를 나눈 성연이 무진이 제시한 단서를 따라 시도했더니 막혔던 문제가 바로 풀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성연이 몇 문제를 연이어 다시 물었다.아예 무진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이 몇 문제도 잘 모르겠어요. 좀 가르쳐 줘요.”성연이 문제들을 내미니 당연히 무진은 기꺼운 마음으로 설명했다.하지만 이 상황을 이용해 성연에게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물었다.“내가 널 가르쳐주면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이득이 있어야만 가르쳐 줄 거예요?” 성연이 눈썹을 추켜세웠다.강무진, 진짜 욕심이 끝도 없는 것 같다.“물론. 공짜로 가르쳐 줄 순 없지.” 무진이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성연이 일부러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됐어요. 내일 학교에 가서 직접 선생님께 여쭤보면 돼요.”말하는 동시에 성연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미간을 살짝 좁힌 무진이 불러 세웠다.“잠깐, 농담이야. 앉아, 가르쳐 줄게.”이번에는 성연이 무진을 잡고 놀렸다.“진짜요? 이득이 없어도?” 일부러 말을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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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까 봐

저녁 시간 잠들기 전까지 문제를 풀던 성연은 아직 여운이 남았지만 내일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문제집을 덮었다.무진 역시 내일 출근을 해야 하니 다시 물어보기도 미안해서 문제집을 가방에 넣었다.첫날 저녁에 이렇게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이튿날, 교실에 막 들어선 성연을 찾아온 이윤하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물었다.“성연아, 풀지 못한 문제는 없었어? 안 풀리는 게 있으면 선생님에게 말해, 도와줄 테니까.”이번에 자신이 성연에게 건네준 문제집의 몇 문제는 아주 어려웠다.그래서 성연이 자신을 찾아와 도움을 청하길 기대했다.그러면 성연이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지난 번 토론 대회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성연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다른 학생을 찾으려고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니까.책임감을 가진 성연이 선생님들을 난처하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걸 이윤하는 잘 알았다.그와 동시에 문제 푸는 걸 도와주며 성연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다.두 사람 사이의 오해를 풀면서.이건 이윤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성연이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성연의 대답을 들은 이윤하가 미간을 찡그리며 내심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성연아, 너 집에 가서 문제를 풀어보지 않았니?”일부 문제들은 성연의 성적이 아무리 좋다 해도 몇몇 해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풀 수가 없었다.바로 수학 올림피아드의 상투적인 해법.성연이 이전에 올림피아드를 접해본 적이 없는 한 풀 수가 없을 터.그러니 성연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건 오직 한 가지를 의미할 것이다.그것은 성연이 문제를 풀지 않았다는 것.성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풀었는데 확인해 보시겠어요?”말하면서 성연이 가방을 열고 문제집을 꺼내 이윤하에게 건넸다.이윤하는 반신반의하며 문제집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모두 살펴본 이윤하는 완전히 얼이 나간 것 같았다.성연이 모두 맞혔기 때문이다.수학 올림피아드 경향에 맞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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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초보자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지만 내심 가졌던 의문이 말끔히 해소된 이윤하가 성연을 칭찬했다.“괜찮은 가정 교사가 있는 것 같구나.”이윤하가 볼 때, 이 필체는 성연의 것이 분명했다. 설령 본인이 푼 건 절반밖에 안된다 해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송성연은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 초보자였으니까.성연은 이윤하의 표현이 상당히 재미있게 들렸다. 확실히 무진은 꽤 괜찮은 ‘가정교사'였다.무진이 이 호칭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이윤하가 바로 앞에 있음을 의식한 성연은 얼굴에 아무런 표도 내지 않았다.그저 이윤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아주 괜찮은 가정교사에요.”이윤하가 성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열심히 해. 상금과 우승이 네 가까이 있어, 힘내.”성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고맙습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할게요.”저녁에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온 성연은 저녁 식사 후 문제를 들고 무진 가까이 다가갔다.어쩐 일인지 아침에 이윤하가 자신에게 말한 ‘가정교사’라는 호칭이 머리에 떠올랐다.무진을 바라보던 성연이 가볍게 기침을 하며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무진을 불렀다. 호칭을 ‘선생님’으로 바꾸어서. “선생님, 이 문제를 잘 모르겠는데 가르쳐 줄 수 있어요?”무진의 눈동자가 짙어졌다.“뭐라고 불렀어?”아직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성연.무진이 왜 다시 물었는지 그저 알 수가 없었다.‘방금 목소리 꽤 크지 않았나? 무진 씨가 제대로 못 들었을 리가 없을 텐데?’열심히 자신을 지도하려는 무진을 보며 체면을 좀 세워주고 싶었던 성연이 조금 전의 호칭으로 다시 한번 불렀다. “선생님.”무진이 바로 고개를 내려 성연의 입술을 덮었다.영문을 모른 채 피하려 발버둥치려던 성연을 무진이 단단히 붙들었다.성연은 점점 무진이 주는 따뜻한 감각에 빠져들어 갔다.성연이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고 조용하자 무진은 성연의 어깨를 붙들었던 손을 내려 허리를 당겨 안았다.한참이 지난 후 무진이 손을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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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애증의 세월

옆에 서 있던 손건호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한밤중에 이 무슨 닭 털 날리는 애정행각인지.그야말로 자신을 감정도 없는 로봇정도로 여기는 것일까?수하 직원들은 인권을 가질 자격도 없단 말인가.솔로의 설움을 참으며 또 자기 보스를 위해 누가 오나 안 오나 망까지 봐야 하는 신세라니.손건호는 자신이야 말로 비극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정말 비참하기 그지없는 자신이었다!그곳에서 즐거움을 느낀 후, 성연은 자신이 문제 푸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거의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는 문제를 풀었다.한 문제 한 문제 풀어나가며 느끼는 그 성취감은 다른 어떤 느낌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이것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여기며 화제에 올렸다.예전의 교실에서는 성연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자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제 창가를 지나갈 때면 책상 위의 놓인 자료 위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성연을 보게 되었다.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특히 이윤하와 송성연의 부드러워진 관계는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더욱 토론을 받다.어떤 아이들은 아예 게시판에다 토론방을 만들었다.이름하여 ‘이윤하 선생님과 송성연의 애증에 찬 세월'이었다.아래에 댓글을 단 아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일이 커지든 말든 뭐든 마음대로 떠들어댔다.[이윤하가 송성연에게 미혼탕을 먹인 거 아냐? 안 그러면 송성연이 어떻게 갑자기 저렇게 열심일 수가 있어? 전혀 송성연답지 않게.][안 자면 안 자는 거지, 너무 딱 잘라 그러지 마라. 너희들 못 봤어? 열심히 문제를 푸는 송성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늘이야 말로 송성연의 외모가 더 없이 빛난 날이야.][설마 이윤하가 송성연의 무슨 약점 같은 걸 잡고 있는 건 아니겠지? 송성연을 협박하려고 말이야. 그러지 못하게 할 수는 없어?][이윤하가 어떻게 송성연의 약점을 잡을 수 있겠어? 있었다면 이전에 진즉 꺼냈겠지. 너희들 좀 더 좋은 생각은 할 수 없어? 송성연이 스스로 열심히 한다든지, 학교의 영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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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한번 이기고 싶다

정우석은 혼자가 아니라 동창 몇 명과 함께 찾아왔다.정우석의 친구들은 성연을 본 후 그에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정우석, 왜 소개 안 해 줘?”성연의 예쁜 얼굴에 소년들의 마음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정우석의 친구들이 성연을 바라보는 그 눈빛은 꽤나 거침이 없었다.다만 그 속에 악의가 섞여 있지 않아서인지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정우석이 말했다.“여긴 지난번에 내가 너희들에게 말했던 북성남고의 천재, 내가 패했던.”정우석의 친구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반응했다.“네가 바로 정우석을 이긴 당사자구나. 정말 얘기 많이 들었어.”성연도 대답했다.“운이 좋았을 뿐이야.”그리고 순간 좀 놀랐던 성연이 정우석을 보며 물었다.“그런데 너 왜 여기 있어?”어쨌든 같은 시합에서 경쟁했던 상대였다.성연 또한 인사를 안 하면 좋지 않을 듯해서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북성제일고는 북성남고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을 텐데?’정우석이 설명했다.“우리는 이쪽에 일이 좀 있어서 지나던 길이었는데 너를 우연히 볼 수 있는 행운을 빌었지. 네가 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한다는 말을 듣고 너에게 인사하려고 온 거야. 다음에 만나면 좀 인정을 베풀어달라고 말이지.”지난번에 성연에게 패한 정우석은 돌아가서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았다.강자에게 패배한 건 결코 창피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깨끗이 승복했다.하지만 다시 기회가 있고 능력이 된다면정말 성연을 한 번 이기고 싶었다.‘송성연 같은 사람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겠지?’정우석의 마음속 생각을 알지 못한 성연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건 안 돼지, 우린 적인데.”이 방면에서는 절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성연은 자신이 지는 것을 허락할 수 없기 때문이니까.예상했던 대답에 정우석이 픽, 하고 웃었다.이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송성연, 같이 저녁 안 먹을래?”지난번에 성연과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비록 채팅방을 만들었지만 귀찮게 할까 봐 자기 분수를 지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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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어떻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나

성연이 떠난 후 근처에 있던 정우석의 친구들이 소란을 피우며 놀려 댔다.“에이, 정우석, 너 설마 반한 건 아니지?”평소 정우석의 눈이 머리 꼭대기에 달려있다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북성제일고에서도 정우석을 추종하는 아이들이 많았다.그러나 정우석은 누구에게도 송성연을 대하듯이 하지는 않았다.정우석 또한 부인하지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뭐 안될 거 있어? 송성연은 대단한 아이야.”겉만 번지르르해서는 정우석을 매혹시키지 못할 터였다.정우석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은 그 자신과 비슷한 실력이었다. 아니 송성연이 그 자신보다 더 뛰어났다.이런 사람을 보며 어떻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아이들이 놀려댔다.“그럼 우리 북성제일고의 퀸이 정말 슬퍼하겠네.”북성제일고의 퀸은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정우석을 좋아하고 있었다.매번 정우석과 좀 더 가까워지려 애를 썼다.무슨 수이든 가리지 않고 썼다.그러나 정우석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물론 성연의 생김새는 북성제일고의 퀸보다 못하지 않았다.또 정우석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지 않나.정우석이 좋아하는 것도 사실 이해가 될 정도였다.모두들 친구들이어서 정우석의 취향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그러나 친구들의 말에 정우석은 동의하지 않았다.‘퀸은 무슨 퀸, 내 보기에 소위 퀸이란 아이는 성연의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데.’성연은 정우석과 친구들이 자신을 화제로 삼은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기다리던 차에 오른 성연은 차 안에 무진이 타고 있음을 발견했다.성연은 순간 속으로 놀랐다. 일찍도 아니고 늦지도 않았건만 꼭 이때를 골라서?‘너무 공교로운데?’성연이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무진 씨는 왜 또 왔어요?”‘자신도 참 지지리 재수가 없지. 말 몇 마디 할 때마다 무진에게 걸리고 마니.’‘자신 같이 재수 없는 운은 어디도 없을 걸?’강무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당연히 너를 데리러 왔지.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됐군.”성연의 주변에 얼쩡거리는 것들이 정말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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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그녀의 사생활을 존중하라

서한기가 이런 자신을 보면 뭐라고 투덜거릴지 모르겠다.‘우리 보스 자존심도 없어? 왜 이렇게 나약해?’라고 하지 않을까?예전에 성연은 무슨 일이든 늘 과감하게 처리했다.이처럼 우유부단하게 군 적이 없었다.집에 돌아오니 이미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얼른 밥을 먹은 성연은 바로 게임을 하며 놀았다.너무 문제만 풀다 보면 책벌레가 될까 더 이상 문제집을 보지 않았다.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무척 즐겁긴 하지만 학습과 휴식의 균형도 신경 써야 하지 않겠나.무진은 성연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처리해야 할 서류들 때문에 성연과 함께 게임을 어울릴 수가 없었다.바로 옆에서 서류를 넘기며 때때로 성연이 내는 음성을 듣는 것으로도 충분하게 여겨졌다.한창 놀다가 고개를 돌린 성연이 무진 쪽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줄곧 성연의 기척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무진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내가 본업인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연이 무진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네가 즐거운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이 질문을 나에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무진이 성연의 머리칼을 흐트러뜨렸다.성연이 헤 하는 웃음소리로 무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음을 표현했다.늦은 시각, 성연이 목욕하러 가며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무진은 아직도 소파에 앉아서 남은 서류들을 처리하는 중이다.그때 갑작스레 핸드폰 벨 음이 들렸다.‘이 벨 소리는 성연의 것인데?’흘깃 한 번 쳐다본 무진은 받지 않았다. 성연이 나오면 전화 왔었다고 알려줄 생각이었다.핸드폰은 상당히 사적인 물건이다.무진이 성연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지 않는 까닭은 성연을 존중해 주기 위해서이다.그러나 어쩌다 발신 번호를 흘깃 보았을 뿐이지만 번호가 상당히 낯익었다. 분명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번호가 분명했다.무진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앞뒤로 넘기며 연락처를 뒤적였다.무진의 개인 핸드폰에는 연락처가 많지 않았다.가까운 사람들만 무진의 개인 번호를 가질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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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동의할 수 없어

성연이 샤워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가니 무진이 보이지 않았다.의아한 마음에 비서 손건호에게 물었다.“무진 씨는요?”손건호가 대답했다.“보스는 사모님이 욕실로 가셨을 때 전화를 받으러 서재로 가셨습니다.”대답하던 손건호가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 알려줬다.“사모님, 조금 전에 전화가 오는 것 같았습니다.” 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뜻을 나타냈다.테이블 위의 핸드폰을 집어 들고 발신자를 확인한 성연이 내심 놀랐다.연씨 집안에서 온 전화였다.최근 연수호 어르신의 병세가 많이 호전됨에 따라 자연 연씨 집안에 가는 일도 줄었다.일주일에 한 번만 가면 될 정도로.그런데 연경훈이 자신에게 전화를 해 온 것이다.성연은 다행히도 무진이 서재로 올라가 연경훈에게 전화가 온 건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성연의 휴대폰에 미 착신 상태로 표시되어 있으니 분명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뜻.연씨 집안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 걱정스러웠다.그래서 문 밖으로 나가 조용한 곳을 찾아 연경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경훈은 마치 핸드폰 옆을 지키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받았다. 하지만 다소 원망이 담긴 음성이었다.“고 선생님, 조금 전에 뭐 하느라 그렇게 오래도록 전화를 안 받았어요?”“씻으러 가면서 핸드폰을 두고 갔어요. 무슨 일이에요? 왜 내가 당신에게 그런 것까지 보고해야 하는데요?” 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전화를 받자마자 연경훈이 한 첫 마디가 이런 말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한 성연이다.“아니, 아니, 당신한테 무슨 사고라도 생겼나 해서 걱정했어요.” 여자들과 많이 어울렸던 연경훈은 입을 다물지 않고 재빨리 부드럽게 말을 돌렸다.연경훈의 번지르르한 말은 무시한 채 성연이 바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연경훈의 말투도 좀 진지해졌다.“할아버지께서 약을 다 드셨는데 괜찮을까요?”연 어르신의 병세는 모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이제까지 복용한 약들은 모두 성연이 직접 조제한 것들이었다.약이 떨어지자 연씨 일가족은 당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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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내가 그렇게 비호감이란 말이야

성연은 연경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다시 거실로 돌아와 물 한잔을 따라서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바로 이때 무진이 나오더니 손건호를 슬쩍 쳐다보았다.손건호는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저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방으로 돌아온 무진은 전화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었다.이튿날, 성연은 학교에 휴가 신청원을 내고 연씨 저택을 찾았다.연경훈이 거실에서 이미 성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은 올 때 당연히 그에게 데리러 오라고 전화하지 않았다.그러나 성연이 오늘 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는 집에서 계속 기다렸던 것이다.성연을 본 연경훈이 곧바로 소파에서 일어났다.아주 친절한 태도로 성연을 맞이했다. “고 선생님, 왔어요?”변장을 한 성연의 얼굴은 결코 예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상대적으로 좀 평범하다고 할까.적어도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봤던 연경훈이라면 눈에 차지 않을 터였다.하지만 연경훈은 절대 일시적인 흥미로 성연에게 구애하는 것이 아니었다.성연은 가까이 다가가고 싶게 하고 또 알고 싶게 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성연에 대한 그의 관심은 아주 진지했다.처음엔 업신여겼으나 할아버지 연수호를 세심하게 돌보는 성연의 정성과 능력을 직접 보면서 조금씩 빠져든 게 분명했다.별 다른 표정이 없는 성연의 얼굴은 무척 담담해 보였다.“저 왔어요.”“아, 뭐 좀 먹었어요? 주방에 먹을 것 좀 준비해 달라고 할까요?” 손바닥을 치며 말하는 연경훈은 성연 앞에서 표현을 많이 하려 애썼다.성연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이미 먹었어요. 귀찮게 그럴 필요 없어요. 어르신께서 계신 곳으로 안내해 줘요.”연경훈이 보이는 이상할 정도의 친절에 성연은 좀 불편함을 느꼈다.그 자리에서 계속 연경훈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느낌이 좀 이상했다.“알았어요. 바로 할아버지께 안내할 게요.” 거리를 두려는 듯한 성연의 태도에 실망한 연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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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많이 보고 싶어 하세요

연경훈은 계속 성연의 옆을 지키며 칭찬했다. 듣기 좋은 말들만 연이어 늘어놓았다.“고 선생님, 당신 의술이 정말 대단하네요. 할아버지가 회복이 아주 빠르세요. 지금은 혼자서 화원 산책도 하실 수 있을 정도세요.”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성연의 의술만큼은 절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이전에 많은 의사들이 와서 할아버지의 다리를 진찰했었다.대부분은 고개를 흔들며 탄식만 했다.할아버지 스스로도 운명이라 생각하고 단념했던 터였다. 그런데 지금 성연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 걷게 된 것이다.성연이 어깨를 으쓱였다.“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사부님이 자신에게 맡긴 일이었다. 만약 이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사부님의 제자로 부끄럽지 않겠나.어쨌든 사부님을 가리키는 ‘신의’라는 칭호는 그냥 얻은 것이 아니었다.조심스럽게 성연을 쳐다보던 연경훈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고 선생님, 점심 먹고 가시지 않겠어요? 어머니가 한동안 고 선생님을 보지 못해서 많이 보고 싶어 하셨어요. 그냥 보내면 어머니가 무척 섭섭해할 겁니다.”성연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연경훈이 계속 말했다.“밥을 먹은 후에 내가 집 근처 구경하러 데리고 갈게요. 부근의 풍경이 아주 좋거든요. 고 선생님은 평소 많이 바쁘죠? 오늘 시간을 내서 몸도 마음도 좀 가볍게 풀어주세요. 사람은요, 자신을 역시 너무 팽팽하게 조여도 안돼요.”성연은 연경훈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이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연경훈이 자신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걸 알면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괜히 희망을 주어 그가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도록.성연이 완곡하게 거절했다.“오후에 일이 있어서 같이 나갈 수 없겠네요. 호의에 감사합니다.”연경훈의 얼굴이 바로 축 늘어졌다.매번 거절당할 때마다 점점 면역이 되어가는 자신을 느꼈다.억지로 미소를 지은 연경훈이 대답했다.“괜찮아요. 고 선생님처럼 의술이 뛰어난 분은 바빠서 한가로이 돌아다닐 시간도 없을 텐데. 내 생각이 짧았어요.”성연이 한숨을 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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