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551 - 챕터 560

1372 챕터

제551화 왜 거절하는 것일까

순간 성연의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앉았다. 무진의 말속에 뼈가 들어 있는 듯했다.하지만 연씨 집안에서는 어떤 내색도 보일 수 없었다.슬쩍 손을 꽉 맞잡은 채 억지로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신가요?”무진이 직접 찾아온 뜻을 밝혔다.“그동안 제 할머님의 건강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잘 회복되고 있는지 심히 염려가 됩니다. 의술이 뛰어난 고 선생님이 할머님을 봐 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리러 왔습니다.”무의식적으로 성연의 입에서 거절의 말이 나왔다.“요즘 좀 바쁩니다. 일이 많아서 아마 몸을 빼기 힘들 것 같군요. 정말 미안합니다. 강 대표님.”어쨌든 무진은 오랜 시간 자신과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맞대며 지낸 사람이 아닌가.자신의 생활 습관과 행동들에 익숙할 게 분명했다.더군다나 안금여라면 더 잘 알 것이다.또 할머니 앞에서 언제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을까.강씨 집안은 갈 수가 없었다.그리고 안금여의 건강은 자신이 늘 살피고 있었다.문제가 있을 리가 없었다.“고 선생님, 할머님은 제 소중한 가족입니다. 나는 할머님이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뭐든 말씀하십시오. 할머님을 봐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무진이 재차 설득했다.눈썹을 찌푸린 성연이 또 다시 완곡하게 거절했다.“할머님의 신체는, 어떤 의료기기든 사용해서 검사해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가서 본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거예요. 제가 볼 수 있는 건 다른 의사 선생님들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시간을 내기 어려워요.”강씨 집안에 갔다가 온전히 빠져나올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평소의 자신을 잘 알고 그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고 자신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단 말인가?“고 선생님, 당신이 연수호 어르신을 치료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의술을 믿습니다. 다른 사람은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꼭 고 선생이 가서 도와주길 부탁합니다.” 무진이 진짜 자신에게 부탁하러 온 것 같지 않은가.성연이 연거푸 거절의 말을 내놓자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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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성연은 무진을 따라 함께 차에 올라탔다.돌아가는 길에 무진이 말했다.“정말 고 선생님께 큰 폐를 끼치게 됐습니다.”무진을 말을 듣던 성연이 저도 모르게 입가를 오므렸다.“천만에요, 당연한 거죠, 뭐.”강무진에게 승낙한 게 정말 후회되는 그녀다.하지만 승낙하지 않으면 분명 무진이 의심할 터.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무진이 긴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아주 절도가 있어 보이는 동작이 그가 하니 좀 더 귀티가 났다.무진이 입을 열었다.“고 선생은 평소 직업이 의사입니까? 나이가 꽤 어려 보이는데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되었겠군요?”‘평소 말도 별로 없는 강무진이 오늘따라 왜 이리 쓸데없는 말들을 하는 거지?’모르는 사람에게는 절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지 않는 강무진이다.‘설마 안금여를 진찰하게 하기 위해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것일까?’그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되었다.성연은 속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무진이 어떤 점을 간파했는지 알 수도 없었으니. 하지만 성연은 참을성 있게 대답해 주었다.“네, 얼마 전에 졸업했어요. 자그마한 진료소를 가지고 있는데 평소 환자가 많아서 꽤 바쁜 편입니다.”그녀의 말은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뜻.‘똑똑한 강무진이 못 알아들을 리가 없겠지.’당연히 무진은 아주 잘 알아들었다. 더 이상 다른 말은 없이 바로 한 마디만 했다.“조금만 더 있으면 도착합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쪽에 기대어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분명히 같은 곳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 성연의 심경은 이전과 달랐다.그녀는 지금 무진과는 잘 모르는 낯선 타인일 뿐이었다.전날에도 이 차에 앉아 무진에게 애교를 떤 자신이건만.이건 정말 쇼킹한 반전이 아닌가.앞에서 운전 중이던 손건호는 성연이 감지하지 못하는 사이 일부러 먼 길로 돌아서 차를 몰았다.본시 짧지 않던 여정이 더 길어졌다.하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해 성연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무진은 눈을 감은 채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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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어떤 여자가 설레지 않겠어요

성연이 바로 무진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무진의 눈에 알 수 없는 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이 능숙한 동작과 무의식적인 말투는 모두 누군가를 꼭 닮아 있었다.그러나 그의 손은 계속 가슴을 움켜쥔 채로 있었고 이마에도 식은땀이 배어 몹시 아파 보였다.성연은 마음이 초조해 죽을 지경이었다.즉시 주머니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무진의 입에 물렸다.약을 먹이자 무진의 통증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무진이 몸을 받치고 일어나 앉았다.“고 선생은 역시 명의의 제자로 손색이 없군요. 약만으로도 병이 사라지다니.”차 뒤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란 손건호가 급히 차를 세우고 고개를 돌렸다.“보스, 괜찮으십니까?”무진이 손을 휘이 저으며 말했다.“괜찮으니 계속 운전해.”손건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성연은 조금 전 무진의 상황에 깜짝 놀랐다.예전 무진의 곁에 있을 때 무진에게 가슴 통증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었다.돌발적인 상황에 저도 모르게 긴장한 성연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렸다.그러나 그녀는 애써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현재 자신의 신분은 송성연이 아니라 고 선생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기억하기에.성연이 물었다.“강 대표님은 건강해 보이는데 어째서 갑자기 그러신 건가요? 지병이 있으신가요?”무진이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예, 예전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신체 바탕이 나쁘다 보니 가끔 이런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성연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걱정이 태산이었다.그전에 맥만 짚고도 무진의 몸이 그다지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했다.성연은 몰래 속으로 궁리했다. 시간이 있으면 방법을 찾아서 강무진을 검사해 보아야겠다고.‘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안 돼.’오래된 상처가 한데 엉켜 있는데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더욱 심각해질 뿐이다.무진의 지금 상태는 밖에서 보기에는 아주 좋았다. 하지만 그 안은 꼭 솜 한 덩어리로 채워 넣은 것처럼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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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당연히 자랑해야지

침묵 속에 강씨 고택에 도착했다.집안의 집사가 나와서 맞이했다.성연은 무진을 따라 함께 걸어 들어갔다.안금여를 진찰하는 모든 과정이 아주 순조로웠다.“고 선생님, 오느라 정말 수고했어요. 내 몸은 그리 중하지 않은데.”성연을 대하는 안금여의 태도는 무척 겸손했다.어찌 되었든 성연은 연씨 집안에서 모셔다 연수호 어르신을 치료한 사람이었다.말하자면 연씨 집안의 덕을 보았다고 할까.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은 고 선생이라는 이 인물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지금 성연의 모습은 정말 평범해 보였다.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찾아내기 어려운 정도의 평범함이다.안금여를 앉힌 성연이 세심하게 안여의를 진찰했다.10여 분이 지난 후에 검사를 마친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회장님, 아주 잘 회복되고 계십니다. 아무 문제없으세요. 게다가 건강관리도 아주 잘 하고 계시고요. 평소에 담백한 음식 섭취와 신체 단련만 잘 지켜 주시면 됩니다.”이번 기회를 빌려 성연은 안금여의 몸을 샅샅이 살펴보았다.아주 좋은 상태임이 확실했다.그녀의 방법대로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성연의 말을 들은 안금여가 매우 기뻐했다.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손주 며느리도 의술을 좀 알아요. 내 건강도 그 애가 관리하고 있지요.”안여의의 말투에는 부지불식간에 다소 자랑하는 기색이 담겼다.성연이 강씨 집안에 오면서부터 집안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그녀의 건강도 결국에는 회복시켰다.그리도 마음에 드는 손주 며느리이니 당연히 꺼내 자랑을 해야 하지 않겠나.성연은 약간 부끄러웠지만 영리하게 맞장구를 쳐주었다.“네 그렇군요? 어린 사모님이 정말 대단하네요.”말하면서 성연은 또 무진을 한 번 쳐다보았다. 차 안에서 약혼녀 얘기를 하던 무진이 생각난 거였.마음이 좀 심란하면서도 동시에 은근 기분이 좋기도 했다.다른 사람 앞에서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처럼 높게 평가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은 자신이 강씨 집안에 머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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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그녀도 남을 배려한다

안여의가 열렬히 말했다.“정말로 고 선생을 난처하게 했군요. 이리 오랜 시간 붙들고 귀찮게 해서 미안하오. 무진아, 네가 고 선생을 모셔다 드리렴.”“네.” 무진이 소파에서 일어났다.성연이 돌아가려는데 마침 옆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안금여는 성연의 가방에 과일 두 개를 넣어주었다.수입된 과일인데, 엄청 달다고 말하며.성연은 받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을 따라 거실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손건호 또한 운전을 위해 앞 좌석에 앉았고 무진과 성연은 뒷좌석에 앉았다.하지만 거리를 좀 떨어뜨려 앉았다.무진이 물었다.“고 선생님,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성연이 대답했다.“지난번 그곳에 내려 주시면 됩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 주소는 손건호도 기억하고 있었다.무진이 말할 필요도 없이 바로 차를 몰아 목적지로 향했다.성연이 말한 주소는 바로 서한기가 사는 곳 부근이었다.거리가 멀지 않아서 곧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성연이 무진과 작별인사를 했다.“대표님, 안녕히 가세요.”무진이 고개를 끄덕여 표시하자 손건호가 차를 출발시켰다.회사로 돌아가는 길, 무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왜 웃는지도 모르는 듯한 웃음이다.무진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본 성연이 서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서한기에게 겨우 한 마디 했다. 자신이 집으로 들어간다고.비록 부하였지만 어쨌든 서한기의 집이었다. 성연이 함부로 들어가는 건 옳지 않았다.전화를 받은 서한기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보스, 그냥 바로 들어가면 되잖아요? 혹시 키가 없는 거예요? 내가 키 가져다 드려요?”서한기가 연이어 질문을 해댔다.성연이 이를 갈았다. 서한기에게 전화를 한 건 그야말로 자신의 실책이었다.서한기에게는 남녀의 구분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모처럼 마음을 좀 쓰려고 했는데 하필 서한기는 나무토막 같았다.성연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열쇠는 내가 찾을 수 있어. 먼저 들어갈 테니 일 없으면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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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힘들지 않아

올림피아드는 이미 확정되어 번복의 여지가 없었다.갑자기 올림피아드의 대열 끼인 성연은 더욱 바빠졌다.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거의 밥을 먹자마자 문제를 풀러 갔다.집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게임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무진도 서류와 노트를 들고 옆에 앉아 성연이 막히는 문제가 있을 때 도와주었다.머리가 좋은 성연은 조금만 가르쳐 줘도 바로 알아차렸다. 무진이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성연이 그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무진은 오히려 마음이 좀 아팠다.성연이 오늘 꽤 오랜 시간 문제를 풀었다 싶었던 무진이 적극 제안했다.“송성연, 우리 나가서 산책할까?”마침 문제를 풀고 있던 성연은 갑자기 생각이 끊겼다.무진의 말에 눈살을 찌푸린 성연이 매우 단호한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시간이 촉박해서 지체할 수 없어요. 아직 이해 못한 것들도 많아요. 서둘러야 해요.”말을 하고 다시 고개를 숙인 채 계속 문제를 풀었다.무진은 다시 한번 설득하려 했다.“선생님이 말씀하시지 않았어? 일과 휴식을 잘 병행해야 한다고. 긴장도 좀 풀어줘야지.”“무진 씨는 서류 봐요. 나 문제 푸는 거 방해하지 말.” 성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무진은 입을 벌리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보았다.밤에 잠을 잘 때 성연은 침대에 눕자, 무진이 몸을 옆으로 해서 성연의 관자놀이를 마사지해 주었다.편안함을 느낀 성연은 막지 않았다. 무진의 마사지는 꽤 훌륭했다.지난번에 그에게 마사지를 받은 다음날 아프던 머리가 개운해졌었다.“힘들지 않아?” 무진은 성연이 그렇게나 진지하게 열심히 하는 건 처음 보았다.하지만 성연은 항상 책임감 있게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냈다.“할 만해요. 보람 있어요.” 성연은 오랜만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피곤하기야 하지만, 자신이 승낙한 일은 100%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후회하지 않을 터였다.“자.”무진이 조용히 말하면서도 손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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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감출 수 없는 사랑

수학 올림피아드의 일도 물론 긴장되지만 성연이 더욱 염려하는 것은 무진의 건강이었다.맥을 짚어 보면 신체 기초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구체적으로는 기계로 데이터를 봐야 한다.심장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가능한 한 빨리 살펴보아야 했다. 무진의 몸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본 다음 증상에 맞게 약을 써야 했다.그래서 성연은 시간을 내여 다시 연씨 저택을 찾아 갔다.성연을 본 연경훈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고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다음 진료 시간까지는 좀 더 남은 것 같은데?’“이번에 온 것은 한 가지 중요한 일 때문이에요. 지난번에 강씨 고택에 갔었는데 회장님께 강 대표님을 진찰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지금 의료기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대표님께 전화 좀 해주겠어요? 시간이 어떤지 좀 물어봐 주세요.”찾아온 이유를 성연이 바로 설명했다.성연의 핸드폰에는 당연히 무진의 번호가 자고 있는 게 맞았다.하지만 그녀가 직접 연락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선생은 강무진을 잘 모르니까.그리고 그녀는 지금 고 선생이었다.“물론 되지요. 지금 당장 무진 형한테 전화해 볼게요.” 연경훈은 사람됨이가 좀 경망스럽긴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송성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그녀의 감사 인사에 연경훈은 좀 쑥스러웠다.“우리가 고 선생에게 고맙지요. 분명 고 선생님은 할아버지를 진찰하러 온 거였는데, 무진 형까지 추가로 진찰을 받게 됐잖아요. 고 선생님, 당신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연경훈이 잔뜩 어색한 모습으로 결국에 한 마디를 짜내었다.성연은 가볍게 헛기침만 할 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연경훈의 눈에 떠오른 감정은 화끈거리게 할 정도로 짙었다.“고 선생님, 오셨군요.” 그때 뒤에서 또 다른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동시에 성연에게 퇴로를 열어주었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연경훈의 모친 하지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사모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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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내가 먼저 반한 사람이야

성연과 하지연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무진이 왔다.성연은 무진을 연구실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 곳에는 많은 첨단 의료기와 장비들이 있어서 신체 데이터를 정확하게 뽑을 수 있었다.“대표님. 저와 함께 가 주세요. 거기에 검사용 기기들이 있어요.” 성연이 미리 설명했다.무진은 경계심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무진은 그녀와 함께 낯선 곳으로 쉽게 가려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어찌 되었든 무진은 지금 강씨 집안 최고 실권자였다. 그의 몸값은 가격을 매길 수도 없을 정도로 높을 터이니 경각심이 없는 게 더 이상했다.“그러죠.” 무진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동의했다.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연경훈은 미묘한 불편함을 느꼈다.고 선생 앞에는 항상 한 겹 막이 쳐져 있는 듯했다.다른 사람이 파고들 틈이 없었다.예의 바르고 단정한 그 모습이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그런데 무진과 같이 있는 지금 성연을 둘러싸고 있던 그 막이 마치 사라진 것 같았다.‘설마 고 선생이 무진 형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하긴, 무진 형은 얼굴도 집안도 다 괜찮으니까.’젊고 유능하다는 점은 언제나 여자들 마음을 움직이게 하니까.연경훈은 갑자기 자신이 좀 형편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선생은 자신이 먼저 반했다.‘고 선생과 무진 형 단둘이 있게 해서는 절대 안돼.’연경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고 선생님, 나도 참관하러 같이 가고 싶은데 괜찮겠지요?”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하지연이 나무랐다.“고 선생님과 무진이 진찰하러 가는데 네가 뭐 때문에 따라 가? 가서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얌전히 집에 있어.”연경훈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자신의 엄마는 고 선생을 매우 좋아했다. 또 무진도 무척 불쌍하게 생각하며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유독 친아들인 자신에 대해서만 불만스럽게 여겼다.고 선생과 무진을 한데 엮으려는 게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생각도 들었다.‘우리 엄마 눈에는 무진 형만 믿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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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어떤 친밀한 동작도 못하게

성연은 정말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그럼 가요. 별 영향 없을 거예요.”성연의 동의를 받은 연경훈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하지연을 향해 눈썹을 치켜 세웠다.하지연 자기도 모르게 또 다시 한 두 마디 호통을 쳤다.“가서 절대 소란 피우지 마.”“내가 어린애도 아닌데…….”연경훈이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어린아이면 오히려 내가 더 안심이지.” 하지연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했다.“사모님, 저희는 가 볼게요. 안 그러면 곧 시간을 놓칠 거예요.”성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끊으며 먼저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계속 저렇게 설전을 벌이게 놔두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그래요, 그럼 볼 일 봐요.” 말을 하는 와중에도 하지연은 연경훈을 노려보았다.연경훈이 하지연을 향해 혓바닥을 내밀었다.그리고 성연의 뒤를 따라 나갔다.연구소에는 성연이 미리 일러 두었다. 연구소 내 직원들에게 그녀를 고 선생이라고 부르고 헸디. 보스라고는 절대 못 부르게 신신당부했다.그렇지 않으면 무진의 의심을 사기 쉬웠다.연구소는 교외의 외진 곳에 있었다.부근의 풍경과 공기가 아주 좋았다.도착한 후에 성연은 두 사람을 데리고 연구소를 구경시켜 주었다.이곳의 기계는 얼음 같이 차가웠지만 아주 세밀하고 정교했다.무진은 몸이 좋지 않았다. 안금여 또한 몸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자연히 늘 이런 의료기들을 가까이해 온 무진은 이 기계들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도무지 가격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였다.두세 개 정도만 보고도 성연의 연구소가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지녔는지 대략 판단되었다.무진은 모든 기계 설비들을 세세히 살펴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속으로 더 많은 의혹이 생겼다.보아하니, 과연 이 고 선생 정말 간단한 인물이 아닌 듯하다.그에 반해 연경훈은 그냥 단순했다.무진과 성연을 주시하며 두 사람이 어떤 친밀한 동작도 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만 신경 썼다.조금 전 오는 길에는 무진과 고 선생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그래서 연경훈의 마음 속 의심도 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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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고통에 익숙해지다

연구소 참관이 끝난 후 성연은 무진을 데리고 내실로 들어갔다.“대표님, 여기 위에 누우세요. 제가 검사할 수 있게요.” 성연이 한 팔을 펼치며 청하는 자세를 취했다.무진이 누웠다.성연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의료기기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서서히 입구가 닫히며 의료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체 데이터를 측정하기 시작했다.성연은 스크린에서 번쩍이는 데이터 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런 성연의 모습에 연경훈의 두 눈은 경탄으로 반짝였다.마치 영화를 찍는 것처럼 아주 환상적이었다.성연의 진지한 옆모습을 바라보던 연경훈은 눈치 있게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옆으로 비켜섰다.성연을 방해할까 봐 숨을 죽인 채.좋아하는 사람 앞이니 당연히 알아서 잘해야 할 터였다.십여 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무진의 검사가 끝났다.성연은 문을 열자 무진이 일어나 앉았다. 성연의 표정이 좀 굳어 있었다.“대표님, 체내에 내상이 많이 쌓여 몸이 매우 좋지 않아요.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연경훈 또한 무진의 상태가 그토록 심각할 줄은 몰랐다.강씨 집안 내부의 복잡한 관계를 생각하면, 보호해 줄 부모가 없는 무진이 잘 지냈을 리 만무한 터.옆에서 연경훈이 관심 있게 물었다.“무진 형, 기분이 좀 어때요? 참기 힘들어요?”좌절감이 느껴졌다. 하필 의학엔 문외한인지라 무진을 도울 아무런 능력이 없었다.무진은 평소 자신에게 아주 잘해 주었다.“익숙해졌어.” 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한 마디가 엄청나게 무겁게 들렸다.무진이 익숙해지기까지 뒤로는 얼마나 병고에 시달렸을지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무진이 결코 쉽게 살아오지 않았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좀 아닌 것 같아 축 처진 모습으로 한쪽편에 섰다.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을 데리고 밖에 있는 휴게실에 앉혔다. 그리고 자신은 다시 연구실로 들어가며 말했다.“두 사람은 여기 앉아서 좀 기다리세요.”연경훈과 무진이 휴게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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