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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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불쌍한 척 보이려는 걸까

엄마 진미선이 지금 남편의 집에서 잘 지내지 못하고 있음을 성연도 알아차렸다.원래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성연이다.하지만 불현듯 임종 직전 남기신 외할머니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외할머니는 누구도 미워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그러지 않으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한 차례 입술을 앙 다문 성연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몸의 상처는 어떻게 된 거예요?”성연의 말을 들은 진미선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꽁꽁 가린다고 가렸는데도 성연이 알아차린 것이다.곧장 정신을 차린 진미선은 황급히 상처 부위를 다시 가렸다.그리고 성연의 시선을 슬며시 피하며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성연은 말도 안되는 진미선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직접 묻는다고 진미선이 사실대로 인정할 리는 없을 터.항상 남들 눈을 의식하는 그녀는 자신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성연은 진미선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매를 걷어 올렸다.그러자 육안으로 보이는 상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팔에 있는 더 큰 멍자국이 보였다.이미 시퍼렇게 부어오른 피멍 자국이 팔 전체에 퍼져 있는 형상이 무서워 보일 정도다.진미선의 상처가 생각보다 심한 걸 보는 순간, 뜻밖에도 성연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화가 난 성연이 추궁하듯 물었다. “그 남자가 때린 거예요?”예전에는 아버지 송종철이야 말로 상종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진미선에게 이처럼 폭력을 쓰지는 않았다.그러나 진미선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을 했다. 그런데 손찌검을 당했다?당연히 다른 사람일 리가 없지 않는가.재혼한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성연이 이미 눈으로 확인했지만, 진미선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그저 고개를 숙인 채 변명했다. “아니야.”왕대관은 자신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단지 냉랭한 태도로 자신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을 뿐.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왕대관이 아니라면 왕씨 집안의 그 노친네겠군.’왕대관의 모친이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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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그렇게나 보기 싫었던 딸

성연의 예리한 시선이 맞닿아오자 진미선은 버티기가 힘들었다.성연이 자신의 마음을 속속들이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결국 난감해진 진미선은 더듬거리며 자신의 이번 방문 목적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회사에서 영향력 있는 제품 광고모델이 필요해. 그런데 요즘 회사 형편이 좋지 않아서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야. 성연아, 네가 좀 엄마를 위해 방법을 찾아 줄 수 없을까?”이번 신제품을 위해 왕대관은 꽤 많은 투자를 했다.그러나 광고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진미선과 왕대관은 난관에 부딪쳤다.유명 모델이 아니고서는 제품에 대한 반응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없을 터였다.하지만 최근 연예계에서 잘나가는 유명인들은 최소 몇 십억을 제시해야 섭외할 수 있었다.지금 그들의 능력으로는 그 많은 돈을 구할 재간이 없었다.그래서 그들은 성연을 통해 방법을 찾으려는 생각이다.진미선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성연은 단번에 알아들었다.진미선의 목적은 소지한이었다.성연이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학생인 내가 무슨 모델을 알겠어요? 이번에 사람을 잘못 찾은 것 같네요.”잠시 입을 벌린 채 벙긋거리던 진미선이 속셈을 드러냈다.“성연아, 너와 소지한…….”마침내 본심을 드러내는 진미선을 바라보며 성연이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소지한을 몰라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뭐라고 소지한을 알고 있겠어요?”성연은 정말 지긋지긋했다.결국 진미선은 또다시 자신을 이용 수단으로 취급했다.기분이 극도로 나빠졌다.진미선은 이를 악문 채 계속해서 말했다.“성연아, 광고에 나오는 사람이 너라는 거 알아. 비록 내가 네 곁에 계속 있지는 않았지만 내 딸을 못 알아볼 리가 없지.”만약 확신이 들지 않았다면 오늘 성연을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광고 방면의 일은 자신과 왕대관으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줄을 놓아줄 다른 사람을 찾으려 한 거였다.그들 회사는 결코 크지 않았다. 협력도 주로 작은 업체들과 하다 보니 유명 연예인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원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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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네게 다 덮어씌우면 어쩌려고

입술을 꽉 다문 채 진미선에게 잡힌 손을 빼며 성연은 결국 도와주기로 했다.“좋아요, 내가 이번에는 외할머니를 봐서 당신을 도와주겠어요. 하지만 이것도 마지막이에요.”성연은 잠시 눈을 감고 속으로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자신은 절대 진미선에게 마음 약해지지 않으리라.그녀는 정말 너무 피곤했다.자신을 이용수단으로 여길 뿐인 진미선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성연에게 있어서 진미선은 외할머니와의 관계를 빼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진미선이 얼굴에 기쁜 빛을 드러내며 성연의 손을 잡으려 다시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성연은 그 손을 피했다.진미선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마워, 성연아, 정말 고마워.”성연은 진미선에게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떠났다.진미선이 이러는 건 자신에 대한 성연의 감정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언젠가 감정이 밑바닥을 드러내는 날이 올 테지.하지만 성연이 생각하기에 진미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만 한다면 혈육의 정이 떨어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결국 자신이 쓸모가 없다 싶으면 다시 자신과의 관계를 끊으려 안달할 테고.성연은 가끔 스스로 비애감을 느꼈다.분명 자신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일 테지.그러나 언뜻 보아도 사실 자신은 가진 게 하나도 없었다.성연은 벽에 기대었다.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투정을 갈무리했다.감정을 모두 정리한 후 소지한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말했다.성연의 말을 모두 들은 소지한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무슨 낯으로 너에게 부탁을 한단 말이야? 너 더 이상 그 사람들 상관하지 마.”소지한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일절 들지 않았다.진미선 같은 사람을 보면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게다가 성연이 진미선에게 어떤 푸대접을 받앗는지 알기에 더 돕고 싶지 않았다.성연처럼 좋은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부모가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자신을 위해 분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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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한 번 받아보는 게 어때

마지막에 가서야 왕대관 회사의 신제품 광고모델 제의를 소지한이 받아들였다.그러나 진미선과 왕대관이 애가 닳도록 바로 연락을 주지 않고 일부러 며칠간 질질 끌었다.어차피 계약서에 사인도 안 한 상태, 단지 구두로 승낙했을 뿐이다. 물론 가긴 갈 테지만 진미선과 그 남편을 짜증나게 할 수 있다면야 기분이 꽤나 좋을 것이다.그들도 아마 감히 무슨 말을 하지는 못할 터.집에 돌아온 성연은 꽤나 피곤한 기색이다.매번 진미선, 송종철을 만날 때면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느끼는 성연이다.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게 정말 귀찮고 짜증났다.기분이 조금도 유쾌하지 않았다.그런 성연의 기색을 눈치 챈 무진이 먼저 다가와 관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성연은 진미선과 있었던 일을 무진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그녀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으니까.이런 속상한 일은 말해 봤자 속상한 사람만 더 늘어날 뿐.말할 가치도 없는 일이다.눈을 반쯤 가늘게 뜬 성연이 소파에 기댄 채 말했다.“요즘 토론대회로 바빠서 그런지 피곤해요.”성연을 가만히 살피던 무진이 다가가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성연의 관자놀이를 눌렀다.생각지도 못한 동작에 깜짝 놀란 성연이 다소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소파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무진 씨 위치의 사람도 이런 걸 할 수 있어요?”하, 하고 헛웃음을 지은 무진이 반문했다.“네 보기에 도대체 내가 어떤 위치인데?”그의 생각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없는 건 없었다. 다만 대상이 누구냐는 거지.그 대상이 성연이라면 안되는 게 뭐가 있겠는가?그는 개의치 않았다.“바로 강씨 집안의 실권자죠.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 계셔서 바라볼 수도 없는 존재요.”성연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아주 거침없이.성연의 말을 듣던 무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피식 웃었다.“네 마음속에서 날 그렇게 높게 평가했던 거였어?”성연이 어깨를 으쓱거렸다.“이게 원래 사실이니까?”성연의 눈에 비록 양친이 모두 없다 해도 어쨌든 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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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이제는 되돌릴 수 없어

흔들흔들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나른하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무진의 안마로 신경이 풀리며 온몸이 노곤하니 졸렸다.무진의 다리를 베고 있던 성연이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무진에게 물었다.“무진 씨 상처는 어때요?”귀국한 후 무진은 일이 많아졌다.제대로 쉬지도 못할 만큼.성연은 매일 무진이 사골국 마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생각해 보니 한동안 무진에게 몸 상태를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무진은 손 동작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거의 다 나았어.”성연은 썩 신뢰하지 않았다.무진은 요즘 과부하에 걸릴 정도로 일이 많았다.다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 날마다 쌓였다.이런 상황에서는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더딜 것이 분명.성연은 원래 행동파였다.무진에게 속아 넘어 가느니 직접 보는 게 낫지.성연은 무진이 반응할 틈을 아예 주지 않았다.무진의 손을 꽉 잡은 채 소매를 끌어올렸다.성연은 무진의 다리를 베고 있었다.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무진은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상처 부위 전체를 다 만져본 후 비로소 무진이 잘 회복되었음을 확인했다.“손대지 마.”거의 20여 년을 외롭게 지냈던 무진이었다. 그러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자 자신을 통제하기가 힘들었다.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게 명확했다.평소 그가 자랑하던 강한 의지도 성연 앞에서는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렇게 깊이 빠져 있었다.자신이 무진에게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성연은 아직 잘 몰랐다.그래서 무진의 말을 들었을 때 자동적으로 든 생각은 무진이 자신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구나였다.그러니 미간을 찡그린 성연의 입에서 나오는 말투가 좋지 않을 밖에.“왜요? 나는 만지지도 못해요?”무진이 손대지 못하게 하자 기어코 손대려 하는 건 또 무슨 심사인지.그것도 모자라 아예 옷 자락을 젖히고 무진의 복근을 쓰다듬었다.매일 운동을 하는 무진이다 보니 복부에는 얄팍한 복근이 자리잡고 있었다.퍽 단단하게 만져지는 것이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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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찬 기운

잠시 멍하니 있던 성연이 고개를 들어 무진의 눈을 마주보았다.동시에 머리 밑의 느낌이 좀 이상한 것 같았다.성연은 뒤늦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성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재빨리 무진의 다리 위에 뉘였던 몸을 일으키며 손을 떼고는 도망치듯 뛰어갔다.‘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성연의 뒷모습을 보며 무진이 한숨을 쉬었다.곧바로 욕실로 가서 찬물로 샤워를 했다.욕실에서 나왔을 때 피부에는 찬기운이 가득했다.안타까운 마음에 속으로 생각했다.‘도대체 언제쯤 다 자랄지…….’조만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리라는 걸 깨달았다.하루하루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느라진즉 피곤했던 성연은 베개에 머리를 대자 아무 생각없이 잠이 들었다.무진이 얼마나 냉가슴만 끙끙 앓고 있는지 알 리가 전혀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토론대회의 날이 되었다.학교는 이번 시합을 강당에서 개최하기로 했다.학생들이 참관하는 데에도 동의했다.이번 대회의 관객들은 거진 모두 북성남고 학생들이었다.성연은 북성남고에서 늘 화제를 일으키는 인물이었으니까.그녀가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많은 학생들이 몰려와서 시끌벅적했다.동시에 모두 성연의 능력이 어떤지 보고 싶어했다.이번 토론대회가 비교적 중요하다고 생각한 학교는 강당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특별히 학생들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강당 전체가 빼곡히 찬 모습이 아주 장관이었다.성연은 아직도 교실에 앉아 있었다.대회는 아직 시작 전이었다. 성연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충분히 준비했지만 상대방의 수준이 어떤 지를 볼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전술에 따라 방법을 강구할 밖에.성연은 자료를 한 번 볼 생각이었다.선생님들이 준비를 위해 나가자 수업하는 반은 없었다. 학교의 온 교실들이 시끌시끌했다.잠시 자료를 보고 있던 성연은 누가 팔을 잡아당기는 걸 느꼈다.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짝인 주연정이 자신의 옷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주연정에 대해 성연이 가진 인상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아주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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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패배는 없다

교무주임부터 교장까지 앞으로 나가 인사말을 했다.“우리 북성남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여러분의 기세가 아주 대단하군요.”북성제일고의 교사도 손을 내밀어 교장과 악수했다.“북성남고도 만만치 않은 걸요. 이번 참가자 중에 다크호스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다크호스까지는 아니지만, 재능이 있는 학생이 있기는 합니다만.”교장이 겸손하게 받았다.“그럼 이번에 우리 북성제일고도 최선을 다해야겠군요. 그렇지 않으면 연속 우승의 신화가 깨지겠는데요?”북성제일고 교사의 말에서 다소 불을 지르는 듯한 뉘앙스가 묻어났다.어찌 되었든 북성남고가 우승을 차지한 지 한참이나 되었으니.그냥 지나치지 못한 북성남고의 교사 한 명이 입을 열려고 하자 교장이 막았다.교장은 큰소리로 장담하지 않은 채 약간 유보적인 자세로 말했다.“이번 대회가 아주 볼 만하겠습니다. 지켜보도록 하지요.”북성제일고 교사는 눈가에 미치지 않는 억지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북성제일고 사람들이 왔을 때 성연과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미리 알려주었다.이때 성연과 참가 선수들은 교장과 교사들 뒤편에 서 있던 참이었다.맞은편의 교사가 성연과 남고 쪽 대표들을 한 번 쭉 훑었다.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북성남고 쪽 이번 대회 참가자들 모두 낯선 얼굴들 같았다. 예전에 얼굴을 익혔던 그 몇 명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진짜 전세를 뒤집을 기회가 있을라고?’생각은 생각일 뿐. 북성제일고의 교사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양쪽 학생들이 서로 인사하게 살짝 옆으로 비켜섰다.북성남고의 주 토론자인 성연이 앞으로 나서 팀을 인솔하며 북성제일고 참가자들에게 인사했다.북성제일고의 주 토론자는 남학생이었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각진 얼굴이었지만 풋풋한 소년미를 풍기며 아주 멋있게 생겼다.“안녕, 정우석이라고 해.” 남학생이 다가와 손을 내밀며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성연도 손을 내밀어 그의 손에 살짝 닿았다 뗐다. 성연 역시 담담한 음성으로 인사했다.“안녕, 송성연이야.”소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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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비교불가

전반전이 끝날 때 정우석이 먼저 성연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그는 감탄의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송성연, 너무 멋졌어. 후반전 토론이 기대되기 시작했어.”성연도 정우석에게 칭찬했다. 그는 확실히 대단했다.하마터면 막아내지 못할 뻔했을 정도로.대등한 실력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는 건 당연지사.그래서 성연은 정우석에 대해 존중할 만한 상대라고 평가했다.성연이 웃으며 칭찬을 받았다.“고마워. 너도 대단하더라.”성연이 자신에 대해 나쁜 감정이 없음을 알아차린 정우석이 그 틈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나에게 너희 학교 구경 좀 시켜 줄래?”지금은 점심 시간. 북성제일고 사람들도 모두 여기에서 점심을 먹는다. 전반전이 끝난 후 휴식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후반전은 오후가 되어야 시작될 터이고.마침 식당에 가려던 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우석에게 길을 안내했다.“그래.”미소를 지은 정우석이 성연의 뒤를 따라 갔다.나머지 참가자들도 이 기회에 서로 짝을 지어 이동했다. 상대편 선수라는 사실은 서로의 친선 도모에 하등 문제되지 않았다.모두 청소년들이었다. 다들 잘 노는 성격들인지 곧 친해져서 하나가 되었다.북성남고는 경치가 뛰어났다.건물도 아주 예뻤다.북성남고가 귀족학교라 불리는 것도 허명이 아니었다.학교 외부적인 명에 있어서 북성제일고는 당연히 북성남고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군중 속에서 모두 북성제일고 학생들의 부러움에 찬 음성들이 가득했다.“너네 북성남고 너무 멋있는 거 아니니? 교복도 진짜 예쁘다. 촌스러운 우리 교복과 달리 말이야.”북성남고의 교복은 영국풍 교복의 표준이다. 남학생은 바지, 여학생은 스커트의 양장 차림으로 교복 컬러도 아주 예뻤다. 또 북성남고의 상징 로고인 왕관이 새겨져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반면 북성제일고의 교복은 확실히 평범했다.모두 모두 긴 바지와 반팔 디자인에 통일된 파란색으로 남학생 여학생의 구별이 없었다.역시 비교 대상이 없었다면 상처도 없었을 터.이때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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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적대감이 호감으로

토론에 참가할 정도의 학생이니 말재간이 뛰어났다.성연이 북성남고에 온 이래 일어난 각종 사건들을 생생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첫 번째는 소문난 열등생에서 공신으로의 반전.그야말로 텔레비전에서나 나올 법한 스토리다.이 사건은 상대 학교의 학생들에게까지 찬탄을 불러일으켰다.“거야 말로 진정한 고수 아니야? 송성연, 너 정말 대단하다.”“그래, 시간이 있으면 너에게 제대로 배우고 싶다.”“내 말이. 토론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방면으로 뛰어나네. 북성남고에는 진짜 인재가 많구나.”모두들 추켜세우는 말을 하자 성연은 좀 쑥스러웠다.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을 보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던 성연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또 어떻게 대해야 할지.이 아이들의 감정은 솔직하고 순수했다.모두 성연에게 호감을 가진 게 보였다.서로 이야기하는 사이에 식당에 도착했다.북성제일고와 북성남고의 아이들은 이미 친해져 거리낌이 없었다.조금 전 토론장에서 내보였던 적대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함께 웃고 떠들었다.이 시각, 교사 식당.북성제일고 교사와 북성남고 교사가 뜻하지 않게 한 자리에 만났다.모두 조금 전 각 팀을 이끌던 선생님들이다.만나서 모두 함께 밥을 먹었다.그들 대화의 중심은 당연히 방금 전의 토론 시합을 벗어나지 못했다.“북성남고는 올해 입이 아주 매섭더군요. 그런 에이스가 있으면서 막판에 가서야 내놓다니, 쯧쯧.”북성제일고의 교사가 그 자리에서 탄식했다.“당연하지요, 안 그러면 어떻게 북성제일고와 맞섭니까?” 조금 전 토론 시합에서 보여준 북성남고의 활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북성남고의 교사는 은근히 뻐기는 투로 말했다.이건 북성남고 역사 이래 가장 뛰어난 활약이었다.“북성남고의 송성연 학생, 정말 대단하던데요. 좋은 싹인 것 같습니다. 그처럼 교묘한 측면에서 토론할 수 있는 학생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어요. 정말 대단해요. 대단해.”북성제일고는 여러 해 동안 우승을 가져간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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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성연은 북성제일고 아이들과 함께 앉아 점심을 먹었다.정우석은 성연의 맞은편에 앉았다.공교롭게도 정우석 역시 수학올림피아드 이야기를 꺼냈다.“송성연, 조금 있으면 수학올림피아드가 열리는데, 너도 참가할 거니?”진지하게 상대할 만한 맞수를 정말 오랜만에 만난 정우석이 성연에게 물었다.성연과 다시 한번 맞붙어 보기를 희망하면서.성연이 손을 휘이 저었다.“난 관심 없어.”토론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성연은 이미 지쳤다.‘올림피아드까지 참가해서 나더러 피곤에 절어 죽으라고?’ 사실 이것들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가장 주요한 이유는 사실 성연은 대회에 참석하고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 무척 단순한 이유다.대회 참가자 명단 안에 포함되어 있던 정우석은 성연의 대답에 좀 아쉬움을 느꼈다. 그는 작년에도 다른 학우 한 명과 같이 북성제일고를 대표해서 출전했었다.북성제일고에는 더 많은 우등생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성적이 비슷하니 별 차이가 없었다.그리고 정우석도 그 중의 하나였다.그는 송성연이라는 이 상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실력 있는 상대와 싸워야 재미가 있는 법.성연과 함께 북성남고 대표로 토론 시합에 참가한 학생이 옆에서 듣고 있더니 성연을 향해 말했다.“아마 나중에 선생님이 성연이 너를 불러서 이 일을 말씀하실 것 같은데? 너는 신경 쓰고 싶지 않겠지만 그렇게는 안될 것 같다.”‘북성남고에서 송성연 같이 뛰어난 인재를 찾기는 어렵지.’‘완전 만능 천재라니까.’‘북성남고의 선생님들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리가 없지.’당연히 송성연을 끌어다 내보낼 것이다. 그러지 않는 한 북성남고에 승산이란 전혀 없으니까.귀찮게 느껴진 성연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찡그렸다. 지금 더 후회스러웠다. 선생님께 토론대회에 참가하겠다고 약속한 일이.하나를 하니 또 다른 일들이 생긴다. 다음에는 또 무슨 핑계를 대고 거절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지금은 이미 참가했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테고.’‘일단 토론대회 이 일부터 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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