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가서야 왕대관 회사의 신제품 광고모델 제의를 소지한이 받아들였다.그러나 진미선과 왕대관이 애가 닳도록 바로 연락을 주지 않고 일부러 며칠간 질질 끌었다.어차피 계약서에 사인도 안 한 상태, 단지 구두로 승낙했을 뿐이다. 물론 가긴 갈 테지만 진미선과 그 남편을 짜증나게 할 수 있다면야 기분이 꽤나 좋을 것이다.그들도 아마 감히 무슨 말을 하지는 못할 터.집에 돌아온 성연은 꽤나 피곤한 기색이다.매번 진미선, 송종철을 만날 때면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느끼는 성연이다.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게 정말 귀찮고 짜증났다.기분이 조금도 유쾌하지 않았다.그런 성연의 기색을 눈치 챈 무진이 먼저 다가와 관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성연은 진미선과 있었던 일을 무진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그녀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으니까.이런 속상한 일은 말해 봤자 속상한 사람만 더 늘어날 뿐.말할 가치도 없는 일이다.눈을 반쯤 가늘게 뜬 성연이 소파에 기댄 채 말했다.“요즘 토론대회로 바빠서 그런지 피곤해요.”성연을 가만히 살피던 무진이 다가가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성연의 관자놀이를 눌렀다.생각지도 못한 동작에 깜짝 놀란 성연이 다소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소파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무진 씨 위치의 사람도 이런 걸 할 수 있어요?”하, 하고 헛웃음을 지은 무진이 반문했다.“네 보기에 도대체 내가 어떤 위치인데?”그의 생각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없는 건 없었다. 다만 대상이 누구냐는 거지.그 대상이 성연이라면 안되는 게 뭐가 있겠는가?그는 개의치 않았다.“바로 강씨 집안의 실권자죠.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 계셔서 바라볼 수도 없는 존재요.”성연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아주 거침없이.성연의 말을 듣던 무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피식 웃었다.“네 마음속에서 날 그렇게 높게 평가했던 거였어?”성연이 어깨를 으쓱거렸다.“이게 원래 사실이니까?”성연의 눈에 비록 양친이 모두 없다 해도 어쨌든 무진
흔들흔들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나른하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무진의 안마로 신경이 풀리며 온몸이 노곤하니 졸렸다.무진의 다리를 베고 있던 성연이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무진에게 물었다.“무진 씨 상처는 어때요?”귀국한 후 무진은 일이 많아졌다.제대로 쉬지도 못할 만큼.성연은 매일 무진이 사골국 마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생각해 보니 한동안 무진에게 몸 상태를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무진은 손 동작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거의 다 나았어.”성연은 썩 신뢰하지 않았다.무진은 요즘 과부하에 걸릴 정도로 일이 많았다.다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 날마다 쌓였다.이런 상황에서는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더딜 것이 분명.성연은 원래 행동파였다.무진에게 속아 넘어 가느니 직접 보는 게 낫지.성연은 무진이 반응할 틈을 아예 주지 않았다.무진의 손을 꽉 잡은 채 소매를 끌어올렸다.성연은 무진의 다리를 베고 있었다.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무진은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상처 부위 전체를 다 만져본 후 비로소 무진이 잘 회복되었음을 확인했다.“손대지 마.”거의 20여 년을 외롭게 지냈던 무진이었다. 그러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자 자신을 통제하기가 힘들었다.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게 명확했다.평소 그가 자랑하던 강한 의지도 성연 앞에서는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렇게 깊이 빠져 있었다.자신이 무진에게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성연은 아직 잘 몰랐다.그래서 무진의 말을 들었을 때 자동적으로 든 생각은 무진이 자신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구나였다.그러니 미간을 찡그린 성연의 입에서 나오는 말투가 좋지 않을 밖에.“왜요? 나는 만지지도 못해요?”무진이 손대지 못하게 하자 기어코 손대려 하는 건 또 무슨 심사인지.그것도 모자라 아예 옷 자락을 젖히고 무진의 복근을 쓰다듬었다.매일 운동을 하는 무진이다 보니 복부에는 얄팍한 복근이 자리잡고 있었다.퍽 단단하게 만져지는 것이 감촉
잠시 멍하니 있던 성연이 고개를 들어 무진의 눈을 마주보았다.동시에 머리 밑의 느낌이 좀 이상한 것 같았다.성연은 뒤늦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성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재빨리 무진의 다리 위에 뉘였던 몸을 일으키며 손을 떼고는 도망치듯 뛰어갔다.‘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성연의 뒷모습을 보며 무진이 한숨을 쉬었다.곧바로 욕실로 가서 찬물로 샤워를 했다.욕실에서 나왔을 때 피부에는 찬기운이 가득했다.안타까운 마음에 속으로 생각했다.‘도대체 언제쯤 다 자랄지…….’조만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리라는 걸 깨달았다.하루하루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느라진즉 피곤했던 성연은 베개에 머리를 대자 아무 생각없이 잠이 들었다.무진이 얼마나 냉가슴만 끙끙 앓고 있는지 알 리가 전혀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토론대회의 날이 되었다.학교는 이번 시합을 강당에서 개최하기로 했다.학생들이 참관하는 데에도 동의했다.이번 대회의 관객들은 거진 모두 북성남고 학생들이었다.성연은 북성남고에서 늘 화제를 일으키는 인물이었으니까.그녀가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많은 학생들이 몰려와서 시끌벅적했다.동시에 모두 성연의 능력이 어떤지 보고 싶어했다.이번 토론대회가 비교적 중요하다고 생각한 학교는 강당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특별히 학생들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강당 전체가 빼곡히 찬 모습이 아주 장관이었다.성연은 아직도 교실에 앉아 있었다.대회는 아직 시작 전이었다. 성연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충분히 준비했지만 상대방의 수준이 어떤 지를 볼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전술에 따라 방법을 강구할 밖에.성연은 자료를 한 번 볼 생각이었다.선생님들이 준비를 위해 나가자 수업하는 반은 없었다. 학교의 온 교실들이 시끌시끌했다.잠시 자료를 보고 있던 성연은 누가 팔을 잡아당기는 걸 느꼈다.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짝인 주연정이 자신의 옷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주연정에 대해 성연이 가진 인상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아주 단
교무주임부터 교장까지 앞으로 나가 인사말을 했다.“우리 북성남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여러분의 기세가 아주 대단하군요.”북성제일고의 교사도 손을 내밀어 교장과 악수했다.“북성남고도 만만치 않은 걸요. 이번 참가자 중에 다크호스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다크호스까지는 아니지만, 재능이 있는 학생이 있기는 합니다만.”교장이 겸손하게 받았다.“그럼 이번에 우리 북성제일고도 최선을 다해야겠군요. 그렇지 않으면 연속 우승의 신화가 깨지겠는데요?”북성제일고 교사의 말에서 다소 불을 지르는 듯한 뉘앙스가 묻어났다.어찌 되었든 북성남고가 우승을 차지한 지 한참이나 되었으니.그냥 지나치지 못한 북성남고의 교사 한 명이 입을 열려고 하자 교장이 막았다.교장은 큰소리로 장담하지 않은 채 약간 유보적인 자세로 말했다.“이번 대회가 아주 볼 만하겠습니다. 지켜보도록 하지요.”북성제일고 교사는 눈가에 미치지 않는 억지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북성제일고 사람들이 왔을 때 성연과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미리 알려주었다.이때 성연과 참가 선수들은 교장과 교사들 뒤편에 서 있던 참이었다.맞은편의 교사가 성연과 남고 쪽 대표들을 한 번 쭉 훑었다.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북성남고 쪽 이번 대회 참가자들 모두 낯선 얼굴들 같았다. 예전에 얼굴을 익혔던 그 몇 명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진짜 전세를 뒤집을 기회가 있을라고?’생각은 생각일 뿐. 북성제일고의 교사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양쪽 학생들이 서로 인사하게 살짝 옆으로 비켜섰다.북성남고의 주 토론자인 성연이 앞으로 나서 팀을 인솔하며 북성제일고 참가자들에게 인사했다.북성제일고의 주 토론자는 남학생이었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각진 얼굴이었지만 풋풋한 소년미를 풍기며 아주 멋있게 생겼다.“안녕, 정우석이라고 해.” 남학생이 다가와 손을 내밀며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성연도 손을 내밀어 그의 손에 살짝 닿았다 뗐다. 성연 역시 담담한 음성으로 인사했다.“안녕, 송성연이야.”소개하는
전반전이 끝날 때 정우석이 먼저 성연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그는 감탄의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송성연, 너무 멋졌어. 후반전 토론이 기대되기 시작했어.”성연도 정우석에게 칭찬했다. 그는 확실히 대단했다.하마터면 막아내지 못할 뻔했을 정도로.대등한 실력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는 건 당연지사.그래서 성연은 정우석에 대해 존중할 만한 상대라고 평가했다.성연이 웃으며 칭찬을 받았다.“고마워. 너도 대단하더라.”성연이 자신에 대해 나쁜 감정이 없음을 알아차린 정우석이 그 틈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나에게 너희 학교 구경 좀 시켜 줄래?”지금은 점심 시간. 북성제일고 사람들도 모두 여기에서 점심을 먹는다. 전반전이 끝난 후 휴식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후반전은 오후가 되어야 시작될 터이고.마침 식당에 가려던 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우석에게 길을 안내했다.“그래.”미소를 지은 정우석이 성연의 뒤를 따라 갔다.나머지 참가자들도 이 기회에 서로 짝을 지어 이동했다. 상대편 선수라는 사실은 서로의 친선 도모에 하등 문제되지 않았다.모두 청소년들이었다. 다들 잘 노는 성격들인지 곧 친해져서 하나가 되었다.북성남고는 경치가 뛰어났다.건물도 아주 예뻤다.북성남고가 귀족학교라 불리는 것도 허명이 아니었다.학교 외부적인 명에 있어서 북성제일고는 당연히 북성남고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군중 속에서 모두 북성제일고 학생들의 부러움에 찬 음성들이 가득했다.“너네 북성남고 너무 멋있는 거 아니니? 교복도 진짜 예쁘다. 촌스러운 우리 교복과 달리 말이야.”북성남고의 교복은 영국풍 교복의 표준이다. 남학생은 바지, 여학생은 스커트의 양장 차림으로 교복 컬러도 아주 예뻤다. 또 북성남고의 상징 로고인 왕관이 새겨져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반면 북성제일고의 교복은 확실히 평범했다.모두 모두 긴 바지와 반팔 디자인에 통일된 파란색으로 남학생 여학생의 구별이 없었다.역시 비교 대상이 없었다면 상처도 없었을 터.이때 북
토론에 참가할 정도의 학생이니 말재간이 뛰어났다.성연이 북성남고에 온 이래 일어난 각종 사건들을 생생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첫 번째는 소문난 열등생에서 공신으로의 반전.그야말로 텔레비전에서나 나올 법한 스토리다.이 사건은 상대 학교의 학생들에게까지 찬탄을 불러일으켰다.“거야 말로 진정한 고수 아니야? 송성연, 너 정말 대단하다.”“그래, 시간이 있으면 너에게 제대로 배우고 싶다.”“내 말이. 토론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방면으로 뛰어나네. 북성남고에는 진짜 인재가 많구나.”모두들 추켜세우는 말을 하자 성연은 좀 쑥스러웠다.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을 보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던 성연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또 어떻게 대해야 할지.이 아이들의 감정은 솔직하고 순수했다.모두 성연에게 호감을 가진 게 보였다.서로 이야기하는 사이에 식당에 도착했다.북성제일고와 북성남고의 아이들은 이미 친해져 거리낌이 없었다.조금 전 토론장에서 내보였던 적대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함께 웃고 떠들었다.이 시각, 교사 식당.북성제일고 교사와 북성남고 교사가 뜻하지 않게 한 자리에 만났다.모두 조금 전 각 팀을 이끌던 선생님들이다.만나서 모두 함께 밥을 먹었다.그들 대화의 중심은 당연히 방금 전의 토론 시합을 벗어나지 못했다.“북성남고는 올해 입이 아주 매섭더군요. 그런 에이스가 있으면서 막판에 가서야 내놓다니, 쯧쯧.”북성제일고의 교사가 그 자리에서 탄식했다.“당연하지요, 안 그러면 어떻게 북성제일고와 맞섭니까?” 조금 전 토론 시합에서 보여준 북성남고의 활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북성남고의 교사는 은근히 뻐기는 투로 말했다.이건 북성남고 역사 이래 가장 뛰어난 활약이었다.“북성남고의 송성연 학생, 정말 대단하던데요. 좋은 싹인 것 같습니다. 그처럼 교묘한 측면에서 토론할 수 있는 학생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어요. 정말 대단해요. 대단해.”북성제일고는 여러 해 동안 우승을 가져간 학
성연은 북성제일고 아이들과 함께 앉아 점심을 먹었다.정우석은 성연의 맞은편에 앉았다.공교롭게도 정우석 역시 수학올림피아드 이야기를 꺼냈다.“송성연, 조금 있으면 수학올림피아드가 열리는데, 너도 참가할 거니?”진지하게 상대할 만한 맞수를 정말 오랜만에 만난 정우석이 성연에게 물었다.성연과 다시 한번 맞붙어 보기를 희망하면서.성연이 손을 휘이 저었다.“난 관심 없어.”토론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성연은 이미 지쳤다.‘올림피아드까지 참가해서 나더러 피곤에 절어 죽으라고?’ 사실 이것들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가장 주요한 이유는 사실 성연은 대회에 참석하고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 무척 단순한 이유다.대회 참가자 명단 안에 포함되어 있던 정우석은 성연의 대답에 좀 아쉬움을 느꼈다. 그는 작년에도 다른 학우 한 명과 같이 북성제일고를 대표해서 출전했었다.북성제일고에는 더 많은 우등생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성적이 비슷하니 별 차이가 없었다.그리고 정우석도 그 중의 하나였다.그는 송성연이라는 이 상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실력 있는 상대와 싸워야 재미가 있는 법.성연과 함께 북성남고 대표로 토론 시합에 참가한 학생이 옆에서 듣고 있더니 성연을 향해 말했다.“아마 나중에 선생님이 성연이 너를 불러서 이 일을 말씀하실 것 같은데? 너는 신경 쓰고 싶지 않겠지만 그렇게는 안될 것 같다.”‘북성남고에서 송성연 같이 뛰어난 인재를 찾기는 어렵지.’‘완전 만능 천재라니까.’‘북성남고의 선생님들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리가 없지.’당연히 송성연을 끌어다 내보낼 것이다. 그러지 않는 한 북성남고에 승산이란 전혀 없으니까.귀찮게 느껴진 성연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찡그렸다. 지금 더 후회스러웠다. 선생님께 토론대회에 참가하겠다고 약속한 일이.하나를 하니 또 다른 일들이 생긴다. 다음에는 또 무슨 핑계를 대고 거절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지금은 이미 참가했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테고.’‘일단 토론대회 이 일부터 해치
토론대회 일정을 알고 있던 무진도 성연이를 보러 왔다.성연이가 말한 것이 아니라 교장이 그에게 일정을 알렸던 것이다.아침에는 중요한 다국적 회의가 있어서 올 수가 없었다. 대신 오후 후반전이 막 시작되던 즈음에 무진이 2층 귀빈석에 등장했다.테이블 위에는 교장이 미리 준비해 둔 다과가 놓여 있었다.무진의 옆에 서 있던 손건호가 물었다.“보스,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바로 준비해 오겠습니다.”무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조용히 해.”손건호가 즉시 입을 닫았다. 그리고 자기 보스의 시선이 곧바로 어린 사모님에게 향하는 게 보였다. 뚫어질 듯 사모님만 바라보는 시선을 숨기지도 않았다.손건호는 입꼬리를 늘어뜨렸다. 할 수만 있다면 보스 강무진의 닭살 돋는 애정행각은 보고싶지 않았다.‘나보다 괴로운 사람은 없을 거야.’북성남고의 강당은 1,2층으로 나뉘어 있었다.감상하기엔 2층이 최고였다.평소에는 보통 잘 개방하지 않다가 귀빈이 올 때만 교장이 2층으로 모셨다.모두 강당 1층에 안자 있었고 아무도 무진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성연조차도 무진이 온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토론이 새롭게 시작되었다.역시 피를 튀기는 싸움이었다.지고 싶지 않은 정우석이 성연을 자극했고, 승부욕이 끓어오른 성연 또한 연관된 전공은 싹 다 꺼내 휘둘렀다.정우석 쪽은 이미 대답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했음이 눈에 보였다.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성연이 기세를 더욱 끌어올려 정우석을 말문을 막아버렸다.브레이크 타임에 모두 잠시 멈추고 물을 마셨다.후반전에서 한 세트를 따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정우석은 어쩔 수 없음을 느꼈다.전반전에는 숨겨두었던 실력까지 모두 드러내 보였다.하지만 송성연은 정말이지 너무 강력한 적수인지라 반박의 여지가 전혀 안 보였다.정우석은 북성제일고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이었다.그런 그가 지금 이런 지경까지 밀리는 모습을 보면서 북성제일고의 학생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꿈 아니야? 아니 네가 내 뺨을 한 대 때려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