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도 북성남고의 함성이 가장 우렁찼다.북성제일고 학생들 역시 결과에 승복하고 박수를 쳤다.이번 시합은 정말 멋졌다.학우들은 성연의 또 다른 면모를 알게 되었다.성연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이미 수많은 버전으로 학생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었다.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직접 본 것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주진 못했다.송성연, 정말 ‘공신’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북성남고의 교사들도 감격해 마지 않았다.이번에 송성연을 선발한 건 역시 훌륭한 선택이었다.북성남고는 토론대회에서 2년 연속으로 북성제일고에 무참히 밟히며 패배했었다. 그러다 이제 드디어 이겨서 북성남고의 위세를 떨칠 수 있게 된 터였다.성연도 경기가 끝난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끝났어.’학교의 많은 선생님들이 모든 기대를 자신에게 걸고 있는 상황에서 성연이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어쨌든 이겼다. 이 결과가 성연은 아주 만족스러웠다.무대 아래에서 환호성이 하늘을 찌를 듯한 가운데 정우석이 성연에게 다가와 요청했다.“송성연, 나랑 톡하지 않을래? 앞으로 흥미가 있는 것들에 대해 같이 토론할 수 있게.”톡을 요청하러 온 정우석은 좀 불안한 마음이었다.성연이 다른 여자애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 거절당할까 떨기는 처음이었다.성연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정우석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자신만 아니었다면 전국 고등학교에서 토론으로 정우석을 이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추측했다.‘정우석이 재수가 없었던 거지.’또한 정우석이라는 아이 자체가 싫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좋아.”성연이 승낙하자 기쁨의 빛으로 눈을 반짝이며 정우석이 곧장 핸드폰을 꺼냈다.성연이 폰번호를 불러주자 정우석이 바로 저장하고는 채팅방을 개설했다.정우석의 입꼬리가 계속 위로 올라가며 말투에도 웃음기가 묻어났다.“걱정 마. 보통 때는 너를 방해하지 않을게.”성연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
성연이 원하지 않는 내색을 보이자 이윤하는 속의 생각을 삼켰다.그리고 냉담한 음성으로 반의 다른 학우들에게 한 마디 하며 해산시켰다.“공부가 중요하니? 노는 게 중요하니? 축하하긴 뭘 축하해? 너희들 이런 생각 하지 말고 송성연에게 좀 배우는 게 어떻겠니?”반 학우들 모두 이윤하의 말을 듣고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이전에 송성연을 가장 업신여겼던 사람이 바로 이윤하 아니었나?그 짧은 기간에 송성연이 이윤하의 총애를 받는 반전이 일어나리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역시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성적을 보는 거지.’‘만약 이윤하가 예뻐하지 않는 학생이 있다면 그건 뭐 다른 이유가 아니라 송성연보다 성적이 떨어져서야.’‘참 비참하네.’교문을 나서던 성연은 무진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무진이 길 모퉁이에 있으니 성연에게 직접 찾아오라는 메시지였다.성연의 머리가 의아함으로 가득찼다.자신이 이때쯤 나오리라는 걸 강무진이 어떻게 알았지? 마치 딱 맞추어 계산한 것처럼.성연은 아직 기사에게 메시지를 보낼 짬도 없었다.토론 대회 때문에 학교는 30분 일찍 파했는데 강무진이 어떻게 알았을까?속으로 의심이 잔뜩 들었지만 성연은 일단 무진이 말한 그 자리로 갔다.도착한 후 성연은 차문을 열고 올라탔다. 과연 차에는 무진이 타고 있었다.자리에 앉자마자 갑자기 무진의 입에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오늘 토론 아주 훌륭했어.”성연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속으로 더 이상하게 생각하며 말했다.“무진 씨도 와서 내 시합을 본 거예요?”성연이 한 바퀴 기억을 되짚었지만 무진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었다. “음.” 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대답하며 왔었단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강무진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물었다. “와 놓고는 왜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무진이 바쁘리라 생각해서 이번 대회 일정을 그에게 알리지도 않았었다.무진은 거의 매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었으니.자신의 토론 대회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럴
앞에서 운전하며 성연의 말을 들은 손건호는 속으로 성연 대신 식은땀을 흘렸다.작은 사모님의 대답은 정말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보스의 감정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앞에서 갑자기 기침을 하며 은근히 신호를 보냈다.“사모님, 나는 그 어린 학생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우리 보스보다는 강하지 않을 테지요. 보스는 학교 다닐 때 연거푸 월반을 하셨습니다. 18세에 이미 매사추세츠 공대를 졸업하고 20세에 이미 박사학위 두 개를 받으셨습니다. 저 어린 친구들은 보스 앞에서는 모두 코흘리개일 뿐이죠.”‘자신은 이미 충분히 말했으니 제발 사모님이 알아차려 주면 좋겠는데…….’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위해서라도 제발, 하며 마음을 졸였다.‘쳇, 누가 자기보다 훨씬 어린 사모님을 만나랬나?’‘어린 사모님 앞뒤로 에워싸고 있는 새파란 풋내기들을 질투하는 보스라니.’‘사서 고생하는 게 아니고 뭐란 말이야?’매일 강제로 눈꼴 시린 장면들 보랴 중간 다리 역할도 하랴 손건호는 정말 자기밖에 감당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성연은 총명했다. 저렇게 대놓고 표시한 손건호의 의중을 어찌 모르겠는가?성연이 뒤늦게 손건의 말에 반응하며 얼른 이 질투쟁이를 얼르기 시작했다.“내 말을 오해했어요. 정우석에 대해서도 다른 학우들에 대한 감상 같은 것일 뿐이에요. 그것도 이 정도일뿐이에요.”다른 동년배들에 비해 정우석이 아주 뛰어났기에 성연은 남다른 시선을 주었던 것이다.아마도 정우석이 자신에게 SNS로 연락하자고 말하던 장면을 무진이 본 것 같았다.그렇지 않으면 무진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내지 않을 텐데.“너희 어린 친구들은 자기만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텐데 내가 어떻게 알겠어.” 무진의 말투에서 아직 떨떠름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오늘 처음 만났으니 당장은 아무것도 없다 해도 나중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다.지금 채팅방까지 손에 넣었잖은가.“강무진 씨, 왜 자기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이 요만큼도 없어요? 그 애들이 어떻게 당신과 비교될 수
저녁 식사 때 안금여와 강운경이 엠파이어 하우스로 건너왔다.무진의 몸을 걱정해서 자주 찾아오는 두 사람이다.무진이 자리를 물려받자 이제 좀 한가해진 안금여는 다른 일들을 걱정할 시간이 많아졌다.안금여는 성연이 토론대회에 참가해서 우승한 소식을 들었다.성연을 바라보는 안금여의 눈에 온통 칭찬이 가득했다.“성연아, 너는 도대체 뭘 먹고 자라서 이렇게 똑똑하니?”“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성연이 잠시 웃었다.안여의는 매번 성연을 저 높은 곳까지 끌어 올리며 칭찬했다.정말이지 안금여가 자신을 칭찬하는 말들이 감당하기 힘들게 느껴졌다.“이 토론대회는 이 할머니도 좀 알고 있단다. 나도 그 당시 명문대학을 졸업했지 않겠니? 토론에서 이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 너무 겸손할 필요 없어. 이번에도 네가 내 체면을 살려준 셈이구나. 내가 직접 고른 손자며느리가 이렇게 훌륭해.” 안금여는 성연이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칭찬을 잘 하지 않았다. 예전에 운경과 무진을 대할 때에도 아주 엄격했다.칭찬을 쉽게 하지 않았다.하지만 성연은 진심으로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다.이 좋아하는 마음을 무슨 수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겨우 말로 할 수밖에 없을 뿐이다.“할머니, 칭찬 좀 적게 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너무 오만해질 것 같아요.”성연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오만한 것도 괜찮아.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좋은 일이야. 하루 종일 남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버려. 이 할머니의 눈에는 네가 최고구나.” 안금여는 계속 칭찬했다.성연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네, 할머니, 고맙습니다.”아마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안금여가 매번 방법을 바꾸어 자신을 격려하는 것 같았다.노인의 방법은 좀 서툴지만, 사람의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해주었다.운경도 옆에서 함께 칭찬했다.“여가 있을 때 다른 책도 많이 읽고 과외활동을 늘려서 자신을 충실하게 채우는 ㄴ것도 좋지. 네 이번 활약이 아주
성연은 원래 무진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혼자서 하는 말을 무진이 직접 들을 줄은 몰랐다.숨기기도 힘들었다.성연이 입술을 단단히 오므린 채 진미선이 자신을 찾아온 일을 대략 설명했다.무진이 눈썹을 찌푸렸다. 진미선이 뒤에서는 아직 단념하지 않았다니 생각지 못했다.강씨 집안 사람들이 만만하지 않자 성연이 혼자 있을 때를 골라 건드리다니.성연을 정말로 애면글면 아끼는 무진이었다.‘어찌 이런 부모가 다 있나?’무진이 물었다.“내가 나서서 도와줄까?”무진 쪽에서 나서면 진미선은 틀림없이 다시 찾아오지 못할 것이다. 순순히 꼬리를 사릴 그런 위인이었다.성연이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해결할 수 있어요.”이 일에 무진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성연도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진미선은 자신을 제대로 키우지 않았지만, 대신 외할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키우셨다.진미선은 그런 외할머니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고.그래서 성연은 진미선에게 몰인정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조금만 더 기다려 볼 것이다. 자신의 인내심과 외할머니가 자신에게 베푼 은혜가 바닥이 나면 그때는 절대 진미선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이 자신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무진도 그 결정을 존중했다.그러다 무진은 다른 한 사람이 생각났다.“네 아버지는? 아직 너를 찾아오지는 않았어?”성연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생각해 보니 확실히 한동안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송종철이다.성연은 속으로 의심스러웠다.원래대로라면 송종철이 그렇게 포기할 리가 없을 터였다.‘이번에 찾아오지 않은 건 어째서일까?’송종철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몰래 더 큰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것일 뿐이다.송종철과 진미선, 두 사람 모두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성연은 그들이 분수를 알고 적당히 할 거라고는 절대 생각지 않았다.송종철의 집.송종철의 회사는 요즘 형편이 좋지 않았다.원래 강씨 집안에서 성연의 결혼 지참금을 받아서 회사의 위기를 넘길 생각
임수정은 좀 억척 같은 성격에 각박한 성정을 가졌다. 자연히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었다.그리고 송종철은 자신에게 알리지도 않았다.임수정이 송종철을 향해 째지는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당신 지금 갈수록 나를 신경도 안 쓰는구나.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에게 알리지 않았어? 왜 내 주식을 판 거예요?”회사의 위기를 간신히 해결하고 요 며칠 겨우 편안하게 보낸 송종철이다.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임수정이 소란을 피울 줄.정말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었다.송종철은 본래 임수정에게 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사나운 여자처럼 구는 임수정의 모습을 보고 그도 화를 냈다.“애초에 이 주식을 준 사람이 나야. 당연히 주식을 처분할 권리가 있어. 게다가 회사 위기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마 내가 주식을 내 명의로 하려 했겠어? 만약 진짜 그렇게 했다면 이 사장 자리도 더 이상 보장 못해.”송종철의 말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임수정은 목이 졸리는 듯했다. 어디 화를 낼 데도 없자 성연에게 몽땅 뒤집어 씌웠다.“이게 모두 송성연 탓이야. 감히 우리 돈을 집어삼키다니. 나이도 어린 계집애가 욕심이 많아서는.”지금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던 임수정은 성연에 대한 미움이 더 커졌다.이미 송씨 집안을 나간 성연을 여전히 상대하게 될 줄은 생각 못했다.‘나쁜 년, 제 엄마처럼 내내 잘 지내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분명히 계획을 이미 다 세워뒀었다. 성연의 결혼 지참금이면 회사를 살리고도 남을 돈이었다.그러면 그때 가서 더 큰 집으로 이사할 생각까지 하면서.그런데 지금 아무것도 손에 못 넣고 자신의 주식까지 팔아야 하다니.자신이 어떻게 화를 안 낼 수 있겠는가?애초에 성연을 집에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다. 시골에서 마음 편하게 살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말이다.이제 와서 이렇게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고 자신들의 집도 매사가 순탄하지 못하게 하다니.“지금 와서 그런 말 하면 무슨 소용이
지금은 강무진이 강씨 집안의 WS그룹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임수정도 바드득 이를 갈았다.그러나 지금 괴로워해봐야 소용이 없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지.지금 성연은 강씨 집안에서 인심을 깊이 얻고 있었다. 자신들이 그 속에 끼어드는 건 확실히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문득 임수정은 아연이 예전에 함께 어울리던 무리들이 생각났다.‘강씨 집안 셋째 일가의 손자도 알고 있지 않나?’소문에 의하면 강씨 집안 셋째 일가와 강무진의 본가는 서로 잘 못 지낸다고 한다.‘만약 아연이 강진성을 잡는다면, 장차 부귀영화를 누릴 테지?’그래서 임수정은 아연에게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너, 기회 봐서 강씨 집안 셋째 일가의 손자를 잡아. 그 손자만 잡을 수 있다면 너 앞으로 아무 걱정 없어. 엄마도 네 덕을 볼 수 있을 테고 말이야.”말하면서 점점 더 괜찮은 생각이라 여겨졌다.송아연은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 ‘송성연이 강씨 집안에 들어갔으니 나도 당연히 강씨 집안에 들어가는 게 맞지.’자신이 송성연보다 처지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도리 없이 송성연에게 머리를 눌릴 참이었다.송아연은 엄마의 말이 타당하다고 여겨졌다.그러나 송종철은 임수정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임수정, 너 지금 무슨 생각이야? 아연이 지금 몇 살인데 남자를 유혹하라고 시켜. 우리 집이 지금 어렵지만, 못 키울 정도는 아니야.”송아연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돈을 들여가며 키운 딸이었다. 자연히 마음이 아팠다.송종철로서는 보기 드물게 송아연에게 정을 쏟은 터였다.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성공해도 괜찮고, 또 실패해도 이번 생이 망한 건 아니지 않는가?강씨 집안이 어디 그리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겠는가?송종철은 성연이 강씨 집안에서 귀여움 은 것을 행운으로 돌렸다.마침 강씨 집안의 또 다른 인물을 얻는 방법이 공교로울 뿐이다.그는 아연이 이런 일을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러나 임수정은 시큰둥했다.“여보, 그게 무슨 뜻이에요? 무슨 근거로
어둠이 내린 사교클럽 헤븐. 송아연은 예전에 자주 어울려 놀던 클럽에 나타났다.안에 있는 이들은 모두 명문가의 금수저 딸들이었다. 섹시한 차림에 몸에 두른 것들은 모두 명품들이다.송아연이 들어왔지만, 그녀에 대한 대우는 예전만 못했다. 이전에는 다들 그녀에게 아부하러 왔건만.송씨 집안의 가세가 기울자 거꾸로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아부해야 할 판이다.아니면 이 클럽에 발도 들여놓지 못할 것이다.핸드백의 체인을 쥐어 보았지만 체면이 서지 않는 것 같았다.그러나 현재 집안의 처지와 송성연의 의기양양한 낯짝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이후 자신이 강진성과 잘 되면 그 떼 받은 모든 모욕감을 되돌려줄 것이다.모임의 중심부로 가서 예전에 함께 어울리던 여자애에게 말을 걸 생각이었다.그러나 이전에 사이 좋게 지내던 사람들이 지금은 아무도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그 때 사람들 사이에서 여왕벌처럼 한 가운데 서 있던 금수저 임유선의 눈에 송아연이 들어왔다.아연을 한 차례 곁눈질한 임유선이 곧 냉소를 지으며 조롱했다.“어머, 여기 우리의 송아연 양이 아냐? 너네 송씨 집안은 당연히 강씨 집안에 붙어야 하지 않아? 어떻게 우리 클럽엘 다 오고 그래?”아연의 안색이 순간 확 변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유선아, 너희가 내 친구야. 강씨 집안이 어디 너희들과 비교할 수 있겠니? 유선이 넌 언제나 쿨하니까 나한테 시비 걸고 그러지 않을 거지?”지금 이 금수저 아가씨들의 리더 격인 임유선에게 아연은 좋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임유선이 자신을 왕따 시키지 않도록.임유선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본 아연이 계속 말했다.“유선아, 오늘 네 모습 정말 예쁘다.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그 말을 들은 임유선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볼을 만졌다.“참 영악하기도 하지.”픽 웃은 임유선이 꼬집듯이 한 마디 던졌다. 이건 아연의 알랑거림이 받아졌다는 뜻.아연에 대한 말투도 조금 전의 것처럼 그리 냉담하지는 않았다.아연은 임유선이 자신을 받아들
전화를 끊은 성연은 서재로 달려가 이 상황을 무진에게 알렸다.얘기를 들은 무진은 멍해지면서 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이 안진검이 성연에게 접근한 데에는 틀림없이 목적이 있을 거야. 어쩐지 얼마 전에 오웬이 살해되었지.’‘아마 이 양자인 안진검이 한 짓일 거야.’‘다행히 안진검이 아직 본격적인 일을 하지 않았는데, 그자의 진면목을 발견했어.’성연도 마음속으로 다행이라고 느꼈다.‘애초에 안진검은 확실치는 않지만 나를 통해서 무진 씨와 연결되려고 했어.’‘무진 씨와 사업 얘기도 하겠다고 했어.’‘아마도 무진 씨의 회사가 목표였을 거야.’‘이제야 안진검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성연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본 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토닥였다.“결혼식을 앞두고 있으니 어떤 사고도 일어나선 안 돼. 내가 안진검을 찾아낼게.”“내 생각에 적호도 아마 안진검이 데려온 것 같아요.”성연은 두 사람이 나타난 시간이 일치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안진검이 오자 적호도 왔어.’‘그러나 그때 안진검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좋은 사람 노릇을 하고 있었지.’ 성연은 구역질이 났다.성연은 안진검이 정말 열정적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구시가지 그쪽에서 사람을 구한 걸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그럴 수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 내가 잘 처리할게.” 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았다.‘지금은 어느 곳이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어.’‘만약 내가 성연과 결혼식을 올린다면’‘MS 가문 쪽은 제일 불만이 많을 거야.’‘지금 안진검은 MS 가문의 대표야. 안진검을 찾아내기만 하면 MS 가문 사람들은 틀림없이 쉽게 손을 대지 못할 거야.’“내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성연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무진이 성연의 뺨을 어루만졌다.“이게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어? 안진검이 위장을 너무 잘한 거지. 안진검은 대외적으로 투자자의 신분이라서, MS 가문의 양자라는 건 아무도 몰라.”‘이 자료들은 유럽에 있지 않으면 찾아내기 어려워
저녁을 먹은 무진은 밤에 서재로 가서 서류를 처리했다.성연은 꽃밭에 가서 약재들이 어떤지 볼 생각이었다.손에 이미 도구를 다 챙겼는데, 뜻밖에 미스 샤넬의 전화를 받았다.“미스 샤넬, 웬 일이세요?” 성연은 미스 샤넬이 무슨 일로 직접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해했다.[조금 사소한 일이긴 한데, 그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유럽으로 돌아간 미스 샤넬은 생각할수록 뭔가 이상했다.아마도 그건 성연에게는 중요하지 않겠지만.그러나 말을 하지 않으려니, 미스 샤넬은 시종 마음이 불안했다.결국 잠시 생각한 뒤에 성연에게 먼저 연락한 것이다.“미스 샤넬, 하실 얘기가 있으면 그냥 하시면 돼요.” 성연은 사실 미스 샤넬과 사형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좀 두려웠다.‘두 사람이 줄곧 사귀고 있었지만 너무 급하게 확정했어.’‘혹시 한 사람이 후회하게 된 건 아닐까.’하지만 미스 샤넬이 전화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미스 샤넬이 굳은 어조로 말했다. [그 남자가 누군지 생각났어요.]이 뜬금없는 말에 성연은 좀 어리둥절했다.“미스 샤넬, 무슨 남자요?”미스 샤넬이 눈썹을 찌푸렸다.[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만났던 그 익숙했던 얼굴 말이에요. 누군지 생각났어요.]그때만 해도 미스 샤넬은 저 사람이 왜 여기 나타났는지 너무 이상했다.지금 생각하면 그 남자의 행동은 너무나 의심스러웠다.[그 사람은 바로 MS가문의 사람이에요. MS 가문의 대장로가 입양한 양자로 이름은 안진검이에요.]성연은 원래 그 일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미스 샤넬의 말을 들은 성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안진검이 MS 가문의 사람일 줄은 몰랐어.’미스 샤넬은 성연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시 말했다.[혹시 MS 가문과 하는 사업이 있어요?]미스 샤넬은 두 사람과 MS 가문 사이에 일어난 일을 몰랐다.‘사업 협력은 고사하고 원수 사이인 걸.’다만, 그 동안 일의 경과가 너무 복잡해서, 성연도 미스 샤넬에게 어떻게
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 마침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곽연철이 거실에 있는 것을 본 무진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곽 대표님,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오셨어요?”“너무 오랫동안 성연이를 못 봐서 성연이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강 대표님과 성연이에게 좋은 일이 있다는 거도 몰랐을 겁니다.”곽연철은 탓하듯이 말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확정되면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곽연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무진과 보스의 결혼식인 이상 강무진이 반드시 잘 준비할 거야.’‘그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얘기 나누세요. 나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성연은 집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좀 아팠다.“내가 같이 갈까?” 무진이 바로 말했다.언제나 성연을 우선시하는 태도였다.“아니요, 곽 대표님이 모처럼 오셨는데 무진 씨가 얘기 나누세요.” 성연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는 사업 얘기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그러나 마침 돌아온 무진에게 곽연철이 정말 알려줄 얘기가 있었다.“지금 연기의 신 소지한 씨의 회사가 설립되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제왕그룹과 합작으로 연예인을 발굴할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곽연철이 근황을 말했다.무진은 자타가 공인한는 재계 정상에 서 있는 CEO다.그래서 곽연철은 무진에게 어떤 좋은 의견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지한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택한 건 예상했지만, 또 의외이기도 했어.’‘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 말한다면, 소지한은 그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 있지.’‘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졌기에, 연예계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다른 업계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지한에게 가장 타당한 업종이야.’무진이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저도 같이 출자해서 프로젝트 규모를 더 크게 할 수 있습니다.”곽
곽연철은 오자마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성연과 무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이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자 곽연철도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잘됐네요, 보스. 강 대표님이 정말 보스에게 잘해 주시니 평생 맡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의 능력은 강해서 보스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연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마음도 더없이 달콤했다.‘그래. 무진 씨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무진 씨는 줄곧 나를 잘 보호했고, 부딪칠 만한 것도 없었어.’‘가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무진 씨도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성연은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보스,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곽연철은 그때 축의금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결혼하게 되면 틀림없이 알릴 테니까 걱정 마.” 성연이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몇 명에 불과했다.‘내 결혼식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해.’“이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스승님의 행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는데,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변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곽연철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성연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렇게 실력이 강한 스승님이 또 적지 않은 거물들도 치료하셨어.’‘스승님이 위험에 처할 리가 없어.’‘내가 찾고 있다는 걸 스승님도 분명히 알고 계실 거야.’‘다만, 만나러 오려고 하지 않으실 뿐이야.’‘때가 되면 오실 거고 이제 거의 다 됐어.’“아니야, 스승님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신 분이야. 신비한 분이지만, 제자의 결혼식에는 꼭 오실 거야.” ‘스승님이 이렇게 나를 총애하시는데.’그래서 성연은 스승님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기야 스승님은 뭐든지 주머니를 털어 보스에게 주셨지요. 결혼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