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놀기 좋아하는 임유선은 이 클럽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래서 명문재벌 2세들 대부분 그녀를 알고 있었다.그래서 임유선의 인사에 화답해 주었다.말을 하던 남자가 사람들 사이에서 낯선 얼굴 하나를 발견하고는 물었다.“저기는 누구야? 어느 집 여식이야?”그의 손가락은 송아연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임유선이 송아연을 쓰윽 쳐다본 뒤 웃으며 대답했다.“송씨 집안 여식 송아연이에요. 아직 모르죠? 강무진의 약혼녀가 바로 아연의 의붓언니에요.”강씨 집안 큰집과 둘째, 셋째 일가의 사이가 안 좋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부러 이 말을 꺼낸 까닭은 송아연이 눈치를 좀 차리고 자신과 강진성 사이에 끼어들지 않기를 바린 것.사람들 가운데 둘러싸여 있던 강진성이 그 말을 듣고는 송아연 쪽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송성연 그 여자의 의붓동생이라고?’송성연에게 당했던 모욕감 그리고 강무진에 대한 원한 등 그들과 관련된 일들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반감이 든 강진성의 눈에 혐오감이 떠올랐다.강진성의 표정을 본 아연이 즉시 성연과의 관계를 해명했다.“흰 여시 같은 그 애는 내 의붓언니가 아니라 시골뜨기일 뿐이에요.”송아연의 말투에는 송성연에 대한 경멸이 가득했다.아연의 말투가 강진성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다.송성연을 똑같이 미워하는 것만으로 공모자가 되었다.송아연 이 여자애는 좀 어리석어 보이긴 했지만.강진성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송성연이 우리 사촌형에게 시집오면서 너희 송씨 집안이 강씨 집안 덕을 꽤나 보지 않았어?”그때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와 끼어들었다. “아이고, 진성아, 관심 있으면 어디 들어가서 잘 말해봐. 여기 서서 이러는 건 좀 아니지 않아?”말하면서 다른 남자들에게도 눈짓하며 강진성을 향해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강진성은 눈썹을 치켜세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들의 농에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그럼 그럴까? 송아연 양, 저리로 가서 좀 앉으시죠?”
그날 밤, 클럽 안의 사람들은 서로 잔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했다.이후 강진성은 더 이상 송아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그러나 아연은 강진성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지금처럼 이렇게 하는 거다. 절대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이미 많은 걸 했다. 그녀의 첫 번째 목적은 달성한 셈이니까.이런 굽이굽이 돌아가는 상황을 송성연이 어찌 알겠는가.아연은 집에 돌아가서 씻고 잠 들었다.성연은 송아연이 이 지경까지 타락했을 줄은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다.어쨌든 송씨 집안도 그 정도로 기울어지지는 않았고.성연에게 있어서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어쨌든 성연의 눈에 강진성이든 송아연이든 모두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일 뿐이니까.이튿날, 성연이 학교에 가자 많은 학우들이 친근한 태도로 인사를 건넸다.알고 지내던 이 모르는 이 모두 있었다. 중간에 성연도 많은 이들에게 인사를 했다.여태 이런 대우를 받아 보지 못했던 성연은 좀 생소한 기분이었다.특히 교실에 온 학우들은 더욱 열정적이었다.성연도 좀 당해내지 못할 정도였다.아마도 성연의 얼굴에 떠오른 의아스러운 빛이 너무 뚜렷했나 보다. 짝 주연정이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성연아, 너 너무 모른다? 재들이 왜 저러겠니?”“그래, 넌 알아?” 좀 무서울 정도로 아이들이 열정적이라고 느끼며 말했다.“모두 토론 시합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야. 네 활약이 너무 뛰어나서 모두들 신에 대한 경배를 올리는 거지.”말을 하고 있는 주연정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니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은 어쩔 수 없이 책을 꺼냈다.“그래도 너무 과장됐어.”“뭐가 과장이야? 우리 북성남고는 2연패 중이었어. 두 번이나 말이야. 북성제일고 애들을 만나면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 이번에 네가 그 애들을 꺽고 우승하다니. 상상이 돼. 이 일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야, 넌 아무도 해내지 못한 걸 해내며 바로 그 징크스를 깬 거야. 봐, 얼마나 대단한지.” 주연정은 성연의 대단한 점들을 일일이 열거
토론대회와 수학 올림피아드는 모두 담임선생님이 책임지고 학생들 참가를 독려했다.이번 토론대회에서 성연은 그야말로 크게 출세했다고 할 수 있었다.많은 선생님들과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수학 올림피아드대회도 교장은 또다시 이윤하를 일부러 불러서 송성연이 꼭 참가하게 하라고 지시했다.이윤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입장이다.성연이 비록 자신의 학생이긴 하지만 교장선생님은 아직도 모르나? 송성연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리라는 걸.송성연을 설득시키는 일은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울 텐데.그러나 교장은 이윤하의 난처함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무거운 임무만 지웠다.이윤하는 마지못해 중개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성연의 결정은 역시 그녀가 예상했던 바였다.성연이 단호한 모습을 보며 이윤하가 다시 권유를 시도했다.“성연아, 너도 알다시피 너 말고는 대회에서 나가서 이길 수 있는 학생이 없어. 토론 시합에도 너 참가하지 않았니?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대회 문제들을 좀 봐. 이것은 너에게 어렵지 않잖니?” 이윤하가 전례 없는 어조로 말했다.성연의 능력을 본 이후 성연에 대하는 이윤하의 태도가 달라졌다.기꺼이 성연에게 좋게 말을 했다.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모두 좋아했다.“죄송합니다만, 선생님, 저는 정말 참가하고 싶지 않아요.” 성연은 여전히 거절하는 태도였다.토론대회에 참가한 것을 이미 후회하고 있는 성연이다.자신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주고 싶지 않았다.‘그럴 시간에 게임이나 더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토론대회에 참가해서 번거로운 일들을 그렇게나 초래할 줄 알았다면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교장이 자신에게 지운 막중한 책임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이윤하는 노파심에서 거듭 충고했다.“성연아, 너 꼭 다시 고려해봐. 올림피아드에서 얻는 영예는 토론대회보다 훨씬 커. 그리고 상금도 받을 수 있고. 자신에게 돌아올 그 돈을 받는 것도 좋지 않겠니? 잘 생각해 봐.”교장이 그렇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성연에게 돈이 부족하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온 성연은 책가방을 거실의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며 수학 올림피아드대회의 자료도 함께 올려 두었다.그리고 소파에 기대어 게임을 했다. 아주 나른한 자세로.성연이 집에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아 무진도 돌아왔다.테이블 위에 놓인 올림피아드 자료를 보고는 바로 물었다.“뭐야?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하려고?”예전에는 그도 몰랐다. 성연의 관심과 취미가 이렇게나 광범위한 줄.‘뭐든 잘 하는 것 같아. 성적도 좋고.’무진은 정말 궁금했다. 예전에 성연이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여전히 소파에 기대어 있던 성연의 말투가 나른했다.“생각 없어요.”그녀는 눈을 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 “내가 참가했으면 좋겠어요?”“네가 그러고 싶으면 참가하는 거고 싫으면 마는 거고. 내 의견을 물을 필요 없어.” 무진도 이런 것들을 중시하지 않았다.올림피아드 대회도 결국 작은 대회일 뿐이다.무진이 언급할 가치도 없다.그가 더 신경 쓰는 것은 성연의 마음.성연이 눈썹을 치켜 올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저녁 뭐 먹고 싶어?” 무진이 물었다.두 사람 모두 오늘 일찍 돌아온 터라 주방에서는 아직 음식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다.“다 괜찮은데, 음……. 닭볶음탕이 좀 생각나네요. 주방에 좀 만들어 달라고 해요.” 성연은 지난번 식당에서 먹었던 닭볶음탕이 기억났다. 갑자기 그 맛이 먹고 싶었다.“알았어. 또 다른 건?” 무진이 다시 물었다.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무진이 주방으로 가서 요리사에게 준비를 시켰다.준비를 시킨 후에 무진은 서류를 처리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성연도 따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성연은 침실로, 무진은 서재로 향했다.두 사람이 올라간 후에 요리사는 주방 보조 도우미와 주방에서 잡담을 했다.“도련님이 사모님께 참 잘하시네요. 예전에 파다했던 도련님과 관련됐던 소문들은 다 거짓말이죠?” 보조 도우미는 새로 온 사람으로 엠파이어 하우스의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했다.“잘 하시지. 그런데
오후에 학교가 파한 성연은 집에 돌아왔는데 집사가 보이지 않자 한마디 물었다.“집사님은요?”평소 자기가 들어올 때면 집사가 나와서 맞이하는데 오늘은 집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어째 이상했다.무진이 설명했다.“집사는 집에 일이 있어서 돌아갔어.”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무진을 방으로 보낸 후 늦은 시각에 손건호 또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요리사도 저녁 준비를 마치고 떠났다.엠파이어 하우스에는 성연과 무진 두 사람만 남아 있어 왠지 좀 썰렁했다.성연과 무진은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저녁을 다 먹은 후, 성연은 평소처럼 소파에 웅크리고 앉았다.성연은 자기 혼자만 무진과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것이 성연을 좀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뭔가 이상해.’그러나 무진의 생각은 달랐다. 모처럼 성연과 함께 있는데 다른 사람의 방해가 없었다.무진은 뭔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성연 앞에 가서 먼저 말했다.“영화 보러 갈래?”“어디서 보게요?” 성연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위층에 작은 홈 시어터가 있어. 괜찮겠지만 한번 가 볼래?”무진이 물었다.홈 시어터를 설치한 이래 무진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그러나 지금은 집에 성연이 함께 있으니 같이 보고 싶었다.“그래요.” 성연도 무료한 기분이라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듯했다.그러면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을 테니까.성연이 무진의 뒤를 쫓아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전에는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었다. 2층의 경관은 마치 신세계를 연 것 같았다.2층은 거의 대부분이 헬스 기구들이었다. 그리고 다실에는 뭐든 갖추어져 있어 그야말로 호화로웠다.성연은 마침내 강씨 집안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다.이 층의 시설만 해도 일반 가정에서 몇 평생 먹고 살 정도였다.성연을 보니 꽤 흥미가 이는 것 같자 자신도 따라서 웃었다.“이전에 네가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어. 좋아하면 앞으로 일이 없을 때 혼자
영화 후반부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비몽사몽 간에 무슨 줄거리인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겨우 영화 한 편을 보고 홈 시어터를 나오는 성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시간이 꽤 오래 지났음에도 얼굴의 열기가 내려가지 않았다.조금 전의 그 장면이 자꾸 생각이 났다.방 입구에 도착해서 무진이 막 들어가려고 하자 성연이 밀어냈다.“오늘 밤 우리 방을 나누어서 따로 자요. 무진 씨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이런 식의 진전은 정말 성연을 당황하게 했다.그녀는 아직 무진을 어떻게 마주봐야 할지 잘 몰랐다.이건 자신이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강무진이라 한순간 마음이 좀 복잡했다.미스터리 영화에 왜 그런 장면을 집어넣어서 강무진이 기회를 틈탈 수 있게 했는지.만약 계속 무진과 함께 있게 된다면 오늘 밤 자신은 그 자리에서 다 타버리지 않을까 의심스러웠다.무진은 성연의 반응이 이처럼 거셀 줄은 생각 못했다.그렇게 서두르지 않을 걸 그랬다.무진이 일부러 불쌍한 척하며 눈을 축 늘어뜨렸다.“너 없이는 잠을 못 잘 거야.”무진이 가진 병의 특수성을 알고 있는 성연.자신이 없으면 오늘 밤 그는 날이 밝을 때까지 안 자고 일을 할 것이다.무진의 지친 모습을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잠시 제자리에 서 있던 성연은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가까스로 한 걸음 비켜섰다.“그럼 들어와요.”무진이 입고리를 올리며 뜻대로 방안으로 들어갔다.사실 성연이 여전히 자신을 아낀다는 것을 알았다.두 사람이 방에 들어가자 성연이 옷장을 열고 안에서 이불 한 채를 내렸다.이불이 너무 무거워서 성연은 휘청거릴 뻔했다.성연이 넘어질까 봐 무진이 걸어가서 이불 반대편을 받쳐 주었다.“추워?” 지금은 분명히 한여름이었다.성연이 이불을 옮겨 침대 중앙에 놓았다.이 침대는 무척이나 커서 이불을 하나 놓아도 공간이 많았다.하지만 이불은 두 개의 공간을 확실하게 나누고 있었다.이불을 내려 놓은 성연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무진을 주시했다.“오늘 저녁에
다음 날, 성연이 눈을 떴다.그녀는 살짝 몸을 움직이다가 속박된 자신을 느꼈다.눈을 뜨자마자 또 다시 무진과 함께 누워 있는 자신을 보았다.게다가 무진도 자신을 꼭 안고 있었다.성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즉시 무진의 무거운 팔을 확 벌린 채 화가 나서 물었다.“어째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요?”무진이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 “어젯밤에 네가 안겨온 거야. 네가 선을 넘었어.”어떤 양심도 없는 여자애가 깨어나면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줄 알았다.성연을 보니 역시 정말이었다.그녀는 원래 이불 왼쪽에 있었고 무진은 오른쪽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이미 오른쪽으로 넘어온 상황.저긴 무진의 자리였다.성연도 좀 어색했다.‘어째서 이리 변변치 않은 걸까? 강무진 쪽으로 넘어가다니.’어쩔 줄 몰라 하는 성연의 모습에 무진은 골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는 이 기회를 틈타 성연을 몇 마디 농을 던졌다.“네가 이렇게 나에게 달라붙을 줄 몰랐어. 앞으로 힘들겠지만 네 쿠션이 되도록 노력해 볼게.”성연도 마음속으로 자신이 싫었다.‘어떻게 강무진에게 자신을 놀릴 기회를 줄 수 있지?’그녀의 얼굴이 곧 빨개지기 시작했다.부끄럽고 짜증났다.그러나 곧 침착해진 성연이 말했다.“흥, 그래 봤자 베개 기능밖에 없어요.”지금 성연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그녀는 무진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만 느꼈다.자신도 틀림없이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무진의 입을 막기만 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무진이 위한한 눈빛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다른 기능도 시험해 볼래?”‘자신은 그녀 곁에서 그토록 자제했는데, 저 애는 분명 자신을 베개로만 여기는 게 분명했다.’그녀가 느껴보게 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진정한 남자로 보지 않을 것이다.성연의 귀가 계속 뜨거워졌다. 몸도 약간 나른한 듯했다.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무진은 막 잠에서 깨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쉬어 있어 약간 허스키한 느낌을 준다. 그 음성이
아침식사 후에 성연이 학교로 갔다.모처럼 졸지 않아서 어젯밤에 일찍 잤는데 지금은 별로 졸리지 않았다.그리고 마침 월례 시험이었다.이윤하는 모두에게 시험지를 나누어 주었다.그리고는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시험을 열심히 보길 바랍니다. 어떤 요행심리도 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시험을 치르든 성적은 여러분들의 것이야. 부정행위를 하지 마세요. 부정행위를 하지 마. 만약 내가 너희들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발견하면 바로 시험 자격을 폐지한다. 됐어. 어서 문제들 풀어.”시험지가 배부되자 모두들 펜을 들고 답안지를 채점하기 시작했다.결국 두 문제를 보고 나니 모두들 어리둥절해졌다.이번 문제 때문에 너무 어려웠다.어떤 문제는 초고난도의 것으로 평소 배운 적이 없는 것이었다.주위에서 학생들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와, 이 문제 사람이 낸 거야? 난 글자는 보이는데 연속된 글자는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어.”“그러게, 이건 정말 우리의 살길을 막는 거 아니야? 선생님, 저희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정말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이건 북성남고에서 출제되었던 문제 중에서 제일 어려운 거죠? 인생에 회의감이 들 정도야. 친구가 없을 정도로 어려워.”평소에 반에서 성적이 좋은 몇몇 학우들도 문제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이 문제는 자신들이 푼다 해도 겨우 4,50% 정도밖에 풀 수 없었다.다른 것은 아예 엄두가 나지 않았다.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성연도 고개를 숙인 채 문제를 보았다이번 달 시험에 출제된 문제는 확실히 이전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윤하가 교탁을 두드렸다.“조용히 해, 모두 조용히.”어떤 학우들은 원망의 말을 하고 싶은 눈치다.그러나 이윤하의 위엄에 눌려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교실 안에는 점차 소리가 사그라들며 조용해졌다.아이들이 모두 조용해지는 것을 본 이윤하는 비로소 이 상황을 설명했다.“올림피아드 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월례 시험 문제는 주로 너희들의
전화를 끊은 성연은 서재로 달려가 이 상황을 무진에게 알렸다.얘기를 들은 무진은 멍해지면서 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이 안진검이 성연에게 접근한 데에는 틀림없이 목적이 있을 거야. 어쩐지 얼마 전에 오웬이 살해되었지.’‘아마 이 양자인 안진검이 한 짓일 거야.’‘다행히 안진검이 아직 본격적인 일을 하지 않았는데, 그자의 진면목을 발견했어.’성연도 마음속으로 다행이라고 느꼈다.‘애초에 안진검은 확실치는 않지만 나를 통해서 무진 씨와 연결되려고 했어.’‘무진 씨와 사업 얘기도 하겠다고 했어.’‘아마도 무진 씨의 회사가 목표였을 거야.’‘이제야 안진검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성연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본 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토닥였다.“결혼식을 앞두고 있으니 어떤 사고도 일어나선 안 돼. 내가 안진검을 찾아낼게.”“내 생각에 적호도 아마 안진검이 데려온 것 같아요.”성연은 두 사람이 나타난 시간이 일치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안진검이 오자 적호도 왔어.’‘그러나 그때 안진검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좋은 사람 노릇을 하고 있었지.’ 성연은 구역질이 났다.성연은 안진검이 정말 열정적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구시가지 그쪽에서 사람을 구한 걸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그럴 수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 내가 잘 처리할게.” 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았다.‘지금은 어느 곳이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어.’‘만약 내가 성연과 결혼식을 올린다면’‘MS 가문 쪽은 제일 불만이 많을 거야.’‘지금 안진검은 MS 가문의 대표야. 안진검을 찾아내기만 하면 MS 가문 사람들은 틀림없이 쉽게 손을 대지 못할 거야.’“내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성연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무진이 성연의 뺨을 어루만졌다.“이게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어? 안진검이 위장을 너무 잘한 거지. 안진검은 대외적으로 투자자의 신분이라서, MS 가문의 양자라는 건 아무도 몰라.”‘이 자료들은 유럽에 있지 않으면 찾아내기 어려워
저녁을 먹은 무진은 밤에 서재로 가서 서류를 처리했다.성연은 꽃밭에 가서 약재들이 어떤지 볼 생각이었다.손에 이미 도구를 다 챙겼는데, 뜻밖에 미스 샤넬의 전화를 받았다.“미스 샤넬, 웬 일이세요?” 성연은 미스 샤넬이 무슨 일로 직접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해했다.[조금 사소한 일이긴 한데, 그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유럽으로 돌아간 미스 샤넬은 생각할수록 뭔가 이상했다.아마도 그건 성연에게는 중요하지 않겠지만.그러나 말을 하지 않으려니, 미스 샤넬은 시종 마음이 불안했다.결국 잠시 생각한 뒤에 성연에게 먼저 연락한 것이다.“미스 샤넬, 하실 얘기가 있으면 그냥 하시면 돼요.” 성연은 사실 미스 샤넬과 사형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좀 두려웠다.‘두 사람이 줄곧 사귀고 있었지만 너무 급하게 확정했어.’‘혹시 한 사람이 후회하게 된 건 아닐까.’하지만 미스 샤넬이 전화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미스 샤넬이 굳은 어조로 말했다. [그 남자가 누군지 생각났어요.]이 뜬금없는 말에 성연은 좀 어리둥절했다.“미스 샤넬, 무슨 남자요?”미스 샤넬이 눈썹을 찌푸렸다.[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만났던 그 익숙했던 얼굴 말이에요. 누군지 생각났어요.]그때만 해도 미스 샤넬은 저 사람이 왜 여기 나타났는지 너무 이상했다.지금 생각하면 그 남자의 행동은 너무나 의심스러웠다.[그 사람은 바로 MS가문의 사람이에요. MS 가문의 대장로가 입양한 양자로 이름은 안진검이에요.]성연은 원래 그 일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미스 샤넬의 말을 들은 성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안진검이 MS 가문의 사람일 줄은 몰랐어.’미스 샤넬은 성연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시 말했다.[혹시 MS 가문과 하는 사업이 있어요?]미스 샤넬은 두 사람과 MS 가문 사이에 일어난 일을 몰랐다.‘사업 협력은 고사하고 원수 사이인 걸.’다만, 그 동안 일의 경과가 너무 복잡해서, 성연도 미스 샤넬에게 어떻게
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 마침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곽연철이 거실에 있는 것을 본 무진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곽 대표님,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오셨어요?”“너무 오랫동안 성연이를 못 봐서 성연이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강 대표님과 성연이에게 좋은 일이 있다는 거도 몰랐을 겁니다.”곽연철은 탓하듯이 말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확정되면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곽연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무진과 보스의 결혼식인 이상 강무진이 반드시 잘 준비할 거야.’‘그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얘기 나누세요. 나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성연은 집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좀 아팠다.“내가 같이 갈까?” 무진이 바로 말했다.언제나 성연을 우선시하는 태도였다.“아니요, 곽 대표님이 모처럼 오셨는데 무진 씨가 얘기 나누세요.” 성연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는 사업 얘기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그러나 마침 돌아온 무진에게 곽연철이 정말 알려줄 얘기가 있었다.“지금 연기의 신 소지한 씨의 회사가 설립되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제왕그룹과 합작으로 연예인을 발굴할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곽연철이 근황을 말했다.무진은 자타가 공인한는 재계 정상에 서 있는 CEO다.그래서 곽연철은 무진에게 어떤 좋은 의견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지한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택한 건 예상했지만, 또 의외이기도 했어.’‘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 말한다면, 소지한은 그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 있지.’‘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졌기에, 연예계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다른 업계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지한에게 가장 타당한 업종이야.’무진이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저도 같이 출자해서 프로젝트 규모를 더 크게 할 수 있습니다.”곽
곽연철은 오자마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성연과 무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이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자 곽연철도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잘됐네요, 보스. 강 대표님이 정말 보스에게 잘해 주시니 평생 맡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의 능력은 강해서 보스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연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마음도 더없이 달콤했다.‘그래. 무진 씨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무진 씨는 줄곧 나를 잘 보호했고, 부딪칠 만한 것도 없었어.’‘가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무진 씨도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성연은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보스,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곽연철은 그때 축의금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결혼하게 되면 틀림없이 알릴 테니까 걱정 마.” 성연이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몇 명에 불과했다.‘내 결혼식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해.’“이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스승님의 행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는데,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변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곽연철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성연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렇게 실력이 강한 스승님이 또 적지 않은 거물들도 치료하셨어.’‘스승님이 위험에 처할 리가 없어.’‘내가 찾고 있다는 걸 스승님도 분명히 알고 계실 거야.’‘다만, 만나러 오려고 하지 않으실 뿐이야.’‘때가 되면 오실 거고 이제 거의 다 됐어.’“아니야, 스승님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신 분이야. 신비한 분이지만, 제자의 결혼식에는 꼭 오실 거야.” ‘스승님이 이렇게 나를 총애하시는데.’그래서 성연은 스승님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기야 스승님은 뭐든지 주머니를 털어 보스에게 주셨지요. 결혼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