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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네가 없으면

영화 후반부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비몽사몽 간에 무슨 줄거리인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겨우 영화 한 편을 보고 홈 시어터를 나오는 성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음에도 얼굴의 열기가 내려가지 않았다.

조금 전의 그 장면이 자꾸 생각이 났다.

방 입구에 도착해서 무진이 막 들어가려고 하자 성연이 밀어냈다.

“오늘 밤 우리 방을 나누어서 따로 자요. 무진 씨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이런 식의 진전은 정말 성연을 당황하게 했다.

그녀는 아직 무진을 어떻게 마주봐야 할지 잘 몰랐다.

이건 자신이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강무진이라 한순간 마음이 좀 복잡했다.

미스터리 영화에 왜 그런 장면을 집어넣어서 강무진이 기회를 틈탈 수 있게 했는지.

만약 계속 무진과 함께 있게 된다면 오늘 밤 자신은 그 자리에서 다 타버리지 않을까 의심스러웠다.

무진은 성연의 반응이 이처럼 거셀 줄은 생각 못했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을 걸 그랬다.

무진이 일부러 불쌍한 척하며 눈을 축 늘어뜨렸다.

“너 없이는 잠을 못 잘 거야.”

무진이 가진 병의 특수성을 알고 있는 성연.

자신이 없으면 오늘 밤 그는 날이 밝을 때까지 안 자고 일을 할 것이다.

무진의 지친 모습을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잠시 제자리에 서 있던 성연은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가까스로 한 걸음 비켜섰다.

“그럼 들어와요.”

무진이 입고리를 올리며 뜻대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성연이 여전히 자신을 아낀다는 것을 알았다.

두 사람이 방에 들어가자 성연이 옷장을 열고 안에서 이불 한 채를 내렸다.

이불이 너무 무거워서 성연은 휘청거릴 뻔했다.

성연이 넘어질까 봐 무진이 걸어가서 이불 반대편을 받쳐 주었다.

“추워?”

지금은 분명히 한여름이었다.

성연이 이불을 옮겨 침대 중앙에 놓았다.

이 침대는 무척이나 커서 이불을 하나 놓아도 공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불은 두 개의 공간을 확실하게 나누고 있었다.

이불을 내려 놓은 성연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무진을 주시했다.

“오늘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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