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시간은 두 시간이었다.성연은 40분에 걸쳐 문제를 풀고 바로 답안지를 제출했다.이윤하는 성연이 답안을 다 풀었는지 염려되었다. 묻고 싶었지만 또 빈틈없는 학생을 기분 나쁘게 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다.설사 성연이 지금 성적이 좋다고 해도 바꿀 수 없다. 성연의 성질은 그리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다.그녀의 얼굴이 바로 다음 순간 바뀔지 누가 알겠는가?이윤하는 좀 겁이 났다.가까스로 시험을 마쳤다.이윤하는 최대한 빨리 교무실로 돌아와 성연의 시험지를 뒤져보았다.그리고 그녀는 성연이 문제를 절반쯤 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성연은 모두 가장 도전적인 문제만 골라 풀었다.그리고 모두 정답이었다.앞의 것들은 모두 기초 문제였다.이렇게 어려운 문제들을 풀 수 있다니.저 간단한 것들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을 테고.아마도 성연은 그 간단한 것들을 대답하는 것은 그녀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래서 생략하고 풀지 않았을 것이다.이윤하는 흥분했다. 성연은 정말 가능성이 무궁한 인재였다.성연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하는 건 불가능했다.자신이 전 과정 내내 예의 주시하고 있었으니까.교실에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있어도 성연이 혼자만 풀었다. 그러니 부정행위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할 수밖에.성연이 지난번 토론대회에서 이긴 후 이윤하는 더 이상 성연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정말 대단한 아이야.’수업이 끝나자 선생님들은 모두 교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모처럼 이윤하의 저런 표정을 보았다.주위의 몇몇 선생님들이 보더니 호기심에 다가왔다.“이 선생님, 무엇을 보고 계세요?” 한 선생이 물었다.이윤하는 숨기지 않고 성연의 시험지를 직접 꺼내 보여주었다.시험지가 아주 깨끗했다.답안은 정확할 뿐만 아니라 매우 간결하고 글씨체가 예쁘다.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같은 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은 모두 수학 담당이었다.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던 선생들이 성연의 시험지를 바로 칭찬했
이윤하는 처음으로 자신의 입이 가벼운 게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성연이 문제를 풀려 한 것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그래서 한가한 틈을 타서 다른 과목의 선생님들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성연이 올림피아드에 참가할 수 있도록 말이다.이윤하의 입으로만 말한다면 성연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이 중간에서 도와준다면 성연이 체면을 좀 세워줄 수 있지 않을까?선생님들이 서로 쳐다보더니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이 선생님, 우리가 당신을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에요. 송성연 학생은 당신도 잘 알잖아요? 스스로 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 말을 들을 수 있겠어요?”“바로 그거예요, 이 선생님. 이 일은 우리가 도울 수 없을 것 같아요.”“만약 송성연이 기분 나빠서 우리 과목 시험도 보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선생님들은 분명히 이 일을 돕고 싶어하지 않았다.비록 성연이 도리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자신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은 것.이윤하는 이를 악물었다.“유 선생님, 지난번에 제 캐비닛 속의 커피 원두를 꽤 마음에 들어하셨죠? 도와주시면 선생님께 원두 다 드릴게요.”호명된 유 선생님은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정말이요?”유 선생님이 다른 건 좋아하는 게 없지만 유독 커피를 좋아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이윤하는 바로 지금 류 선생님의 취향을 저격한 발언을 한 것이다.“정말이예요.” 이윤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제가 꼭 도와드릴게요.” 유 선생님은 아주 흔쾌히 대답하셨다.뒤에 있는 몇 명 선생님들도 모두 이 기회를 틈타 이윤하를 홀랑 털어먹었다.평소에는 비교적 사나운 이윤하가 한턱 낼 기회는 거의 없었다.이번에 간신히 자신들에게 붙잡혔으니 당연히 이윤하의 출혈이 상당할 터였다.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동의했다.그래서 이후 며칠 동안 성연은 무릇 수업을 할 때마다 올림피아드에 참가하라는 선생님들의 의미심장한 권유를 들어야만 했다.어떤 선생님들은 비교적 완곡하게
한 무더기의 교과서가 겹쳐 올려졌고 모두 두껍기만 했다.이윤하가 문제집을 주며 성연에게 말했다.“돌아가서 문제들을 풀다가 모르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물어봐. 반 톡방이 있잖니? 거기에 나를 초대하면 돼. 서로 교류하기 편리하게 말이야.”성연은 이 문제집 더미를 보면서 머리가 다 커졌다.그녀는 즉시 후회가 되었다.“선생님, 아니면 그만둘래요. 다른 학우들을 참가시키면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만약 그녀가 이 문제들을 다 풀게 한다면 그녀는 더 할 게 없을 것이다.성연이 승낙한 이상 후회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녀는 즉시 말했다.“송성연, 선생님은 네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을 얕보지 마. 이 올림피아드 대회의 명단에 네가 빠지면 안돼.”말이 끝나자 이윤하는 즉시 성연에게 반응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성연은 한 무더기의 문제집들을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손으로 가늠해 보면, 이 문제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엠파이어 하우스에 도착했다.무진이 교과서로 뒤덮인 성연을 보고 다소 놀랐다.“무슨 교과서가 그렇게 많아? 학교에서 새로 사용하는 거야?”말하면서 그는 성연에게서 문제집들을 받았다.그렇게 무거워서 그는 성연의 손을 눌러 부러뜨릴까 봐 걱정했다.받은 후에 그는 표지에 적인 성연의 글씨체를 보았다.뜻밖에도 모두 올림피아드 수학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다.성연도 사양하지 않고 바로 그 무더기를 무진에 넘겨버렸다.어차피 무진 같은 남자가 그까짓 것에 눌려 쓰러지지는 않을 테지.무진의 물음에 성연은 자신이 함정에 빠져 대회에 참가하게 된 일을 말했다.선생님들의 계획이었던 셈이다.매일같이 부지런히 권하는 말에 짜증이 나서 승낙해 버렸다는 거였다.다 들은 후 무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그 선생님 성연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괜찮아. 만약 대회 성적이 좋으면 대학에 수시 지원할 수도 있어. 이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일이야.”성연이 입을 삐죽거렸다
비교적 풀기 쉬운 문제들은 거의 1분 만에 답을 적었다.후반부에 가서 한 문제를 마주한 성연이 다소 고민을 했다.연이어 몇 번을 계산해도 답이 나오지 않고 이 문제에 막혀 한참을 시간을 끌었다.성연이 막 포기하려던 차에 옆에 앉아 있던 무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 문제는 방법을 한 번 바꿔 봐. 꼭 통상적인 방법으로만 풀 필요는 없어.”그런 뒤에 무진이 그 방법을 말했다.성연이 돌아보니 무진의 눈은 여전히 서류에 꽂혀 있었다.성연의 눈이 온통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무진 씨는 동시에 두 가지가 가능해요?”무진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 “꽤 간단한 문제니까.”그저 한 번 보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무진의 머릿속에 바로 정답이 떠올랐다.성연은 할 말이 없었다. 스스로 충분히 똑똑하다고 생각해왔었다.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공신은 무슨 공신이야. 진짜 공신은 바로 앞의 이 분구만.’두어 마디 대화를 나눈 성연이 무진이 제시한 단서를 따라 시도했더니 막혔던 문제가 바로 풀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성연이 몇 문제를 연이어 다시 물었다.아예 무진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이 몇 문제도 잘 모르겠어요. 좀 가르쳐 줘요.”성연이 문제들을 내미니 당연히 무진은 기꺼운 마음으로 설명했다.하지만 이 상황을 이용해 성연에게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물었다.“내가 널 가르쳐주면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이득이 있어야만 가르쳐 줄 거예요?” 성연이 눈썹을 추켜세웠다.강무진, 진짜 욕심이 끝도 없는 것 같다.“물론. 공짜로 가르쳐 줄 순 없지.” 무진이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성연이 일부러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됐어요. 내일 학교에 가서 직접 선생님께 여쭤보면 돼요.”말하는 동시에 성연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미간을 살짝 좁힌 무진이 불러 세웠다.“잠깐, 농담이야. 앉아, 가르쳐 줄게.”이번에는 성연이 무진을 잡고 놀렸다.“진짜요? 이득이 없어도?” 일부러 말을 길게
저녁 시간 잠들기 전까지 문제를 풀던 성연은 아직 여운이 남았지만 내일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문제집을 덮었다.무진 역시 내일 출근을 해야 하니 다시 물어보기도 미안해서 문제집을 가방에 넣었다.첫날 저녁에 이렇게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이튿날, 교실에 막 들어선 성연을 찾아온 이윤하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물었다.“성연아, 풀지 못한 문제는 없었어? 안 풀리는 게 있으면 선생님에게 말해, 도와줄 테니까.”이번에 자신이 성연에게 건네준 문제집의 몇 문제는 아주 어려웠다.그래서 성연이 자신을 찾아와 도움을 청하길 기대했다.그러면 성연이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지난 번 토론 대회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성연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다른 학생을 찾으려고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니까.책임감을 가진 성연이 선생님들을 난처하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걸 이윤하는 잘 알았다.그와 동시에 문제 푸는 걸 도와주며 성연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다.두 사람 사이의 오해를 풀면서.이건 이윤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성연이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성연의 대답을 들은 이윤하가 미간을 찡그리며 내심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성연아, 너 집에 가서 문제를 풀어보지 않았니?”일부 문제들은 성연의 성적이 아무리 좋다 해도 몇몇 해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풀 수가 없었다.바로 수학 올림피아드의 상투적인 해법.성연이 이전에 올림피아드를 접해본 적이 없는 한 풀 수가 없을 터.그러니 성연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건 오직 한 가지를 의미할 것이다.그것은 성연이 문제를 풀지 않았다는 것.성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풀었는데 확인해 보시겠어요?”말하면서 성연이 가방을 열고 문제집을 꺼내 이윤하에게 건넸다.이윤하는 반신반의하며 문제집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모두 살펴본 이윤하는 완전히 얼이 나간 것 같았다.성연이 모두 맞혔기 때문이다.수학 올림피아드 경향에 맞춘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지만 내심 가졌던 의문이 말끔히 해소된 이윤하가 성연을 칭찬했다.“괜찮은 가정 교사가 있는 것 같구나.”이윤하가 볼 때, 이 필체는 성연의 것이 분명했다. 설령 본인이 푼 건 절반밖에 안된다 해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송성연은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 초보자였으니까.성연은 이윤하의 표현이 상당히 재미있게 들렸다. 확실히 무진은 꽤 괜찮은 ‘가정교사'였다.무진이 이 호칭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이윤하가 바로 앞에 있음을 의식한 성연은 얼굴에 아무런 표도 내지 않았다.그저 이윤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아주 괜찮은 가정교사에요.”이윤하가 성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열심히 해. 상금과 우승이 네 가까이 있어, 힘내.”성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고맙습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할게요.”저녁에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온 성연은 저녁 식사 후 문제를 들고 무진 가까이 다가갔다.어쩐 일인지 아침에 이윤하가 자신에게 말한 ‘가정교사’라는 호칭이 머리에 떠올랐다.무진을 바라보던 성연이 가볍게 기침을 하며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무진을 불렀다. 호칭을 ‘선생님’으로 바꾸어서. “선생님, 이 문제를 잘 모르겠는데 가르쳐 줄 수 있어요?”무진의 눈동자가 짙어졌다.“뭐라고 불렀어?”아직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성연.무진이 왜 다시 물었는지 그저 알 수가 없었다.‘방금 목소리 꽤 크지 않았나? 무진 씨가 제대로 못 들었을 리가 없을 텐데?’열심히 자신을 지도하려는 무진을 보며 체면을 좀 세워주고 싶었던 성연이 조금 전의 호칭으로 다시 한번 불렀다. “선생님.”무진이 바로 고개를 내려 성연의 입술을 덮었다.영문을 모른 채 피하려 발버둥치려던 성연을 무진이 단단히 붙들었다.성연은 점점 무진이 주는 따뜻한 감각에 빠져들어 갔다.성연이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고 조용하자 무진은 성연의 어깨를 붙들었던 손을 내려 허리를 당겨 안았다.한참이 지난 후 무진이 손을 풀
옆에 서 있던 손건호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한밤중에 이 무슨 닭 털 날리는 애정행각인지.그야말로 자신을 감정도 없는 로봇정도로 여기는 것일까?수하 직원들은 인권을 가질 자격도 없단 말인가.솔로의 설움을 참으며 또 자기 보스를 위해 누가 오나 안 오나 망까지 봐야 하는 신세라니.손건호는 자신이야 말로 비극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정말 비참하기 그지없는 자신이었다!그곳에서 즐거움을 느낀 후, 성연은 자신이 문제 푸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거의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는 문제를 풀었다.한 문제 한 문제 풀어나가며 느끼는 그 성취감은 다른 어떤 느낌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이것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여기며 화제에 올렸다.예전의 교실에서는 성연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자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제 창가를 지나갈 때면 책상 위의 놓인 자료 위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성연을 보게 되었다.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특히 이윤하와 송성연의 부드러워진 관계는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더욱 토론을 받다.어떤 아이들은 아예 게시판에다 토론방을 만들었다.이름하여 ‘이윤하 선생님과 송성연의 애증에 찬 세월'이었다.아래에 댓글을 단 아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일이 커지든 말든 뭐든 마음대로 떠들어댔다.[이윤하가 송성연에게 미혼탕을 먹인 거 아냐? 안 그러면 송성연이 어떻게 갑자기 저렇게 열심일 수가 있어? 전혀 송성연답지 않게.][안 자면 안 자는 거지, 너무 딱 잘라 그러지 마라. 너희들 못 봤어? 열심히 문제를 푸는 송성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늘이야 말로 송성연의 외모가 더 없이 빛난 날이야.][설마 이윤하가 송성연의 무슨 약점 같은 걸 잡고 있는 건 아니겠지? 송성연을 협박하려고 말이야. 그러지 못하게 할 수는 없어?][이윤하가 어떻게 송성연의 약점을 잡을 수 있겠어? 있었다면 이전에 진즉 꺼냈겠지. 너희들 좀 더 좋은 생각은 할 수 없어? 송성연이 스스로 열심히 한다든지, 학교의 영예를
정우석은 혼자가 아니라 동창 몇 명과 함께 찾아왔다.정우석의 친구들은 성연을 본 후 그에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정우석, 왜 소개 안 해 줘?”성연의 예쁜 얼굴에 소년들의 마음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정우석의 친구들이 성연을 바라보는 그 눈빛은 꽤나 거침이 없었다.다만 그 속에 악의가 섞여 있지 않아서인지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정우석이 말했다.“여긴 지난번에 내가 너희들에게 말했던 북성남고의 천재, 내가 패했던.”정우석의 친구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반응했다.“네가 바로 정우석을 이긴 당사자구나. 정말 얘기 많이 들었어.”성연도 대답했다.“운이 좋았을 뿐이야.”그리고 순간 좀 놀랐던 성연이 정우석을 보며 물었다.“그런데 너 왜 여기 있어?”어쨌든 같은 시합에서 경쟁했던 상대였다.성연 또한 인사를 안 하면 좋지 않을 듯해서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북성제일고는 북성남고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을 텐데?’정우석이 설명했다.“우리는 이쪽에 일이 좀 있어서 지나던 길이었는데 너를 우연히 볼 수 있는 행운을 빌었지. 네가 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한다는 말을 듣고 너에게 인사하려고 온 거야. 다음에 만나면 좀 인정을 베풀어달라고 말이지.”지난번에 성연에게 패한 정우석은 돌아가서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았다.강자에게 패배한 건 결코 창피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깨끗이 승복했다.하지만 다시 기회가 있고 능력이 된다면정말 성연을 한 번 이기고 싶었다.‘송성연 같은 사람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겠지?’정우석의 마음속 생각을 알지 못한 성연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건 안 돼지, 우린 적인데.”이 방면에서는 절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성연은 자신이 지는 것을 허락할 수 없기 때문이니까.예상했던 대답에 정우석이 픽, 하고 웃었다.이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송성연, 같이 저녁 안 먹을래?”지난번에 성연과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비록 채팅방을 만들었지만 귀찮게 할까 봐 자기 분수를 지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