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 사교클럽 헤븐. 송아연은 예전에 자주 어울려 놀던 클럽에 나타났다.안에 있는 이들은 모두 명문가의 금수저 딸들이었다. 섹시한 차림에 몸에 두른 것들은 모두 명품들이다.송아연이 들어왔지만, 그녀에 대한 대우는 예전만 못했다. 이전에는 다들 그녀에게 아부하러 왔건만.송씨 집안의 가세가 기울자 거꾸로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아부해야 할 판이다.아니면 이 클럽에 발도 들여놓지 못할 것이다.핸드백의 체인을 쥐어 보았지만 체면이 서지 않는 것 같았다.그러나 현재 집안의 처지와 송성연의 의기양양한 낯짝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이후 자신이 강진성과 잘 되면 그 떼 받은 모든 모욕감을 되돌려줄 것이다.모임의 중심부로 가서 예전에 함께 어울리던 여자애에게 말을 걸 생각이었다.그러나 이전에 사이 좋게 지내던 사람들이 지금은 아무도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그 때 사람들 사이에서 여왕벌처럼 한 가운데 서 있던 금수저 임유선의 눈에 송아연이 들어왔다.아연을 한 차례 곁눈질한 임유선이 곧 냉소를 지으며 조롱했다.“어머, 여기 우리의 송아연 양이 아냐? 너네 송씨 집안은 당연히 강씨 집안에 붙어야 하지 않아? 어떻게 우리 클럽엘 다 오고 그래?”아연의 안색이 순간 확 변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유선아, 너희가 내 친구야. 강씨 집안이 어디 너희들과 비교할 수 있겠니? 유선이 넌 언제나 쿨하니까 나한테 시비 걸고 그러지 않을 거지?”지금 이 금수저 아가씨들의 리더 격인 임유선에게 아연은 좋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임유선이 자신을 왕따 시키지 않도록.임유선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본 아연이 계속 말했다.“유선아, 오늘 네 모습 정말 예쁘다.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그 말을 들은 임유선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볼을 만졌다.“참 영악하기도 하지.”픽 웃은 임유선이 꼬집듯이 한 마디 던졌다. 이건 아연의 알랑거림이 받아졌다는 뜻.아연에 대한 말투도 조금 전의 것처럼 그리 냉담하지는 않았다.아연은 임유선이 자신을 받아들
평소 놀기 좋아하는 임유선은 이 클럽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래서 명문재벌 2세들 대부분 그녀를 알고 있었다.그래서 임유선의 인사에 화답해 주었다.말을 하던 남자가 사람들 사이에서 낯선 얼굴 하나를 발견하고는 물었다.“저기는 누구야? 어느 집 여식이야?”그의 손가락은 송아연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임유선이 송아연을 쓰윽 쳐다본 뒤 웃으며 대답했다.“송씨 집안 여식 송아연이에요. 아직 모르죠? 강무진의 약혼녀가 바로 아연의 의붓언니에요.”강씨 집안 큰집과 둘째, 셋째 일가의 사이가 안 좋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부러 이 말을 꺼낸 까닭은 송아연이 눈치를 좀 차리고 자신과 강진성 사이에 끼어들지 않기를 바린 것.사람들 가운데 둘러싸여 있던 강진성이 그 말을 듣고는 송아연 쪽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송성연 그 여자의 의붓동생이라고?’송성연에게 당했던 모욕감 그리고 강무진에 대한 원한 등 그들과 관련된 일들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반감이 든 강진성의 눈에 혐오감이 떠올랐다.강진성의 표정을 본 아연이 즉시 성연과의 관계를 해명했다.“흰 여시 같은 그 애는 내 의붓언니가 아니라 시골뜨기일 뿐이에요.”송아연의 말투에는 송성연에 대한 경멸이 가득했다.아연의 말투가 강진성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다.송성연을 똑같이 미워하는 것만으로 공모자가 되었다.송아연 이 여자애는 좀 어리석어 보이긴 했지만.강진성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송성연이 우리 사촌형에게 시집오면서 너희 송씨 집안이 강씨 집안 덕을 꽤나 보지 않았어?”그때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와 끼어들었다. “아이고, 진성아, 관심 있으면 어디 들어가서 잘 말해봐. 여기 서서 이러는 건 좀 아니지 않아?”말하면서 다른 남자들에게도 눈짓하며 강진성을 향해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강진성은 눈썹을 치켜세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들의 농에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그럼 그럴까? 송아연 양, 저리로 가서 좀 앉으시죠?”
그날 밤, 클럽 안의 사람들은 서로 잔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했다.이후 강진성은 더 이상 송아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그러나 아연은 강진성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지금처럼 이렇게 하는 거다. 절대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이미 많은 걸 했다. 그녀의 첫 번째 목적은 달성한 셈이니까.이런 굽이굽이 돌아가는 상황을 송성연이 어찌 알겠는가.아연은 집에 돌아가서 씻고 잠 들었다.성연은 송아연이 이 지경까지 타락했을 줄은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다.어쨌든 송씨 집안도 그 정도로 기울어지지는 않았고.성연에게 있어서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어쨌든 성연의 눈에 강진성이든 송아연이든 모두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일 뿐이니까.이튿날, 성연이 학교에 가자 많은 학우들이 친근한 태도로 인사를 건넸다.알고 지내던 이 모르는 이 모두 있었다. 중간에 성연도 많은 이들에게 인사를 했다.여태 이런 대우를 받아 보지 못했던 성연은 좀 생소한 기분이었다.특히 교실에 온 학우들은 더욱 열정적이었다.성연도 좀 당해내지 못할 정도였다.아마도 성연의 얼굴에 떠오른 의아스러운 빛이 너무 뚜렷했나 보다. 짝 주연정이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성연아, 너 너무 모른다? 재들이 왜 저러겠니?”“그래, 넌 알아?” 좀 무서울 정도로 아이들이 열정적이라고 느끼며 말했다.“모두 토론 시합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야. 네 활약이 너무 뛰어나서 모두들 신에 대한 경배를 올리는 거지.”말을 하고 있는 주연정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니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은 어쩔 수 없이 책을 꺼냈다.“그래도 너무 과장됐어.”“뭐가 과장이야? 우리 북성남고는 2연패 중이었어. 두 번이나 말이야. 북성제일고 애들을 만나면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 이번에 네가 그 애들을 꺽고 우승하다니. 상상이 돼. 이 일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야, 넌 아무도 해내지 못한 걸 해내며 바로 그 징크스를 깬 거야. 봐, 얼마나 대단한지.” 주연정은 성연의 대단한 점들을 일일이 열거
토론대회와 수학 올림피아드는 모두 담임선생님이 책임지고 학생들 참가를 독려했다.이번 토론대회에서 성연은 그야말로 크게 출세했다고 할 수 있었다.많은 선생님들과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수학 올림피아드대회도 교장은 또다시 이윤하를 일부러 불러서 송성연이 꼭 참가하게 하라고 지시했다.이윤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입장이다.성연이 비록 자신의 학생이긴 하지만 교장선생님은 아직도 모르나? 송성연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리라는 걸.송성연을 설득시키는 일은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울 텐데.그러나 교장은 이윤하의 난처함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무거운 임무만 지웠다.이윤하는 마지못해 중개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성연의 결정은 역시 그녀가 예상했던 바였다.성연이 단호한 모습을 보며 이윤하가 다시 권유를 시도했다.“성연아, 너도 알다시피 너 말고는 대회에서 나가서 이길 수 있는 학생이 없어. 토론 시합에도 너 참가하지 않았니?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대회 문제들을 좀 봐. 이것은 너에게 어렵지 않잖니?” 이윤하가 전례 없는 어조로 말했다.성연의 능력을 본 이후 성연에 대하는 이윤하의 태도가 달라졌다.기꺼이 성연에게 좋게 말을 했다.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모두 좋아했다.“죄송합니다만, 선생님, 저는 정말 참가하고 싶지 않아요.” 성연은 여전히 거절하는 태도였다.토론대회에 참가한 것을 이미 후회하고 있는 성연이다.자신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주고 싶지 않았다.‘그럴 시간에 게임이나 더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토론대회에 참가해서 번거로운 일들을 그렇게나 초래할 줄 알았다면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교장이 자신에게 지운 막중한 책임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이윤하는 노파심에서 거듭 충고했다.“성연아, 너 꼭 다시 고려해봐. 올림피아드에서 얻는 영예는 토론대회보다 훨씬 커. 그리고 상금도 받을 수 있고. 자신에게 돌아올 그 돈을 받는 것도 좋지 않겠니? 잘 생각해 봐.”교장이 그렇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성연에게 돈이 부족하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온 성연은 책가방을 거실의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며 수학 올림피아드대회의 자료도 함께 올려 두었다.그리고 소파에 기대어 게임을 했다. 아주 나른한 자세로.성연이 집에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아 무진도 돌아왔다.테이블 위에 놓인 올림피아드 자료를 보고는 바로 물었다.“뭐야?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하려고?”예전에는 그도 몰랐다. 성연의 관심과 취미가 이렇게나 광범위한 줄.‘뭐든 잘 하는 것 같아. 성적도 좋고.’무진은 정말 궁금했다. 예전에 성연이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여전히 소파에 기대어 있던 성연의 말투가 나른했다.“생각 없어요.”그녀는 눈을 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 “내가 참가했으면 좋겠어요?”“네가 그러고 싶으면 참가하는 거고 싫으면 마는 거고. 내 의견을 물을 필요 없어.” 무진도 이런 것들을 중시하지 않았다.올림피아드 대회도 결국 작은 대회일 뿐이다.무진이 언급할 가치도 없다.그가 더 신경 쓰는 것은 성연의 마음.성연이 눈썹을 치켜 올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저녁 뭐 먹고 싶어?” 무진이 물었다.두 사람 모두 오늘 일찍 돌아온 터라 주방에서는 아직 음식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다.“다 괜찮은데, 음……. 닭볶음탕이 좀 생각나네요. 주방에 좀 만들어 달라고 해요.” 성연은 지난번 식당에서 먹었던 닭볶음탕이 기억났다. 갑자기 그 맛이 먹고 싶었다.“알았어. 또 다른 건?” 무진이 다시 물었다.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무진이 주방으로 가서 요리사에게 준비를 시켰다.준비를 시킨 후에 무진은 서류를 처리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성연도 따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성연은 침실로, 무진은 서재로 향했다.두 사람이 올라간 후에 요리사는 주방 보조 도우미와 주방에서 잡담을 했다.“도련님이 사모님께 참 잘하시네요. 예전에 파다했던 도련님과 관련됐던 소문들은 다 거짓말이죠?” 보조 도우미는 새로 온 사람으로 엠파이어 하우스의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했다.“잘 하시지. 그런데
오후에 학교가 파한 성연은 집에 돌아왔는데 집사가 보이지 않자 한마디 물었다.“집사님은요?”평소 자기가 들어올 때면 집사가 나와서 맞이하는데 오늘은 집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어째 이상했다.무진이 설명했다.“집사는 집에 일이 있어서 돌아갔어.”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무진을 방으로 보낸 후 늦은 시각에 손건호 또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요리사도 저녁 준비를 마치고 떠났다.엠파이어 하우스에는 성연과 무진 두 사람만 남아 있어 왠지 좀 썰렁했다.성연과 무진은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저녁을 다 먹은 후, 성연은 평소처럼 소파에 웅크리고 앉았다.성연은 자기 혼자만 무진과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것이 성연을 좀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뭔가 이상해.’그러나 무진의 생각은 달랐다. 모처럼 성연과 함께 있는데 다른 사람의 방해가 없었다.무진은 뭔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성연 앞에 가서 먼저 말했다.“영화 보러 갈래?”“어디서 보게요?” 성연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위층에 작은 홈 시어터가 있어. 괜찮겠지만 한번 가 볼래?”무진이 물었다.홈 시어터를 설치한 이래 무진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그러나 지금은 집에 성연이 함께 있으니 같이 보고 싶었다.“그래요.” 성연도 무료한 기분이라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듯했다.그러면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을 테니까.성연이 무진의 뒤를 쫓아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전에는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었다. 2층의 경관은 마치 신세계를 연 것 같았다.2층은 거의 대부분이 헬스 기구들이었다. 그리고 다실에는 뭐든 갖추어져 있어 그야말로 호화로웠다.성연은 마침내 강씨 집안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다.이 층의 시설만 해도 일반 가정에서 몇 평생 먹고 살 정도였다.성연을 보니 꽤 흥미가 이는 것 같자 자신도 따라서 웃었다.“이전에 네가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어. 좋아하면 앞으로 일이 없을 때 혼자
영화 후반부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비몽사몽 간에 무슨 줄거리인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겨우 영화 한 편을 보고 홈 시어터를 나오는 성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시간이 꽤 오래 지났음에도 얼굴의 열기가 내려가지 않았다.조금 전의 그 장면이 자꾸 생각이 났다.방 입구에 도착해서 무진이 막 들어가려고 하자 성연이 밀어냈다.“오늘 밤 우리 방을 나누어서 따로 자요. 무진 씨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이런 식의 진전은 정말 성연을 당황하게 했다.그녀는 아직 무진을 어떻게 마주봐야 할지 잘 몰랐다.이건 자신이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강무진이라 한순간 마음이 좀 복잡했다.미스터리 영화에 왜 그런 장면을 집어넣어서 강무진이 기회를 틈탈 수 있게 했는지.만약 계속 무진과 함께 있게 된다면 오늘 밤 자신은 그 자리에서 다 타버리지 않을까 의심스러웠다.무진은 성연의 반응이 이처럼 거셀 줄은 생각 못했다.그렇게 서두르지 않을 걸 그랬다.무진이 일부러 불쌍한 척하며 눈을 축 늘어뜨렸다.“너 없이는 잠을 못 잘 거야.”무진이 가진 병의 특수성을 알고 있는 성연.자신이 없으면 오늘 밤 그는 날이 밝을 때까지 안 자고 일을 할 것이다.무진의 지친 모습을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잠시 제자리에 서 있던 성연은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가까스로 한 걸음 비켜섰다.“그럼 들어와요.”무진이 입고리를 올리며 뜻대로 방안으로 들어갔다.사실 성연이 여전히 자신을 아낀다는 것을 알았다.두 사람이 방에 들어가자 성연이 옷장을 열고 안에서 이불 한 채를 내렸다.이불이 너무 무거워서 성연은 휘청거릴 뻔했다.성연이 넘어질까 봐 무진이 걸어가서 이불 반대편을 받쳐 주었다.“추워?” 지금은 분명히 한여름이었다.성연이 이불을 옮겨 침대 중앙에 놓았다.이 침대는 무척이나 커서 이불을 하나 놓아도 공간이 많았다.하지만 이불은 두 개의 공간을 확실하게 나누고 있었다.이불을 내려 놓은 성연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무진을 주시했다.“오늘 저녁에
다음 날, 성연이 눈을 떴다.그녀는 살짝 몸을 움직이다가 속박된 자신을 느꼈다.눈을 뜨자마자 또 다시 무진과 함께 누워 있는 자신을 보았다.게다가 무진도 자신을 꼭 안고 있었다.성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즉시 무진의 무거운 팔을 확 벌린 채 화가 나서 물었다.“어째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요?”무진이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 “어젯밤에 네가 안겨온 거야. 네가 선을 넘었어.”어떤 양심도 없는 여자애가 깨어나면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줄 알았다.성연을 보니 역시 정말이었다.그녀는 원래 이불 왼쪽에 있었고 무진은 오른쪽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이미 오른쪽으로 넘어온 상황.저긴 무진의 자리였다.성연도 좀 어색했다.‘어째서 이리 변변치 않은 걸까? 강무진 쪽으로 넘어가다니.’어쩔 줄 몰라 하는 성연의 모습에 무진은 골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는 이 기회를 틈타 성연을 몇 마디 농을 던졌다.“네가 이렇게 나에게 달라붙을 줄 몰랐어. 앞으로 힘들겠지만 네 쿠션이 되도록 노력해 볼게.”성연도 마음속으로 자신이 싫었다.‘어떻게 강무진에게 자신을 놀릴 기회를 줄 수 있지?’그녀의 얼굴이 곧 빨개지기 시작했다.부끄럽고 짜증났다.그러나 곧 침착해진 성연이 말했다.“흥, 그래 봤자 베개 기능밖에 없어요.”지금 성연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그녀는 무진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만 느꼈다.자신도 틀림없이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무진의 입을 막기만 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무진이 위한한 눈빛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다른 기능도 시험해 볼래?”‘자신은 그녀 곁에서 그토록 자제했는데, 저 애는 분명 자신을 베개로만 여기는 게 분명했다.’그녀가 느껴보게 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진정한 남자로 보지 않을 것이다.성연의 귀가 계속 뜨거워졌다. 몸도 약간 나른한 듯했다.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무진은 막 잠에서 깨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쉬어 있어 약간 허스키한 느낌을 준다. 그 음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