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1370 챕터

제421화 확실하게 병으로 위장하다

화원을 거닐며 산책하던 성연과 무진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거실로 돌아왔다.“보스, 사모님.” 거실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본 손건호가 공손하게 불렀다.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손건호를 본 무진은 뭔가 일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무진이 고개를 돌려 성연에게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는 것 같군. 먼저 방으로 돌아가 쉬고 있어.”성연은 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게임을 할 때는 못 느꼈지만, 지금 화원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성연 자신도 꽤나 노곤했다.어제 밤을 새며 생긴 후유증이리라.느릿한 걸음으로 걷던 성연이 돌연 계단 입구에서 몸을 돌려 잊지 않고 신신당부했다.“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말아요. 일찍 자야 하는 거 잊지 마요.”“그래.”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은 무진이 대답했다.성연이 위층으로 올라간 후, 무진과 손건호는 함께 서재로 갔다.의자에 앉은 무진의 기운이 매섭게 가라앉았다.“무슨 일이야?” 성연을 대하던 온화한 기운이 일시에 사라지며 무진의 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뻗어 나왔다.급격한 변화에 손건호가 입을 비쭉거렸다.‘이게 바로 소위 ‘차별대우’ 라는 거야.’뭐 그렇다고 항의할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어서 곧 보고할 내용을 생각하던 손건호의 안색이 진지해졌다.“보스, 둘째, 셋째 작은 할아버님들 쪽에서 다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 있던 우리 화물이 X국 보안검사 과정에서 세관에 의해 압수되었습니다.” 물론 자신들의 화물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모두 가격이 높은 화물들이었다.화물의 가격도 높고.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알 수 있었다. 작은 할아버지들 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무진의 발작을 틈타서 꾸민 작품이라는 걸.그 두 늙은 여우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지 않고 있었다.하긴 다른 움직임이 없다면 더 이상할 터.“당장 급하지는 않으니 우선 저들이 또 무엇을 하려는 지 좀 기다려 보지. 이 참에 내 병이 심각하다는 정보를 흘리는 게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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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그녀도 좋고 나쁨을 가릴 줄 안다

성연은 이것에 대해 일절 몰랐다.무진이 회복된 후, 성연은 다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연극을 공연한 이후 크게 화제가 된 터라 학교에서 성연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성연은 이미 ‘북성남고의 퀸’으로 불렸다.하루 학교를 빠지고 이틀만에 나온 성연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자신에 대한 뉴스가 또 게시판에 올라온 거라고 생각한 성연이 핸드폰을 켜서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게 없었다. 게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은 관심을 끊었다.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성연은 반 학우들의 관심이 쏟아졌다.“송성연, 몸이 안 좋아서 하루 결석계 냈다고 들었어. 지금은 좀 어때? 아직 아픈 데는 없어?”“아직 안 좋은 거라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그냥 한 이틀 더 쉬고 와. 어차피 수업 안 들어도 다 알잖아.”“맞아. 건강이 더 중요해.”아이들 모두 한 마디씩 쏟아내는 관심의 말들에 성연은 얼떨떨한 마음이 들었다.성연 또한 좋고 나쁨을 가릴 줄 알았다.다른 사람이 진심으로 자신을 대한다면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좋은 태도로 대할 것이다.성연이 웃으며 학우들의 말에 화답했다.“모두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 이제 많이 좋아졌어.”성연의 대답을 들은 아이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여자아이들 몇 명이 성연의 책상 옆에 서서 재잘거렸다. 주로 성연이 예쁘고 사람도 좋다는 말들에 성연이 겸손하게 대답해 주었다.수업 시작 벨이 울리고서야 모두 아쉬워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모두 성연과 친구로 지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점심 시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성연은 보건실에 가서 잠을 잤다.오늘 하루 내내 성연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보건실로 들어온 성연을 본 서한기가 얼른 문을 닫은 후 말했다.“보스, 큰일 났어요.”“무슨 일이야?” 침대 가까이 다가간 성연이 눈을 휙 치켜 뜨며 서한기를 바라보았다.서한기는 보기 드물게 긴장한 표정이었다.“최근 해외에 블랙문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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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무진을 더 걱정하다

성연이 집에 돌아가니 강운경과 안금여가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무진이 두 사람과 함께 뭔가 의논 중인 것 같았다.먼저 두 사람에게 안부를 물은 성연은 무진의 옆에 앉아 세 사람이 의논하는 말을 조용히 들었다.이야기를 듣던 성연이 눈치를 챘다.WS그룹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무진이 직접 처리하러 출장을 가야 할 모양이다.그런데 공교롭게도 출장지가 바로 X국이었다.성연의 눈동자에 반짝 이채가 돌았다.서한기가 상황을 보고하는 동안, 성연은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어쨌든 지금 자신은 강씨 집안에 매여 있는데다 해외로 나갔다 오는 기간도 짧지 않다.자신의 출국을 강씨 집안의 사람들은 틀림없이 동의하지 않을 터.그래서 한창 고민 중이던 차였다.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자신이 염려하던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보였다.그러나 안금여와 강운경은 무진의 건강을 걱정하며 가지 말라고 계속 무진을 설득하고 있었다.“무진아, 업무는 천천히 해도 돼. 네 곁에 능력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무슨 일이든 네가 직접 하려고 하니?” 할머니와 고모는 회사보다 무진을 더 걱정했다.“할머니, 고모, 이 일은 작은 할아버지들과 관련된 거라, 다른 사람은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 겁니다. 제가 직접 갈 수밖에 없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몸은 이미 문제없을 정도로 회복했어요.”사실 이미 모든 일을 안배해 둔 터라 무진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할머님, 고모님, 아니면 제가 무진 씨랑 같이 가게 해 주세요. 거기서 무진 씨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돌볼 수 있게요.” 듣고 있던 성연이 끼어들며 의견을 냈다.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녀가 반드시 잡아야 하는.X국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여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아니, 이 애가…….”꾸짖는 듯한 눈길로 안금여가 성연을 돌아보았다.자신들은 무진이 직접 간다는 생각에 반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성연이 함께 가겠다고 나서며 무진의 출장행에 더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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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가장 진솔한 사랑

그리하여 성연과 무진이 함께 출국하는 일이 이렇게 확정되었다.학교 쪽은 성연이 한동안 결석계를 내야 한다고 무진이 이미 교장에게 말해 놓았다. 교장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성연의 결석계를 받아주었다.출국하기 전날 밤, 성연은 방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중이다.X국의 날씨를 검색해 보니, 날씨가 비교적 더운 편이었다. 기후는 북성 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편이고.그래서 성연은 비교적 얇고 가벼운 옷들로 준비했다.선크림이나 스킨케어 같은 제품들도 챙겼다.대신 거기 가서 살 수 있는 것들은 준비하지 않았다.트렁크 하나에 여행에 필요한 성연의 모든 짐들이 담겼다.트렁크를 다 정리한 성연은 무진이 아직 짐을 다 싸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서재로 달려간 성연이 서류를 보고 있는 무진에게 물었다.“무진 씨, 여행 가방 안 싸요? 이미 늦었어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잖아요?”“내일 가는 거 맞아. 서류 다 보고 나서 내가 정리할게.” 무진은 손건호가 건네준 X국 세관에 관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비교적 중요한 보고 내용이라 무진이 보고 머릿속에 기억해 둘 필요가 있었다.“그럼…… 내가 대신 짐을 챙겨줄까요?” 예전부터 임무를 수행할 때면 자주 비행기를 타고 다녔던 성연인지라,여행가방 싸는 데에 꽤 일가견이 있는 편이다.“너 짐 챙길 줄 알아?” 무진은 좀 놀랐다. 성연이 먼저 나서서 자신의 짐을 대신 싸겠다고 할 줄도 알고, 이제 진짜 약혼녀 신분에 걸맞는 모습을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 그거 무슨 뜻이에요? 지금 사람 무시하는 거예요?”무진이 좀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하자 성연은 알 수 없는 불쾌함이 올라왔다.“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너를 무시하려던 뜻은 없었어. 옷장 안의 옷, 아무거나 몇 벌 가져가면 돼.” 무진이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몇 마디 더 한다면 성연이 아마 폭발할지도 모른다.흥, 코웃음을 친 성연이 서재에서 방으로 돌아온 뒤, 무진을 대신해 가져 갈 옷들을 챙겼다.여행가방을 완전히 채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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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참 너무 하시네

무진과 성연이 출국하던 순간, 둘째, 셋째 할어버지 강상철과 강상규도 소식을 들었다.무진이 직접 출국했다는 말을 들은 강상철과 강상규는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국외의 일은 안금여가 직접 나설 줄 알았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강무진, 그 환자를 내보내?강무진이 겨우 숨만 붙어서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해외에 내보냈다고?‘형수님도 참 너무 하시네.’이건 큰댁에 정말 사람이 없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그게 아니라면 애면글면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보호하던 손자 강무진을 어떻게 내보낼 수 있겠는가?“형님, 우리에게 기회가 왔군요.” 강상철에게 차를 한 잔 따라준 강상규는 자신도 찻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무진이 별 대단하지 않다 해도 그 자리에 있는 게 계속 거슬렸는데.” 강상철이 느릿느릿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입을 뗐다.“이거 참 잘되었군요. 저쪽의 법은 우리와는 다르지요. 무진이 만에 하나 실수로 그곳 사람과 문제가 생겨 죽는다 해도 아무도 파고들지 않을 겁니다.” 강상규의 눈에 비열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무진은 원래 밥만 축내는 식충이 같은 생활을 하며 잘 지낼 수 있었다.‘그냥 자신의 낡은 집에서 잘 지냈으면 좀 좋지 않아?’그러나 무진이 기어코 회사로 나와 자신들의 걸림돌이 되었으니.그러니 야박하다고 자신들을 탓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무진이 튀어나와 먼저 자신들을 건드린 탓이다.“말은 쉽게 한다마는, 너는 무진이 쪽 사람들이 아무런 능력도 없을 거라 생각하느냐?” 강상철이 콧방귀를 뀌었다.그 역시 일찍부터 사람을 시켜 무진 쪽의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그래서 강상철은 알게 되었다. 무진의 실력은 자신들이 쉽게 건드릴 수 없을 정도라는 걸.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진도 분명히 원할 것이다.출국 후, 무진의 신변을 지키는 사람들은 더 철통같이 보호할 게 분명하다. 자신들이 기회를 엿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른 일인 것이다.“무진이 그 약혼녀도 같이 갔다면서요? 그 두 사람 뒤를 매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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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사모님에 대한 편애

강상철과 강상규가 저렇게 악랄한 계략을 꾸민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무진은 아직 모르는 상태이다.무진과 성연은 호텔에 투숙했다.5성급 호텔의 객실은 무척 넓은 공간에 모든 게 다 갖추어진 듯했다.특수한 무진의 병증 때문에 성연은 무진과 한 방에 묵었다.어차피 집에서도 한 방에서 지냈던 터라 성연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 지금은 그저 집에서의 연장선일 뿐 별 상관이 없었다.성연이 창문을 열자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국내와는 다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성연의 입에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와, 여기 정말 예쁘다.”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무진이 다가왔다. 역시 5성급 스위트룸에 걸맞게 전망이 정말 좋았다.“여기가 마음에 들어?” 무진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름다운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여기 있으면 기분도 훨씬 좋아지는 것 같아요.” 성연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니 신선한 공기가 입안으로 들어왔다.“시간이 나면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갈게.” 성연의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는 무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그럼 기대할게요.” 성연이 빙그레 웃었다.똑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순간 무진과 성연의 눈이 마주쳤다. 잠시 후 무진이 일어나 문을 열었다.성연에게 문을 열게 할 리가 없는 무진이다. 외국이다 보니 밤이 되면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객실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비서 손건호였다.“보스, 작은 사모님, 뭘 드시겠습니까? 제가 준비하겠습니다.”무진은 즉각 대답하는 대신 성연을 향해 물었다.“성연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면 나가서 먹을까?”“됐어요.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성연이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하루 종일 비행기를 탔다. 지금 시간도 이미 늦은데다 무진은 해야 할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무진은 아직 몸을 좀 더 조심하는 게 좋을 터.나가서 먹고 돌아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모두 시차 때문에 많이 피곤할 게 뻔한 이럴 때는 호텔에 그냥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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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무진이 악수를 거부하다

무진이 이번에 X국에 온 주요 목적은 화물 압류 건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곧 무진과 손건호는 그룹 지사에 도착했다.지사의 책임자가 즉시 마중을 나왔다.“대표님, 만나서 반갑습니다.”그가 손을 내밀어 무진과 악수하려고 했다.무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한 차례 훑자, 그는 어색한 모습으로 손을 거두었다.사무실에 도착한 무진이 소파에 앉자 한쪽에 선 책임자는 잔뜩 굳은 표정을 지었다.비서가 무진에게 차를 따른 후 반대편에 섰다.무진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지 않자 주위 분위기가 숨이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재료에 문제가 생겼는데 제일 먼저 발견하지 못한 책임자에게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었다.본사와 멀리 떨어진 데다 외국에 위치한 지사라는 점 때문에 평소 관리를 소홀히 해서 이런 문제를 야기한 것이 틀림없었다.무진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책임자 스스로 반성하게 하려는 뜻.뿜어내는 위압감만으로도 책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지사 책임자의 등에 식은땀이 배었다.무진이 왜 말을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잘 알 수 없었다. 만약 책임을 추궁한다면 자신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만약 무진이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면 자신은 더더욱 방법이 없었다.분위기가 굳어졌다.무진을 한 번 쳐다본 손건호의 눈에 살짝 고개를 까닥이는 무진의 동작이 들어왔다.무진의 뜻을 알아챈 손건호가 책임자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어쩌다가 화물이 세관에 압류된 겁니까?”마침내 본론으로 들어가자 지사 책임자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황급히 변명했다.“품질 검사를 엄격히 하고 있어서 화물들은 늘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화물에 유독물질이 들어 있다는 통지를 받았는데, 품질이 이전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책임자도 황망할 따름이었다.본사 쪽에서 이 화물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는 평소보다 훨씬 신경을 썼던 터였다. 혹시라도 잘못되는 있을까 매일 시간을 내어 품질검사실을 돌고 했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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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서는 안돼

눈을 든 무진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이 화물의 취급 담당자는 누구입니까?”책임자가 즉시 대답했다.“담당자는 강문호입니다.”듣고 있던 무진이 눈을 가느다랗게 좁혔다. 강문호는 강씨 집안 방계 혈족의 사람이었다.같은 강씨 집안이지만 무진의 본가와는 거리가 먼 기껏해야 일가친척이라 할 정도였다.이곳에 오기 전에 지사의 인적사항을 낱낱이 조사했었다.기억력이 좋은 무진은 한 번 본 내용은 잊지 않고 확실하게 기억했다.이 강문호라는 작자는 둘째 할아버지 강상철 쪽을 위해 일한 게 분명했다.둘째 할아버지 쪽에서 이 강문호를 보내 몰래 이 웃기지도 않는 장난을 친 거였다.애초 강문호를 해외 지사에 배치할 때부터 이런 계략을 생각했을 것으로 보였다.무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당장 강문호를 찾아오세요!”무진은 보기만 해도 화가 잔뜩 난 모습이다.책임자는 식은 차를 비우고 무진에게 새 차를 다시 따랐다.“대표님, 우선 차 한 잔 드시고 마음을 좀 가라앉히십시오.”이번에는 무진이 아무 말없이 책임자의 체면을 봐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이 일은 분명 책임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리라는 것.바로 둘째 할아버지 쪽에서 강문호를 지사로 파견 보내 꾸민 짓이다.“당신은 이 화물을 누가 바꿔 치기 했다고 봅니까?” 무진이 유유히 책임자를 바라보았다.“이…….” 책임자는 망설이는 모습으로 무진을 쳐다보았다.이럴 때 입을 열어 누구에게든 찍히고 싶지 않았다.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서는 안되는 것이다.그는 이 지사에서 계속 버텨야 했다.“우리 대표님이 여기 계시는데, 말 못할 게 뭐가 있습니까? 분명히 하세요. 당신 상관이 누구인지!”옆에서 지켜보던 손건호가 매서운 음성으로 추궁했다.눈에 드러날 정도로 망설이는 책임자의 태도는 무진의 지위를 무시하는 것이기도 했다.손건호가 바로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제가 실수했습니다.” 책임자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저는 강문호일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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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문호가 비서에게 붙들려 왔다.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무진을 쳐다보는 강문호에게는 공손한 태도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마치 아주 하찮은 인물 앞에 선 듯한 모습이었다.자기 집에 들어온 사람처럼 건들건들 소파에 앉은 강문호가 입을 열었다.“아이고, 무슨 바람이 불어 강 대표님이 이 작은 지사까지 왕림하셨나?”표정과 말투가 완전히 나태한 모습이다.무진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약간의 경멸감도 섞여 있었다.강상철을 따르는 그는 당연히 조만간 강상철이 WS그룹 회장직에 앉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장애인에 불과한 무진이 어떻게 강상철 같이 노련한 계략가와 다툴 수 있겠나라는 계산이다.또 최근에 무진의 병이 심각했다는 말도 들었던 차다.‘아픈 몸으로 감히 여기까지 올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오는 도중에 죽는 것도 두렵지 않는 건지, 원.’다리를 흔들며 강문호가 무진을 보고 말했다.“대표님, 이 작은 지사의 일은 당신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이 시간에 집에서 몸이나 잘 돌보는 게 나을 텐데요.”강문호의 말을 듣던 무진의 안색이 가라앉았다.손건호가 박문호를 향해 걸어갔다.알 수 없는 위험한 기운을 감지한 강문호는 간신히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너, 뭐 어쩌려는 거야?”입 꼬리를 말아 올린 손건호가 바로 강문호를 잡아 올린 채 말도 없이 강문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어디서 감히 이 쓰레기 같은 게 보스에게 덤벼?’너무도 갑작스럽게 얻어 맞은 강문호는 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반격할 방법도 전혀 없었다.머리를 감싸 안은 강문호는 겨우 자신의 얼굴만 가리고 있을 뿐이다.애석하게도 강문호를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지 손건호는 강문호의 얼굴을 노려보며 다시 때렸다.손건호는 잔인하게도 아픈 곳만 집중해서 때렸다.사무실이 강문호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무진은 손건호를 막지 않았다. 그저 냉담한 시선으로 방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렇게 입이 더러운 인간은 한 대 패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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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잘 지낼 생각은 하지 마

무진이 높은 곳에 강문호를 내려다보았다.“세관에 억류된 저질불량품들은 분명히 매우 값쌀 텐데, 그럼 빼돌린 대금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도대체 누가 너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지?”강문호는 그저 졸개일 뿐이다.그에게는 이런 일을 할 배짱이 전혀 없다.강문호의 배후는 강상철이 아니면 강상규일 터.그러나 강상철과 강상규가 이런 하찮은 인물을 앞세워 저지르기 딱 좋은 방법이다.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강문호가 직접 자백하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이다.회사의 주주들은 모두 각자의 이익이 최우선이다.만약 강상철과 강상규가 뒤에서 이런 나쁜 짓을 꾸며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아무도 두 사람 편에 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무슨 물건이요? 대표님, 무슨 말씀하시는 겁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강문호가 아무 것도 모르는 척했다.이 일은 당연히 둘째 할아버지 쪽 강일헌이 한 것일 터.그러나 강문호가 감히 자백할 배짱이 있을까?강일헌은 뒤에 숨어서 이런 수단 부리는 것을 좋아했다.그는 강일헌에게 휘둘린 것일 뿐, 이제 보니 죽음보다 못한 인생이 되었다.만약 그가 정말 말한다면, 강일헌의 그 소심한 성격으로 봐서는 아마 맞아 죽지 않을까?“이 지경인데? 아직도 엄살?” 무진도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어차피 강문호는 조만간 진실을 말할 것이다.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대표님, 당신에게 한 제 태도는 정말 잘못됐습니다. 저는 맞아도 싸요. 하지만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모독할 수 있습니까?” 강문호가 막무가내를 부렸다.그는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무진은 지금 증거가 없으니,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무진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내가 너를 모독해?” 무진이 냉소를 지었다.강상철 강상규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자신들이 받드는 주인과 똑같이 낯가죽이 두꺼웠다.“물건을 가져와.”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손건호가 서랍에서 장부를 꺼내 보였다.강문호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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