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강문호가 비서에게 붙들려 왔다.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무진을 쳐다보는 강문호에게는 공손한 태도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마치 아주 하찮은 인물 앞에 선 듯한 모습이었다.자기 집에 들어온 사람처럼 건들건들 소파에 앉은 강문호가 입을 열었다.“아이고, 무슨 바람이 불어 강 대표님이 이 작은 지사까지 왕림하셨나?”표정과 말투가 완전히 나태한 모습이다.무진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약간의 경멸감도 섞여 있었다.강상철을 따르는 그는 당연히 조만간 강상철이 WS그룹 회장직에 앉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장애인에 불과한 무진이 어떻게 강상철 같이 노련한 계략가와 다툴 수 있겠나라는 계산이다.또 최근에 무진의 병이 심각했다는 말도 들었던 차다.‘아픈 몸으로 감히 여기까지 올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오는 도중에 죽는 것도 두렵지 않는 건지, 원.’다리를 흔들며 강문호가 무진을 보고 말했다.“대표님, 이 작은 지사의 일은 당신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이 시간에 집에서 몸이나 잘 돌보는 게 나을 텐데요.”강문호의 말을 듣던 무진의 안색이 가라앉았다.손건호가 박문호를 향해 걸어갔다.알 수 없는 위험한 기운을 감지한 강문호는 간신히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너, 뭐 어쩌려는 거야?”입 꼬리를 말아 올린 손건호가 바로 강문호를 잡아 올린 채 말도 없이 강문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어디서 감히 이 쓰레기 같은 게 보스에게 덤벼?’너무도 갑작스럽게 얻어 맞은 강문호는 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반격할 방법도 전혀 없었다.머리를 감싸 안은 강문호는 겨우 자신의 얼굴만 가리고 있을 뿐이다.애석하게도 강문호를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지 손건호는 강문호의 얼굴을 노려보며 다시 때렸다.손건호는 잔인하게도 아픈 곳만 집중해서 때렸다.사무실이 강문호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무진은 손건호를 막지 않았다. 그저 냉담한 시선으로 방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렇게 입이 더러운 인간은 한 대 패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그리고
무진이 높은 곳에 강문호를 내려다보았다.“세관에 억류된 저질불량품들은 분명히 매우 값쌀 텐데, 그럼 빼돌린 대금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도대체 누가 너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지?”강문호는 그저 졸개일 뿐이다.그에게는 이런 일을 할 배짱이 전혀 없다.강문호의 배후는 강상철이 아니면 강상규일 터.그러나 강상철과 강상규가 이런 하찮은 인물을 앞세워 저지르기 딱 좋은 방법이다.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강문호가 직접 자백하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이다.회사의 주주들은 모두 각자의 이익이 최우선이다.만약 강상철과 강상규가 뒤에서 이런 나쁜 짓을 꾸며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아무도 두 사람 편에 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무슨 물건이요? 대표님, 무슨 말씀하시는 겁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강문호가 아무 것도 모르는 척했다.이 일은 당연히 둘째 할아버지 쪽 강일헌이 한 것일 터.그러나 강문호가 감히 자백할 배짱이 있을까?강일헌은 뒤에 숨어서 이런 수단 부리는 것을 좋아했다.그는 강일헌에게 휘둘린 것일 뿐, 이제 보니 죽음보다 못한 인생이 되었다.만약 그가 정말 말한다면, 강일헌의 그 소심한 성격으로 봐서는 아마 맞아 죽지 않을까?“이 지경인데? 아직도 엄살?” 무진도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어차피 강문호는 조만간 진실을 말할 것이다.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대표님, 당신에게 한 제 태도는 정말 잘못됐습니다. 저는 맞아도 싸요. 하지만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모독할 수 있습니까?” 강문호가 막무가내를 부렸다.그는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무진은 지금 증거가 없으니,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무진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내가 너를 모독해?” 무진이 냉소를 지었다.강상철 강상규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자신들이 받드는 주인과 똑같이 낯가죽이 두꺼웠다.“물건을 가져와.”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손건호가 서랍에서 장부를 꺼내 보였다.강문호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대표님, 아무리 말씀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저는 모릅니다. 저를 희생양 삼으려 하지 마시죠.”강문호는 계속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무진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눈에는 냉기가 감돌았다.“이 건만 해도 안에 있는 많은 항목들이 빠졌더군요. 횡령한 회사 돈도 결코 적지 않을 테고. 감옥에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 드리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감옥이라는 두 글자에 강문호는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그는 아직 젊었다. 아직 인생을 즐길 만한 한창 나이였다.만약 감옥을 가게 되면 다 망친 것이나 진배없지 않은가?횡령한 금액이 적지 않음을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그는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속으로 주판알을 굴리며 생각해 보던 강문호는 결국 항복하기로 마음 먹었다.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방법이 없었다. 자백할 밖에는.그럼에도 말투에는 여전히 내켜 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님, 제가 잠시 뭐에 홀려 탐욕을 부렸습니다. 제가 돈을 다 갚겠습니다. 문제의 화물들은 모두 바꿔 치기 해서 항구의 89번 창고 안에 두었습니다. 누가 저에게 시킨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도박을 좋아하는데 손이 근질거려 가지고…… 밑천 삼아 좀 놀아 볼 생각에…….”이 일은 반드시 자기 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 강문호였다.강일헌 쪽이 연루된 상황을 발설할 수는 없었다. 자신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不过,他也不担心,若是二爷知道他对他们如此尽心尽力,肯定少不了他的好处。그러나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이처럼 충성을 다했다는 사실을 강상철이 안다면 자신을 섭섭지 않게 할 것이 분명했다.만약 강일헌, 이 이름이 입 밖으로 새는 순간, 그야말로 자신은 진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강문호의 말을 듣던 무진은 좀 의외라는 눈빛이다.강문호, 이 자는 딱 봐도 줏대 없는 측에 속했다.‘그런데 이렇게 의리가 있다고?’‘보아하니 작은 할아버지가 사냥개 하나를 잘 키우셨군.’무진의 눈동자가 수축되었다.“그게 전부입니
무진의 말에 강문호가 불복하며 바로 반박했다.“나는 강상철 부회장님의 사람입니다. 강 대표님이 내 거취를 결정할 수는 없소!”강문호의 눈에 비친 무진은 이미 회사의 실권자가 되었다 해도 여전히 강상철, 강상규에 댈 수가 없었다.무진이 차가운 어조로 강문호의 말을 받았다.“저들을 따르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신을 해고할 권한은 나한테 있지, 다른 누구가 아니라. 게다가 저들은 당신의 해고를 나한테 요구하지도 않을 겁니다. 못 믿겠으면 어디 한 번 두고 보시지.”강문호는 입을 닫았다.자신이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 지,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강무진이 아무리 변변찮다 해도 강씨 집안의 장손이었다.당연히 강상철, 강상규는 자신을 위해 표면에 나서서 강무진과 맞서지 않을 것이다.수지가 맞지 않았다.그 자신도 잘 알고 있다.자신이 말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강무진도 짐작하고 있다는 건 이미 파악했다.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계속 말했다.“내가 당신을 감옥에 보내지 않는 것은 오직 같은 강씨 성을 가졌기 때문이야. 꺼져!”강문호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손건호가 그를 보며 위협했다.“아직 안 갔어? 한 대 더 맞고 싶은가 보지? 맞고 싶다면야 뭐, 손도 좀 풀 겸 상관없지. 마침 요즘 손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말이지.”강문호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감히 입으로 표출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가 속으로 얼마나 억울해 하는 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그때 무진이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이 책임자가 즉시 경비원을 불러 강문호를 내쫓았다.회사에서 있었던 큰 소동에 관해 전해 들은 회사 직원들 모두가 삼삼오오 나와서 구경했다.모두 초라하고 비참한 강문호의 모습을 목격하였다.강문호는 얼굴이 다 뚫어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얼굴을 가린 채 재빨리 회사를 뛰쳐나갔다.회사 입구로 나온 강문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회사 내부 쪽을 바라보았다.최근에 와서야 이 회사 내에서 어깨에 힘주며 원하는 건 모두 가질 수 있게
이때 사무실에는 무진과 손건호 두 사람만 남았다.강문호가 떠난 후, 무진은 손건호에게 지시하였다.“사람을 보내 강문호를 예의 주시해. 다른 움직임은 없는지 살펴 봐.”무진은 이미 강문호가 담당할 역할을 준비해 놓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리 쉽게 강문호를 놓아줄 리 있었겠는가.이렇게 해고된 뒤 강문호는 분명 불만을 품을 터.그런 그가 사적으로 작은할아버지 쪽과 접촉할 지도 모르는 일.바둑돌로서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 지 두고 볼 일이다.만약 더 이상 소용이 없다고 판단되면 강상철 쪽에서는 바로 버려버릴 테고.그러나 그 전에 그들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접촉이 있을 게 분명하다.손건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무진이 지시했다. “가서 여기 책임자를 불러와.” “예.” 대답한 손건호가 바로 밖으로 나갔다.곧이어 지사 책임자가 들어왔다.책임자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무진 앞에 섰다.“대표님, 부르셨습니까?” “강문호를 처리했다고 해서 당신 책임이 없어진 걸로 생각했습니까?” 의자에 기대어 앉은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대표님,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무진이 책임을 추궁하려 하자 지사 책임자는 거의 울다시피 항변했다. “그럼 다시 묻죠. 강문호가 분식회계를 하면서 또 업무도 충실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약물 빼돌리기를 포함해서, 이 모두 강문호의 짓이라는 걸 책임자인 당신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들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무진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하나같이 예리했다.어수선한 틈을 타 빠져나가려 했지만 도저히 핑계를 댈 수가 없는 상황.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진 채 변명했다.“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강문호는 강상철 부회장님 쪽 사람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건드릴 수 있겠습니까?”어느 쪽에 붙어야 할지 알 수 없어 입장이 난처한 나머지 그저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강문호가 누구의 사람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사의 책임자로서
“보스, 지금 돌아가시겠습니까?”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없었다.손건호가 무진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관자놀이를 문지르던 무진이 창 밖으로 하늘 색을 살폈다.“지금 몇 시지?”“아침 8시입니다.” 손건호가 대답했다.“벌써 다음 날이야?” 무진이 제법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호텔에 혼자 남은 성연이 걱정되었다.낯선 환경에서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하지 않을 텐데.핸드폰을 들여다보았지만 성연에게서 온 전화와 메시지는 없었다.“돌아가지.” 무진이 의자에서 일어서는 순간, 몸이 살짝 휘청거렸다. 이제 막 회복된 몸으로 밤을 새웠으니 무진이 버티기에도 좀 버거웠다.보고 있던 손건호가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서 무진의 팔을 잡았다.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보스, 괜찮으십니까?”손건호의 손에 의지해 일어선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지금 당장 돌아가서 쉬셔야 합니다.” 손을 놓은 손건호가 뒤에서 무진을 부축했다.“알았어.” 무진이 앞으로 걸어갔다.잠시 후, 두 사람은 호텔에 도착했다.성연이 막 아침을 먹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입구로 가서 문을 여니 문 밖에 무진이 서 있었다.밤을 꼬박 새고 돌아온 무진의 얼굴이 피곤에 절어 있었다.지사 쪽 업무를 처리하느라 그런 것이 분명할 터.“왔어요?”객실로 들어오는 무진을 성연이 맞이했다. 성연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무진이 긴 신장의 장점을 이용해서 성연의 정수리를 쓱쓱 쓰다듬었다.“인정 없는 송성연, 약혼자가 나가서 오래도록 들어오지 않는데 전화 한 통 할 줄도 모르고.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무진 씨 일하는데 방해될까 봐 그런 거잖아요?” 성연은 하루 종일 호텔에 머물며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중간 중간에 서한기 쪽에서 알아낸 상황을 보고 받았다.아무 데도 나가지 않은 채.강무진이야 다 큰 어른이니 자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했다.그리고 무진이 일에 전념할 때, 전화해서 신경을 분산시키고 싶지도 않았고.성연을 내
주방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성연을 보던 무진은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고 싶었다.하지만 무진이 머리를 들이밀기도 전에 성연에게 밀려 쫓겨났다.“여긴 뭐 하러 와요? 침대에 앉아 쉬고 있어요.”성연은 자신이 요리하는 모습을 무진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좀 이상한 느낌이다.왠지 부끄럽기도 하고.그런 성연의 모습을 바라보던 무진은 돌연 성연이 부끄러워 그런다는 것을 알아챘다.‘어린 마음에 수줍은가 보군.’더 이상 놀리길 포기한 무진은 소파에 기대어 서류를 보았다.출장을 왔어도 무진이 처리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다.국내 본사에서 결재할 수 없는 사안들이 모두 무진에게 올라왔다.그리고 강문호가 말한 그 창고 주소가 사실인지 아닌 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기회를 봐서 조사해 봐야 한다.비교적 중요한 물건들이라 다른 사람들이 눈독 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시간을 끌수록 문제가 생기기 마련, 조속히 손을 써야 했다.성연이 응접실 쪽으로 나오자 서류를 보느라 바쁜 무진의 모습이 보였다.사실 무진이 절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강운경과 안금여 두 집안 여자를 위해 그는 반드시 강인해져 가족들을 보호해야 했을 터.몸이 아파도 할 일은 산처럼 쌓여 있으니.이런 생각을 하자 성연의 마음이 순간 좀 복잡해졌다.어느새 성연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하염없이 무진을 바라보았다.성연의 시선을 느낀 무진이 고개를 돌리자 맑고 반짝이는 성연의 눈동자와 맞닥트렸다.이 세상의 더러움을 모두 씻어낼 수 있을 만큼 깨끗한 눈이다.차갑고 딱딱하던 무진의 표정이 한순간에 부드러워졌다.“왜 그렇게 보고 있어?”“그러는 아저씨는 왜 안 쉬어요?” 성연이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차려주는 아침 먹으려고.”무진이 대답했다.나풀거리는 하얀 앞치마를 걸친 성연이 무척 사랑스럽게 보였다.무진의 마음 한 켠이 허물어지더니 한순간에 녹아내렸다.“가서 봐야겠다.” 성연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곁들일 반찬은 이미 다 준비되었다. 시간
성연은 어서 쉬러 가라고 무진을 재촉했다.밤을 꼬박 새고서도 이렇게 버티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니, 새삼 무진의 체력에 탄복하는 성연이다.“나와 같이 있어.” 무진의 어조가 꽤나 당당한 느낌이다.“난 방금 일어났다고요.” 밤새도록 누워 잔 성연이다.지금은 또 게임을 하며 놀고 싶은 마음이다.“네가 옆에 없으면 잠이 안 와.” 말을 하는 무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그러나 성연은 무진의 말이 좀 가련하게 들렸다.피로에 잔뜩 지친 얼굴을 그냥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었다.속으로 잠시 생각하던 성연이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침실로 들어간 무진은 소원성취한 듯 보들보들한 성연을 꼭 끌어안았다.익숙한 약향을 맡으며 무진이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무진이 깰까 봐 성연은 몸을 굳힌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저 멀뚱멀뚱 눈을 뜬 채 천장만 바라봤다.잠이 더 이상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처음 자세 그대로 무진이 깨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성연도 스르르 잠이 들었다.두 사람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정오가 되어 있었다.점심 식사를 위해 무진이 먼저 룸서비스로 주문한 후 성연을 깨웠다.귀여운 아기 돼지 마냥 밤새 그렇게 잤고 오전에 또 잔다.무진이 손 끝으로 성연의 뺨을 쓸었다.부시시 눈을 뜨던 성연의 눈에 지척에 앉은 무진이 보이자 곧바로 일어나 앉았다.“일어났어요?”자신보다 먼저 깨서 일어나 있는 무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这个男人,真是自律到可怕的地步。‘이 남자, 자기 절제력이 진짜 장난 아니야.’“내가 벌써 룸서비스를 부탁했어. 일어나서 뭐 좀 먹자.” 성연이 일어나는 것을 본 무진이 먼저 응접실로 가서 테이블에 음식들을 차렸다.성연이 세수하고 나오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점심을 먹은 뒤엔 성연이와 같이 좀 조용히 쉬어야겠다.’오후가 되자 무진이 또 나가야 했다.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성연을 보고 있으니 정말 나가기 싫어지는 무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