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어서 쉬러 가라고 무진을 재촉했다.밤을 꼬박 새고서도 이렇게 버티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니, 새삼 무진의 체력에 탄복하는 성연이다.“나와 같이 있어.” 무진의 어조가 꽤나 당당한 느낌이다.“난 방금 일어났다고요.” 밤새도록 누워 잔 성연이다.지금은 또 게임을 하며 놀고 싶은 마음이다.“네가 옆에 없으면 잠이 안 와.” 말을 하는 무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그러나 성연은 무진의 말이 좀 가련하게 들렸다.피로에 잔뜩 지친 얼굴을 그냥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었다.속으로 잠시 생각하던 성연이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침실로 들어간 무진은 소원성취한 듯 보들보들한 성연을 꼭 끌어안았다.익숙한 약향을 맡으며 무진이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무진이 깰까 봐 성연은 몸을 굳힌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저 멀뚱멀뚱 눈을 뜬 채 천장만 바라봤다.잠이 더 이상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처음 자세 그대로 무진이 깨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성연도 스르르 잠이 들었다.두 사람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정오가 되어 있었다.점심 식사를 위해 무진이 먼저 룸서비스로 주문한 후 성연을 깨웠다.귀여운 아기 돼지 마냥 밤새 그렇게 잤고 오전에 또 잔다.무진이 손 끝으로 성연의 뺨을 쓸었다.부시시 눈을 뜨던 성연의 눈에 지척에 앉은 무진이 보이자 곧바로 일어나 앉았다.“일어났어요?”자신보다 먼저 깨서 일어나 있는 무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这个男人,真是自律到可怕的地步。‘이 남자, 자기 절제력이 진짜 장난 아니야.’“내가 벌써 룸서비스를 부탁했어. 일어나서 뭐 좀 먹자.” 성연이 일어나는 것을 본 무진이 먼저 응접실로 가서 테이블에 음식들을 차렸다.성연이 세수하고 나오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점심을 먹은 뒤엔 성연이와 같이 좀 조용히 쉬어야겠다.’오후가 되자 무진이 또 나가야 했다.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성연을 보고 있으니 정말 나가기 싫어지는 무진이
무진이 나간 후, 성연도 준비를 시작했다. 인면피를 쓰고 옷을 갈아입은 후 CCTV의 각도를 돌려놓았다.호텔을 나서는 성연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도로가로 내려간 성연 앞에 승용차 한 대가 와서 섰다.곽연철이었다.성연이 변장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성연의 다양한 변장 스타일에 익숙한 곽연철은 한눈에 알아보았다.곽연철이 아주 공손한 태도로 성연을 불렀다.“아가씨.” 이 곳에도 지사를 두고 있는 제왕그룹이다.좀 더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성연은 이곳의 지부를 임시 사무실로 삼았다.남의 이목을 가린 채 약재를 가져오기에 딱 좋았다.약재를 잃어버린 후, 곽연철에게 자신이 갈 것이라는 말만 전달하면 되었다.요 몇 년 동안 제왕그룹은 표면상 곽연철이 줄곧 관리해 왔기 때문에 성연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곽연철이 뜻밖에도 직접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곽 대표님, 왜 왔어요?”성연이 궁금해서 물었다.제성그룹은 작지 않았다. 곽연철이 처리해야 일도 무진 못지 않았기에 그가 올 줄은 몰랐다.“사람들이 아가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서지요.” 지사에서 그는 거의 오지 않는다.일부 눈이 어두운 자들이 성연에게 함부로 하기도 했다.“하아, 그럴 필요 없어요.” 성연이 휘휘 손을 저었다.“필요합니다.” 곽연철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성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때때로 곽연철의 성격이 너무 꽉 막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한기처럼 통통 튀는 성격과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비교적 활발한 성격의 성연은 틀에 맞춘 듯한 곽연철의 대답에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욕망이 사라졌다.곽연철의 성격이 그렇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그러나 일에 있어서 곽연철은 완전 능력자였다. 이점에 대해서는 성연도 할 말이 없다.오는 길에 서한기에게 알렸으니, 서한기도 이미 제왕그룹으로 오는 길일 것이다.성연과 곽연철이 도착했을 때 서한기도 막 도착했다.곽연철을 본 서한기가 신이 나서 달
곽연철은 서한기가 이곳에서 요상한 짓을 해서 성연에 안 좋은 영향을 줄까 걱정했다.서한기를 끌어내렸다.복도에 도착했을 때 서한기는 경망스럽게 곽연철의 턱을 들어올렸다.“왜? 나 보고 싶지 않았어요?”곽연철이 서한기의 손을 쳐냈다.“미친.”“싫음 말고.” 다리를 꼬고 복도 의자에 앉은 서한기가 곽연철에게서 획 고개를 돌렸다.서한기를 보고 있던 곽연철은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밥은 먹었어?”“아니.” 서한기가 기운 없이 말했다.곽연철은 즉시 비서를 불러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비서의 동작이 아주 빨라서 십여 분 만에 준비가 다 되었다.곽연철은 서한기를 끌고 휴게실로 가서 음식을 먹였다.서한기는 처음에 성가시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테이블 위에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한 가득 놓인 것을 보더니 곽연철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래도 양심은 있네.”곽연철 자신도 식사를 하지 않아서 같이 앉아 먹기 시작했다.고개를 들어 사무실 방향을 힐끗 돌아본 서한기가 곽연철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는 식사했는지 왜 안 물어봅니까?”사무실 안에 있던 성연이 나와서 두 사람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비난할 지도 모르는 일.“내가 너인 줄 알아? 물어보니 보스는 먹었대.”곽연철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서한기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모두 곽연철이 뻣뻣할 정도로 예의 바르다고 하지만 그것도 보스 앞에서만 그럴 뿐이다.자신 앞에서는 사람 분통 터지게 만드는 고수였다.‘그러니 자신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기는 기대도 않는 게 좋을 걸.’서한기를 상대하는 것도 귀찮아진 곽연철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일어섰다.곽연철이 일어나자 서한기도 얼른 입에 음식을 집어넣은 후 따라 일어났다.“어디 가요?”“보스가 보고서를 거의 다 봤을 거야. 보고할 게 있어.” 사무실 문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과연 곽연철의 짐작대로 그들이 들어가니 성연이 보고서를 덮었다.다가간 곽연철 성연의 앞에 섰다.“보스, 강탈해 간 이 물
무진 쪽에서도 이미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강문호가 말한 곳 확인해 봤어? 믿을 수는 있어?” 무진이 옷 자락을 정리하며 옆에 있는 손건호에게 물었다.“네, 이미 알아봤습니다. 틀리지 않을 겁니다. 또 이 연해의 창고를 조사해 보니 많은 공장들이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금지된 품목들 다루다가 나중에 폐쇄되고 창고가 된 곳입니다. 이런 창고는 모두 불법입니다. 물건을 훔쳐 가서 보관하기 딱 좋죠. X국의 각 조직들이 이 곳을 찾아내서 아주 잘 속여왔습니다.”손건호는 저녁에 다시 한번 그곳 주소지를 찾아가 조사했다.이번에는 무진도 함께 갈 것이니 그의 안전을 제일순위에 두어야 한다.조금도 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모두 준비되었으면 빨리 시작해.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시간을 끌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강문호가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그는 강씨 집안의 장손이다.만약 강문호가 실토한 장소에서 사고가 난다면 손건호 뿐 아니라 온 집안에서 그 책임을 따져 물을 것이다.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강문호가 어리석게 자신에게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다.“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사람들은 미리 준비시켜 두었으니 무진의 명령 한 마디만 기다리고 있다.사위가 캄캄한 심야.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앞을 질주하고 뒤로는 검은색 벤츠가 여러 대 뒤따르고 있다.여러 대의 차량이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모습이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영화를 찍는 줄 알 정도로 장관이었다.창고에 가까워졌을 때, 앞에 있던 손건호가 저 멀리 전방을 주시했다. 저 멀리 해변에 여러 대의 차량이 이미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결정을 하지 못한 손건호가 몸을 돌려 무진에게 신호를 보냈다.“보스, 계속 앞으로 갈까요?”무진이 말이 없자 손건호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뒤따르던 차들이 일제히 따라 멈추었다.연해에는 불빛이 거의 없어 사위가 칠흑같이 어두웠다.어두컴컴한 밤이 사람들을 뒤덮었다. 흡사 당장 시뻘건 아가리를 벌리고 집어삼킬 듯하다.어
제 자리에 멈춰 선 차량에서 십여 분을 기다린 무진이 눈을 떴다.“모두 차에서 내리게 해서 시작해.”그들은 곧장 88호 창고로 갔다.안에는 10여 명이 지키고 있었다.창고 문이 미처 방비할 새도 없이 열리며 사람들이 밀려들어오자 창고 안의 사람들 모두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진이 냉소를 지었다. ‘강문호가 꽤나 경계했나 보군. 이렇게 많은 인원을 배치해서 물건들을 지키게 한 걸 보면.’게다가 모두 외국인들이다. “물건 내놔.” 무진이 영어로 그들에게 명령했다.하지만 무진은 전혀 몰랐다. 지금 강문호가 옆의 89호 창고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은.오늘 저녁, 강문호는 직접 창고를 지키고 앉아서 물건을 가지러 올 무진을 기다렸다.그런데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무진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강문호의 얼굴에 황망한 표정이 떠올랐다. 다급해진 강무진이 바로 쳐들어 올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된 거지?’무진 자신도 창고를 잘못 알고 뛰어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지금 88호 창고 안에 있는 이들은 모두 성연의 약재를 강탈해 갔던 블랙문 조직이었다.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무진이 자리를 지키며 저들과 대치하고 있었다.무진의 생각에, 강문호 쪽에서 이미 연락을 했을 테니 자신이 오면 강문호 쪽에서 바로 약재를 내놓을 것이라 여겼다.그래서 그는 긴 말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말했다.무진 또한 약재를 강탈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블랙문 조직원들이 순순히 내어 줄 리가.바로 거절의 답이 돌아왔다.“우리가 너희들에게 줄 것 같아.”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강문호, 도대체 지금 뭐 하자는 거지?’‘마음이 바뀌었다?’“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온 거 못 들었어? 빨리 물건 내놓지 못해?”무진의 신호를 받은 손건호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블랙문의 조직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약재를 잘 지키는 것이었다.그런데 손건호의 입에서 무슨 ‘윗선의 지시’라는 말이 나오자 아무런 통
무진보다 먼저 와 있던 성연은 창고 위 구석에 웅크린 채 앉아서 한참이나 그들의 싸움을 몰래 지켜봤다.적당한 때를 봐서 약재를 가지러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그런데 도중에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등장한 것이다.한참을 관찰해 보니 저 ‘불청객’ 어째 익숙한 사람이 아닌가.‘하, 강무진이라니.’성연의 마음이 꽤 복잡해졌다. 여기서 또 이렇게 맞닥뜨릴 줄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도대체 자신과 강무진은 무슨 이런 악연이란 말인지.옆에서 같이 무진의 얼굴을 확인한 서한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보스, 강무진이 왜 여기에 있죠?”‘설마 강무진이 일부러 여기를 노리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서한기는 무진에 대해 썩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성연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강무진이 있었다.성연이 해명하지 않아도 자신은 성연의 능력을 믿었다. 서한기는 무진이 고의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내가 어떻게 알겠어?” 성연도 머리가 아파왔다.다른 사람이 와서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강무진이 직접 왔더라면 성연이 손을 쓸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그럼 보스, 우리 이제 어떡하지요?” 서한기가 뒤통수를 긁적였다.“좀 두고 보지.” 성연이 이를 악문 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쌍방이 지금 한창 싸우는 중이다.성연은 우선 조용히 싸움의 추이를 지켜보았다.뒤로 갈수록 성연은 점차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이러다가는 약재를 그대로 빼앗길 것 같았다.“시작해.” 성연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서한기가 수하들을 데리고 돌진했다.오기 전에 모두들 이미 위장을 한 상태라 다행이었다. 만약 무진이 자신 중 하나를 알아본다면 큰일이니.또 다른 제3의 무리가 등장하자 블랙문과 무진 양측 모두 깜짝 놀랐다. 무진이 입을 꽉 다물었다. ‘강문호, 보기만 아작을 내버릴 테다.’‘이 위치를 또 누가 알고 있단 말이지?’‘강문호, 정말 일을 만드는군.’‘설마, 강상철 쪽에서 물건을 강탈하는 척하며 자신을 여기로 끌어들
보고서를 통해 미리 상황을 파악한 성연이다.조직 블랙문이 이곳을 숨어서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래서 이번 작전에 성연은 많은 인원을 데려오지 않았다.수적인 열세로 인해 점차 무진 측의 사람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약재 주변을 점점 무진 측의 사람들이 장악해 나갔다.처음에는 무진의 몸을 걱정해서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던 성연이었다. 하지만 수하들이 점차 밀리는 상황을 본 성연은 저도 모르게 아주 심각해졌다.성연이 휘두르는 긴 채찍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한 무더기씩 쓰러졌다.그러나 무진이 데려온 인원이 너무 많았다. 성연은 아무리 강하다 해도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뒤로 갈수록 성연은 마음이 급해졌다.동시에 속으로 좌절감도 느꼈다.서한기와 곽연철 모두 성연의 심리 상태가 좋지 못함을 느꼈다.서한기가 기회를 틈타 성연 옆으로 가서 성연에게 다가가는 상대를 쳐냈다. 성연의 귀에 대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몇 마디 했다.“보스, 맞은편 상대를 그냥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강무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요. 이러다간 보스 위험해요.”강무진은 이미 성연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음을 서한기는 알았다.그렇지 않다면 송성연이 이처럼 혼란 상태에 빠질 리가 없었다.성연도 자신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을 다잡은 뒤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너희들은 나 신경 쓰지 말고 약재를 빼앗는 데만 집중해.”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미워한다고 말하려니 강무진이 미워지지 않았다.강무진에 대해서는 무력해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가능하다면, 정말 무진이 여기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다.무진과 적이 되는 것이야 말로 그녀가 가장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그녀의 마음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던 감정이었다.그러나 지금 이렇게 많은 수하들을 거느린 상황에서, 또 사부님이 보내신 약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억지로라도 무진과 대적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은 계속 앞으로 나서며 무진과 맞붙었다
결국 성연은 약재를 무진에게 빼앗겼다.물건을 손에 넣은 직후, 무진 쪽 사람들은 즉시 창고를 떠났다. 조금도 지체함 없이 아주 신속하고 깔끔한 동작들이었다.성연은 눈을 부릅뜬 채 무진 일행이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이리저리 마음이 복잡했다. 정말 지금의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약재를 다른 사람도 아닌 강무진이 탈취해 가다니,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다.‘이제 어떡하지?’성연이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창고 입구를 주시했다.그러다 구석에 쭈그리고 있는 블랙문의 몇몇 조직원을 바라보았다.바로 걸어가서 채찍으로 블랙문의 패거리들에게 몇 차례 채찍을 휘둘렀다.“누가 너희들에게 내 물건을 강탈하라고 시켰어?”블랙문 조직원들은 바닥에서 뒹굴었다.“우,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보스가 여기에서 지키고 있게 해서…….”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그들은 그 물건이 무엇인지조차도 몰랐다.“보스?” 성연이 눈썹을 치켜 세웠다.보아하니 이곳을 지키던 몇 명은 그저 졸개에 불과했다.저들 뒤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네, 우리 보스가 시킨 일인 걸요.” 그중 하나가 코를 훌쩍거리며 몹시 겁을 먹은 듯 말했다. 성연에게 맞설 용기는 전혀 없이.“너희들 보스가 누구야? 그리고 너희들은 평소 어디서 모여?” 성연은 배후 인물을 알아낼 작정이었다.이것들이 먼저 손대지만 않았어도 지금 약재들은 무진에게 빼앗기는 일 없이 자신의 손에 고스란히 들어와 있을 텐데.이리 재고 저리 따져도 역시 블랙문 이 조직이 문제였다.‘내 물건을 강탈했으니, 절대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지.’작은 조직일 뿐이지만 완전히 밟아버려서 앞으로는 감히 더 이상 나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말이다.“보, 보스가 우리에게 말할 때는 보통 검은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창고 입구에서 한 번 본 적 밖에 없습니다. 보통은 주로 전화로 연락합니다.”블랙문의 조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아는 대로 불었었다.그들은 단지 보스의 지시대로 지키고 있었을 뿐이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