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35화 그녀에게 식언하다

주방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성연을 보던 무진은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고 싶었다.

하지만 무진이 머리를 들이밀기도 전에 성연에게 밀려 쫓겨났다.

“여긴 뭐 하러 와요? 침대에 앉아 쉬고 있어요.”

성연은 자신이 요리하는 모습을 무진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좀 이상한 느낌이다.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 성연의 모습을 바라보던 무진은 돌연 성연이 부끄러워 그런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린 마음에 수줍은가 보군.’

더 이상 놀리길 포기한 무진은 소파에 기대어 서류를 보았다.

출장을 왔어도 무진이 처리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다.

국내 본사에서 결재할 수 없는 사안들이 모두 무진에게 올라왔다.

그리고 강문호가 말한 그 창고 주소가 사실인지 아닌 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기회를 봐서 조사해 봐야 한다.

비교적 중요한 물건들이라 다른 사람들이 눈독 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시간을 끌수록 문제가 생기기 마련, 조속히 손을 써야 했다.

성연이 응접실 쪽으로 나오자 서류를 보느라 바쁜 무진의 모습이 보였다.

사실 무진이 절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강운경과 안금여 두 집안 여자를 위해 그는 반드시 강인해져 가족들을 보호해야 했을 터.

몸이 아파도 할 일은 산처럼 쌓여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하자 성연의 마음이 순간 좀 복잡해졌다.

어느새 성연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하염없이 무진을 바라보았다.

성연의 시선을 느낀 무진이 고개를 돌리자 맑고 반짝이는 성연의 눈동자와 맞닥트렸다.

이 세상의 더러움을 모두 씻어낼 수 있을 만큼 깨끗한 눈이다.

차갑고 딱딱하던 무진의 표정이 한순간에 부드러워졌다.

“왜 그렇게 보고 있어?”

“그러는 아저씨는 왜 안 쉬어요?”

성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차려주는 아침 먹으려고.”

무진이 대답했다.

나풀거리는 하얀 앞치마를 걸친 성연이 무척 사랑스럽게 보였다.

무진의 마음 한 켠이 허물어지더니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가서 봐야겠다.”

성연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곁들일 반찬은 이미 다 준비되었다. 시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