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이번에 X국에 온 주요 목적은 화물 압류 건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곧 무진과 손건호는 그룹 지사에 도착했다.지사의 책임자가 즉시 마중을 나왔다.“대표님, 만나서 반갑습니다.”그가 손을 내밀어 무진과 악수하려고 했다.무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한 차례 훑자, 그는 어색한 모습으로 손을 거두었다.사무실에 도착한 무진이 소파에 앉자 한쪽에 선 책임자는 잔뜩 굳은 표정을 지었다.비서가 무진에게 차를 따른 후 반대편에 섰다.무진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지 않자 주위 분위기가 숨이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재료에 문제가 생겼는데 제일 먼저 발견하지 못한 책임자에게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었다.본사와 멀리 떨어진 데다 외국에 위치한 지사라는 점 때문에 평소 관리를 소홀히 해서 이런 문제를 야기한 것이 틀림없었다.무진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책임자 스스로 반성하게 하려는 뜻.뿜어내는 위압감만으로도 책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지사 책임자의 등에 식은땀이 배었다.무진이 왜 말을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잘 알 수 없었다. 만약 책임을 추궁한다면 자신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만약 무진이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면 자신은 더더욱 방법이 없었다.분위기가 굳어졌다.무진을 한 번 쳐다본 손건호의 눈에 살짝 고개를 까닥이는 무진의 동작이 들어왔다.무진의 뜻을 알아챈 손건호가 책임자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어쩌다가 화물이 세관에 압류된 겁니까?”마침내 본론으로 들어가자 지사 책임자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황급히 변명했다.“품질 검사를 엄격히 하고 있어서 화물들은 늘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화물에 유독물질이 들어 있다는 통지를 받았는데, 품질이 이전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책임자도 황망할 따름이었다.본사 쪽에서 이 화물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는 평소보다 훨씬 신경을 썼던 터였다. 혹시라도 잘못되는 있을까 매일 시간을 내어 품질검사실을 돌고 했었다.그런데
눈을 든 무진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이 화물의 취급 담당자는 누구입니까?”책임자가 즉시 대답했다.“담당자는 강문호입니다.”듣고 있던 무진이 눈을 가느다랗게 좁혔다. 강문호는 강씨 집안 방계 혈족의 사람이었다.같은 강씨 집안이지만 무진의 본가와는 거리가 먼 기껏해야 일가친척이라 할 정도였다.이곳에 오기 전에 지사의 인적사항을 낱낱이 조사했었다.기억력이 좋은 무진은 한 번 본 내용은 잊지 않고 확실하게 기억했다.이 강문호라는 작자는 둘째 할아버지 강상철 쪽을 위해 일한 게 분명했다.둘째 할아버지 쪽에서 이 강문호를 보내 몰래 이 웃기지도 않는 장난을 친 거였다.애초 강문호를 해외 지사에 배치할 때부터 이런 계략을 생각했을 것으로 보였다.무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당장 강문호를 찾아오세요!”무진은 보기만 해도 화가 잔뜩 난 모습이다.책임자는 식은 차를 비우고 무진에게 새 차를 다시 따랐다.“대표님, 우선 차 한 잔 드시고 마음을 좀 가라앉히십시오.”이번에는 무진이 아무 말없이 책임자의 체면을 봐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이 일은 분명 책임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리라는 것.바로 둘째 할아버지 쪽에서 강문호를 지사로 파견 보내 꾸민 짓이다.“당신은 이 화물을 누가 바꿔 치기 했다고 봅니까?” 무진이 유유히 책임자를 바라보았다.“이…….” 책임자는 망설이는 모습으로 무진을 쳐다보았다.이럴 때 입을 열어 누구에게든 찍히고 싶지 않았다.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서는 안되는 것이다.그는 이 지사에서 계속 버텨야 했다.“우리 대표님이 여기 계시는데, 말 못할 게 뭐가 있습니까? 분명히 하세요. 당신 상관이 누구인지!”옆에서 지켜보던 손건호가 매서운 음성으로 추궁했다.눈에 드러날 정도로 망설이는 책임자의 태도는 무진의 지위를 무시하는 것이기도 했다.손건호가 바로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제가 실수했습니다.” 책임자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저는 강문호일 것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강문호가 비서에게 붙들려 왔다.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무진을 쳐다보는 강문호에게는 공손한 태도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마치 아주 하찮은 인물 앞에 선 듯한 모습이었다.자기 집에 들어온 사람처럼 건들건들 소파에 앉은 강문호가 입을 열었다.“아이고, 무슨 바람이 불어 강 대표님이 이 작은 지사까지 왕림하셨나?”표정과 말투가 완전히 나태한 모습이다.무진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약간의 경멸감도 섞여 있었다.강상철을 따르는 그는 당연히 조만간 강상철이 WS그룹 회장직에 앉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장애인에 불과한 무진이 어떻게 강상철 같이 노련한 계략가와 다툴 수 있겠나라는 계산이다.또 최근에 무진의 병이 심각했다는 말도 들었던 차다.‘아픈 몸으로 감히 여기까지 올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오는 도중에 죽는 것도 두렵지 않는 건지, 원.’다리를 흔들며 강문호가 무진을 보고 말했다.“대표님, 이 작은 지사의 일은 당신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이 시간에 집에서 몸이나 잘 돌보는 게 나을 텐데요.”강문호의 말을 듣던 무진의 안색이 가라앉았다.손건호가 박문호를 향해 걸어갔다.알 수 없는 위험한 기운을 감지한 강문호는 간신히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너, 뭐 어쩌려는 거야?”입 꼬리를 말아 올린 손건호가 바로 강문호를 잡아 올린 채 말도 없이 강문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어디서 감히 이 쓰레기 같은 게 보스에게 덤벼?’너무도 갑작스럽게 얻어 맞은 강문호는 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반격할 방법도 전혀 없었다.머리를 감싸 안은 강문호는 겨우 자신의 얼굴만 가리고 있을 뿐이다.애석하게도 강문호를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지 손건호는 강문호의 얼굴을 노려보며 다시 때렸다.손건호는 잔인하게도 아픈 곳만 집중해서 때렸다.사무실이 강문호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무진은 손건호를 막지 않았다. 그저 냉담한 시선으로 방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렇게 입이 더러운 인간은 한 대 패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그리고
무진이 높은 곳에 강문호를 내려다보았다.“세관에 억류된 저질불량품들은 분명히 매우 값쌀 텐데, 그럼 빼돌린 대금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도대체 누가 너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지?”강문호는 그저 졸개일 뿐이다.그에게는 이런 일을 할 배짱이 전혀 없다.강문호의 배후는 강상철이 아니면 강상규일 터.그러나 강상철과 강상규가 이런 하찮은 인물을 앞세워 저지르기 딱 좋은 방법이다.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강문호가 직접 자백하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이다.회사의 주주들은 모두 각자의 이익이 최우선이다.만약 강상철과 강상규가 뒤에서 이런 나쁜 짓을 꾸며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아무도 두 사람 편에 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무슨 물건이요? 대표님, 무슨 말씀하시는 겁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강문호가 아무 것도 모르는 척했다.이 일은 당연히 둘째 할아버지 쪽 강일헌이 한 것일 터.그러나 강문호가 감히 자백할 배짱이 있을까?강일헌은 뒤에 숨어서 이런 수단 부리는 것을 좋아했다.그는 강일헌에게 휘둘린 것일 뿐, 이제 보니 죽음보다 못한 인생이 되었다.만약 그가 정말 말한다면, 강일헌의 그 소심한 성격으로 봐서는 아마 맞아 죽지 않을까?“이 지경인데? 아직도 엄살?” 무진도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어차피 강문호는 조만간 진실을 말할 것이다.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대표님, 당신에게 한 제 태도는 정말 잘못됐습니다. 저는 맞아도 싸요. 하지만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모독할 수 있습니까?” 강문호가 막무가내를 부렸다.그는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무진은 지금 증거가 없으니,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무진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내가 너를 모독해?” 무진이 냉소를 지었다.강상철 강상규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자신들이 받드는 주인과 똑같이 낯가죽이 두꺼웠다.“물건을 가져와.”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손건호가 서랍에서 장부를 꺼내 보였다.강문호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대표님, 아무리 말씀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저는 모릅니다. 저를 희생양 삼으려 하지 마시죠.”강문호는 계속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무진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눈에는 냉기가 감돌았다.“이 건만 해도 안에 있는 많은 항목들이 빠졌더군요. 횡령한 회사 돈도 결코 적지 않을 테고. 감옥에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 드리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감옥이라는 두 글자에 강문호는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그는 아직 젊었다. 아직 인생을 즐길 만한 한창 나이였다.만약 감옥을 가게 되면 다 망친 것이나 진배없지 않은가?횡령한 금액이 적지 않음을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그는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속으로 주판알을 굴리며 생각해 보던 강문호는 결국 항복하기로 마음 먹었다.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방법이 없었다. 자백할 밖에는.그럼에도 말투에는 여전히 내켜 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님, 제가 잠시 뭐에 홀려 탐욕을 부렸습니다. 제가 돈을 다 갚겠습니다. 문제의 화물들은 모두 바꿔 치기 해서 항구의 89번 창고 안에 두었습니다. 누가 저에게 시킨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도박을 좋아하는데 손이 근질거려 가지고…… 밑천 삼아 좀 놀아 볼 생각에…….”이 일은 반드시 자기 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 강문호였다.강일헌 쪽이 연루된 상황을 발설할 수는 없었다. 자신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不过,他也不担心,若是二爷知道他对他们如此尽心尽力,肯定少不了他的好处。그러나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이처럼 충성을 다했다는 사실을 강상철이 안다면 자신을 섭섭지 않게 할 것이 분명했다.만약 강일헌, 이 이름이 입 밖으로 새는 순간, 그야말로 자신은 진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강문호의 말을 듣던 무진은 좀 의외라는 눈빛이다.강문호, 이 자는 딱 봐도 줏대 없는 측에 속했다.‘그런데 이렇게 의리가 있다고?’‘보아하니 작은 할아버지가 사냥개 하나를 잘 키우셨군.’무진의 눈동자가 수축되었다.“그게 전부입니
무진의 말에 강문호가 불복하며 바로 반박했다.“나는 강상철 부회장님의 사람입니다. 강 대표님이 내 거취를 결정할 수는 없소!”강문호의 눈에 비친 무진은 이미 회사의 실권자가 되었다 해도 여전히 강상철, 강상규에 댈 수가 없었다.무진이 차가운 어조로 강문호의 말을 받았다.“저들을 따르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신을 해고할 권한은 나한테 있지, 다른 누구가 아니라. 게다가 저들은 당신의 해고를 나한테 요구하지도 않을 겁니다. 못 믿겠으면 어디 한 번 두고 보시지.”강문호는 입을 닫았다.자신이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 지,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강무진이 아무리 변변찮다 해도 강씨 집안의 장손이었다.당연히 강상철, 강상규는 자신을 위해 표면에 나서서 강무진과 맞서지 않을 것이다.수지가 맞지 않았다.그 자신도 잘 알고 있다.자신이 말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강무진도 짐작하고 있다는 건 이미 파악했다.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계속 말했다.“내가 당신을 감옥에 보내지 않는 것은 오직 같은 강씨 성을 가졌기 때문이야. 꺼져!”강문호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손건호가 그를 보며 위협했다.“아직 안 갔어? 한 대 더 맞고 싶은가 보지? 맞고 싶다면야 뭐, 손도 좀 풀 겸 상관없지. 마침 요즘 손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말이지.”강문호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감히 입으로 표출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가 속으로 얼마나 억울해 하는 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그때 무진이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이 책임자가 즉시 경비원을 불러 강문호를 내쫓았다.회사에서 있었던 큰 소동에 관해 전해 들은 회사 직원들 모두가 삼삼오오 나와서 구경했다.모두 초라하고 비참한 강문호의 모습을 목격하였다.강문호는 얼굴이 다 뚫어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얼굴을 가린 채 재빨리 회사를 뛰쳐나갔다.회사 입구로 나온 강문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회사 내부 쪽을 바라보았다.최근에 와서야 이 회사 내에서 어깨에 힘주며 원하는 건 모두 가질 수 있게
이때 사무실에는 무진과 손건호 두 사람만 남았다.강문호가 떠난 후, 무진은 손건호에게 지시하였다.“사람을 보내 강문호를 예의 주시해. 다른 움직임은 없는지 살펴 봐.”무진은 이미 강문호가 담당할 역할을 준비해 놓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리 쉽게 강문호를 놓아줄 리 있었겠는가.이렇게 해고된 뒤 강문호는 분명 불만을 품을 터.그런 그가 사적으로 작은할아버지 쪽과 접촉할 지도 모르는 일.바둑돌로서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 지 두고 볼 일이다.만약 더 이상 소용이 없다고 판단되면 강상철 쪽에서는 바로 버려버릴 테고.그러나 그 전에 그들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접촉이 있을 게 분명하다.손건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무진이 지시했다. “가서 여기 책임자를 불러와.” “예.” 대답한 손건호가 바로 밖으로 나갔다.곧이어 지사 책임자가 들어왔다.책임자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무진 앞에 섰다.“대표님, 부르셨습니까?” “강문호를 처리했다고 해서 당신 책임이 없어진 걸로 생각했습니까?” 의자에 기대어 앉은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대표님,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무진이 책임을 추궁하려 하자 지사 책임자는 거의 울다시피 항변했다. “그럼 다시 묻죠. 강문호가 분식회계를 하면서 또 업무도 충실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약물 빼돌리기를 포함해서, 이 모두 강문호의 짓이라는 걸 책임자인 당신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들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무진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하나같이 예리했다.어수선한 틈을 타 빠져나가려 했지만 도저히 핑계를 댈 수가 없는 상황.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진 채 변명했다.“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강문호는 강상철 부회장님 쪽 사람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건드릴 수 있겠습니까?”어느 쪽에 붙어야 할지 알 수 없어 입장이 난처한 나머지 그저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강문호가 누구의 사람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사의 책임자로서
“보스, 지금 돌아가시겠습니까?”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없었다.손건호가 무진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관자놀이를 문지르던 무진이 창 밖으로 하늘 색을 살폈다.“지금 몇 시지?”“아침 8시입니다.” 손건호가 대답했다.“벌써 다음 날이야?” 무진이 제법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호텔에 혼자 남은 성연이 걱정되었다.낯선 환경에서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하지 않을 텐데.핸드폰을 들여다보았지만 성연에게서 온 전화와 메시지는 없었다.“돌아가지.” 무진이 의자에서 일어서는 순간, 몸이 살짝 휘청거렸다. 이제 막 회복된 몸으로 밤을 새웠으니 무진이 버티기에도 좀 버거웠다.보고 있던 손건호가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서 무진의 팔을 잡았다.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보스, 괜찮으십니까?”손건호의 손에 의지해 일어선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지금 당장 돌아가서 쉬셔야 합니다.” 손을 놓은 손건호가 뒤에서 무진을 부축했다.“알았어.” 무진이 앞으로 걸어갔다.잠시 후, 두 사람은 호텔에 도착했다.성연이 막 아침을 먹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입구로 가서 문을 여니 문 밖에 무진이 서 있었다.밤을 꼬박 새고 돌아온 무진의 얼굴이 피곤에 절어 있었다.지사 쪽 업무를 처리하느라 그런 것이 분명할 터.“왔어요?”객실로 들어오는 무진을 성연이 맞이했다. 성연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무진이 긴 신장의 장점을 이용해서 성연의 정수리를 쓱쓱 쓰다듬었다.“인정 없는 송성연, 약혼자가 나가서 오래도록 들어오지 않는데 전화 한 통 할 줄도 모르고.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무진 씨 일하는데 방해될까 봐 그런 거잖아요?” 성연은 하루 종일 호텔에 머물며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중간 중간에 서한기 쪽에서 알아낸 상황을 보고 받았다.아무 데도 나가지 않은 채.강무진이야 다 큰 어른이니 자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했다.그리고 무진이 일에 전념할 때, 전화해서 신경을 분산시키고 싶지도 않았고.성연을 내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
샤넬 가문의 보살핌은 꽤 괜찮았다.샤넬의 오빠는 심지어 저명한 의사들을 초청해서 무진과 성연에게 전신 검사까지 받게 했다.큰 문제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가주의 자격으로 며칠 더 묵으라고 열정적으로 초청했다.그러나 무진은 실혼전의 위협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성연을 데리고 서둘러 국내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의 본거지인 북성에서만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목현수는 샤넬과 함께 공항으로 가서 무진과 성연을 배웅했다.성연의 눈은 예리했다. 샤넬의 아랫배가 이미 좀 커진 것을 발견하자, 자기도 모르게 한쪽으로 데리고 간 뒤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정말 빠르네요. 얼마나 됐어요?”“얼마 안 됐어요. 한 달 남짓 밖에 안 됐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연 씨도 얼른 아기를 가지세요.”샤넬은 볼그스름하게 혈색이 좋아 보여서, 지금은 약간 탈바꿈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자는 일단 생명을 잉태하면 순식간에 성숙해지는 모양이야.’“나도 아이를 좋아해서 빨리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결국 할머니 쪽에서도 재촉하시잖아요.” 성연은 가볍게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샤넬을 포옹했다.“자신을 잘 보살펴야 해요. 내가 의사라는 걸 잊지 말아요. 만약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 물어보면 돼요.”샤넬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무진도 목현수와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절친한 친구처럼 담소를 나누었다.앞으로 강씨 가문은 유럽에서 견고한 관계의 동맹 가문을 갖게 되었다. 무진은 귀국 후 유럽 시장을 다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샤넬 가문의 협조가 있으니 더 빛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전용기에서 성연이 잠시 쉬고 있을 때, 무진은 국내의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갑자기 뉴스 하나가 무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연운그룹 남부 지역 시장 진출 시작, 투자 총액 8조 원을 초과.]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이름에 무진은 경계심이 들었다.‘북방의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하지 않았어? 20
“그때 스승님께서 갑자기 저를 쫓아내려고 하셨기에, 나는 감정이 바로 무너졌어요. 울면서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 그러지 말라고 빌었지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그러나 스승님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단지 내가 물건을 정리하고 출국할 수 있게 조치하셨어요. 또한 앞으로는 평생 스승님의 이름을 거론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요.”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목현수의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 아마도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억울하게 생각하는 듯했다.목현수의 설명을 끊지 않기 위해서 무진과 성연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나중에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로 가게 되었어요. 그때는 정말 고통스러워서 이국땅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지요.”“하지만 스승님이 조치해 주신 사람이 줄곧 나를 보살펴 주었기에, 천천히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서 배운 의술을 사용해서 가난하고 낙후된 마을 사람들을 돕고 치료하기 시작했어요.”“몇 년 후에 나는 스승님이 왜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셨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러신 거예요!”목현수의 눈빛은 서서히 고무된 기색을 담고 있었다.그 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목현수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목현수의 이름을 알게 된 유럽의 부유한 사업가들도 그를 유럽으로 초청해서 환자를 치료하게 했다.이를 통해서 목현수는 많은 돈을 벌었고 유럽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사문에서 쫓겨난 지 7년이 지난 뒤 마침 19세가 된 목현수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스승님께서 친필로 쓰신 편지였다. 일년 내내 스승님의 처방전을 보고 있었기에 사부님의 필체임을 알 수 있었다.사부님은 편지에서 마침내 예전의 원수를 찾았다고 언급하면서 스승님의 여생의 신념은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문에서 축출한 것은 목현수를 잘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언급했다.그 편지를 본 목현수는 비통하게 울었다. 스승님이 자신에게 남긴 것은 오직 의술로 병을 치료해서 사람을 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