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의 말을 들은 진미선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송종철 역시 좀 멋쩍은 표정이다.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무슨 원수 진 사람들인 줄 알만큼 전혀 부모, 자식 같지 않았다.이게 부모와 자식이 만나는 장면이라니, 성연은 그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두 사람과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며 시간 끌고 싶지 않았던 성연은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런데 왜 왔어요? 저는 두 분과 할 말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별일 없으면 찾아오지 마세요.”진미선과 송종철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던 성연의 시선이 진미선을 똑바로 향하며 말했다.“지난번에 이미 도와 드리며 말했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요.”이 일에 있어서 성연은 아주 원칙적이었다. 한번만 도와준다고 했으니 한번으로 끝이었다.만약 엄마 진미선이 이걸 빌미로 다시 매달린다고 해도, 두 번 다시 그럴 일은 없을 터였다.짜증스러워하는 성연의 표정을 보며 진미선이 얼른 입을 열었다.“그건 오해야. 오늘은 그냥 너를 보러 온 거야. 며칠 전에 쇼핑하면서 옷을 몇 벌 봤는데, 너에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 주려고 일부러 왔어. 네 마음에 드는지 한 번 봐. 안에 구두와 가방도 같이 들어있어.”마지 못해서이긴 하지만 진미선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반드시 성연의 비위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걸.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찌 되었든 성연은 자신의 딸이었다.자신은 성연이의 엄마였고, 또 외할머니와의 관계를 봐서라도 성연은 자신에게 그리 모질게 대하지 못할 터였다.자신이 성연을 잘 구슬리며 예전에 소홀히 했던 부분들을 다시 채워 주기만 한다면, 성연이 가진 것들을 자신들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성연은 고개를 숙여 쇼핑백 속의 물건들을 들여다보았다.유명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에 든 밝고 선명한 색상의 옷들은 모두 자기 연령대의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다.진미선이 꽤나 신경을 써서 골랐다는 게 느껴졌다.왕씨 집안에서 대우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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