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Chapter 341 - Chapter 350

1370 Chapters

제341화 약혼녀

무진의 말을 들은 성연의 몸이 경직되었다. 표정도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강무진이 직접 보러 온다고? 안된다고 해야겠지?’대본에는 키스하는 장면도 있었다. 실제로 키스하지는 않는다 해도 무진에게 보이기는 좀 난감했다.어쨌든 지금 자신의 신분은 무진의 약혼녀이니까.남자들은 좀 이상할 정도로 소유욕을 가지고 있었다.성연이 무진의 손을 톡톡 두드리며 다른 쪽에 앉아 완곡한 말투로 거절했다.“요즘 보니까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 같던데 무척 바쁘지 않아요? 나 혼자 할 수 있으니 보러 올 것까진 없어요. 어차피 어린애들 소꿉장난 하는 정도인데요, 뭘. 무진 씨가 관심 가질만한 수준이 아니에요.”고양이가 발톱을 세우고 있는 듯한 성연의 거절을 알아차린 무진의 눈동자가 가라앉았다.“왜, 내가 보러 가는 게 싫어?”성연이 하하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무진 씨가 너무 바쁘니까 그러는 거죠. 얼마나 힘든지 잘 아니까 말이죠.”이렇게 말해야 별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강무진이라면 더 이상 이 문제로 실랑이하지 않을 거라고.그런데 별안간 무진이 가까이 다가왔다.순간 성연은 소파에 갇힌 채 물러날 곳이 없었다.고개를 살짝 드니 위에서 내려오는 무진의 숨결이 느껴졌다.성연은 숨이 막혔다. 두 사람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다.성연이 고개를 드는 순간 바로 부딪힐 만큼.성연의 몸이 완전히 굳어지며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이 되었다.무진이 어떤 동작을 하려한다는 생각이 들자, 성연의 머릿속에는 온갖 야한 장면들이 떠올랐다.하지만 그 다음을 생각하기도 전에 무진이 성연의 손에 들린 대본을 빼냈다.당황한 성연이 대본을 다시 빼앗으려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어쩌겠나. 무진의 아래에 꼼짝없이 갇힌 상태인 성연은 무진이 대본을 가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는.대본을 손에 쥔 무진은 천천히 대본을 펼치고 한 장씩 읽어내려 갔다.그러다 ‘키스’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성연이 무엇을 숨기고 싶어하는지 결국 무진이 알게 되었다.이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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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몰아붙이다

다음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성연은 오후가 되자 동아리에 끌려가서 연습을 했다.학교에서는 현재의 개교기념일을 매우 중시했다. 오후 마지막 수업 시간은 공연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연습 시간으로 해 줄 정도로 아주 협조적이었다.성연이 동아리 룸에 도착새서 막 연극 연습을 하려던 순간, 맞은편의 남자 주인공이 다른 사람으로 바뀐 사실을 발견했다.‘북성남고의 킹’이라 할 수 있는 진우진.흰 셔츠에 폭이 넓은 하의 차림의 진우진은 아주 뛰어난 외모를 지녔다. 밝고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 아주 깔끔한 느낌이었다.딱 봐도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하지만 잘생긴 남자들을 워낙 많이 만나본 성연은 기껏해야 한 차례 흘깃거린 후 바로 고개 숙여 자신의 극본을 읽을 뿐이다.회장이 들어오자 그제야 질문했다.“남자 주인공은 왜 바꿨어요?” 성연이 이렇게 물을 줄 알았던 회장이 웃으며 대답했다.“전의 남자주인공은 성연 학우에게 어울리지 않았어요. 관객들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서, 또 여자주인공의 외모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교체한 거예요.”성연의 입꼬리가 삐죽거렸다. ‘전의 남자주인공도 회장 지가 뽑은 거면서?’‘자신의 안목을 스스로 헐뜯는 게 그렇게도 좋아?’성연의 표정을 본 회장은 성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변명했다.“성연 학우가 우리 연극에서 역을 맡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모든 게 여주인공인 성연 학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예요. 내 고심을 이해해 줘요.”그러더니 정말 그렇다는 듯 성연의 어깨를 톡톡 쳤다.성연도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을 뿐이지, 남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어차피 똑 같이 상대해야 할 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누구든 똑같이 연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리허설이 시작된 후, 성연을 보는 진우진의 얼굴에 홍조가 올라왔다. 하지만 동아리 룸의 조명이 비교적 어두운 관계로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시작은 순조로웠다.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인지 극 후반부 진우진의 왕자 연기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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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질투하는 것 같은데

무진은 퇴근하며 성연을 데리러 온 참이었다.그 참에 성연의 연습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고.북성남고의 대주주인 무진은 학교 안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직접 마중을 나온 교장이 무진을 데리고 학교 안의 이곳 저곳을 안내하기로 했다.그들 뒤로 교감, 주임 등 여러 보직의 선생들이 뒤따랐다.일렬로 늘어선 사람들은 마치 최고위급 인사가 시찰이라도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무진은 단순히 자기 약혼녀가 보고 싶어 왔을 뿐인데.다른 생각은 없었다.이렇게 거창한 장면을 연출하고 싶지는 않았다.교장이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면 곧 학교 내 모든 사람들이 그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될 터였다.그래서 손건호가 교장을 간신히 설득한 다음에야 무진은 혼자 성연의 동아리 방을 찾을 수 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무진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분노로 얼굴 빛이 흐려졌다.키가 큰 그가 입구에 서 있자 마치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만 같았다.리허설을 하고 있던 학생들이 반사적으로 입구를 돌아봤다.모두의 시선을 따라 성연도 입구 쪽을 바라보니, 입구에 서서 차가운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고 있는 강무진이 눈에 들어왔다.자신의 동작을 돌아본 성연은 가슴이 철렁하며 속으로 재수 나쁨을 욕했다.어떻게 상황을 뒤집을지 속으로 궁리하면서.무진 때문에 깜짝 놀란 성연의 손이 미끄러지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몸을 지탱하려다 성연과 진우진의 거리가 더 좁혀졌다.무진에게 변명할 겨를도 없이 온통 붉어진 진우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아이는 아직도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으로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마치 제단에 바쳐진 한 마리 어린 양 같은 모습이다.또 청순한 그 모습은 성연의 동작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마치 불량소녀가 숫기 없는 미소년을 희롱하는 듯한 장면.성연은 즉시 진우진과의 거리를 벌렸다.주위의 분위기가 싸해지며 다소 어색해졌다.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성연은 알 수가 없었다.드물게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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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잘 생겼어

구석에 서 있던 한 여자아이가 마치 천기라도 읽은 듯 옆에 있던 학우에게 음성을 낮추어 속삭였다.“정말 남매인 거 맞아? 어째 저 남자 태도가 마치 바람 피우던 아내를 딱 잡은 것처럼 느껴지지?”옆에 있던 동아리 멤버가 그 말을 듣고 웃었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 오빠는 가장이야. 여동생과 다른 남자아이가 저러는 걸 보면 당연히 화가 나겠지. 송성연은 아직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이란 말이야.”여자아이는 아무리 봐도 좀 이상했다.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강무진을 본 회장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성연 학우의 오빠셨군요. 집안 유전자가 정말 뛰어나네요.”성연에게 올케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감히 물을 수는 없었다.이런 남자는 카리스마 넘치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잘생겼다.“맞아, 전에는 왜 이렇게 멋진 오빠가 있다는 말을 못 들었지?”“오빠 분이 너무 잘 생기셨어요. 송승연 학우랑은 별로 닮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아름다운 용모를 감상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요.”“…….”옆에서 재잘재잘거리는 소리들은 모두 강무진을 칭찬하는 말들이다.고등학생 주위에는 온통 풋풋한 애송이들이 천지였다. 그런데 언뜻 봐도 무진의 온몸에서 우아함과 귀티가 흐르는 것이 범상치 않자, 여자아이들의 마음에 봄바람이 살랑살랑했다.하지만 이런 칭찬들도 들리지 않는 듯 무진의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다.그래도 모두 성연의 학우들이므로 많이 예를 차린 셈이었다.무진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미안해, 시간이 늦었어. 오늘 성연이의 연습은 여기까지입니다.”말이 마친 무진이 성연의 손목을 잡고서 데리고 나갔다.동아리방에서 나온 후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러서 성연의 손을 놓은 무진이 비로소 물었다.“말해봐, 방금 전 무슨 상황이었어?”성연은 강무진이 이 문제에 이렇게나 집착할 줄은 몰랐다.방금 발생한 상황을 강무진에게 사실대로 말했다.“단지 리허설을 하고 있었을 뿐이예요. 걔가 연기할 줄을 몰라서, 내가 시연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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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성연이 자라도록 기다릴 만큼

자신이 해명을 끝까지 듣고도 무진의 굳은 얼굴이 풀리지 않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자라는 동안 언제나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해 온 성연은 누구에게도 이처럼 해명을 해 본 적이 없었다.불쾌한 마음이 들자 말투도 다소 모가 났다.“믿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무진도 원래는 성연을 탓할 생각이 없었다.밖에 나오니 제 정신이 들었다. 자신의 행동은 사실 유치했다.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마음은 자신에 대한 무력감이 더 컸다.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고소를 금치 못했다.‘이 계집애, 그래도 자기 체면은 다 차리네.’아마 감히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마음대로 하는 사람은 성연 하나뿐일 것이다.그런데도 이상하리 만치 조금도 밉지 않은 게 오히려 꿀처럼 달게 느껴졌다.차츰 밝아진 기분을 가라앉힌 무진이 손을 들어 성연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건드렸다.“아직 잘못했다는 반성은 조금도 안 들어?”잘못을 저지르고도 떳떳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그가 성연을 너무 내버려 둔 탓이다. 그래도 그는 성연의 이런 생기 넘치는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개를 돌리며 그의 손을 피한 성연이 말했다.“무진 씨가 너무 소심한 거예요. 흥!”‘속이 바늘귀보다 더 좁은 것 같아.’어쨌든 그만한 신분과 지위의 사람이 이런 작은 일까지 따지고 들다니, 위신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몰라!’원망스러운 마음에 성연은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중얼거렸다.무진이 성연의 속마음을 알았다면 피를 토하고 싶었으리라.성연은 건들거리는 자세로 마음속으로 자신을 짜 넣고 있었다.무진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그래 나는 소심해. 어쨌든 지금 너는 내 사람이야.”귓가에 닿는 내뱉는 뜨거운 숨이 성연의 귓가를 달구었다.성연이 저도 모르게 귀를 비비자 귀바퀴에서 은근히 열이 올랐다.한 걸음 뒤로 물러난 성연이 무진과의 거리를 벌렸다.그녀는 딱딱한 음성으로 맞받았다.“누가 당신 사람이라는 거예요?”성연은 몰랐다. 비록 사위가 좀 어두워졌지만, 무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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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기분을 맞춰 줄 필요가 있어

성연은 몸이 한창 자라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식당의 음식이 유난히 입에 맞는 듯 많이 먹었다. 입맛이 아주 좋았다. 무진 앞에서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고 싶은 대로 먹었다.성연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던 무진도 덩달아 입맛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성연이 집는 음식마다 무진도 한 두 모금 맛을 보았다.뭔가 색다른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두 사람은 따뜻한 분위기 가운데 저녁 식사를 했다. 서로 악수하고 화해한 셈이었다. 성연도 무진의 행동을 더 이상 탓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도 잘못한 점이 있었으니까.저녁식사 후 집으로 돌아온 성연은 잠시 쉰 후 조종기를 잡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무진은 옆에 앉아서 서류를 보았다.두 사람의 분위기가 꽤나 다정했다.문득 문 앞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며 집사가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평소 무진이 있는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성연은 좀 궁금했다.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뜻밖에도 연경훈이 서 있는 게 아닌가.성연의 동공이 살짝 수축되며 마음도 덩달아 조여 들었다. 억지로 침착한 척하며 계속 게임을 진행했다.아예 연경훈을 못 본 척했다.“도련님, 연 도련님이 오셨습니다.” 경훈을 거실로 안내한 집사가 물러갔다.고개를 들어 경훈을 보는 무진의 눈에는 그다지 놀란 빛이 없었다.경훈이 오기 전에 이미 그에게 소식을 보냈던 터였다.손에 든 서류를 놓은 무진이 옆에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앉아.”경훈은 무진의 옆에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는 성연을 보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형수님, 안녕하세요.”경훈이 부르는 호칭에 성연의 온몸으로 소름이 돋았다.온몸이 불편했다.이 호칭이 연경훈의 입에서 흘러나오니 너무 어색해서 엄청 불편했다.‘아, 이상해. 이상해.’그리고 전에 연경훈이 구애한 일도 있으니…….생각할수록 성연은 연경훈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무척 바쁜 척하며 대충 인사했다.“안녕하세요.”그리고 바로 고개를 돌려 게임 화면만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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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시늉만 하는 것 일뿐

곁눈으로 성연의 동작을 보았지만 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은 정말 할 말을 잃었다. 연경훈은 그야말로 천둥이 내려치자마자 알아서 할 생각은 없이 내쳐 강무진에게 달려와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고 있었다.‘내가 숨어도 고생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이런 생각을 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이 어리바리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말았어야 했는데.’그에게 어떤 착각을 주었나 보다.돌로 자신의 발을 찧은 기분은 처음이었다. 성연은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그런데 무진이 입을 열었다.“여자들은 모두 부끄러움이 많으니 서두르지 마.”성연은 조금 전 무진의 말이 그다지 달갑지 않게 들렸다.‘강무진은 어째서 뭐든 다 안다는 투야?’원래 경훈이 나 죽었소, 하고 고백하던 상황에 강무진이 거기에 끼어든 셈이었다.‘이 사람 너무 한가한 거 아니야? 할 일도 없이.’‘회사 업무가 그다지 안 많은 거야, 뭐야? 다른 고백까지 자기가 참견하고?’성연도 진심 승복했다! 강무진은 평소에도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던가.화가 난 성연은 현재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게임 조종기를 내던진 성연이 위층으로 올라가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졸려요. 씻고 잘 거예요.”성연은 남은 두 사람이 뭐라고 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쿵쿵 소리를 내며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무진의 눈에 새카만 빛이 돌았다.저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건 일부러 빈틈을 드러내는 걸까?’무진의 안색을 보던 경훈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몇 분이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물었다.“형님, 형수님 왜 그러시는 거예요?”성연이 방금 떠나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에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다.‘설마 내가 화나게 한 건 아니겠지? 아무것도 안 했잖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성질을 부리는 것뿐이야.” 생각이 돌아온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경훈은 무진의 침착함에 탄복했다. 궁금증이 인 경훈이 물었다.“형님, 저 나이의 여자애들은 기분 맞추기 너무 힘들지 않아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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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곧 무너질 것 같다

무진이 문 앞에 서서 한참이나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성연은 나와서 문을 열 생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무진은 할 수 없이 서재에 가서 하룻밤 지낼 수밖에 없었다.성연의 성질은 정말 종잡을 수 없게 했다.그날 밤, WS그룹은 또 다시 공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맹렬했다.WS그룹 전산팀의 방화벽이 차례대로 함락되자, 세계 유수의 대학들을 졸업한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할 지경이 되었다. 사태를 지켜보며 곧 짐보따리를 싸서 나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회사에서 지키고 있던 손건호가 즉시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 연락했다.“대표님, 회사가 또 공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쪽이 거의 무너질 것 같습니다.”무진의 휴대폰은 회사 전산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었다.공격을 당했을 때, 무진의 휴대폰으로도 메시지가 떴다.다만 처음에는 공격이 미약해서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WS그룹 전산시스템에는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서류들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매일 수많은 이들이 그룹의 시스템을 해킹해서 돈 되는 것들을 빼내 가려 아우성이었다.그 중에는 경쟁 기업도 있었다.물론 WS그룹의 전산팀도 영 맹탕은 아니어서 웬만한 해커들을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오늘 밤 공격한 해커는 예전의 바로 그 고수인 것 같았다.공격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너무 갑작스러웠던 지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문 채 지시를 내렸다.“동영상을 켜.”동영상 화면을 켜자 바로 손건호 쪽과 영상으로 연결되었다.그리고 해커와의 싸움에 뛰어들었다.그러나 상대방의 해킹 기술이 어찌나 뛰어난 지 마치 한 줄기 바람 같아 잡을 수가 없었다.손건호와 전산팀 전체 직원들이 숨막히는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이 정도면 그쪽 세계에서도 거물급 인물이야. 요즘 해커계에서 이런 인물이 나왔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설마 내가 뒤처진 거야?”“아휴, 이런 고수들은 깊이 숨어서 자신을 절대 드러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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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원한 때문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피곤해진 성연은 바로 침대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이튿날 깨어나니 무진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침실에서 자지 않았는데도 무진은 원기 왕성해 보였다.그에 반해 성연은 밤을 꼬박 새운 듯 온몸이 노곤했다.어젯밤에 해킹하다 지쳐서인지 숨도 쉬기 힘들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도 눈을 감은 채 겨우 아침을 먹고 학교로 향했다.교실에 도착하면 원래 정신이 좀 돌아올 줄 알았다.그러나,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는지 오전 수업을 듣는 내도록 잠이 덜 깬 상태였다.머리도 지끈지끈 아팠다.성연은 이미 수업 듣는 것 같은 문제는 안중에도 없었다.그냥 책상에 엎드려서 잤다.성연은 오전 내내 잠만 잤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정오 수업을 마칠 시간이었다.완전 개운한 기분으로 기지개를 켰다.오전 내내 잠을 보충한 성연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느릿느릿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오후에는 체육 수업이 있었다. 오전 내내 책상 앞에서 풀려난 학생들은 점심 시간이 되자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운동장에서 즐겁게 뛰어다녔다.체육 선생님은 키가 크고 피부가 까무잡잡한 데다 굳은 얼굴을 하고 있어 꽤나 엄해 보였다.체육선생님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수업이 끝난 것 못 봤어? 체육위원은? 집합할 생각도 안 하고 말이야. 너희들 자신을 돌아봐라. 모두 어떤 꼴인지? 체육 수업이지만 단체 규율을 지켜야지!”매우 우렁찬 선생님의 말을 듣고서야 반장이 서둘러 열을 정리했다.모두들 체육 선생님 앞에 가지런히 서 있었다.체육 선생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모두 우선 운동장을 세 바퀴 돈다. 그리고 체육위원은 몇 사람에게 농구공과 배구공을 가져오라고 해.”학생들은 불평하지 않았고, 체육위원은 모두를 데리고 달리기를 했다.이번 시간에 체육 선생님은 남학생은 농구, 여학생은 배구를 하게 했다.처음에는 선생님이 경기 규칙을 알려주고 시범도 보여 주었지만, 뒤에는 기본적으로 자유 활동이었다.체육시간을 성연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아침 내내 잤더니 몸이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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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그녀가 배상할 수 있어

성연은 대충 얼버무리려는 태도를 한눈에 알아챘다.눈을 가늘게 뜬 성연의 눈빛이 날카로웠다.“너희 집에서는 이렇게 사과하라고 가르치니?”성연의 명성을 줄곧 들어왔던 여시화는 성연을 한 번 만나고 싶었다.자신의 눈에는 시골뜨기에 불과할 뿐이다.성연을 당해내지 못하는 저들이 바로 바보 멍충이인 것이다.당연하다는 듯한 여시화의 태도는 자못 도도했다.“나는 늘 이렇게 사과해 왔어요.”성연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여시화의 눈이 의기양양해하는 빛으로 반짝였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시골뜨기에 불과하니까 이렇게 빨리 수긍하는 거겠지.하지만 기분 좋은 것도 잠시, 성연이 손에 들고 있던 배구공을 바로 여시화의 얼굴 쪽으로 던졌다.동공이 수축되고 온몸이 굳은 여시화는 멍하니 제 자리에 선 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배구망만 빤히 쳐다보았다.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성연은 아주 적절하게 힘 조절을 했다. 배구공은 여시화의 얼굴 옆을 스쳐 갔다. 다른 쪽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이 동작은 여고생 하나 겁주기에 충분했다.놀란 여시화는 바보처럼 멍하니 있었다.그런 여시화의 모습에 자신의 경고가 먹힌 것을 보며 성연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미안해요, 나도 고의가 아니었어요.”말을 마친 성연이 공을 주워 몸을 돌려서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려 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여시화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너, 거기 서.”이런 촌뜨기에게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창피해.’그러나 그 순간, 만약 성연이 진짜로 때렸다면 자신의 얼굴은 아마 완전히 망가졌을 것이다.성연이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그러나 아무 말없이 눈썹만 치켜세웠다. 그 뜻은 매우 분명했다.‘또 용건이 남았니?’성연은 여시화의 목적이 무척 뚜렸하다고 생각했다.공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바로 자신을 향해 그대로 날아왔다.분명히 고의로 자신을 괴롭힌 게 분명했다.여시화가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성연 또한 예상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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