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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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빈틈을 찾을 수가 없어

더 이상 강무진이 말로 허점을 찾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성연은 오전 수업이 끝난 후 점심 시간에 짬을 내어 연씨 집안의 어르신, 연수호 장군에게 침을 놓기로 했다.일부러 무진과 부딪히지 않을 시간을 정해서 마침내 완벽하게 피할 수 있었다.덕분에 며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그러나 연경훈과 이야기하는 건 괜찮았다.처음 봤을 때처럼 싫어하지는 않았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조금씩 호전됨에 따라 성연에 대한 인상도 달라졌기 때문이다.지금은 집에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성연을 돕고 있었다.점심 때 마침 연경훈이 점심을 먹으러 집에 돌아왔다.부친 연강휼과 모친 하지연이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성연이 보이지 않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코트를 벗어 한쪽편에 툭 던진 연경훈이 넥타이 매듭을 풀며 모친에게 물었다.“고 선생은 오늘 안 오나요?”그런 그의 모습을 본 연경훈의 모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집에 오자마자 고 선생은 왜 찾아?”“편하게 묻지도 못해요?” 시큰둥하게 대꾸한 연경훈이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 할아버지 방에 있는 성연을 보고는 왠지 모를 안도감마저 들었다.올라온 김에 내처 방 안으로 들어간 연경훈이 물었다.“내가 도울 일이 필요해요?”연경훈의 음성을 들은 성연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지시했다.“마침 잘 왔어요. 뜨거운 물을 받아와서 수건을 적셔 줘요.”“알았어요.”연경훈이 두말없이 소매를 걷어붙인 채 욕실로 들어갔다.곧이어 수건과 뜨거운 물을 받아서 돌아왔다.수건을 건네받은 성연이 온도를 확인한 후 어르신에게 찜질을 했다.어르신의 몸에 침이 가득 꽂히고 나서야 성연은 옆에 앉아 잠시 쉬었다.매번 시침이 끝날 때면 언제나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연경훈이 성연에게 물잔과 휴지 한 장을 건넸다.휴지를 받아 땀을 닦은 성연이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옆에다 잔을 내려 놓았다.“많이 힘들어요?” 연경훈이 친절하게 물었다.“견딜만해요.” 성연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대충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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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고 선생에게 반했니

“경훈이 어떻게 된 거지? 쟤가 저런 살뜰한 모습으로 누굴 대하는 것 본 적 있어요?” 경훈의 모친 하지연이 자스민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목소리를 낮춰 남편에게 말했다.“녀석, 얼굴에 다 드러내고 있는데 그걸 눈치 못 채겠소? 음, 분명 고 선생을 마음에 둔 것 같아.”남편 연강휼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눈썹을 찡그리고 있던 하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침 치료가 끝난 후, 성연은 오후 수업 시간에 맞추어 돌아가야 했다.경훈과 성연이 차례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하지연이 일어나며 말했다.“고 선생님, 벌써 돌아가게요? 좀 더 있다 가지 않고요?”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오후에 일이 있어서 돌아가야 해요.”일이 있다고 하니 하지연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식사 시간도 이미 지났고 말이다.그래서 성연에게 케익이 포장된 상자를 건넸다.“집에서 직접 만든 거예요. 주방장의 솜씨가 괜찮아요. 가지고 가서 맛 한번 봐요.”예쁘게 포장된 상자에 담긴 케익은 흐트러지지 않게 단단히 포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끼 식사로 넘칠 정도의 양이었다.하지연은 매번 성연에게 먹을 것들을 포장해 주었는데, 마치 성연을 먹이지 못해 한이 맺힌 듯 보일 정도였다.성연이 상자를 드니 꽤 묵직한 것이 또 얼마나 담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케익이야 뭐 그리 비싸겠는가. 어찌 되었든 주는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다만, 성연은 이 사람들을 이처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케익 상자를 든 채 어쩔 수 없이 말했다.“사모님, 다음에는 이렇게 준비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케익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요.”여자아이들은 모두 달콤한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하지연은 성연이 싫어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의 입에서 안타까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아, 안 좋아했구나. 다음에는 다른 것을 준비하도록 할게요.”자신의 말을 아예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하지연을 보니 성연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곧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라 다급해진 성연은 더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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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나는 감당할 수 없어요

오후에 성연이 떠난 후, 부모님으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한 경훈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화가 나서 문을 쾅, 하고 닫았다.그러거나 말거나 연강휼과 하지연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우아한 모습으로 차를 마시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자신들의 아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알았다.저 어린애 같이 팩, 하는 성질은 잠시 그대로 두면 곧 괜찮아질 터였다.눈을 감고 차를 한 모금 마시던 하지연은 진한 자스민 향에 취한 듯 탄성을 뱉었다.“아, 정말 좋다.”“마음에 들면, 다음 번에 출장 갈 때 또 사다 줄게.” 미소 띈 얼굴로 하지연을 바라보는 연강훌의 눈에 은근 다정한 빛이 넘실거렸다.진정한 사랑을 담은 눈빛이다.남편의 말에 별 대답 없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하지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아들의 방문을 가볍게 노크했다.곧이어 안에서 아들의 볼멘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지금은 저를 부르지 마세요!”아들의 대답에 하지연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을 뻔했다.“너 잊었지? 오늘 무진이와 계약 체결할 게 있는 거. 무진이 지각하는 것을 제일 싫어해. 그러니 알아서 해.”무진이를 언급하자,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경훈이 튕기듯 일어나며 소리쳤다.“잠깐만요. 옷 갈아 입고 나갈게요.”경훈은 강무진을 존경하면서도 무서워했다. 그래서 때로 무진의 말이 부모인 두 사람보다 더 효과가 있었다.어릴 때의 무진은 그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였고, 경훈이 늘 숭앙하던 대상이었다.나중에 무진의 부모가 죽었을 때, 경훈은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무진은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고 일어섰다. 심지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진심으로 탄복한 경훈은 기꺼이 아우가 되어 무진을 따르고자 했다.그래서 매번 무진이 올 때면 최대한 예를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훈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하지연이 아들의 옷 매무새를 정리해 주며 잊지 않고 당부했다.“우리가 강씨 집안과 관계가 좋긴 하지만 너도 열심히 해야 해. 무진이에게 폐 끼치지 말고, 알았지?”“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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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고 선생이 마음에 드시나 봐요

성연은 반 달 동안 계속해서 연수호 어르신을 치료하였다.어르신의 병세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호전되었으며, 체내에 남은 독도 거의 사라졌다.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걸을 수도 있었다.비록 좀 느리긴 하지만, 이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부지런히 단련하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터였다.어르신의 변화를 연씨 일가족 모두 눈으로 확인하며, 성연의 능력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그전에 많은 의사들을 만나봤던 연씨 가족은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전설 같은 실력을 가진 의사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제자가 이런 실력을 가졌다면, 그 스승은 말해 무엇하랴.하지연이 시아버지 연수호를 부축하며 천천히 걸었다.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던 연수호가 말했다.“얘야, 정말 고맙구나.”원래 연수호는 남은 생을 침대에 누워 고통 속에 지낼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다.그런데 자신을 수렁에서 끌어올릴 사람이 있을 줄이야.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의 성연은 대답이 없었다.잠시 후, 어르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얘야, 우리 연씨 집안이 너에게 큰 신세를 졌다. 앞으로 언제든 네가 찾아오면 우리 집안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연씨 집안의 최고 어른인 연수호의 한 마디는 천금과도 같았다. 군인이었던 연수호의 말은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졌다.연수호의 입에서 나온 약속은 성연이 감당기에는 너무 무거웠다.처음 왔을 때에도 어르신이 이와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르신이 정말 신세를 졌다는 생각이 드시면 다음에 사부님께 돌려 드리면 됩니다.”연씨 집안의 보은은 솔직히 말해서 성연의 입장에서는 별 필요가 없는 것이다.요 며칠 이곳에 왔지만, 가족 모두가 자신에게 잘해 주었다.그러나 어르신의 치료가 끝나면 자신과 연씨 집안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잘 알았다.어찌 되었든 자신은 가면을 쓴 것이다.맨 처음 왔을 때부터 연씨 집과는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으로 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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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조만간 떠날 테니까

이날, 성연은 평소대로 연수호에게 침을 놓으러 연씨 저택에 가기 위해 교실에서 나왔다. 그런데 교문에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저지당한 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바로 교무주임 선생님이 교문 앞을 지키고 선 까닭이었다.눈살을 찡그린 성연이 주변에 있던 한 학생의 옷을 잡아당기며 물었다.“무슨 일이니?”성연에게 옷을 잡힌 남학생은 성연의 얼굴을 보고는 흡, 하고 숨을 들이키더니 이내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대답했다.“최, 최근에 교무주임 샘이 학생행동 규정을 담당하면서 한동안 점심 시간에 외출을 할 수 없게 됐어.”“그래? 고마워.” 성연이 머리가 아픈 듯 머리카락을 쥐어 뜯었다.왠지 매우 초조해 보이는 성연의 모습을 본 남학생이 몰래 흘깃거리며 말했다.“너, 너 나가려면 선생님에게 결석계 써달라고 하면 돼.”“아니, 됐어. 고마워.” 성연이 손을 흔들며 교실로 돌아왔다.자신이 정말 나가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심지어 담을 넘을 수도 있고.하지만 성연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그녀였지만, 선생님들에게 심어진 이미지가 이제야 간신히 조금씩 바뀌고 있는 있는 참이라 조용히 있기로 했다.연씨 저택에 가는 일도 서두를 필요 없었고.그래서 성연은 어르신 위한 치료시간을 다시 저녁으로 바꾸었다.오후 늦게 수업이 끝나자마자 성연은 연씨 저택으로 쫓아갔다.그런데 집사가 아니라 하지연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성연의 눈에 놀란 빛이 들어찼다.“사모님…….”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하지연이 성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고 선생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했어요.”서로 카톡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지만, 평소 하지연은 성연을 귀찮게 해서 싫어할까 봐 일절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순간 성연의 마음이 무거워졌다.하지연의 말을 들은 성연은 마음이 복잡했다. 연씨 가족이 진심으로 자신을 이 집의 일원처럼 대하고 있는 듯해서.이들의 과분한 애정이 놀랍고 고마우면서도 연씨 집안 사람들과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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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누구에게 구애한다고

돌아가려는 성연을 경훈이 배웅하겠다고 적극 나섰다.성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에 오고 간 지 그렇게 오래 되었건만 경훈이 배웅하겠다고 나선 적은 처음이었다. 오늘 갑자기 배웅하겠다는 게 꼭 까닭 없이 잘 보이려 하는 느낌이 다.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데리러 오는 차가 있어요.”경훈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게 하고 싶지 않았다.경훈은 다소 실망했지만 또 예상했던 대답이었다.그가 배웅하겠다고 하면 성연이 분명 거절할 거라고 짐작했었다.속으로 쓴웃음을 지었지만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고 농담했다.“정말 기회는 일도 주지 않네요.”성연은 경훈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다른 방향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양팔을 겹쳐 두른 성연이 입을 삐죽거렸다.“기회를 왜 줘요? 나에게 구애하는 것도 아니고?”경훈이 떠보듯이 성연을 힐끔 쳐다보았다.“만약 그렇다면요?”눈을 동그랗게 뜬 성연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어쨌든 연씨 집안 가족들이 모두 있는 자리였다. 평소 경훈 좀 철없이 굴기는 하지만 이런 농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게다가 성연은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으로 해서 정말 평범 그 자체의 모습이다. 예쁘다고는 전혀 할 수 없는, 기껏해야 순수해 보인다는 정도인데.평소 상류층 모임에서 숱한 미녀들을 보았을 경훈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었다.성연은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설마 미녀들만 보다 지겨워진 경훈이 자신의 평범하고 순수해 보이는 모습에 흥미를 느낀 것은 아니겠지?이런 생각을 하자 온몸에 소름이 살짝 돋았다.아직 무슨 말로 대꾸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했을 때, 현관 입구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성연과 경훈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보았다.현관 입구에 선 강무진이 눈에 들어왔다.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무진의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걸 성연은 알아챘다.무진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는지도 모른다.이때 성연은 속으로 희망을 품었다.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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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제발 저리다

저녁에 무진이 집에 돌아오니, 성연은 이미 소파에 틀어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연씨 어르신의 병세는 이미 많이 호전되어 성연의 침 치료 시간도 점차 단축되었다. 그래서 무진이 왔을 때 성연의 치료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그리고 딱 그 장면에서 무진과 맞닥뜨렸던 것이다.그 당시 장면을 생각하니 어떤 태도로 무진을 대해야 할지 아직도 알 수가 없었다.그러나 무진이 들어오는 걸 보고도 성연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게임만 했다.성연의 옆에 말도 없이 앉아 있는 무진은 성연의 게임이 끝나기를 기다리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심리적 압박감이 배가 된 성연은 마음 놓고 계속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얼른 하던 스테이지를 마무리한 성연이 고개를 돌려 무진을 보았다.“나에게 할 말이 있어요?”게임 화면을 힐끗 본 무진은 ‘게임 종료’라는 글자가 위에 떠 있는 게 보이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동아리 활동이 왜 그렇게 많아? 너희 동아리에 무슨 공연이 필요하다고?”타이밍이 정말 절묘했다.특히 연씨 집안에서 치료하는 고 선생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앞에 선 사람이 송성연인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비록 얼굴을 바꾸긴 했지만, 성연이라는 생각이 집요하게 드는 것이다.성연도 알아차렸다. 무진이 의심하기 시작한 이상, 개교기념일이 더 이상 최선의 핑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하지만 성연은 이 또한 이미 대책을 세워 놓았다.성연이 느릿느릿하게 대답했다.“그건 아니지만, 떠들썩한 분위기에 함께 하는 거예요. 무진 씨도 알다시피, 시골의 예전 학교에는 개교기념일 같은 게 없었어요. 처음 경험하는 거라 그런지 좀 신기해요.”“이제 많이 참석해서 이미 질릴 때도 되지 않았어? 넌 공연에 참가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 리허설을 보는 게 뭐가 재미있다고?”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성연의 핑계는 꽤 합리적으로 들리긴 한다.그러나 성연에게 놓고 보자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느껴졌다.‘성연은 이런 데 관심 있는 것 같지 않아.’‘게다가 그저 옆에서 어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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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고의로 온 거지

이튿날, 앞으로 무진이 자신을 데리러 올까 걱정한 성연은 점심 시간에 아이디어 하나를 생각해냈다.전날은 모범학생이 되어 보겠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다음 날 스스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되었다. 계획에 변수가 생겼던 탓이다.성연은 집사를 따라 연씨 저택의 거실로 들어갔다.거실에서 연강휼, 하지연과 함께 대화 중인 무진을 본 성연은 일순 정신이 멍해지며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성연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강무진, 오늘 고의로 온 거지?’시간을 조정하고 또 조정해서 맞닥뜨리지 않을 시간을 간신히 찾았건만, 어떻게 지금 이 시간에 이 사람과 부딪힐 수 있단 말인가?성연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소파에 앉아 있던 하지연이 먼저 성연을 보고 고개를 들어 인사를 건넸다.“고 선생님, 왔어요?”성연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했다.무진을 보는 순간 잠시 시선을 주었다가 곧바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그리고 바로 별다른 말없이 위층으로 올라가 어르신에게 침을 놓았다.오늘 성연의 동작은 눈에 띄게 빨랐다.무진이 이곳에 등장하리라는 의외의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탓에 성연은 진짜 당황하고 말았다.침 치료를 끝낸 성연이 땀을 닦으며 하지연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죄송하지만 사모님, 저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막 주방에서 성연에게 줄 간식을 준비할 생각이었던 하지연은 이미 시간 계산을 했었다. 치료가 끝나면 성연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간식 준비가 얼추 끝날 터였다.그런데 오늘 성연이 이렇게 급하게 돌아갈 줄은 몰랐다.“힘들게 왔는데 잠시 앉아요. 주방에서 간식거리를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연이 성연을 만류했다.“아니에요, 사모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그만 돌아가야 해요. 신경 쓰시게 해서 죄송해요.” 무진이 봤는지는 모르겠다.다만 여기 계속 머무른다면 머지않아 무진에게 들키고 말 거라는 걸 짐작할 뿐이다.“남도 아니고 무슨 그런 말을 해? 좀 더 있어요.” 하지연이 다정하게 권했다.아마도 평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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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이가 시큰거리다

이미 무진의 의심을 사게 되자 성연은 상당히 초조했다.무진의 의심을 철저히 불식시키기 위해 성연은 먼저 연극 동아리 회장을 찾아갔다.그 전에 성연이 가입한 동아리는 원래 ‘산타’라는 무술 동아리였는데, 혹시나 해서 이 연극 동아리에도 잠시 가입했던 터였다.신분을 감추기 위해 성연은 그만큼 노력했다.성연은 다른 회원의 안내에 따라 회장 앞에 서게 되었다.연극 동아리의 회장은 동그란 안경을 쓴 소녀였다.보기엔 아주 얌전한 듯한데.다만 성연을 바라보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이 성연을 다소 불편하게 했다.그러나 다음 계획을 위해서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회장, 이번 달 학교 개교기념일에 내가 무대에 올라 가 공연할 수 있을까요?”예쁜데다 학생들에 대한 이미지도 좋은 성연은 이미 남학생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리고 있었다.비록 북성남고에는 ‘교내 퀸’ 같은 랭킹표는 없었지만, 성연의 외모라면 ‘교내 퀸’은 맡아 놓은 당상이었다.게다가 성연의 ‘공신’이미지와 한동안 떠들썩했던 스캔들까지.성연 한 사람만 해도 자신들의 연극은 최고의 이슈몰이를 할 터였다. 분명 엄청나게 주목을 받는 연극이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이 순간 회장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호재를 어떻게 거절하겠는가?동아리 회장은 성연의 제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곧장 아주 적극적인 태도로 성연을 한쪽으로 잡아 끌며 말했다.“송성연 학우 제안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마침 당신에게 딱 맞는 시나리오가 있어요.”말하는 동시에 즉시 대본 노트 하나를 집어서 성연의 손에 쥐어 주었다.성연이 대본을 읽어보는 동안, 회장이 시나리오 상의 인물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성연의 입꼬리가 떨렸다. 자신이 연기해야 할 인물이 공주라는 사실을 발견한 후에.극의 줄거리는 그야말로 간단, 유치했다.위험에 빠진 공주를 구하기 위해 왕자가 달려온다는 내용은 동화의 통속적인 설정 그 자체였다.읽어 내려가는 내내 악다문 성연의 이가 시큰거려 왔다.하지만 지금은 후회하기에 너무 늦었다. 강무진의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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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말이 안 될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대본을 받은 순간부터 오후 내내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온 성연은 이미 후회막급이었다.탁자 위에 놓인 극본을 보면서 성연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한 마디로 스스로 벌을 찾아서 받고 있는 듯했다.대본의 막장 대사는 보기만 해도 이가 빠질 정도로 시큰거렸다. 이런 대사를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해야 하다니.이 동아리 회장은 진짜 괴짜였다. 자신은 난감한 스토리 때문에 하마터면 바닷가 저택에 틀어박히고 싶은 심정인데, 회장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그녀는 이 사람들의 능력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대본으로 얼굴을 덮은 성연은 아무 미련없이 소파에 드러누웠다.무진 돌아왔을 때도 그녀의 한숨 소리는 계속 중이었다.집사에게 코트를 건넨 무진이 다가와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대본을 내리고 얼굴을 드러낸 성연이 원망의 눈길로 무진을 바라보았다. 무진만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런 것 따위를 연기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즘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별일 아니에요.” 잠시 일어났다 다시 누운 성연은 옆으로 누운 자세로 대본을 읽었다.무진이 다가가서 성연을 일으켜 앉혔다.“누워서 보지 마. 눈에 안 좋으니까 일어나서 봐.”성연이 몸을 일으키자 손에 들고 있던 노트의 표지가 무진의 눈에 들어왔다. ‘극본’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는.무진은 속으로 호기심이 일었다.“너 극본에도 관심이 있었어?”“아뇨. 이건 우리 동아리 공연이에요. 내가 극 중의 한 역을 맡게 되어서 대사를 미리 익혀 놓아야 해요.” 성연이 좀 시무룩한 음성으로 말했다.“개교기념일에 공연하는 거야? 그냥 가서 참관만 한다고 하지 않았어?” 무진이 물었다.“동아리 회장이 내가 관심 있어 한다고 생각해서 역을 맡겼어요.” 성연은 극본 스토리에 질식할 것만 같아 무진에게 대답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더욱이 강무진이 이 사태를 초래한 주범이지 않은가 말이다.“정말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거야?” 그동안 바쁘게 지내던 성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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